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0화 〉외전 -밤의 세계
영원한 밤의 세계, 세상의 이면에는 흡혈귀들이 사회를 이루는 이면차원이 존재한다.
인간들이 수렵에서 목축으로 나아간 후에 문명의 발전을 이룩했듯이, 흡혈귀들 역시 그러했다.
가문이란 이름하에 단체생활 비슷한것을 하며, 원로원이 규칙을 정하고 재판을 행한다.
이 시스템은 어쩌면 잘 굴러가는것 같아 보이지만, 나같은 밑바닥 흡혈귀에겐 너무나도 가혹한 사회다.
철저히 통제되는 흡혈, 그로써 더욱 고착되는 신분.
그리고 '여왕'의 배신 이후, 그 시스템은 더욱 흡혈귀들을 옥죄었다. 하지만 그것은 단지 자신들의 지위를 유지하기 위한 원로원의 임시방편임을 모두가 알고있다.
여왕에게 남아있던 반쪽짜리 근원, 그 파편으로나마 흡혈귀들은 사회를 유지시켜왔건만.
진정한 왕이 죽어 사라진 우리들에게 남아있던 유일한 여왕이 가짜 왕들의 오만에 질려버렸다.
진정한 왕께서 만들어낸 흡혈귀의 낙원을 망쳐버린 주제에 가주라며 거들먹거리는 멍청이들, 모든 흡혈귀의 어머니로 불리우는 최초의 존재를 배신하게 만들어놓고는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했는가.
영원히 어두울 것만 같던 세계가 점차 무너져내리는것을 언제까지 숨길 수 있겠는가.
이곳은 더이상 낙원같은게 아니라 지옥이었다.
퍼즐의 근간을 이루던 가장 큰 조각이 떨어져나갔다.
아직은 모두에게 그 영향이 가지 않겠으나, 빈민가의 흡혈귀들은 벌써 4분의1이 미쳐버리고 말았다.
몇달전에 기사단이 거리를 불태웠기에 나는 탄냄새와 잿가루가 아직도 날리고있는 뒷골목.
오늘 또 하나의 골목이 불타올랐다.
내가 살던곳이었다.
삶이라 부르기에도 뭣한, 그저 연명일 뿐이지만.
그러나 이런 멸망적인 상황에서조차, 가문들은 서로 협동하지 않는다.
그들은 자신이 쥔것을 놓으려하지 않고, 자기희생같은 미덕은 이미 사회에서 모습을 감춘지 오래.
나역시 입술을 적실 정도의 피조차 얻지 못한채 며칠이 지났다.
들풀과 나무껍질을 씹으며 허기를 달래보지만 그것은 소화되어 미약한 영양분이 될 뿐, 이 이빨을 뽑는듯한 갈증에선 벗어나지 못한다.
가문을 이루던 축, 가주였던 어머니께서 사냥당한 이후, 급격히 세를 잃기 시작한 나의 가문. 그리고 힘 대부분을 아직 계승받지 못한 나는 그들의 사회에서는 너무도 나약한 존재다.
게다가 가문이 오라클과 연관되어 있음이 밝혀진 이후, 가문 구성원 대부분이 처형당했다.
뒤스틴 가문의 사생아인 내게 처형의 손길이 닿지는 않았지만 결국 이 꼴이다.
같은 처지인 혈족조차 나에게 손을 내밀어주지 않는다.
귀족가문에 끄나풀이어도, 고유능력이 없는 내게 그 손은 내밀어지지 않는다.
흡혈박탈을 당해 노예로 전락해버린 흡혈귀에겐 권리가 없다.
죽을때까지 흡혈충동에 시달리다가, 결국 타락귀가 되어 버려질때까지 쥐어짜이는 삶.
이게 전부 그 빌어먹을 사냥꾼 때문이다.
가주사냥꾼, 죽음, 악몽, 검은 사신….
여러가지 이명을 가진 그 사냥꾼 하나.
단 하나의 인간이 어린 흡혈귀들의 베개맡에서나 들을 괴담으로 만들어지는데는 20년도 걸리지 않았다.
혼자 다니지 말거라, 검은 사신이 너를 잡아갈것이다.
