소설리스트

헥센야크트-143화 (143/186)

회환의 장(3)

3.

마기로 가득찬 암막.

빛과 어둠의 농도가 반전된 세계.

제아무리 뒤틀린 공간이라 할지라도 나름의 규칙은 있다.

혼돈은 인간이 이해하지 못한 또 다른 질서일 뿐일지니···.

그 오묘한 균형은 이 그림자 차원에도 잘 지켜지고 있었다.

방으로 추정되는 장소가 암막 속에서 희미하게나마 실루엣을 갖추기 시작했어.

기둥이 새워지고 내부가 더욱 확장된다.

그늘 투성이였지만 희미한 조명 사이에서 구조물이 순식간에 재조립되는 것이 적나라하게 펼쳐졌다.

이윽고 완성된 것은, 사방이 검은 벽으로 이뤄진 넓은 공간.

그것은 어떤 고대의 석조물을 닮아있어.

수 세기 전의 철학자들이 담론을 나누던 광장을 흉내 낸 듯 보였다.

다른 점이 있다면 한 가지···.

어느새 중앙에는 하얗게 칠해진 거대한 육각형의 별이 자리 잡고 있다는 사실 뿐.

그야말로 육망성을 상징하는 표식이었다.

“···후, 어떻게 구색은 맞췄군요. 평소에 안 하던 짓을 해서 피곤하네요.”

필요에 따라 형상을 바꾸는 그늘의 영지.

이는 오로지 관리자 역할을 부여받은 빙의의 마녀만이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이었다.

“자, 어떤가요? 조촐하지만 그렇게 나쁘진 않죠?”

“흥, 괜히 겉치장에 실컷 공을 들여 봐야 다 무슨 소용이람? 어차피 잠깐 얼굴보고 끝날 모임인데?”

“···홍련, 잠시만 그 천박한 입을 닫고 있어주면 안될까요?”

“뭐, 뭐야?!”

“저는 처음부터 댁의 얕은 지식엔 아무 기대도 하지 않았답니다. ···그보다 청람, 어떻게 그쪽은 생각하시나요?”

“으음, 실용적이고 깔끔한 배치가 훌륭해요. 고풍스러운 분위기가 물씬 풍기네요. 분명 다른 원로 마녀들도 마음에 드시겠죠.”

“역시 제 판단이 틀리지 않았군요.”

“잠깐! 왜 쟤한테만 묻고 내 의견은 묵살인데?”

“그야 당연한 것 아닌가요, 홍련 언니?”

“뭐가 당연해!?”

“청람의 말이 맞습니다. 언제였더라, 당신은 일전에 얻은 귀한 드레스조차 불편하다며 마다했었죠? 모처럼 인간의 무도회에 참여할 기회를 얻었건만, 격식을 갖춰야할 자리임에도 불구하고 넝마만 걸치고 갔었죠?”

“또 그 이야기야? 그때도 분명 말했을 텐데, 예쁜 옷이 밥을 먹여주진 않는다고.”

“네, 당신은 그게 문제에요. 미에 대한 안목이 그렇게 빈곤하니까.”

“···.”

“그래서 기품 있는 청람에게 물은 것뿐이랍니다.”

키득키득.

청람이 등 뒤에서 비웃자, 홍련은 잇몸이 다 드러날 정도로 이를 악물었다.

“진짜로 죽여 버린다, 너희들···.”

격노를 숨기지 않아.

여지없이 적의가 화염의 마기로 치환된다.

인내심이 그다지 깊지 못한 탓도 있었지만, 홍련은 타인에게 놀림 받는 것을 세상 그 어느 것보다 질색했기에.

“여전히 참을성이 부족하군요, 홍련 언니. 조금 건드린 정도로 일일이 분통을 터뜨리니까 만나는 사람마다 존중을 못 받는 거랍니다.”

“알게 뭐야. 모두 불태워버리면 그만인데!”

“무식하긴. 자고로 숙녀란, 어떤 때에도 고상한 품격을 지켜야 하는데 말이죠.”

“닥쳐! 그딴 거 내 알바냐고!”

예의?

귀족이 다 뭐지?

학식이 무슨 소용이야?

어차피 사람은 모두 몸속에 지방을 가득 채웠을 뿐인 가죽 주머니가 아닌가?

