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9화 〉68화.
기예천의 등장에 장내는 침묵이 감돌았다.
궁금증을 참지 못한 법주승 한 명이 작은 목소리로 질문했다.
“강명 법사님, 지금 일이 어찌 되는 것입니까? 어째서 기예천님이 갑자기 아라타를….”
“쯧쯧! 눈치없는 것. 보고도 모르겠느냐? 열반에 오른 아라타를 기예천님께서 손수 데려가기 위해 오신 것 아니더냐.”
“데려간다니, 설마 산으로 말입니까?”
“그 말은 아라타가 천주(天主)님의 간택을 받았다는…?”
“그래, 열반에 오른 승려는 천주님의 윤허를 받아 도리천에 오를 수 있다. 그곳을 통해 천상도로 갈 수 있지.”
“오오! 그렇군요. 헌데, 열반에 올라야만 도리천에 오를 수 있습니까?”
“도리천에 오르는 방법은 두 가지다. 하나는 날 때부터 천상도에 속한 존재의 아이로 태어나는 것이다.”
“신의 자식이 되어야 한다는 말입니까?”
“그렇다. 신이 속세의 존재와 아이를 만들면 그 아이가 성인이 이르렀을 때 도리천에 오를 기회를 받는다고 들었다.”
법주승들이 과연 같은 소리를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의 말을 요약하면 혈통빨로 도리천에 오른다는 말이었다.
신화에 나오는 데미갓, 반신 같은 것과 비슷한 맥락이리라.
“헌데, 기회는 무슨 말씀이십니까? 신의 아이로 태어나면 신이 내린 자식일진대, 응당 도리천에 올라야 하는 것이 아닌지요?”
“말 그대로 기회만 주어진다는 의미다. 도리천에 오를 수 있는 신의 아이라 하더라도 본성이 악하고 타락한 자는 자격이 없다. 그러니 기회를 받아도 다시 떨어지기 마련이지. 기회를 잡을 수 있는 것은 바르고 선한 마음을 지닌 아이뿐이다.”
“오오!그렇군요. 역시 강명 법사이십니다.”
“모르는 것이 없으십니다.”
“공치사는. 아무튼, 속세에서는 그런 마음을 갖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신의 핏줄이라 하여도 속세에서 나고 자란 아이는 도리천에 오르지 못하는 일이 더 많다고 들었다. 그래서 도리천에 오르는 것에 핏줄은 큰 의미가 없다고 하지.”
“다른 하나는 무엇입니까?”
“다른 하나는 앞에 있는 아라타처럼 수행을 쌓고 득도하여 깨달음을 얻는 것이다. 삼매경에 이르면 천상과 지상을 왕래할 수 있음은 물론, 수미산과 연결된 삼십삼천(三十三天)의 세계를 오갈 수 있다. 더 높은 곳에서 더 많은 세상을 오가며 온갖 것들을 배울 수 있는 게지. 아라타는 지금 열반에 올랐기에 도리천에 오를 자격을 부여받은 것이다.”
“그렇다면 기예천님께서 오신 것은 아라타를 마중하기 위해서입니까?”
“아마 그렇겠지. 저분께서는 아라타가 났을 때부터 귀히 여겼으니….”
“아무래도 기예천님께서는 아라타가 열반에 오를 것을 알고 계셨나 봅니다. 어린 나이에 도리천에 오를 자격을 받다니 정말 선택받은 아이였군요.”
“내 눈으로 도리천에 다다른 승려를 볼 줄이야. 내 비록 깨달음은 얻지 못하였으나, 크나큰 행운이 아닐 수 없구나.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강명의 설명이 끝났다.
그와 법주승들은 마치 불세출의 영웅이라도 본 것처럼 아라타를 동경과 선망이 어린 눈으로 쳐다보았다.
아라타보다 한참 나이가 많은 양반들이 순정만화 주인공 같은 눈을 하고서 바라보고 있으니, 제3자인 내가 다 부담스러울 정도였다.
그래도.
“아라타 저놈이 난 놈은난 놈인가 보구나.”
강명의 설명에 따르면 아라타가 대단한 건 분명한 것 같았다.
강명과 그 뒤에 있는 법주승들의 나이도 적지 않다.
