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58화 〉패밀리어 (58/101)



〈 58화 〉패밀리어

패밀리어.


비대칭의 불공정계약.
나는 받기만 하고 주는게 하나도 없어도 되는 기이한 구조.
이딴게 왜 계약인지는 모르겠다.
그러면 학창시절 빵셔틀도 계약이게?
뭐 엄밀히 말하면 내 피를 조금 쓰기는 하는데 그게  대단할 정도의 가치인가.


유디라는 패밀리어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기 시작했다.


"일단 패밀리어는 피로 맺어진 계약관계. 흡혈귀에게 피의 계약은 절대적이지. 그만큼 패널티가 있고, 위험할 수도 있는게 패밀리어 계약이야."
"흐음…. 계약이 위험할 수가 있어요?"
"패밀리어는 정신적으로 이어진다고 설명했었잖아? 그래서 패밀리어가 죽으면 흡혈귀에게도 충격이 오거든. 그리고 다루는데에도 정신력이 꽤 소모되고. 그래서 정신이 강력한 흡혈귀가 아니라면 패밀리어를 잘 다루질 않지. 나도 그래서 잘 안다뤘어."
"그래요?"

정신력의 문제라는 말인가.
그치만 와인트리는 패밀리어를 몇이나 다뤘었는데.
뭐지.
이미 어느정도 미친놈이라서 그랬던걸까?
아니면 그냥 패밀리어를 남발해서 정신이 나갔던걸까.


"하지만 뭐, 릴리스의 몸인 니가 그런 걱정은 할 필요 없을거다. 네 정신계 방호능력은 모든 흡혈귀중에서 가장 뛰어난 수준이니까."
"그런가."

한세찬이 내게 맞은 여러 부위를 문지르며 말했다.
이걸로 대충 용서해줄 생각이긴 하지만, 존나 아무런 표정변화도 없는게 살짝 억울하다.
뭐, 조금 힘든티라도 내줘야 내가 화가 풀리지 않겠냐?
물리저해를 끄고 때리지 않은것이 조금 후회된다.


"그렇네, 릴리스에 대해선 나도 조금 들어본 적이 있어. 꽤나 엄청난 흡혈귀랬지? 내가 가문에 있을때는 거의 전설이었는데. 실체를 확인 할 수 없다는 점에서 특히."
"그게 언제죠?"
"비밀이야."

거, 흡혈귀도 나이 신경쓰나.
500살이든 1000살이든 별로 상관도 없잖아.


"그래서 얠 패밀리어로 만드려면 어떻게 해야할까요?"
"얘를 데리고 뭘 할 생각인진 모르겠는데…. 음, 일단 이름을 떠올려봐."
"이름…."

박광식이라고 했었지.

"그리고요?"
"떠올리면서 머리쪽으로 혈류를 돌린다 생각해. 그럼 녀석의 정신의 가닥이 잡힐거야."

정신의 가닥? 그건  뭘까.
의구심을 품은채 일단 머리쪽으로 혈류를 돌린다.
혈류이거 완전 만능인데? 거의 마법사나 마찬가지다.
그랬더니 뭔가 느껴지기 시작했다.


눈에 보이는 광경은 아니었지만, 뭔가 그런감각. 꿈처럼 느껴지는 상념속에 무언가 희미한 실같은것이 만져질 듯 느껴진다.

유디라가 나의 상태를 보며 말했다.


"오, 이건 배움이 빠른데. 역시 정신계 흡혈귀라 이쪽엔 재능이 있는걸까? 나도 정신계이긴 하지만, 패밀리어 계약 처음 맺는데는 엄청 오래걸렸어."
"으음…."

내 몸에 혈류를 돌리는 감각을 배우는데는 며칠이나 걸렸다.
그런데 정신쪽은 설명을 듣자마자 바로 해버린것은, 내가 릴리스의 신체를 갖고있기 때문일까?


"이건 편안하고 쉽네요. 조금 재밌기도 한것 같고…."