굳이 측정 간으한 수치로 환산하면, 시체 한 구의 열량은 대략 13만 칼로리···.

기름을 끼얹은 살에다 불을 지르면 예외 없이 비명을 지른다.

출신 불문 고통에 심취해 춤사위를 뽐낸다.

딱히 인간에 한정할 필요도 없어.

생명을 가진 존재라면 전부 똑같다.

이처럼 홍련의 세계관 속 생물이란, 살아있는 양초와 다르지 않아.

외부에 충분한 열만 제공된다면, 진피층 안의 번들거리는 기름을 심지 삼아 하루 종일 불타오른다.

결국 남는 건 바스러진 재와 뼛가루뿐···.

그것은 그녀의 아버지와 어머니가 예외는 없다.

위로 셋이나 있던 언니 오빠, 그리고 두 살 아래였던 여동생도 마찬가지였다.

“···킥, 키킥! 청람, 너도 산 채로 타죽는 경험을 한 번쯤 해보는 게 어때?”

“기어이 붙어볼 셈인가요?”

섬뜩하게 웃으며 오른손을 들어 올리는 홍련.

그 움직임에 청람 쪽도 즉각 반응했다.

그녀의 머리칼 사이로 스파크가 번뜩이기 시작해.

사방의 어둠을 비출 정도로 파란 도깨비불이 일어났다.

“둘 다 그만두지 못해요?! 곧 회의를 시작할 장소에서 대체 무슨 짓을···.”

빙의의 마녀가 정색하며 둘 사이에 끼어들었다.

“홍련! 당장 그 팔을 내려요! 청람! 당신도 어린애처럼 굴지 말고 마법을 푸세요! 굳이 싸우겠다면 모든 일이 끝난 다음, 이 영지에서 나간 다음 실컷 붙으라고요!”

“뭐, 어때? 한참 재미있는 구경거리인 걸?”

“아?”

“그냥 내버려둬, 빙의의 마녀. 고양이들도 자기들끼리 서열이 정해지기 전까진 싫증날 만큼 치고 박고하잖아? 그거랑 같은 거 아니겠어?”

또 다른 목소리가 어둠 속에서 계속해서 울렸다.

그것은 빙의, 홍련, 청람 그 어느 누구의 것도 아니야.

굉장히 낮은 톤의···.

사춘기도 채 지나지 않은 어린 아이의 음성이었다.

“설마 용혈龍血의 마녀?! 대체 언제 오신 거죠?”

“지금 막.”

“그, 그럴 수가? 전송 장치는 아무런 반응도 없었는데···.”

“경비가 완전 구식이거든? 50년도 뒤쳐진 기술이야. 내가 보기엔 허술하기 짝이 없단다.”

대놓고 모습을 드러내진 않는다.

단지 거리를 둔 채 그늘 속에서 요사스런 황금빛 눈동자를 반짝일 뿐이었다.

“그··· 인사가 늦었군요. 정말 오랜만에 뵙습니다. 용혈이시여.”

“에이, 너무 딱딱하게 굴지 말아줘, 달리아. 너랑 나 사이인데 말이야.”

달리아.

그 이름을 듣자마자 빙의의 마녀는 움츠러들었다.

그것은 그녀의 진명.

언령에 영향을 받는 진짜 이름이었기에.

“···아닙니다. 제 스승이신 자색과 같은 가장 오래된 자들 중 한 분이시니, 제가 충분한 예를 갖추어야 마땅하죠.”

“헤, 네 뜻이 정 그렇다면 마음대로 해. 나도 대우 받는 걸 싫어하진 않으니까.”

그런데 어째서일까?

앳된 목소리와는 다르게 고압적인 태도.

안광이 지나치게 밝다는 것과 별개로, 시선이 굉장히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고 있는 것은···.

그 기척이 너무 심상치가 않아.

어느새 홍련과 청람도 그 존재감을 눈치 챌 정도였다.

“그래도 궁금하지 않아? 폭염과 번개가 맞붙으면 누가 이길지? 과연 홍련과 청람, 둘 중 누가 더 강할까나?”

“···용혈의 마녀시여. 외람되오나 지금은 이런 시시한 싸움을 벌이고 있을 여유가 없습니다.”

“아, 물론 그렇겠지. 다 그만한 이유가 있으니까 오래도록 떨어져있던 우릴 전원 집결시켰을 테니.”

“···.”

