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2화 〉뒷수습
나는 휠체어에 타서는 지하실로 들어왔다.
"으윽, 저주한다, 흡혈귀, 사냥꾼, 모두를 저주한다…."
"잠꼬대 참 요란하다. 그치?"
"ㅇ,예…."
마취에 잠긴채 사지가 해체되어 신경과 혈관만 겨우 이어진채로, 치과의자같이 큰 의자에 박피되어 잠꼬대인지 뭔지 모를 말들을 내뱉는 흡혈귀는 꿈에나올까 무서운 비주얼이었다.
으윽, 이건 흡혈귀라 그런가, 조금 징그러운데.
"이거 꽤 좋은 표본이야. 오염률도 없고, 신체장기도 최적의 상태를 유지중이야. 게다가 골수같은건…."
의사가 버튼을 누르자, 뭔가 로봇팔 같은게 흡혈귀의 척추를 커다란 주사기로 찔렀다.
"크으으…."
어우, 아파보이긴 하네.
저거 마취중인거 맞지?
어째든 그 주사기로 빨아들인 시뻘건 액체가 어딘가로 보내지고, 모니터에는 일련의 정보가 나열된다.
난 봐도 모르겠으니, 세찬이나 보라지.
"꽤 안정적이군요. 가문명도 없는 흡혈귀라고 들었는데."
"그리고 VP도 점점 높아지는 중이야. 릴리의 피가 조금씩 흡수되는 것 같고…."
뭔가 새삼스럽다.
음, 내피를 소화하며 숙성될수록 강해지는 가주급 흡혈귀라. 약간 포도주같네.
이대로 일단 묵혀두다가 VP가 최대가되었을때 팔아치우면 아주 큰 돈을 벌 수 있단다.
심지어 살아있으니까 더욱.
"일단 장의사쪽에 떼어주고 이거저거 제해도 일단 최소한 10~20억은 생각할 수 있겠네."
"20억!!"
에이샤가 얼마였더라?
2억? 정도일거라고 들었는데. 거의 열배가 아닌가?
"걔는 회복형이라 전투로 신체 훼손도 심했고, 아파트 한채를 통채로 집어먹었으니 거기에 들어간 뒷처리비용이 엄청났지. 거기다가 불렀던 사냥꾼도 꽤 있었으니까, 빠져나간 생명수당도."
그걸 감안해도 2억이 남는다고하면 그것도 엄청 큰 돈인거 같은데.
한세찬이 다시 저쪽에 펼쳐진 흡혈귀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리고 얘는 꽤 온전히 생포한 흡혈귀고."
"그런걸로 또 나뉘는구만."
뭐, 온전한 모양새는 아니지만, 사냥꾼의 세계에선 저게 온전한 흡혈귀인가보지 뭐. 어디 비는 장기는 없으니까….
"게다가 이녀석은 살아있으니 어째든 재생도 할테지. 계속해서 뽑아낼 수가 있다는 말이야."
"오우, 정말 끔찍한 발상."
저 흡혈귀, 진짜로 죽지도 못하는구나.
깔끔히 죽여준다는게 정말 자비로운거였네.
난 조금 쌀쌀해진것을 느꼈다.
그런데 계속 지하실의 흡혈귀라고 부르기가 뭣해서 나는 의사에게 물었다.
"근데 쟤 이름은 뭐래요?"
"몰라? 알필요가 있어?"
"그냥 부르기 불편해서요. 음, 이름을 지어줄까요?"
"풋, 재밌는 생각이네. 한번 지어볼래?"
음, 아낌없이 주는 나무같은 존재이고, 포도주같은 녀석이기도하니까….
약간 클리셰같기는 하지만, 이왕 지어줄거 영어로 지어볼까.
"흡혈귀 이름은 다 영어이기도 하죠. 와인트리 어때요?"
"뭔 뜻이야?"
"음….숙성중인 아낌없이 주는 나무?"
"…너 센스 좀 상상이상인데."
아무튼 지하실의 흡혈귀는 '와인트리'라고 부르기로했다.
와인처럼 숙성중인 20억짜리 나무.
나는 개드립을 참지 못했다.
"물주면 자랄까?"