어린 사람도 20대 초중반, 강명처럼 늙은 사람은 60대를 넘겼다.
그런데아라타가 그런 양반들을 다 제치고 도리천에 오를 기회를 잡은 것이다.
철없는 꼬마라고만 여겼는데, 어쩌면 아라타는 내 생각보다 훨씬 더 대단한 천재일지도 모른다.
[고개를 들려무나.]
기예천이 고개 숙인 아라타를 향해 말했다.
자애로운 미소와 성스러운 모습이 복장과 헤어스타일만 조금 다르지 마치 성모 마리아와도 같았다.
가슴도 크고, 몸매도 좋은 미모의 성모 마리아.
정말로 높은 존재가 분명했다.
그리고 그런 존재에게 간택을 받았다는 것은 아라타에게도 분명 좋은 일일 터.
나는 떠날 준비를 했다.
사천왕이 무기를 거두었다.
강명과법주승들도 싸울 분위기가 아니었다.
떠나려면 지금이 적기이리라.
어차피 여기서부터는 아라타 없이 혼자서도 비급을 찾을 수 있다.
르나르국에 가서 로나스 왕에게 칼을 들이대면 금방 해결될테니까.
그러니 혼자 떠나면 된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아쉬움이다.
만난 시간은 짧지만, 그래도 형님, 형님하면서 날 따른 녀석과 작별 인사도 없이 헤어지는 것이 아쉬워서였다.
쿨하게 떠나고 싶은데, 이곳에서 쌓은 인연이 별로 없다 보니 자꾸만 미련이 남았다.
“기예천님.”
아라타가 일어났다.
자리에서 일어난 그는 기예천의 얼굴을 똑바로 보더니 고개를 저으며 답했다.
“저는 기예천님과 함께 가지 않겠습니다.”
!?
“뭣?!”
“그게 무슨!”
아라타의 대답에 나도 놀라고 강명도 놀라고 법주승들도 놀랐다.
그들은 마치 자기 일이라도 되는 양 흥분하더니 아라타를 향해 진심 어린 조언을 하기 시작했다.
“아라타! 도리천에 오를 기회가 그리 쉽게 오는 것이 아니다! 산의 수많은 승려가 그 기회를 잡기 위해 많게는 수십 년씩 노력하는 것을 잊은 것이냐?! 정신 차려라! 정신 차리고 기예천님의 뜻을 따라라!”
“강명 법사님의 말씀이 옳다! 이게 어떤 기회인지너도 잘 알지 않느냐! 빨리 기예천님께 사과 드리고 기회를 잡아라!”
“다음이 없을지도 모른다! 둘도 없는 영광이란 말이다! 무조건 이 기회를 잡아!”
아니, 조언이라기보다 훈수에 더 가까웠다.
그만큼 좋은 기회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라타는 이것이 좋은 기회임을 알면서도 고개를 저었다.
기예천은 아라타의 앞으로 한걸음 옮기며 물었다.
[특별한 이유라도 있니?]
그녀는 아라타를 최대한 배려하듯 눈높이를 맞추며 물었다.
말투 역시 자상한 것이 마치 친절하고 상냥한 누나가 동생을 걱정하는 것 같았다.
아라타는 자신보다 큰 기예천이 눈높이를 맞추며 묻자 시선을 내렸다.
그의 시선은 기예천의 가슴에 닿아 있었다.
누가 여신 아니랄까 봐, 기예천은 가슴도 여신다웠는데 아라타는 그녀의 가슴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저 새끼 열반에 오른 거 아닐지도 몰라.
아라타를 향한 의심이 커지는 그때.
그가 가슴을 보던 고개를 들고서 말했다.
“죄송합니다. 기예천님. 소승 아직 수행이 부족합니다. 하여 기예천님을 따라갈 수 없습니다.”
[아라타야. 너는 열반에 올랐단다. 그것도 누구도 오르지 못할 젊은 나이에. 이건 33개의 세계 중 그 어떤 세계에서도 일어난 적이 없는 일이란다. 그러니 분명, 지금 올라가면 천주님께서도 널 높이 평가해 주실 거란다. 어쩌면, 다음 천주의 자리에 널 앉히고 싶어하실지도 모른다.]
“맙소사! 천주라니!”