“그럼 어디 말해볼래? 얼마나 중요한 사연인지 들어나 보자.”

“그건 다른 마녀들께서도 모인 다음에···.”

“흐응, 그래?”

그르르···.

착각이었을까?

아주 잠깐 포악한 짐승의 으르렁거림이 들려온 것만 같아.

머지않아 금안의 눈동자가 순식간에 작아진다.

이어서 발걸음 소리가 들려 와.

빛의 영향권에 있는 공간에서 작달막한 실루엣이 튀어나왔다.

짙은 고동색 머리칼과 금색의 안구를 가진 여자아이.

얼굴은 목소리에 걸맞게 순진하고 앙증맞다.

프릴이 잔뜩 달린 흑색 페티코트를 입은 그 소녀는, 아무리 많이 잡아도 열둘에서 열 셋 사이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그녀는 잔뜩 표정이 굳은 빙의의 코앞까지 다가가더니···.

“이봐, 얘들아. 모두 들었지? 슬슬 얼굴 좀 내밀어 봐. 우리 달리아 양이 곤란해 하잖아?”

“그륵, 제일 늦게 온 주제에 뻔뻔하군. 아륵, 가그르극!”

“···하여튼 참견쟁이 용혈. 오지랖만 본다면 모든 마녀 중에서도 가장 심해.”

이질적이고 기이한 울림이 섞인 이중창.

그리고 속삭이는 듯 나지막한 목소리가 덧붙인다.

이미 도착해 있었던 것인가?

용혈의 부름에 이끌려 나머지 두 사람이 모습을 드러냈다.

“흑접黑蝶의 마녀, 부이附耳의 마녀···.”

흑접의 차림새는 기이했다.

지저분한 산발의 머리칼 아래에 썩어문드러진 붕대를 감은 장신의 여자는 누가 봐도 혐오스러우리라.

반면, 부이란 이명을 가진 마녀의 모습도 이상하긴 매한가지.

적당하게 부푼 몸매를 꾸미고 있는 주홍색 드래스는 그렇다쳐도, 얼굴을 꽁꽁 감싸고 있는 황동빛 면갑은 무엇이란 말인가?

하나, 그런 자잘한 부분을 신경 쓰기에 지금은 너무도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비로소··· 드디어 현 세대 최강의 마녀들이 이 한 곳에···.”

그들의 등장에 빙의가 조심스레 읊조린다.

거기엔 놀라움과 감탄이 섞여있었다.

홍련.

청람.

용혈.

흑접.

부이.

‘그리고 마지막으로 나의 스승, 자색의 마녀를 합친다면···.’

공교롭게도, 자색의 마녀는 당장 얼굴을 비추지 못한다.

그러나 틀림없이 이 공간에 존재해.

지금 이 자리에 모인 모두의 일거수 일투족을 지켜보는 중이었다.

단지 어떤 중대한 사정이 있기에 나타나지 못한 것뿐···.

하지만 엄밀히 말해, 이걸로 전원이 모였다.

인류에 반기를 든 최악의 마녀 집단이···.

이걸로 마법을 상징하는 육망성Hexagram이 수 백년 만에 같은 공간에 집결한 것이다.

“가르르. 빙의, 보다시피 내가 친히 나서주었다. 그렇다면 이제 슬슬 볼일을 말해 주실까?”

“···드디어 고대하던 대전쟁인가요? 어딜 칠 생각이죠? 베른? 성국 베가시아? 그것도 아니면 검은 대륙?”

묘한 위압감이 풍겨온다.

귀찮은 일을 만든 것에 대한 무언의 압력···.

허튼 사정이라면 그 대가를 치르게 해주리란 암묵적인 엄포가 담겨있었다.

빙의는 마른 침을 삼키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제가 설명하자면, 이야기가 괜히 길어질 것입니다. 그러니···.”

빙의의 시선이 청람에게로 향한다.

매달리듯 간절한 눈빛.

그녀의 속내를 눈치 챘는지, 청람은 비탄의 한숨을 쉬었다.

“제 해마를 희생하라는 건가요?”

“부탁할게요, 청람. 그렇다고 이 상황에서 멍청한 홍련의 머리를 쓸 순 없잖아요?”

“하아, 나중에 목숨 두 개 만큼의 값은 반드시 얻어내고 말겠어요.”

