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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화 〉#7 의구심과 착각의 접근 (1) (20/128)



〈 20화 〉#7 의구심과 착각의 접근 (1)

나는 조이드의 뒤를 따라갔다.
그렇게 하면서, 늘 습관대로 내가 걸어왔던 길들을 관찰해 가면서 기억했다.
조이드는 일부러 그러는 것인지 몰라도 우리가 지나왔던 길을 다시 지나가기도 했었다.
만약, 그렇게 하는 어떤 이유가 있었다면, 아마 우리가 도착하게 될 장소가 쉽게 알려져서는 안되는 장소이기 때문에 그렇게 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괜히 조이드에게 왜 같은 길을 헤매이냐고 묻지를 않았다.
딱히 조이드를 난처하게 만들 이유도 없을 뿐더러, 섣불리 나섰다가는  목숨만 위험해   같다고 생각이 들었다.

'아까와 같은 험악한 분위기는 이쪽에서 부터 사양이다.'

그를 따라 한참을 걷고나서 도착한 곳은 고급져 보이는 문으로 된 어떤 방이었다.
조이드는 문을 열고 나보고 들어가라는 제스처를 취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고 조용히 들어갔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누군가가 나를 반겼다.

“안녕~”

이 밝고 산뜻한 목소리는 잊을 수가 없는 목소리였다.
산뜻한 느낌이 가득한 왕이 나를 반기고 있는 것이었다.

“아…? 아!”

나는 황급히 예를 갖추었고, 왕은 괜찮다며 고개를 들으라고 했다
몇달만에 뵙는 이 나라의 왕.
위엄이라고는 없어보이던 그는 알현실에서 보았던 왕의 복장만큼 휘황찬란하지 않았지만, 나름 품위있고 격식있는 평상복 차림이었다.
그리고 얼굴에는 변함없는 밝은 웃음을 띄우고 있었다.
그는 왕이라고는 생각이 되지 않을 정도로 가벼워 보였지만, 친근하고 편안한 분위기라 오히려 부담을 느끼지 않는 장점이 있었다.
때에 따라 그는 격식을 차렸지만, 사적이고 호의를 나타낼 때는 이렇게 사람을 편안하게 해주는 미소를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나는 조금 어색하게 웃으며 그를 마주하고 있었다.
이런 사람은 거북하다.
100% 선한 사람…이라는 타이틀이 등 뒤에 자꾸만 보인다.
사실, 왕이라는 이미지가 내가 생각했던 것이 아니어서 당황하고 있었다.
하지만 동요도 잠시, 그의 미소를 보니 마음이 진정 되는 것 같았다.
점점 좁았던 시야가 넓어지고, 내가 들어온 방에는  외에도 다른 사람들이 있다는 것도 뒤늦게 알았다.
뒤따라 들어온 조이드는 문을 닫고 말했다.

“자! 데리고 왔습니다! 이 아이가 바로! 팜 씨의 조수입니다!”

옆을 보니 조이드는 과장된 포즈를 하고 있었고, 나를 지나치게 띄워주듯이 말하고 있었다.
조이드의 말에 사람들은 흥미가 없다는 듯이 잠자코 서있었지만, 잠깐의 적막을 깨는 나긋하고 차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녀석의 조수?”

목소리의 흐름을 따라 시선을 옮겨보니, 언뜻보면 차분해 보이지만, 속에 있는 강인함을 숨기고 있는 듯한 연로해 보이는 여성이 의자에 앉아있었다.
그녀가 풍기는 분위기는 이루말할  없는 존경심을 가지게 만들었다.
그만큼 겉모습에 연륜이 묻어있고, 경험에 우러나온 튼튼한 뒷배경이 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흘러 넘친다는 말이다.
그녀는 분위기 있는 제복을 입고 있었고, 지금껏 느끼고 있는 분위기는 그녀가 보여주는 외모에 맞지 않았다.

'어색하다 느껴지는 건 기분 탓… 일까.'

“그렇습니다! 사령관님!”

고개를 끄덕이면서 대답하는 조이드였다.

