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63화 〉신입 사냥꾼 (63/101)



〈 63화 〉신입 사냥꾼

"우산 사러갔다 왔더니 이게 다 뭐야."

돌아온 세찬이의 입에서 나온 말이었다.

"몰라, 갑자기 튀어나오던데."
"교회 근처에?"
"그렇네."

세찬이는  괴물을 빤히 바라보다가, 뭔가를 발견한것 같았다.
내 양산으로 툭툭 치는 부분에는 뭔가 얕은 생채기같은게 나 있었다.


"이, 얕은 상처. 네가 낸거냐?"
"아니? 우리는 치명상만 넣었어."

솔직히 저런 녀석한테 우리는 오버스펙이었다.


저렇게 얕은 상처는 내가 손톱으로 긁어야 날 것 같은데.
한야의 대낫으로는 저런 상처를 내려야 낼 수가 없었고.
세찬이는 내게 빌렸던 우산을 건네주고는 다시 이리저리 사체를 살피더니 발로 툭툭 건드렸다.

"이거 말고도 상처가  많이 나있네. 만들어진 지 얼마 안된."
"그게 무슨 뜻이야?"
"누군가 사냥하던 흡혈귀였다는 얘기지."
"역시 날카로우시네요. 죄송합니다. 제가 놓쳤어요."


세찬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우비를 쓴 남자가 걸어왔다.
다리를 절고, 팔을 붙잡고 있는것이, 꽤나 부상을 입은 것 같이 보인다.
피 냄새도  나고 말이다.
맛있겠…으아악! 얼른 생각을 멈춰!

"사냥꾼인가요?"
"예, 수녀님. 정말 죄송합니다. 뒤쪽의 여성분도. 하마터면 위험에 빠트릴 뻔 했어요."
"…...."

지혜는 계속 내 뒤에서  붙잡지도 못하고 안절부절하며 벌벌 떨고 있었다.
그런데 수녀라고?
누구? 나?
아, 맞다.  지금 수녀복 입고 있었지.
나 수녀 아닌데라고 말해야하나 잠시 우물거리다보니, 그 남자가 한야와 세찬을 보고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하아, 하루살이와 한세찬님이라니, 마침  자리에 두분이 계셔서 다행이네요."
"얠 알아요?"


세찬이 이새끼 의외로 유명인이었던걸까?


"물론 모를수가 없죠, 한세찬님이야 사신님과 다니면서 가주사냥까지 성공하셨고, 하루살이님도 사신님의 제자 아닙니까."
"흐음…."

그런거였구나.
그러고보면 여기있는 사냥꾼들은 다들 베테랑인거네.
이제보니 아빠가 얼마나 대단한 사냥꾼이었는지 감이 온다.
모르는 사람이 없냐 어떻게 된게.

세찬이는 남자에게 물었다.


"그래서,  놓친거지요? 결계는 안친겁니까?"

남자는 고개를 저으며 답했다.

"사냥은 유사차원결계 내부에서 진행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결계를 부숴버리고 교회로 달리더군요. 이건 저희 실책이었습니다. 의뢰 수준을 제대로 판단하지 못한거죠. 힘들더라도 이면차원결계를 쳤어야 했습니다."

남자의 말을 듣던 한세찬이 조용히 다가가서 침술을 선보였다.
저사람 피나고 있는데 침술이 무슨소용일까, 싶었으나 세찬의 침술은 뭔가 마법적인 시술이었는지 피가 멎는다.
신기하네.


"윽, 감사합니다. 그런데 놈이 교회로 달린 이유는 저희도 잘 모르겠습니다. 교회 주변엔 인지간섭 결계가 쳐져있을텐데도 불구하고 말이에요. 마치 뭔가에 홀린듯한 모습이었습니다."
"흐음, 그건 좀 이상하네."


인지간섭으로 보호되고, 다른 여러 종류의 결계로도 몇중으로 보호되는 교회로 흡혈귀가 돌진해온다니, 보통의 타락한 흡혈귀가 보일만한 행동은 아니었다.

만약 살고싶었다면 오히려 교회에서 벗어나려고 했겠지.


"타락해서 정신이 나간 흡혈귀의 머릿속을 어떻게 알겠어요. 아무튼 사상자가  나오지 않아서 다행입니다."
"그런가요."


