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91화 〉#19 짐승은 곧 숨통을 조여댄다. (4) (91/128)



〈 91화 〉#19 짐승은 곧 숨통을 조여댄다. (4)

식당에 들어서자 변함없는 분위기에 안도하는 마음이 들었다.
내가 아무리 생각이 뒤틀어졌어도 평화로움을 바라는 것은 변함이 없었다.
식당에는 상당수의 사람이 앉아있었지만,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 사람은 페퍼였다.
나는 아무런 망설임 없이 페퍼와 그녀들이 웃고있는 공간으로 가까이 갔다.
그리고는 페퍼를 제외한 두 사람을 유심히 관찰하며, 이야기에 참여하려고 했다.
그녀들의 행동은 그들이 어떤 삶을 살아오게 되었는지  수 있게 해준다고 생각한다.
정확히는 알  없지만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는 유추해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 사람의 생각하는 사고방식을 이해하고 그만의 방식을 알아가게 된다면 그가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수 있다고 확신하고 있는 것이다.
사람마다 다양한 환경에서 다양한 생각을 주입받아 자신만의 생각 방식으로 구축하게 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이상이 생겨버린다면 올바른 사람으로 성장하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이전의 그녀들은 서로가 같은 구역에서 왔다고 소개를 했었다.
거기에 물론 토니도 포함된다는 것을 기억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이 어떠한 연관성을 가지고 있으며, 어떠한 유대감을 가지게 되어도 이상하지 않는 것이었다.

늘 생각하는 것이지만, 집단에 속한 사람들은 어딘가 비슷하게 모양새가 잡혀간다는 것을 나는 이해하고 있다.
그들 또한 겉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어딘가 비슷한 구석이 있음이 분명했다.
어쩌면 과한 생각일지도 모르겠다만, 그들이 살았던 구역은 애초에 왕궁에서 어떠한 목적을 가지고 설립된 구역이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구역 자체가 이용당하는  아닐까?
경비대들은 국가에 대한 충성심이 깊은 듯 했다.
그러지 않았다면, 과거에 있었던 어떤 일들이 성공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들의 충성심의 원천은 어렸을 때 부터 받아온 조기 교육에 있지 않을까 라고도 생각을 해보았다.
물론, 아까도 느꼈듯이 이런 생각은 과한 생각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타당하게도, 사람은 무언가 목적을 위해 집단을 모으기도 한다.
지금의 나와 같이, 아니면 왕궁이 추진하는 인재양성 사업같이 말이다.
아무튼 각 구역들은 교류가 원활하며, 뒷세계에 존재한 실체들이 서로 얽히고 섥힌  했다.
생각해보니 또 다른 집단이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도 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지금 중요한 것이 아니니 뒤로 밀어두기로 했다.

그러니까 생각을 정리해 보자면,  사람 전부 마녀 또는 왕궁과 연관이 있는 사람들이던가, 아니면 그 중 일부만 연관이 있는 사람이 될 것이다.
만약, 전원이 그렇다고 한다면, 그들이 살았던 구역을 조사해 더 많은 정보를 얻을  있을 것이다.
반대로 일부만 그렇다고 한다면 그들의 말을 조합해 모순점을 찾기 쉬워질 것이다.
어떤 면으로든지 나는 대책을 세울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도저도 아니게 되어버린다면, 내가 헛짚었고, 실수를 했으며, 괜한 사람을 붙잡고 의심을 하게 된 것이나 다름이 없다.
하지만 그럴 경우에는 내가 사과와 같은 관계 회복을 위해 행동할 필요도 없다.
나는 그들을 의심했다는 티를 내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내가 그처럼 강한 확신을 가지는 이유는 내게는 특별한 힘과 비슷한 무언가가 있기 때문이다.
내 마음속에 자리 잡은 그 무언가는 나의 집중력을 올려주며, 나의 상상력을 자극해 준다.
어쩌면 목표를 위한 강한 의지 덕분에 그럴지도 모르겠다.
결정적인 이유는 내가 왜 힘이 있었던 특별한 자들을 저지할 수 있었는가? 에 대한 질문에 나와있다.
그것의 답은 그들의 힘을 상쇄하는 나의 무언가가 있었기 때문이지 않을까 하고 생각해 본다.
나의 마음속에 존재하는 그 무언가를 나는 정확히 알고 싶지만, 지금의 상황을 보니, 아직 때는 아닌 듯 했다.
준비가 되어있지 않은 나에게 주어지는 힘은, 나를 분명히 파멸로 이끌 것이다.
나는 오만하며, 어리석기 때문이다.
그런 힘은 이런 나에게 오히려 독이 될 것이다.
섣부른 나의 욕망은 그렇게 이성적인 판단을 흐리게만 할 뿐이라는 것을 나는 잘 이해했다.

