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45화 〉블러드 카니발 (45/101)



〈 45화 〉블러드 카니발

-어떻게 할까요? 사격합니까?
"기다려요! 이 사람,  친구에요!"

집에 간거 아니었냐고, 어째서?
나는 아까 지혜에게 박아넣었던 숄더태클의 타격감을 회상했다.
그거… 좀 사정없이 꽂았는데?
뭔가 부러지는 듯한 감각도 분명히 느껴졌다.

"크흐윽,… 으으윽…."
"잠깐만, 조금만 참아."

나는 지혜의 인형탈을 벗긴후에 내가 숄더태클을 박아넣은 부위를 확인했다.
만져보니까 금이  수준이 아닌데. 완전 박살이 났다.
두꺼운 인형탈이 전혀 충격을 받아주지 못한 모양이다.
그야 그렇겠지… 내가 그것까지  고려해서 박아넣은거니까….

"ㄹ…..ㄹ릴….., 너,….크아아,….!"

지혜는 고통스럽게 말을 내뱉다가 기절했다.
그야 갈비뼈가 작살나고 내장이 진탕이되었으니 그렇겠지.
어떻게하지? 내가 입은 상처라면 복구시킬수가 있는데, 남이 입은 상처는 어떻게 해야하는거야?
따라온 유디라도 놀란듯이 보였다.


"무슨일이야? 어째서  아이가 인형탈에?"
"저도 잘 모르겠어요…."

내가 어떻게 알아, 기절한 지혜를 깨울수도 없고.
상황을 설명할것도 막막하다.
그럼 진짜 흡혈귀는 어디에있는거야?
잠깐, 일단 119부터 불러야하나? 어떻게 하지….
내가 동동거리며 119에 전화를 거냐 마냐로 고민하고있을때, 세찬이랑 이라가 다가왔다.

"잠깐 나와봐. 아니, 아니다. 도구함에서 내 도구좀 꺼내와. 해도 거의 졌으니 상관 없겠군."
"아, 알겠어."


정신이 들은 나는 한세찬의 지시대로 물품보관함으로 달렸다.
사람이 너무 많아. 좀비행색의 알바생과 그걸 찍는 사람들도 너무 많다.
인식저해를 둘렀으니 사진에 찍히진 않겠지만, 사람들과 부딫히면 인식저해가 무용지물이 될 테니 조심해야한다. 인식저해는 투명인간이 되는것이 아니니까.

나는 아예 땅을 밟지 않는 방식을 택했다.
건물지붕, 가로수, 가로등, 때로는 롤러코스터나 지상열차의 레일까지 밟아가며 입구로 달렸다.
내가 이런게 가능할줄은 몰랐는데.
원래 능력은 안쓰면 퇴화하는거 아닌가? 의식하지 않으니 몸이 알아서 척척 해주는 느낌이다.
너무 비일상적인 움직임이라서 몸이 직접 움직여주는 것일지도 모른다.

도구함은… 당연히 그대로 있다.
나는 도구함을 들쳐메고 다시 달렸다.
비슷한 경로를 걸쳐 돌아가니, 세찬이밖에 없었다.

"이라랑 유디라는?"
"일단 추적. 이라가 냄새를 맡았어. 실버는 드론 영상을 돌려보고있고."

이라는 완전히 수색, 탐지견이 되어버렸네.
거기다 대화가 통한다는점에서 굉장한 추가점이다.


"얼마나 걸린대?"
"유디라쪽은 모르겠는데, 영상 돌려보는건 곧 끝날거다. 비교적 최근에 바꿔치기 당한것 같으니."


그렇긴하다. 우리가 지혜랑 헤어진게 한시간도 되지 않으니까.
아무리 늦게 바꿔친다해도 한시간짜리 영상만 돌려보면 찾을 수 있겠지.
역시 일처리가 빠르다고 해야하나.


"그거 써봤어? VP측정기?"
"물론. 이녀석도 패밀리어가 된 상태다."
"도대체 무슨 일이야…."


세찬이 도구함에서 조금 특이한 각인이 되어있는 대못을꺼냈다.
무슨 텐트 고정용 못처럼 생겨먹었는걸.
그런데 이거 이러면 도구함이 아니라 공구함아닌가. 완전히 못만 있는건 아니지만 그래도 대부분 은제 못인데.
한세찬이 기절한 지혜의 옆 바닥에 그것을 박아넣고는, 작은 침같은걸 놓아준다.
전에 저택에서 자신에게 했던 그건가?