“고마워요. 이 빚은 꼭···.”

마녀 사이에서 감사의 표현이나 덕담은 의미가 없다.

하나, 이 둘 사이만큼은 묘한 유대가 존재해.

심록이 토벌당한 이후, 빙의가 청람을 새로운 육망성의 일원으로 추천했던 데에는 다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빙의에게 어떤 신세를 느끼고 있는 만큼, 청람은 가능한 그 은혜에 보답할 셈이었다.

“역시 듣기보단 직접 보여드리는 게 좋겠죠. 선배님들?”

“흐흥, 청람아. 뭘 하려고?”

“제 두뇌에 새겨진 기록을 활용할 거랍니다. 빙의의 마법을 빌려서요. 괜찮을까요, 용혈 언니?”

“후, 후후후··· 지금 내가 최연장자라고 애써 허락을 구하는 거니?”

“그렇습니다.”

“헤, 청람 꼬마가 뭘 좀 아네? 마침 잘 됐어. 회의는 빠를수록 좋지. 나는 참을성이 많지만 지루한 것만큼은 절대 못 견디거든.”

“네. 그러면 이 이상 끌지 말고 바로···.”

청람은 자신의 기다란 뒷머리를 걷어 올렸다.

그러자 하얀 뒷목이 곡선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극상의 미.

이 자리에 사내가 있었다면, 아무리 무뚝뚝한 자라도 설레지 않고는 못 배길 광경이었다.

하지만, 청람이 이어간 행동은 그러한 감상을 전부 경악으로 반전시켰다.

왜냐하면···.

푸욱!

으드드득!

철퍽!

손날이 파고든다.

청람은 스스로 두피를 찢고, 두개골을 으깨며 자신의 머릿속을 긁어내고 있었다.

뇌의 측두엽 안쪽, 기억을 관장하는 기관을 하나 적출하기 위해서···.

‘그녀에겐 미안하지만 어쩔 수 없어. 청람이 본 걸 세 사람에게 왜곡 없이 전달하려면···.’

푹, 쩌적!

질퍽!

끔찍한 소리가 퍼진다.

하나, 고통은 없을 것이다.

시작에 앞서 청람이 신경을 차단한 것과 더불어, 애시 당초 뇌에는 아픔을 느끼는 기능이 없기 때문이었다.

“···우선 하나.”

잠시 후, 붉게 물든 머리카락 사이에서 발굴된 뇌의 일부가 지금 막 여인의 손바닥 위에 올랐다.

그러나 사람의 변연계邊緣系엔 해마가 하나 더 있어.

오른쪽, 왼쪽을 합쳐 총 두 개가 존재한다.

청람은 여유를 두지 않고, 다시 손을 뒤통수로 가져갔다.

반대쪽의 나머지 하나까지 끄집어낼 셈이었다.

그런데···.

“내가 도와줄게.”

적발과 청발이 교차한다.

지금껏 지켜만 보고 있던 홍련이 청람의 앞에 나타난 것이었다.

얼굴을 밀착한 채···.

서로가 부담스러울 정도로 거리를 좁혀온다.

어찌나 가까웠던지, 상대의 숨결이 다 느껴질 정도로···.

하지만 홍련은 멈추지 않았다.

“잠깐, 홍련 언니. 이게 무슨···.”

“그러니까 도와준다고.”

“읍!”

일순간 누구도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어머, 어머나!”

용혈이 박수까지 치며 유난을 떤다.

그도 그럴 것이, 모두가 지켜보는 가운데 사이 나쁜 두 여인의 입술이 겹쳐졌어.

조금 전까지 싸움을 걸던 홍련의 젖은 혀가, 청람의 입 안으로 부드럽게 들어가 버린 게 아닌가?

청람은 즉각 홍련을 뿌리치려 했지만···.

포개진 양손이 허리를 끌어안은 시점에서 상대를 떼어놓는 것은 이미 불가능에 가까웠다.

“읏, 으··· 으읍!”

일방적면서 집요한 입맞춤.

질척하고 흥건하게 타액이 오간다.

그것은 청람이 내뿜는 호흡에 정욕이 스며들 때까지 계속 되었다.

사실은 원하고 있었던 것인가?

그게 아니라면 어째서 이토록이나 애절하게 혀를 섞어 오는가?

