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35화 〉34화. (35/83)



〈 35화 〉34화.

[1호가 안식에  것인가.]

사검에게 약화, 둔화, 속박, 추적, 포화의 마법을 집중하던 네빌이 남문을 주시했다.

큰 폭음과 동시에 1호에게 걸었던 마인드 컨트롤의 각인이 사라졌기때문이다.

 증거로 남문의 방향에서는 다시 뭉게구름이 피어오르고 있었는데, 구름의 규모가 이전에 보았던 것에 비해서 2배 이상 커다랬다.

[마지막 힘을 다 쏟아냈나보군. 두영은 어찌 되었지?]

1호의 최후를 확인한 네빌이 까마귀를 띄워 두영을 찾았다.

두영은 그의 부하이지만, 정식 부하가 아니어서 실시간으로  상태를 확인할 수 없다.

직접 찾아야 했다.

까마귀가 날아오르자 네빌이 망자의 눈을 활성화 시켰다.

망자의 눈은 자신의 시야 외에도 그가 소환한 망자의 눈으로 대상을 보는 마법.

이 마법이 성공하면 두영의 생존을 파악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그의 눈앞으로 감시카메라 영상 같은 화면들이 나타났다.

네빌은 까마귀들을 이용해 두영을 찾으려 했다.

하지만 현장에 가득 찬 연기 때문에 두영의 모습을 찾기 힘들었다.

그는 까마귀를 가까이 보냈지만, 까마귀가 저공비행을 하려는 순간 알 수 없는 힘에 튕겨 나왔다.

[접근할  없군. 신성력의 잔재인가?]

까마귀를 통한 확인이 불가능하자 그는 현재 상황을 파악했다.

그는 두영의 상황을 추측했다.

정보가 부족해 추측은 두 가지밖에 없었다.

첫째는 두영이 치명상을 입고 쓰러져 죽어가고 있을 가능성.

둘째는 적들을 피해 대피 중이라는 가정이다.

확인된 것은 아니었지만, 네빌은 두영이 위험에 처했을 가능성은 낮게 잡았다.

[끈질긴 놈이니까. 게다가 1호라면 녀석이 다치지 않도록 최대한지켰을 테지.]

이미 1호에게 두영을 잘 지키라는 명령을 내려놓았기 때문이다.

[틈을 안 주는군.]

네빌은 고개를 젖히는 것으로 날아온 사검의 공격을 피했다.

어느새 사검이 쏜 검기가 그의 머리를 노려서였다.

바닥과 성벽을 벨 정도로 날카롭고 매서운 검기였다.

성벽이 무너지는 것을 본 그는 얼른 손을 뻗어 강력한 화염을 발사했다.

재빠른 반격에 사검이 거리를 벌리자 이어서날카로운 얼음의 창을 만들어 발사했다.

화염에 이어 엄청난 수의 얼음의 창이 날아들자 사검은 두 자루의 쌍날검을 풍차처럼 돌려서 얼음의 창을 막더니 거리를 벌렸다.

아직 남은 본 드래곤이 브레스로 사검을 공격했고, 사검은 다시 브레스를 막으며 스켈레톤과 데스나이트를 상대했다.

시간을 번 네빌은 다시금 까마귀의 눈으로 폭발이 일어난 현장을 확인했다.

그때 폭발 현장 인근에서 태양과 달을 섬기는 교국의 빛의방패가 그의 눈에 들어왔다.

[신성력으로 만든 방패…. 일로오스와 알고르 교국의 성기사. 놈들이 이곳에 온 것이군. 까마귀의 접근이 불가능했던 건 놈들의 신성력이 간섭한 탓이었나? 내가 아닌 두영과 1호를 먼저 노린 것을 보니 내 위치는 아직 모르는  같군.]

상공에 떠 있는 까마귀의 시야를 통해 성기사의 빛의 방패들을 확인한 네빌은 긴장했다.

