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56화 〉외전-밀크쉐이크 (56/101)



〈 56화 〉외전-밀크쉐이크

"하아암…."

졸려서 미칠것 같다.

나는 22살, 청춘을 불태우며 카페 알바를 하고있는 어디에나 있을 지극히 평범한 대학생이다.
그런데 내가 어째서 지금 졸음과 싸우는 중인데는 조금 이유가 있다.

일단 우리 카페는 24시간 운영한다.
내가 맡은 타임은 야간이었고, 분명히 퇴근을 했을 시간이지만, 어제 진상이랑 싸운 오후 알바가 그대로 아르바이트를 쨌기 때문에, 집에서 자다가 불려나온 것이다.
나는 다시한번 문자를 확인했다.

-미안해, 도건아. 우리 애가 갑자기 배가 아프다지 뭐냐.
-네. 추가수당이나 달달하게 넣어주세요.
-그래그래. 미안해. 부탁할게.

"에휴…."

그래, 사장이 언제 돈 떼어먹은적도 없고, 최소한 자기가 한 말은 지키는 사람이다.
나는 다시 카페인을 들이부으며 졸음에 맞섰다.
이건 마치 전쟁과 같았다. 졸음과 싸우며 주문을 받고, 그걸 만들고, 진동벨을 울린다.
이 과정에서 표정까지 관리해야하는 극한 임무를 수행하는 것이다.
전쟁을 승리하기 위해서는 보급이 필수적인데, 내 보급품은 내가 만들어 마시는 아메리카노 정도였고, 그에반해 졸음이라는 녀석은 계속해서 군세를 늘려가며 나를 압박하는 중이었다.


그나마 내가 정신을 잃지않고 버티고 있는 이유는 최소한 하늘에 떠있는 저 태양빛 덕분이다.
사람은 테양빛을 받으면 깨어나도록 설계되어 있는 생물이니까 말이다.

스발, 졸리니까  잡생각이 다 든다.
나는 재차 하품을 하며 작게 기지개를 펴다가, 순간 코에서 뭔가 흐르는게 느껴져서 황급히 고개를 들고 손으로 찍어보았다.

"아이씨…"

코피다.
조금 피곤하다고 바로 헤모글로빈을 뽑아내다니.
나도 참 허약해졌구나 싶다.
카운터 뒤쪽의 싱크대에서 황급히 세수를  하고, 코피를 물로 씻고 있었는데, 자동문이 열리는 소리가 나자, 내 입에선 거의 반사적으로 인삿말이 튀어나온다.


"어서오세요."

시선을 향하자 3명인가, 하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들에게 가려져 있던 여자애가 눈에 들어왔다.

'뭐지? 외국인 모델같은건가?'


알비노? 전체적으로 하얀 인상에, 붉은 눈동자. 거기에 검은 원피스 아래로 가지런히 모은 손에 들려져있는 작은 양산.
뭔가 나른해 보이는 시선이 카페를 훑으며 그녀는 조심스럽게 거한의 남성을 따랐고,  옆에는  다른 여성 둘이 나란히 섰다.


"뭘 주문하시겠어요?"
"릴리,  마실래?"

릴리가 그녀의 이름인가? 릴리는 한글로 풀면 백합이라고 했던것 같은데.
하얀 머리칼과 새하얀 피부를 생각하면 참 어울리는 이름이다.
릴리라고 불린 소녀는 작게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저는 괜찮아요."
"골라봐, 내가 사줄게."

그녀의 목소리는 마치 노래하는 듯 했다.
관용적인 표현이 아니라, 진짜로 그랬다.
왜냐하면, 자신의 평소 내는 목소리보다 익숙하지 않은 낮은 음으로 말하는 듯한 티가 났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노래방에서 저음의 노래를 부르는 듯한 느낌이라고 하나?
그렇긴해도 그게 듣기에 싫은 소리는 아니었지만.

그녀가 조금 고민하는 듯 메뉴를 스쳐보다가, 방금 코피때문에 만들다가 그냥  스트로베리 밀크쉐이크에 홀린듯한 시선이 닿았다.
그리고 살짝 미간을 찌푸리며 눈을 감았다가, 마치 작은 결심이라도 한 듯 그녀가 입을 열었다.

