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2화 〉신입 사냥꾼
"대체 얼마나 취했으면 네가 자기를 석주라고 생각하는지 모르겠다."
"……."
"귀하께서 흡혈귀로써는 처음으로 성찬식 포도주를 마신 것이니까요. 그것이 흡혈귀들에겐 정신이상 효과가 있을수도 있군요."
정신안나갔어…. 그거 그냥 취해서 말을 못가렸을 뿐이야….
그런데 내가 무슨 정신으로 얘기했던건지 모르겠다.
아니, 정신이 정말 나갔었나?
게다가 지혜한테는 딱히 나를 증명할만한 수단도 없었다.
뭐 오래 같이 다니긴 했어도 둘만 아는 비밀이라던가 하는건 따로 없었던데다, 평소 뭘 어떻게 말해야할지 전혀 생각도 못했는데 술취했을때 말이 술술 나왔을리가 없지.
나는 원래부터 달변가와는 거리가 멀었다.
"그래서 왜 날더러 널 '김석주'라고 부르라고 한거야?"
"아, 혹시 내가 명령했어?"
나는 생각했다.
곧 기억이 떠오르기 시작한다.
'지혜야, 반가워!'
'그래, 릴리. 세례식 끝났어. 근데 묘하게 기분좋아보이네?'
'날 릴리라고 부르지 마!'
'뭔 소리야 갑자기?'
'난 김석주니까!'
'뭐?'
'날 김석주라고 불러!'
이지랄을 했구나.
"그래. ㄹ…, 석.주.야. 혹시 진짜 미친거니?"
"미안…. 이제 부르고 싶은대로 불러."
"후우, 그래. 릴리야. 혹시 내가 김석주에 대해서 물어본게 그렇게 스트레스였어? 정신이 나갈 정도로?"
"……근데 진짠데."
"개소리 말고."
지혜는 믿지를 않았다.
결국 대놓고 말해도 못 믿는군.
다행인지 불행인지….
젠장.
차라리 알아줬으면 했는데.
하긴 내가생각해도 이런 모습으로 내가 김석주라고 하면 절대 못믿겠다 싶기는 했는데.
"그런데 난 왜 묶여있는거야?"
"아, 정말 필름이 다 끊겼나보네."
"귀하께서 자꾸 탈의를 하려해서…."
"예?"
"그것도 내 앞에서, 이 미친놈아."
"…예?"
내가 세찬이 앞에서 옷을 벗어제꼈다고?
내가?
나는 눈을 감은채 생각했다.
내가 왜그랬지?
'시발. 얘 대체 뭘 마신거야?'
'포도주 쬐끔…..'
'그걸로 저렇게 취할수가 있나?'
'나야 모르지…. 사형, 어떡해?'
하는 세찬이랑 한야의 대화는 들었던 기억이 난다.
'어, 세찬이냐?'
'그래, 미친놈아. 눈 떠.'
'흐아암. 오늘이 목요일이었나?'
'그런데.'
'그럼 오늘 빨래담당은 너네. 얍.'
…아.
시발, 기억이 다 나버렸다.
그뒤로 세찬이가 내게 옷을 입히려 했었으나, 내가 답답하다며 드로워즈와 캐미솔 차림으로 복도를 뛰어다녔었던 것이다.
심지어 두발로 못뛰니까 4발로 뛰었던것같다.
다행히 취한 발음으로는 구속제어를 풀지못해서 금방 제압당했다고는 하지만, 자꾸 반항을 하며 빠져나가려고 하는 바람에 침대위에 이렇게 묶어둔 것이다.
제풀에 지쳐 잠들때까지.
술취하면 내가 개가 되는구나.
이 세상에 늑대인간은 이라만 있는게 아닐지도 모른다.
"…죽고싶어."
나는 고개를 푹 숙였다.
"죽여줄까."
"아니, 니가 하면 아플거같아. 자살할거야."
난 혓바닥을 빼물고 세게 씹는다.
…와, 그냥 단맛밖에 안난다.
제기랄, 혀씹어서 자살하기도 불가능해졌나.