"1절만해."
"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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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침대에 누워 Tv를 켜놓고 눈을 감고 있었다.
나른한 감각이 몸을 감싼다.
와인트리는 잘 숙성중이고, 나는 그저 추수철을 기다리며 시간을 때우면 일단 금전적으로는 만사해결이었다.
이거저거 떼고나도 10~20억이라니, 거의 로또나 다름없다.
내 피가 그정도로 대단해?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정말 연금술 아닌가, 나가서 아무 흡혈귀나 붙잡아다가 내피 먹여서 기르면 진짜 그게 돈 목장아닐까?
"또 이상한 생각하냐?"
"아니, 돈버는 생각인데."
"네 생각 뻔하지. 어차피 네 피를 이용해서 돈 벌 생각을 한거 아냐?"
"와우. 정말 추리력이 좋구나."
하긴, 와인트리한테 이름까지 지어줬으니, 그정도로 녀석이 벌어다 줄 돈에는 흥미가 있었다.
싸이코패스 같다고?
그럴리가, 이게 다 정의고 진리다.
나 죽이려던 녀석이고, 특히 사람 죽이는걸 태연하게 생각하던 녀석은 초법적인 재제를 가할 필요성이 있다.
그것도 내 손 더럽히지 않는 범위에서 처리해주는데 돈까지 번다고 하잖아.
아무래도 내가 직접 하는 짓이라면 좀 그렇지.
"그런짓 자주 했다간 바로 꼬리밟힌다. 생각을 해봐. 똑같은 곳에서 가주급 흡혈귀가 마구 쏟아져나온다? 그게 일반적으로 흔한 상황이겠어? 바로 조사 시작돼."
"그러네…."
생각보다 멍청한 짓 같았다.
그러니까 내가 하려던 짓은 일종의 위조지폐를 찍어내는 행위였던거였다.
음, 소액은 들키기 쉽지 않지만, 고액은 들킬 수밖에.
"그치만…. 욕조있는 집으로 이사하고 싶은걸."
"그런 로망이 있는줄은 몰랐네."
"생긴지 얼마 안된 로망이야."
흐르는 물은 못 건너도, 고인물에 몸담그는건 할 수 있잖아?
뜨뜻하게 몸 지지고 싶다.
"이제 난 공중목욕탕은 좀 그렇잖아."
"그건 그렇지."
세찬이가 조금 납득하는듯했다.
나도 과거엔 여탕에 대해 궁금한점이 없지는 않았었으나, 지금은 딱히 다른 여자들 알몸 보자고 여탕에 갈 필요도 없다.
설마 보고싶어?
그럼 거울을 봐!
남의걸 보고싶어?
왜? 뭐하러?
오히려 여탕에 가면 내 알몸을 모르는 여자들한테 보여야하는 점이 문제다.
그냥 그게 싫어.
"그런데 연구자는 언제 온다는거야? 벌써 시간이 다 됐는데."
내가 여기서 멍청하게 누워있는이유.
집에 에어컨이 없다는 점 말고도, 연구자가 돌아오기로 했다는 연락을 받았기 때문이다.
몇달전, 나와의 약속으로 그는 뭔가를 만들어서 나에게 실험해보기로 했었다.
아마 지금도 그것에관한 출장이었겠지 싶다.
"금방 오겠지, 심심하냐?"
"응."
심심하지.
할것도 없이 그냥 침대에서 이라를 쓰다듬으며 뒹구는것도 좋기는 하지만.
"재밌는얘기좀 해봐."
"내가 그런거 할 줄 모르는거 잘 알잖아."
"하하, 그거 정말 재밌다."
난 네가 재미없는게 재밌는건데.
서로 놀릴때는 잘만 농담하면서, 판깔아주면 못하잖아.
재밌는 녀석.
"한야는 재밌는거 없어요?"
한야는 침대 옆 의자에 앉아서 태평하게 과자를 먹으며 Tv를 시청하고 있었는데, 내 말을 듣고 조금 생각하는듯 눈을 감고는 '끄응'하는 소리를 내다가 뭔가 떠오른듯 말했다.
"어떤 남자가 영화를 보러갔어."
"영화요?"