요즘 어린 흡혈귀들은 그런 이야기를 듣는다지.
하지만 그건 실체없는 괴담따위가 결코 아니었다.
실제로 3000년이상 이어져온 가문 둘이 사라졌다.
기둥으로 불리우던 두 가문, 가장 왕과 가깝다 평해지던 두 가문이 멸문하자 사회는 급속도로 무너지기 시작한것이다.
그래서 오라클로 눈을 돌리는 흡혈귀들이 많았다.
예언자, 선지자, 오라클. 여러 이름을 불리우는 그 단체는 이제 밤의 세계를 양분할 정도로 커지고 말았다.
가담한 흡혈귀들은 원로회에서 제거하고는 있지만…. 글쎄. 그런 공포정치가 얼마나 오래 갈까?
어차피 어머니가 가진 근원의 피가 없는 한 모두가 미치거나 죽을텐데.
그래서 나는 이면차원의 경계를 넘었다.
경계가 약해져 생겨난 구멍. 이곳을 벗어나면 나의 힘으로다시 돌아가는건 불가능하겠지.
하지만 그곳에 남아봤자 흡혈박탈을 당한 노예 신분.
더이상 먹을 것도 없는 그곳엔 어차피 돌아갈 생각도 없었다.
흡혈귀는 본래 사냥하는 존재다.
아무래도 이 곳에서 그걸 아는건 나밖에 없는듯 하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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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윽…. 젠장."
결계 너머의 인간들은 먹기 편한 핏덩이가 아니었다.
인간들은 교활했다.
결계의 목장에서 먹기 좋게 가공된채 생각조차 금지당한 가축같은 존재들을 생각해선 안되었다.
"이쪽이다! 제 5번 결계 설치해!"
"골목 막아!"
일사불란하게 포위망을 좁혀오는 인간들, 이 상황에서 나는 더이상 사냥꾼이 아닌 사냥감이었다.
제길, 인간에게 사냥당한다니?
흡혈귀 사냥꾼을 자처하는 인간들이 있다는것은 알았지만, 이정도로 강할줄이야. 아니, 내가 약해진것인가.
밤의 세계를 벗어난 이후, 급격하게 몸 상태가 나빠졌다.
이대로 있다간 정말 타락해버리던지, 사냥당해버리던지 둘중 하나일 것이다.
아무리 나라고해도, 위태로운 줄타기를 하며 원거리 공격에 대응하는 일은 힘들었다.
사냥꾼의 꼴이 말이 아니군.
"여기 있다!"
탕탕!
"크헉!"
게다가 나를 가장 당황하게 하는것은 저 '총'이라고 불리우는 도구.
내가 있던 사회에선 존재하지 않던 새로운 형식의 무기체계다.
원리는… 작은 폭발을 이용해 조그만 은조각을 발사하는 것인가.
저 수단의 존재만으로, 너무나도 거슬린다.
대체 왜 저런 것이 밤의 세계에는 없었던 것일까, 잠깐 생각해보면 답은 간단했다.
자신에게 위협이 될 수도 있는 물건을 원로회가 용납할리가 없잖아.
흡혈귀들의 능력은 타고나는 것이기에 '관리'하기 쉽지만, 저런 도구는 그렇지 않겠지.
그래서 나조차도 그것을 보는것이 처음이었다.
결계외부의 상황같은건 일반적으론 세계에서 나가지 않는 흡혈귀는 알리가 없었다.
자주 세계 너머로 파견되는 기사계층과, 정보를 쥐고있는 가주급, 그리고 쓰임새의 가망이 없어 버려지는 타락귀들이 아니라면 바깥 세계와는 엮일 필요가 없으니까 말이다.
정보를 충분히 모았어야했는데, 이것은 내 불찰이었다.
방금전에 먹었던 인간 여성의 피가 벌써 거의 바닥을 보인다. 애초부터 흡혈박탈때문에 제대로 흡수조차 되지 않았다. 역시 인간의 피로는 부족하다.
"이제 끝인가…."
이렇게 의미없이….
"이런, 결계에 구멍이 생겨서 보수하러 왔더니, 탈주한 노예가 있었군."
앞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시선을 향하자, 그곳에는 흡혈귀가 서있었다.
