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25화 〉하루살이와 병문안 (25/101)



〈 25화 〉하루살이와 병문안

나는 왼손과 오른손을 계속 쥐락펴락했다.
왼손은 몰라도 오른손은 너무 오랜만에 느껴보는 감촉이라 너무 행복하다.
에이샤의 피를 빨아서 그런가?
이틀만에 손이 자라버리네.
오후 8시 30분.
그 여사냥꾼에게 빌려입은 티셔츠와 반바지를 입고 집에 도착했다.

"여기가 너희 집이야?"
"네. 잠깐만요."


나는 비밀번호를 입력하고 문을 열었다.

띠리링~

집안엔 불이 켜져있었다.
악마사냥꾼이 테이블에 앉아 개를 쓰다듬고 있다.
무슨종인지는 모르겠다. 허스키 새끼 닮은거 같은데.
몸집은 크지만 아직 어린것 같다.
눈망울이 크고 주둥이가 아직 조그맣거든.

저런 개는 또 어디서 데려온거람.
키우라고 하지만 않으면 좋겠다.
나 개 무서워하는데…….

잠시 날 쳐다보던 그녀가 주머니에서 예의 그 기계를 꺼내 목에 댔다.

"늦었구나."
"와! 그거 뭐에요? 당신 누구에요?"


뒤에서 검은머리의 사냥꾼이 흥분해서 질문을 했지만, 악마사냥꾼은 익숙한듯 그냥 무시했다.
그런데 둘러봐도 꼬마는 보이질 않았다.


"그런데 꼬마는요?"
"여기 있지않니."

응? 어디있다는거야?
그녀가 가르키는 것은 자신의 무릎위에 엎드려 자고있는 개였다.


"이 꼬마는 라이칸슬로프란다."
"예에? 아니, 뭐. 라이칸슬로프도 있어요?"


뭐, 세상이 괴물판이다.
내가 지른 소리를 듣고 깼는지, 무릎위에 엎드려 자고있던 꼬마…였던 개가 몸을 일으켜서 나의 다리에 달려들어 몸을 비볐다.


"으, 잠깐만."


나는 갑자기 달려드는 개의 박력에 놀라서 슬금 뒷걸음질쳤다.
그러자  강아지가 충격받았다는듯이 꼬리를 축 내리고 바닥을 내려다본다.
불쌍하긴 하지만, 초등학생때 크게 물린 이후로 개는 좀 그렇다.
게다가 강아지라곤해도 꽤 크다.
생각해보니 라이칸슬로프면 개가 아니잖아, 늑대지.
앉으니까 내 허벅지까지 올라오는 크기였다.


"와! 라이칸슬로프! 나 처음봐!"


라이칸슬로프라고해도, 두발로 서있다거나 말을 하는것도 아니고 내가볼땐 그냥  개다.
검은 사냥꾼이 개를 붙잡고 턱과 머리를 쓰다듬고 있었다.
저건 또 좋다고 꼬리를 흔들고있다.
나는 그 장면에서 눈을 떼고 악마사냥꾼을 바라봤다.

"천년전에 멸종한 종족이지."
"멸종한지 천년이라니, 그런 종족이 어째서 지금 다시 나타난거죠?"
"오라클이 어떤 목적으로 만들어낸 모양이더구나."

자세한 일은 그녀도 알려주지 않았다.
하지만 왜 갑자기 늑대로 변한거지? 늑대인간이라면 원래 막, 인간도 되고 늑대도 되고 변신하는거 아니야?

"그런데 지금 쟤는 왜 저렇게 있는거죠?"
"그건 아마도 오라클에서 특별한 방법을 사용해서 '격'을 높여왔기 때문일거다. 지금은 격이 낮아져서 인간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는 거란다."
"왜 그런짓을 한거죠?"
"궁금한게 참 많구나, 허나 더이상은 대답해줄 수 없다."
"앗."


