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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4화 〉블러드 카니발 (44/101)



〈 44화 〉블러드 카니발

"실버, 여깁니까?"
-그렇습니다. 아직 나오지않은걸로 보아, 화장실 내에 있는것 같습니다.
"알겠습니다. 계속 주시해주세요."


흡혈귀는 화장실에서 짱박힌채 아직 나오지 않았다.
더워서 숨이라도 돌리는중일까?


"내가 진입할테니, 너는 여길 맡아."
"알겠어."

나는 조용히 구속제어술식해제를 읊었다.
힘이 차오르는것이 느껴지니 무엇이든   있을것같은 전능감이 느껴진다.
그러자 이라가 옆에서 묻는다.

"저는  할까요?"
"음…. 이라는…."

뭐 시킬게 없네.


"그냥 있어. 뭐 시킬게 없다."
"네."

세찬이 손을 휘젓자 어느새 말뚝만한 못이 손에 들려있다.
정말 신기한 재주라니까.


나는 세찬이가 들어간것을 확인하고 주변을 경계했다.
이상하네. 아무일도 없는걸.
아무일도 없는게 좋은거긴 하지만, 뭔가….
불안한데.

그때, 화장실에 들어갔던 세찬이가 땀 투성이가 되어있는 사람의 뒷덜미를 붙잡아 질질 끌고나왔다.
그 모습이 무슨 깡패영화의 한장면 같아서 나는 숨을 삼켰다.
그야말로 비주얼깡패.
비주얼적으로 그냥 깡패라는 얘기다.

"태양에 타지 않는군, 이건 흡혈귀가 아니야."
"뭐?"


 그딴 방식으로 흡혈귀를 구분한다냐.
하긴, 같은 흡혈귀가 아니고서야 인간은 흡혈귀를 봐도 그게 흡혈귀인줄 모르니까.
그런데 확실히 저 사람은 흡혈귀가 아니다.
뭐지?

"그냥 민간인인가?"
"그것도 아닌것 같은데."

한세찬이 무슨 은색 볼펜같은 도구를 그 남자의 몸에 갖다대자 옅게 진동하며 반응한다.
저거 예전에 내가 만졌다가 부숴먹은 그건가?
음, 원래 불빛이 들어오는거였구나.
바로 부숴버려서 몰랐네.


"흡혈귀가 아닌데 반응이 있다… 이건…."
-패밀리어…. 일이 커지는군요.

실버의 걱정섞인 음성이 세찬의 이어폰 너머로 들려왔다.
허참, 가까우니 이어폰소리까지 들리네.

"패밀리어라고?"
"아, 흡혈귀에게 이름을 알려지면 좋지 않다고 했지. 이게 그 이유중에 하나다. 정신계 흡혈귀에게 걸렸나보군."


세찬이가 몇번 그 사람의 뺨을 후렸지만 '으으…'하는 신음만 흘릴뿐, 제정신은 아닌것 같았다.
결국 그 사람은 한세찬에의해 벤치로 던져졌다.
으음, 죽은건 아니겠지.
119라도 불러줘야하나?


"패밀리어, 예전에 유디라가 말한 그거 맞지?"
"그래. 자세한건 나중에 설명하지."

급한건 지금 흡혈귀의 행방이니까.
그때, 이라가 벤치에 쓰러진 남자를 콕콕찔러보다가 냄새를 맡고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런데 벤치의 남자는….


….사람한테 이런말 하기는 그런데, 솔직히 별로 만지고싶은 행색은 아니었다.
완전히 땀으로 푹 절여진 무슨 걸레짝을 보는것 같았다.
머리도 안 감은것 같고…. 사실상 노숙자나 다름없어 보였다.
나는 이라를 붙잡아서 뒤로 끌었다.


"이라야, 지지야. 지지."
"누나, 이 냄새 맡아본적 있는 냄새에요."
"뭐?"

이라는 계속 고개를 갸우뚱하며 생각을 하다가, 문득 떠올랐다는 듯이 '아!'하는 탄성을 냈다.

"토끼인형에서 났었어요. 누나랑 닮았다고 생각해서 냄새를 기억했나봐요."
"토끼인형?"


세찬이한테 물어보니 이녀석은 고양이탈을 쓰고 있었다고 했다.
그럼 지금 토끼는 어디있어?


-토끼는 회전목마쪽에 보입니다. 블러드시티쪽으로 이동하는  같군요. 어떻게할까요?
"좋아요, 실버. 계속 주시하다가, 뭔가 이상한 낌새면 그냥 쏴버려요."
-알겠습니다, 세찬.

조금 강경하긴 했지만, 만약 상대가 흡혈귀라면 어쩔 수 없다.
그런데, 블러드시티쪽이면 민석이쪽 애들이 있는 곳이잖아?
설마 이건 미끼였나?
아니면 여기서 뭔가 다른 일을 준비했던걸까?
그래도 아직  토끼탈을  인물이 흡혈귀라는 확신은 없으니…


나는 쓰러진 남자의 상태를 확인하고는,  남자의 휴대폰으로 119를 불러놓고 자리를 떴다.
내 휴대폰으로 걸었다가 참고인 신분으로 잡혀가면 좀 곤란할것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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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식저해와 초인적인 신체능력을 바탕으로 나는 세찬이를 업은채오 달려서 블러드시티로 되돌아왔다.
그러고보니 이놈 업고 돌아다니던 때가 생각나네, 저택에서 말고도 옛날에 초등학생때는 내가 더 커서 가끔 산에서 놀고나서 힘들면 업어준적도 있기는 했다.
이제 체격의 차이가 크다보니 제대로 들쳐메기가 힘들뿐.
그나저나, 가볍게 숨이 차긴 하네. 아무래도 폐활량도 생각보다 아주 좋은건 아닌 모양이지.
세찬이가 미묘한 표정을 지으면서 내 등에서 내려왔다.