명상하는 느낌이라 조금 마음이 진정된다.
아까부터 계속 세찬이새끼한테 내 속옷이 보여졌고, 그딴 오해를 받았다는 사실에 가슴이 두근대고 몸이 떨려대서 좀체 진정이 되지를 않았는데.

"안될것 같으면 내가 피를 좀 받아서 맺어주고 양도할 생각이었는데 말이지. 아쉽다."

유디라가 아쉽다는 듯 입맛을 다신다.
저는 도시락이 아닙니다 유디라.
피좀 그만 탐내요.
틈만 나면 피를 빨려고 해, 이 거대 모기같으니.


이게 다 유디라에게 혈류제어를 배우기 전에도 내가 유디라보다 강했기 때문에 이 오묘한 관계가 밸런스를 잡는 것이다.
아마 내가 약했으면 거의 피주머니꼴을 면치 못했겠지.
어째든 유디라는 내가 거절하면 그냥 손가락이나  수밖에 없다.

"그럼 이걸 어떻게하죠?"
"그걸  혈류로 감싸. 붉은 느낌이 날 때까지."
"그럼 끝이에요?"
"끝이야."

정말 단순하다.
뭐, 지장같은것도 안찍는데?
이게 왜 계약이지.
노예계약도 계약서를 쓰는데 말이다.

"그렇긴 한데, 그냥 그렇게 부르더라고. 사실 명칭은 별로 상관 없기는 하지. 권속화라고 부르는 늙은이들도 있고."
"뭐, 유행어 같은 건가보죠?"
"그런것 같네."

뭐 흡혈귀들한테도 세대차이란게 있나보다.
존나 쓸데없네.

어째든 나는 다시 정신세계에 집중했다.


정신의 가닥.
이걸 붉은 느낌이 날 때까지 감싸라고 했었지.
음, 그런데 붉은 느낌이란게 뭘까.
붉은건 시각적인 색이고, 느낌엔 색이라고 부를것은 없는것 아닌가?

나는  선에 혈류를 감았다.
한바퀴 가닥의 주위를 두르니까 순식간에 그 느낌이 뭔지 알 수 있었다.

진짜 붉은 느낌이 드네….
다르게 표현할 방법이 없다.
이거 되게 오묘한데…. 공감각이라도 생긴것 같은 느낌이다.


붉어진  한가닥, 그것은 박광식의 이름을 의미하는 하얀 실을 붉게 물들여낸 것이었다.

뭔가가 팽팽하게 이어진것 같다.

"이어졌어요. 이제 끝인가요?"
"정말 빠른데…. 이어진 느낌이 들었다면 완료야. 한번 손을 내밀어볼래?"


 유디라에게 오른손을 내밀었다.
유디라는 손을 잡고 조용히, 뭔가에 집중하더니 고개를 끄덕인다.


"된 것같네. 축하해. 첫 계약을 완료한 소감은 어때?"
"솔직히 말하면 이거 좀 재밌는데요."

어쩐지 조금 성취감도 느껴지고 말이다.
그리고  정신속에서는 정말 전지전능이라도  기분이라 즐겁기도했다.
내 몸속으로 혈류를 돌리는데는 꽤나 집중을 해야했지만, 정신세계에선 아무렇지 않게 거의 피 입자 하나하나 다룰 수 있는 감각이 생생하다.

하나 더 해볼까?
한세찬? 나는 한세찬의 이름을 떠올리며 정신의 가닥을 잡았다.
뭐, 녀석을 패밀리어화 하지는 않겠지만, 그냥 세찬이의 실가닥을 찾았는데, 안보인다.


"음…. 세찬이 가닥은 안 보이네. 혹시 탈모야?"
"좆같은 소리를…."


녀석은 머리를 위로 쓸며 인상을 찌푸렸다.


"난 정신방호에 꽤나 투자했으니까."
"어, 그러면  보이는건가?"
"그렇지. 그러려고 비싼 돈 들여가며 방호를 쓰는거야."
"얼마를 썼길래?"


흡혈귀의 패밀리어계약을 원천봉쇄할 수 있는 방법이라니, 이름 지우는거에 이어서 꽤나 다양한 처리를 했구나.


