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6화 〉#13 다시, 주의를 돌려서. (2)
“어째, 죽지않고 잘 살아 돌아왔네.”
드릴린 씨는 포장해 두었던 과자 봉지를 나에게 건네주었다.
“네, 어찌저찌 해결 되었네요. 드릴린 씨도 별일 없으셨죠?”
나는 굳건하고 강해보이는 그녀이지만, 나름대로의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살짝 어두워보이는 눈빛에서 그런게 느껴진다.
사람은 모두 같지 않다.
그저 비슷할 뿐이다.
그 때문에 나는 모든 가능성을 상정하며 생각한다.
하지만 나도 사람이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
심지어 나는 그다지 똑똑하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들은 자신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는 모르겠다만, 이것만은 확실하다.
나는 내 자신을 신뢰하지 않는다.
“내가 그럴 사람으로 보이나?”
그녀는 자신의 손에 들린 국자를 마치 강력한 무기라도 되는 듯 과시했다.
“아하핫, 혹시 모르니까요.”
두리뭉실한 나의 말에 기가 찼는지 그녀는 혀를 차며 주방으로 향했다.
“이제, 내 가게에서 썩 나가라!”
그녀는 자신의 얼굴을 숨긴채로 쓴소리를 내뱉었다.
“아, 네! 감사했어요!”
페퍼는 분명 볼리가 없는 그녀를 향해 고개를 꾸벅 숙이며 인사했다.
“아, 그럼… 건강하세요.”
우리의 인사에도 조용한 그녀를 뒤로하고 우리는 이제 왕궁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 * *
이런 세상이라도 올바른 사람은 남아있기 마련이다.
그들은 그들만의 가치관을 형성하며, 그들의 가슴속에는 신념이 있다.
자신만 알며 이기적인 생각이 머릿속에 가득한 사람들과는 전혀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이다.
나는 그들을 관찰 하면서 느낀 것이 있다.
희생을 하면서 까지 남을 생각하는 사람이야 말로 올바른 사람이며, 희망으로 이끌어 갈 수 있는 사람들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그들에게는 그들만의 상황이 놓여져있다.
건강상의 문제가 있거나, 나이나, 능력이나, 어쩌면 상당히 좋은 성격이나 품행이 그들에게 걸림돌이 될지도 모르겠다.
심지어 신의 축복이라고 까지 하며 기쁨을 표현했던, 자신의 아이까지도 그럴지도 모른다.
누구나 중심을 잡는 것을 힘들어 한다.
그것은 어려운 일이고, 많은 경험이 필요로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길가는 사람에게 가끔 묻고 싶었다.
다른 사람의 생각, 그리고 나와는 전혀 다른 관점을 알고 싶기 때문에 그렇다.
아무튼 간에 다른 사람들에게 질문을 할 기회가 생긴다면, 나는 이렇게 대뜸 물을 것이다.
“가족이 중요합니까? 아니면 목표가 중요합니까? 아니면 자신이 중요합니까?”
이 질문을 듣고 사람들은 이 질문에 대해 의문을 가질게 분명했다.
정해진 답.
그 점을 생각하며 사람들은 이 답에 진지하게 답하게 될 것이다.
나의 말투, 억양, 표정을 보고 심상치 않음을 느낀 그들은 자신의 머릿속의 도서관에서 그것에 대한 정의 곧 답을 내릴 것이다.
그들의 대답이 어떠하든,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할 것이다.
사람들은 누구나 관심을 가지게 되고 관심을 가진 것을 탐구해서 더 알고 싶어하는 성향이 있다.
그것은 인간의 내면에 있는 호기심이 있기 때문에 그럴 것이라고 감히 판단한다.
그렇지 않다면 사람은 그저 가만히 서있거나 누워있거나 앉아있기만 하지, 아무것도 하지 않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마디로 우리는 주위에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으며, 무엇에게 관심을 가져야 하는지도 생각해 보아야 하는 것이다.
어떤 것이든 적당한 것이 좋다.
너무 빡빡하거나, 너무 또 느슨한 것도 좋지 않다.
한쪽으로 치우친 것은 오히려 좋지 않은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만약 자신이 관심이 있는 한가지 때문에, 다른 중요한 것에 관심을 가지지 못해 소홀해 지거나, 심지어는 완전히 잃어버리게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나는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을 잃고 싶지않다.
그러면서도 나는 나의 성장을 최대한으로 증가시키고 싶다.
그리고 나는 사람들을 위한 누군가가 되고 싶다.
나는 내가 생각하는 것들을 이루기 위해서는 해야 하는 것이 많다.
준비 또한 해야 할 것도 많고, 또 그러면서 나 자신의 한계를 느끼게 되었다.
그래서 나는 여러번 넘어지더라도 다시 허리를 피고 일어서며 중심을 잡기 위해 노력한다.
남들과는 확연히 다른 목표를 향해, 그들에게는 무가치하고 의미가 없는 일을 위해서.
잠깐의 실수로 모든 것을 잃어버린다.
넘어지면 크게 다친다.