….나는 뭘 해야할지 몰라서 그냥 옆에서 계속 발이나 동동거렸다.

"실버, 허가는 났습니까?"
-예, 방금전에 결계사용허가가 떨어졌습니다.
"그럼 B-2타입 유사차원결계에 패밀리어 부상자 한명 넣어놓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일단은…. 보호하도록하죠.


일단은? 일단은이라는 말이 조금 걸렸지만, 그걸 신경 쓸 때가 아니었다.
그때, 세찬이가 침을 다 놓았는지, 바닥에 꽂아놓은 못을 톡톡 치더니 성호를 긋자 공간이 찢기며 결계가 열렸다.
그러고보면 저것도  신기한 기술이야.
세찬이가 결계로 기절한 지혜를 데리고 들어간 후, 잠깐 시간이 지나니 실버에게 다시 연락이 왔다.

-아마 찾은것 같습니다. 남성, 검은 티셔츠, 청바지. 키는 약 180~190정도. 여자화장실에서 나오는걸로봐서, 이때 바꿔치기 했을 것 같습니다. 친구분은 들어가는 장면은 나왔지만 나오는 장면이 없는것으로 봐서 일단은 그렇습니다.
"여자화장실이라니…."

180~190의 장신 남자가 여자화장실을?
요즘 세상에 그런  했다간 바로 경찰서 직행이다.
안그래도 몰카다 뭐다 하는데, 인식저해라도 쓰지 않는이상 주변의 시선이 고울리가 없지.
그럼 흡혈귀네. 이번에야말로 진짜인가?

"위치는요?"
-비슷한 남성, 찾았어. 일단 확보.
"빨라…."

내가 안움직여도 다 알아서 척척 완료되는 사태에 살짝 허무함이 들 정도였다.
이사람들은 진짜 베테랑, 흡혈귀랑 싸운지 최소 몇년은 더 된 진짜 사냥꾼들이었다.
유디라는 사냥꾼이 아니긴하지만.
몇살인지도 모르겠고.

"그쪽이 어디죠?"
-시계탑 꼭대기. 분위기 잡고있길래 그냥 일단 후려쳤지.
"… 알겠습니다."


결계로 들어간 세찬이가 나오면 가봐야지.
시계탑이라니, 대체 또  노리던걸까.


-유디라, 일단 지금은 죽이지 말고 물리저해만 걸어두십시오.
-확인.

나는 마침 다시 결계에서 다시 걸어나오는 한세찬을 바라보며 말했다.

"찾았다는데, 어쩌겠어? 바로 갈까?"
"뭐, 빠르군. 역시 잔챙이였나."
"그렇다면 다행이고."

뭔가 일이 너무 잘풀리는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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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탑내부, 꽤나 복잡하게 톱니바퀴들이 얽혀있어서 뭔가 갑갑함을 자아내는 공간에 확실히 장신으로 보이는 흡혈귀가 목에 예의 그 개목걸이 구속구를 차고 바닥에 처박혀있었다. 팔 다리까지 꼼꼼하게 수갑으로 묶여있었으니, 절대 빠져나가지 못하리라.
근데 저거 원래 저정도 출력이구나. 진짜 아예 못 움직이네.

흡혈귀는 실버가 이야기한대로, 185센티미터인 세찬이랑 비교해도 꿇리지않을 정도로 키가 커보였다.
물론  남자는 키가  뿐이지 세찬이처럼 떡대는 없어서 조금 마르거나 평범한 체형처럼 보인다.
얼굴을 보니 중년층의 그 인상과 크게 다르지 않다.
멀쩡하게 생긴것이, 밖에서 그냥 만나면 평범하게 호감이 갈만한 인상이다.
키큰 미중년에 걸쳐있는 느낌이랄까.
하지만 지금 이 상황에서 저렇게 기분나쁘게 웃고 있는걸 보면 결코 누군가가 호감이 생기지는 않겠지.


"쿠흐흐…."
"이거 왜이래요? 머리를 다쳤나?"

참지 못하고 내가 묻자, 유디라는 고개를 저었다.


"모르겠어. 미친건 맞는것 같아."
"음…."


