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4화 〉13화. (14/83)



〈 14화 〉13화.

엄청난 속도의 공격에 기겁하며 물러났다.


머리를 노린 공격 피하자 그의 검에는 하얀색 검기가 보였다.


죽일 셈이었다.

[검기? 설마?! 날 몬스터로 생각하는 건가?!]


나는 얼른 검에 마력을 불어넣어 다가오는 일검의 검을 막았다.


캉!

내 검과 일검의 검이 부딪치자 충격으로 먼지가 일어나며 폭탄이 터진 것처럼 대기가 밀려났다.

검을 맞댄 팔이떨렸다.


힘도 힘이지만, 그의 검에서피어오른 검기가 보통이 아니었다.

네빌에게훈련을 받지 않았더라면 그대로 검까지 관통당해서 위험할 정도였다.

[이 양반이 진짜! 도와주는 거잖습니까! 진정하세요!]

나는 힘으로 일검의 검을 밀어냈다.


힘에서 밀린 그의 몸이 뒤로 날아갔는데, 몸이 밀리는 순간에 공중에서 검을 휘둘러 검기를 쏘았다.


무슨 검기가 반달형도 아니고 총알처럼 동그란 일직선으로 날아왔다.

지금까지 많은 검술을 배우고 또 익혔지만, 이런 검술은 처음이었다.

[칫!]


나는 얼른 검기를 피했다.


 뒤에 있던 바위가 반으로 검기에 뚫려 구멍이 생겼다.


두꺼운 바위에 구멍을 낼 정도라니?!

[진짜 죽일 셈이구나!]


작정하고 공격하는 것이 분명했다.

“사라…져라!”


일검이 다시 외치며 검기를 발사했다.

[이런 미친! 진짜 약이라도 빨았나!]

맨몸으로 맞기엔 너무 강한 공격이었기에 나는 검을 들어 일검의 검기를 쳐냈다.


일직선으로 날아온 검기를 똑같이 검기를 불어넣은 검으로 쳐내며 가르자 폭죽이 터진 것처럼 빛이 사방으로 튀면서 흩어졌다.

검기에 실린 힘도 보통이 아니었다.

내가 검기를 막아내자 일검이 가까운 나무를 밟고 하늘로 도약하더니 내 머리 위로 솟구치고 다시 수직으로 떨어졌다.

[와. 저렇게도 움직일 수 있구나….]

감탄이 절로 나오는 현란한 움직임과 검술이었다.


놀라며 검을 드는 그때떨어지는 일검의 뒤로 수백 개의 촉수가 달린 괴물과 머리가  달린 대형 오우거가 나타났다.

[저, 저건  뭐야?]


“키아아악!!”

3년 묶은 가래를  방에 뱉어내려는듯 요란한 소리를 지른 촉수 괴물이 먼저 검은색 촉수를 마구 뻗으며 일검을 공격했다.

날 노리던 일검의 몸이 괴물이 휘두른 촉수에 맞아 그대로 뒤로 날아가 커다란 나무에 부딪혔다.


나무에 부딪힌 그가 쓰러지자 이번엔 머리 둘 달린 오우거가통나무 같은 둔기로 그를 후려쳤다.


제대로 치인 일검은 흔들리는 거목을 부수고 더 멀리까지 날아갔다.


상당한 위력.

촉수 괴물도 오우거도 힘이 보통이 아니었다.

두꺼운 거목을 부수며 날아가는 일검을 두고 나는 괴물들을 보았다.


[이, 이놈은 또 뭐야?]


“괴이와 트윈헤드 오우거예요! 둘  인간을 잡아먹는 괴물들이에요! 다른 분들도 저놈들에게 당했어요!”


아까 구해준 아가씨가 설명했다.

갑자기 나타난 괴이는 날카로운 가시 촉수들을 뻗어 멀쩡한 나무의 가지를 잡고 타잔처럼 나무를 타고 이동했다. 그리고 쓰러진 일검을 쫓아가 마구 공격하기 시작했다.


가까스로 일어난 일검은 검기를 씌운 검으로 촉수를 자르며 대응했다.

단시간에 수십 개의 촉수가 잘렸지만, 괴이의 촉수는 수백 개나 있었다.


게다가 잘린 촉수도 금방 재생해 다시 공격할  있었다.

끝나지 않는 공방이 계속되었다.

괴이의 활약 탓일까?

도망친 오크들이 돌아왔다.

놈들은 트윈헤드 오우거와 함께 나와 일리나를 노리고 움직였다.

“취이익! 스켈레톤! 부순다!”

“사라져라! 뼈다귀!”


오크와 오우거가 동시에 소리쳤다.


[아, 꺼져.]

요란한 놈들의 목소리에 나는 다시검에 마력을 불어넣고 휘둘렀다.

아까보다  많은 검기가 흩날렸다.

씨알도 훨씬 굵은 검기였다.

