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1화 〉뒷수습
"으아! 진짜 배부르다."
이렇게 먹어본게 얼마만일까, 한세찬이 치킨 두마리를 혼자서 죽였고, 이라도 한마리정도는 먹은 것 같다.
나? 나는 한 네마리정도 먹어치웠지.
이제보니 유디라는 한마리로 안됐을것같네.
"……세상에, 그걸 다 먹다니."
"맛있다. 끄억."
나는 포만감에 기분이 좋아졌다.
가끔은 폭식도 해줘야한다는걸 느낀다.
지금 몸상태가 너무 안좋으니까 과도한 영양섭취는 필수라고. 바이러스에 생리가 겹쳐서 아주 죽을뻔 했다.
"……이녀석 여자애가 맞긴한거야?"
"히히힛, 그러게."
지혜는 얼빠진것처럼 나를 쳐다봤다.
예상보다 감이 좋은걸?
이러다가 내가 밝히기 전에 먼저 눈치채버리겠어. 하.하.하.
물론 이런 농담에서 논리가 전개될리가 없으니 그럴리가 없다.
나는 대충 지혜한테 치워달라고 하고는 다시 병원 침대로 기어올라가서 누웠다.
"고마워, 대신 치워줘서!"
"으으, 진짜 밉상이야."
"그럼 계약 끊자니까."
"싫어."
이제 길게 말도 안해주네.
그나저나 너무 이렇게 시켜대다보면 또 나중에 밝힐때 역효과 터지는거 아냐? 이미 지혜의 인내심이 조금 간당간당한것 같은데 말이지.
오늘은 이제 그만 시켜야겠다.
나는 빵빵해진 배를 붙잡고 천장을 보고 있었다.
뭐 제대로 보이지는 않았지만, 깔끔한 천장을 보고 있으니 거북한 속도 진정되는것 같다.
"이렇게 많이 먹어본건 처음이야."
"그렇게 먹으면 살쪄."
지혜가 청소를 하며 툭 내뱉었다.
하지만 나는 그 말을 부정했다.
"흡혈귀는 살 안쪄."
"…진짜?"
"응."
흡혈귀는 원래 많이 먹는다. 피를 마시지 않는다면 더욱 많이 먹고.
일단 피라는것도 결국 몸에 공급된 영양분에서 생성되는 것이고, 그렇게 생성된 영양분은 전부 VP가 되어 피가될뿐이지 살이 되지는 않는다.
뚱뚱한 흡혈귀라는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이야기다.
애초에 지방이 쌓이지 않으니까.
잠깐, 그러면 흡혈귀는 다 빈유인가?
아, 아니다. 유디라는 꽤 가슴이 있구나.
그럼뭐지, 가슴의 지방은 또 다른판정인가.
"불공평해. 말도안돼. 인정못해."
"왜, 왜그래? 정신차려."
"그래, 정신 차렸어."
이것도 명령으로 친걸까? 아니면 지혜가 그냥 정신을 찾은걸까.
잘 모르겠지만 이제 더는 지혜를 자극시키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이, 일단 나가줄래? 내 옆에 더 있다간 아무래도 계속 뭘 시킬것 같아."
"후우. 괜찮아. 너 지금 제상태도 아니잖아."
그건 그렇다.
애초에 눈은 아직 흐릿하고, 방금 밥을 먹긴 했지만 소화도 안끝났고. 그래서 온몸에 그닥 힘이 별로 없었다.
으윽, 배가… 너무 빵빵해…
"윽, 근데 너무 많이 먹긴 한것같아."
"그러게. 사람배가 이렇게 될수가 있는건가?"
나는 사람이 아니라 흡혈귀지만.
그런데 진짜 너무 배부르다.
배가 눌려서 아주 조금 고통스럽긴 하지만 별로 나쁜 기분은 아니다.
역시 포만감 = 행복감인가.
이제 생리도 끝났고, 바이러스에 대응하는 항체도 만들었다.
의사가 배양한 항체를 또 다른 감염자들에게 주사해보았지만, 특별히 마력식이 발현되지는 않았다고한다.
