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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9화 〉뒷수습 (49/101)



〈 49화 〉뒷수습

참 오랜만에 푹 잤다.
하루종일 잔것같은데. 그동안 아파서 제대로 수면도 제대로 못했다보니 피로가 한번에 몰려온것 같다.
그럼 자는동안 생리대는 누가 갈아준거지?
음. 의사겠지뭐.
설마유디라가? 아냐, 아무리 그래도 그건 좀.

그리고 다음부턴 이런 무식한 방법으로 백신을 만든다고하면….

에휴. 다음이 있어도 또 이렇게 하지 싶긴하다.

어째든 지혜는 내 고생이 헛되지 않았는지 어떻게 치료를 성공적으로 하는중이란다.
정신도 차렸고.
그런데 보러가도 될까?
막 욕먹는거 아닐까?
 괜히 속이 좀 거북해졌다.


이제 남은건 지혜의 패밀리어 계약을 지우는 일이었다.
하지만 어떻게?
지하실에 감금해놓은 흡혈귀를 깨워서 야, 패밀리어 계약 풀어라. 하고 고문을 하면 되나?

지하실에 내려갔던 때에 본 그녀석의 모습을 생각하면 고문할만한 상황인가 조금 의심스럽긴 하다.
이사람들은 그녀석을 깨울 생각이 없어보이거든.
애초에 제정신을 차릴 수 있긴한가 모르겠다.
그 흡혈귀는 거의 마약 장조림이 되어있는데다가, 추가로 과학실 개구리 급의 해부가 진행되어있다.
꼴을보면 심문하고  그럴 수가 없을 것같다.
살아있어야 비싸다고하니 죽이지는 않을 것 같지만… 정말 죽이지만 않을 모양이다.


지금 흡혈귀는 사지 포박에 배도 어디까지나 외과적인 표현으로 '까뒤집고' 아주 난리도 아니다.
자신의 은밀한 부위를 전부 오픈한 흡혈귀?
아주 은밀한 대장, 소장, 간, 쓸개….
아무튼,  아름다운 광경이었다.
이거 아무래도 이 사람들…. 나한테 못할짓 걔한테  해버린다는 느낌인데.
계속 그걸 생각할때마다 소름이 돋는다.


나는 깨어나자마자 의사를 호출했다.

"증세는 상당히 좋아졌어. 믿을수 없을 정도로. 그런데 패밀리어 계약은 내가 어쩔  없을것 같아. 일단은 놔뒀어. 너도알다시피 정신은 건드리는게 많이 까다롭잖아. 나는 외과의라서 자신도 없고."
"네. 그럼 그건 나중에 하죠."


증세가 상당히 좋아졌다니 아슬하게 개강에도 맞춰서 퇴원  수 있을것 같다.
근데 지혜 얘는 일주일정도 연락이 없으면 누군가 찾는 사람 없으려나.
하긴, 마지막에 그렇게 가버렸으니 며칠 잠수탄다고해도 자연스러운 일인가 싶네.


"그나저나, 너 목욕좀 해야겠다. 어후. 냄새가…."
"음…."


그러고보니 안씻었지.
아무리 내가 형상기억합금같은 흡혈귀 미소녀라고해도 생물인이상 분비물이 나오고, 노폐물이 나오는것이다.
씻어야지.

초커는 벗겨지는 구조가 아니라서 그냥 초커위에 씌워버렸던 개목걸이를 의사가 풀어줬다.
몸이 한결 가벼워진것 같은데, 여전히 별로 힘은 안들어간다.
그래도 물리저해를 해제할 정도로 힘이 없진 않네.
난 주먹을 몇번 쥐었다 펴며 말했다.


"그래야죠."
"도와줄까? 후후…."
"아뇨. 혼자 할건데요."

나는 정색하고 황급히 목발을 짚어서 도망쳤다.
내가 미쳤냐, 당신이랑 목욕을 하게.
이번엔 또  짓을 하려고.
 전혀 남자로 보지 않는듯한 그녀의 손길은 나에게는 많이 거북한 것이었다.
아니, 스발 생각해보니 거북함 이전에 성추행아닌가 싶다.

