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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화 〉#5 트러블 메이커 (2) (13/128)



〈 13화 〉#5 트러블 메이커 (2)

조사실에 들어온 사람은 다행이 빌이었다.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누군가 했더니… 페스틴  였군요?”

빌이 방긋 웃으며 말했다. 나도 빌과 만난 것이 매우 반가웠다.

“빌 씨… 안녕하세요? 오랜만이네요.”

나도 방긋 웃으며 말했다.
빌은 악수를 청했고 서로 반갑게 인사했다.

“그런데 어쩌다가….”

반가움은 잠시, 빌은 왜 여기 있냐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나는 어색한 웃음을 띄었고,  순간에 조사실은 낯설은 공기가 흐르기 시작했다.

“아하하…. 그게….”

나는 그 소녀의 이름 조차 모르고 있는 상태였기 때문에, 설명을 어떻게 해야 하나 머리를 굴리고 있었다.
그 때 문쪽에서  소리가 났다.

“꼬마야! 그쪽으로 가면 안돼!”

이름 모를 경비대의 목소리였다.
문이 벌컥 열리더니, 나를 이 지경으로 만들어 놓은 소녀가 머리를 들이 밀었다.
빌도 당황했는지 벌떡 일어나서 문쪽으로 서둘러 걸어갔다.

“아, 빌 님 조사중에 죄송합니다.”

문 밖의 경비대원은 빌 씨를 보더니 고개를 살짝 숙여 인사했다.
얼핏 보기에 빌은 그 사람 보다 높은 사람처럼 느껴졌다.

“그럼…. 부탁드립니다.”

그 경비대는 자신의 앞에있는 소녀와 빌을 번갈아 쳐다보고는, 빌에게 말하면서 서둘러 자리를 떴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보아하니, 귀찮은 짐덩어리를 남에게 떠넘기고 성급히 떠나는 것 처럼 보였다.

‘아니면 말고.’

빌은 잠시 이마를 매만지더니 자신의 눈 앞의 말괄량이를 바라보며 말했다.

“세티, 내가 일하는 곳으로 들어오지 말라고 했잖니.”

세티라고 불리운 소녀는 기세에 눌리지 않는 듯이 당차게 대답했다.

“어차피 알고 있는 사람인데 뭐.”

나는 몇달 전에 본 소녀와는 다르게 새침한 구석이 보여서 그 소녀에게 익숙해지기가 조금 힘들었다.
빌은 한숨을 내쉬었다.
세티라는 소녀는 조사관이 앉는 자리에 자신이 털썩하고 앉고는 눈을 앙칼지게 뜨며, 나를 취조하려는 듯이 자세를 고쳐잡았다.
그리고 눈빛도 차가워져서 눈치 없는 사람이 봐도 알 수 있을 정도로 화가 나 있어 보였다.
어째서 화나 있는지 나로서는 가늠이 안갔고, 반가워하면서 안아주지 않을지언정 나를 압박하며 취조하려는 쥐방울만한 꼬맹이를 바라보며 나는 어색하게 인사할 뿐이다.

“아…. 안녕…?”

 소녀는 여전히 삐져있는지 고개를 휙 돌리며 “흥.” 하고 콧방귀를 뀌었다.
나는 당황한 나머지 빌을 바라보았고, 빌은 고개를 좌우로 흔들 뿐이었다.
나는 세티라 불리우는 소녀에게 환심을 사고 싶어 눈을 마주치려고 했고, 세티는 그럴때마다 고개를 반대쪽으로 홱 하고 돌려버릴 뿐이었다.
나는 짤막한 한숨을 내쉬었고, 그 때를 놓칠세라 세티라는 소녀는 나에게 쏘아붙이기 시작했다.

“오빠는 나한테 할 말도 없어?”

나는 움찔했고, 세티라는 소녀는 여전히 나를 쏘아보았다.

“아하…. 그… 어… 그때는 그냥 가버려서 미안했어….”

나는 뒷통수를 긁적이며 대답했다.
그런 내가 답답하기라도  듯이 세티라는 소녀는 여전히 심통난 표정으로 물었다.

“그게 다야?”

나는 잠시 머리를 굴리고 대답했다.

“아…. 그때 감사인사도 못하고 갔기도 했고,  뒤로 바로 찾아 오지도 못했어….”

나는 반성하는 기미를 조금이라도 표현하기 위해서 머리를 조아렸다. 그랬더니 조금은 용서할 생각이 들었는지 내 말을 새침하게 받아쳤다.

“그래, 잘 알고 있네.”

고개를 숙이고 있느라 표정을 보지못했지만 말투가 조금 누그러워 진 것 같아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나도... .....고 하려 했는데 가.....”

소녀의 중얼거리는 소리에 나는 고개를 들었다.
내 앞에 앉아 있던 날카로웠던 소녀의 분위기가 수그러들어 있었다.
나는 세티라 불린 소녀의 말을 제대로 듣지 못했다.