실제로 혀를 씹는다고 자살하는게 가능하긴 한건지 모르겠지만.
어째든 혓바닥은 순식간에 회복하고 말았다.
"이거 풀어줘. 목 매달게."
"그러셔."
세찬이가 침대에 묶여있던 나를 풀었다.
지혜가 옆에서 떠든다.
"진짜 얜 술 마시면 안되겠다. 여자애 술버릇이 무슨 아저씨야."
"…."
이게 좀 억울하다. 원래 나 주사 없는데.
주사가 자는거였을 정도라고. 뭐지?
이것도 몸이 바뀌어서 주사도 바뀐거냐?
어쩐지 시발, 텐션이 지나치게 오르더라니….
"그래서, 이제 어때. 나아지셨어요, '김석주'씨?"
"네…."
나는 두손으로 얼굴을 가린채 작게 말했다.
지혜는 날 죽이려고 하고있다.
김석주의 이름을 사용한 댓가로, 쪽팔림의 파도속에 빠트려 죽여버리려 하는거야.
그래, 낮 12시에 창문열고 일광욕한번 땡길까?
그렇게하면 완전히 소멸할 수 있겠지?
아, 나는 그런걸로 안죽나?
에휴, 진짜로 자살할것도 아니고, 자살방법 생각해서 뭣하겠어.
나는 내 머리를 주먹으로 여러번 쥐어박았다.
이대로 기억상실이라도 걸리면 좋겠다.
제기랄.
시부랄.
"그런데 이건 뭐야…?"
"네가 옷을 이지경으로 만들어놨으니, 여기 있는 옷 입힌거지."
세찬이가 내 옷 '이었던 걸레'를 보여주며 말했다.
저거는 12만원이었던걸로 기억한다.
…옷이라는게 소모품인가?
요즘들어 그런 생각이 든다. 몇달만에 옷 몇개를 찢어먹는거지.
"수녀복은 그래도 좀 그렇지 않나…?"
"뭐가 그런데? 아무데서나 옷 벗고 네발로 뛰는게 더 그런거 아니야?"
"그렇네요…. 죄송합니다…."
할말이 없었다.
그런데 정말 노출도 하나도 없는 정직한 수녀복이라서 조금 답답하기는 하다.
바람이 안통해.
왜 내가 옷을 벗어제꼈는지 알것 같았다.
취하니까 몸이 갑갑하네….
"이거는…. 다음에 돌려드릴게요…."
"괜찮습니다. 6만원만 내시면 그냥 드리겠습니다."
"……."
이건 6만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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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혈귀가 됐는데 수녀복을 입고있다.
이게 대체 뭘까, 애초에 교회에 온것부터가 잘못이 아니었을까.
지혜 혼자서 어련히 잘 했겠지, 왜 따라왔나.
그래도 어떻게보면 그냥 검은 원피스 같기도 해. 모자를 안 쓰니까.
술먹고 지랄해서 머리는 지혜가 세팅해준것에서 굉장히 벗어나 있었기에 다시 만져야 한다고 만져대서 시간이 좀 걸렸다.
"아, 비오네."
그래선지 교회에서 나오자 비가 내리고 있었다.
밖은 조금 우중충했던데다가, 나때문에 시간을 좀 소비하기도 했으니까.
그래도 교회 내부는 정말 맑았는데.
아주 그냥 햇빛이 성스러울 정도로.
지혜는 3단 접이식 우산을 핸드백에서 꺼냈고, 한야는 팔을 벌리고 비를 맞는다. 정말 신나보인다.
뭐, 가끔 뒷일 생각 안하고 무작정 비를 맞는다는건 관점에 따라서 재미있을수도 있는 일이니까.
"그런데 넌 우산 없어?"
그런데 세찬이는 우산이 없어 보였다.
빗줄기가 거세지는걸 본 세찬이가 어쩔 수 없겠다는듯 말했다.
"하나 사오지."
"그래, 이거 빌려줄게."
난 내 양산겸 우산을 내밀었다.
세찬이한테는 좀 작나?
뭐, 상관은 없지.
