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0화 〉39화.
스님의 말이 곧 법이 된다.
통토 땅에서만 허용되는 제1법칙이었다.
이 법칙의 기원은 800년 전, 세상을 어지럽히며 활개친 망령들을 대륙의 중심에 우뚝 솟은 수미산(須彌山)의 스님들이 잡아들이면서 시작되었다.
스스로의 희생을 감내하는 스님의 초개 같은 정신에 감동한 동토의 왕들이 스님의 계율을 따르기로 맹세하면서 스님의 말은 옳다는 암묵적인 규칙이 정해졌다.
이때만해도.
“머지않아 타락한 스님들이 모든 것을 좌지우지하는 세상이 도래할 것이다!”
같은 말을 하며 스님들의 도량과 그릇을 의심하는 말이 많이 나돌았지만, 그 걱정은 절반만맞고, 나머지 절반은 틀렸다.
오랜 시간 검소한 생활과 무욕의 수련을 받은 스님은 크게 두 부류로 분류되었다.
하나는 설법과 구전은 익혔지만, 기나긴 금욕을 이기지 못하고 타락해 버린 파계승(破戒僧)이고.
다른 하나는 생명체가 가진 본능적인 욕구를 완전히 지워 진정한 깨달음의 경지에 이른 승려(僧侶)였다.
파계승은설법과 구전을 익혔지만, 깨달음이 얕고그 힘이 약해 존경을 받지 못한다.
반대로 깨달음이 깊은 승려는 어떤 적의 유혹에도 굴하지 않을 정도로 강하니 동토 땅의 어느 왕국을 가도 존경을 받는다.
이것이 보편적인 파계승과 승려의 차이였다.
하지만 어느세상에도 예외는 있었다.
파계승 아라타.
수미산에서 수련하던 스님 중 한 명으로 많은 신 중 기예천(伎藝天)의 관심과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란 동자 스님이었다.
어린시절부터 총명하고, 심득이 깊었던 아라타는 15살에 법주승의 위치에까지 올랐으나 사춘기 시기 들끓는 아랫도리의 피를 주체하지 못해 부녀자를 유혹에 굴하고 말았다.
하룻밤 달콤한 밤을 보낸 아라타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수미산으로 돌아갔지만, 하필이면 아라타가 유혹한 부녀자가 월정(月精)을 통치하던 왕의 아내라 첫날밤을 보낸 다음날 바로 금수왕에게 들통이 나고 말았다.
아라타와 사통(私通)한 금수왕의 아내, 사금여는 모든 잘못을 아라타에게 뒤집어씌웠다.
사금여의 말이 진실인지 확인할 수는 없으나, 아라타가 그녀와 몸을 섞은 것은 분명한 사실.
이후 아라타는 성욕에 굴복해 부녀자를 희롱한 스님이라는 불명예를 안게 되었다.
결국, 수미산에서 쫓겨나 파계승이 된 그는 자신을 아껴준 기예천에게 마지막 기회를 받았다.
앞으로 10년간 악령 3천을 성불시켜 수미산으로 돌아오면 다시 그를 받아주겠다는 과제였다.
아라타는억울했지만, 부모와도 같은 기예천의 말을 거부할 수 없었다.
결국, 그는 악령을 구제하기 위해 속세를 돌아다녔다.
하지만 망령이 그렇게 흔하지 않은 동토 땅에서 기예천의 과제를 수행하기란 쉽지 않았고, 결국 불과 2년 만에 모든 걸 포기하고 속세를 즐기기로 마음먹었다.
쉽게 말해 삐뚤어진 것이다.
아라타는 이후 자신을 승려라 사칭하고 다니며 자신과 비슷한 또래의 아녀자들을 희롱한 것은 물론, 왕들에게 제1법칙을운운하며 그들의 물건을 빼앗는 등 탐욕을 품었다.
본래 스님이 금욕을 저버리고 탐욕에 물들게 되면 깨달음과 멀어져 스님으로서의 힘을 잃고 만다.
하지만 그를 아낀 기예천이 준 10년의 유예와 타고난 총명함 그리고 뛰어난 심득 덕분에아라타는 금욕을 어긴 파계승이면서도 속세로 나온 다른 승려들 못지않게 강력한 법력을 펼쳤다.
