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8화 〉인연
나는 오랜만에 내집의 문앞에 서있다.
왜 내집인데 오랜만인거지.
익숙한데 낯설다. 기분이 요상하네.
도어락을 열고 들어가자, 세찬이가 츄리닝바지와 티셔츠만 입은채 티비를 보고있는게 보였다.
집주인 냅두고 참 팔자도 편하네.
뭐 녀석도 월세의 절반은 내니까 녀석이 어떤 모습으로 지내든 상관 없지만….
내가 한숨을 쉬자, 녀석이 벌떡 일어나서 다가왔다.
"뭐야, 말도없이?"
"아빠 생신선물 사러 가려는데, 같이 가자 하려고…."
녀석의 몸 뒤쪽으로 시선을 던져서 스윽 둘러보니, 음.
그래, 이건 답이없다.
일단 쓰레기통에 가득찬 라면봉지, 편의점 도시락 같은 일회용품 쓰레기등과, 테이블에 널부러진 배달음식전단지, 싱크대에 대충 담겨진 설거지, 그러고보니 바깥에 짜장면그릇도 쌓여있었다.
저건 오늘 먹은건가?
청소는 하루에 한번 하는게 맞나 싶을 정도로 대충 치워져있고, 환기는 안하는지 쾌쾌한 냄새가 진동을 한다.
완전히 히키코모리 새끼의 집안꼴이다.
밥은 다 사먹던가 아니면 라면으로 해결했나본데.
녀석의 요리수준을 생각해보면 그럴만도 한데 말이다.
이런 꼴을 보니까 마음이 좀 그렇다.
"하아, 내가 이럴줄 알았지. 나 없으니까 집안꼴이 아주 개판이네. 너 진짜 청소안하고 살래?"
"어, 나중에 하려고 했어."
"퍽이나."
내가 한달넘게 자리를 비운 집의 꼬라지는 솔직히 문제가
있어보였다.
온김에 청소라도 해야겠는데, 이거.
"실버, 네. 그냥 먼저 돌아가셔도 돼요."
나는 차를 태워준 실버에게 먼저 돌아가시라 이야기를 했다.
대청소를 해야할것 같은데 실버를 계속 밖에서 기다리게 할 수는 없잖아.
"이라야. 넌 어떻게할래?"
"전 괜찮아요. 저도 도울 수 있어요."
"그래, 그래. 역시 우리 이라 착하다."
난 가볍게 이라의 머리를 쓸고는 세찬을 흘겨보았다.
세찬이는 보고 배워야한다. 정말 개보다 못한 녀석이야.
"아니, 갑자기 뭐야."
"네가 하려고 했다던 시간이지. 청소시간."
난 전단지가 쌓인 테이블을 대충 치우고나서 핸드백을 올려두곤 창문을 활짝 열어 환기를 시켰다.
"……."
그리고 쏟아지는 햇빛을 만끽한다.
아, 따가워….
소매같은게 제대로 되어있는 옷을 입었기 때문에 얼굴 외에는 햇빛이 닿지도 않아서 이정도는 참을만 했다.
음, 역시 나정도되면 햇빛으로 죽을일은 없는가봐.
겨울이라도 되면 낮에도 양산없이 훤히 돌아다니겠네.
뭐, 지금도 겨울옷을 입으려면 입을수야 있긴 하지만….
남들이 이상하게 볼거 아니야.
한여름에 겨울옷입는 미친년이 되고싶지는 않았다.
"일단 쓰레기들부터 치우자. 이라야, 이것좀 가서 버려줘. 세찬이 너도."
"하아, 그래."
"어쩔 수 없이 하는 표정이네? 빨리빨리 안해?"
원래 낮에 쓰레기를 내놓으면 안되는데, 이 집안꼴을 보면 당장 안버리곤 못 배기겠어.
나 원래 약간 결벽증같은거 있단 말이지.
이런 무질서의 현장에 내 몸뚱이를 오래 두고싶지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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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청소시간.
