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병의 장(7)
12.
용병단과의 거친 인사를 마무리한 다음에서야, 나는 마지막 승객이자 짐꾼으로서 음료가 든 나무통을 옮기는 임무를 끝마칠 수 있었다.
배에 오르고 보니, 새삼 하늘에 구름 한 점 없는 것을 깨달았다.
그야말로 출항하기 딱 맞는 날씨였다.
내가 탑승한 데에 확인을 마쳤는지, 곧장 갑판의 인부들이 돛을 펴 올린다.
마침 타이밍 좋게 강풍이 불어, 선착장의 상선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후미를 보니 우리를 뒤쫓아 곧 용병들의 배도 순조롭게 운항을 이어간다.
썩 기분 좋은 출발이었다.
‘동료들과 함께 동방으로 향한다라··· 꿈만 같군.’
클라리스에게 바다 건너의 이국땅에 대해 전해들었을 때···.
사실 나는 은연히 동경을 품었다.
우리와 다른 역사와 문화를 가진 대지, 가히 신비하다고도 말할 수 있을 법한 신화와 전설들···.
그녀가 들려주는 이야기들은 하나같이 신비했어, 마치 소년 시절과 같은 모험심을 자극했었지.
철이 없게도 나는 어른이 된 뒤에도 이뤄지지 못할 몽상했다.
지긋하게 나이를 먹고 나면 언젠가 도전해볼까 진지하게 생각할 정도로.
‘그런 내가 지금은 정말 그 신천지로 떠나고 있다니···.’
감회가 새롭군.
마녀 사냥꾼이 된 것이 마냥 고통과 손해만은 아니란 생각도 들었다.
평범하게 살았다면 모르고 살았을 경험을 자주 하게 되었으니까.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출전이다.
절대 유쾌한 여행길이 아니다.
‘멍청하긴, 너는 지금 목숨을 건 전장으로 떠나는 중이다.’
나는 고개를 저어 괜히 들뜬 마음을 지웠다.
냉정을 되찾기 위해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리자, 마침 지평선 너머로 산들바람이 불어왔다.
머리를 식히기엔 안성맞춤이다.
그런데 배가 육지에서 충분히 멀어질 쯤···.
“야, 덩치.”
등 뒤에서 거침없이, 친한 척 누군가가 말을 걸어왔다.
이 배에서 나를 이렇게 함부로 부르는 사람은 딱 한 녀석뿐이지.
“레이 사저.”
“배 타는 거엔 익숙해졌어?”
“어느 정도는.”
“산에서 나고 자란 인간은 흔들리는 바다가 불편한 경우가 많다고 들었는데.”
레이는 내 안색을 살폈다.
내가 말없이 물결치는 파도만 바라보고 있어서였을까?
“멀미가 조금 있지만 견딜만하다. 이식을 위해 떠 편도로 다녀왔을 때도 문제없었지”
“징하네. 넌 또 그걸 무식하게 꾹 참고 있었어? 언제나처럼 우직하네. 뭐, 괜찮다고 하니 다행이야. 네가 무사히 사냥꾼으로 정착한다면, 좋든 싫든 뱃길을 자주 이용해야 할 테니까.”
“그런가?”
“그래, 끔찍할 정도로 타게 될 거야. 가끔은 아이라 언니네 상단을 대표해서 자잘한 심부름도 할지 몰라. 그럼 어지간한 상인이나 어부만큼··· 으윽!”
그러면서 레이는 등을 난간에 기대더니.
“그러니까 나한테 이런 부분만은 배우지 마.”
모자를 벗고 한숨을 내뱉었다.
거기에는 주체 못할 울렁거림이 섞여있었다.
“···으, 이 썩을 바다 내음만큼은 아무리해도 좋아지지가 않네.”
드물게 약한 소리를 하는군.
언제나처럼 대스승의 앞에서 고집스럽게 입술을 꾹 닫고 있던 것이 거짓말 같다.