‘아,  사람이… 아까 말한 사령관이었구나….’

나는 그제서야 그녀가 풍기는 분위기의 이유를 알게 되었다.

'그런가….'

“그러니까… 페스틸 군?”

그녀는 고개를 갸웃하면서 내 이름을 불렀다.

“아…! 페스틴이라고 합니다.”

나는 틀리게 말한 이름을 고쳐서 나를 소개했다.

“음, 페스틴… 페스틴… 페스틴, 페스틴, 음! 알겠네.”

그녀는 만족하는 미소를 띄웠고 그녀의 말투가 어딘가 팜 아저씨와 닮았다고 생각이 들었다.

“내 이름은 힐다. 자네가 원하는대로 불러도 상관없어. 그리고 조이드, 그에게 ‘우리’를 소개했나?”

그녀는 자신을 소개하다 말고 조이드에게 질문을 했다.

“‘우리’에 대해서는 아직 입니다. 그는 보시다시피 이제 막  참이거든요.”

조이드의 대답을 들은 그녀는 눈을 지그시 감고 고개를 끄덕이고는 대화를 이어나갔다.

“내가 보기에도 아직 때가 아니라고 생각되네.”

그리고 자신의 품속에 손을 집어넣었다.
나는 그녀가 무엇인가 하려는 것인지 궁금해서 보고있었고, 그녀는 은빛이 나는 무엇인가를 품속에서 꺼내 나에게 던졌다.

반짝-

작디 작았던 그 물체는 나에게 빠른 속도로 다가왔다.

‘뭐…?!’

나는 한순간에 다가오는 은빛 물체를 가까스로 피했다.

“으헉…!”

퍽-

큰 소리가 나며 벽에 박힌 그 물체는 구체의 모양이었다.
그리고 은근히 무게가 나가는  이었는지, 가뿐하게 던진 것과는 다르게 깊게 박혀있었다.
가끔씩 내가 허튼짓을 하면 팜 아저씨가 나에게 공구를 던지고는 했다.
물론, 실제로 맞추려고 했던 것은 아니었지만…. 여하튼, 그 덕분에 피할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경험이 쌓이면 틀림없이 이로운 작용을 한다.'는 것은 몸소 체험해본 내가 생각하는 불변의 법칙이다.

나는 방금 내 얼굴을 스쳐간 물체를 피한 것이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된다.
하지만 은빛 물체가  얼굴 옆을 지나갈 때 바람이 일었다는 사실이 머릿속에 떠오르자, 나는 슬슬 식은땀이 나기 시작했다.

‘것참, 심장에 좋지 않는 사람들 뿐 인거냐….’

“흥, 겨우 피하는구료. 보나마나 그 녀석이 기계만 만지작거리는 것만 가르쳤으리라 생각되는구만.”

힐다는 깊은 생각에 잠기면서 자신의 턱을 쓰다듬기 시작했다.
동요한 것은 나밖에 없었던  같다.
소리를 지른 것은 나뿐이었기 때문이다.
다들 침착하게 있었고, 나 홀로 과민반응을 한  같아서 내 얼굴은 새빨갛게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풉!”

사람들 사이에 서 있었던 베피가 나를 보고 비웃었다.
나는 왠지 모르게 자존심이 상했다.

‘아니, 솔직히 방금건… 불가항력이잖습니까….’

“그러게 말입니다. 피하는 것도 엉성하고, 자세며 중심이며  봐야할 곳이 산더미네요.”

아까 전에 히터와 베피를 말렸던  사람이다.
나도 깨닿고 있었던 사실을 조목조목 따지기 시작하니, 괜스레 분한 마음이 들었다.

“푸흐흡! 그래도 나름 쓸만하지 않아~?”

웃음을 참지 못하고 있는 히터도 거들었다.

“하하핫! 그나마 살살 던져서 다행이었지, 하마터면 죽을 뻔 했네요!”

살벌한 말을 입에 담고 있는 조이드였다.

‘그, 그게 살살 던진거라고…?’