어째든 그런 의사를 뿌리치고 목욕탕에 도착한 나는 탈의실에서 옷을 벗었다.
휙, 휙!
섬세하게 벗고 그럴 시기는  지나서, 난 대충 벗어놓고는 들어가서 물부터 틀었다.
으음…. 우리 자취방보다 뜨거운물이 잘 나온단 말이지. 인터넷만 되면 여기서 사는건데 참 아쉽다.

"흐어…. 시원타."

역시 따스한 물이 몸을 흐르는 감각은 기분이 좋다.
언젠가 욕탕에 몸을 뉘고싶기도 하다.
공중목욕탕은 좀 문제의 소지가 있긴 하겠네.
욕조 있는 집으로 이사를 가야하나?

좋아, 나중에 돈벌어서 이사가야겠다.
근데 명의는 어쩌지. 아빠한테 명의 빌려달라고하면 해주려나.
이사까지 가면 민석이나 지혜같은 애들이랑은 완전히 떨어질 것 같지만…. 어쩔 수 없지.

그런 잡생각을 하면서 계속 몸을 씻던 중이었다.
사락, 사락.
누군가 들어오려는 소리.

"저기, 의사에요? 혼자 할  있다니까요?"
"나야."

지혜의 목소리였다.


"아."

 황급히 눈을 돌렸다.
사실 어차피 눈이 잘 안보여서 안 돌려도 뭐 안보이긴 하는데, 좀 반사적으로 돌아갔다고할까.
왜지, 여자 몸은 이제 익숙한데 말이다.
솔직히 한달 두달 내몸도 계속 보는데다 여체에 물리적으로 반응하는 것도 사라졌으니 약간 초연해는 감이 있던 것이다.


그런데 원래 아는사람의 나신이라면 얘기가 조금 다른듯 하다.
추가로, 지혜는 이제 나를 싫어하는것 아닌가?
그렇게 내가 어버버하고 있을때, 마침내 지혜가 들어왔다.
아니, 이런 이벤트에선 수건으로 몸을 가린다거나 뭐 그런 클리셰가 있었던것 같은데, 얘는 그런거 하나도 안 걸쳤다.
하기사 목욕하러 들어오는데 그걸 왜 걸치겠어.
민석이가 추천해준 애니메이션같은데선 이런 장면에서 수건 두르고 그러길래 내가 모르는 여자목욕탕의 문화인가 싶었다.
근데 그건 그냥 검열인것같다.

"무슨 목욕하면서도 귀걸이랑 목에 그걸 안빼."
"이건 그…."

으윽….
지혜는 약간 화가 난것 같았다.
얘 누가 보냈냐.
어? 환자는 안정을 취해야될거아냐!
내가 대답을 안하고있자 지혜가 다시 싸늘한 어투로 묻는다.


"왜 그랬어?"
"뭐, 뭘요?"


문득 나는 불안해졌다.
지혜는 대체 나를 어떻게 기억하고 있는걸까?
갑자기 갈비뼈를 부숴버리며 몸을 부딫혀온 미친년?
아니면 갑자기 나타나서 김석주랑 붙어먹는 이상한년?
그것도아니면 ..…..


"네가 날 구했다면서."
"예? 아, 그거…."

구하긴 구했지, 애초에 그러려고 따라갔던거니까.
그런데 대체 어디부터 기억을 해서 어떤방식으로 내가 구했다고 생각하는걸까.
어떻게 대답해야 하나 고민하던중, 지혜가 물었다.


"석주는? 어디갔어?"
"그거느은…. 그게요…. "

여깄습니다.
제기랄, 거짓말하기 너무 힘들다.
뭐하나 대답할 수가 없네.
이런 내가 답답했는지 지혜가 결국 참지 못하고 대화의 주도권을 포기했다.

"말 놔도 돼. 상관 없으니까. 너, 끝까지 존댓말 할래?"

조금 퉁명스러운 어투였다.
나는 지혜가 화낼까봐 즉시 말을 놓기로했다.
이미 지혜에게는 미움받을대로 받아보지 않았던가.
게다가 완전 이상한 여자로 만들었고, 민석이나 선민이한테도 좋지 못한 모습을 보이게 했다.
솔직히 그건 많이 미안했으니까.

무슨말을 꺼내야할지 고민하다가, 조금 직설적으로 묻기로했다.

"어디까지 기억해…?"
"너랑 싸우고나서 혼자 돌아갈때즈음부터….  기억이 안나긴하네.  쓰러져있을때  목소리는 들었어."