저만한 수의 성기사들이 나타났다면, 자신이라도 살아서 빠져나가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두영이라면 말할 것도 없다.

[일이 꼬이기만 하는구나. 이것도 내가 타락한 대가인가.]

네빌은 짧은 순간 폭발 현장을 비춘 화면과 성기사들 그리고 두려움에 찬 로서 왕을 번갈아 보며 갈등에 빠졌다.

[어쩌다 이렇게 된 것이지.]

그는 사검의 검기를 순간이동으로 피하며 이동과 견제 마법을 동시에 준비했다.

현재 북문의 전황은 그의 언데드 대군이 조금  유리했다.

비록 스켈레톤, 좀비 같은 중하급의언데드는 모두 부서지고 말았지만, 그에게는 아직 가장 강력한 부하 일검과 본드래곤 2호와 5호 그리고 다수의 데스나이트와 리치들이건재했기 때문이다.

반면, 로서 왕의 군대는 친위대의 기사 대다수가 사망한 상태였다.

살아남은 몇몇도 전의를 잃은 상태여서 수가 부족하다.

영웅인 삼검 또한, 머리 잃은 본드래곤 3호와 4호의 시체폭발 덕분에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만신창이가 되어 이미 죽은 것이나 다름없었다.

로서 왕의 병력 중 멀쩡하게 움직이는 이는 실력이 뛰어난 친위대 기사 십수 명과 이검 그리고 사검뿐이다.

사검이 평범한 영웅들이라면 네빌과 일검 단둘이서도 충분히 정리하고 복수를 마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새롭게 등장한 변수, 사검은 평범한 영웅이 아니라 문제였다.

자타공인 최강 흑마법사인 네빌이 봐도 사검은 범상치 않은 괴물이었다.

사검이지닌 힘은 네빌과 동격 아니, 그 이상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수적 우세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로서 왕을 심판하지 못한 상태였다.

사검만 아니었더라면 진작에 로서 왕에게 복수하고 현장을 벗어났을 텐데, 사검의 등장으로 그의 모든 계획에 차질이 생기고 말았다.

특히나 두려운 것은 사검이지닌 끈질긴 무력이다.

무력만 따져도 마인드 리치인 그와 쌍벽을 이룰 정도.

그가 모든 힘을 개방했음에도 1:1로 압도할 수 없는 적은 사검이 처음이었다.

[드래곤 유적지의 가디언이었다면, 1,000년의 유물일 텐데 이다지도 강력하다니…. 그때는 이런 미친놈들이 지금의 기사들처럼 우글거렸다는 것인가. 젠장, 저런 놈들이 우글거렸다면 나 같은 건 명함도못 내밀 시대였겠군.]

방해 마법을 걸어 놓은 채로 헬파이어 다섯 개를 만든 네빌은 자신을 따라다니는 사검을 향해 쏘며 투정을 부렸다.

사검도 지지 않고 검기를 뿜어내 헬파이어들을 터트렸다.

검은색을 띤 흉흉한 지옥불이 사검의 검기에 잘려나가고, 터져나가는 것을  네빌은 슬슬 상황이 어려움을 직감했다.

[어쩔 수 없지, 저 빌어먹을 놈은 포기하는 수밖에.]

장고 끝에 그는 결심했다.

복수를 포기하고 두영을 구하기로….

[일검! 마지막 명령이다! 엘리아나와 일리나를 찾아라! 혹시 모를 위협으로부터 그녀들을보호하고 끝까지 지켜라!]

이검을 상대하고 있던 일검에게 내려진 갑작스러운명령.

그 명령에 이검과 검을 맞대고 있던 일검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한순간에 다섯 번의 검격을 구사했다.

오망성으로 배치된 굵은 섬광이 마치 레이저처럼 뻗어 나가 이검의 머리와 어깨, 무릎들을 동시 노렸다.