당연히 그 힘을 의심할 수 없었던 여인들과 왕들은 아라타의 거짓말에 속을 수밖에 없었다.
처음에는 가벼웠던 아라타의 만행도 시간이 갈수록 무거워졌다.
거짓말이 더 대담해지고 지나치게 된 것이다.
결국, 거짓말이 크게 들통 난 그는 수미산의 수치라 불리게 되었고, 승려를 사칭했다는 이유로 현상금까지 걸리게 되었다.
아라타의 목에 걸린 현상금은 무려 금화 500냥.
액수가 한 나라의 귀족이 되고도 남을 정도의 금액이었다.
그 탓에 현상금을 노리고 아라타를 노리는 자들이 점점 늘어나기 시작했다.
그것은 오늘도 마찬가지였다.
“히익! 사람 살려!!”
“얌전히 잡히시지요! 젊은 스님!!”
회색 분소의 차림에 빡빡머리 스타일의 남자가 헐레벌떡 도망쳤다.
땅을 박차며 요란스레 도망치는 어린 청년의 정체는 아라타.
그는 현재 무지막지한 크기의 도끼와 검을 든 현상금 사냥꾼들에게 쫓기고 있었다.
사냥꾼들은 아라타를 보며 입맛을 다셨다.
금화 500냥.
9명이서 나눠도 금화 50냥은 거뜬히 넘는 돈이다.
그 정도 금액이면 벽에 똥칠할 때까지 술을 퍼마실 수도 있으리라.
“금화 50냥, 흐흐흐!”
돈독이 오른 사냥꾼들이 입맛을 다시며 속도를 높였다.
더 빨라진 사냥꾼들의속도에 아라타는 바짝 긴장했다.
본래 아라타는 인간의 기준에서 꽤 강한 편이다.
스님들은 기본적으로 어린 시절부터 신체와 정신 모두를 타통하기 위하여 심도 깊은수련을 받기 때문에 신체 능력이 일반인을 훨씬 웃도는 것이다.
그래서 실제로 1:1로 싸운다면 사냥꾼들의 공격을 피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그러나 사냥꾼들의 수가 너무 많았다.
심지어 살법까지 펼치며 자신을 노리기 때문에 아라타의 능력으로는 그들의 공격을 모두 막고, 뿌리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주특기인 설법과 구전이 있지만, 그것 역시 망령에게나 통하는 기술!
산사람 앞에서 아무리 염불을 외워도 소소한 스트레스밖에 줄 수 없으므로 달아나는 게 최선이었다.
“아우! 죽겠다! 벌써 며칠째야!!”
도망치던 아라타가 투정을 부렸다.
어제도, 그제도, 엊그제도 자신을 노리는 사냥꾼들이 자꾸만 나타나는 바람에 식사는커녕 눈도 붙이지 못한 상태였다.
이제는 도망갈 체력마저도 바닥났기 때문에 아라타는 터질 것 같은 심장을 쥐며 아름드리나무에 기대앉아 자포자기하며 외쳤다.
“에라, 모르겠다! 굽든 삶든 알아서 하쇼!”
“이제 포기한 겁니까?”
“진작에 그럴 것이지! 스님 하나 때문에 며칠 동안이나 우리 모두 이 무슨 고생입니까?”
주저앉은 아라타의 모습에 사냥꾼들은 무기를 거두고 밧줄을 꺼내 그의 곁으로 다가갔다.
“밧줄 동여맬 것이니, 이제 도망치기 없기입니다. 또 도망쳤다가는 팔, 다리 중 하나는 끊어버릴 거요. 알겠습니까?”
“알았소. 그러니 제발, 나 좀 쉽시다. 그리고 기왕 잡혀가는 거 밥이랑 물부터 좀 주시오. 이러다 관아 가기 전에 굶어 죽겠소!”
“쯧쯧! 누가 파계승 아니랄까 봐. 식탐은…. 여기 있소.”
“고맙소. 내 이제 도망 안 칠 테니. 우리 모두 조금만 쉽시다. 그대들도 지쳤을 것 아니요. 우리 앉아서 다 같이 반 시진만이라도 좀 쉽시다.”
“흠…. 그럽시다. 잔재주 부리기 없기요.”
“알았소. 알았소.”
아라타의 말에 사냥꾼들도 지쳤는지 그를 둘러싸고 앉았다.