정말 애매하게 기억하네.
정신간섭을 당했을때는  기억을 못하는건가?


"인형탈 썼던건 기억 나?"
"내가 그걸 썼다고? 왜?"
"아니, 아니야."
"뭐야."

옆자리에 다가와 온수를 조절하는 지혜의 형체가 보인다.
나는 또 뭐라고 해야할지, 뭘 해야할지 몰라서 멍하니 물만 맞고 있을때였다.

"너 무슨 비밀요원같은거야? 여긴 또 어디고."
"음…. 말해줄수가 없어."
"다들 그렇게 얘기하더라. 말해줄 수 없다고."

답답하겠지, 나도 알것같다.  기분.
그래도 나는 상황이 지혜랑은 달라서 물어보면 대부분 대답을 들을 수 있었는데, 얘는 완전 민간인.
 일이 끝나면 또 기억을 지울지도 모르고.
그런데 왜 바로 안지운거지?
어차피 나중에 지울거라면 별로 상관 없긴 하겠지만….

"나 뉴스봤어. 우리가 갔던 그 놀이공원…. 상당히 위험했다던데."
"그랬었지."

목욕하면서 나누기엔 퍽 무거운 주제였다.
그래서 딱히 대답하지 않고 쓴웃음을 지으며 비누를 찾았다.
몇번 더듬거리며 비누를 쥐고 머리에 거품을 내고있자, 지혜가 내 손에서 비누를 빼았아갔다.

"말해 봐. 김석주랑 무슨 관계야? 왜 거기 따라갔던거야? 혹시 스토커야?"
"마, 말해줄수가 없다니까."

특히 이런 상황에서는 더더욱.
서로 옷 다입고 한적한데서 분위기 다잡은 상태에서도 말해주기 껄끄러운걸 어떻게 말해.
게다가 이런 상황에서 '나 사실 김석주야!'라고 한다고 믿어줄리도 만무하지만, 만약 믿어버린다고해도 문제다.
지혜가 대체 날 뭐로 보겠냔 말이다.
서로 알몸 다 보이고 있는 상황인데.

나는 지혜의 손에서 비누를 빼앗으려고 손을 휘적였지만 촛점도 흐릿하고 잘 안보여서 잡을수가 없었다.
씨, 혈류라도 돌려야되나. 힘든데.

"뭐야 너, 설마."
"뭐, 뭐…요."

순간 반사적으로 존댓말이 튀어나와버렀다….

"이거 몇개로 보여?"


지혜가 손가락을 펼쳐 눈앞에 내민다.
갑자기 그건 왜?
인상을 찌푸리며 촛점을 맞춰보려고 했는데,  안 맞는다.
3갠가? 4갠가? 두개같기도 하고. 왜 자꾸 움직이는거야?

"3개, 아니 4개."
"심각하네. 원래 눈이 잘 안보여?"
"아니, 일시적인거야."

어차피 금방 나을거다. 푹 쉬고 잘 먹으면 알아서 낫는정도.
혈류를 돌릴것도 없지.
지혜가 내 목을 보며 물었다.
그곳엔 내가 지혈할 정도로만 치유를 해놓은 상처부위가 있는 곳이었다.

"이건 또 뭐야, 누가 깨물었어?"
"이거는…."
"누가 이런거야? 언제 그랬는데?"
"…….."


흡혈귀가 그랬는데.
라고 속으로만 생각했다.

"하아…."


내가 모든 대답을 피하자, 지혜가 한숨을 쉬고는 비누로 내 머리를 감겨준다.
아니 근데 얘도 병상에 누워있어야할 사람이 왜 지금 이러고 있는거야.

"힘들텐데, 안그래도 돼."
"됐어, 내가 알아서 할게."

나는 한숨을 쉬면서 그냥 지혜의 손길에 눈을 감고 몸을 맡겼다.
흠. 기분은 좋은데.
섬세하게 다루는듯한 손길이 나른하게 만드는걸.

"뭐 여자애가 비누로 머리를 감는대. 여긴 샴푸같은거 없나?"