"후우…. 왜?"
"아니, 팔다리 멀쩡한데 업히는게 조금."


뭐라고 말할지 잠깐 고민하는것 같다가,

"…탈것 외형이 마음에 안든다는 얘기지."
"뭐임마?"


외형같은소리하네, 내가 무슨 온라인게임 캐쉬 탈것도 아니고.
아니, 그보다 빠르게 이 둘을 옮길 수 있는 방법이 우리에겐 없었다.
세찬이가 아무리 뛰어봤자 결국엔 인간이라 흡혈귀의 속도보단 느리고, 그렇다고 놀이공원 한복판에서 오토바이를 몰 수도 없잖아.
뭔가 마음같아선 좀 더 말싸움을 하고 싶었지만, 지금은 그럴때가 아니었다.

"후우, 애들은 어딨죠? 실버?"
- 근처네요. 블러드시티의 시계탑 근처에서 저녘 식사를 하는것 같습니다.
"좋아요. 유디라는?"
"여깄어."

소리가 나는 쪽을 돌아보니, 무슨 저택건물 지붕에 올라가 있었다.
블러드시티라더니.
꽤 햇빛이 약해져서 그런지, 선글라스나 마스크는 벗은채였다.
정말 중세느낌의 건물로 꾸며놓아서그런지, 흡혈귀랑 너무  어울리는것같아….

"아, 옛날생각나네. 여기, 상당히 잘 만들어졌는데?"
"……."

역시 그건 경험자의 포스였군.
대체 몇살일까? 유디라. 500년 전 얘기도 한걸보면 혹시 그때 사람인가? 누나가 아니라 할머니였네.


"릴리, 너도 올라올래? 여기서 보면 네 친구들 잘 보여."
"아뇨. 그건 좀."

그런 짓을 했다간 순도 100% 흡혈귀로 보일걸요.
안그래도 지금 너무 흡혈귀스러운 외형인데 말이야.

"아, 토끼가 움직인다. 너희 친구쪽으로 가는데?"
"어디요?"


나는 순간 점프로 도약해 유디라 옆으로 착지해 섰다.


"…뭐, 저쪽이야."

유디라의 손끝을 따라가보니, 즐겁게 식사를 하는 3명과, 그들에게 다가가는 부자연스러운 토끼인형이 보였다.
이 구역 밖에서 볼때는 괜찮았는데, 이런 중세시대 배경의 건물들 사이에 저런 인형이 있으니까 엄청나게 안 어울렸다.


"뭘 하려는걸까요?"
"글쎄, 나도 모르겠는데."

모르겠으면 선빵을 쳐야지.

"세찬아, 먼저 가도 돼?"
"뭐? 안될건 없다만, 괜찮겠어?"

녀석은  걱정하는듯 했다.
하긴, 사냥꾼으로써 사냥을 시작한지는 얼마 되지 않았는걸.
하지만 지금은 물리저해도 없고, 저녀석은 혼자다. 제압하지 못할 이유가 없지. 일단은 빠르게 한대 먹여주고 인형탈을 벗길 생각이었다.


"간단해. 질것같은 느낌은 아닌데."

이것도 감이라고 해야 하나, 그런게 느껴졌다.
내가 조금 확신을 담아 이야기하자, 한세찬이 고개를 끄덕였다.

"뭐, 그래도 그다지 높은 난이도의 의뢰는 아니었으니까…."
"선수필승. 천천히 따라와!"
"네녀석이 텐션 높은게 제일 불안한데."

하하! 그런가?
오랜만에 물리저해를 풀고 날뛰어볼 생각을 하니 기대가 되기는 한다.
생각해보면  몸땡이를 제대로 실전에서 써볼일이 없었으니까.
나는 숨을고르고 집중을 해서 인식저해를 몸에 강하게 두른후에, 발을 박찼다.
혈류는 아직 쓰지도 않있는데, 한발 내딛을때마다 배경이 휙휙 지나간다.
뭐지, 신체능력이 더 좋아진걸까? 에이샤의 피가 나름대로 몸보신이 된걸지도.


에이샤는 사실 나에겐 에너지 드링크가 아니었을까?
그렇게 생각하니 아쉽다.
생포를 했어야 했는데….

음? 잠깐, 내가 또 무슨 생각을….
요즘 왜 이렇게 생각이 이상한 방향으로 튀는거지?
인간인 나라면 절대 안할 생각을 자꾸 하게된다.
미친걸까?

아무튼 순식간에 토끼인형과의 거리를 좁힌 나는, 달려든 속도 그대로 숄더태클을 먹였다.


"끄하악!"
"엉?"


의외네, 여자 목소리잖아?
탈을 벗겨보자, 아주 익숙한 얼굴이 드러났다.


"송지혜?"

니가 왜 거기서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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