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헥센야크트-125화 (125/186)

이탈의 장(7)

7.

빅터와 검은 엑조틱의 대치는 수 십분 간 계속되었다.

의식 밖에서 검은 파편이 날아오면 빅터의 도끼가 그것을 쳐낸다.

무의미한 공방이었다.

이제 적은 거리를 벌리고 사각에서의 저격만 반복할 뿐···.

빅터는 어느덧 외래종이 날린 생체파편 속도에 적응이 될 지경이 되었다.

전략이라 할 것도 없어.

시간차 공격이 섞인 고묘한 패턴도 충분히 보았기에···.

서로 다른 세 개의 방향에서 날려 보내는 수작도 뻔하기 그지없었다.

“시덥잖다!”

챙! 챙강!

사냥꾼의 도끼가 여지없이 모든 공격을 격추한다.

급소를 피해 교묘히 파고드는 파편은 그림자로 손쉽게 회피.

대치가 이어질수록 사냥꾼의 곤두선 신경은 점차 냉철함으로 변해갔다.

“질리지도 않나? 언제까지 도망칠 셈이지? 그렇게 잘난 척하며 떠들더니, 목숨에 위협을 느낀 것만으로 몸을 사리나?”

“···.”

“정곡을 찔렀나? 솔직히 말해 보시지. 내가 무섭다고!”

도발.

초월종의 프라이드를 노린 엄포.

그 뻔한 수법이 통했던 것일까?

심리전에 넘어간 지휘관 엑조틱이 또 한 번 배후를 노린다.

하지만 이쯤에서 빅터는 상대의 본성을 간파했다.

리스크나 희생 없이 싸우겠다는 같잖은 그 사고방식을 충분히 봐온 것이다.

적에겐 배짱이 없어.

정면에서 노려오는 담대함이나 용감성도 보이지 않는다.

어디까지나 안전 주의로 몸을 사린다.

그렇기에 노련한 사냥꾼은 그 빈틈을 파고들었다.

부웅!

또 한 번 가시가 퍼붓는다.

그러나 빅터는 피하지 않았다.

‘옳지. 와라!’

이번만큼은 그 모든 파편을 받아들일 생각이야.

심지어는 방어 자세조차 없이 다른 방향을 주시한다.

시커멓고 날카로운 가시들이 양팔과 가슴 언저리에 박혀드는 와중에도, 빅터의 양손은 저 멀리 표적을 노리고 있었다.

파앗!

그림자를 머금은 쇠사슬이 천장을 향한다.

그 끝에는 어느새 이형의 도끼가 매달려 있었다.

“···그, 갸아악!”

뒤틀리고 기묘한 주파수.

마물의 신음이 들려왔다.

빅터의 노림수가 적중한 것이었다.

“어, 어떻···게?”

믿을 수 없다는 듯, 도끼가 박힌 채로 추락하는 엑조틱.

그것에 다가가며 빅터는 자신의 몸에서 가시들을 하나씩 뽑아들었다.

“네 싸움 방식은 그 동안 질리도록 봤다.”

“서, 설마··· 그 짧은 사이에 파동의 법칙성을 간파했는가?”

“확신은 없었지. 하지만 네가 공격을 마음먹은 순간, 아주 잠깐이지만 일렁이는 파문이 멈추더군. 그렇다면 모습을 드러냄과 동시에 치면 그만이다.”

처음 당했던 것처럼, 여러 마리가 습격하는 것이라면 끝내 눈치 채지 못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단 한 마리가 쏘아대는 검은 파편 따위, 조금만 눈썰미가 있으면 파악할 수 있는 것이다.

“네놈의 패배다. 외래종.”

무기를 회수함과 동시에, 사냥꾼은 비참하게 문드러지기 시작한 검은 엑조틱을 내려다보았다.

치명상.

도려 나가진 표면에서 거품이 일어나, 일어나지도 못하고 들썩거릴 뿐이었다.

“꼴좋군. 그토록 하찮게 여기던 인간에게 비참하게 당한 감상은 어떠신가?”

편히 보내줄 생각은 없다.