현재의 나로서는 일단, 가장 수상한 줄리를 제외한 나머지 다른  사람과 더 친해져서 그들의 습관과 생각을 알아내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
나는 여기까지 생각하고는 마리에게 말을 걸려는 순간, 불현듯  다른 생각이 들었다.
현재는 페퍼가 내 계획에 대해서 일체 모르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 내가 무언가 행동을 했을 때 그녀가 오해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여전히, 그리고 앞으로도 나의 마음속에 자리 잡은 사람은 페퍼 뿐임을 상기시켜 주는 것이 좋아보였다.
오해.
그것은 서로를 의심하게 되어, 분열이 되기까지의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뒤늦게 진실을 알게 되어도, 마음속에는  잔재가 남아 있다는 것을 나는 너무나도  알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그녀가 오해를 해서 나와의 사이가 무너지는 것은 원치 않았다.

‘음…?’

잠깐,  나는 그런 것을 걱정하고 있는 것인가.
나의 눈 앞에서는 그녀들이 서로 웃으며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내가 어떤 반응을 하든지, 그들은 그들만의 울타리에 모여 즐겁게 시간을 보내고 있을 뿐이다.
내가 그들에게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바뀌는 것은 없을 것이다.
그저 그렇게 시간은 흘러가고만 있을 것이다.
나라는 사람은 한없이 작고, 세상의 굴레를 무너뜨리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것을 잘 안다.
그럼에도 나는 왜 그녀를 상처 입히게 하고 싶지 않아 하는가?
아니, 애초에 왜 그것이 그녀에게 상처가 되는가?
그녀가 질투하는 모습이 나의 눈에 들어와서 인가?
그러고 보니, 페퍼는  질투라는 것을 하는가?
나는 그녀와의 '친한 사이' 라는 관계가 깨질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나는 마음이 단단해서 인가, 아니면 무감각하기 때문에 그런가.
그 점에 대해서는 아직 확신을 할 수는 없지만, 그녀는 강한 정신을 가지고 있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 만큼은 단언할 수 있었다.

나는 잠시 머뭇거렸다.
아니, 나는 절대로 빈틈을 그들에게 보이지 않을 것이다.
사소한 것이든 무시를 하고 내버려 둔다면, 눈덩이 처럼 불어나 나를 짓뭉개 버릴 것이 틀림없다.
나는 실패가 하고 싶지 않았다.
아니, 나는 실패가 두렵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겁에 질려서, 나를 온갖 수단으로 지키려고 하는 것이다.

‘…나는 무엇을 원하는 것인가….’

아직도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잘 알지 못하겠다.
자아성찰.
아직 나라는 사람을 다 알지 못하였다.
 깊게 파고 들어야 한다.
나 자신의 추악한 부분을 말이다.
나는 계획을 세우는 것을 잠시 중단하고, 실없는 농담을 하며, 그들의 대화에 참여했다.

* * *

“오늘의 수업은 여기까지 입니다!”

길고 긴 지루한 시간이 끝나갈 무렵, 조이드는 삐딱해진 안경을 고쳐잡으며 외쳤다.
그의 말이 들리자, 강의실 내부는 지친 한숨소리로 가득찼다.
물론, 나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 지루한 시간을 보내면서 앞으로의 계획을 수정하고 다듬는 장점이 있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이 시간들을 가치있게 여기지는 않는다.
그래서 왠지모를 답답함을 느끼며, 집단에 속한 것의 단점을 되세기는 시간이 흐를 뿐이었다.
혼자가 제일 최고다.
계획을 하고,  계획을 이행하는데 있어서는 혼자가 제일 편하다.
집단은 여러모로 불편할 뿐이다.

“페스틴, 이따가 뭐할거야?”
“…응?”

옆에서 조용히 속삭이는 그녀의 목소리에 나는 지쳐 잠들어 있던 귀를 깨웠다.