중심을 잡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다.
…라는 여러가지 생각이 나를 괴롭힌다.
내가 쓸모 없으며, 가능하지 않다고 나에게 비수를 꽂는 것 같았다.
솔직히 나 자신도 자신을 믿지 않는데, 어떻게 남들을 믿을 수 있겠는가?
나는 여전히 내 자신이 의심스럽고, 세상에 맞서기에는 부족하다 느낀다.
내가 한 어떤 잘못된 선택으로 인해 인생이 뒤바뀌어 지금까지 걸어온 길들이 송두리째 뽑혀 부서져 버리지는 않을까 하고 걱정하게 된다.
나는 모든 것을 다 하고 싶다.
모든 것을 다 갖고 싶다.
나는 욕심쟁이다.
“…뭘 그렇게 멍때리면서 걸어?”
페퍼는 걱정을 하는 것인지 마는 것인지 모를 애매한 표정으로 말했다.
“…어?”
나는 나의 생각에 빠져 허우적 거리며 발버둥 치는 것을 즐기지만, 다른 사람들의 말을 무시 하면서까지 하고 싶은 것은 아니다.
“그러다 어디 부딪히겠다.”
“아, 그러게. 잠시 좀 생각할게 있어서.”
나는 다시 정신을 차리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어느새 인가 제 5 구역으로 들어와 있었다.
익숙한 경비대 본부를 지나, 제시 아주머니가 운영하는 여관으로 향했다.
“그동안 심심 했다고~ 불러도 대답없고.”
페퍼는 뾰로통한 표정으로 불만을 표했다.
“아핫… 미안 조금 복잡해져서 말이지….”
나는 요즘 좀처럼 생각할 시간이 별로 없어서 시도때도 없이 습관 처럼 생각의 틈새로 빨려들어갔다.
그래서 주위에 신경을 쓰지 못한채로 멍하니 있어버리게 되는 것이다.
걷는다.
그것이 내가 생각하기에 가장 좋은 방법이었다.
팜 아저씨 공장에 출퇴근 할 때마다 걸어온 길들을 자세히 본다면 내 생각의 조각들이 길가에 떨어져 있을 것이다.
그정도로 오가며 많은 시간을 생각하는 것에 사용했다는 말이다.
“아까도 그 말 했거든.”
그녀는 내 어깨에 주먹을 휘두르고는 눈 앞에 보이는 여관에 나보다 한 발 앞서 걸어 들어가 버렸다.
‘것참 손은 매워가지고….’
나는 빨갛게 부어올라 얼얼해져있을 팔뚝을 만지작 대며 페퍼를 따라 들어갔다.
* * *
나는 내 손에 들린 쿠키가 페퍼를 진정시켜 줄 것이라 생각하고 완전히 마음을 놓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안일한 생각이었다.
페퍼는 여관에서 세티를 만나자 마자 날뛰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가게를 뒤흔들 정도로 돌아다닌 다거나, 가게 안의 비품들을 산산조각 냈다는 것은 아니다.
그동안 단 둘이 있을 때는 얌전 하더니만, 동료를 만나고 나서 나를 볶아대는 것이 심해졌다.
‘동지를 만나서 그런가….’
나는 하마터면 저번처럼 또 내 지갑에서 거액의 돈이 사라져 버릴 수도 있기 때문에 주방으로 피신했다.
제시 아주머니는 필사적인 내 얼굴을 본 것인지, 아니면 상황이 좋게 일거리가 생겨서 나에게 맡긴 것인지는 모르겠다.
다만, 그녀는 내가 일을 도운 다는 말을 겉치레로 알아 들으신 것 같다.
내가 그녀들에게서 부터 주의를 돌리기에는 역부족인 일이 주어졌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아주 아주 아주 간단하고도 간단한 일로써, 단순히 그냥 양파를 다듬을 뿐인 일이다.
내가 뭘하고 있든, 세티와 페퍼는 달려와 나에게 쫑알대기 시작했다.
“정말~ 너무하지 않니?”
“그렇게나 긴 거리를 걸으면서 방치하다니, 오빠는 역시 센스가 없구나?”
‘애초에 나에게 센스란 것은 없었다.’
나의 심기를 건드리려는 그녀들의 의도에 따르지 않고자, 반응하지 않고 묵묵히 양파를 깠다.
“이건~ 맛있는 음식 아니면 풀어질 기분이 아닌데~”
세티는 잔뜩 장난스러운 얼굴을 하며 내 옆구리를 팔꿈치로 툭툭 쳐댔다.
…내가 다듬으며 손질하고 있는 이 양파에 대해 설명해 보겠다.
딱히, 그들의 사악해진 눈빛으로 부터 도망치려는 건 아니다.
아무튼, 과거에 많은 채소와 과일들이 멸종되어 가고 있을 때 즈음, 어떤 학자가 채소를 보존할 방법을 찾아냈다.
그 결과 양파를 비롯한 여러 채소들을 보존하는데 성공하였으며, 지금까지도 잘 사용되고 있다.