그건 그렇군. 미친것같다.
세찬이가 녀석에게 물었다.

"패밀리어는 네녀석 짓인가?"
"그럼, 이제와서 숨길게 뭐가 있겠나. 쿠흐흐…. 정말 웃기군. 이제와서 나를 잡는게 사냥꾼이 아니라 흡혈귀라니. 인간들은 정말 우리를 죽이기위해 무엇이든 이용하는군 그래."

녀석의 눈동자가 나와 유디라를 향했다.
나는 그저 조금 긴장했고, 유디라는 조금 미묘한 웃음을 흘렸다.
이녀석이 흡혈귀가 맞다면 지혜도 이 흡혈귀 짓이겠지.

"지혜를 어떻게 한거야?"
"아, 그 여자. 너나 사냥꾼과 친분이 있는것 같아서 이용해보려고 살짝 정신을 만졌다. 감정이 과잉된 탓인지, 매우 쉽더군."


그렇게 말하는 흡혈귀가 살짝 미소지었다. 자세때문에 한쪽 얼굴면만 보여서그런지, 매우 기분나쁜 웃음이었다.
저걸 그냥 어디한군데 조져놔야….
내가 달려들태세를 취하자, 세찬이가 손을 들어 제지했다.


"패밀리어와 결속을 끊어라. 그러면 곱게 죽여주도록 하지."
"곱게 죽여준다라…. 그거 참 매력적이군, 하지만 나는 상관없다."

대체 곱게 죽여준다는 제안이 어떻게 매력적인 제안이 되는지 나는 모르겠다.
그래서인지 사로잡힌 흡혈귀역시 코웃음을 친다.
계속해서 흡혈귀가 입을 열었다.


"쿠후후, 평생 죽지 못해 사는꼴이 되더라도, 난 이 일을 해야만 했으니까."
"이 일이라니? 무슨 꿍꿍이지?"
"오늘 이후로, 세상은 뒤집힐거다. 나는 테러리스트거든."


테러리스트가 자신을 테러리스트라고 부르는 경우가 있나?
나는 조금위화감을 느끼던 찰나였다.

-꺄아아악! 뭐야!
-이사람들, 갑자기 이상해!

밖이 어수선해진것같아, 시선을 옮겼다.
시계탑의 작은 창문으로 내려다보니, 밖은 정말로 블러디 카니발이 개최된듯한 아비규환을 보여주고 있었다!


-살려줘! 이새끼, 진짜로 물어뜯고있잖아!
-끄아아악!

뭐야, 좀비?
그건 분명히 사라진 비술이라고 유디라가….
유디라는 아리송한 표정으로 그 난장판을 바라보았다. 아니 저거 어떻게 수습하려고 보고만 있어?
나는 조금 다급해졌다.

"어떻, 어떻게해요?! 저거 설마하던 좀비 아니에요?"
"저건 좀비가 아냐…. 미묘하게 다른데…."


유디라가 망연한 말투로 그렇게 중얼거리자, 바닥의 흡혈귀가 당당히 말했다.

"당연하지. 저건 그냥 광견병의 변종이거든. 그동안 정신제어로 정상인처럼 묶어뒀을뿐. 원로원 놈들이 금지킨 비술이랑은 다르지. 하지만 현대에는 현대의 방식이 있는것 아니겠나?"


뭐? 좀비는 아닌데 광견병의 변종이라고?
대체 좀비라는것에 무슨 의미가 있어서 이런짓을 하는거야?
유디라는 손을 떨며 중얼거린다.

"미쳤네. 마녀사냥을 다시 일으킬생각이야?"
"사냥꾼, 흡혈귀, 우리는 세상에 우리의 존재를 알릴거네."


바닥에 누워 골골대는 남성흡혈귀의 목소리엔 자세와 걸맞지않은 중후한 울림이 있었다.
바닥에 뺨을 대고 입을 달싹이는데도, 단상에 올라 연설하는 듯한 모습이 그려지는것 같았다.


"사냥꾼에게 사냥당하던가, 연명하다가 자아를 잃어 미쳐버리던가…. 둘중에 하나를 고르라면 당연히 전자가 낫지않나? 우리는 모든 흡혈귀의 종말을 선고할것이다. 2000년전에 '진짜 왕'이 죽고, '어머니'까지 자식들을 버린 세상에서, 영원히 사라지기를…."