사상자가 없었음은 다행이다.
나는 세찬이에게 돌려받은 우산을 펼쳐 남자에게 다가갔다.
가까이 가니까  냄새가  유혹하는 듯 했지만, 눈을 감고 고개를 흔들어서 떨쳐냈다.
좋아. 버텨냈다.
나는 지혜가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는지 확인한뒤에 묻는다.

"그런데 다른 사냥꾼들은 어딨죠? 혼자인가요?"
"결계를 친 사냥꾼은 결계가 깨지며 마력역류로 즉사, 저와 함께 사냥중이던 사냥꾼 3명은 그 흡혈귀에게 먹혔습니다. 제 판단 실수로 녀석을 키운거죠. 씨발, 전 오히려 흡혈귀가 도망쳐서 살았고요."
"아……."


음, 나는 뭐라래야할 지 몰라서 일단 입을 닫았다.

"상처는 어때요, 걸을 수 있겠습니까?"
"예. 덕분에. 후우, 근처에 아는 병원 있으십니까?"

그러고보면 병원을 이용하는 사냥꾼은 적다고 했었다.
그전에 죽으니까.
이런 뜻인가? 그래서 사냥꾼들은 아는 병원도 별로 없는 듯하다.

"근처는 모르고, 아는 병원은 있죠."
"후우, 혹시 알려주실  있습니까?
"그래요. 차 끌고왔습니까?"
"예, 그런데 운전은 못 할것 같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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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혈귀의 시체는 그냥 교회에서 수거하기로 이야기했다.
뭐, 바로 코앞이기도 하니까 알아서들 하시겠지.


나는 한세찬이 모는 흔들리는 봉고차의 오른쪽 뒷자리에 앉은채 와이퍼가 창문을 닦아내는 것을 아무생각없이 턱을 괴고 보고있다.

"후우, 이거…. 이런 미인분들이 탈 줄 알았으면 좀더 좋은 차를 타는건데 말입니다."


조수석에 앉은 남자사냥꾼이 미안하다는 듯한 어투로 농담을 건넸다.
미인이라, 따지고보면 여기 성비는 홀수임에도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는 감이 있었다.
여성은 한야, 지혜, 릴리.
남성은 세찬, 사냥꾼, 석주.
내가 두명분을 하니까 이렇게 되네. 와.

하지만 그런 농담으로 풀릴 분위기는 아니었다.
을씨년스럽게 비까지 내리는 상황에, 방금 괴물까지 본 지혜의 얼굴은 완전히 새하얀 상태다.
그나마 다행인건, 지혜는 여기 원래는 4명의 다른 사냥꾼이 타고있어야 했다는 사실은 듣지 못했다는 거였다.
그걸 알았으면 지혜는 더 창백해지지 않았을까.

-삐걱, 삐걱.


차체가 조금 낡은건지, 불안한 소리가 나기는 했지만. 뭐, 설마 고장이야 나겠는가.
나는 세찬이 운전하는 모습을 보며 신기함을 느꼈다.
얘가 오토바이 말고 차도 운전할 줄 알다니.
범퍼카탈때 좀 알아보기는 했는데 말이야, 맨날 오토바이 모는것만 봤지, 차 운전하는건 한번도 못봤었다.

"야."
"왜?"
"나 그냥 차 한대 살까 하는 생각중인데."
"……."
"왜 오토바이만 타는거야? 차를 타면 비오는날에도 이렇게 편한데."

봉고차의 창문에 썬탠이 되어있지는 않았지만, 두꺼운 먹구름이 온 하늘을 덮은채라서 낮인데도 버틸만 했다.
비오는날이 좋아질 수도 있을  같다고 할까.

"그냥."
"뭐야."


싱겁긴.

"그런데 지혜는 어떻게 해? 얜 진짜 마력식때문에 어쩔수 없이 사냥꾼이 된건데, 뭐 훈련같은거 받아야하나?"
"훈련?"

지혜는 훈련이라는 말에 몸을 떨었다.
원래 얘는 운동신경이 별로 좋지 않았으니까 말이다.
운동을 싫어하게 된 것은 지극히 당연한 수순이었겠지.

"스승님께 얘기해뒀어. 오는 사람은 아마 너도 아는 사람일걸."
"내가 안다고? 누군데?"
"보면 알아."


아악! 궁금증만 자극시키고 아무것도 안 알려주다니.
예전의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상태의 세찬이가 그립다.
운전중이라 때릴수도 없고. 젠장.
나는 한숨이나 쉬면서 도착하기를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지혜가 창에 기대서 초조하게 손가락을 창틀에 두드리다가 못참겠다는 듯 말했다.