그닥, 싱싱한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아! 언니! 앞의 레스토랑에 신 메뉴가 생겼대!”
“진짜?”
‘그러냐….’
그 중에 양파는 영양가가 풍부하며, 다양한 음식을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인기가 많았다.
과거의 기록에 따르면, 작물은 영양가가 풍부한 비옥한 땅에서 재배를 해야 하며, 천적에게서 보호하기 위해 약까지 사용했다는 것 같았다.
하지만 지금의 대부분의 양파들은 땅에 기름 투성이 이더라도, 공기가 좋지 않아도, 여러 천적들이 있어도 잘 자랐다.
더러운 땅에서 자랐으니까 몸에 안좋지 않느냐고?
그야 나도 모른다.
탈이 나지는 않았으니까?
“진짜? 뭔데~?”
페퍼는 급하게 관심을 돌리며 눈을 반짝였다.
‘정말 먹을 것을 좋아하시는구만?’
걱정과는 달리 몸에 해롭거나 그렇지는 않다고 한다.
나는 직접 뿌리고 기르고 재배하고 관리하는 것을 해보지 않아서 뭐가 어떻게 되는 것인지는 잘 모른다.
책에서는 그런 간단한 설명들 뿐이지, 자세한 것은 나와있지 않았다.
나는 히로의 책방이든, 페퍼가 근무하고 있었던 책방이든 이것저것 찾아보았지만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한채로 터덜터덜 밖으로 나온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다.
어디에서든지 재배가 가능한 것이라면 나도 기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언제 한 번 팜 아저씨 앞에서 그 소리를 했다가, 그것은 엄청 힘든 일이니까 자신이 가르치는 것이나 잘 하라는 말을 들었다.
나는 더 내 의견을 말했다가는 긴 시간 동안 설교를 들을 것만 같아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따랐다.
말을 잘 듣는다고 해서 손해 될 것은 딱히 없지 않은가?
“그래서~ 누군가 사준다면 정말 좋을 텐데 말이야~“
페퍼는 고개를 좌우로 왔다 갔다 거리며 내 시야에 어른거렸다.
나는 여전히 내 손에 들려있는 양파와 칼에 집중하고 있었지만, 페퍼의 시선이 자꾸만 신경이 쓰였다.
아, 맵지 않냐고?
괜찮다.
나는 단련이 되어있으니까 말이다.
팜 아저씨 공장에서 궂은 일도 도맡아 했기 때문에 메케한 연기를 자주 들이마시게 되었다.
처음에는 호흡이 곤란할 정도로 숨이 막혔지만, 지금은 마스크를 쓰지 않고서도 들락날락했다.
폐를 단련…은 불가능하고, 몸의 망가짐에 익숙해진 것 뿐이다.
“전혀 미동이 없는데?”
그냥 나는 엇비슷하고 납득을 하면 괜찮아졌다.
적응력이 좋은 것인지, 끈기가 있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일단 잘만 버티니까 나는 마음이 편해질 뿐이다.
“크흠, 그럴 줄 알고 준비를 조금 했지.”
세티는 보이는 것처럼 가벼운 몸을 이끌고 어디론가 사라졌다.
“흐음~ 일부러 그러는 거는 아니지?”
페퍼는 여전히 양파에 고정되어 있는 내 눈을 바로 밑에서 바라보기 시작했다.
‘어이쿠, 위험하게 시리.’
나는 바삐 움직이던 칼놀림을 멈추고 탁자에 내려놓았다.
“위험하잖냐.”
“음~? 불러도 대답이 없길래~”
그녀는 평온한 얼굴로 말을 내뱉었다.
참 대담하셔라.
“…그래서 뭐, 사 달라고?”
“그래~ 오랜만에 만났기도했고, 신 메뉴도 나왔다 잖아.”
페퍼는 이런저런 구차한 이유를 대가며 나를 설득하기 시작했다.
그녀의 마음이 어찌나 절실 했던지, 별거 아닌 말들에.
…내 마음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래, 가자, 가.”
나는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세티~!”
내가 백기를 들자 페퍼는 기회는 이때다 싶은 듯이 크게 세티를 불렀다.
맛있는 음식을 공짜로 먹을 생각에 잔뜩 신이 난 두 사람은 내 등을 사정없이 밀어대며 밖으로 밀고 나갔다.
나는 손도 제대로 씻지 못한채로 밀려 나갔고, 마저 끝내지 못한 일에 대한 미련 때문에 밀려나지 않도록 버텼다.
하지만 나를 미는 것은 누구인가?
페퍼다.
* * *
나는 ‘죄송합니다! 제시 아주머니!’ 라는 말이 그녀에게 들렸을까 생각하며 슬피 앉아있었다.
“자~ 그럼!”
“시작해 볼까요?”
언제 합을 맞추었는지, 쿵짝이 잘 맞는 둘을 보니 헛웃음이 튀어나왔다.
“안녕, 내 돈….”
나는 조용히 나의 지갑 속에 있는 녀석들에게 작별 인사를 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