“아라타! 얼른 기예천님의 말을 따르거라!”
“천주님이 노하시기 전에 얼른!”
강명 법사와 법주승들이 다시 흥분했다.
승려답지 못한 그들의 반응에 기예천이 그들을 향해 손바닥을 보였다.
조용히 하라는 의미였는지 이후 그들이 열심히 소리쳐도 소리가 이쪽으로 닿지 않았다.
강제 음소거였다.
기예천이 다시 말했다.
[정말 나와 함께 올라가지 않을 생각이니?]
“예. 소승은 아직 속세에 미련이 많습니다.”
[미련?]
“예, 소승 산에서 쫓겨나 세상을 떠돌았을 때, 세상에 대해 많이 안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돌이켜보니 그렇지 않았습니다. 소승은 지금까지 세상의 보고 싶은 면만 보면서 살아왔습니다. 길바닥에 핀 꽃의 아름다움을 보고 세상이 아름다운 줄알았으나, 정작 그 꽃이 뿌리내리기까지의 고통과 인내는 알지 못하였습니다. 혹자들의 다사다난한 삶은 보았으나, 그 삶에서 배움을 얻지 못하였습니다. 세상을 본다는 건 바닥에 핀 꽃만 보는 것이 아니라 수풀과 나무와 숲과 산을 보아야 할진대.배움이 부족하여 그러지 못했습니다. 그렇기에 소승은 다시 세상에 나가려고 합니다. 그곳에서 더 많은 것을 보고 들으며 배움을 얻을 것입니다.”
[…저 사람과 함께 말이니?]
사람?
기예천의 말에 고개를들자 아라타도 함께 고개를 들며 답했다.
“예. 소승 형님과 함께하겠습니다. 그리고 깨달음보다 더 높은 가치를 찾고 싶습니다.”
아라타가 목소리에 힘을 주고서 말했다.
그 대답에 기예천은 잠시 침묵하더니 그의 의중을 재확인하듯 다시 물었다.
[저 사람의 본성이 네가 구제해야 할 망자였다 하더라도?]
“겉모습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진정으로 중요한 것은 겉이 아닌 속에 담긴 심상. 형님 속에 깃든 인정이 모두 마르지 않는 한 소승은 두영님을 언제까지고 형님으로 모시고 따를 것입니다.”
[그 길이 험난하다 하여도?]
“각오하고 있습니다.”
[그가 또 꿀밤을 때려도?]
“형님은 이유 없이 절 괴롭히지 않습니다. 꿀밤을 놓아도 분명, 그 이유가 있겠지요.”
[쿡! 그러니?]
아라타의 대답에 기예천이 손으로 입을 가리고 나오려는 웃음을 참았다.
[그래. 정말로 그를 따르고 싶은가 보구나.]
“예, 죄송합니다. 기예천님. 기예천님께서 주신 기회와 정성에 보답하지 못하는 소승을 용서해주십시오.”
아라타는 아쉬워하는 기예천의 얼굴에 절을 올리며 사죄했다.
이에 기예천은 자신에게 절을 올리는 아라타를 일으켜 세우더니 그를 꼭 끌어안으며 말했다.
[괜찮다. 살아서든, 죽어서든 언젠가 우린 다시 만날 테니까. 꼭 지금 날 따르지 않아도 된단다.]
“정말입니까?”
[이미 경지에 오른 네게 내 어찌 네게 거짓말을 할 수 있을까. 속세를 마음껏 누리고 오도록 하려무나.]
“가, 감사합니다! 기예천님!”
[그래도 여색은 그만 밝혔으면 좋겠구나.]
“아…, 역시 다 보고 계셨군요.”
아라타는 부끄러움에 얼굴을 붉혔다.
꿀밤도 그렇고, 아라타의 삶을 자주 내려다보는 것이 분명했다.
이야기가 끝나자 기예천은 이어서 내게도 눈을 주었다.
그러더니 느린 걸음으로 내 앞에 다가왔다.
[길 잃은 자야. 내 아라타를 봐서 특별히 네 앞날을 점지를 해주겠노라.]
그녀는 뼈만 남은 내 이마에 손을 내밀었다.
그리고 이마에 손이 가까워진 순간 중지와 엄지를 말더니 딱밤을 때렸다.