내색은 안 했지만, 그들 역시 아라타를 쫓느라 쉬지 않은 탓에많이 지쳤던 것이다.
그렇게 그들은 잔바람을 느끼면서 휴식을 취했다.
휴식을 취하는 김에 식사도 했는데, 식사는 경단에 대나무 물통이 전부였다.
스님을 향한 호감이 강해서일까?
사냥꾼 한 명이 경단을 아라타에게도 나눠주었다.
“고맙소, 그런데, 내 현상금이 얼마라고했소?”
“금화 500냥이요.”
“오, 오백!? 이야! 한 사람당 금화 55냥은 떨어지겠구려, 이거 앞으로 배곯을 걱정 없이 살 수 있겠소! 축하하오!”
“잡혀놓고 축하라니, 독특한 스님이로구만.”
“뭐, 나 하나 잡혀서 그대들 아홉이 행복해진다면야. 이 모자란 스님의 목에도 나름의 의미가 생기는 것 아니겠소. 소승은 거기에 만족할 생각이오.”
“뭐, 그렇게 생각해 준다면 다행이고.”
“하긴, 우리도 스님의 원망을 받아야 찜찜할 뿐이니까. 그리 생각해주면 좋지. 아무리 파계승이라도 말이야. 하하하!”
“그런데, 그대들은 금화 55냥이 생기면 제일 먼저 무엇을 할 생각이오?”
아라타의 말에 식사하던 사냥꾼들은 잠시 고민에 빠졌다.
곧 아라타의 맞은편에 있던 사내가 입을 열었다.
“나는 귀향해서 농사나 지으면서 가정이나 꾸려볼 참이오.”
“호오? 가정을 꾸리겠다니. 아주 충실한 생각이오. 무릇 생명은 번식을 해야 하는 법이니. 거기 그대는 어떻소?”
“나 말인가? 나는 우선 집창촌으로 가서 해후부터 풀 생각이오.”
“색욕에 충실한 분이시구려. 헌데, 그게 끝이오?”
“물론, 아니지. 거기에 려숙이라는 아가씨가 있는데, 그아가씨가 내 참 마음에 들더이다. 하여 함께 귀향해서 가정을 꾸려볼 참이오. 언제 죽을지 모르는 목숨, 거금이 들어왔을 때 확실히 물을 저어야 하지 않겠소?”
“자네도? 이거 쓸쓸해지겠구먼.”
“려숙 고 아가씨가 참하긴 하지. 껄껄!”
“대단하오. 단순히 색욕에 빠지지 않고, 가정을 꾸릴 마음마저 가지다니…. 비록 파계승이라고는 하나 소승이 그대들의 앞날에 기예천님의 은혜가 함께 하길 기원하겠소.”
“응? 부처님의 가호가 아니라?”
“소승은 기예천님을 따르던 심복이었소. 기예천님은 부처님 못잖게 평화를 사랑하시는 분이신데다, 복덕과 기예를 지켜주시니 귀향과 정착을 바라는 그대들에게는 있어선 그분의 은혜가 더욱 중요할 것이오.”
“그, 그렇군. 고맙소. 이거 잡아가는 처지에서 이런 은혜를 받아도 될지 모르겠군. 허허!”
아라타의 유려한 언변에 살벌하던 사냥꾼들의 분위기가 화기애애해졌다.
“내 미안해서 그러오.”
“응? 미안하다니? 뭐가 말이오?”
“파계승이라고는 하나 이렇게 스님을 잡았으니, 미안해야 할 건 우리가 아닌가?”
미안하다는 아라타의 말에 사냥꾼들은 이해가 안 된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고, 아라타는 방긋 웃으며 말했다.
“그 말이 아니요. 내 말은 지금부터 내가 그대들에게 할 짓을 미안하단 뜻이었소.”
“응? 그게 무슨?”
사냥꾼들이 이해하지 못한 채 아라타를 보는 그때였다.
경단을 다 먹고 삼킨 아라타가 뒤로 묶인 손을 나무에 손을 대며 말했다.
“목행(木行)! 나무야. 묶어라!”
갑작스레 아라타가 외쳤고, 그 외침과 동시에 바닥에서 나무줄기들이 올라와 사내들의 팔과 다리를 옭아맸다.
“이건 설마!?”