모자의 챙을 부채삼아 흔드는 걸 보니, 지금 레이는 정말로 힘겨운 것이리라.
하지만 이 와중에도 그녀는 묘한 시선으로 내 얼굴을 쳐다본다.
정신감응을 통해 전달된 그 감정에는, 어쩐지 조심스런 염려의 마음이 담겨있었다.
“그런데 너, 정말 이걸로 괜찮은 거야?”
“뭐가 말이지?”
“제대로 작별 인사도 없었잖아. 결국 이렇게 무작정···.”
“어차피 로이드 자식은 끝까지 징징거렸을 거다.”
“···하?”
“사내놈들끼리 말이 길어봐야 좋을 것도 없지. 변방의 남자들 사이엔 재회 약속은 필요 없다.”
그도 그럴 것이, 로이드의 진심을 알고 있는 나였기에.
로이드 녀석, 입으로는 가볍게 지껄였지.
오직 자신의 목숨만이 소중하다면서 뻔뻔한 척을 했지만··· 사실은 속으로 뒤늦게나마 우리에게 합류할까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었다.
‘쓸데없이 정만 깊은 자식.’
이래서 놈을 미워하기가 쉽지가 않다.
그런데 레이는 눈썹을 실룩이며 나를 어이없다는 듯.
“아니, 멍청아! 누가 그 허풍선이 이야길 하재?”
아무래도 내가 그녀의 의도를 한참 잘못 짚은 모양이었다.
뭐지?
그렇다면 달리 작별 인사를 건넬 상대가 또 있단 말인가?
아이라에겐 출발 전날 도끼를 마련해 준 것에 충분히 감사했다.
도리스와는 딱히 우호적인 사이도 아니므로 그럴 필요가 없을 것이다.
“너 정말 모르는 거야? 아니면 일부러 모르는 척을 하는 거야?”
그녀는 답답하다는 듯 성을 내며.
“그 빨간 머리 여자 말하는 거잖아!”
갑자기 의외의 인물을 꺼내들었다.
레이가 클라르테에 대해 언급하더니, 내 쪽이 더 놀랐다.
왜냐하면, 그녀는 집결지에서 소개받았을 때도 클라르테를 흔히 있는 사냥꾼 새내기정도로 밖에 여기지 않았었으니까.
“나와 클라르테가 뭘 어쨌단 거지?”
솔직히 말하자면 입에 올리고 싶지 않은 주제였다.
“시치미 때기는.”
하지만 레이는 뭔가 눈치를 챘는지, 미심쩍은 시선을 거두지 않고 날카롭게 파고들어왔다.
“내가 어젯밤에 그 여자랑 잠깐 이야길 나눴거든?”
“그래서?”
“너는 몰라도 빨간 머리 쪽은 너한테 관심이 아주 많던데? 언제 봤다고, 나한테 서글서글하게 굴더니··· 너에 대한 아주 사소한 것까지 하나하나 묻어보더라.”
“뭐라고 했지?” “출신은 어딘지, 어째서 마녀 사냥꾼이 되었는지. 그런데 대뜸 너처럼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냐면서 묻던데.”
“···.”
“황당하지? 이식 받은 지 몇 달도 안 된 애송이인 너를, 그 클라··· 어쩌고 하는 여자가 되게 우상시하고 있었어.”
“착각이 심한 여인이다.”
“당연하지. 그게 아니면 너 같이 덩치 말곤 봐줄 게 없는 놈한테 반할 리 없잖아?”
“레이, 그건 오해다.”
그럴 리 없지.
상대의 감정을 느낄 수 있는 내가 단순한 호감과 애정을 헷갈리는 건 말도 안 된다.
“흥, 아무렴 그러시겠지.”
그런데 이상하게 레이의 말투에는 가시가 돋아있었다.
“책임감을 좀 가지는 게 어때?”
“황당하군. 내가 뭘 어째야 했지?”
