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1화 〉#12 마녀 사냥 (5)
“아… 저는 페스틴 이라고 합니다.”
“저는 페퍼에요.”
나는 황급히 내 이름을 알렸고 페퍼 역시 그랬다.
“알 필요도 없다.”
괜한 이야기라도 하는 듯 드릴린씨는 손을 내저었다.
“아하하….”
생각보다 제멋대로인 그녀가 나에게는 버겁다고 느껴졌다.
“그런데 페스틴, 사람들이 이상하다니?”
페퍼가 언제 떨고 있었나는 듯 얼굴에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
“그래, 이상하다니 무슨 소리냐 꼬맹아.”
‘앗, 나의 전매특허가….’
두 사람의 시선이 집중이 되어서 나는 잠시 숨을 고르고 내가 알고 있는 것 일부를 입밖으로 내보냈다.
“사람들이 갑자기 돌변해서 죽이려고 하던데요?”
나는 내가 겪은 것을 조금 이야기 했다.
“죽이려고?”
내 말을 들은 그녀는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더 이상한 것은 없더냐?”
그녀는 더 정보가 없는지 나에게서 캐묻기 위해 나를 압박하기 시작했다.
“뭐야, 그런 일이 있었으면서 왜 말 안했어?”
살짝 섭섭함이 묻어 나오는 페퍼의 목소리에 나는 서둘러 사과를 했다.
“…미안, 그래서 이제 말하려고.”
나는 자세를 고쳐잡고 계속 서있던 드릴린 씨를 맞은편 의자에 앉게 했다.
“세뇌라도 걸린 것 같은… 느낌이었어요. 아무리 굶주렸다고 해도 단체로 그렇게 행동하는 것은 아니잖아요?”
나는 동의를 구하기 위해 드릴린 씨를 바라보았다.
“그렇긴 하지, 다들 겁쟁이니까.”
무덤덤하게 그들을 욕하는 그녀는 세월에 맞지 않는 용맹함이 눈에 깃들어 있었다.
“그래서 드릴린 씨가 알고 있는 것은 뭔가요?”
나는 너무 나만 정보를 내뱉는 것 같아서 손해를 보는 듯한 생각이 들었다.
“하, 그래 너만 말하면 섭하지.”
그녀는 내 의도를 알아채기라도 한 듯 다리를 꼬며 콧방귀를 뀌었다.
페퍼는 옆에서 우리를 번갈아가며 보면서 우리가 하는 말을 주의깊게 듣고 있었다.
“언제 부터 인지는 몰라도, 다들 이상해 지더라고. 멀쩡한 사람을 죽이질 않나, 애들을 납치하지를 않나 다들 미쳐가는 것 같더라고.”
‘설마… 헨델은 진짜로 위험했던 거네….’
그녀는 심각한 얼굴로 그동안 보아온 것들을 이야기 하기 시작했다.
만약 이 사건이 헨델의 사건과도 연관이 있다면, 상당히 오래전 부터 이루어지고 있던 것이 된다.
마녀란 대체 무엇을 목적으로 살인을 주도하고 범죄를 일으켜 혼란을 야기하는가?
얼마 전에 본 한 마녀는 루이스를 사탄이라고 불렀다.
사탄.
현재는 종교가 거의 없다싶지만 과거에는 수도, 종류도 엄청나게 많았다고 한다.
그것이 사람들 간에 분열을 일으켜 대부분의 종교들은 사라졌다고 한다.
그것이 왕궁의 영향력으로 이루어진 일이라면, 왕궁에는 상당한 권력이 있다는 사실을 뒷받침 해준다.
자그마하고 별거 아닌 소문 조차도 흐르지 않게 통제 당하는 도시들은 그것을 어렴풋이 눈치채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왕궁에 희망을 두고 있지 않았나 싶다.
하지만 지금 굴러가는 상황을 보니 왕궁은 정답이 아닌 듯 했다.
이 사태가 일어나도 왕궁은 잠잠했다.
생각해 보니 우리들은 괴물들을 처리하는 것 외에는 그 어떤 일도 맡겨지지 않았다.
그렇다면 나라의 안전과 치안은 누가 담당하는 것인가? 그것은 당연하게도 경비대들….
아직은 정보가 적기 때문에 섣부른 판단은 해가 될 것이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다면, 그 종교들 중 어떤 종교에서 사용하는 악인의 우두머리라 일컬는 사탄 이라는 단어를 기억한다.
사람들을 악인의 길로 인도한다는 듯한 그 이름을 가진 그 무언가는 루이스에게 어울릴 만한 이름, 아니 칭호는 아니었다.
오히려 마녀 쪽이 아닐까 하고 조심스레 생각해 본다.
덥썩…!