빅터는 적에게 일말의 경의나 자비도 내주지 않을 셈이었다.

그러나···.

“···비참이라. 확실히 그렇군.”

오히려 상대방은 그의 비웃음을 받아들였다.

가시조차 생성하지 못하게 된 문드러진 촉수를 필사적으로 뻗으며, 놈이 달관하며 읊조렸다.

“나와 동지들은 패배했다. 이 시점에선 사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겠군. 특수한 개체여. 이레귤러여. 아까 나더러 겁을 먹었느냐고 물었지? 이제 그 대답을 해주마. 맞다. 나는 네놈이 두렵워. 신경이 곤두서고 전신이 떨려올 지경이지. 단신으로 우리 동족을 도륙한 너란 존재가 너무도 무서워서 견디기 힘들다.”

“후, 그런 것치곤 꽤나 담담히 지껄이는데?”

“나 자신을 객관적으로 분석한 결과, 겁을 집어먹었다는 표현 외엔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 과거에 여기까지 우리를 몰아붙인 호모 사피엔스는 전대미문··· 놀라움을 넘어서 감탄이 절로 나오는군.”

“너는 인간을 벌레처럼 여기고 있지 않았던가?”

“···그 인식을 수정하도록 하지. 특히 너는 우수한 생물체다. 상처를 입어도 움츠려 들지 않는 튼튼한 육체, 결코 물러섬 없는 강인한 정신력까지···. 우리 종족은 결코 가지지 못할 불굴의 전사상戰士狀이다.”

그것은 마치 빅터를 인정하면서도··· 동시에 외래종의 본질이 겁쟁이라는 의미처럼 들렸다.

동정할 만도 하련만, 빅터는 그만 실소를 터뜨렸다.

“어울리지 않게 극찬이시군. 날 살살 달래볼 셈인가?”

“천만에. 비위를 맞춘다고 받아들여줄 정도로 너란 개체는 만만치 않다. 우호적인 관계를 형성하는 것도 이미 포기한 지 오래야. 그만큼 너는 너무 위험해.”

“혀가 길군. 아직도 할 말이 남았나?”

“···너 같은 주도적인 성향의 개체는 무리를 넘어서 인간의 사회전반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틀림없이 혁명에 가까운 역사 개변이 일어날 테지. 분명··· 너희에겐 그런 개체를 부르는 적합한 명칭이 있을 터.”

이어서 엑조틱은 그들이 자랑하는 번역장치의 힘을 빌려, 자신의 의도와 가장 잘 맞아떨어지는 단어를 내높았다.

“그래. 바로 영웅··· 너는 시대를 이끌 수 있는 힘을 지닌 적합자다.”

죽어가는 괴물에게 칭찬받자, 빅터는 기분이 묘해졌다.

적에게서 죽음의 향취가 풍기기 시작한 것과 별개로···.

시간을 넘어서 존재하는 초월적인 생물에게 특별취급 받았다는 사실 자체가 놀라운 것이었기에.

“우리에겐 불행한 일이다. 너희 인간이 부흥할수록, 우리 종족의 부흥은 미뤄질 뿐이니···.”

“역시, 우리는 공존이 불가능한가?”

“그도 그럴 게··· 너는 이미 너무 많이 죽였어. 지적 호기심만으론 너에게 흥미가 동하나, 동족의 대표자로서 나는 너를 용서할 수 없다. 결코 그래선 안 돼.”

검은 엑조틱은 필사적으로 몸을 일으키려 했다.

촉수 다발이 녹아내리지만, 적의 여전히 입을 놀렸다.

“···하나, 나는 너란 개체와 어느 정도 타협을 하고 싶다.”

“이제 와서?”

“너의, 너라는 개체의 생존을 보장해주겠다. 이곳에서 머물 수 있도록 하지. 내가 책임지고 편의를 제공하마. 그 대신, 본래 시간대로 돌아가는 것만 포기해준다면···.”

“···.”

“그래, 가능하면 네 동족인 홀쭉한 인간도 살려주겠다. 방사능에 견디는 그 특수한 육체라면, 넉넉히 30년 이상은 살아갈 수 있을···.”