오크들은 물론, 힘이 좋아 보이는 트윈헤드 오우거의 두꺼운 몸까지 믹서기에 갈린 것처럼 곳곳이 잘려 피를 뿌리며 쓰러졌다.

“크어어….”

쿵!

사지가난도질당한 트윈헤드 오우거가 바닥에 쓰러지며 죽음을 맞았다.

놈이 죽으면서 사지가 잘린 오크들의 시체가 거대한 몸뚱이에 깔려 사라졌다.

[귀찮게 하고 있어.]

“마, 맙소사. 트윈헤드 오우거를 이렇게 쉽게….”

[그나저나 괴이인가.]


놀라는 아가씨를 뒤로하고 나는 괴이를 관찰했다.


특이하지만, 괴이에게는 생기가 느껴지지 않았다.


본래 살아 있는 생명체에게는 생기(生氣)가 있다.

생기가 넘친다고 표현할 때 쓰는 바로 그 생기로 일종의 생명력 같은 것이다.

언데드가 지금의 나는 그 생명의 기운을 느낄 수 있다.


당장 바로 옆에서 감탄 중인 아가씨에게서도  생기라는 것을 느낄  있었다.

이미 죽었지만, 죽어가는 오크, 오우거에게서도 미약한 생기를 느낄 수 있다. 하지만 괴이에게서는 그런 것이 조금도 느껴지지 않았다.

어쩌면, 괴이도 데스나이트나 다른 언데드들처럼 살아있는 생명체가 아니라 망자에 속하는 존재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스쳤다.

[혹시 그렇다면 저놈의 마력을 흡수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네.]


지금은 언감생심 감히 올려다볼 수도 없는 네빌이지만, 저 괴이라는 것들을 잡아 꾸준히 마력을 모으고 힘을 강화한다면 머지않아 네빌보다 강해질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지금보다 빨리 집으로 돌아갈 수도 있으리라.


[좋아.]

나는 다시 검을 들었다. 그리고 검에 마력을 양껏 불어넣은 후 힘껏 휘둘렀다.


[어이! 약쟁이 양반! 재주껏 피하쇼!]

검에 마력을 불어넣고 힘껏 휘둘렀다.

씨알이 굵은 검기들로 이뤄진 제비 떼가 오크와 오우거를 벨 떼처럼 흩날리면서 괴이를 노렸다.

괴이의 뒤에서 내가 검기를 발사하는 것을 본 일검은 발목을 잡은 괴이의 촉수를 잘라서 뿌리치더니 거목의 나뭇가지로 도약했다.


그리고 원숭이처럼 가지를 밟으며 나무 위로 솟구쳐 올랐다.

그가 무사히 피하면서 내가 발사한 검기 다발들이 아직 자리에 남아 있던 괴이와 숲을 휩쓸었다.


“키아아악!!!”

괴이는 비명을 질렀다.


내 검기가 촉수와 몸을 사정없이 베었기 때문이다.

잘린 촉수가 바닥에 떨어지고, 거목들이 쓰러지면서 먼지가 피어올랐다.


[한 번 더!]

확인사살을 위해 다시 검을 휘둘렀다.

이번엔 흩어지는 검기가 아니라 하나로 뭉친 반원형 검기가 바닥을 부수고 쓰러지는 거목을 가르며 날아가 괴이의 몸을 강타했다.

괴이는 몇 남지 않은 촉수를 모아 내 검기를 막으려고 했다. 하지만 막으려고 뭉친 촉수까지 내가 휘두른 검기가 그대로 베었다.

곧 놈은 거대한 눈알이 반으로 잘렸고, 괴이는 움직임을 멈췄다.

반으로 쪼갠 수박처럼 괴이의 몸이  쪽으로 나뉘더니 바닥에 풀썩 쓰러졌다.

곧 죽은 놈의 몸에서 검은 연기를 뿜어져 나왔다.


놈의 마력이었다.


연기는 단숨에 숲을 뒤덮는가 싶더니 회오리치며 내 안으로 빨려 들어왔다.


검은 연기가 모두 흡수되었다.


양이 많아 시간이 좀 걸렸지만, 나는 진공청소기처럼 놈의 마력을 모두 흡수했다.

괴이라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지능이 높지 않은 놈이어서 그런 것인지 기억 같은 건 엿볼 없었다.


마력으로 인한 연기가 모두 가셨다.


어디선가 불어온 잔바람이 먼지까지 걷어내자 검기가 휩쓸고 지나간 참상이 드러났다.


땅과 나무, 바위와 돌 그리고 괴이의 시체가 뉴타운 재개발 현장처럼 완전히 뒤엎어져 있었다.

괴이의 몸은 초전박살이 나 있었으며, 놈의 촉수는 분쇄육이 되어 바닥을 나뒹굴었다.

촉수 일부가 신경반사를 보이듯이 꿈틀꿈틀 움직였지만,  움직임은 오래지 않아 완전히 멈췄다.


움직임이 완전히 멎자 스며든 괴이의 마력이 느껴졌군.