"음… 스트로베리 밀크쉐이크요."


한낱 음료수에 저런 시선을 보낼수가 있는건가.
도도해보이는 얼굴과는 다른 모습이 귀엽기까지 했다.


"음, 그래. 스트로베리 밀크쉐이크랑 아이스 아메리카노 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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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스 아메리카노 총3잔, 스트로베리 밀크 쉐이크 한잔.
어려울것 없는 주문이고 이제 피곤함도 조금은 가셨다.

나는 냉장고에서 딸기를 꺼냈는데, 지금 꺼낸 이게 마지막 딸기였다.
평소 자주 나가는 음료는 아닌데도 딸기가 부족한 이유가 뭐야?
오늘 안나온 그 알바생놈이 간식처럼 먹어댄게 분명하다.
아니면 점장이 사다놓는걸 깜빡했다든가.


나는 딸기를 씻다가 잠깐 멎었던 코피가 다시 후두둑 떨어져 딸기에 묻어버리자 당황했다.
이게 마지막 딸기인데, 피가 묻어버리면 어쩌자는 거야.
이제와서 주문취소를 할수도 없고, 겨우 음료수에 그런 시선을 보내던 소녀의 얼굴이 떠오르기도 했다.

아, 모르겠다. 빡빡 씻으면 되려나?
만약 그 장면을 누가 본다면 비위생적인 가게라고 소문이나도 할 말이 없고, 난 바로 짤려버리겠지.
본 사람은 없는것 같긴 하지만.

나는 힐끔 이 딸기가 들어간 음료를 받을 그녀의 테이블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멍하니 진동벨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그렇게나 음료수가 기대되는건가? 겨우 밀크쉐이크잖아?
게다가, 슬쩍보니 귀걸이라던가 목걸이도 상당히 비싸보이는 물건이다.
저게 뭘로 만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세공이 정교하다고 할까, 아무튼 싸구려같은 느낌은 들지 않는게, 마치 부잣집 딸내미같은 느낌조차 든다.
게다가 목걸이를 잠깐 보여줄때조차 망설임없이 바로 벗어서 건넸다.
그 후에 그녀는 자기가 건넨 목걸이에는 별로 관심조차 주지 않는 듯 보였다.
저 정도 목걸이는 그다지 신경쓸 필요가 없을만큼 부자라는건가?

아, 혹시 저 거한이 보디가드인거 아닐까?
이건 부잣집 딸의 서민체험같은 느낌의 산책이고.
그렇다면 딸기재고파악을 제대로 못한 내 잘못으로 주문을 취소하게되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


젠장, 모르겠다.
 그냥 딸기를 열심히 씻기로했다.
세제를 뿌릴수도 없고, 물로만 씻은거라 제대로 닦인지는 모르겠는데, 이제 최소한 피가 묻었던 딸기는 아니다.
나는 딸기를 눈앞에 가져와서 살펴보고, 킁킁 냄새도 맡아봤지만 뭔가 다른건 느낄 수 없었다.
묻자마자 바로 씻어냈으니까… 땅바닥에 떨어진걸 3초안에 주워먹으면 괜찮다는 룰도 세상에 존재하는데, 괜찮겠지.

나는 늘 하던대로 밀크쉐이크를 만들고, 아이스 아메리카노 3잔을 뽑은뒤에 진동벨을 호출했다.
소녀의 목걸이를 만지던 일행이 의자에서 일어나 커피와 쉐이크를 가지러 왔고, 나는 조금 긴장한채 쟁반을 건넸다.

결국 이제 이 일은 내 손을 떠났다.
어차피 이 일은 나밖에 모르는 일이 될테지만, 어째든 이게 착한 일은 아닌지라, 조금 가슴이 뛰는걸 어찌할 재간은 없다.
나는 죄악감 반, 호기심 반으로 소녀의 테이블을 바라보았다.
소녀는 쉐이크를 한입 빨더니, 눈이 커졌다. 마치 어째서 이런 맛이 나느냐는 듯한 표정이었다.
설마 느낀건가? 맛이 이상했던건가?
나는 가슴이 철렁 하는것을 느꼈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머리가 긴쪽의 여자 일행이 뭐라고 말했다.
조금 멀리 떨어진 테이블이라서 뭐라고 하는지는 들리지 않았지만,  뒤에 들려온 외침은 나에게도 들렸다.