집에는 샴푸가 있기는 한데.
옛날에 세일할때 사둔거지만 말이다.
특별세일할때 이름값에 비해 싸다고 한번 써보자하면서 바디워시랑 같이 각각 4통을 집었었는데, 남자 두명이 쓰기엔 양이 꽤 되는 것이라 전부터 계속 쓰던것이다.
이제 머리카락이 길어지면서 샴푸도 많이 쓰고 있다보니 거의  쓰긴 했지만.
아마 샴푸 다쓰면 또 전처럼 비누를 쓰던가 할수도 있다.

머리를 만져주는 손길이 점차 부드러워짐에따라 나는 입을 열었다.
 



"…화는 풀렸어?"
"아니."


흠칫했다.
나의 그런 몸짓을 느꼈는지 지혜가 싸늘하게 말했다.

"너한테 화난건 아냐. 내가 화난건 다른거. 김석주말이야. 아니 그렇게 안봤는데, 애가 이런데 어째 코빼기도 비추질 않네. 뭐야, 어디갔어?"
"……."

미안, 미안합니다.
내가 그 김석주니까 코빼기를 비출수가 없다.
세찬이도 그때 놀이공원에서 그게 아무래도 마지막이 될 것 같다고 했었고 말이다.
어떤 표정을 지어야 자연스러울지 모르겠어서 허탈하게 하하하 거리고 있다.
애매할땐 역시 웃음이지. 대충 웃으면 애지간해선 욕이 들어오진 않는다.
웃는 얼굴엔 침  뱉는다잖아.
하아….


지혜는 내 뒤에서 머리를 섬세하게 문지르며 거울을 통해 나를 보고있었다.
뭐, 지혜가 들어오자마자 의식적으로 인식저해를 거둬들인 참이다.
거울에 비치지 않는 내 모습을 보면 대체 뭐라고 생각할까 해서.
오해를 받더라도 인간의 범주로 받는게 낫겠다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화장은 안하는거야?"
"으응. 하는법도 모르고."
"흐음. 그래?"


지혜는 약간 풀죽은듯한 목소리였다.
뭘 숨기랴, 내 평생에 얼굴에 뭘 바른건 선크림이 처음이었다.
그것도 남자일땐 그냥 안발랐다.
아마 내가 흡혈귀가 아니었으면 이렇게 되고나서도 안발랐을 걸.
원래 뭐 안 발라도 피부가 나쁜편도 아니었고, 화장품 같은거에  돈도 아까운데다가, 뭔가 갑갑한것이 싫어서 전혀 화장품은 사지 않았기 때문이다.

누가 화장을 가르쳐준적도 없다.
게다가 나 혼자 하고 싶은일도, 누가 해줬으면 하는 것도 아니다.
이미 여성복과 여성속옷으로도 충분한 자괴감이 나를 조지고 있는데, 화장까지 한다?
말이 안된다 이말이지.
절대 안해.


"하아. 됐어, 이제와 질투해서 뭐하겠니. 김석주 걔는 참 복받았어. 이런애랑 사귀고."
"사, 사귀는거 아닌데."

내가 어떻게 나랑 사귀냐.
그리고 놀이공원에서 같이 있던건 김석주가 아니라 한세찬이었다.
그것도 날 연기하는 한세찬.
자꾸 요즘들어  앞에서  이름이 타인화되는 감각이 기묘하다.
본인 뒷담을 앞에서 듣는 기분이랄까.

"사귀는게 아니라고? 그럼 대체 뭐야?"
"그냥 아무사이 아닌데. 따지자면 친구사이…."
"고백같은건 안했고?"
"당연히 안했지."

그러자 지혜가 조금 미묘한 표정을 짓는다.
표정으로 감정을 파악하는 능력이 원래도 그닥 좋지 않은데다가, 지금은 시야도 별로 안좋아서 대체 무슨 표정인지 알 수가 없다.


비누칠을 다 끝낸건지, 샤워기로 비누를 흘려보내는지혜의 손길은 역시 기분이 좋았다.
가끔은 나도 조금 섬세하게 감아볼까, 맨날 무슨 빨래하는 기분이라 힘들어서 대충 걸레빨듯이 감았는데.
긴 머리는 어떻게 감아야하는지 알려주는 느낌이다.
그런 손길을 느끼던중에 지혜가 조그맣게 중얼거렸다.

"....설마, 말도안돼. 김석주 그새끼 진짜 눈치없구나. 아, 하긴. 걔는 어쩌면 그럴법도 한데."
"……."


