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9화 〉#17 협력을 요청한다. (3)
일단은 생각을 정리 해야겠다는 필요성을 느꼈다.
내가 일이 잘풀리는 건가 그렇지 않은 건가 하며, 의문이 들 정도로 상황은 급변하고 있다.
왕궁.
나에게 도움을 주겠다고 말한 그 사람은 왕궁이 의심스럽지 않은지 나에게 물었었다.
그렇게 말했다는 것은, 그가 왕궁을 의심하고 있다고 하는게 맞을 것이다.
…코끝에 고소한 빵 냄새가 풍겼다.
‘음….’
나는 손을 뻗어 빵을 집어 들었다.
딱딱하고 밍밍한 빵은 스프에 찍어먹기에 제격이다.
이 빵은 언제 어디서든 얻을 수 있다.
이 빵의 재료는 무엇 일까?
분명, 식용 광석일 것이다.
이것을 채취하는 것은 7개의 구역 중에서 한쪽이 담당하고 있을 것이다.
…아무튼 현재의 상황을 보자면, 마녀는 모종의 이유로 [그분]이라는 존재를 따르며 움직인다.
그들을 억제하고 있으며, 그들을 막으려 하고 있는 사람들은 아마 세 사람 즉, 팜 아저씨, 루이스, 히로가 될 것이다
그리고 마녀의 존재를 인식하며, 영향을 받지 않고 있는 사람들도 있다.
루틴, 드릴린 씨를 포함한 몇몇 사람들은 보통 사람들과 달리 의심을 하고 경계를 하고 있다.
사실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 현실에 의문을 가지리란 쉽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들 역시 깨어 있다.
언젠가는 그들과 함께할 시간이 오지 않을까 하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마녀들과 연관이 있어보이는 왕궁을 신뢰하지 않고 있어보이는 사람들도있다.
나는 그들과 같은 사람들을 더 찾아야 한다.
나 혼자로서는 불가능해 보이는 거대한 성벽을 부수기 위해서는 타인의 힘을 빌려야 한다.
인간은 굉장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고 하지만, 개개인의 가능성은 그다지 크다고는 못한다고 생각한다.
그 아무리 대단한 사람이라고 해도, 이 세상 전체는 움직일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만약, 그런 힘이 있다고 한다면 그것은 사기라고 생각한다.
특별한 힘을 가지고 있는 마녀들 중에서도 그정도의 위력을 가진 힘은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특별한 힘이라고 해도 결국에는 소규모이다.
그렇기는 하지만, 그런 상대적으로 빈약해 보이는 힘이라 할지라도, 현재의 나는 그들을 상대하기에 역부족이다.
더, 더 굉장한 무언가가 있어야 한다.
수적으로 불리할 수록 우리는 더욱더 그들보다 뛰어난 기술을 가져야 한다.
단순한 기계로써는 그들을 이기지도 못할 것이다.
상식을 뛰어넘는 그 무언가를 만들어야 한다.
그들은 예상치 못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
그렇기에 나도 그들이 예상하지 못하는 기술을 가져야 한다.
냉각수로는 부족하다.
저번의 분열의 마녀를 상대할 때는 겨우 저지했을 뿐이다.
…그리고 기절해 버렸다.
나는 이전 경험을 기억하고 있기 때문에, 그나마 대처할 수 있는 방안을 세울 수 있었다.
그런데 어디에서 부터 시작을 해야할지 감이 잡히질 않았다.
우선은 눈 앞에 놓여진 식어가는 식사를 해결해야겠지.
나는 침을 꿀꺽 삼키고는 들고 있던 빵을 스프에 찍었다.
* * *
나는 방으로 돌아와 가득 차진 배를 쓰다듬었다.
따뜻한 스프를 먹은 탓인지 속이 따뜻했다.
기분 나쁘지 않고, 오히려 편안한 기분에 나는 침대에 걸터 앉았다.
문득, 나는 책상 한쪽에 놓여져 있는 그가 준 코어를 바라보았다.
다른 코어들과는 다른 빛을 내뿜고 있는 그것은 보통과는 다른 특별함이 느껴졌다.
저것의 효율은 얼마나 좋을지 상상을 했다.
힘이 세고 확실할 것같은 그것의 고급져 보이는 외관에 나는 그만 넋을 놓고 말았다.
‘음….’
나는 그 사람에게 받은 코어를 소중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겨울 옷을 꺼내 빛이 새어나가지 않도록 칭칭 감았다.