"노래같은거 틀면 안돼요?"
"예. 아참, 이  스피커가 안나옵니다."
"그럼 제 휴대폰으로 틀게요."

차주인인 사냥꾼의 허락이 떨어지자, 지혜가 한숨을 쉬면서 떨리는 손을 움직여 휴대폰을 조작하려했다.
흠, 아까 일이 상당히 충격이 컸으려나.
나는 지혜의 손을 잡아서 진정시켜주었다.

"아, 고, 고마워."


여전히 제대로 조작을 못하는 듯하자, 내가 대신 휴대폰을 조작해주었다.

"음악 재생목록 틀어주면 돼?"
"응."

내가 재생목록을 틀자, 경쾌한 노랫소리가 휴대폰 스피커로 울려퍼진다.
삐걱대는 차체를 때리는 빗소리와 휴대폰의 자그만 스피커로 들려오는 음악소리가 어우러지며 흡사 Lo-Fi효과를 연상시킨다.

"이거 노래 좋은데?"
"후우…."


한야가 지혜의 선곡을 칭찬하며 고개를 까딱이며 리듬을 탄다.
지혜도 한숨을 내쉬며 점차 안색이 돌아오는듯했다.
선곡은 나쁘지 않았다.
노래는 가벼운 분위기의 팝송이었다.
확실히 분위기를 환기하는데는 탁월하네.
빠른템포의 곡이지만, 그 노래가 만들어내는 분위기는 꽤나 차분함에 가까웠다.
나도 저절로 흥얼거리게 되는 그런 곡.

타닥, 탁, 타닥 창문을 때리는 빗방울, 스피커가 안돼서 휴대폰으로 틀어둔 노래, 삐걱거리고 덜컹거리는 차체.
하나씩 따지고보면 참 그지같은 것들인데, 모두 합쳐지니까 무슨 빈티지가 되는 마술이다.


나는 이런 분위기 좋아해.
안정감을 주잖아.
가끔 비오는날에 창문옆에서 노래 듣는것도 좋아했으니까.
뭐, 딱히 찾아서 듣는 노래는 없었지만.
그래도  한방울 안맞고 빗소리 들으면서 노래를 듣는건 뭔가 밖이랑 분리된 기분, 독립된 느낌을 주지.
그런 일상적인 느낌이 나쁘지 않았다.
아, 이러니까 더욱 차를 사고 싶어지는데.

한동안 그런 차분한 분위기속에 우리의 감성이 전부 젖어갈때쯤, 사건은 벌어졌다.



세찬이가 핸들에서 손을뗀다.

"이거 더는 안간다."
"하하…. 사냥때문에 조금 무리하기는 했죠."

차가 뻗었다.

어쩐지, 불안불안하기는 하더라.


세찬이가 차에서 내려 엔진을 확인하는걸 나도 내려서 우산을 옆에서 들어주고 있었다.
음, 역시 봐도 모르겠군.
근데 얘는 알아서 만지는걸까?
엔진을 만지던 세찬이가 한숨을 쉬면서 고개를 젓는다.

"이거 안되겠다. 완전히 나갔어."
"…그럼?"


어떡해? 여긴 도로 한복판인데.
견인 불러? 그럼 저 사람은 어쩌고? 신고당할걸.
일반병원으로 보내면 상당히 귀찮은 일이 벌어질게 분명하다. 괜히 사냥꾼의 병원이 따로 있겠는가.
보통 사냥중에 저런 상처는 곧 죽음으로 이어지니까 병원 갈 일은 없었겠지.
작은 상처면 애초에 병원에 갈 일이 없고.

"뒤에서 밀어야지 뭐, 시발."
"….지금 비오는데?"
"그럼 뭐, 택시라도 잡을까? 여기 차도 안다닐텐데."
"……."


그건 그렇다. 여기는 구불구불한 비탈길. 게다가 신호등도 없고, 단독 1차선이다. 심지어 인적마저 드물다.
콜택시를 부른다고해도 이런 외진 도로로 오고싶은 택시도 없을것 같다.
왜 이런 도로로 온거야.
맞춰볼까? 그야 눈에 띄지 않으려고 그랬겠지.
인식저해라곤 해도, 이런 커다란 봉고차를 덮는건 힘드니까. 나도 온 집중을  발휘해도 고작 3명에게 덧씌우는게 한계.
자동차를 전부 덮는건 말도 안된다.
제길.