“응…?”

그 소녀는 숙였던 고개를  들면서 화를 내었다.

“아냐! 모, 못들었으면 됐어!”

나는 내가 또 무슨 잘못을 했는지 갸웃거렸다.
 앞의 소녀는 한숨을 짧게 쉬고는 나에게 자기소개를 했다.

“내 이름은 알겠지만, 세티야.”

여전히 기분이 풀리지 않았는지 살짝 퉁명스러운 말투였다.
그리고 헛기침을 하더니 계속 이어서 말하기 시작했다.

“으흠! 그, 그 때는 고마웠어. 정말루….”

나는 빌을  번 쳐다 보았다.
빌은 씨익 웃고는 엄지를  들었다.
나는 빌의 반응을 보고 확신이 들었다.
나는 자신을 세티라고 소개했던 소녀에게 미소를 지어주며 화답했다.

“그래! 나도 그  네가 증언을 해주어서 고마웠어. 그리고 알고 있겠지만 페스틴이라고 해.”

그리고 세티는 빌이 한 것처럼 손을  내밀면서 악수를 요청했다.
나는 기쁘게 받아들였고, 그녀도 방금까지 나타내던 차갑게 굴었던 태도도 온데간데 없어졌다.


* * *

캄캄하고 갑갑했던 조사실을 나와 지금은 접견실에 있었다.
나와 세티 둘이서 차를 마시면서 오랜만에 만난김에 이야기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그간 어떻게 지냈는지 말해주었고, 세티는 고개를 끄덕이며  들어주었다.
내 이야기가 끝났고, 나는 세티에게 그 이후로 어떻게 지냈는지 물어보았다.

“나는  오빠네 집에서 신세지고 있어.”

쿠키를 오독오독 씹으면서 세티가 대답했다.

“그렇구나, 아…! 같이 있던 동생은…?”

그렇다.
확실히 내 기억이 맞다면 남동생이 있었을 것이다.

“동생? 아, 헨델? 헨델도 같이 살아.”

세티는 나와 눈을 마주치며 턱받침을 했다.
왠지 눈이 초롱초롱한 것처럼 보인다.

‘동생 이름이 헨델이라고 하는구나….’

“그나저나 빌 씨도 대단하구나.”

확실히 젊은 나이에 아이 두명을 키우기란 쉽지 않을 것이라 생각된다.

“응? 빌 오빠가 대단한 건 아니야.”

그게 무슨 소리냐는 듯이 대답하는 세티였다.

“응? 빌 씨네 집에서 신세진다면서?”

나는 의문이라는 듯이 질문했다.
세티는 손을 절레절레 흔들면서 말했다.

“아아, 내가 설명이 부족했네. 빌 오빠네 부모님이 여관을 운영하고 계셔. 그래서 그 여관에서 일하면서 빈방에서 신세지고 있지. 물론, 빌 오빠가 소개해주기는 했지만… 챙겨주는 것은 제시 부인이 더 많이 신경 써주시는걸?”
“아하, 그렇구나…. 그나저나 건강하게  지내고 있어서 다행이네.”

나는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
그러자 세티는 고개를 푹 숙이며 몸을 배배꼬았다.

‘응…?’

“그러면… 나중에라도 들러보게 지내고 있는 여관으로 안내 해 줄래?”

나는 문득 그 여관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나는 차도 다 마셨기도 해서 슬슬 일어날 준비를 했다.

“…으, 응!”

세티는 벌떡 일어나며 대답했다.
힘이 넘치는 아이라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갑자기 세티는 무엇인가 떠올렸는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아! 심부름! 짐 가져올테니 여기서 기다려! 알았지?”

그리고는 세티는 황급히 어디론가 달려가기 시작했다.

“어, 어….”

나는 멍청하게 엉거주춤 서 있는 상태로 대답했다.


* * *

나는 짐을 가져온 세티와 함께 심부름을 하러왔다.

“여기가 심부름하러 온 곳이야?”

나는 재차 확인하기 위해 세티에게 물어보았다.

“응! 맞아. 짐 들어줘서 고마워 오빠.”

세티는 내 손에서 짐을 가로채듯이 채가고는 성큼성큼 들어가기 시작했다.

“어, 어….”

어째서 나는 이 소녀에게 휘둘러 지고 있는 것인가….
눈을 몇번이나 꿈뻑여봐도 여전히 도서관으로 보인다.

“오호… 여기가….”

나는 웅장한 도서관의 외관에 감탄을 했다. 페퍼가 일 한다던 그 도서관 이었다.
앞서가던 세티는 내 움직임이 답답했는지 나를 재촉했다.

“오빠! 빨리와!”
“어? 어어…!”

나는 여전히 바보처럼 대답하고 세티가 있는 곳으로 서둘러 뛰어갔다.