"그래, 그런데 그 남자가 자꾸 다시 매표소로 돌아와서 표를 사는거야."
"음…."
이상하네, 왜 표를 자꾸 사는거지?
뭔가 공포스러운 이야긴가?
"그걸 이상하게 생각한 매표소직원이 물었지, '손님, 왜 자꾸 표를 다시 사가시나요?' 그런데 남자가 뭐라고 그랬는줄 알아?"
"뭐라 그랬는데요?"
어떻게되는걸까?
나는 어떤 공포스러운 대사가 튀어나올지 조금 긴장되기까지 했다.
"'어떤 미친놈이 자꾸 내 표를 찢잖아!' 그랬대. 푸히히히!"
"…….."
....나는 맥이 탁 풀려서 웃을수가 없었다.
개그였나.
대체 언제적 개그냐고 이거.
차라리 무서운 이야기를 했으면 나았겠다.
"요즘 영화표 영수증으로 나와서 보여주기만 하면 통과에요…."
"어? 그래? 진짜야? 영수증으로 뽑아줘?"
완전 놀랐다는듯 오히려 당황하는 한야를 보니까, 그게 재미있었다.
그러고보니 이 여자는 거의 10년전 사람이나 마찬가지였네.
"푸흐흡, 요즘 디지털로 하는경우도 있고, 아무튼 표 찢어가는 시대는 아니에요!"
"그,그래? 세상이 참 많이 변했네…."
한야는 멋쩍게 웃으며 뒷통수를 긁었다.
나는 문득 그녀가 일회용 교통카드를 기념이랍시고 챙겨갔던게 떠올랐다.
"그러고보니, 기념으로 챙겨간 그 카드는 어쨌어요? 뭔가 메모해둔거 아니에요?"
"아, 그게 그런거였어? 어쩐지 똑같은거 몇개나 있더라."
"......."
앞으론 집에 가져가지 말라고 해야겠다.
언젠가 이러다가 집안에 한가득 쌓이겠어.
"언제 한번 반납하러가죠....."
"그래야하나."
그녀는 약간 우울해진듯 보였다.
나는 뭔가 그 목소리에서 뭔가를 느꼈다.
그녀의 성격이 밝아서 까먹고 있었는데, 알고보면 상당히 불쌍한 여자다.
19살에 마력식이 각성한 그날, 그녀는 자신빼고 모든것의 시간이 흘러가는 저주에 걸린것이나 마찬가지였으니까.
지금은 9년정도, 거의 10년이나 과거에 매여있는 망령과 같았다.
만약 내가 그렇게 됐다면 어땠을까?
하루, 이틀정돈 상관 없을지도 모르지.
그런데 1년, 5년, 10년, 20년. 극단적으로 훌쩍 넘겨서 100년동안 루프가 끝나지 않는다면?
100년후에, 아는사람도 없고, 아무것도 알 수 없는 미지의 시간대에 그냥 버려진다면?
냉동인간이 미래에 연고도 없이 떨어지는것보다 심각할거다.
하루가 지날때마다, 무한히 반복될테니….
그리고 지금의 한야는 10년후의 미래에 버려진것이다.
하루에 한번, 그러니까 3000번 이상을 말이다.
19살의 모습, 기억, 감정을 가지고, 그대로 3000번을 10년뒤로 보내져버린, 불쌍한 사람이었다.
나는 14살때의 내가, 눈을 감았다뜨니 먼 미래의 시간대로 날아가버리는 상상을 해봤다.
아이러니하게도, 미래에 버려진 내게 미래는 주어지지 않는다.
내일은 또 똑같은 14살의 내가 그 다음날로 버려질테니까.
결과는 없다. 단지 반복되는 과정만이 있을뿐.
막막하다.
아마 한야도 그렇지 않았을까.
내 발언이 경솔했다는걸 통감했다.
이런 시스템에서 가장 고통스러운건 다름아닌 한야 자신이었을텐데….
"미안해요. 기분상하게 하려는건 아니었는데…."
"어? 아니야, 아니야. 나 기분 안나빴어. 응. 세상이 변하는건 좋은거지."
"……."