“거절한다.”

“수치를 무릅쓰고 이렇게 간청하마. 부디 진지하게 고려해다오. 너 하나만 희생한다면! 우리 종족 대다수는 안락해질 수 있다.”

빅터는 인상을 썼다.

당장 역겨운 감성 팔이라고 쏘아붙이려 했지만···.

“상상하긴 어려울지 모르나, 나에게도 가족은 있다. 물론 네 원시적 무기에 목숨을 잃은 자들에게도···. 우리는 단지 임무에 충실했을 뿐이야. 그러니 생각해다오. 이쪽의 입장도 고려해서 현명한 대답을···.”

애원.

빅터의 암안을 통해 전해지는 감정은, 검은 엑조틱의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었다.

나름대로 놈에게도 지킬 것이 있다.

엑조틱은 자신이 소멸되는 것 이상으로···.

이대로 빅터와 로이드를 보내버리면 그 모든 존재가 사라질지 모른다는 공포를 품고 있었던 것이다.

책임감.

사명에 대한 신념.

인간과 크게 다르지 않아.

종족의 미래를 수호하고자하는 목적만을 본다면, 그들의 숭고함은 참으로 진실된 것이었다.

하지만 빅터의 입술은 여전히 굳게 닫혀있었다.

“눈을 감아라.”

도끼날이 수직을 향한 채 바닥에 내리 꽂힌다.

콰직!

불투명한 점액질의 내장이 사방으로 튀며 형태가 뭉개졌다.

빅터의 발아래에 기포가 일어나, 조금 전까지 간절함을 뿜어내던 생물체는 주검조차 남기지 않고 사라졌다.

격전 끝의 승리.

비로소 빅터는 적대하던 모든 존재를 소멸시켰다.

하지만···.

‘···역시 시간 끌기였나?’

그는 어렴풋이 짐작하고 있었다.

최후의 순간, 적이 자존심을 버려가면서까지 애걸복걸한 것에 분명 의미가 있으리라고.

시간은 넘나들 수 있을 정도의 기술력을 지닌 놈들이니 만큼, 끝까지 방심할 수 없다는 것도.

느껴지던 불길한 예감은 언제나 잘 맞는다.

아니나 다를까, 검은 엑조틱은 자신이 죽음을 맞이하는 순간까지 어떤 함정을 파놓았다.

‘공기가 한 점으로··· 아니, 이건 빨려들어 가는 건가?’

우선은 가벼운 먼지와 흙.

그 다음으로 돌멩이를 비롯한 석순의 파편들이 움직인다.

시간이 지날수록 흡착되는 물건들의 부피가 늘어나.

그 압력은 두 발로 선 빅터에게까지 영향을 주기 시작했다.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공간이 뒤틀린다.

기묘한 소용돌이가 닿는 족족 모든 것에 영향을 주며 오그라뜨리고 있었다.

'빌어먹을, 놈이 우물쭈물 거린 건 이걸 만들기 위해서였나!'

과연,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야생의 흉포함 따위가 아니야.

바로 지능을 가진 자의 악의였다.

인간으로선 이해하지 못하는 기술.

시간대의 접점을 붕괴시키는 사악한 자포자기.

집요하게도, 이것은 마지막 외래종의 숨통이 끊어지는 기점으로부터 작동되게 짜여 진 장치였다.

동귀어진을 노린 파멸의 방아쇠였던 것이다.

뿌득.

빅터는 강하게 이를 악물었다.

어금니에 균열이 생길 정도의 강한 힘을 끌어내, 그의 손아귀에 잡힌 도끼가 다시금 아가리를 벌렸다.

두 번째 해방.

빅터는 미약하게 남은 자신을 사념을 미끼삼아, 지금까지 실컷 먹여준 엑조틱의 잔해로 성장한 이형의 금속을 깨웠다.

파직!

파지직!

살아있는 철 조각이 신체말단을 파고든다.

정신이 나갈 정도의 통각이 흘러들어왔지만, 당장은 머뭇거릴 여유조차 없었다.