“이만 하면 되겠지?”
나는 옷에 감싸져 정체를 알 수 없이 되어버린 코어를 만족스럽게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조심히 들어올려 옷장 구석에 밀어넣었다.
쉽게 발견하지 못하도록 다른 옷가지들을 덮어 아무것도 없었던 것처럼 말끔히 정리했다.
나는 만족감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침대에 누워 잠을 청했다.
왠지 모를 두근거림이 내 속에서 들려왔지만, 내일을 위해서라면 미리 잠을 자두는 것도 좋을 것 같았다.
체력은 많을 수록 좋으니까 말이다.
…그렇게 나의 눈은 감겼다.
“…잠깐 운동 좀 하고 잘까?”
* * *
오늘 하루도 정신없이 흘러갔다.
지루한 수업이 끝나고 우리는 개인의 역량을 기를 수 있는 시간을 가진 뒤에 저녁 식사를 앞두고 무료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파하하핫! 그랬단 말이야?”
“정말이라고~”
옆에서 억울하다는 듯이 마리가 말했다.
나는 그녀들이 웃고 떠드는 사이에 멍하니 하늘을 올려다 보고 있었다.
내 턱에 괴어진 나의 손에 점점 땀이 차기 시작했다. 그래서 긴 시간 동안 같은 자세였던 나의 몸을 조금씩 움직였다.
그러자 팔 다리 이쪽 저쪽이 욱씬거리기 시작했다.
‘하하… 포드녀석….’
이 멍들과 상처들의 원인에 대해서 조금 이야기 해보자면, 아까 개인의 기량을 늘리는 시간을 가졌을 때, 나는 체력 단련을 겸한 대련을 조금 했다.
그 때 포드 이 녀석이 내가 검술에 약한 것을 알고, 사정없이 목검을 휘둘렀다.
딱히 대련할 상대가 없어서 그와 대련을 했더니, 저번의 일을 마음에 두고 있었는지, 적잖은 힘을 실어서 때렸다.
원래는 적당한 선을 알고있는 그라서 대련할 때 편했는데, 이제는 그와는 그만해야 할 것 같았다.
나는 욱씬거리는 멍든 부분을 조심스럽게 매만지고는 한숨을 푹 쉬었다.
내가 한숨을 크게 내쉬자, 페퍼가 걱정이 되었는지 나에게 물었다.
“왜 그래?”
“아… 별거 아니야.”
나는 눈을 돌리며 대답했다.
“…그래, 알겠어.”
내가 아무말도 하지 않고 있자, 그녀는 별일이 아닌 듯 한 것인지 고개를 돌려버렸다.
“뭐야? 왜 그래?”
옆에 있던 줄리도 무엇인가 석연찮음을 느꼈는지 나를 보며 물었다.
“…음? 진짜 별거 아니야.”
그냥 요새 지쳤을 뿐이라 쉬었던 한숨이다.
진짜로 별거 아닌 이유다.
솔직히 나는 페퍼가 질문 하기를 그만둔 것이 나에게는 더할나위 없이 좋았던 것이다.
그녀에게 불필요한 짐은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나는 버틸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불필요한 걱정을 하게 하고 싶지 않을 뿐이다.
“그래~?”
마리도 턱을 괴고는 나에게 물었다.
“…그렇긴 그런데. …왜, 왜들 그래?”
이상하게 집요한 두 사람의 모습에 나는 당황하기 시작했다.
‘왜 이러지 다들?’
나는 머리를 긁적이며 세 사람의 얼굴을 번갈아가며 살폈다.
하지만 그녀들의 얼굴에서는 별다른 특별한 점은 발견하지 못했다.
갑자기 왜들 그러는 것인지 나는 알아내지 못한채로 어색한 공기의 흐름이 계속 되었다.
“음… 나는 먼저 일어날게.”
실은 시간이 되어서 그녀들의 질문이 있기 전에 공방으로 향하려고 했지만, 어째 타이밍이 좋지 않았다.
이 상황을 해결하기도 애매하고, 그렇다고 떠나긴 또 그렇고 해서 이리저리 고민을 하다가 결국 그렇게 결정을 했다.
나의 말에 그녀들은 나를 올려다 보았다.
그녀들은 각자 나에게 무언가 할 말이 있어보였지만, 그 누구도 입을 열지는 않았다.
“그래?”