"누, 누구냐? 이 흡혈귀의 동료인가?"
"시발! 어느새!"
"제기랄, 일단 쏴!"
인간 사냥꾼들이 갑자기 나타난 흡혈귀에게 '총'을 발사했다. 천둥이 치는듯한 굉음이 귀를 사정없이 때려대고,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빠른 속도로 발사된 은조각이 비산하여 그에게 꽂히려든다.
"형편없군."
그러나 흡혈귀는 웃음을 지으며 손을 겨눴다.
"어, 어엇!"
"미친놈이! 총구 안돌려?"
인간들이 들고있던 총이 별안간 서로를 겨누기 시작했다.
여전히 발사되고있던 그것이 인간의 나약한 몸뚱이에 조각을 쏟아냈고, 인간들은 금새 피투성이가 되어버린다.
"아, 안돼!"
"쏘지마! 쏘지마아악!!"
순식간에 죽어버리는 사냥꾼들.
골목 전체에 달콤한 혈향이 퍼지는덴 오래 걸리지 않았다.
흡혈귀를 죽이기 위해 만들어진 장비가 서로를 죽이다니, 아이러니하다.
그것은 오히려 서로를 죽이는데 더욱 확실한 효과를 발휘하는 것 같다.
그런데 저 자는 대체 누구지?
기사인가?
그렇다면 내가 발견한 결계의 구멍을 막기위해 외부의 결계를 확인하러 나온 것이겠지.
그녀가 손짓만으로 5명의 사냥꾼을 죽여버린 이후, 더이상의 사냥꾼은 나타나지 않았다.
압도적인 광경에 모두 도망쳐버린 것인가.
검은 정장을 입은 여성 흡혈귀가 긴 금발을 치렁치렁거리며 내게 다가왔다.
"넌 또 어느쪽 노예지? 요즘말이야, 탈주하는 녀석들이 너무 많아. 가뜩이나 노예의 수도 부족한데."
"……."
흡혈박탈이란 신분박탈, 같은 흡혈귀로 봐주지 않겠다는 이야기다. 어차피 사생아로써 제대로 된 신분이 없었던 내게는 별 의미 없는 이야기지만….
역시 노예 취급을 받는것은 기분이 나쁜데.
"이리와. 내 가문의 일원이 될 영광을 주지."
그녀는 내게 손을 내밀었다.
천천히, 떨리는 손을 마주내밀어 그녀의 손을 붙잡았을때.
곧장 손을 붙잡아 당기며 그녀의 머리를 바닥에 찍어누른다.
같은 흡혈귀가 상대라면야 어려울 것도 없다.
"크윽, 무슨?"
"그건 고맙군. 내게 그런 제안을 한 녀석은 네가 처음이다."
"너, 너는, 대체 뭐지?"
"알 필요 없잖아?"
곧 죽을 녀석에게까지 정체를 털어놓을 필요가 있을까.
그녀의 목을 악력으로 부러트린다.
정신계 흡혈귀를 상대하는것은 아주 쉽다.
압도적인 물리력으로 찍어누르면 그만이니까.
밤의 세계에서 벗어나며 힘이 약해지긴 했으나, 그것은 그녀도 마찬가지.
별로 문제될 것은 없었다.
"끄,흐악!"
뇌에서 보낼 명령을 전달할 신경다발을 끊어내자, 온몸이 축 늘어지듯 힘이빠진다.
이제 이것은 먹기 편한 먹잇감이 되었다.
흐트러진 금발을 옆으로 치우며 그녀의 얼굴을 확인한다.
그곳에는 공포에 질린 표정을 한 먹잇감이 있을 뿐이었다.
언제보아도 질리질 않아, 이 광경은.
이 우월감은.
"아. 이 얘기는 해주지. 기사는 네가 4번째야. 맛이 기대가 되는군."
"너, 설마!"
목이 부러져 움직이지 못하는 흡혈귀의 목에 입을 가져가자, 소스라치게 놀라는 그녀의 반응이 재미있다.
이 상황이 되면 다들 한결같은 느낌이다.