녀석이 그것을 받아들고 근처 편의점으로 향하자, 나는 교회 계단내부에 앉아서 증표사용설명서를 펼쳤다.
드디어 정식사냥꾼 증표가 내 귀에 걸려있으니까.
일반 정식사냥꾼이 증표가 내 피를 못 견디는 문제때문에 개량한덕에 조금 더 두꺼워지고 무거워지긴 했지만, 이러니까 오히려 아이기스랑 대칭이 되는 느낌이라 괜찮은 것 같다.
물론 세공수준이 좀 차이가 나긴 하지만.
"생각보다 많긴하네."
"이걸 외워야 하는거야?"
"그럴걸? 정해진 메세지 아니면 받아들일수가 없다던데."
"아, 공부하기 싫어."
지혜가 투덜거렸다.
공부가 좋은 사람은 별로 없지.
하지만 지혜는 아직 견습증표도 받지 않았으니까, 그녀가 벌써부터 외울 필요는 없을 것이다.
"주어, 명령, 행동, 숫자, 방향…."
나는 페이지를 넘기며 단어들을 암기했다.
음, 관사는 없는건가? 짧은 단어나열만으로도 대부분 의사소통 자체는 가능하니까 ~은, ~는 같은건 아예 없애버린 건가?
난 세찬이한테 이렇게 보냈다.
"흠,흠, 타겟. 상태보고. 귀환. 상태보고."
제대로 갔는지 모르겠네.
잠시후, 메세지는 증표가 아닌, 휴대폰으로 들어왔다.
-너냐? 그게 뭔뜻이야?
-우산 샀냐는 뜻이었는데. 뒤에는 언제 오냐는거고.
-그럴땐 '획득상황보고'가 맞지. 지금 간다.
-ㅇㅎ. 그건 못봤다. ㄱㅅ.
획득상황보고라는것도 있었군.
지금 보니까 보인다.
나는 수첩에 동그라미를 치고 수첩을 덮었다.
남은건 집에가서 느긋하게 해야지.
계단에서 일어나 옷을턴다.
"한야, 슬슬 갈 준비를…."
뭐였지?
"응? 왜그래?"
"아니, 뭔가 시선이."
인식저해가 걸려있는 우리 3명에게 시선을 보낼 수 있는 존재라면 그다지 많지 않다.
흡혈귀겠지.
그런데 교회 근처에 흡혈귀라니?
자살 지망생인가?
"신의 이름으로 나에게 가해진 제약을 해제하노니, 나는 어둠속에서도 빛을 바라는자라."
내가 낮게 읊조린 구속제어술식 해제문을 들은 지혜가 말했다.
"얘가 수녀복 입더니 기도까지 하네."
"이거는…."
젠장.
이래서 일반인이란!
나도 내심 쪽팔리는 주문이라서 뭐라 할 말은 없었다.
그래서 지혜를 무시하고는 진짜 사냥꾼에게 의견을 물었다.
"한야, 너도 느꼈어?"
"나도 느꼈어. 흡혈귀인것같아."
나는 교회건물에서 조금 몸을 빼고 시선이 느껴졌던곳을 바라봤다.
이미 뭔가 있지는 않은 것 같다.
뭐지, 도망쳤나?
흡혈귀가 내 강한 힘을 느끼고 도망친게 틀림없다고할까, 아무튼 그런것같다.
"릴리야, 숙여!"
"예?"
한야가 어느새 꺼내든 대낫을 다짜고짜 휘둘러왔다.
나는 순간 고개를 뒤로 빼서 그것을 피했지만, 앞머리가 일자로 살벌하게 잘려나가버린다.
내 앞에는 어느새 거대한 팔이 생겨나 있었다.
잘려있었지만.
내 키만한 얇은 팔이 잘려진채로 검은 피를 뿜어내며 바닥에 뒹굴었다.
빗물에 피가 섞여 퍼져나간다.
이것의 주인인 녀석은 얼마나 크다는거지?
그러나 잘려진 팔만 있을뿐, 그것이 연결되어 있어야 할 몸뚱이는 없었다.