“하다못해 살갑게라도 대해줬어야지. 로이드라는 놈이랑은 어느 정도 이야길 하던 걸 봤는데, 너는 작정하고 얼굴 보길 꺼렸잖아? 지켜보고 있자니 아주 가관이더라. 틈을 봐서 말을 걸려 해도 여지없이 너한테 무시당한 그 여자의 표정이 어땠는 줄 알아?”
“네가 상관할 일이 아니다.”
“닥치고 들어. 우린 같은 문하에 있고, 나는 네 사저야. 후배 주제에 건방지게 말대답 하지 마.”
말문이 막히니 선배의 위엄을 강요하는 건가?
완전히 억지로군.
“따지고 보면 그 여자는 네가 인도한 거나 마찬가지야. 그럼 다른 누구도 아닌 네가 이끌어 줘야지.”
“나는 그녀의 합류를 원치 않는다.”
그리고 지금도 그 입장은 변하지 않았다.
대스승의 앞에서도 클라르테가 사냥꾼이 되는 것에 반대했지.
본인의 각오 여부와는 관계없이, 아무리 우리가 인력 부족에 시달린다고 할 지 라도··· 나는 그녀가 고집을 꺾어주기만을 바랐다.
“너는 진짜 해야할 걸 애써 외면하고, 주제넘게 나서면 안 되는 일에만 고개를 내미는구나?”
“뭐라고?”
“입장을 바꿔서 생각해 봐. 네가 우리와 처음 만났던 그 날··· 네 의지를 무시하고 우리가 그대로 갈 길 갔다면 어떤 기분이겠어?”
“그래도 따라갔을 거다.”
“거 봐. 그 여자도 같을 뿐이야.”
“···.”
“우리에게도 나름대로의 철칙은 있어. 모든 것을 잃고 스스로 복수를 결의한 상대만 동지로 받아들이지. 사정을 들어보니 딱하던데, 그에 완벽히 부합하지 않아?”
“아니, 그녀는··· 클라르테는 다르다.”
“어디가? 우린 전부 인생을 걸고 어둠과 맞서기로 마음먹었어. 자신의 의지로 말이야. 그 결정은 남이 대신 해주는 게 아니지. 다시 말해서, 너는 그 여자의 각오에 참견할 권리가 없단 소리야.”
나는 레이의 장황설에 반론하지 못했다.
‘그딴 건 나도 안다. 내가 그녀를 거북해하는 건 단지 내 일방적인 문제에 불과하다는 걸···.’
나와 클라르테의 연결점은 단지 경유지 마을에서 함께 비극을 지켜봤다는 사실뿐이었다.
심지어 내가 원하든 원지 않든 대스승은 클라르테를 눈여겨 본 모양이었다.
소질이 있다고 했던가?
그는 클라르테에게서 나와 같은 재능의 편린을 발견했다고 기뻐했다.
독한 마음을 먹고 마의 존재와 싸울 수 있는 자만이 보일 수 있는 특성이 나타났다며···.
“모르겠네. 넌 왜 그렇게까지 뻣뻣하게 나왔던 거야? 나하고는 평범하게 대화하면서. 대체 그 빨간 머리가 너한테 뭐길래?”
차마 클라르테가 클라리스의 젊은 시절과 판박이라곤 털어놓을 순 없다.
보나마나 비웃음을 당할 뿐일테니까.
내가 입을 닫자, 레이는 크게 토라진 듯 인상을 구겼다.
“···말하기 싫으면 관둬. 그래도 이거 하나만은 알아둬. 본래 인도자 역할을 맡았어야 할 네가 그 모양이니까, 결국 우리는 새 인재를 빼앗겨 버렸다는 걸.”
빼앗겼다?
그게 무슨 뜻이지?
“이번 임무가 끝나면, 빨간머리는 그대로 대스승 알베르트의 문하로 들어갈 예정이래.”
“뭐?”