드릴린 씨의 설명이 자세하고 실감이 났는지 페퍼의 잔뜩 긴장한 떨림이 내 옷소매를 붙잡은 그녀의 손에서 느껴져 왔다.
“사람들이 그 자를 죽인 뒤에, 눈알을 빼고 머리를 절단해서 머리만한 상자에 조심스레 넣는 것을 보았지.”
‘확실히… 겁에 질릴 만 하구만.’
잠깐 드릴린씨의 말에 귀기울여 보았는데, 확실히 설명이 불필요하게 자세하기는 했다.
아무튼, 이 모순적인 상황에 아무래도 올바른 쪽은 루이스 쪽이 아닐까 싶다.
그는 언제부터 움직였고, 무엇을 해왔는지는 아직 모른다.
그리고 왕궁에서 그들 사이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도 모른다.
그들은 어떤 결정을 내렸기에 흩어지게 된 것일까?
히터의 그 반응은 무엇 이었을까?
그들에게 무슨 일어났는지는 지금은 그리 중요성을 느끼지는 못하겠다.
분명 라이브 씨는 그녀의 남편이 사람들에 의해 죽임을 당했다고 했었다.
그것이 지금과 연관이 있을까?
그 남편은 심리학을 연구했다고 하던데, 히터와 히로와는 무슨 관계일까?
베피의 인형들은, 아니 정확히 말하면 베피와 팜 아저씨의 합작으로 만들어진 인형들은 어째서 갑자기 폭주하게 되었을까?
조이드는 어떻게 만들어진 것인가?
내 의문들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길게 늘어지기 시작했다.
무언가 석연치 않은 느낌이 계속해서 들었다.
직감적으로 이렇게 느긋하게 있어서는 안되겠다고 생각했다.
문제를 알아채기 전에 루이스와 만난 것은 정말 다행이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적어도 어느 정도는 이해할 수 있을 정도의 정보를 얻었으니까.
자신의 선택에 틀리지 않았음에 나는 살짝 기분이 좋아졌다.
'그런데, 세뇌는 어떻게 하는 거지? 그런 기술 같은게 있나…?'
“아무튼, 그래서 방금 전의 상황은 어땠나요?”
나는 열심히 설명을 하고 있는 드릴린 씨의 말을 끊고 그렇게 물었다.
그녀는 내가 갑자기 말을 끊어 기분이 나빠진 것인지 아니면 아까의 본 밖의 상황이 기억나 불쾌해진 것인지 모를 표정을 지었다.
“달려가더군. 길을 따라 왕궁쪽으로 말이야.”
‘왕궁 쪽…?’
나는 순간 불안감이 내 몸을 휘감는 것이 느껴졌다.
“그렇습니까…?”
“그럼…!”
페퍼가 화들짝 놀라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닌 것 같네.”
나도 따라 일어서며 말했다.
“뭐? 나갈 생각이냐? 기껏 보호해 주었구만….”
그녀는 그녀 답지 않게 기운이 없게 말했다.
아마도 그녀는 보기와는 다르게 정이 많은 사람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근처에 공방 같은 것이 있나요?”
나는 그 때의 사람들이 보여주던 난폭성을 몸소 체험 했기에 맨 몸을 따라가는 것은 위험하다는 것을 인지했다.
그래서 무언가 서둘러 준비하고 따라가는 것이 안전할 것이라 생각했다.
“나가서 바로 맞은편이다. 주인은 그 무리를 따라갔을거야. 마음껏 써도 돼.”
그녀는 차분하게 설명을 해주었다.
“그럼, 가보자고…!”
나는 페퍼의 손을 잡고 몸을 틀었다.
“…응!”
문을 나서는 우리의 등 뒤에서 드릴린 씨가 뭐라고 중얼거리는 것이 들려왔다.
"흥, 요새 젊은 것들이 패기가 넘치는 군."
요새 의심이 많아져서 그런가.
그녀가 부디, 평범한 어른으로써 아이들을 걱정하며 하는 말이었으면 좋겠다.
* * *
“여긴가….”
나는 거리가 쥐죽은 듯이 고요하다는 것을 알자마자 거침없이 행동했다.
“그보다… 어떻게 된 거지…?”
페퍼는 내 뒤를 따라오면서 주위를 경계했다.
“아까 말 안 한 것이 있는데, 마녀라는 사람들이 사람들을 세뇌하고 있어.”
“뭐…?”
마녀란 존재에 놀란 것인지, 페퍼의 눈동자가 커졌다.
“그들은 베피가 만든 인형들을 숭배 하더라. 은빛 천사라고….”
나는 공방으로 보이는 집 안 깊숙이 발걸음을 집어넣으며 말했다.
“하…? 그렇구나….”
그녀의 목소리가 약간 풀죽은 듯한 느낌이 들었다.