"은신형인가봐. 집중해야 볼 수 있어."
"그, 그래요?"
지혜는 충격에 빠진채 내 뒤로 숨었다.
내가봐도 갑자기 팔이 튀어나온것처럼 보였으니까.
계속 그러고 있었으면 아마 머리통이 바닥이랑 물리적으로 합체하지 않았을까?
"이걸 보니까 일반 흡혈귀는 아닌것 같아. 타락한 흡혈귀인가본데?"
"타락한 흡혈귀…."
타락.
언젠가 세찬이가 설명해주기는 했지만 너무 대충 말해줘서 따로 유디라에게 들었다.
피를 못마시거나, 동족포식을 하거나, 아무튼 이상한 짓을 하면 흡혈귀가 변하는 그런 현상이다.
흡혈귀로써의 '격'이 떨어지는 행위를 한 흡혈귀이므로, 타락한 흡혈귀는 그들의 사회에서 그냥 방출되고 만다.
흡혈귀들은 타락한 흡혈귀를 죽이지 않는다.
죽여서 얻는 이득도 없고, 기사가 아닌 흡혈귀가 흡혈귀를 죽이는것은 불명예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나.
그런 사회에서 버려진 녀석들이 인간들 사는곳에 가끔 넘어와서 깽판을 놓는것이다.
흡혈귀새끼들이 아무튼 문제다.
"그런데 이 녀석이 왜 너를 노릴까?"
"음…."
그야 내 피가 맛있으니까 그런거 아닐까.
내 피를 마시면 아마 흡혈귀로써의 격도 오르지 않을까 싶은데.
이건 와인트리가 내게 입증해준 일이다.
그 짜바리 흡혈귀도 가주급으로 만들어준 내 피를 마시면 아마 이성도 되찾는 거 아닐까?
일단 녀석을 찾는게 먼저다.
생각은 그 후에 해도 늦지않다.
눈을 잠시 감고, 마음을 가라앉히고, 다시 눈을 뜬다.
혈류를 조금 운용하며 눈과 정신을 가속시킨다.
집중상태에 들어선 내게, 찰나의 시간이 가속되어 슬로우모션처럼 느껴진다.
그것은 빗방울이 떨어지는 것을 쫓을 수 있을 정도.
그러자, 위화감이 느껴지는 곳이 보인다.
빗방울이 튀기며 형태를 만들고있다.
그것을 자각하자, 녀석의 모습이 보인다.
붉은 살결, 도마뱀같이 꺾인 팔다리가 등까지 돋아나 있었고, 얼굴은 당연스럽게도 인간의 형태에서 벗어나 있었다.
얼굴은 말같기도하고, 악어같기도하다. 다행히 눈은 두개뿐이었다.
팔 다리는 어림잡아 한 12개쯤 되어 보인다.
아니, 방금 하나 잘려서 11개인가.
녀석은 엎드린 악어처럼 골목 사이로 숨어들어갔다.
붉은 도마뱀의 등에 팔이 돋아난 기이한 생김새의 녀석은 건물 사이를 매우 날렵하게 이동해댔다.
위, 아래에 달린 팔다리를 일사불란하게 움직여서 건물 사이를 타는 모습은 흡사 벌레의 모습과도 닮아있었다.
"웩, 저거 생긴것 하나는 끔찍하네."
"형태가 보여?"
"자각하니까 보이고있어. 지금 건물 사이 벽으로 이동중이야."
타락한 흡혈귀 사냥이라, 이건 처음이다.
그동안 말할 줄 아는 흡혈귀만 만났었는데, 이건 또 새롭네.
나는 흡혈귀가 도망친 방향을 가리키며 외쳤다.
"한야, 저쪽 건물 틈 사이야!"
"확인했어!"
내가 위치를 외치자, 한야는 어깨위로 대낫을 메고 땅을 박찼다.
순식간에 건물 틈으로 도달한 그녀는 그대로 낫을 세로로 벤다.
-촤악!
그 행동으로 인해 괴물의 등에 돋아난 팔들이 죄다 썰려나갔다.