"뒷골목에서 기사계급을 잡아먹는 괴물이 바로 너였구나! 네녀석을 죽이기 위해 구역 전체를 불태웠을 텐,"
콰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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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골목의 철제 보관함에서 대충 구한 옷가지들을 주워입었다.
나중에 안 사실인데, 그것은 아무래도 의류수거함이라고 부르는 듯 하다.
"어서오세요."
이곳은 참 재미있는 사회다.
어딜 가든지 누군가가 반겨주다니.
덕분에 어디든 마음대로 들어갈 수가 있었다.
뭐, 일반적인 가정집까지 들어가는건 역시 무리이지만.
나는 종업원의 어서오라는 말이 끝나자 투명한 유리문을 밀며 건물로 들어섰다.
완전히 새로운 사회체계에 적응하는것은 쉽지 않았으나, 나름대로 재미는 있었다.
정보를 얻기위해 도서관을 찾았지만 오히려 도움이 되었던것은 그곳에 비치된 '컴퓨터'라는 작은 상자였다.
책을 찾을 필요도 없고, 단지 궁금한걸 검색하기만 해도 결과가 튀어나온다.
지금껏 해본 그 어떤 어려운 질문이도 예외는 없었다.
그렇게 며칠간 몇시간이고 컴퓨터를 붙잡고 있었더니, 종업원이 조금 화난 얼굴로 내게 다가왔다.
"저기요, 여기는 도서관이에요. 그리고 그건 도서검색용 PC거든요? 이렇게 자주 오셔서 PC만 이용하시는건 다른 분들께 민폐에요. 그럴거면 PC방을 가시던가."
"PC방?"
"네. 바로 건너편에 있거든요."
건방진 눈빛이 마음에 들진 않았지만, 이 여자를 먹어치웠다간 아직 뒷일을 감당할 수가 없겠다는 생각이 든다.
뭐, PC방이라는 새로운 정보를 주기도 했으니 이번에는 너그러이 넘어가도록 할까.
"아. 그런가. 실례했군."
"네, 그래도 책을 읽으러 오실거라면 환영이에요."
그렇게 말하며 살짝 웃는 여자의 얼굴.
그 표정을 망가뜨리고 싶다는 감정이 솟아올랐다.
"그래."
그러나 나는 절제심을 발휘해 적당히 예의를 차리고는 후드를 눌러썼다.
음, PC방이라, 기대가 되는군.
아직 밖은 꽤 밝았고, 나는 저 증오스럽게 내리쬐는 햇빛을 피하기위해 화장실에 들어가 잠깐 눈을 붙였다.
다시 눈을 떳을때는 이미 태양이 지고 밤이 되었을 때였다.
도서관은 밤에 문을 닫기에 오히려 이용하기 쉽지 않았으나, PC방이라는 곳은 오히려 한밤중에도 간판의 불빛을 끄지 않는것을 떠올린 것이다.
직원이 불친절한것인지, 유리문앞에 한참을 서있어도 어서오라는 인사가 나오질 않는다.
불쾌하군.
"이봐, 인사 안하나?"
불쾌감을 숨기지 않고 박수를 몇번 치자, 그제서야 직원이 나를 불쾌하다는 듯이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아, 어서오세요."
언젠가 먹어치우리라.
속으로 으르렁거리며 들어선 그곳은 만족스러웠다.
빛 하나 들지않게 폐쇄된 공간, 수없이 놓여진 컴퓨터의 존재들. 또 저기서 대충 널브러져 자고있는 남자의 모습을보니 숙박역시 가능한것이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아무 빈 자리에 앉아서 잠깐 컴퓨터를 조작해보려 했으나, 도서관에서 만졌을때완 달리 뭔가 입력하는 곳이 존재했다.
무엇을 해야할 지 몰라서 잠시 기다리다보니, 한 남자가 뒷자리에 앉아 컴퓨터를 켜고는 빠르게 무슨 의미모를 문자나열을 입력하자 그제서야 사용할 수 있게 화면이 변경되었다.
나는 그 모습을 보고 있다가 남자의 어깨를 톡톡 치며 말했다.
"이봐, 너."
"네? 저요?"
눈에띄게 당황하는 녀석의 반응.