이것도 뭔가 이유가 있는건가, 아니면 그냥 우연히 그렇게 된건가?
아니면 지혜한테 배양한 그 항체에만 뭔가 특별한 힘이 들어있을 수도 있다.
이건 조금 연구가 필요하겠네, 아직까지 마력식이 없는 사냥꾼들도 많이 있으니까 말이다. 그저 흡혈귀를 사냥하기위해서 사냥꾼이 된 자들. 어쩌면 전력을 늘릴수도 있겠지.
베게에 머리를 박고 그런 태평한 생각을 하고있으니, 지혜가 청소를 끝내고 말했다.
"쓰레기 버리러 갔다올게."
"고마워."
정말이지, 고맙긴하다.
나를 좋아해줘서. 또, 그렇게 거절당하고도 또 좋아해줘서.
으으, 지금은 좀 많이 꼬인것 같지만. 어떻게 풀어야할까.
이것도 쾌도난마의 묘리가 통하는걸까?
그랬다간 완전 파국일것 같은데.
그냥 그런 생각을 내버려둔 채로 이라의 머리에 손을 얹고 살살 쓰다듬고 있으니, 확실히 이게 행복이지 하는 기분이 든다.
이라는 편안하게 내 침대에 머리만 엎드려 자고있었다.
개 상태로 돌아가면 침대위로 올려줄텐데.
잠깐이지만 베어본 개.ver의 이라베개는 생각보다 좋았다.
따뜻하고, 심장소리가 울리는것이 아주 기분이 좋았던 것이다.
음, 이거는 내가 흡혈귀라서 심장소리를 들으면 안정감을 느끼는건지, 그냥 생물이라면 그런 안정감을 느끼는건지 모르겠다.
원래는 그런 심장소리따위를 들은적이 없었으니까.
나도 참 삭막하게 살아왔구나.
누군가한테 사랑받아본적이 딱히 없었다.
그러니 지혜가 나를 좋아했단걸 전혀 몰랐지.
가끔 충동적으로 여친을 사귀고 싶다고 말하고 다녔던건, 그런 애정결핍이 표면화된 것이 아니었을까?
아빠가 나를 사랑했다는 사실은 잘 알고 있지만서도, 그걸 체감하지는 못했던 탓이다.
언제나 그런 느낌이었다.
아빠는 그닥 살을 부딪쳐오는 성격은 아니었다.
단지 나를 조심스럽게 대했을 뿐이라는 점은 다 커버린 지금에 와서는 잘 알지만, 그 어릴적에는 조금 쓸쓸하기는 했었다.
어머니는 얼굴조차 모르고, 나를 낳고는 돌아가셨다.
그러니 그냥 그러려니 하며 살았다.
어릴때부터 같이 놀던 친구들은 글쎄다.
세찬이를 제외하면 기억하는 사람은 딱히 없다.
내가 살던 시골이란 그런 느낌이었다.
같은 주민들의 따뜻한 정이 오고가는것이 아니라, 그저 이곳을 벗어나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수용소.
그들에게서는 어딘가 쫓기는듯 한 인상을 받았다.
그래서 나는 결국 언제나 혼자서 놀았다.
위탁시설이래봐야 제대로된 시설이 시골에 있을리 없었으므로, 그냥 할머니가 어린애를 여럿 보고만 있을뿐인 그런 시설이었지.
그럴때 시골에 넘쳐나는 벌레들은 또 좋은 장난감이 되기도 했었다.
학교도 뭐 초등학교에는 친구가 별로 없었다.
그 어릴적에는 엄마가 없는게 그리 큰 흠이될줄 몰랐으니까.
흠. 애들도 그 틈을 파고드는걸 잘했다.
다만, 내가 그때는 꽤 당돌했을 뿐이다.
싸움을 자주했고, 결국 뭐 애들이 날 함부로 대하지 못하게 되기는 했지만 그런 관계가 으레 그렇듯, 깊은 관계를 쌓을수가 없었다.
그러다가 세찬이가 전학왔던거지.