"네. 이거 엄청맛있네요! 여기되게  만드나봐요!"

외침과 대화의 중간정도에 위치할듯한 볼륨이지만,  흥분한, 상기된, 들뜬듯한 목소리는 카페 전체에 전달된 듯 했다.
순간의 정적이 있었고, 몇몇이 소녀를 흘끔거리며, 대체 무얼 그렇게 맛있게 먹느냐 하는 시선을 보내고 있었으니까.

나는 괜스레 부끄러워졌다.
내가 한일이라곤 그저 딸기넣은 밀크쉐이크를 레시피대로 만들었을 뿐이니까…
아니, 정확히는 과정이 조금 추가되긴했지만…
아무튼 레시피대로 만들었다.

잠시후, 다른 테이블에서 카운터로 손님이 한명 걸어왔다.


"저기서 시킨거 하나 주세요."
"죄송합니다, 스트로베리 밀크쉐이크는 지금 주문이 안돼요. 딸기가  떨어져서요."
"아… 그런가요…"

그후로도 비슷한 대화를 한 6번정도 반복하고나서야 소동이 진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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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일이 있은지 얼마 안되었을  밤이었다.


"스트로베리 밀크쉐이크요."

검은 바탕에 흰색 줄이 그어진, 흔하다면 흔한 트레이닝복을 입은 그녀가 힘없는 표정으로 서있었다.
언제 들어왔던거지?
누가 들어오는걸 보지는 못했는데…
내가 잠깐 정신을 팔았었나보다.


그나저나, 역시 주문은 그거였다.
최근 갑작스레 늘어난 밀크쉐이크 주문량으로 신선한 딸기를 왕창 구비해놔서 저번과는 달리 재료는 충분하다.
게다가 이번엔 피곤하지도 않고,  며칠 새빠지게 만들어댄 노하우도 있으니까.
저번같은 일은 절대 없을 거란 얘기다.

무아지경이었다.
진짜 과장조금 보태서 요 며칠 몇백잔은 만들었을것 같은 밀크쉐이크따위는 자려고 눈을 감아도 만드는 법이 떠오르고 있을 지경이었으니까, 만드는 과정은 기억도 안난다.
뭐, 특별한것도 없는 그냥 딸기밀크쉐이크인데 뭐가 좋다고 그렇게 시켜대는건지.
사장님도 영문을 모르는건 마찬가지였다.
그냥 딸기재고나 많이 챙겨두는 수밖에.


딸기재고가 들어오는 족족 만들어 팔려나가니 딸기가 신선할 수밖에 없으니 맛이 없을리도 없긴하다.
낮에는 아예 줄서서 먹는단 얘기도 들린다.
나도 하나 만들어 먹어보니까 맛있긴 하던데, 줄서서 먹고 그럴 정도는 아니지 않나.
내가 근무하는 야간은 줄은 안 서지만 그래도 많이 팔린다.
이쯤되면 내가 카페알바생인지 아이스크림가게 알바생인지 조금 헷갈릴 정도라고 할까.
요즘 사장님도 농담삼아서 카페를 접고 쉐이크가게로 전향할까 하고 말하곤 한다.
그정도로 난리가 났다는 얘기다.


아무래도 그 원인이  소녀인것 같긴한데….
자주오면 더 심각해지는거 아닌가 모르겠다.
…가끔 오면 안구정화차원에서 좋기는 해.
나도 저런 귀여운 여친 있으면 참 좋을텐데.
눈이 너무 높은거지.
나는 최대한 친절하게 들리도록 억양조차 신경써서 입을 열었다.


"여기 주문하신 스트로베리 밀크쉐이크요."
"감사합니다."

예의상 들은거래도 감사인사를 들으니 조금 기분이 좋아졌다.
남자라면 누가뭐래도 예쁜 여자랑 말한두마디만 섞어도 기분이 좋아지는 생물인것이다.
하지만 그녀의 목소리엔 어딘가 힘이 없었다.
뭔가 고민할 거라도 있는건가?