쓸고, 닦고, 치우고, 정리하고.
이것저것 하다보니 시간이 참 빨리 지나간다.
이럴때 내 강화된 신체능력으로 인한 체력은 상당히 맘에 들었다.
나는 머리를 올려묶고 화장실 청소를 하고있었다.
역시 화장실청소에서도 비인간적인 흡혈귀의 근력과 속도가 도움이 된다. 전동기마냥 솔을 비벼닦아대니 묵은때가 벗겨지듯이 타일이 새하얗게 변하는게 너무 기분이 좋다.
인간으로 돌아가더라도 이 근력은 들고 돌아가면 안될까? 솔직히 일상에서도 이거 덕은 많이 보는것 같은데. 물리저해를 알맞게 걸어두지 않으면 답이 없는 근력이긴 한데, 음. 생각해보니 별로인거같아.
목울대에 이 초커도, 이제와서는 좀 익숙해지기는 했지만 답답하고 말이야.
그래도 이 이상 몸에 뭘 달고싶지는 않다.
그리고 내가 집중하는건 이거.
"이야, 너 이거 마지막에 청소한게 언제냐? 털이 이렇게 빠졌으면
탈모 의심해봐 너."
"탈모는 무슨. 그냥 스트레스받아서 그렇지."
"뭔 스트레스?"
"그냥."
음, 생각해보면 세찬이도 나름대로 스트레스 받을일 많긴 하겠다.
사냥꾼이잖아.
목숨내놓고 사는데 스트레스 안받으면 이상한것 같다.
근데 얘 진짜 탈모 아니야?
"세찬아 일로 와봐라."
"왜, 또."
바닥과 창틀을 닦던 녀석이 싫은표정을 하면서도 나한테 걸어왔다.
왠지 요즘 말을 잘 듣네.
나는 녀석에게 손짓하며 말했다.
"앉아봐."
"또 뭐때문에."
그러면서도 순순히 앉아서 나와 눈높이를 맞춘 세찬이다. 이게 그 츤데레인가 뭔가 하는 그건가?
난 녀석의 머리를 이리저리 뒤적이며 살폈다.
"음, 뭐. 진짜 아직 머리숱은 많네."
"당연하잖아. 나는 아직 20대 초반인데."
"야, 술 담배는 옛날부터 탈모의 원인이었어."
거기다 마약까지 빨았잖냐.
그리고 탈모의 주원인은 남성호르몬의 영향이라는 설도 유력하던데, 남성호르몬 그 자체인 한세찬새끼라면 그럴만도 한다고 생각했다.
나는 아무 털이나 하나 집어서 들어올리면서 말했다.
"그럼 이건 다 뭔 털이야?"
"그거 머리털 아니잖아."
"……."
지금보니 그러네.
이거는 좀 꼬불꼬불하다.
고무장갑을 끼워서 진짜로 다행이야.
"알면 좀 치워라, 드러운 것아!"
"윽."
난 녀석의 등짝을 한바탕 후린다음에 가서 다시 청소하라고 돌려보냈다.
쳇, 탈모였으면 놀릴거리 생겼다며 실컷 놀렸을텐데.
본래 머리털 빠지는걸로 놀리는건 사람이 할짓이 아니지만, 세찬이한텐 괜찮아.
투덜거리며 돌아가는 모습이 괜히 멍청해보여서 웃긴다.
이러니까 왠지 어릴때로 돌아간것 같은 기분이다.
그 전에는 이런 분위기가 아니었지 아마.
우리는 그럼에도 편안한 사이긴 하지만, 막 옛날처럼 재미있지는 않았다.
나는 쓰레기봉투에 녀석의 머리털과 다른 부위의 털을 건져서 다 쑤셔넣고선 말했다.
"밥은 안해먹는거야?"
"못."
"아."
야, 한달 혼자 살아봤으면 라면 말고 밥은 지을 줄 알아야하는거 아니냐?