그렇게 말하는 그녀의 말투에는 약간 습기같은게 느껴졌다.
으윽, 인성 너무 하얗잖아…!
눈물샘이 자극되는것같아…. 어떻게하지.
"하루살이도 같이 누울래요?"
"으음, 안그래도 되는데. 나 괜찮아."
"그냥 일루와요."
"흐, 진짜 괜찮은데…. 응. 고마워."
나는 그녀를 위해 몸을 조금 일으켜서 뒤쪽으로 자리를 옮겨주니, 이라가 어리둥절해하며 침대에서 턱을 떼고 일어섰다.
"이라야 미안, 오늘은 머리 좀 쉴까?"
"네."
이라는 그냥 알겠다는듯이 저쪽 의자에 다가가 앉아 다리를 흔들며 세찬이가 보는 격투기프로를 같이 보기 시작한다.
미안, 이라야. 나도 갑자기 감정이 복받쳐오지 뭐야.
상상만 했을뿐인데 너무 갑갑한거 있지.
하루살이에게는 오늘밖에 안되는 위안이겠지만, 그래도 의미가 없지는 않을거야.
난 내 아랫배에 한야의 뒷통수를 붙여주곤 머리를 살살 쓸어주었다.
이라를 통해서 많은 연습을 했기때문에, 나의 손길은 주제넘지만 어느정도 전문가의 느낌이 있었다.
그녀도 기분이 나쁜건 아닌지, 표정이 편안해지는것처럼 보였다.
무슨말을 해줘야할까.
"조금이라도 힘든거 있으면 말해줘요."
"그래. 근데 오늘은 힘든거 없을 것 같은데?"
한야가 싱긋 웃었다.
어딘가 슬퍼보여서, 나는 다시 말을 이었다.
"오늘 말고 내일도. 아, 기억 안나시려나…. 그럼, 만날때마다 말해주죠 뭐, 냉장고에 써붙여놔요. 힘든거 있으면 말하기."
"… 정말로?"
"19살이라면서. 그 나이면 힘들면 말해야되는거 아닌가?"
"그래…. 그런가? 그래도…. 농담 한번 잘못 한거가지고 이러는거 뭔가 낯 간지러운걸."
한야가 멋쩍은듯 턱선을 긁었고, 나도 조금 부끄러워져서 한마디했다.
"사실 나도 좀 부끄럽긴해…."
어느새 나는 그녀에게 말을 놓고 있었다.
나는 이제 한야를 28살이 아니라, 19살로 볼 수 있을것같다.
"한야, 알겠지? 아무거나, 힘든거 있으면 말해야돼."
힘든걸 말하든, 말하지않든, 나와 마주치고, 상호작용했던 그녀는 매일아침 6시에 사라진다.
그렇지만 누군가는 알아줘야하지않을까.
오늘의 하루살이는 이런 감정을 갖고있었다고.
사람은 원래 말하지않으면 모르는 거니까.
"그래. 뭐, 기분은 좀 좋네! 고마워."
"그럼 됐지."
옆에서 TV를 보는척 내가 하는 얘기를 듣는것 같던 한세찬이 중얼거렸다.
"…또 이상한 생각을 했구만."
"……."
하여튼 공감능력 부족한녀석!
나는 속으로 세찬이를 욕했다.
그치만 녀석도 실실 웃고 있는 모습으로 보이는것은 기분탓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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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이상한 생각을 했구만."
녀석의 생각은 어디로 튈지 모르는 면이 많았다.
그런 생각이 표정에 다 드러나는것은 장점이자 단점이기도했고.
그래서인지 녀석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어느정도 예측이 되는 부분은 다행이라고할까.
어릴때, 부모님이 뭔가에 쫓기듯 그 시골로 도망쳐왔을때도 그랬다.
녀석은 내 만들어진 표정따위는 금방 읽어내곤 했는데, 또 어떤 부분에서는 맹하고 눈치없는것이 썩 재미있었다.
녀석은 만들어진 표정을 읽는데는 능숙했지만, 오히려 진심을 담은 표정을 제대로 파악할줄을 모르는 듯 했다.
그래선지 사람의 속마음을 파악할 줄 알면서도 은근히 또 모르는것이 허당스럽기도했다.