그런데 잠깐만,  한밤중에  쪼그만 여자애가 혼자서 돌아다니는거 위험하지 않으려나.
하고 생각하던그때, 다급하게 자동문을 열어젖힐 기세로 비집고 들어오는 거한의 근육질 남성이 들어왔다.
으음, 이 사람도 며칠전에 그 하얀 여자애랑 같이 있었지.


그땐 긴팔이라서 몰랐는데, 이제보니 팔에 문신도 장난이 아니고, 인상도 무섭다.
그런 박력있는 인물이 지금 험악한 표정을 들이대면서 위협하듯이 묻는다.


"여기 눈빼고 다 흰색인 여자하나 안왔어요?"


음, 그런식으로 말하는건 좀 그렇지 않나.


"아, 그 귀여운 여자애? 저쪽으로 가던데…."
"감사합니다."

나는 말을 끝맺지 못했다.
… 감사한사람 치고는 표정이 많이 무섭지 않나?
마치 못들을 말을 들었다는 표정이다.
객관적으로 귀여운거 아닌가, 내가 모르는새에 미의 기준이 바뀌었을리도 없고.
대답을 듣자마자 바로 뛰쳐나가듯이 가게를 빠져나가는걸 보니 무슨 일인가 궁금해지기도 한다.

뭐, 그다지 심각한 일은 아니겠지만.
운동하다가 도망친걸지도 모르지, 그 피곤해보이던 표정이나 걸음걸이도 그렇고.
그러고보니 햇빛에 약한것 같았지, 낮에는 양산도 쓰고 있었다.
그래서 밤에 운동을 하고 있는걸까?
이런 잡생각이나 하고 있을때, 누군가 말을 걸어왔다.

"아까 그 손님 여기 자주 오나요?"


비쩍말라 앙상해보이는 체크남방의 남자가 안경을 고쳐쓰며 물었다.
이 남자, 커피 두잔 시켜놓고 하루종일 있던데, 언제 내쫓을까 간만 보다가 귀찮아서 내버려둔 채였는데.
어딘가 불안해보이는 얼굴인것이, 뭐 때문인지 모르겠다.


"누구요?"
"그 하얀 여자애 말이에요."
"아, 글쎄요. 저번에 처음 오고는 이제 두번째라서…"

난또 그 깡패남자한테 쫄아서 물어보러  줄 알았지.
그런데 내가 이런걸  이쁘다고 이사람한테 말해주고 있는거야.


"아까 그 남자도?"
"그것도 몰라요. 그나저나, 이런거 물어보는거 실례인거 아시죠?"
"아니, 아니. 저는 그렇게 수상한 사람이 아닙니다."
"충분히 그래보입니다만. 대체 뭐때문에 이런걸 물어보시는건데요?"

나는 눈을 흘겼다.
그러자 그 안경쓴 남자가 크흠, 하고 헛기침을 하며 자신의 핸드폰을 꺼내 짧막한 영상을 재생시켰다.


-네, 이거 진짜 맛있네요! 여기 되게  만드나봐요!

라고 감탄하듯 외치는 그 소녀의 모습이 담긴.
뭐야, 파파라치였냐?
나는 경찰에 신고해야하나 심각하게 고민하는데, 당황하며 손사래치는 남자가 내 고민을 유예시켰다.


"아니, 이건 제가 찍은게 아닙니다. 봐요. SNS 게시글이라구요."
"음."


남자가 화면을 몇번 터치해서 SNS 게시글영상임을 보여주었다.


-ㅇㅇ동 '커피한잔'에 여신출현
-와, 모델이나 배우지망생인가? ㄹㅇ 여신이다…
-옆에 여자들도 일반인치곤 예쁜 편이긴한데 상대가 안되네 ㅋㅋㅋ
-앞에 남자는 누구임? 보디가드임? 절라쎄보이넹 ㄷㄷ
-사람맞냐? CG아님?

음… 손님이 갑자기 많아진 이유가 이거때문이었구나.
증오스러운 파파라치놈들….

"이걸 보니까 근처 카페인것 같아서 조금 잠복을 했습니다. 진짜 있는 사람인지 궁금해서요."
"아, 예."