라는 말이 목언저리까지 튀어나왔지만 녀석이 요리를 한다는 그림이 절대로 그려지지 않아서 차마 말을 뱉지는 못했다.
"그러고보니 김치도 곧 담궈야겠네. 이번에 교회가서 또 머리핀 새로하면 담그자."
"드디어."
간만에 녀석이 진심으로 들뜬 목소리로 답했다.
하지만 일에는 순서가 있는법이다.
"먼저 청소부터 끝내야지. 그 다음엔 아빠선물 고르러 가야하고."
"그러고보니 곧 스승님 생일이었냐?"
"맞아. 그러고보니 넌 그동안 아빠랑 같이 다녔지? 생일엔 뭘 했어?"
8년이나 나몰래 비밀스러운 만남을 가졌다면 적어도 그동안 뭘 선물로 교환했는지 정도는 얘기할 수 있지 않을까.
"별로, 생일같은거 서로 챙기진 않았는데."
"뭐야. 쓰레기네 이거."
"그러는 너는?"
"난 어쩔수 없었지. 집에 아빠가 안들어왔는걸."
그러니까 지금 이게 어쩌면 제대로 주는 첫 선물이라는 말이다.
이렇게 보니까 그동안 가족관계가 참 개판이었네.
"누나, 방청소 다 끝났어요."
"오, 그래? 그럼 확인해봐야지."
화장실청소도 끝났으니 몸을 일으켜 내 방으로 걸어갔다.
방의 상태는 내가 봐도 상당히 괜찮았다.
이라에게 청소의 재능이 있었나? 정말 다재다능한 녀석이야.
이런 아이가 어디서 튀어나온거람.
"이야, 깨끗하게 잘 했네. 잘했어."
"헤헤…."
이라의 머리를 몇차례 쓰다듬어주면서 칭찬하자 실없이 웃는 모습이 귀엽다.
네가 세찬이보다 낫다 진짜로.
"그럼 잠깐 쉬고 있을래? 쟤가 거실 청소하는거 도와줘도 괜찮고."
"알겠어요."
이라는 다시 쪼르르 거실로 나가서 세찬이를 도와 바닥을 닦는다. 여전히 널부러져있던 선풍기도 잘 덮어서 지하창고로 내려두었다.
이제 가을이라 선풍기 쓰지도 않는데 왜 넣어두질 않는대.
해가 뉘엿뉘엿해질정도가 되어서야 대청소는 끝날 기미가 보였다. 낮에와서 하루종일 청소를 했다니, 그만큼 집안꼴이 말이 아니었단 얘기였다.
"끝났다, 쓰레기 버리러가자."
"네!"
이라가 쓰레기봉투를 쥐고 세찬이를 따랐다.
"나간김에 뭐라도 먹을거 사오려는데, 어쩔거야?"
"뭘 사오게, 편의점 도시락?"
"나쁘진 않지."
나빠, 병신아.
"됐어. 아이스크림이나 사와. 밥은 나가서 먹어야지."
"그래. 아이스크림은 니 전에 먹던걸로?"
"예스."
그렇게 말한 세찬이가 이라를 데리고 밖으로 나갔다.
나는 그 둘이 나가자 내 방 침대에 풀썩 몸을 눕혔다.
음, 침대도 오랜만이네. 확실히 침대는 푹신해서 좋아.
관은 조용하고 안락해서 좋고.
두개를 합칠순 없는걸까.
"하아."
육체적으론 별로 힘들진 않았지만 정신적으론 힘드네.
그래도 깨끗한 집안을 보니까 기분이 좋다.
나는 내 방의 침대에 누워서 방을 훑어보다가, 몇년간 나와 휴식의 동반자가 되어준 컴퓨터에 시선이 닿았다.
요즘 컴퓨터를 안하기는 했지. 할 시간도 없었고, 할 것도 없었고.
그런데 오랜만에 보니까 한번 켜보고는 싶어졌다.
"겜 한판만 할까."
게임은 이제 질려버렸다고 생각했는데, 어쩐지 양학이 마려운 날이다.