그때 세찬이는 뭔가 불만이 많아보였다.
건드리지 말라는 오라를 풍기고 있었다고할까, 하지만 그 모습에서 나는 동질감을 느꼈던것같다.
녀석도 속으로는 누군가 손을 내밀어주기를 바랬던거 아닐까? 하고.
그래서 일부러 세찬이랑 자주 놀았다.
일방적으로 끌고 다녔던거지만, 아무튼 그랬지.
그때는 둘이서 뭘해도 정말 즐거웠다.
나도 세찬이도, 그때의 즐거웠던 기억과 감정들이 쌓여서, 지금까지 친구로 남을 수 있었던거 아닐까?
요즘들어 그렇게 같이 놀 일이 없었다.
서로 바쁘기도했으니까, 그냥 타성적으로 그냥 친구니까 뭐. 하면서 같이 지냈을 뿐이지.
결국 그런거였다.
사람은 누군가의 온기를 느끼면 행복해지는거 아닐까.
그건 어쩌면.
인간이 흡혈귀가되어서도, 남자가 여자가되어서도 바뀌지 않는, 바뀔리 없는 보통의 진리가 아닐까?
"이게 행복이야ㅡ."
내가 한숨처럼 내뱉은 말에 세찬이가 반응했다.
"… 또 무슨 생각을 했나보네."
"그냐앙. 옛날생각. 흐, 요새 바빠서 잊고있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이렇게 되고 나니까 시간이 참 많이 남아. 그래선지 오히려 옛날 생각이 자주 드는거 있지?"
"그런가…. 하긴, 나도 요즘 옛날 생각이 자주 들기는 해."
"너도 시간이 많이 남아서?"
"뭐어…. 그런것도 있고."
나는 세찬이를 바라봤다.
음, 표정은 잘 모르겠다.
이놈의 시야는 언제 돌아오련지.
"응, 됐어. 결국 이런게 행복 아닐까. 배부르고 등 따숩고, 앞날 걱정따위 다 버려두고."
"넌 걱정 좀 해야지. 여기서 앞날이 가장 불투명한게 너야."
"앗."
그렇긴하네.
내가 제일 문제였네.
안돼…! 내 행복감….! 행복감이 빠져나간다!
나는 다시 이라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배에 손을 올리고 심호흡을 했다 .
그런데 이러고있는 꼴이 퍽 우스웠다.
아까까지 독백으로 행하던 자기객관화의 영향일까? 나는 내 모습을 객관적으로 바라보았다.
"풉, 나 그런데 이러고 있으니까 무슨 임신한거같다."
"크훕, 켁…. 뭐 그런 끔찍한 소리를…."
"더 끔찍한 소리도 있는데? 이 애, 당신애야..."
"와, 그거 진짜로 존나 끔찍하다."
우리는 서로 킥킥거렸다.
이정도 섹드립은 이제 서로 슬슬 익숙해진 탓이다.
그런데 따지고보면 내 돈이어도 세찬이 통장에서 나온 돈이니까.
세찬씨, 당신 애 맞잖아요!
큭큭.
아, 너무 웃기다.
-툭.
잠깐, 누가 또 있어?
"누, 누구야?"
"…어, 쓰래기통 어딨냐고 물어보러 돌아왔는데…."
문앞에는 지혜로 보이는 형체가 서있었다.
나는 황급히 몸을 일으키려했지만 못 일으켰다.
"……오해거든? 지혜야. 잠깐만."
"싫어! 나한테 명령하지마! 이, 이….! 발랑까진….!"
"아니, 농담, 농담한거였다니까! 귀 막지 말아봐!"
"아,아,아, 안들려, 명령하지마! 다 거절할거니까!"
"세찬아, 저거 잡아줘!"
"……제기랄, 이제부터 넌 섹드립 완전히 금지다."
"아아악!!"
진짜 자제해야할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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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마력패턴 분석결과가 나왔어."
"오오."
왠지 두근두근한걸. 음, 근데 왜 내가 두근거리지.
패밀리어의 강한 심리상태가 나한테 연동되는걸까.