묘하게 신이난 남자는 말이 많아졌다.
내 알바사전에 진상패턴이 등재된 진상 유형이기도 하다.
이런 사람은 받아줄수록 귀찮게 들러붙는 타입.


"그래서 저도 한두장정도 찍어볼까 했는데 말이에요…"
"그거 도촬이죠. 신고합니다."

뭐야, 결국 파파라치 맞잖아.

"아뇨! 찍긴찍었는데, 이것좀 보세요."


그 남자는 다시 다급하게 휴대폰을 조작해 갤러리를 열었다.


"엉?"
"그쵸? 뭔가 이상하지 않습니까?"

이상하긴하다.
카운터를 테이블 시점에서 찍은 사진.
나는 주문을 받고있을때다.
그런데 사진에 있어야할 소녀의 모습이 너무도 흐릿하게 찍혀있던 것이다.
무슨 심령사진마냥 번져있는 하얀색 인영.
나는 귀신이라도 본것마냥 소름이 쫙 돋았다.
귀신따위 믿지 않는데.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어… 손이라도 흔들린거 아닙니까?"
"제가 그럴리가요. 보세요, 배경이랑 당신 얼굴은 아주 선명하게 나왔잖아요."
"그럼, 그 여자애가 귀신이라도 된다는 말입니까?"
"그럴수도 있지요. 그러고보면 이 영상도 처음에 조금 흐릿한 부분이 있어요, 봐요."


SNS에 올라온 영상을 다시 트는 남자, 미세하기는 하지만, 확실히 사진과 비슷한 흐릿함이 소녀의 주변에 둘러져 있었다.
얼핏 '인코딩오류인가.' 싶을정도의 화질감소이지만, 목걸이를 가다듬는 모습 이후부터는 정상적으로 화면이 돌아왔다.

"이건 분명히 앞부분도 방금 저랑 비슷한 일이 일어났는데, 영상을 편집한걸겁니다. 인코딩오류나, 카메라 초점 문제인줄 알고 말이죠."
"…."

영상분석가라도 되는건가?
대체 뭐하는 사람이길래 허무맹랑한 귀신얘기나 하고 있어.
방금 그 사진은 확실히 이상하긴 했는데, 그냥 포토샵을써도 그런 사진을 연출하는건 가능하잖아.

"그래서 손님이 뭐하는 사람인데 저한테 이런걸 말씀하시는 건데요."
"아, 소개를  했던가요?"
"네."

그래, 대체 누구길래 이 야밤에 무서운 이야기를 해서 괜히 심장을 쪼그라들게 만드는 거냔 말이다.
그는 주머니에서 명함을 꺼내 보여주었다.

'YBS기자 박광식'


YBS? 꽤나 큰 방송국이 아닌가.
그런데 기자라고?

"그럼 파파라치 맞잖아요."
"...."


남자는 안경을 다시 고쳐쓰고 뒤통수를 긁었다.


"아니, 그렇게 말하면 할말이 없잖아요."
"신고하기전에 나가세요. 더이상 귀찮게 하지 말고…"
"아, 잠깐만요. 혹시  여자가 다시 나타나면 연락주세요. 이거 특종의 냄새가 납니다."


연예인도 아니고 일반인을 그렇게 취재하겠다고? 그것도 사진몇장 제대로 못찍었다는 이유로?


그리고 생각해보면 내가 건네준 밀크쉐이크도 잘만 받아마셨고, 돈도 제대로 내주는데 귀신일리가 없잖아.

"특종의 냄새는 얼어죽을, 범죄의 냄새만 납니다만.  귀찮게 하지 말고 빨리 나가세…"
"사례금은 충분히 드릴게요. 이정도. 어때요? 언제, 누구랑 오는지만 말씀해주시면 돼요."


남자는 내 말을 가로채서 손가락 3개를 펼쳤다.
30만원? 내가 비록 돈에 쪼들려서 알바나 하고 있긴하지만, 30만원으로 양심을 팔라니.
말도안되는 소리지.
나는 명함을 돌려주고 거절의 의사를 내비치려고 했다.


"300만원이요. 제가 직접한번 볼 수 있게되면 200만원추가로 드리죠."
"…"

나는 조용히 명함을 주머니에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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