조금 떨어진 곳에서 어떤 사람이 걸어 나왔다.

“요 약골 녀석이 팜, 그 자식의 조수라고?”

그는 한쪽 눈에 기다란 흉터를 가지고 있었고, 우락부락한 몸을 가지고 있었다.
목소리 또한 걸걸했다.

‘마치 '사나이' 라는 말이 어울리는 사람이다.’

그는 자신의 턱을 손으로 쓱 훑고는 어딘가 불만이라는 표정으로 제자리로 돌아갔다.
솔직히 나는, 아까의 은빛 투사체 때문에 정신이 혼미해진 상태라 주위에 신경을 쓰지 못하고 있었다.

“페스틴 군이 많이 놀란  하네요.”

나에 대해 냉철한 평가를 내리고 있었던 사람들 중에서 유일하게 나를 걱정해준 왕이었다.
어찌나 그의 미소가 나의 마음에 평안을 주었는지 기계가 작동할 때 진동치며 떨듯이 바들바들 떨고 있었던 내 팔다리가 진정되어가고 있었다.
힐다는 오랜 고민 끝에 감겼던 눈을 뜨고는  방에 있었던 모두가 들을 수 있도록 말했다.

“그는 아직 어리네,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말이네. 그래서 지금 당장 우리와 함께 하는 것은 무리일 것이라 보이네.”
“음… 그러한가….”

힐다의 결론에 왕은 조금 아쉽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이 점에 대해 전하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그런 왕의 모습에 잠시 숨을 고르고 진중하게 묻는 힐다는 살짝 굳어있는 것처럼 보였다.

'왜지?'

아무튼, 스스럼 없어보이는 그녀의 말은 신하의 입장에서 한 ‘건의’ 인지, 아니면 권위자로서 건넨 ‘제안’ 인 것인지 나는  모르겠지만, 그녀의 말 만큼은 왕보다도 힘이 있어보였다.

'그렇게 보인다만, 어째서 겁을 먹는 눈빛을 하고 있을까.'

“음… 저도 힐다  말에 동의합니다.”

왕인 그는 그녀의 말에 귀담아 듣는 태도를 보이면서 대답했다.
사실 왕이라 함은, 자신의 생각과 의도대로 사람들을 이끌어갈  있을 정도로 권력이 있는 사람이다.
하지만 그는 타인의 의견에 존중하고 있는 것이었다.

'조금, 의외다.’

권위가 있음에도 그것을 드러내지 않는 이 신기한 분위기를 나는 가만히 지켜보기로 했다.
그리고 감이 유추해 보건데, 힐다에 비해 왕이 젊은 것을 보아, 아마 그녀는 그가 왕이 되기 전부터 왕궁이 결정을 내릴 때 조언을 해왔을 수도 있다.
왕의 태도를 보니, 그녀는 신뢰할 만한 사람인 것 같기도 했다.

“그래도 왕궁에서 교육을 받으면서 차차 익숙해진다면, 무리없이 해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됩니다.”

왕은 나를 지그시 바라보며, 차분하게 자신의 의견을 이야기했다.
왕의 말을 들은 사람들은 수긍하는 분위기 였고, 힐다는 왕이 한번 더 결론을 내려달라고 요청했다.

“그럼, 팜의 조수인 페스틴의 합류 건에 대하여는, 그가 자리를 잡고 더 성숙해진 상태에서  때 다시 상의하기로 결론 내리겠네.  때 까지 왕궁의 선생으로 임명된 ‘일원들’이 그를 어엿한 ‘일원’으로 성장할 때까지 돌보는 것을 명하네. 이상, 오늘의 회의는 여기까지 하도록 하겠네.”

근엄하게 말을 마친 왕은 나를 보고 방긋 웃으며 손을 흔들고는 방문을 열고 어디론가 사라졌다.
몇몇 사람들도 그를 따라 방을 나가기 시작했다.

‘대체 뭐였던 거지…?’