뭔가 감이 그런것 같기도하고.
"지혜야, 혹시 두근두근거려?"
"당연하지, 나는 뭐 이상한거라고 하면 바로 사냥꾼 때려치울거야."
"그렇구나."
"그리고 이제 반말부르지 말아줄래? 내가 언니니까 지혜언니하고 불러."
"음, 그건좀."
"어이없네."
사실 동갑인데 무슨 언니야.
이전엔 커피사줬으니까 언니라고 한번 불러준거지.
연기도 해야했으니까.
이래보니 나 좀 혐성인가 싶다.
지혜가 한숨쉬며 말했다.
"너, 이게 본모습이야?"
"글쎄…."
의사가 파일철을 툭툭 치며 나와 지혜의 이목을 돌렸다.
"잡담은 그만하고, 이 '언니'가 기다리잖아 릴리야."
"……."
언니에 묘한 강조가 들어간걸보니 자기도 그렇게 불러주길 바라는것 같다.
미쳤냐, 내가 의사를 언니로 부를일은 절대없다.
'의사'나 '의사씨'로 됐어.
"일단 마력식 자체는 조금 단순해. '가속'. 그외 능력의 범위나 발현구조, 그런 자세한 정보는 아직 분석중이고."
"가속이요?"
"그래. 이거 읽어볼래?"
"네. 한번 볼게요."
지혜가 의사가 건넨 파일철을 받아들었다.
음, 나는 그거 봐도 모르겠던데.
그러니 지혜가 본다고해서 그걸 알아볼리가 없다.
"봐도 잘 모르겠네요."
그야 그렇겠지.
사전지식이 없으면 이해못할 활자나열이다.
"일단은 뭔가를 빠르게 할 수 있는 능력이야. 이게 시간에 적용되는지, 그냥 분자자체에 작용되는 힘인지는 아직 모르겠어. 그것도 정밀검사 이후에 알 수 있을것 같아."
"그런가요."
"아마, 네가 자신의 상처를 매우 빠르게 회복시킬때, 가속의 능력을 다뤘던것 같네. 회복이 정말로 빨랐으니까. 나는 회복계 능력일줄 알았는데 의외야."
"흐음…. 그렇군요. 나한테 가속능력이 있다라…."
지혜는 조금 눈을 반짝였다.
이 능력으로 뭘 할 수 있을지 생각하는 모양새였다.
"근데 자주 쓰지는 마. 이거 아무래도 자신에게 가속을쓰면 네 노화도 빨라질테니까."
"아, 그렇군요. 조심할게요."
부작용을 듣자, 급격히 조심스러워지는 지혜였다.
"그리고 신체검사도 끝났는데, 지극히 정상적인 상태야. 퇴원해도 좋아."
"감사합니다. 어, 그런데요…."
지혜는 조금 불안해하는것 같다.
뭐가 그리 또 불안해서.
"저 병원비가 얼마나 나왔나요…? 너무 비싸면 안되는데…. 혹시 보험 돼요?"
"뭐?"
의사는 웃기는 얘기를 들었다는듯 웃음을 터트렸다.
"푸하하하! 아, 물론 무료지. 네 병원비따위는 충분할 정도로 받은게 있거든?"
"휴우…. 다행이다…."
지혜는 속으로 얼마나 가슴졸였을까.
막 갑자기 진료비 폭탄을 받으면 어쩔까 하는 고민이 있었던 모양이다.
하긴, 나도 내가 아주 짱쎈 흡혈귀라서 병원 검사비를 내지 않았던거지, 돈으로 따지면 얼마짜리 검사를 받은건지 모른다.
그리고 지혜의 병원비의 원천은….
이곳 지하실에 잠들어있다.
비유적인 표현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직설적으로 말이다.
그거 진짜 얼마나 할까. 아빠 빚갚는데 도움을 줄 수 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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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좀더 요양을 할것 같지만, 지혜는 이제 개강을 하기때문에 대학교로 가야했다.