내가 눈치 없는건 사실이긴하지.
얘가 나 좋아한다는걸 전혀 몰랐었으니까.
세찬이는 바로 눈치챘던거 같은데, 난 그냥 그때그때 지혜의 행동에 딱히 의미를 부여해본적이 없어서 전혀 몰랐었다.
그러니 이 말은  과거에대한 비수다.
탓하려면 과거의 눈치 밥말아먹은 나 자신을 탓해야 하리라.

잠시 중얼거림을 멈춘 지혜가 결연한듯 말했다.


"도와줄까?"
"뭘…?"
"고백하는거. 하아, 난 이미 퇴짜를 맞긴 했지만. 너도 언제까지 그러는건 싫을 것 아냐."
"아니, 무슨소리를…! 그런거 아니래도?"

나는 벌떡 일어나서 부정하기위해 손사래를 쳤다.
아니, 오지랖이야!
대체 무슨 오해를 저렇게 빡세게 하냐?

미끌.

아차, 그러고보니 내 몸상태는 지금 정상이 아니었지.
바닥도 물묻어서 미끄러운데다, 다리도 후들거려서 여기까지 목발짚고 왔다는걸 상기했다.
깜빡하고있었네. 하도 머리에 피가 쏠리다보니….

"어어?"

콰당!


머리부터 꼬라박은 나.
몸속에 느껴지는 피의 흐름을 보니, 뒤통수가 좀 찢어진모양이다.
후후, 이제 출혈의 권위자가 다 되었군.
흡혈귀되고나서 피 흘릴날이  많아.
시발, 매달 가랭이 사이로 빼는 피가 모자랐는지, 이젠 머리통으로도 빼고있다.

"흐흐흐…."
"어? 릴리야! 정신차려, 왜이래?"
"괜찮아요 이정도는 뭐…."

혈류를 살짝 돌리면 나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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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이 들어?"
"엥?"

나 설마  기절했냐?
머리가 지끈거리는거보니까 맞는것 같다.


"목욕탕에서 갑자기 일어나면 어떻게해."
"아, 그러게요."


내가 생각해도 멍청한 짓이긴했다.
그런데 기절할만한 충격은 절대 아니었는데, 뭐지?

"의사, 제가 왜 여깄죠?"
"흠, 아까 지혜라는애가 데려다놨어. 그런데, 걔에 대해서  말이 있는데."
"뭔데요…?"

지혜한테  무슨 일이 생긴건가?

"으음, 지혜가 입은 내상은, 아무리 내가 혼신의 힘을 다해 수술해놨다해도 그렇게 빨리 나을 수는 없어. 알지? 보통 그정도는 상해는 적어도 3주는 가는거."

에? 무슨 마법적인 뭔가를 한게 아니었어?

"치료가 빠르면 좋은거죠."
"뭔가 치유가 묘하게 빨라서 신체검사를 다시 해봤는데, 흐음…. 이게말이지…."

의사는 자꾸 뜸을 들이며 턱을 쓸었다.

"마력식이 발현된것 같아…. 네 피를 매개로…. 음…. 마력패턴은 좀 알아봐야 할것 같은데….."
"엥."


옆에서 팔짱을 끼고 듣고있던 유디라도 난처한 표정의 의사를 돕기 위해서인지 한마디 거들었다.

"그리고 패밀리어계약도 너한테 이양됐어. 축하해야 하나? 여러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내생각은 그 흡혈귀가 네 피를 너무 많이 마셔서 계약이 너랑 지하실의  흡혈귀를 구분하지 못 해서 생긴 오류…. 같아. 뭐, 가설이지만."

의사가 유디라를 엄지로 가르키며 말했다.


"…라고하네."


"하이고."


날보고 또 어찌하라는 것이야요. 시부럴.

"흡혈귀?"
"허어."

고개를 돌려보니 내 반대편에는 지혜가 의자에 앉아서 그 이야기를 다 듣고 있었다.
또 지혜의 옆에는 주머니에 손을 넣은 한세찬이 한쪽 눈썹을 치켜올리고 서있었다.
나는 허탈하게 말했다.

"일이 굉장히 많이 꼬였네."
"그러게 말야."
"이건 어떻게 수습해야 하나."
"그러게 말야."

일단 머릿속좀 정리하자.
제기랄, 이라는 또 어딨냐.
이라야, 네 털이 필요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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