어차피 오늘은 청소만 해도 하루가 갈거라고 예상했다.
대청소 후에는 외식이 국룰이지. 돈도 많겠다, 비싼데 한번 가볼까?
게임 한판 하고나서 근처 비싼 맛집이라도 검색해야겠다.
물론 마늘이 안 들어가는 음식으로.
젠장, 내일은 무조건 교회가서 머리핀부터 구매해야지.
컴퓨터가 켜지자, 나는 슥 하고 방 밖으로 나가서 집안을 살폈다.
세찬이나 이라는 아이스크림을 사기위해서 나간상황.
지금 방안에는 나혼자밖에 없었다.
"흐으음…."
컴퓨터는 원래 녀석이나 나나 같이 썼다.
녀석은 게임같은거 할 시간에 밖으로 나돌아다녔지만, 녀석이 컴퓨터를 쓰는걸 나도 알고는 있었다.
그야, 내가 학교를 갔다올때마다 인터넷 사용기록이 초기화 되어있는걸.
도대체 무슨 은밀하고 고귀한 취향을 가진건지 10년넘게 함께 놀았지만서도 전혀 알 수가 없었다.
이건 좀 불공평하다고 생각하는게, 내 야동취향은 알면서 왜 자기건 안 알려주는거야?
나만 쪽팔리면 돼?
그러니까 게임하기전에 하나정도는 확인해봐도 되겠지.
나는 인터넷기록을 열었다.
"…… 깨끗하네."
치밀한녀석, 매번 매번 뒷처리를 깔끔하게 하는구나, 역시 사냥꾼이라고할까, 방심을 하지 않네.
그치만 이건 어떨까, 최근 파일.
나는 최근파일까지 확인하고서는 녀석의 치밀함에 다시한번 놀랐다.
"이것도 싹 비워져있네…."
사실 내가 온다는걸 알고 있었던거아냐?
몇달전 내가 봤던 영상기록들도 싹다 지워져있는 상태다.
그렇지만 오히려 이런 깨끗한 상태가 더 의심스럽다는걸
모르는걸까.
나는 최종적으로, .avi, .mkv, .mp4등의 파일을 전부 스캔을 돌렸다.
"……."
없다.
있는것도 다 내가 남자일적에 받아놓고선 잊어버린 것들만 나왔다.
뭐지? 스트리밍 서비스를 이용하나?
아니 컴퓨터 기록을 이렇게 깨끗하게 유지할 노력으로 집안 꼴이나 좀 깨끗하게 해두란 말이야.
"그럼 그것밖에 방법이 없네."
난 가장 유명한 사이트를 검색하고 접속했다.
음, 익숙한 화면이 뜬다.
그런데 오랜만이네.
여성의 몸이 되어서 그런가, 흡혈귀의 몸이 되어서 그런가. 성욕감퇴가 좀 심해서 그동안 전혀 접속을 안했다.
그래선지 오랜만에 접속한 사이트는 내게 흥분감보단 그냥 익숙함이었다.
검색창에 커서를 갖다대자, 계정의 검색기록이 나열된다.
그중에 내가 처음보는 태그가 하나 보였다.
"찾았다."
바니걸이라….
녀석은 이런게 취향이란건가?
드디어 녀석이 10년간 숨겨뒀던 취향의 실마리를 잡았다.
근데 왜 하필 바니걸이지?
바니걸태그를 달고 검색된 동영상들은 섬네일만봐도 육중한 미드를 과시하는 여성들이 튀어나온다.
녀석은 큰 가슴을 좋아하는걸까?
"음…. 이걸론 못 놀리겠네."
나는 내 가슴을 내려다보곤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이 가슴은 내가볼땐 적당히 볼록한 몽우리가 있어서 귀여운? 뭐 그런 스타일이지 크기랑은 거리가 좀 멀었다.
참고로 내 브래지어 사이즈는 70A~65A정도다.
