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41화 〉40화. (41/83)



〈 41화 〉40화.

나는 언데드를 향한 동토인의 무조건적인 혐오와 약육강식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먼저 언데드 대군을 만들어 라이프 센서에 감지된 사람들을 공격하게 한다.

그리고 내가 만든 언데드들이 사람들을 공격하려는 순간.

같은 언데드지만, 정의감으로 무장한 내가 나타나서 사람들을 구해준다.


여자도 불량배들에게서 구해주면 고마워하는 법.

구닥다리 같은클리셰지만, 그렇기에 더 확실한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증오스러운 망자를 또 다른 망자인 내가 처리하면 상대적으로 내가 덜 나쁘게 보일 테니까.

아무리 그래도 날 생명의은인처럼 대하진 않겠지만….

하멜 숲에서 일리나를 구해줬을 때처럼 최소한 대화 정도는 할 수 있겠거니 했다.

이야기만 통하면 끝이다.

어떤 나쁜 놈이 날 이 꼴로 만들었다고 적당히 둘러대고.

세상에는 나처럼 착한 언데드도 있다는 사실을 사람들에게 알려주면 된다.

그리고 세상 사람들의 편견과 차별 어린 시선을 피하게 도와달라고  후 얼굴을 가릴 가면과 옷을 받으면 끝.

그 후에는 광명 목탑의 위치를 수소문해서 찾으면 된다.

[좋았어! 자연스러워! 아무리 생각해도 기가 막힌 계획이야!]

내가 생각해도 완벽한 아이디어에 나는 자화자찬하며 언데드를 소환했다.


이블 나이트라서 언데드를 지배할 수는 있어도 제작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네빌의 기억에 온데드를 만드는 온갖 비법이 있었다.

초보자도 할 수 있는 기초 스켈레톤 작법서.

중급자를 위한 언데드 대백과. 이제 당신도 중견 흑마법사.


전문가를 위한 데스나이트, 리치 노하우!

같은 이쪽 세상의 마법 서적의 정보였다.


네빌은 자격증 공부하는 취준생처럼 이런 책들을 읽으며 마법을 배웠다.


그 정보가 지금 내 머리에도 오롯이 등록되어 있었기 때문에내 마음대로 언데드를 만드는 게 가능했다.

[사람들이 보고 무서워할  있는 언데드가 좋겠지. 덩치가 큰 놈으로 만들자.]

나는 사람들이 겁에 질릴 수 있도록, 극적 효과를  수 있도록 덩치가  언데드를 300마리 정도를 만든 후, 계획을 실행에 옮겼다.

언데드 대군이 사람들을 포위하게 하고, 사람들을 위협하도록 지시를 내렸다.

그렇게 모든 준비가 끝나, 이제 내가주인공처럼 짠하고나타나 사람들을 구조하기만 하면 만사 오케이가 되려는 순간.


계획이 틀어지고말았다.


분명, 나약해 보이던 어린 스님이예상치 못한 힘을 발휘하면서 내 언데드들을 부수고 사람들을 대피시킨 것이다.


기껏 만든 언데드 일부가 정화되어 사라졌다.

사람들이 달아나면서 계획도 실패했다..

주인공 자리를 뺏긴 것만 해도 당혹스러운데, 관중까지 쫓아버렸으니 기껏 세운 계획이 수포로 돌아가고 말았다.


[젠장, 지금이라도 나서서 한 손 거드는 척할까?]

지금이라도 도와주고 호감도를 쌓을 계획을 세웠지만, 지금 나가기에는 그림이 좋지않았다.

목격자들이 다 도망쳐버린 데다가 이 타이밍에 내가 나서봐야 언데드 대군을 소환한 악당으로 여겨질 것이 분명하니까.


그게 아니면 언데드에게 쫓기는 또 다른 나쁜 놈으로 몰릴 가능성이 높다.


절대적인 사면초가의 상황에서 언데드인 내가 나타나, 같은 언데드들을 무찌르고 사람들을 구해줘야 제대로  시나리오가 탄생한다.


지금 나서는 건 역시  아닌 것 같았다.

[꼬였네. 제대로 꼬였어. 하필 저 꼬마가 저런 힘을 지니고 있을 줄이야.]

나는 어린 스님을 보았다.

스님은 모 영화에서 보았던 여래 신장 같은 기술로 중급 언데드들을 날려버리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니  스님이라면 내 도움 없이도 모든 언데드들을 무찌를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모처럼 인간과 언데드 간에 화합의 장을 마련할 생각이었건만…. 쯧! 하는 수 없지.]

일이 제대로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았기에 나는 차선책을 실행하기 위해서 스님의뒤로 다가갔다.

차선책은 바로 납치, 유괴다.

[넌 뭔데 훼방이야!]

나는 스님을 기절시키기 위해 뒤로 다가가 꿀밤을 때렸다.


힘을 뺀다고 빼서 때렸지만, 아직 이블 나이트가 된 지 얼마  돼서 힘 조절이 어려웠다.

그래서 생각한 것보다 훨씬 더 강하게 꿀밤을 때리고 말았다.

강력한 꿀밤의 충격을 이기지 못한 어린 스님은 아래로 고꾸라졌다.