이에 이검 역시 지지 않고  자루의 검을 빠르게 움직여 검기를 뿜었다.

그 반격에 일검의 섬광들이 막혔으나 완전하지 못했다.

이검이 무릎을 꿇었다.

왼쪽 무릎을 노린 공격을 완전히 막아내지 못해 무릎이 크게 베이고 말았다.

이검이 한쪽 무릎을 꿇자 일검은 즉시 갈대숲으로 몸을 날렸고, 그렇게 일검이 멀어지자 로서 왕이 욕심에 찬 눈으로 소리쳤다.

“엘리아나?! 설마 성녀의 행방을 아는 것인가?! 사검! 놓치지 마라! 반역자 일검을 쫓아라!!”

로서 왕의 외침에 사검이 즉각 대응해 일검의 뒤를 쫓으려 했다.

하지만 그가 등을 돌린 순간 네빌은 잘 되었다는 듯 로서 왕을 향해 손을 뻗었다.

[헬파이어!]

로서 왕을 향해 지옥불이 날아갔고, 이에 놀란 로서 왕이 헛바람을 들이키면서도 필사적으로 외쳤다.

“이 멍청아! 돌아와! 돌아와서 날 지켜!”

필사적인 그의 외침에 일검의 뒤를 쫓던 사검이 다시 돌아와 로서 왕을 향해 떨어지던 지옥불을 수십 갈래로 베었다.

위풍당당하게 날아가던 지옥불이 힘없이 바닥으로 떨어지며 흩어졌다.

타오르는 바닥을 본 네빌은 기회를 포착했는지 명령을 내렸다.

[2호! 5호! 이검과 사검을 덮쳐라!!]

네빌의 명령에 2호와 5호가 두 영웅을 향해 돌진했고,  본드래곤이 영웅들의 지척에 달한 순간 네빌이 다시 외쳤다.

[시체폭발!]

그 순간 2호와 5호의 몸의 중심에서 검은 기류가 뭉치기 시작하더니 강력한폭발을 일으켰다.

응축된 에너지가 폭발적으로 터져 나오 본드래곤의 몸을 구성하고 있던 뼛조각들이 수천, 수만 조각으로 나뉘며 사방팔방으로 튀었다.

뼛조각들은 날카로운 칼날이 되어 이검과 사검을 비롯해 남아 있던 친위대마저 모두 덮쳤다.

뼛조각에 관통당한 친위대는 처참한 몰골이 되어 모두 사망했다.

이검 역시 뼛조각을 완전히 막지 못해 하반신과 팔이 모두 짐승에게 물어뜯긴 것처럼 끔찍한 몰골로 바닥에 쓰러졌다.

그러나 사검은 달랐다.

사검은 로서 왕의 명령대로 그를 지키기 위해 움직였다.

쌍날검 두 자루에 검기를 실은 후, 십(十)자로 교차해 빙글빙글 돌리는 것으로시체폭발을 버틴 것이다.

비록 정강이에 다리 그리고 팔에 뼛조각으로 상처가 생겼지만, 이검처럼 행동불능에 빠질 정도로 치명상은 아니었다.

[빌어먹을 놈. 이번에도막아내다니. 진정 괴물이구나.]

풍차처럼 돌린 쌍날검에 뼛조각이 모두 녹아내리자 네빌은 속으로 혀를 차며 로서 왕을 노려보았다.

[들어라. 로서!]

“응?!”

[언젠가 내 원한을 이은 자가 네놈의 앞에 나타날 것이다. 그리고 네놈과 탐욕스런여섯 왕의 목을 모두 벨 것이다! 언젠가 반드시! 네놈들의 육신과 영혼까지 영원불멸의 지옥으로 끌어내릴 것이다. 그날을 잊지 말도록 하라.]

저주와도 같은 말.

네빌은 그 말만 남긴 채 워프 마법을 사용했다.