딱!
청명한 소리와 함께 꿀밤을 맞은 것처럼 따끔한 통증이 전해지자 사진처럼 선명하게 찍힌 것 같은 이미지가 뇌리에 떠올랐다.
뇌리에 떠오른 이미지는 거대한 어둠에 대적하고 있는 내 모습이었다.
해골이 아닌 본래 인간의 모습을 되찾은 내가 태산처럼 큰 어둠에 대적하고 있었다.
[뭐, 뭡니까? 방금 그건?]
[언젠가 닥쳐올 네 운명이니라.]
[내 운…명?]
[내 좀 더 자세히 알려주고 싶다만…. 네 기운이 흉흉하여 이것밖에 알려줄 수가 없구나. 이해해주길 바란다.]
[잠깐, 그 말은 내가 다시 인간의 모습을 되찾는단 말입니까?]
기예천의 말에 깜짝 놀라 되물었다.
자세히는 몰라도 방금 보여준 그 이미지가 내 운명이라면, 미래의 내 모습이라면 일단, 내가 인간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것만은 확실했기 때문이다.
[정말 많은 미래를 구할 인간이로구나. 아라타가 형님으로 따르는 것이 이제 이해가 되었다. 해인장의 말대로 네 곁에 있어야 아라타도 더 큰 빛을 찾을지도 모르겠다. 네 곁에 선다면 나도 아라타를 걱정하지 않고 그의 미래를 맡길 수 있겠구나.]
[미래를 구한다니? 맡긴다니? 좀 더 자세히 설명해 주십시오!]
[이 이상 설명하면 순리가 뒤바뀌고 만다. 나머지 답은 스스로 길을 개척하여 찾도록 하라.]
[그런!]
[마지막으로 이건 내가 그대에게 주는 선물이다. 이것이 바로 그대가 가진 힘의 진명이다.]
기예천이 다시 내 이마에 손을 댔다.
이번엔 딱밤을 때리지 않고 손가락만 살짝 댔는데, 그녀의 손이 머리에 닿는 순간 하나의 정보가 머리에 각인되었다.
인외포식(人外捕食).
인간으로 인식하지 않는 존재를 먹이로 삼아 자신의 것으로 삼는 힘, 이것이 바로 내가 가진 능력의 이름이었다.
내가 망자와 괴이를 죽일때마다 그들의 힘을 흡수한 것도.
형사가 되었을 때 미친 듯이 범죄자를 쫓아다녔던 것도.
바로 이 능력을 타고났기 때문이었다.
[그대에게 허락된 능력은 우리 신들에게도 탐탁지 않은 힘. 그대가 만약 아라타와 인연을 맺지 않았더라면 천주님께서는 그대에게 천벌을 내리셨을 것이다. 그러니 그대는 아라타를 업신여기지 말고 대등한 인연으로 여겨야 할 것이다. 그래야만 그대 역시 구원받을 수 있을 것이다.]
[아라타가 없었다면 날 죽였을 거란 말입니까?]
[그래.]
기예천이 똑바로 답했다.
자애로운 눈에 살기가 서려 있었다.
정말로 날 죽일 생각이었다는 말이다.
그 말에 조금 두려워졌다.
천주라는 자가 얼마나 강한지 몰라도 아라타보다 강하다면 내가 이곳에서 살아나갈 수는 없을 것이다.
즉, 정말로 죽일 마음이 있었더라면 이미 재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수미산의 천주도, 앞에 있는 아름다운 누나도 갑자기 무서워졌다.
[내가 우물 안 개구리였구나.]
산에서 날뛴 것을 반성하며 나는 입을 다물었다.
이야기를 마친 기예천은 아라타에게 향했다.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난 아라타의 머리에 입을 맞추더니혼령처럼 그 모습을 흐릿하게 하면서 사라졌다.
[다시 보자꾸나. 아라타. 네가 다시 산으로 돌아오는 날을 기다리고 있으마.]
허공에서 기예천의목소리가 울렸다.
하늘로 울리는 그녀의 목소리에 아라타는 허리를 숙이며 말했다.
“감사합니다. 기예천님.”
그녀가 떠나자 사천왕 역시 들었던 보주를 내렸다.