그 형태가 낫이라서 그런가, 그 모습은 언제봐도 가을철의 추수와 닮아있었다.
"크워어어!"
괴물이 괴상한 울음을 지르며 건물틈 사이에서 떨어졌다.
한야는 떨어지는 몸을 움직여 괴물의 팔과 몸통을 피하고는 낫의 자루를 장대처럼 이용해 이제는 비어버린 괴물의 등 뒤로 올라탔다.
"으라라라라!"
하이톤의 괴성.
괴물은 발버둥치며 등에 올라탄 한야를 떼어내기 위해 몸을 들썩거렸다.
"가만히 있어!"
한야의 대낫의 날이 괴물의 목에 드리워지자, 괴물은 발버둥을 치다가 괴성을 지르며 나에게 달려오기 시작한다.
하지만 괴물이 나에게 닿는것보다, 한야의 발이 녀석의 뒷목을 세게 밟는것이 빨랐다.
-툭
괴물은 깔끔하게 목이 베였다.
-데구르르
잘린 목이 바닥을 구르며, 괴물도 힘이 빠져 몸이 무너지며 내 앞에서 멈춰 쓰러졌다.
한야는 가볍게 낫을 한번 휘둘러 피를 털어내곤 날을 접고, 자루를 바닥에 찧어서 컴팩트하게 만들고는 등뒤로 숨긴다.
그러자 뭐 가방이 있는것도 아니면서 대낫이 사라져버렸다. 뭐야, 주머니차원이라도 있는건가.
게다가 접이식 대낫이라니. 대체 이게 무슨 발명품이냐.
지혜가 내 등 뒤에서 말했다.
"끄, 끝이야?"
"아마도?"
"ㄴ,나 사냥꾼 못할거같애. 현장직 말고 사무직없어?"
"으음…."
사무직 사냥꾼이라….
-꿈틀.
"어?"
갑자기 괴물의 몸이 일으켜세워졌다.
한야역시 당황한것 같다.
그건 그렇겠지. 목을 잘랐는데 어떻게 살아있어?
누워서 기어다니는 녀석인줄 알았는데, 이렇게 설수도 있었던건가?
지금보니 배 아래에도 면상이 있었다.
설마 죽은척을 했던건가?
"허."
헛숨이 쉬어짐과 동시에,
괴물의 팔이 나에게 쇄도한다.
촉수처럼 뻗어오는 팔들을 오른팔을 세게 휘둘러 쳐내버린다.
에이샤의 괴물보다야 훨씬 수월하다.
촉수처럼이라고 해봤자, 진짜 촉수도 아니잖아.
급하게 잡은 자세라서 후속타는 못 넣을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괴물의 속도가 느렸다.
나는 즉시 왼발을 한발짝 앞으로 내밀며 오른손을 회수한다.
태권도 파란띠여도 정권 지르기는 할줄 안다고.
제자리에서 배 중앙에 꽂아버리는 정권.
-쩌억!
억, 이거 제대로 들어갔는데?
"퀘에엑!"
녀석은 방어조차 하지 못한채 절명했다.
털썩, 하고 쓰러진 사체의 등은 터져나가서 무슨 총탄을 맞은것처럼 검은 내장을 흘리고 있었다.
이걸 내가 했다니.
나는 왠지모르게 조금 뿌듯한 감각이 들었다.
이렇게 대놓고 지른 정권을 맞아준 상대는 없었는데 말이야.
스트레스가 풀리는 기분이다.
마치 펀칭머신을 있는 힘껏 때렸는데 신기록이 나온 기분이랄까?
그럴때마다 한세찬놈이 다음으로 치면서 내 신기록을 아무렇지 않게 경신해나가는 꼴이 아니꼬와서 그만뒀었지만.
"……."
지혜가 내 뒤에 서서 하얗게 질렸다.
다 끝났으니까 이제 괜찮은데.
"이제 안심해. 진짜 끝난것같아."
"……. 나 집에 갈래."
"응? 그래야지."
지혜가 날 조금 피하는것 같다.
어? 이거 내가 잘못한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