그가 펼친 마법의 빛은 생존한 데스나이트들과 리치들의 몸을 감쌌고, 약 50으로 구성된 언데드 군대는 검은 연기가 자욱한 남문의 폭발현장으로 이동했다.

끝내 로서 왕을 향한 복수를 마무리하지 못한 채로.

네빌과 언데드들이 사라지고, 사검의 힘으로 끝끝내 생존한 로서 왕은 환희의 미소를 지으며 외쳤다.

“히히. 사, 살았다! 살았어! 하하하!!”

그는 생존의 기쁨을 만끽했다.

“뭐가 원한을 이은 자냐! 꼬리를말고 도망치는 주제에! 크하하하!”

광소를 터트리는 로서 왕.

보란 듯이 웃는 그의 목소리에 일련의 무리들이 나타났다.

“찾았다!”

“이쪽이다! 이쪽에 있다!”

지진이 일어난  땅이울리더니 또 다른 적들이 나타났다.

거대한 대검을 든 인물은 바로 칼토르 왕국의 영웅 괴력의 헥토르였고, 그의 옆에서 검을 든 인물은 갈론 왕국의 영웅 블랙소드였다.

별동대를 대동한 두 영웅이 예정대로 로서 왕을 암살하기 위해 나타난 것이다.

그들은 로서 왕을 발견하자마자 공격을 펼쳤다.

“죽어라!”

“즉살(卽殺)!”

쾅! 쉬리릭!

헥토르가 바닥을 대검으로 찍자 불꽃 같은 검기가 땅을 가르며 뻗어 나가 로서를 노렸다.

블랙소드 역시 망토와 안주머니에 숨겨진 수십 자루의 작은 검들을 날리기 시작했다.

짐승의 송곳처럼 굽어진 칼날을 가진 그의 검들은 하나하나 강력한 검기를 머금고서 사검과 로서 왕을 노렸다.
두 영웅을 따라온 별동대 역시 공격에 가담했다.

폭풍처럼 휘몰아치는 적들의 공격에 사검이앞으로 나섰다.

그는 헥토르의 검기에 맞먹는 검기을 뿌려 그 힘을 상쇄하더니 블랙소드의 검을 모두 쳐냈다.

쌍날검을 자유자재로 다루며 공격을 모두 쳐내는 사검의 위용에 본 헥토르와 블랙소드는 사검이 만만찮은 상대임을 알아챘다.

“범상치 않은 놈이군!”

“아무래도 조심해서 싸워야  것 같다.”

산전수전을 다 겪은 영웅이라 두 사람 신중했다.

사검은 다시 두 자루의 쌍날검을 들었다.

하지만 처음과 달리 다리를 저는 것이 움직임이 영 좋지 않았다.

‘빌어먹을, 네빌 놈이 낸 상처로구나! 사검 혼자서는 승산이 없다! 지금은 빠져야 한다!’

“사검! 도망치자! 날 살려라!!”

상황을 파악한 로서 왕이 황급히 명령을 내렸다.

이에 사검이 쌍날검을 빠르게 돌리더니 바닥을 내리찍었다.
마치 거대한 용이 땅을 파헤친 것처럼 바닥에 균열이 일어나더니 검기가 치솟아 올랐다.

“피해라!”

신중한 헥토르와 블랙소드는 별동대와 함께 거리를 벌렸고, 그들이 물러난 틈을 타 사검이 로서 왕을 업고 도망치기 시작했다.

“제길! 도망치는 것인가!”

“놓쳐선 안 된다! 쫓아라!”

헥토르와 블랙소드는 로서 왕을 놓치지 않기 위해 별동대와 함께 사검과 로서 왕을 뒤쫓았다.

네빌에게서 살아남아 기고만장해진 로서 왕은 결국, 재물도 기사도 모두 잃은 채 사검에 의지해 도망쳤다.

무너지는 자신의 왕국을 뒤로한 그는 이제 왕이 아니었다.

한낱 도망자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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