[예상대로군. 방대한 양이야.]


괴이의 몸에 담긴 마력의 양은 엄청났다.


데스나이트를 처치했을 때 흡수한 마력의 양보다 수십 배는  많은  같았다.

[아직 네빌에게 비빌 순 없겠지만…. 그래도 나쁘지 않은 수확이야.]

흘러들어오는 마력의 오묘한 감각을 만끽하며 앞을 보았다.


지상에 안착한 일검은 다시 검을 들고 날 째려보고 있었다.


그는 하얀 검기를 일으키며 공격 자세를 잡았다.


[또냐?]

기껏 도와줬는데, 아직도 날 몬스터라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이래서 약쟁이는 챙겨주면 안 되는 건데.


[골 때리는 놈. 됐다. 차라리 잘됐어. 이참에 내가 얼마나 강해졌는지 확인이나 해보자. 자. 약쟁이. 덤빌 거면 빨리 덤벼라.]

나도 검을 들었다.

내 검에서 검은색을 띤 흉흉한 검기가 일어나자 일검이 검도를 하듯이 검을 양손으로똑바로 잡았다.

당장에라도 충돌할 것 같은 일촉즉발의 상황!


충돌의 흐름을 깬 것은 뒤에 있던 아가씨였다.

“멈추세요! 두 사람 다 멈추세요! 아니, 한 분은 사람이 아니시지만, 아무튼 둘 다 멈추세요!”


아가씨는 몸을 던져 우리 사이를 막으며 그렇게 외쳤다.


그 간절함이 통한 것인지 일검이 먼저 검을 거두었다. 그러나 검을칼집에 넣지는 않고, 계속 들고 내 눈치를 보고 있었다.

아무래도 내가 조금이라도 허튼짓을 하면 다시 공격할 생각인 것 같았다.

[그래도 완전히 미친 약쟁이는 아니군. 봐줄 테니까. 큰일 나기 전에 얼른 여길 떠나. 여기 오래 있으면 큰일 나. 미친놈이 출몰할지도몰라.]

나는 검을 거두며 경고했다.

모난 돌 네빌이 나타나면 저들의 목숨은 장담할 수 없기때문이다.

[미친놈이라. 그건 혹시 날 말하는 거냐?]

머리 위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네빌이었다.

골방에 박혀 연구하고 있을 때는 언제고, 그가 하멜 숲까지 행차한 것이다.

사람의 머리 위에 서는 취미라도 있는 것인지 네빌은 이번에도 어김없이 우리의 머리 위에서 나타났다.

[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더니, 역시 양반은 못 되는구만.]

[헛소리하지 마라.]


“헉! 리, 리,리, 리치!!”


그를 본 아가씨는 기겁한 채 주저앉았다.


다리에 힘이 풀린 채로 벌벌 떠는 것이 실금이라도 하진 않을는지 걱정되었다.

[흠….]


아가씨를 무시한  천천히 지상으로 내려서더니 내게 말했다.


[두영. 대답해라. 왜 이것들을 구해준 거지?]

왜 구해줬느냐고 묻는 것으로 보아 이번에도 처음부터 지켜보고 있었던 모양이다.

나는 이 구제불능 도촬 매니아의 질문에 적당한 답을 내리기 위해 고민했다.


혹시 잘못 말하면 이 성질 나쁜 도촬 매니아가 기껏 구한 두 사람을 간단하게 죽여버릴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적당한 답을 떠올리는 사이.

겁에 질린 아가씨의 앞으로 일검이 나섰다.


어느새 검을 다시 뽑아든 일검은 하얀 검기를 만들더니 네빌을 향해 검을 겨누었다.


적대적 행동을 보이는 일검의 모습에 네빌이 말했다.

[껍데기만 남은 몸, 하얀 머리칼에 하얀 검기라…. 혹시 너는 아너스 왕국의 영웅 일검인가? 꼴을 보아하니 아너스 왕국에서 도망이라도 친 모양이로구나.]

“그, 그걸 어떻게….”

네빌의 말이 맞는 것인지 아가씨가 일검의 옆에 딱 붙어서 두려움에 떨었다.

네빌은 으스대며 답했다.

[후후!  네빌이 이 세상에서 모르는 것은 없다.]


[잘난 척은 다 썩은 몸 도촬이나 하는 주제…에.]

말을 다 끝내기도 전에 맞은편에 있던 거대한 바위가 통째로 날아와 몸을 강타했다.

그 힘이 어찌나 강한지 뒤에 있던 거목 두 그루를 망가뜨리고서야 몸이 멈췄다.

데스나이트로 강해지지 않았더라면 뼈가 다 으스러져 죽고 말았을 정도의 위력이었다.


[시끄럽다. 기어오르지 마라. 두영. 집에 돌아가기 싫은 거냐?]


[젠장…. 농담도 못하겠네.]

네빌이 내게 한눈을 파는 순간이었다.

그 찰나의 틈을 놓치지 않고 일검이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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