어느 시점에서, 청람은 홍련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걷잡을 수 없는 신음과, 자신도 모르게 상대의 손가락을 마주 잡을 정도로···.

청함의 정신이 쾌감으로 아득해지는 가운데, 홍련은 손끝의 감각만으로 상대의 뒤통수를 헤집고 있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찾았다!”

“앗···.”

목적을 달성한 것인가?

마주잡은 왼손을 미련 없이, 거칠게 때어낸다.

“얼굴이 가관이구나, 청람. 그만큼 빨아줬는데도 부족하니? 나와의 키스가 그렇게 기분이 좋았어?”

뇌의 일부가 날아간 탓에 사고와 인지능력이 저하된 까닭일까?

청람은 자신의 품에서 홍련이 떨어진 것을 아쉬워하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하지만 역겹다는 듯 침까지 뱉어 보이는 홍련의 얼굴이 악귀와 같다.

그녀에게 애증같이 모호한 감정은 없어.

처음부터 끝까지, 홍련에겐 악의만 있을 뿐이었다.

“꺄··· 아아아아악!”

“하핫! 아하하하하! 꼴좋다!”

화륵.

비명과 웃음이 겹쳐진다.

홍련이 조소를 터뜨리자, 청람이 불을 토한다.

식도과 기도를 통해 작열하는 화염이 주변의 어둠을 밝혔다.

“어때? 화끈하지? 그럴 거야! 내 침을 몽땅 인화성 물질로 바꿔서 네 몸속에 잔뜩 흘려 넣어 줬으니까! 아하하하하!”

육망성이 모인 정도로는 홍련의 울화를 억누르지 못한 모양이야.

빙의는 울화통이 터질 지경이었다.

“홍련! 이게 뭐하는 짓 인가요!? 청람은 우릴 위해 생명을 하나 내다버릴 각오로 나서준 것이었는데!”

“시끄러워. 누가 대신 해달랬나? 그리고 어차피 뇌를 전부 파내면 뒈지잖아? 기왕 그렇다면 내 분풀이랑 후배 교육에 쓰는 게 뭐가 나빠?”

“상황 파악이 그리도 안 되나요? 왜 항상 당신은 중요할 때···.”

“어차피 남은 목숨으로 재생 할 텐데, 뭘.”

“그런 문제가 아니잖아요!”

“왜 아닌데? 중요한 건 여기 챙겼거든?”

어느새, 홍련의 양손엔 청람에게서 얻어낸 두 개의 해마가 꿈틀거리고 있었다.

그녀는 빙의에게 피로 흥건한 뇌의 파편을 전달했다.

이것으로 목적은 달성한 셈이었다.

“···체, 그래도 재미없네. 이렇게 기억을 관장하는 부분을 절개하면, 되살아난 청람이 자기 치부를 전부 까먹었을 거 아냐? 언제까지고 놀려먹을 거리가 생겼나 했더니!”

“유감이지만···.”

“어라? 벌써 부활했···.”

그랬다.

청람의 정신은 되돌아와 있었다.

정신을 주관하는 뇌가 파손된 시점에서 마녀의 재생 매커니즘은 작동했기 때문에···.

그러나 이 시스템에는 심각한 문제가 있었다.

복원이 너무나 완벽해.

홍련의 염려와는 달리, 청람은 죽기 전의 기억을 간직하고 있었다.

그 수치스러운 일연의 모든 것을···.

“다음은 제가 갚아줄 차례죠? 홍련 언니···.”

“아, 아읏!”

청람은 등 뒤에서 홍련을 끌어안았다.

그리곤 왼손을 그녀의 로브를 젖혀, 사타구니 사이에 손가락을 밀어 넣었다.

그 갑작스런 손길에 홍련은 몹시도 당황했다.

“그, 그렇게 하면 안···.”

“저는 받은 만큼 돌려주라고 배웠거든요.”

“힉!”

“번개여Blitz···.”

번쩍!

어둠 속에서 선명한 전광이 새겨졌어.

처절한 청람의 복수가 이뤄졌다.

이 모습을 본 나머지 마녀들의 반응은 가지각색···.

용혈은 폭소를 터뜨렸고.

흑접은 짜증스레 이를 갈았다.

부이는 무관심으로 일관.

그리고 빙의는···.

“그만 좀 해요, 이 미친년들아···.”

창백해진 얼굴로 자신의 이마를 짚어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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