"너한테도 안보이는걸 보면 교황청에서 진짜 제대로 시술한 모양이네."


한세찬이 조금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니면 내가 이걸 제대로 다룰줄 모르는 것일수도 있겠지."

나는 만족스럽지 못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니면 세찬씨가 너한테 이성으로써 감정이 없는 것일수도 있겠네."

그런데 유디라는 무슨 소리를 하는거야 갑자기?



"예?"
"내가 저번에 말했잖아. 패밀리어로 만들기 위해서는 대상을 유혹해야 한다구."

시발, 그게 그런 의미였냐!

"그게 왜요?"
"일반적으로, 패밀리어는 너에게 호의나, 욕망을 품어야 이어지기 쉽지. 사냥꾼은 정신방호에, 이름 숨기기에, 흡혈귀에게 감정을 품지 않는 방식으로 몇겹으로 그걸 막으니까."
"그렇구나. 그럼 이름이 들켜도 괜찮은거 아니에요?"

한세찬이 아주 단호하게 말했다.

"아니, 안되지. 절대로."
"어째서?"
"패밀리어 말고도 이름을 가지고 할 수 있는건 상당히 많으니까."
"예를 들면?"
"그걸 말해주겠냐."
"흠."


그건 그렇겠네. 내가 그걸 알면  수도 있는거잖아.

"나도 잘 몰라. 이름관련 비술은 대부분 원로회에서 관리해. 이름을 알아낸 사냥꾼들도 대부분 원로회에서 처리하니까."
"그거 살벌하네요."
"위험한 기술이기도하고. 패밀리어는 뭐, 비술중에선 흡혈귀에겐 안전한 편이고 다들 써야하니까 쓰는거지만."


하여간, 흡혈귀들은 게으름이 심하네.
이름관련비술은 다 막아놓고서 패밀리어 하나만 풀어놓은건 무조건 귀찮은거 하기 싫어하는 흡혈귀들을 위한 법일게 분명하다.

내가 지혜를 불끄는데 써먹는것처럼, 아마 물떠오라고 시킨다거나 그러지 않을까?
음, 너무 꽃밭인가.
좀더 끔찍한 일을 시키겠지. 이를테면 뭐, '모가지 딱 대'이런거?

"그럼 이제 이녀석은 어떻게 할까요?"
"일단 너에대해 완전한 발설금지정도를 명령해. 이런 취재도 그만두게하고."
"알겠어. 유디라, 어떻게 해요?"

유디라는 뭘 당연한걸 묻느냐는듯 손가락으로 기자를 가리켰다.


"와서 귀에 대고 말해."
"기절한 상태에서도 들려요?"
"그럼. 주인님 말씀인데, 들어야지."
"……."

윽, 주인님이라니.
뭔가 간질거리는것이, 거의 실버한테 아가씨라고 불렸을때랑 비슷할 정도로 오글거린다.
난 침대에서 세상모르게 기절해있는 박광식기자의 귀에대고 말했다.

"나에대해서 아무한테도 말하지말고, 이런 일에 관심갖지도 말고, 돌아가서 우리에 관한 모든 정보를 제거해. 그리고 잊어버려."

이정도 명령으로 정신붕괴는 일으키지 않겠지?
별로 감정을 심각하게 건드릴만한 명령은 없는 것 같은데.


그렇게 말하니, 기자는 멍하니 고개를 끄덕인다.
기절한 상태에서도 고개를 끄덕이다니.
굉장히 충성스러운 듯 하다.

"그럼 이제 집에가도 돼요?"
"그래, 이라야."

잘 시간이 한참 지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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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좋아?"
"진짜 넓어요!"

이라는 넓은 거실이 맘에 든 것 같았다.
사실 나도 처음 왔을때 반응은 이라랑 별로 다르지도 않았다.
이라는 내 방에서 자게 될 것 같다.
난 옷가지들을 정리하면서 가져온 옷들을 확인했다.
너무 하늘거리는 옷은 별로 없었고, 적당히 긴치마라던가, 바지종류, 자주 입던 블라우스들과 티셔츠를 중심으로 가져온것을 보니 확실히 내가 자주 입던 옷들이란걸 알  있었다.