이야기를 계속하는 흡혈귀의 말을 귀찮고 짜증난다는 표정의 한세찬이 끊어냈다.
아무래도 이제 끝내려는 모양이다.


"미친새끼군. 그렇게 뒈지고싶으면 그냥 혼자 자살하지 그랬나."


그말을 끝낸 한세찬이 들을 필요 없다는  고개를 젓고 흡혈귀를 제압하려하자,

콰르릉!!

갑자기, 폭음과 함께 천장이 무너져내리기 시작했다.


무너진 천장에서 뭔가가 튀어나와 한세찬을 덮쳤지만, 세찬이가 빠르게 녀석의 목을 붙잡고 복부에 대못을 박아놓은뒤 가슴께에 큰침을 무슨 미싱기 속도로 타다다닥 쑤셔버리고 옆으로 치워버린다.

"허."

세찬이의 기예와도 같은 제압에 감탄할 틈도 없이, 나에게도 뭔가가 달려들었다.

"깜짝아."

내가 세찬이같이 놀라운 움직임을 보일수는 없었지만, 그냥 몸이 반응하니까 끝나있었다.
뭔가 피하고 때리고 한것 같은데, 모르겠다.
바닥엔 나이프가 떨어져있고, 내 손에는 인형탈옷을 입은 사람 한명이 쥐여있었으니까.
이젠 나도  몸이 무섭군….
내가 뭘했는지 모르겠다는 점에서  두렵다.


몸을떨며 옆으로 시선을 돌리니, 유디라에게도 사람이 하나 붙잡혀있었다.
무슨 인형탈 레인저인가.
하마, 고릴라, 악어라니.


"도망쳤군. 제기랄."

세찬의 입에서 나온  말을 듣고보니 흡혈귀가 사라져있었다.
튀었어?

-무슨일입니까?
"실버, 그새끼 일단 쏴요! 패밀리어가 된 사람들 걱정할때가 아닙니다!"

세찬이가 귀에 손을 대고 외치자,  곳에서 총소리가 들려왔다.

탕, 탕!


-한발은 다리에 맞았습니다. 그런데 생각보다 사태가 심각한데요. 제가봐도 이건 좀비사태나 다름이 없습니다. 일단 결계로 구역 격리는 해뒀지만…. 오래는 안갈겁니다.
"제길, 진짜 미친놈이었군. 하여튼 정신계 흡혈귀는 정상인 새끼가 없어."
"어떻게 하지?"
"일단 저 밖의 사태부터 진정시켜야해."


무슨수로? 그동안은  남성 흡혈귀의 정신간섭덕분에  일이 생기지 않았던 모양인데, 대체 이런일을 준비해놓고 왜 하필 지금 터트리는거지?
고민해봤자 답도 나오지 않을거고, 고민할 시간도 없었다.
밖은 이미 아비규환.
일단 이라는 밖으로 내보내는편이 낫겠다.


"이라야, 너는…."

어? 잠깐만, 이라는 어디갔지?
나는 시계탑 창문 너머로 거대화한 이라와 눈이 마주쳤다.
어…
 시계탑  11m는 넘을텐데.
 진짜 무서웠구나….?

-라이칸슬로프까지 폭주를…. 제압합니까?
"아니요, 이건 폭주한게 아니라 무서워하는거에요!"

저번에 병원에서 어두운 곳에서 치는 천둥소리에 놀라 커져버린 이라를 본적이 있었다.
애가 아무리 어른스러워도 결국 애다.
그야 사람들이 서로 난장판을 이루고있으니, 제정신을 유지하는게 더 신기하지.
게다가 이라는 큰 소리를 무서워하는 경향이 있고…., 시계탑 천장의 폭발소리와 실버가 발사한 총소리까지 겹쳐 난리가 난것같다.


-아우우우우우….!

이라가 울부짖었다.
투명하진 않지만 정말 쎄보이긴 했다.

"미치겠군. 유디라, 당신이 따라와. 너는 이라를 어떻게든 돌려놔."
"알겠어. 일단은…."

나는 반파된 시계탑 옥상으로 뛰어올라가 이라앞에서 크게 손을 흔들었다.
이러고있으니까 무슨 킹콩영화 여주인공이라도 된 기분인데. 허.
나는 왼손을 높이들고 흔들면서 오른손을 입 앞에 확성기처럼 대고 소리쳤다.