"그래, 젠장. 밀자."

내가 힘이 없는것도 아니고.


---------


"이 길따라서 쭉가면 병원이다."
"히, 힘내. 릴리야."
"화이팅, 사형!"
"수녀님이 마력식 보유자셨다니...."

지혜가 내게 우산을 씌워주고, 한야가 세찬이에게 우산을 씌워주며 응원한다.
부상당한 사냥꾼은 운전석에서 핸들을 맡았다.
팀에 근력캐가 둘이니 이게 맞긴 해.
현대식 쌍두마차가 되어버린 봉고차가 드디어 움직이려고 하고있다.

"하나, 둘!"
"셋!"


으윽, 움직인다!
와! 시발, 흡혈귀까지 돼서는 차 뒤에 붙어서 밀고 있어야한다니.
힘을 참 알뜰하게 쓰는구나 싶다.


"와, 이걸 진짜 미는구나."


병원가면 수혈받아야겠다.
순간 근력은 좋은데 지속력이 딸리는것 같아.
한동안 나랑 세찬이는 말없이, 단지 낮은 신음만 흘리며 차를 밀었다.

-쏴아아아---!
-타닥, 타다닥, 타닥!
-끼이익, 끼익!

"으윽…. 흐으윽…!"
"흡…! 후으읍…!"


우산에 떨어지는 빗소리, 고물차가 움직이는소리, 남녀의 혼신의 힘을 다한 신음소리.


"흐윽, 으으응….!"


이걸 내가 내는 소리라니, 낯설다.
나는 얼마나 밀어야 하는지 알아야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적어도 끝날 시간을 알아야 노력을 하지.

"어, 얼마나 가야해?"
"이, 속도라면, 30에서, 45분정도. 거기서, 차 대놓고, 걸어올라가면 돼."
"그, 그래?"

30분이면 할만해!
나는 애써 텐션을 높이며 차를 밀었다.
피가 마시고싶어…. 안돼, 정신차려! 넌 임마! 이미 예수라는 초 거물의 피까지 마신 흡혈귀잖아!  더 마시려고!

"하아악! 시발, 개, 무겁네에!"
"크윽, 동감이다."

아, 소리 의식하니까 신경쓰여.
조금 야릇한 생각이 드는건 나뿐이야?
근데소리를 죽이고 싶어도 이게 힘을 빡세게 주니까 자연스럽게 새어나오는걸 어떡해.
괜스레 기분만 요상해진 나는 지혜를 불렀다.


"흡…! ㅈ,지혜야."
"응?"
"….노래불러줘."
"뭐? 노래를?"


노랫소리로 신음소리를 덮어야겠어.
지혜는 당황했는지 몸을 떨었다.


"뭘 불러야 하는데…?"
"으윽….그, 잘부르는거 있잖아."
"내가 잘부르는게 뭔데?"

아차,  자꾸 까먹지.
릴리는 몰라야하는 정보네.
나는 말을 돌린다.

"…몰라. 있겠지."

말을 돌린걸 알아챘을까, 아니면 정신이 없어서 못 알아챈걸까.
지혜는 별다른 뜸 들이지 않고 물었다.

"무반주로…?"
"MR 틀어도 되니까아… 빨리이…!"
"아, 알겠어. 잠깐만…."

지혜가 부르는 곡은 '친구라도 될걸 그랬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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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하! 그래서, 여기까지 차를 밀어서 왔다고?"
"네에…."

난 완전히 탈진해서 세찬이의 등에 업힌채 병원에 도착했다.
한야는 다 젖은 상태였으니까, 누굴 업고 그럴 상태가 아니었다.
업히기도 싫고.
지혜는… 말할 필요도 없다.
현재 지혜의 포지션은 치어리딩이다.
아직 자기 마력식도 다룰  모르는 생초보니까.


그런데 웃을일이 아니었어, 의사양반.
흡혈충동 참느라 진짜 죽는줄 알았다고.
밀면서 수십번 맘속으로 '지혜야 피 한모금만 빨게 해주라'를 외쳤다.
세찬이?
그거는 탈날것 같잖아.
얘는  담배 마약 다하니까 피가 맛있을리 없지.
아무리 모기라해도 그 피를 빨면 기형모기를 낳을것이다.
설마 일부러 흡혈귀한테 맛있는 피 안주려고 몸 망치는건가?