"옷도  골라왔네. 잘했어."
"네."

난 이라를 조금 쓰다듬아주며 칭찬했다.
왤케 기특하지, 내가 동생 교육은 잘 시켰다니까.
…사실 내가 한건 없고 얘가 눈치가 많이 빠른것 같지만 말이다.


"자, 먹어."
"와."

유디라는 의외로 요리를 잘했다.
수십개의 팬케이크, 또 수십개의 토스트, 수십개의 베이컨을 순식간에 만들어내는 기술이란….
거기에 우유까지 나눠주고는 자리에 앉았다.
나랑 유디라는 물론 1리터짜리 갑채로.

"오늘은 좀 피곤해서 간단한걸로 했어. 괜찮지?"
"네. 괜찮아요."


난 이제 마늘이 들어가도 먹을  있게 되었지만, 유디라는 아니니까.
난 조금 더 참아주기로했다. 나중에 외식이라도 해야지.


"맛있게 먹어!"


유디라가 어서 먹으라는 제스쳐를 취하자, 실버와 세찬이가 포크를 든다.
나랑 이라도 마찬가지로 포크를 든다.


모양새를 보면 솔직히 신기할정도로 예쁘게 잘 만들었다.
토스트도 그렇고, 뭔가 반짝거린다는 느낌이 들 정도인데.
막 광고같은데서 연출된 이미지 수준으로, 예쁘고 먹음직스럽다.

"음…."


맛이 있었다.
그것도 존나게.
대체뭐지? 팬케이크가 잘 만들어봤자라고 생각했는데, 나는 그 생각을 오늘 부정당했다.
팬케이크가 아니었다. 이건. 그야말로 어나더레벨.
그냥 케이크를 먹는게 아닐까 싶은 폭신함, 절묘한 단맛.
토스트도 마찬가지로 보기에도 예쁘고, 맛도 훌륭했다.


"아이어요!"
"이라군. 음식물은 삼키고 말을 하는겁니다."
"꿀꺽, 맛있어요!"


실버의 지적에 곧바로 잘못을 수정하는 이라는 좀 귀여웠다.
흠, 진짜 개처럼 말을 잘 듣는것 같아.

"근데 진짜 맛있네요. 아떻게 이런맛이 나지?"
"후후, 다 경험이지."
"그렇군요…."


경험.
그렇군, 비결은 압도적인 경험이었다.
흡혈박탈로인해, 흡혈효율이 낮은 유디라는 흡혈만으론 살아갈 수 없다.
그래서 언제나 대량의 음식도 함께 섭취하는데, 언제나 밖에서 사먹을수도 없는 노릇.
당연히 직접 요리도 했을것이다.
유디라가 몇살인지  모르니까 정확히 얼마나 오래 그런 생활을 겪었을지는 모르겠지만, 분명 엄청난 시간이 있었겠지.

"오늘도 잘 먹었습니다. 유디라. 전 먼저 일어나겠습니다."
"그래, 또  손질 하려고?"
"아무리 해도 부족하죠."

실버가 싱긋 웃으며 먼저 들어갔다.
총이란거 맨날 손질을 해줘야하는 거구나.
군대도 안가봐서 몰랐다.


시발, 그러고보니 군대 어쩌지.
영장나오면 죽은척할까.
무슨 군필여고생이니 뭐니 하던데, 난 미필이니까 군필여고생은  하겠네.
차라리 다행이었다.
은발 적안 흡혈귀 미소녀만해도 감당하기 벅찬 속성인데, 군필여고생이라니.


나는 잡념을 잊기위해 우유를 원샷했다.
가슴속에서 올라오는 만족감! 역시 우유는 맛있군.

"크으….."
"릴리야. 그거 되게 아저씨같아."
"뭐요."

유디라가 태클을 넣었지만, 뭐 어쩌라구.
나는 원래 조금 아저씨같아.
유디라가  보고 뭐라고 상상하든 냅둬버리고, 식사를 이어나갔다.


"……."