나는 나 혼자 이야기에 따라가지 못하는 느낌이 들었다.
 사람들에 나에 대해 무엇을 이야기 하는지 나에게 무엇을 시키려는지 의문이 들 뿐, 전혀 감이 잡히질 않았다.
 방안에 있었던 사람들을 다시 둘러보고는 나는 반가운 얼굴을 보게 되었다.
라이브 씨였다.
페퍼의 스승이었던 그 사서 분 말이다.
그녀는 무표정으로 나를 지켜보고는 이 방을 나갔다.

“아, 아! 저기…!”

나는 말 걸어볼 틈도 없이, 서둘러 나가는 그녀의 뒷모습을 보고만 있을 수 밖에 없었다.
황당한 기분에, 나는 뒷통수를 긁적였다.
…대체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혼란이 왔다.

“앞으로 잘부탁해 노예.”

차가운 목소리에 나는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베피가 분노에 가득찬 시선으로 나를 올려다 보고 있었다.

“페스틴 군! 같이 힘내봅시다?”

조이드는 여전히 방긋 웃으며 나에게 다가와 악수를 청했다.

“난 모른다….”

뒷통수를 긁으면서 어기적어기적 방문 밖으로 걸어나가는 히터였다.
세상만사가 귀찮아보이는 그를 따라 베피도 방을 나갔다.
잠시 뒤에 모두가 나갔고, 이제 방안은 나와 조이드와 힐다 뿐이었다.
힐다는 나를 뚫어져라 쳐다보고는 입을 열어서 나를 격려했다.

“애송이, 마음 단단히 먹어라.”

그리고 의자에 걸쳐놓았던 모자를 멋들어지게 자신의 머리에 걸치고는 방을 걸어나갔다.

“네, 네!”

나는 잔뜩 굳은채로 대답했다.

‘…정말이지,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나려는지….’

탁-

그녀가 방을 나가고 문을 닫자, 진중했던 공기가 산뜻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조이드는 내 표정을 살피며 조용히 속삭였다.

“참 멋있는 분이야.”
“그러게 말입니다….”

뭔가…, 신기한 분위기를 가진 사람이었다.
힐다 씨는.
나는 처음 만난 사람이었지만, 감히 그렇게 평가를 내리고 있었다.
그만큼 첫인상이 강렬한 사람은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그럼, 모두가 있는 곳으로 돌아가 볼까요?”

조이드는 산뜻한 미소를 지으며 방을 나서려고 했다.
나는 조이드에게 물어볼 것이 산더미였다.
하지만, 모든 것을 물어볼 시간이 없었기에 묻고 싶은 것들을 자르고 잘라냈다.

‘…조이드는 정녕 사람인가?’

이것 하나는  짚고 넘어가야 할 것만 같았다.
그래서 나는 방을 나서려는 조이드를 불러 세웠다.

“조이드 선생님.”
“어라? 그렇게 제대로 불러준 사람은 페스틴 군 뿐입니다~ 이거 기분 좋은데요?”

 말에 기분이 좋아졌는지 몸을 배배꼬는 조이드였다.
나는 돌려 말하지도 둥글게 말하지도 않았다.

“조이드 선생님, 질문 할 것이 있습니다.”

나는 최대한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왠지 가벼운 주제는 아닌  같았기 때문이다.
나의 마음이 전해졌는지 조이드는 살짝 허리를 숙이면서 대답했다.

“네!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나는 침을 꿀꺽 삼켰고, 아까 전부터, 강의실에 있었던 때부터 묻고 싶었던 것을 물었다.

“당신, 이마에 뚫린 구멍은 어떻게 됐습니까?”

나의 질문에 조이드는 얼굴이 굳었고, 침묵을 유지했다.
나는 그가 말해주기를 바랐다.
어째서 보통 사람이라면 치명상이고 단번에 죽음에 이르는 부상을 겪고도 어떻게 살아있을 수가 있을까?
어째서 피가 아닌 기름이 흘렀을까?
어째서 관통되어 있었던 머리가 다시 깨끗하게 돌아와 있을까?
내 머릿속에 가득해진 의문점들을 말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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