"의사. 얘 수혈 필요할것 같은데요."
"예…. 너무 필요해요…."
"푸훕, 알겠어. 저기 병실에 눕혀줘. 대체 무슨일이 있었는지 궁금하네."
"윽."


궁금하기도 할것이다.
내가 왜 수녀복을 입고 있는지, 저 사냥꾼은 누군지, 뭐하러 차를 밀다가 탈진해서 이러고 있는지….

세찬이는 날 업은채 의사가 가리킨 병실로 걸어갔다.
그런데 세찬이도 같이 밀었는데, 왜 나만 나가떨어졌을까.
병원앞 산길까지 차를 밀어서 대놓고, 나까지 업은채로 병원 산길을 올라온것이다.
심지어 사냥꾼까지 혼자 옮겨야 하니 왕복 두번이다.
정말 이새끼는 괴물인것이 분명하다.
아무리봐도 이건 사람은 아니야.

"너 진짜 인간 아니지…."
"글쎄."
"'글쎄'는 지랄이."

농담 했더니 글쎄같은 소리나 하고 자빠졌다.
그럼 지가 흡혈귀도 아닌데 사람이겠지.


그런데 등이  넓은  같다.
너무 넓어서 약간 다리로 감싸기도 힘들 정도.
이거, 내가 유연해지지 않았으면 다리 찢어진다고 소리를 질렀을지도 모른다.
근데 옷에서 냄새나.

"담배냄새나."
"그럼 입으로 숨 셔."


그렇다.
세찬이는 언제나 문제가 있으면 간결한 해결책을 제시하는 편이다.
입으로 쉬라고?
나는 숨을 들이쉬어서 귓가에 내뱉었다.

 



"후우우우."
"아, 시발."

그랬더니 세찬이가 기겁을하며 나를 침대에 메쳤다.


"악!"
"간지럽게 뭐하는 짓이야? 죽고싶어?"
"푸하하하! 이런게 간지럽다니, 생긴거답지않네."


곰같이 생겨선 바람정도로 기겁을 하다니 말이다.


"넌 안간지러운가 보자, 징그러운 새끼야."
"헹, 난 원래 간지럼같은거 안 탔어. 띨빡아. 기억안나니?"

 원래 간지럼따위 타본적이 없었지, 그정도로  신경이 예민하지 않아서.
그래서 나는 어릴적, 매번 세찬이와의 간지럼 배틀에서 누누히 승리해왔었다.
그때, 세찬의 옆구리 찌르기가 들어왔다.

"흐에윽."
"간지럽냐?"
"헙."


근데 뭐지 이 생소한 감각은…?
아아, 이것이 간지럼 이라는 것인가…?

...좆됐군.


"흐아악! 그만, 그마아안!! 이게…. 이,히익, 이게, 간지러움이냐학…?"
"알겠냐? 다신 하지 말라고 이제."
"아학! 안할게에! 안할게요! 제,제가 죄송합니다,하학!"
"응? 이새끼야. 자꾸 그런 징그러운  할래?"
"미, 미안! 그냐학! 니 반응이, 재밌어섴! 으하학!! 그만해애액!!"


앞으로 간지럼 같은건 태우면 안되겠다.
젠장, 이제 내가 지네.
내게 구원의 동아줄을 내려준 사람은 한야였다.

"거기 사형, 그만놀고 부상당한 사냥꾼 데려와."
"그래, 그래야지."
"흐엑, 하아악…. 흐힉…."

 

16560661522458.jpg 





"하아, 하......"

진짜 죽는  알았네.

간지럼의 여운을 느끼며 몸을 떨고 있었더니, 한야가 문을 닫으며 들어왔다.


"…갔나?"
"흐으…. 죽는줄 알았어. 고마워, 한야."
"후후, 아냐. 근데 그거 꽤 재밌어 보이더라고."
"어?"


아, 안돼. 지금 건드리면….
거긴 민감한 상태란 말이야!


콕.


"흐익."
"아, 뭔가 나쁜짓 하는것 같애."
"나, 나쁜짓 맞아. 그, 그만해."
"에잇."
"흐에극. 잠깐만?"


이날 나는  간지럼태우기가 괴롭힘이고 고문이 될  있는지 알고 말았다.

최종적으로 날 이 간지럼 지옥에서 해방시켜준것은  비명을 듣고 의문을 가진 송지혜였다.
패밀리어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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