머리는 바닥에 파묻혔고, 다리는 겨울바람을 맞은 사시나무처럼 파르르 떨렸다.

[아, 미안. 너무 세게 쳤다.]

납치만 하고 해칠 생각은 없었기에, 바닥에 얼굴이 박힌 스님을 얼른 뽑아주었다.


충격이 컸던지 숨통이 트였음에도 스님은 눈을 뜨지 못했다.


죽어가는 스님을 안은 이블 나이트.


모습을 누가 보기라도 하면 망자를 증오하는 동토인들의 분노에 불을 지필 것이 뻔했다.


그들에게 어떤 쓴소리를 들을지 모르니 자리부터 피해야 했다.

나는 사람들이 나타나기 전에 스님을 안고서 동굴로 향했다.

마침  며칠 길을 잃고 헤매던 차에 발견한 동굴이었다.


동굴로 들어가자 지구의 시베리안 호랑이처럼생긴 괴물이 반겨주었다.


일반 호랑이보다 3배는더 큰 덩치에 송곳니도 바다 코끼리처럼 뾰족한 녀석이었다.

호랑이는 자신의 집을 지키려는 듯 으르렁거렸지만, 내가 암흑 오라를 사용하자 알아서 집을 비워주었다.

덕분에 동굴은 내 아지트가 되었다.

[아이고, 저 혹 좀 보소.]

나는 동굴 벽에 스님을 살며시 앉히고, 머리에  혹을 확인했다.

혹이 어찌나 큰지 부황이라도 뜬 것 같았다.

[죽은  아니겠지?]


걱정되는 마음에 고동을 확인했다.

두근두근 소리가 들리는 것으로 보아 일단, 심장은 뛰고 있는 것 같다.

살아는 있다.


하지만 너무 세게 쳐서 식물인간이 되진 않았을까? 살짝 염려되었다.


나는 이 어린 친구를 살리기 위해 급히 네빌의 기억을 뒤졌다.

걸어다니는 백과사전인 네빌의 기억이라면 분명히, 쓸만한 방법을 알 것 같아서였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양반이 가진 기억 속 정보 중에 도움이 되는 것이라곤 회복 마법과 침을 바르는 것밖에 없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침샘이 없어서 침은 발라줄 수는 없고, 치료 마법은 언데드가 살아 있는 사람에게 치료 마법을 사용할 경우  사람의 몸이 병들고, 살이 썩어 문드러지고 말기 때문에  수 없었다.

네빌의 마력을 얻고, 단숨에 이블 나이트로 진화해서 만능이 되나 싶었는데 의외로 중요한 순간에 큰 도움이 되지 않았다.

[이런 걸 두고 돼지 목에 진주라고 하는 건가?]


스스로의 부족함을 한탄하며 바닥을 치자, 동굴이 흔들리며 애꿎은 바닥만 더 깊은 땅으로 꺼졌다.

바닥이 흔들린 덕분일까?

의식을 잃은 스님이 몸을 뒤척였다.

“으으으…. 기예천님….”


제대로 말을 하는 것을 보니 다행히 식물인간은 면한 모양이었다.

[돌대가리라 다행이다. 그럼. 계획대로 해도 되겠지?]

나는 단단한 스님의 머리에 감사하며 그가 입은 옷의 한쪽 소매를 찢었다.

붕대처럼 길게 찢은 소매의 옷자락을 그의 눈에 칭칭 감아 주고, 네빌의 기억을 빌려 손을 함부로 움직이지 못하도록 뼈다귀 수갑을 만들어 속박했다.

이렇게 스님의 눈을 가리고 속박 마법을 거는 것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첫째는  얼굴을 보고 놀라다시 기절하거나 발광을 하다가 다칠 수도 있기 때문이고.


둘째는 이렇게 얼굴을 가려야 편견 없는 이야기를 나눌 수 있기 때문이다.

“으으…. 뭐야. 왜 아무것도 안 보이는 거지?”

마침내 정신을 차린 스님이 입을 열었다.

[오오! 드디어 정신이 들었나?]


“누, 누구십니까? 으윽!”

내 목소리에 놀란 스님이 앞도 못 보는 채로 뒷걸음질을 치려다 벽에 혹이 난 자리를 부딪쳤다.

고통스러웠던지 스님은 손으로 머리를 문지르기 위해 안간힘을 썼지만, 딱딱한 뼈다귀 수갑 탓에 여의치 않았다.

“크으…. 왜, 왜 날 묶으신 겁니까? 호, 혹시 아까 전의 현상금 사냥꾼들입니까?”

이를 악물어 고통을 삭이던 스님은 자신이 구해준 사람들을 떠올리며 말했다.


현상금 사냥꾼이라고 하는 것으로 보아, 아무래도  스님 목에 현상금이 걸려 있는 것 같았다.

그나저나 스님 목에 현상금이라니?


그렇다면,  스님이 범죄자라는 뜻인가?

스님이 범죄자?


다소 생소해 보이는 단어 조합이지만, 스님으로 위장한 사기꾼과 사기꾼이  스님도형사 생활을 하면서 종종 보았기에 그리 놀랍진 않았다.