‘공간을 베어내는 요령은 익혔다. 그런데 이것에도 통할 지는···.’

확신이 들지 않는다.

이는 엑조틱이 몸을 보호하던 잔잔한 수면의 성질을 아득히 넘어섰어.

그만큼 눈앞에 벌어지고 있는 현상의 강렬함은 차원이 달랐다.

선택지는 없다.

망설임도 허락되지 않는다.

하나, 끝내 빅터는 오른팔을 휘두르지 못했다.

‘···망할, 여기까지 와서 하필!’

한계.

체력이 바닥났다.

사실은 이미 오래 전부터 육체에 부하가 찾아온 것을 악으로 견뎌왔었기에.

‘한 번··· 단 일격이면 족하다!’

까득!

송곳니가 드러난 빅터의 입가에서 피가 흘러.

그는 떨어진 신경과 근육을 억지로 이어 붙이려 부단히 애썼다.

나중 일은 아무래도 좋다.

가혹한 대가를 치루더라도 당장 움직일 수만 있다면, 그 어떤 것이라도 바칠 작정이었다.

하지만 그런 각오에도 불구하고···.

만신창이가 된 빅터의 육체는 주인의 바람을 배신하고 만다.

지탱하고 있던 발밑이 무너지고, 도끼를 쥔 팔을 들어 올린 채 유지하는 것마저 힘에 겹다.

“웃기지··· 마라!”

울분.

격노가 몰아친다.

수년에 걸친 수련.

그는 단 1초라도 더 싸울 수 있도록 몇 번이나 단련했다.

지금 쓰러지고 만다면···.

대스승 베누다가 자신에게 걸었던 모든 기대.

말라버린 눈물.

열기를 띤 땀과 찐득하게 흘러내리는 피.

로이드와 보내었던 이계의 동굴에서의 수 십 일 조차···.

모든 의미가 사라진다.

그렇기에 결코 질 수 없어.

빅터는 자신이 돌아가야만 하는 이유를 끝없이 되뇌었다.

‘리리 리를 혼자 내버려둬선 안 된다. 녀석이 자립할 수 있을 때까진 내가 곁을 지켜야 해. 그리고 아랑··· 내게서 아버지의 역할을 기대하는 건 아무래도 좋지만, 적어도 남자가 무엇인지 만큼은 알려주어야 한다. 한 사람의 책임감 있는 어른이, 제대로 된 사내놈이 될 수 있도록! 그러니까 나는··· 반드시!’

각오.

맹세.

긍지.

신념.

이 절망을 돌파하기 위해서는 얼마만큼 마음의 힘이 필요로 하는가?

빅터는 전력을 다 했지만, 여전히 몸을 묵묵부답이었다.

뇌가 전하는 신호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육체란, 그 어떤 강인한 의지를 가지고 있다 해도 작동할 리가 없으니까.

남은 것은 어둠의 궤적.

몰아치는 공간의 폭풍만이 갈수록 기세를 더 갈 뿐···.

소용돌이는 몸집을 더욱 불려, 어느덧 사방의 물체까지 모두 흡수하고 있었다.

“제기랄···.”

최후를 각오하고서, 빅터는 인생 마지막 욕지거리를 내뱉으려 했다.

그리고 그때.

“···너, 임마! 나 없는 동안 별 해괴한 짓을 다 해놨구마아아안! 이건 또 뭐냐고오오오오!”

괴성에 가까운 외침.

가볍기 짝이 없고 경박한 울림이 빅터의 귓가에 흘러들었다.

그것은 틀림없는 전우의 목소리였다.

무심코 뒤를 돌아보자 그 곳에는 익숙한 얼굴이 있었다.

“로이드···?”

은빛 그림자가 하늘을 난다.

그는 은사를 측면과 천장 벽에 순차적으로 뻗어, 활강에 가깝게 움직이고 있었다.

이 또한 신명나는 재주이자, 놀라운 묘기.

하나, 빅터가 놀란 것은 따로 있었느니.