등 뒤에서 왠지 심통난 표정을 지을 것만 같아서 서둘러 사과했다.
“아, 늦게 말해서 미안해.”
나는 미안한 마음에 사과를 했다.
“…지금이라도 말해준게 어디야.”
긍정적이게 받아 들이는 그녀가 참으로 좋다고 생각했다.
“좋아, 상식이 통하지 않는 사람들이니까. 몸을 지킬 것을 챙겨봐.”
나는 공구통을 가리키면서 말했다.
“음… 마땅한게 있으려나? 뭣 하면 네가 지켜주면 되잖아?”
페퍼는 잠시 공구통을 떠들어 보더니 나에게 말했다.
‘아하… 이럴 때도 유효한가? 곁에 항상 있어주겠다는 것이?’
나는 말을 조심히 해야된다는 것을 다시금 느끼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하지만 차라리 그렇게 하는 것이 더 나을지도 모른다.
그녀는 똑똑하고 눈치도 빠르다.
그리고 여차하면 도움이 될 정도로 유능하다.
그런 그녀에게 등 뒤를 맡기고 나에게 지시를 내리도록 말해 둔다면 든든할 것 같았다.
“그럼 적어도 뭐 하나는 챙겨, 나도 사람이니까.”
나는 세뇌를 염두해 두며 그렇게 말했다.
“그럼 너도 챙겨야 겠네.”
그렇게 말하며 그녀는 다시 공구통을 뒤지기 시작했다.
‘좋아, 나도 찾아보자고.’
* * *
“뭘 그렇게 많이 챙겼어?”
가죽 가방까지 써가며 짐을 챙기는 나를 보며 한 소리를 했다.
“혹시 모르니까.”
나의 대답은 지극히 간단하고 간단하고 간단했다.
“아무튼, 얼른 가보자고.”
“그래.”
나는 서둘러 팜 아저씨 집으로 가기 위해서 안좋은 추억이 떠오르기는 하겠지만, 그 골목길로 들어가기 위해 몸을 틀었다.
“음? 여기도 길이 있어?”
언뜻 보면 막혀있는 듯 했지만 사실은 자그마한 통로가 있다.
“응 있어, 7 구역 토박이를 무시하지 말라고?”
나는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그래… 뭐… 알겠어.”
미심쩍은 듯한 그녀의 태도에 알게 모르게 상처를 입으며 나는 앞장서기 시작했다.
* * *
“어이! 문 열어!”
쾅! 쾅! 쾅!
굳게 닫혀있는 팜 아저씨 공장의 육중한 문을 있는 힘껏 두드리며 외치는 소리가 들렀다.
나는 나가지 않고 상황을 살피기 위해 골목길 끝에 서있었다.
“어떻게 되가?”
페퍼가 자기도 궁금한지 고개를 빼꼼 내밀었다.
“조심해, 사람들이 나는 알아볼 수 있겠지만 너는 모르니까.”
“괜찮아.”
무슨 자신감인지 어이가 없어지려 한다.
그래도 그녀라면 괜찮겠지 하는 안일한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
‘안일한 생각이다. 조심하자.’
인식했기 때문에 대처할 수 있을 것이다.
“사람들이 공장을 에워싸고 있어.”
“뒷문 없어?”
“음… 뒷문…? 있을 거야. 그런데….”
“그런데…?”
“오랫동안 안써서 안열릴 텐데.”
“창문으로 들어가면 되지 않을까?”
“음… 그래도 되지만 뒷쪽에도 사람이 있냐는게 문제지.”
나는 루이스와 히로가 근처에 있는지 걱정이 되었다.
분명 루이스는 정보 수집을 위해 돌아다니고 있을 것이며, 정보를 알아채 이 근처까지 왔을 것이다.
히로는 작전을 세우며, 이 근처에서 우리를 지켜보고 있을 것이다.
나는 그들이 있을 거라는 증거는 하나도 없었지만, 그들을 믿었다.
평소의 나와는 다른 선택이었다.
‘가끔은 도전도 괜찮잖아? 나는 젊으니까?’
그래도 그들은 올바른 사람이기 때문에 분명 올 것이라고 생각했다.
한순간 조용해진 도시에서 눈에 띄게 한 곳만 웅성대고 있는 것은 확연히 눈에 띄는 일이다.
분명… 분명 그들이 와줄 것이라고 확신한다.
“그럼… 뒤로 가볼까?”
“그래…!”
페퍼도 결심을 다졌는지 두 주먹을 꽉쥐며 말했다.
“서로 몸 조심 하자고.”
우리는 골목길을 통해 팜 아저씨 공장 뒤로 돌아갔다.
하지만 공장 뒷문에 다다렀을 때 없을 것이라 생각 되었던 사람의 말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