갑자기 말을 걸었다지만, 너무 놀라는것이 아닌가?
"뭘 입력해야 화면이 넘어가는거지?"
"아, PC방 처음이세요? 회원가입하시고 로그인하면 돼요."
"회원가입…? 로그인?"
모르는 단어가 동시에 두개나 나왔다.
내 표정을 보던 그 남자가 잠깐의 망설임 후에, 호기롭게 말했다.
"그럼 제가 해드리죠 뭐. 신분증이나 휴대폰 없어요?"
"그건있지."
그 사냥꾼들의 시체중 하나에서 대충 주워온 지갑과 휴대전화가 있었다.
신기한 모양이라 주웠던것이 휴대전화였다… 라는것 이지만.
지금은 켜지질 않는 것 같지만 말이다.
내가 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 신분증을 보여주자, 그는 나와 신분증에 찍힌 모습이 다른것을 지적했다.
"신분증 본인 맞아요? 사진이 너무 다른데."
"맞아."
목소리에 확신을 담아내니 그도 자세히 묻지는 않는다.
"음, 그럴수도 있겠죠 뭐. 그럼 휴대폰은요?"
"이걸 말하는가."
남자의 말대로, 뭔가 전선을 연결하니 곧 화면에 문장이 나타나며 작동을 알린다. 휴대폰이 켜지자 본격적인 '회원가입'이 시작되었다.
여러번 해본 솜씨인듯, 내게 몇가지를 물어보며 능숙하게 회원가입을 마친 그 남자는 내가 컴퓨터를 이용하려 할때도 제 자리로 돌아가질 않고 있었다.
"뭐지?"
"저기, 혹시 배우나, 뭐 그런건가요? 제가 TV를 잘 안봐서."
"흠?"
"아, 들키면 안되는건가? 그렇겠죠? 그러면 저 사인이라도 한번 해주실래요?"
"하아, 그냥 자리로 가라."
"아…. 네. 알겠습니다."
그렇게 인간이 멍한 표정으로 제 자리에 돌아가는 모습을 보다가 다시 화면으로 고개를 돌렸다.
이곳에서 깨달은거지만, 내게는 조금이지만 정신계열 능력이 있었던 모양이다.
가장 흔한 능력이고, 같은 흡혈귀에겐 통하지 않으니 밤의 세계에선 없는거나 마찬가지였지만.
이곳에서는 유용하게 쓸 수 있겠지.
그나저나 배우라, 어찌보면 비슷한 것이긴 하군.
지금은 인간인 척을 하는 중이니.
곧, 이런 연기도 필요가 없게 될테지만.
나의 목적은 이 세계로 넘어왔을때부터 정해져 있었다.
모든 흡혈귀들을 저 밤의 세계에서 끌어내려, 나와 같이 발버둥치게 만드는것.
흡혈귀는 더이상 무너져가는 밤의 세계를 유지할 수가 없을거다.
가만히 둬도 언젠가 밤의 세계는 종말을 맞이할테지.
다만 내가 그 시기를 좀 앞당겨볼 수 있을거다.
이왕이면 나도 무대에 서야지.
나는 배우니까.
그러기위해 필요한건 가쉽거리다. 가장 빠르게, 확실하게 인간들의 뇌리에 남을 방식으로….
-네버랜드, 할로윈 특집! 실감나는 '좀비'테마!
"좀비, 좀비라…."
좀비란 과거 마녀사냥이후 원로회가 금지시킨 비술중에 하나.
그런만큼, 그 심각성은 인간 뿐 아니라 흡혈귀들에게도 영향을 미칠 정도로 강력하다.
'이거 잘만 이용하면 일이 쉽게 풀릴지도 모르겠는데.'
비록 내게 그런 비술은 없지만, 적어도 탈취하려는 시도는 했었다.
아마 낌새를 살짝 흘려주기만 해도 나를 추적하는 기사가 몇 생길 것이다.
그렇게되면 식사도 해결될 뿐더러, 녀석들의 피를 오염시켜 비슷한 질병을 만들어낼 수도 있겠지.
그렇게 나는 천천히, 계획을 시작했다.
"흐음. 이걸 테러라고 하는가."
그렇다면 나는 테러리스트로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