* * *

세티는 물건을 전달하러 몸을 틀면서 나보고 잠시 둘러보고 있으라고 하고는 어디론가 떠나갔다.
도서관 안내인에게 소개받은대로 왕국 최대 크기의 도서관에 걸맞게 수많은 책장들과 형형색색의 책들이 눈에 들어왔다.
어찌나 많은지 시야에 꽉 차고도 남을 정도였다.
나는 이곳저곳 둘러보기 위해 발걸음을 옳겼고, 짧은 시간에  둘러보고 싶어져서 발걸음을 더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다.
그러다가 코너를 돌다가 시야를 가려버릴 정도로 책들을 들고 가는 사람과 부딫히고 말았다.
책들이 허공에 흩어졌고, 서로 넘어지고 말았다.

“죄, 죄송합니다.”
“죄, 죄송해요!”

나와 그 사람은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나서 서로를 향해 연신 고개를 꾸벅였다.
이내 서로의 얼굴을 보고는 서로를 기르켰다.

“어?”
“어!”

너무나도 반가운 얼굴이었기 때문이다.

“페퍼!”
“페스틴!”

지나가던 다른 사서가 따가운 시선을 보내자 그제서야 우리는 목소리를 낮추고 반가움을 표현하기 시작했다.

“이야~ 이런 곳에서 마주 치다니,  지냈어?”

먼저 안부의 인사를 한 것은 페퍼였다.

“그래, 잘 지냈지. 너는?”

웃으며 화답하자 페퍼도 환하게 웃었다.

"나야 뭐…, 보시는대로  지내지."

페퍼가 발치에 있는 책을 보고는 베시시 웃었다.
우리는 반가운 것도 잠시 바닥에 흩뿌려져 있는 책들을 주워들었다.

“고마워, 여기서 이야기 하기에는 좀 그러니… 저쪽으로 갈까?”

페퍼는 사서들이 쉬는 공간 처럼 보이는 곳을 가르키며 말했다.

“그래, 좋지.”

나는 입구 근처에서만 돌아다니라는 세티의 말을 까맣게 잊어버리고는 앞장서는 페퍼를 따라갔다.

* * *

“책 들어줘서 고마워.”

페퍼는 웃으며 내가 들고 있던 책들을 가져가며 정리했다.

“뭘, 당연한  가지고.”

나는 별거아니다는 투로 말했다.
내  뒷쪽에서 페퍼를 부르는 소리가 들렀다.

“페퍼~ 이쪽으로 와봐요.”

고상한 목소리였다.

“네~”

페퍼는 소리가 난 쪽으로 잰걸음으로 걸어갔다.
페퍼가 가는 방향을 바라보니, 그곳에는 나이가 지긋해 보이고,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미소를 띈 아주머니가 있었다.
바쁜 용무였는지  아주머니는 고개를 살짝 숙여 나에게 인사하고는 페퍼와 함께 안쪽 방으로 갔다.

* * *

나는 페퍼가 안내해준 방에서 편하게 앉아 있었다.
여기는 휴식을 취하는 공간이기도 했고, 책들을 보관하는 장소이기도  것 같았다.
향긋한 종이 냄새가 났고, 은은한 촛불의 향기에 내 마음은 편안해 졌다.
잠시 뒤에, 페퍼와 아주머니가 나왔다.

“응? 아니야?”

아주머니는 놀리듯이 질문을 하고 있었고, 페퍼는 손사래를 치면서 대답했다.
살짝 얼굴이 빨개보이기도 하다.

“벼, 별거 아니에요. 만난지도 얼마 되지도 않았고요….”

나는 무슨 이야기를 그렇게 하는지 궁금해져서 귀기울였지만, 두 사람은 나를 보고는 입을 다물어버려서 궁금증을 해결하지는 못했다.

“저는 라이브라고 해요. 만나서 반가워요. 페퍼랑 같이 사서 일을 하고 있어요.”

아주머니가 자기소개를 했다.

“인사가 늦어졌네요. 페스틴이라고 합니다.”

나는 정중히 인사를 드렸다.

“그럼… 페스틴 군, 잠시만 기다려요? 차를 내올게요.”
“아, 아뇨… 저는 괜찮….”

나의 만류에도 라이브 씨는 안쪽 방으로 사라졌다.
나와 페퍼는 어색한 분위기를 풍기며 자리에 앉았다.
나는 페퍼에게 아까 무슨 이야기를 그렇게 즐겁게 했는지 물어보고자 했다.
 찰나에 문가 쪽에서 씩씩 하는 소리가 들렀다.
 밖에서 땀을 삐질삐질 흘리고 있는 세티가 있었고, 잔뜩 화가 나있는 상태였다.

“아.”

나의 짧은 탄식에 가까운 소리를 시작으로 도서관은 발칵 뒤집히고 말았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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