“도리스가 마음에 들었다고 하네.”
불길한 예감이 들어, 나는 당장 레이의 어깨를 붙잡았다.
“그게 무슨 소리냐?”
“뭐, 뭐야 갑자기?”
“도리스가 어째서 클라르테를?”
“그 계집애 머릿속을 내가 어떻게 알아? 뭐어··· 얼핏 듣기로 그 여자도 의사였다며? 아마 같은 의술을 배운 사람끼리 동질감이라도 느꼈나 보지. 새로운 이식자 후임 추천이라도 할 생각이 아닐까?”
위험하다.
끔찍한 상상이 들었다.
그런 흉포한 여자에게 그녀를 맡기라니···.
“왜? 이제 와서 그 여자를 놓친 게 아쉬워?”
“그런 게 아니다.”
“후회해봐야 늦었어. 전부 네 탓이야.”
내가 동요하자, 레이는 또 뭐가 불만인지 속을 긁는 소리를 늘어놓았다.
“덩치, 네가 정색하고 거부하니까 빨간머리 입장에선 달리 선택지가 없었던 거지. 너도 그 기분을 모르는 건 아니잖아? 한 시라도 빨리 힘을 기르고 싶은 그 초조함 말이야.”
“···.”
“그렇다고 너무 걱정하진 말고. 대스승 알베르트는 우리가 모시는 대스승 크레이드 만큼 인격자는 아닐지언정, 신입 사냥꾼의 육성만큼은 전문가이니까. 그 분의 밑이라면 어설픈 빨간머리 아가씨라도 수 년 안에 쓸 만한 전력이 될 테니까. 오히려 너처럼 미적지근한 놈이 주변에 맴돌면 더 곤란할 걸?”
“그런가···.”
듣고 보니, 차라리 그 편이 나을지도 몰랐다.
클라르테가 내 눈에 띄는 곳에 있다면, 그때마다 신경을 쓰지 않을 자신이 없으니.
“알았으면 이것 좀 놔. 무식하게 흔드니까 위가 또··· 으으.”
속이 나빠졌는지 격한 구역질과 함께 고개를 숙인다.
레이는 마치 내 탓이라도 되기라도 하듯, 원망스럽게 나를 흘겨보더니.
“···아무튼, 이만큼 말했으면 아무리 너라도 충분히 알아들었겠지? 그럼 여기서 궁상 떨면서 반성이나 해. 난 마실 거라도 찾아볼 테니까.”
한바탕 퍼부을 줄 알았더니, 의외로 빠르게 꼬리를 만다.
아무래도 멀미 때문인지 화를 낼 기력도 사라진 듯했다.
“부축이라도 해줄까?” “됐어. 대스승께 그런 꼴을 보일 바엔 차라리 갑판에다 토하고 말지.”
어울리지도 않게 농담을 하는 걸 보니 걱정할 필요는 없겠군.
레이는 비틀거리면서 난간을 붙잡고 내실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그런데···.
“아니?”
순간 화물칸과 이어지는 계단에서 누군가 튀어나왔다.
작달막한 그림자, 상선에 도둑이라도 올라탄 것인가?
레이의 반응은 신속했다.
그녀는 찰나의 순간을 놓치지 않고 다리를 뻗어 상대를 넘어뜨렸다.
“으아아악!”
선실에 숨어든 쥐새끼가 바닥을 구르며 비명을 질렀다.
레이는 팔짱을 낀 채 그 모습을 내려다보더니.
“뭐야, 또 너냐? 꼬맹이···.”
불청객의 정체가 드러났다.
어울리지 않게 커다란 장검을 등에 맨 셔츠 차림의 여자아이.
조금 전, 우리와 용병단의 시비를 주도했던 그 꼬마였다.
이번엔 성별을 숨길 생각이 없는 지, 두건으로 쓰던 천을 뒤로 묶어 정돈한 상태였다.