“술법이요. 내 기예천님 밑에서 목행술도 배웠지. 앞으로 한 시진은 그대들의 팔다리를 묶고 있을 것이오.”
“큭! 이놈이!”
“기껏 먹을 것까지 줬더니, 이렇게 뒤통수를 치는 것이냐!”
몸을 옭아맨 나무줄기와 아라타의 말에 놀란 사냥꾼들이 거칠게 소리쳤다.
“뭐, 너무 미워하지는 마시오. 이것도다 물욕에 눈이 먼 그대들의 자초한 일이니. 배고파서 그러니 경단과 그대들 품에 있던 돈은 내 좀 챙겨 가겠소.”
아라타는 꽁꽁 묶인 밧줄을 나무의 힘으로 풀더니 사냥꾼의 호주머니를 뒤져 돈주머니와음식을 챙겼다.
“네 이놈! 파계승이라곤 하나 어찌 승려가 우리들의 돈을 뺏을 수 있단 말이더냐!”
“부처님 보기에 부끄럼도 없단 말이더냐!”
“허허, 파계승은 본래 이런 것이외다. 그러게, 혹자들이 방심하지 말았어야 하지 않겠소?”
비록 산 자를 해치는 기술은 가지고 있지 않지만, 이렇게 제압을 하는 술법은 아라타도 가지고 있었다.
나무의 움직임이 느린 탓에 대놓고 사용하면 잘 걸리지는 않지만, 계속 말을 걸며 주의를 끈 덕분에 기술은 실패하지 않고 잘 먹혀들었다.
“이 정도면 은화 20냥 정도는 되겠군. 고맙소. 내 나중에 크게 성공하면 사례하리다. 그럼.”
금화와 음식을 챙긴 아라타는 능글맞은미소를 지으며 물러났고, 이를 보고 있던 사냥꾼들은 멀어지는 아라타에게 눈을 부라리며 외쳤다.
“내 돈! 려숙이와 함께할 내 돈이! 네 이놈!! 이거 풀지 못하겠느냐!”
“지금 이걸 풀지 않으면 나중에 팔, 다리를 끊어 버릴 것이다!!”
“후후후, 어디 실컷 노력해 보시오.”
사냥꾼들의 외침에 아라타는 비아냥거리며 숲으로 도망쳤다.
“저 빌어먹을 새끼! 잡히면 죽여 버리겠어!!”
“사지를 동여매고 고자로 만들어 버릴 테다!!”
몸이 묶인 사냥꾼들이 눈을 부라렸다.
며칠 간 똥을 못 싼 사람처럼 목과 얼굴에 붉은 핏대를 세워가며힘을 주는 사냥꾼들.
필사적으로 힘을 끌어올린 그들은 이윽고몸을 묶고 있는 나무줄기를 완력으로 끊기 시작했다.
엄청난 힘과 분노에 아라타가 만든 질긴 나무줄기들이 하나, 둘씩 끊어지기 시작했다.
“으아아아!”
가장 먼저 나무줄기를 끊은 사냥꾼 한 명이 포효하더니 무기를 들고 동료의 몸을 묶은 나무줄기를 끊어주었다.
려숙과 결혼하겠다던 사냥꾼이었다.
풀려난 사냥꾼들은 함께 분노했다.
“망할 놈의 땡중 새끼! 잡히면 요절을 내버리겠다!”
“살려둘 가치도 없는 놈이다! 머리만 가져가면 되니까! 두 번다시 입을놀리지 못하게 죽여 버리자!”
“오오!”
분노한 사냥꾼들이 일치단결하는 그때였다.
“으아악!! 사람 살려!”
“응?!”
숲 안쪽으로 도망치던 아라타가 사냥꾼들이 있는 방향으로 돌아왔다.
“네 이놈!”
“히익!!”
그들은 아라타의 앞을 가로막았고, 벌써 나무줄기를 푼 현상금 사냥꾼들의 모습에 놀란 아라타는 도망치던 걸음을 멈추고 바닥에 주저앉았다.
“어, 어떻게 벌써!?”
“이 땅꼬마 같은 땡중 새끼! 쓸모없는 네놈 고간 오늘 내가 다 도려주마!!”
“헉!!”
사내의 말에 아라타는 겁에 질린 모습으로 자신의 물건을 손으로 가렸다.
사냥꾼들은 흉기를 든 채 아라타를 에워싸는 그 순간!