그건 바로, 본디 후벼 파진 상태여야 했을 그의 눈덩이에 찬란한 광체가 빛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회복된 것인가?

그 잠깐 사이 무슨 일이 벌어진 거지?

혼란과 동요가 교차했지만, 빅터는 동료의 무모한 개입에 윽박부터 질렀다.

“이 멍청한 놈! 대체 뭐 하러 왔나!?”

“뭐, 임마? 모처럼 부활해서 도와주러 왔더니, 이 몸이 반갑지도 않냐?”

“로이드, 그럴 때가 아니다!”

“야야, 내가 새로운 힘을 손에 넣은 게 샘나서 그러는 거지? 앙?”

“이 자식···.”

상황이 좋지 않았다.

이대로라면 함께 균열에 잡아먹힐 수밖에 없어.

최소한 멀리 떨어져있었다면 어떻게든 되었을지 모르는 것을···.

로이드는 애써 위험에 다가오고 말았다.

그런데 어째서일까?

초조한 빅터와 달리, 로이드는 여유가 넘쳐나는 표정이었다.

이어서 익살꾼이 입가를 히죽 일그러뜨렸다.

“하하, 내가 살다보니 네가 겁먹은 얼굴도 다 보는군. 세상이 끝난 것 같은 표정이잖아?”

“질렸다. 넌 이런 상황에까지 실없는 농담을···.”

“내가 보기엔 이만큼 절묘한 순간은 없을 거 같은데?”

“뭐?”

“위기의 순간이잖냐? 지금이야말로 주인공이 팟 나설 때라고 생각하지 않아?”

얄미울 정도로 의기양양한 기세.

빅터는 암안을 써서 로이드의 머릿속을 읽었다.

그러자···.

“···과연, 그런 수가 있었군.”

“자, 알아챘으면 슬슬 준비해라! 덩치!”

“음!”

로이드는 양손을 펼쳐 자신의 은사에 그림자를 씌웠다.

스스로 몸을 감싸던 ‘춤추는 꼭두각시Tanzende Marionette’ 괴뢰술과 닮아 있어.

그것은 육체에 큰 부담을 주지 않고, 이븐 가지의 분말을 머금은 실로 조작하는 로이드의 극의였다.

단, 지금 그 손끝이 향하는 대상은 본인의 몸이 아닌···.

“헷, 내가 다른 사람도 아닌 널 인형처럼 다루게 될 줄이야.”

빛나는 실이 빅터의 사지를 휘감는다.

로이드가 중지와 검지 손가락을 살짝 움직이자, 그에 덩달아 도끼를 든 빅터의 오른팔이 들어 올려졌다.

“이런 미친! 이거 장난 아니게 무거운데? 빅터, 너 여태 이런 걸 휘두른 거냐? 완전 정신이 나갔어. 무슨 깡다구로···.”

“큭!”

“야, 야야야! 너 괜찮냐?!”

외부의 힘에 의지해 살짝 동작한 것만으로도, 비대해진 도끼의 무게에 빅터의 관절부가 으깨졌다.

실 끝으로 전해져 오는 그 오싹한 감각에, 로이드는 진저리를 쳤다.

이 상태로 전력을 끌어낸 참격을 휘둘러야 한단 말인가?

그렇다면 그 말로는···.

“···너만 믿는다, 로이드.”

이 순간, 빅터는 웃었다.

로이드에게 심적 부담을 줄 생각이야.

그의 오기를 건드리면 별 수 없이 나설 거란 계산이었다.

그리고 그 예상은 들이 맞았다.

빅터는 자신의 친구를 너무도 잘 알고 있었기에.

“하! 두 말할 필요도 없지!”

간다, 기합과도 같은 외침과 함께···.

로이드는 앞으로 몸을 날리며 양손의 은사를 펼쳤다.

작은 힘의 매듭이 진동과 흐름을 타고 퍼져 나가며 증폭된다.

그것은 이윽고 빅터의 전신에 닿았다.

번쩍!

이형의 도끼가, 빅터의 오른팔이 뻗어나간다.

이어서 푸른 섬광이 허공에 휘몰아치는 용오름을 갈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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