레이는 멀미 탓인지 골치 때문인지 또 한 번 한숨을 내쉬었다.
“혹시나 해서 물을게. 너, 혹시 머리가 모자라서 자기가 탈 배를 착각한 건 아니겠지?”
“누, 누가 정박아인줄 알아? 너야말로 눈 찢어진 게 무슨 낮도깨비 같은 게! 이제 보니 손가락도 몇 개 없잖아? 에라이, 새치 병신 눈깔 년아!”
소녀가 발끈하며 꽤나 심한 욕지거리를 내뱉었지만, 레이는 당장 멀미 탓에 철없는 여자애를 상대할 만한 여유가 없었다.
“···잘도 그 입에서 더러운 소릴 아무렇지도 않게 꺼내네. 그래서? 왜 네가 여기 있지? 용병들에게 지급된 배는 여기가 아닐 텐데?”
“칫···.”
“무슨 속셈이야? 설마하니 아까 나한테 당한 치욕을 갚아주겠다는 건 아니겠지?”
“그렇다면 어쩔래?”
“이번엔 대들지 못하게 제대로 혼내주지. 배가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진 도저히 걸어 다니지 못할 만큼.”
살기가 보태진 레이의 위협은 통했다.
갈색 머리 소녀는 시선을 피하며 퉁명스럽게 답했다.
“···잘나신 댁들은 뭘 먹나 궁금해서 한 번 타봤다, 왜?”
“아?”
“고용주란 양반들 생각은 뻔하지. 보나마나 우리한텐 지저분한 말린 고기나 넘겼을 테고, 자기네는 배를 타는 내내 진수성찬으로 배를 채울 테니까.”
“고작 그런 이유로··· 아, 머리야.”
“고작이라니? 어디 두고 봐. 너희만 맛있는 걸 독점했다면, 목적지에 내리자마자 니코 형한테 말해서 그 대가를 치루 도록 할 테니까! 우리 처우를 대충하는 놈들은 그 누구라도 용서 못해!”
소녀의 으름장에 레이는 쓴웃음부터 지었다.
“정예 용병단에 끼어있는 여자애라고, 제 딴엔 아주 총명한 줄 아는 모양이시네.”
아주 꼴좋다는 표정이었다.
그녀는 애써 목소리를 정돈하더니.
“미안하지만, 이번엔 네가 큰 실수를 한 것 같은데?”
“뭐, 실수?”
“완전 반대야. 오히려 멀쩡한 음식 재료는 너희가 탈 배에 전부 모셔져있지. 인원수가 많으니까 신경써서 팍팍 채워줬지. 반면에 이쪽에는 기껏해야 소금 절인 육포와 딱딱한 빵, 그리고 약간의 나무열매뿐이야. 우린 일종의 수도사거든. 그래서 보통 사람들보다 적게 먹어도 충분하지.”
“거, 거짓말! 내가 어리다고 만만하게 보는 거라면···.”
“유감이네.”
소녀에겐 비극이나 엄연한 사실이다.
레이의 말마따나 이 배에는 식료품이 거의 없었다.
이유는 간단하다.
필요가 없기 때문이었다.
나도 이식을 하고 난 다음에서야 깨달은 것이지만···.
이 몸은 평범한 식사를 한 끼 챙겨먹은 것만으로도 나흘은 족히 버틸 수 있다.
일부가 마의 육체가 되어서 그런지, 대기에 머무는 마기를 조금 들이마시는 것만으로도 무리 없이 지내는 게 가능할 정도다.
“멋대로 생각하셔, 꼬마 아가씨야. 정 못 믿겠으면 직접 안쪽을 뒤져보던가?”
“내가 못할 줄 알고?”
“얼마든지.”
레이가 사양하지 말라며 손짓을 건넸다.
당장 소녀는 화물칸으로 달려갔다.
그리곤 분주히 뭔가를 뒤집어엎었지만, 이내 들려온 것은 소녀의 울음 섞인 비탄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