쿵! 쿵! 쿵!
땅이 크게 울리더니 대나무 숲과 안쪽 숲에서 무언가가 나타났다.
그것은 5미터 이상의 덩치를 가진 거대한 괴물들이었는데, 몸 전체가 뼈로 되어 있었다.
“마, 망령!?”
하나도 아니고 수백에 달하는 망령들이 갑자기 숲에서 나타나자 아라타는 물론이고, 사냥꾼들도 당황했다.
하나라면 어찌 해보겠지만, 무려 수백이나 되었기 때문에 도저히 빠져나갈 구멍이 없어 보였던 것이다.
“이, 이를 대체 어쩌면 좋단 말인가?”
무기를 든 사냥꾼이 등을 맞댄 채 고민하는 그때였다.
집창촌의 려숙과 귀향해 가정을 꾸린다던 사냥꾼의 앞으로 거대한 덩치의 망령이 다가왔다.
대퇴골 같은 것을 든 망령은 남자의 앞에서 뼈다귀를 들더니 내리치려는 자세를 취했다.
당황한 사냥꾼이 두려움에 몸이 굳어 아무런 대응도 하지 못하자 아라타가 움직였다.
“뭐하는 것이오!”
청초한 푸른 화염을 만들어낸 그는 뼈만 남은 망령의 몸통을 불길로 휘감았다.
잔가지처럼 부서지는 망령의 모습에 아라타가 외쳤다.
“얼른 도망치시오!”
“무슨?!”
“이곳은 소승이 막을 터이니! 그대들은 얼른 마을로 돌아가 위험을 알리시오!”
“하, 하지만 퇴로가….”
“퇴로는 소승이 열어 주겠소!”
사내들의 말에 아라타가 그들의 뒤로 손바닥을 뻗었다. 그러자 그의 손으로 금빛 기운이 서렸다.
빛은 곧 거대한 손바닥 모양으로 변했고, 모양이 완전히 변하자 아라타가 손을 뻗었다.
대포처럼 발사된 금빛 손바닥이 퇴로에 있던 망령들의 몸을 가루로 만들어 버렸다.
망령들이 사라지자 아라타가 다시 외쳤다.
“어서 가시오!”
“아, 알겠소!”
길이 열리자 사냥꾼들이 도망치기 시작했고,그들이 사라지는 것을 본 아라타는 손바닥을 모아 염불을 외우기 시작했다.
알아듣기 힘든 작은 목소리로 염불을 외우자 아라타의 몸에서 금색 빛이 나왔다.
그렇게 빛이 접근하는 망자들의 몸을 녹이자 아라타의 뒤로 그림자가 나타났다.
[넌 뭔데 훼방이야!!]
그림자의 정체는 이블 나이트가 된 두영이었다.
그는 자신의 작전을 망친 아라타의 행동에 화가 나 그의 뒤통수로 꿀밤을 먹였다.
힘 조절에 실패한 그의 꿀밤에 아라타는 머리가 바닥에 처박힌 채 정신을 잃고 말았다.
땅이 깨지고 갈라진 것을 본 두영은 그제야 자신의 힘 조절이 실패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 미안. 너무세게 쳤다.]
사과를 했지만, 땅바닥에 머리가 처박힌 아라타가 들을 리 없었다.
죽었는지 살았는지 모를 아라타의 모습에 두영은 잠시 고민을 하더니 자신이 만든 언데드 대군의 마력을 회수한 후 아라타를 데리고 개울을 찾아 대나무 숲으로 향했다.
두 사람이 사라진 후.
현상금 사냥꾼들이 전사들을 데리고 돌아왔다.
“이, 이럴 수가!”
바닥에 깨진 수백이나 되는 망령들의 뼈다귀들을 본 현상금 사냥꾼들과 동명의 전사들이 깜짝 놀랐다.
“서, 설마 그 많은 수를 홀로!”
“설마 그 짧은 시간 만에 홀로 이 많은 망령을 물리치시다니. 어, 어쩌면, 아라타님이야 말로 진정한 승려가 아닐까?”
아라타를 잡으려던 현상금 사냥꾼들이 쓰러진 망령의 뼛조각을 보며 그렇게 오해했고, 이날 방탕한 파계승 아라타의 활약이 오랜만에 속세로 퍼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