페퍼가 어디로 가는 것인지 궁금해 하고 있는 듯 했다.
그래서 나는 귀뜸이라도 해 두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공방에 좀 가보려고.”
“공방에 무슨일로?”
나의 말에 줄리가 캐물었다.
“음? 손봐야 할 것도 있기도 하고….”
“그래?”
그녀는 나의 대답으로는 만족하지 않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음… 무슨 할말이라도 있어?”
나는 멋쩍은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네가 뭔가 숨기고 있는게 있는 것 같아서 말이야.”
‘뜨끔.’
언젠가는 다 설명하고 싶은 마음은 있지만, 지금은 아니다.
내가 생각하고 있는 것들은 먼 미래의 것들이기도 하겠지만, 발설하게 된다면 판도가 확 바뀌어 버린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구태여 말하고 있지 않은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그녀들을 믿고 있지 않다는 것이 아니다.
그녀들에게 불필요한 짐을 지우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맞아~ 혼자 어디 가버리고~ 우리가 싫어진거야?”
“…뭔 말도 안되는 소리야.”
물론 그렇다고 싫어진 것도 아니기도 하다.
가끔씩 짜증나게 할 때도 있지만, 언제나 나의 주의를 환기시켜주는 그녀들을 싫어하게 되지는 않는다.
“…단지, 시기가 조금 이를 뿐이야.”
나는 이말로 그녀들을 납득시키고 싶었다.
“뭘 그렇게 숨기는거야?”
줄리가 나에게 물었다.
“음….”
나는 뭐라도 귀뜸을 해주는 것이 좋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게 말이야.”
“아, 굳이 지금 알아야 하는 건가?”
“…어?”
놀랍게도 페퍼가 내 말을 가로막으며 말했다.
“꼭 그렇지만은 않지~ 시간은 많으니까~”
마리가 발을 까딱거리며 말했다.
“음… 그래, 그럼.”
줄리는 떨떠름 한 것인지 조금 인상이 구겨졌다.
‘…?’
나는 내가 무척이나 어정쩡하게 서있다는 것을 뒤늦게 알아채고는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그럼, 나는 가볼게.”
어색하게 손을 흔들고는 등을 돌려 그대로 걸어갔다.
한번도 뒤돌아 보지 않았다.
나는 그녀들의 얼굴을 살피게 되는 것이 두려웠다.
그녀들 중에서 변질된 사람이 없기를 바란다.
* * *
“오, 토니.”
“아, 왔어?”
요새 부쩍 말 수가 늘은 것 같은 토니가 나를 반겼다.
“뭐하고 있었어?”
“음… 이거 말이야.”
그가 나에게 내밀은 것은 얼마전에 보았던 차가운 손이었다.
분열의 마녀가 놓고 간 손 인 듯 했다.
“이걸… 왜 가지고 있어?”
“…? 그것보다 이거, 네거야?”
“아니, 내가 기절하기 전까지 나를 죽이려 든 손이야.”
“하하하, 페스틴 그런 농담은 자제하는게 좋아.”
“아하하… 그럴게.”
농담이 전혀 아니었는데 말이다.
나는 힘 없이 축 쳐져있는 손을 내려다 보았다.
생각해 보니 움직이는 속도가 빠르고 기운이 넘쳐 날뛰기도 하는 손이었다.
그래서 토니가 위험하지는 않았는지 묻고 싶어졌다.
“이거… 막 날뛰거나 하지 않았어?”
“응, 왜?”
“음… 토니, 그 손의 주인을 내가 만났는데, 굉장히 나를 죽이고 싶어하더라고.”
“그래서 자른거야?”
“뭐?”
그는 차분하게 무서운 소리를 내뱉었다.
“아니야… 나는 그런 짓 안해. 하고 싶지도 않고.”
“그렇구나. 그럼 어쩌다 이 손을 얻게 된거야?”
“어? 아… 내가 비행장에 올라갔을 때 말이야.”
토니에게 대답을 해 주려다가 문득 페퍼의 눈빛이 떠올랐다.
마치 나에게 경고라도 하듯이 나를 가만히 바라보았는데, 그 때문에 아까도 입을 다물 용기가 생겼다.
어쩌면 토니도 무언가를 숨기고 있지 않을까?
어쩌면 지금, 경계를 늦추면 안되는 시기 일지도 모른다.
“비행장?”
토니는 가만히 나를 바라보았다.
은색으로 빛나는 그의 눈동자는 깊고 깊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