다문천왕은 황금으로, 지국천왕은 은으로, 증장천왕은 유리로, 광목천왕은 수정으로 바뀌더니 작은 조각으로 나뉘어 부서졌다.
그들의 몸이 부서져 바닥에 떨어지자 비룡, 화조, 호랑이들이 각기 다른 방향으로 흩어졌다.
동쪽, 서쪽, 남쪽으로 떠나는 것을 보면 본래있던 곳으로 돌아가는 것 같았다.
모두 떠나고 원상 복구된 수미산에는 나와 아라타 그리고 강명 법사와 법주승들만이 남았다.
“사, 사라졌다.
“설마, 사천왕과 사방신 모두 마괴를 두고 떠난 것입니까?”
“아무래도 마괴가 망자가 아닌 인간으로서 인정을 받은 모양이다.”
“그, 그럴 수가! 그게 정녕 가능한 일입니까?”
“나도 처음이라 모른다. 하지만 눈앞에 있는 망자를 두고도 구제하지 않은 것이 가장 큰 증거다.”
“망자를 구제하지 않는다니…, 이 무슨 궤변이란 말입니까.”
“허면, 저희는 어찌해야 합니까? 지금까지 우리의 배움은 대체….”
“천주님의 뜻이 마괴 두영을 놓아주는 것이라면, 우리가 역시 그분의 뜻을 존중해야 한다.”
기예천이 떠나자 강제 음소거 되었던 강명과 법주승들이 떠들었다.
떠드는 이야기를 봐선 더 싸울 생각은 없어 보였다.
“마괴 두영이여!”
[뭐냐?]
“천주님과 기예천님께서 내려주신 자비를 감사히 여기고, 아라타와 함께산을 떠나도록 해라. 이승에 남은 미련이 무엇인지 모르겠으나, 아라타의 곁에서 그 미련을 털어내고 성불하기를 기도해주겠다. 그대 앞날에 부처님의 은혜와 가호가 있기를.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강명은 악담인지 덕담인지 모를 말을 하더니 바닥에 뻗어 있는 라마 고승을 챙겼다.
기절한 라마 고승의 몸이 떠오르자 그대로 그를 들고 산으로돌아갔다.
남은 법주승들 또한 그를 따라 산으로 돌아갔다.
모두 떠나고 혼자 남은 아라타를 보며 말했다.
[출셋길이 막혔구나. 그냥 산에 가지. 왜 그랬냐?]
“아까 기예천님께 말한 그대로입니다. 소승은 좀더 형님과 함께하고 싶습니다. 그러니 형님께서도 이 아우에게 이것저것 많이 알려주십시오.”
[새끼. 후회해도 난 모른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나니. 소승 후회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래. 가자. 비급 찾으러.]
“예! 가시지요! 다시 비급을 찾으러!”
아라타의 말에 나는 워프 주문을 외웠다.
목적지는 르나르국의 국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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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영과 아라타가 워프로 수미산을 떠나자, 그들이 서 있던 바닥이 꿈틀거렸다.
꿈틀거리던 흙바닥은 점토처럼 뭉쳐 사람의 형태를 갖추더니 승려의 모습을 취했다.
강명 법사가 데리고 떠난 라마 고승이었다.
“드디어 떠났군.”
라마 고승의 모습을 취한 정체불명의 괴이는 휘파람을 불었다.
그러자 복숭아나무에 숨어 있던 새 한 마리가 날아왔다.
검은 털과 큰 눈이 인상적인 수리부엉이였다.
부엉이는 가짜 라마 고승의 어깨에 앉았다.
“가라, 가서 전해라. 비급은 현재 수미산이 아닌 르나르국에 있다고.”
그의 말을 받은 부엉이가 다시 날아올라 하늘 저편으로 사라졌다.
부엉이가 완전히 사라지자 그는 바닥에떨어진 황금, 유리, 은, 수정을 보며 말했다.
“망자를 두고도 구제하지 않다니, 수백 년을 살았음에도 이런 일은 처음이로군. 마괴 두영이라….”
그는 사천왕들과 사신수와 싸운 두영의 모습을 떠올리며 말했다.
“어쩌면, 같은 편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르겠어.”
가짜 라마 고승은 흙만 남긴 채 땅속으로 다시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