"이라야! 나 좀 봐!"
-아우우우우우우….!


미친 박력의 하울링! 그동안 나랑 같이 있으면서 격이 올랐기때문인지, 정말 말도 안되게 커졌다.
아무리 소리쳐도 이라의 하울링소리에 묻혀서 제대로 전달될지가 의문이다.
나는 더 크게 외쳤다.


"이라야! 켁, 켁."

성대는 그렇게 튼튼하지 않은 모양이네.
목이 따가워.
성대결절이라도 온거 아닌가, 싶었는데 곧 괜찮아졌다.
어쩌면 진짜 성대결절이 왔는데 회복해버린것일지도.

"귀에다대고 소리를 질러야하나."

그렇게 생각이 미치자, 나는 곧장 뛰어올라서 이라의 목덜미의 털을 붙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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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웅!


 뽑히는거 아닌가 생각했는데, 그건 아니었다. 몸집이 커지면서 털도 더 두껍고 튼튼해진것이, 무슨 조금 얇은 밧줄같다.
만지는 감각은 별로 좋지 않네.


그런데 이라가 놀랐는지 갑자기 질주하기 시작했다.


"어? 야, 야. 이라야 잠깐, 멈춰! 앉아! 기다려!"


어차피 사람말 다 알아듣는 이라한테 앉아, 기다려 같은 훈련을 시킨적이 없긴하지만, 혹시몰라서 외쳐봤다.
당연히 씨알도 안 먹히는군.

이거, 이러면 너무 당황스러운데.
이라는 무작정 숲쪽으로 내달렸다.
진짜 숲은 아니고 숲처럼 꾸며놓은 정원같은 느낌의 공간이긴 한데, 거기로 무작정 뛰어가는 이라의 목덜미를 붙잡고 바람의 속도를 만끽하다보니, 어느새 진짜 숲 한복판이다.
놀이기구들을  부숴먹는것보다야 낫긴 한데…

나는 이라가 조금이라도 가만히 있을때 털을 붙잡고 올라가 귀로 올라가 소리질렀다.

"이라야! 들려?! 나야!"
-우우우….

녀석이 내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나는 날아갈뻔했다.
으아, 털어내려고 몸까지 흔들기 시작했어!

"잠깐만 가만히 있어봐! 귀에 매달려 있으니까!"
-흐응?

이건뭐, 걸리버 여행기에서 소인국 사람의 입장이 된 느낌이다. 이정도로 클줄은 몰랐는데.

"진정해. 무서워할것 아무것도 없으니까…."
-우우웅….

어휴 힘들어.
역시 뭐 키우는거 쉬운일은 아니다.
아빠가 조금 존경스럽네. 비록 어린시절엔 대부분 위탁기관에 맡겨지긴 했지만….
그땐 아빠 혼자 일도 해야하고 바쁘셨으니까.


매일 이정도로 힘들다면 월 500만원의 양육비가 부족한거 아닐까.
이라가 고개를 바닥에 내리며 몸을 말았다.
기가 죽은 듯한 모습.


"진정됐어?"
-우웅….

점차 작아지기시작하는 이라의 몸집이 안정되어가는 정신상태를 대변하는것만 같았다.
그런데 아무래도 아직 완전히 진정되지는 않는지, 곰만한 크기에서  줄어들지는 않는다.
그런데 어쩌지, 더이상 시간을 낭비할수는 없다.
이미 너무 많이 시간을 썼다.
뭐, 세찬이가 잘 해주고 있겠지만…. 내 친구들이 걱정되기 시작했다.
애초에 걔네들 때문에 여기 온건데, 걔들한테 문제가 생기면  노력은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짓이 되어버린다.


"이라야, 지금 상태 유지가능할것같아?"
-커웅.
"가능하다는거지?"
-커웅커웅!

가능하다는 느낌의 울림이다.

"그럼 네가 날 태워줘. 채연이누나 냄새 기억하지?"
-아우우우...!

나는 하울링을 하는 녀석의 등 털을 꼭 붙잡고, 오토바이를 타듯 자세를 낮췄다.
폭신한 오토바이라니, 이거 승차감 최곤데.
심지어 늑대라니, 울프라이더. 간지도 난다.





"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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