평소엔 그냥 캐미솔만 입으니 별로 중요한 정보는 아니지만.
-띠리링
"헉."
갑자기 들려온 도어락열리는 소리에 깜짝놀라서 후다닥 모든 창을 Alt+F4를 연타해 닫아버리곤 바탕화면을 쳐다보고있었다.
"버, 벌써 왔네?"
"뭐야. 왜 바탕화면만 보고있냐."
"음? 아아, 이거? 아무것도? 그, 그냥 이제 막 켰어."
"그래? 뭐, 알겠다."
녀석이 고개를 저으며 이라를 데리고 거실에 앉았다.
"……이라는 왜 데려가?"
"너 편하게 할거 하라고."
"뭘?"
"그거 하려던거 아냐?"
그래, 게임하려고 했지.
근데 딱히 옆에 이라가 있든 없든 상관 없는데.
"아이스크림은 냉장고 넣어둘테니까 끝나면 먹어."
"어? 어어…."
뭐 딱히 아이스크림 물고 해도 상관 없는데.
대체 저게 무슨 배려지. 아니, 무슨 생각이지.
뭔가 대화의 방향성이 어긋난것 같다고 생각하던차에, 녀석의 작은 한마디가 그 해답을 알렸다.
"적어도 이상한 소리는 내지마. 이라도 있으니까."
"무,뭐, 뭐 뭐라는거야?"
안해, 이새끼야!
대체 뭘 보고 그런 생각을 한건데?
……뭐, 배경화면 보고 식은땀 같은걸 흘리고 있으면 그야 그렇게 생각할만도 하긴 하지만….
괜히 억울하네, 분명히 내가 놀리려고 했는데 당해버렸잖아!
녀석의 멱살이라도 잡아올리려고 다가갔으나, 녀석이 팔을 뻗어 내 머리를 잡아 누르는 바람에 멱살까지 손이 닿지를 않았다.
"이익!"
"그런데 생각해보니 지금, 여기서, 굳이 그런걸 할 필요가 있나 싶긴하네."
"게임하려고 했어, 게임!"
억울하다. 내가 진짜 야동보려고 했으면 억울하지나 않지, 게다가 이런 어린애나 당할 제압법에 당하니까 기분이 상당히 드러워서 팔이라도 손바닥으로 때리자, 녀석의 인상이 확 구겨진다.
팡-팡-!
"야, 진짜 아파."
"아프라고 때리는거야!"
"아니, 구라 안치고 진짜로 아프다고!"
"뭐? 지, 진짜 아파?"
녀석이 아프다는 말을 결코 쉽게 할 인간이 아닌데….
그래서 정신을 차리고 녀석의 팔을 보니까, 문신때문에 잘 모르겠지만 확실히 피부가 빨갛게 변했다.
만져보니까 좀 화끈화끈하는것 같기도 하고….
"제길, 이제 장난도 못치겠군."
"미, 미안…."
나는 녀석의 팔을 주무르면서 미안함을 어필했고, 이라는 어쩔줄 몰라하며 왔다갔다 하고 있는것이었다.
"이라야. 파스라도 갖고와줄래? 티비서랍 맨 위에 있을거야."
"네!네!"
이라는 신속하게 파스를 가져다주었지만, 내가 파스 포장을 뜯자 코를 찌르는 화한 냄새에 기겁하며 밖으로 나가기위해 현관문을 열었다.
"아."
"앗."
근데 현관문 앞엔 또 누군가 있었다.
"……지혜야?"
"어…….안녕?"
지혜의 눈빛이 내가 파스를 붙이고 손으로 문지르고있던 세찬이의 팔로 향했다.
객관적으로 내 모습은 세찬이의 팔짱을 끼고 있는 장면이라고 오해해도 할 말이 없었다.
나는 그 즉시 세찬이의 팔을 놓았지만 어색함은 여전히 사라질 기미가 보이질 않았다.
압도적인 어색함.
"이건, 네가 생각하는거 아니야. 잊어버려."
"으, 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