“음… 나는 네가 주문한거 있잖아? 그거 만들 자재를 좀 사두는 게 좋을  같아서 사러 가려고.”
“자재?”
“응.”

나의 무미건조한 대답에 그녀는 과한 표정을 지으며 내 옆구리를 콕콕 찔렀다.

“오호~ 뒤로 미룰 줄 알았는데~ 의외로 착실하네?”
“네건 최우선이니까.”

장난스러움이 가득한 그녀의 말에 나는 사뭇 진지하게 받아 쳤다.

“뭐, 뭐… 그래…. 고마워.”

생각보다 별감흥이 없이 대답하는 나의 태도에 당황한 것인지, 그녀는 잠시 허둥대었다.

“…같이 갈래?”
“어, 어…?”

나의 권유에 그녀는 잠시 동안 눈을 굴리며 고민을 했다.
주위에서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자신들의 짐을 챙기는 소리가 들려와 한순간에 강의실은 소란스러워 졌다.

“따로  일 있으면, 나 혼자 다녀오고.”
“으음~”

몇마디의 말을 더 붙이자, 페퍼는 더욱더 미간을 찡그리며, 잔뜩 고민을 하는 표정을 지었다.

‘아니,  와달라는 건 아닌데… 하고 싶은 거 먼저 하면 될 것을….’

나는 속으로만 생각해서는 나의 마음이 전달되지 않음을 이해했다.

“페퍼~ 우린 먼저 갈게~”

마리는 잠이 덜깬 채로 눈을 비비며 손을 흔들었다.

“마리! 짐챙겨야지!”

옆에서 줄리는 지신이 마리의 엄마라도 되는 것처럼 마리를 챙겨주고 있었다.
훈훈하다.
아무런 의심을 하지 않고 단순히 사이가 좋은 친구로 본다면 그런 느낌이다.
하지만, 평소의 그녀들을 관찰했을 때, 그 둘은 서로의 부족한 면을 채워주는 역할을 했다.
마치, 긴 시간 동안 함께 해온 가족과도 같은, 자매 사이와도 같은 그녀들의 모습에, 그들이 어떤 유대감을 가지고 있지 않을까 하는 의문점을 남기기에 충분했다.
양쪽의 그녀들의 부모가 친했다거나, 아니면 먼 친척이라거나 하는 이유들이 있기는 하겠지만, 현재로써는 더 지켜보아야  문제이다.

“응~”

그녀들의 손인사에 페퍼도 웃으며 화답했다.
그러고는 아까의  진지한 표정으로 돌아오며 중얼거렸다.

“하아… 어쩌지~?”
“어쩌긴, 해야 할일이 있으면 하고, 시간 괜찮으면 같이 나가고.”

차분하게 말하는 나에 반해 그녀는 자신의 생각을 좀처럼 정리하기 힘든 것처럼 보였다.

“정 그러면  혼자 다녀올게.”
“아니야아아아!”

살짝 아쉽다는 기분이 들면서 내뱉는 나의 말에 페퍼는 크게 외치며 부정했다.
 외침이 얼마나 컸는지, 강의실을 나가려는 모든 사람의 발길을 멈출 정도였다.
나는 아무일도 아니었다고 모두에게 웃으며 해명해야 했고, 그들의 굳어진 발걸음을 겨우 움직일 수가 있었다.

“…뭐야 페퍼, 왜그러는거야?”
“음~? 아, 아니야. 그래서 바로 출발할 거야?”
“그럴 생각이긴 한데… 원하면 기다려 줄 수 있어.”

망설이는 페퍼를 배려하는 것이 아닐까 하며, 나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 그럼… 조금만 기다려 줄래?”
“그래 뭐, 나야 상관없지.”
“그래! 그럼… 공터에서 보자구?”

‘공터라 함은… 남녀 숙소 사이에 있는  넓은 공터를 말하는 것이겠지….’

“그래.”

멀어지는 페퍼에게 손을 흔들었다.
들뜬 것 같이 보이는 그녀의 발걸음은 무척이나 가벼워 보였다.

‘왜… 저러는 걸까?’

무언가 나에게 전달하려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것은 아주 미세하게 났던 것이라 나는 확실하게 행동을 못할 것 같았다.
차차 기다려 보면 알 문제라고 생각하며 나는 필요한 돈을 챙기고 예의 그 공터로 가기위해 발걸음을 돌렸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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