어차피 스님도 같은 사람.


모든 스님이 덕망이 높은 것도 아니니, 문제가 있는 스님도 있을 수 있다.

[현상금이라니 그게 사실이야?]


“지금 그 반응은 소승에게 현상금이 걸렸다는 것을 모르셨다는 뜻이오?”

새끼 생각보다 예리하다.


[…그래. 맞아.]

“그, 그렇담, 귀하는 무슨 이유로 소승의 눈과 손을 봉한 것이오? 그간 부녀자들은 쳐다보지 않았을 터인데….”

[부녀자들을 쳐다보지 않았다고?]


스님의 그 한마디에 오랜만에 촉이 꽂혔다.

대한민국에서 갈고 닦은 베테랑 형사의 감각은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이 어린놈은 겉보기랑 다르게 제비가 분명하다고.

현상금도 분명 허리 잘못 써서 매겨진 현상금일 것이다.


확실했다.


[겉모습은 스님인데 실상은 제비라니…. 그 헤어스타일로 용케도 제비 노릇을 했네.]


“예?”

[뭐, 그런 건 아무래도 좋으니까. 일단, 진정해. 그보다  가지 질문하고 싶은데 괜찮지?]

“무, 무슨 질문 말이오?”


[별것 아니야. 그냥. 내가 길을 잃어서 그런데, 광명 목탑에 대해서 좀 알려 줄 수 없을까?]


“광명 목탑 말씀이시오? 갑자기 광명 목탑은 왜….”


[내가 거기에 가야 하는데, 위치를 몰라서 말이야.]


“그런 것이라면 행인에게 물어도 되지 않소? 어찌 소승의 눈을 가리고 묶어 광명 목탑에 대해 묻는단 말이오? 그리고 소승은 분명 망자들과 싸우던 중이었는데…. 그 망자들은 어찌 되었단 말이오?”


이상함을 느낀 스님이 까다로운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


찌푸려지는 눈썹과 이맛살을 보아하니 아무래도 현재 상황에 대해서 의구심을 가지는 모양이다.

뭐라 대꾸하고 싶은데, 솔직히 마땅한 변명거리가 떠오르지 않았다.

[시끄럽고, 광명 목탑 위치 알아?몰라? 그것만 대답해.]

“위치는 알고 있소! 무슨 이유인지 모르겠으나, 광명 목탑으로 가고 싶은 것이라면 소승이 안내해 줄 수도 있소! 허나! 이렇게 눈을 가린 채는 안 되오! 귀하의 모습을 보여주시오!”


모습을 보여 달라고 하는 것으로 보아 아무래도 의심이 꽤 깊어진 모양이었다.


[생각보다 까다로운 놈이구만.]

언데드들을 처치하는 것을 보고 평범한 놈은 아니라 생각했건만, 머리까지 잘 돌아갈 줄이야.

정체를 밝히기 곤란했기 때문에 난처해졌다.

어쩔 수 없지. 이렇게 되면….


[거래를 하도록 하자.]

“거래? 무슨 거래 말이오?”

[날 광명 목탑이 있는 곳까지 안내를 해주면,  현상금 사냥꾼들에게 넘기지 않고 풀어줄게.]

“정말이오?”


[그래.]

“만약, 소승이 거부하면 어찌 되오?”

[글쎄, 거부하면 동굴 주인이 와서  디저트 삼아서 꿀꺽하겠지.]


“동굴? 디저트?”

[몬스터가 와서 널 먹게 될 거라고.]


“그런!”

목숨이 걸린 협박에 스님의 심경에 변화가 생겼다.

[약속할 수 있겠어?]


갈등하던 스님은 잠시 고민하는 듯하더니, 답을 주었다.


“아, 알겠소. 광명 목탑까지 동행하는 것이라면, 내 그렇게 하겠소. 단, 그대의 모습의 모습을 보여주시오.”


말투를 보니 의심을 거두지 못한 모양이었다.

조금 아쉽지만, 어쩔 수 없다.

어차피 눈을 가리고 안내를 받을 수도 없는노릇이니까.
[알겠다. 대신 약속해라.]

“뭘 말이오?”

[내 모습을 보고도 선입견을 가지지 않겠다고.]

“……알겠소. 내 약속하리다.”

 말을 끝으로 나는 스님의 눈을 가린 천을 풀어주었다.


그렇게 빛이 들어오고, 내 모습을 확인한 스님은 격한 반응을 보였다.

“으아아악!! 마, 망령!! 네 이놈!!  설령 목숨을 잃는 한이 있더라도! 네놈의 말은 절대 듣지 않겠다!”

예상은 했지만, 얼굴을 보기가 무섭게 지랄발광을 하는 꼴을 보니 가슴이 착잡했다.

[그냥, 잠이나 한숨 더 자라.]

발광하는 꼴을 보기 힘들어 나는 녀석의 반대쪽 머리에 꿀밤을 먹였다.


강력한 충격에 스님은 다시 기절했고,정신을 잃은 그를 보며 나는 어찌해야 무력을 사용하지 않고 이 녀석을 설득할 수 있을지 고민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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