지혜가 내 병실에서 옷을 갈아입는중이라서, 나는 그냥 누운채로 눈을 감았다.
뭐 옷갈아입는걸 뻔히 쳐다보는것도 매너는 아니니까.
아무런 대화없이 옷자락이 사락거리는 소리를 들으니 너무나 어색하고 또 이상해서 나는 이야기를 시작했다.
"이제 개강이야?"
"응. 아, 맞다. 너, 집은 어디야?"
"… 일단 비밀이야."
"잘나셨어. 다 비밀이래."
지혜가 조금 뾰루퉁하게 말했다.
으, 그러고보니 그걸 생각못했네.
이대로 집으로 가면 우리집의 위치가 지혜한테 전송된다.
내가 자연스럽게 '석주네 집'으로 향하는걸 수상스럽게 생각할 가능성이 높지.
또 말도 안되는 오해를 살 행동은 그냥 안하는편이 좋았다.
그럼 당분간 세찬이랑은 따로 살아야하는건가? 잠깐 실버쪽에 빌붙어야하나.
지혜가 옷을 다 갈아입었는지, 옷이 쓸리는 소리가 멎어서 나는 눈을 떴다.
근데 떴는데도 조금 시야가 흐린게 답답해서 도로 눈을 감아버렸다.
아, 낮에 눈감고있으려니 졸립긴 하네.
"너도 사냥꾼이라고 했지. 그게 대체 뭘 하는거야?"
"글쎄…. 뭐라고 할까…."
나는 조금 고민했다.
뭘 했지 내가?
일단 기억나는대로 짚어보자면 존나큰 괴물이랑 싸우고, 흡혈귀랑 피터지게 싸우고, 놀이공원에 잠입한 흡혈귀를 색출해내 포획하고….
어, 이게 맞는건가?
세찬이한테는 분명히 좀더 쉬운 임무가 많다고 들었는데.
"모르겠다. 난 좀 특별히 힘든 일만 했어."
"두달밖에 안되었다면서. 쉬운건 없는거야?"
"쉬운거…. 아마도 있을텐데. 나중에 세찬이한테 물어보자."
"그래…? 그런데 좀 불안하긴하네. 너도 하고 있는걸 보면 조금 안심되기는 하지만…."
지혜는 뭔가 단단히 착각하고 있는것 같았다.
"나는 흡혈귀니까 그런거지, 아마 사람이라면 좀 정신적으로 힘든 일도 많을걸."
"뭐야. 걱정해주니?"
"정말이야. 못볼꼴 많이 볼 수 있어."
나는 사뭇 진지한 말투로 지혜를 다그쳤다.
"흡혈귀는 사람의 형태가 어떻게 훼손되든 별로 신경쓰이지 않아. 그런 녀석들이 사람을 어떻게 다룰지는 상상에 맡길게."
"으, 그렇게 진지하게 말하니까 좀 무섭잖아."
"미안. 근데 위험한건 맞거든…."
정말로 위험하지.
하지만 지혜가 혹여나 힘들어하면 도와줄 의향은 있다.
지혜가 저렇게 된것은 결국 내 책임도 꽤 큰 비중을 차지하니까….
"혹시 할당량이 문제되면 나한테 말해. 도와줄 수도 있을 걸?"
당장에 내가 피 한컵 빼주면 그게 가주급 흡혈귀의 혈액이다.
지금은 못 빼줄 것 같기는 하지만.
아마도 내 피는 쓸데도 많고 효능도 좋으니까 가격도 좋게 쳐줄 수 있겠지.
근데 이거 자주 써먹으면 인플레이션 생기는거 아닐까?
사냥꾼시장 피값폭락의 원인이 되는 흡혈귀라니, 굉장히 웃긴 그림이다.
"신경써줘서 고맙네. 나중에 그렇게 할게. 그런데, 넌 너나 좀 신경썼으면 좋겠어."
"나?"
"여자애가 그런 농담은 막 하고 다니는거 아냐. 알겠어? 무슨 남친한테도 안할 농담을 하고있니?"
"그거는…."
할말이 없기는 하다.
젠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