세찬이는 원래 단걸 별로 좋아하는 녀석이 아니라서 조금 불만인듯 했다.
사실 나도 단건 간식으로나 가끔 먹었지, 이렇게 식사대신으로 먹어본건 처음이네.
세찬이는 그래선지 평소보다 먹지는 못했다.
수저를 내려놓은 녀석이 말했다.

"난 이제 돌아간다."
"어? 돌아가게?"
"누군가 집은 봐야지."


지금 집에 아무도 없으니, 필요한 일이기는 하다.
난 세찬이가 자고갈 줄 알았는데. 밤도 늦었고 말야.


"밤도 늦었는데, 그냥 있다가지."
"원래 사냥꾼은 밤에 돌아다녀. 그리고 여긴 네 집도 아닌데  자고 가라고 하냐."
"그건 그렇네."
"간다."


여기 실버네 아파트였지.
난 그냥 당분간 신세지는거고.
허락을 하려면 실버씨가 해야 하는게 맞았다.

그렇게 세찬이가 집으로 돌아간 후.
이라가 하품을 하는 것 같아서, 난 내 방으로 이라를 옮겨주었다.
내 침대인 분홍색 관을 보고는 조금 놀란듯 하지만, 내가 흡혈귀니까 대충 납득한것같다.
흠, 나도 관에서 자게될 줄은 몰랐다.
애초에 유디라가 관에서 자는줄도 몰랐고.
흡혈귀가 관에서 잔다는건 알고는 있었지만….


이라는 내가 이불을 깔아주니까 그 위에서 몸을 말고 바로 골아떨어졌다.
옷 고르느라 힘들었나보네.
그런데 어떻게 사람 폼으로도 저렇게 강아지가 몸 말듯이  수가 있는걸까. 굉장히 유연하다.


유디라대신 설거지를 하고 난 한번 씻었다.
아, 여기 화장실도 두개더라.
굉장한 충격이었다.
화장실이 두개라니.
그래서 나와 유디라는 동시에 따로 씻을수가 있었다.

여러가지로 화려한 유디라의 속옷을 벗어서 내팽개쳐버린다..
제기랄, 다신 안입어. 저런거.
이제 내 속옷도 있으니까 절대 안입을거다.


나는욕조에 물을 받으면서 간단히 몸을 씻었다. 이번에도 대충 샴푸랑 바디워시만 쓴다.
다른건 쓰는법도 모르고 귀찮아.

이거 물 받을때마다 생각하는건데, 수도세 장난아닐것같다.
실버씨한테 돈이라도 내야할까?
아니다, 내자.
내야지…. 내일 밥먹으러 나가면서 은행도 들러야겠다.
실버씨한테 계좌번호를 물어보기도 좀 그러니까 현금으로 줘야지.

"휴우…."

물에 몸을 담그니 나른하면서 힘이 쭉 빠지는게 기분이 좋다.
음, 언제까지고 이러고 있을  있을것 같은데.
아쉽다. 목욕탕에   있었으면 아침에가서 저녁까지 아무생각안하고 몸을 물에 불리고싶다.
만약 그런짓하면 어떻게될까? 다 녹아서 흐물흐물해지려나?


욕조에 누워서 목욕탕 천장을 올려다보고 있으니, 오늘 있었던일이 떠올랐다.


시발, 한세찬 개새끼.
아, 이 기억말고.
좆같네.


패밀리어 생각, 패밀리어 생각해보자.


"패밀리어라…."


정신을 조금 집중하자, 지혜의 위치가 떠오른다. 집인가? 움직이고 있지는 않네.
조금 더 집중하니까, 박광식기자의 위치도 나타난다.
아직 그 모텔에서 자빠져있군. 알아서 일어나면 잘 하겠지.
그런데 뭔가 모르는 녀석이 하나 정신에 잡힌다.
누구야, 이거는.


조금 집중해보니까 뭔가 실마리가 잡힌다.
정신가닥이 상당히 두텁게 붉은실로 연결되어있다.

"와인트리?"


가닥에 새겨진 이름은 그거였다.
아니 이새끼는 또 왜 이어져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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