하지만 이번 경우는 조금 달랐다.
하루살이는 따지고보면 이미 죽은거나 마찬가지다.
영원히 매 하루만을 살아있다는것은 내일은 죽은것과 마찬가지니까.
그녀는 자신에게 더이상 내일이 오지 않는다는걸 알게 되었을때 한번 무너졌었다.
하지만 하루살이에게는 영원히 반복되는 한번.
무너진 상태도 단 하루밖에 유지하지 못했으나, 그 하루는 그녀가 술에취하고, 하루는 마약에 빠지고, 하루는 자해하고, 또 하루는 자살하는등의 자기파괴적인 행위를 하는데 충분한 시간이기도 했다.
'어차피 내일도 없는데, 오늘만 살지 뭐.'
사냥이 없는 날에는 언제나 그런식이었던 녀석을 계도한것이 스승님.
김석주의 아버지였으니.
"조금 우울한가."
최근들어 많은 생각이 들었다.
이녀석이 만약 석주가 아니라면, 정말 만약에 릴리스가 석주인척을 하는거였다면.
내 이름을 취해놓고도 아직 살려두는 이유가 그저 릴리스의 유희일뿐이라면?
하지만 그런 걱정은 쓸데없는 일이었다.
이제 이녀석이 사실 릴리스라고해도 상관 없을것 같았다.
그동안 보여준 행위는 만에하나 녀석의 본질이 릴리스라고해도 자신을 진심으로 석주로 여기고 있다는걸 알게 되었으니까.
단순한 유희가 아니었다.
녀석은 진짜로 자신을 김석주라고 생각하고있다.
아니, 이 녀석은 김석주일거다.
나는 슬쩍 Tv 의 볼륨을 낮췄다.
"참나, 이런건 바뀐게 하나도 없네."
침대에 제보다 커다란 한야의 머리를 끌어안고 잠을 자고 있는 석주와 한야를 보니, 어릴적 나무아래서 석주와 낮잠을 자던게 생각났다.
…. 제기랄, 그땐 깨어났을때 얼마나 소름이 돋던지.
왜 그딴 자세로 재우냐고 물었을때는 땀이 너무 많이나서 그랬다지만, 그냥 바닥에 눕히지 왜.
괜스레 뒤통수가 가려워지는 기분이다.
게다가 생각해보니 애초에 그건 낮잠이 아니라 기절이었다.
갑자기 살아있는 매미를 눈앞에 갖다대며 소리를 질렀으니, 당시 담이 약하던 나로써는 기절할 수밖에 없었다.
"좆같군…."
갑자기 뭔가 치밀어올라서 한대 때려서 깨울까, 하다가 그만뒀다.
하루살이가 이렇게 편안하게 자는 모습은 본적이 있던가.
언제나 하루가 아깝다며 잠따위 자지 않는 녀석이었으니까.
그러고보면 예전의 녀석이 눈을 10분이상 감는 경우는 죽음또는 약에 취해 널부러졌을때 말고는 없었다.
그렇다면 오늘 하루정도는 잠으로 보내도 괜찮겠지.
근데 김석주의 릴리스 면상은 더이상 못보겠다.
기분이 싱숭생숭하군.
그냥 Tv를 꺼버린뒤 불을 끄고 나왔다.
"하아…."
담배가 땡기는데.
참아야지, 제기랄. 또 김석주가 울고불고 개지랄할것 생각하면 그냥 참는편이 낫다.
금단증세를 억누르며 복도에서 커피한잔을 뽑아서 마시고있자니 귀환한 연구자가 사복차림으로 나타나 손을 흔들었다.
"오, 세찬씨. 석주씨는 안에 있나?"
"예. 좀 있다가 들어가시죠. 자는중이니까."
"그래? 흐음, 알겠어."
"…뭘 그렇게 쳐다보죠?"
"아니, 꽤나 자상한거같아서."
"개소리 마시고."
"흐음, 너희는 여전히 풋풋하구나."
"진짜 뒤지고싶으신가."
"아, 미안."
하여간에, 매를 버는 사람이다.
나는 꺼냈던 못을 품속에 갈무리해 넣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