악마사냥꾼은 대답을 회피했다.
그런데 이게 화가 난건지, 곤란한건지 모르겠다.
기계음이라 억양은 없고, 표정도 변화가 없는 사람이라….

"그, 그럼 어떻게해야 인간으로 돌아오는데요?"
"달의 기운이 강해지는 만월이면 된단다. 그때는 일시적으로 라이칸슬로프의 격이 상승하지."
"아니, 그럼 쟤는 계속 개로 살아요?"


원래 인간이던 몸이 개로 변하면 불편할텐데….
그리고 내가 무섭기도하고.
아마 꼬마가 날 물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다른 방법은 없어요?"
"흡혈귀도 달의 기운을 받는 종족이란다. 그러니까 흡혈귀의 피로 격을 높일 수가 있겠지."

흡혈귀의 피라니….
갑자기 검은 머리의 사냥꾼이랑 놀던 꼬마(가변한 개)가 나를 쳐다본다.
내 피가 필요하다고 하는걸 들으니까 물려는거 아냐?
나는 흠칫했다.


"걱정말거라. 너는 달의 기운이 끔찍히도 강해서, 근처에만 있어도 인간으로 돌아올 수 있을거란다. 거기에 직접 만져준다면 더욱 좋겠지."
"아, 아하. 다행이네요. 개한테 물리는건 질색이라."

나는 심호흡을 하고는 말했다.


"저,  이름은 혹시 정했어요?"
"아니. 아이가 거부하더구나. 네가 지어줬으면 하는것 같구나."
"으음… 저 작명엔 소질이 별로 없는데 말이죠."

나는 꼬마의 이름을 짧게 고민하던 때를 떠올렸다.
녀석은 머리도 검고, 동양인상이니 한국식이름으로 정하는게 좋겠지.
김씨로 하는게 좋겠다. 나도 김씨고, 한국은 김씨가 가장 많으니까.
라이칸슬로프니까 라이?
아니, 김라이라니. 사람이름으로 장난치는것도 아니고.
라이, 라이…. 솔직히 어감은 좋은데.

"그럼, 김이라 어때? 좋으면 한번 짖어봐."

-컹!!

"흑?!"

 



깜짝놀랐네!
얘 생각보다 목청이 크구나.
몸집이 크니까 목청도 큰건가.
옆에서 그걸 보던 치매걸린 여자사냥꾼이 킥킥거렸다.

"킥킥, 되게 웃긴당. '흑?!' 이래 킥킥"
"크흠.흠. 닥쳐요."


나는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고 흐트러진 머릿칼을 정리했다.
내일 아침에 세찬이 병문안 가면서 한번 잘라봐야지.
그동안은 그냥  아까워서 안 자르고 있었는데, 저번에 에이샤랑 싸우면서 보니까 단발도 괜찮겠구나 싶었다.

…목숨걸고 싸우는데 왠지 그런게 신경쓰이더라.


나는 악마사냥꾼의 말에 시험삼아 김이라의 몸에 천천히 손을 대…

"왜 그렇게 쫄아? 만져봐! 푹신푹신해!"
"아, 잠깐만! 마음의 준비가!"

치매 사냥꾼이 내손을 끌어들었다.


푹신해….
뭔가 힐링되는데 이거…?
뭔가 부드럽고, 막 털이 내 손바닥을 간질이는 것이 중독될것 같다.
게다가 오른손의 감촉은 너무오랜만이라 더욱 더!
보다보니까 귀엽잖아? 내가  무섭다고 생각했지?


"저, 누나…. 너무 많이 만지시는데요…."
"앗."

정신을 차렸을땐 나는 이미 이라의 몸에 올라타서 온몸으로 쓰다듬고 있었다.
인간으로 돌아온 꼬맹이는 알몸이었다.
하긴, 개 상태일때 뭘 입고있지 않았으니, 알몸이겠지.
야외에서 변신한다거나 하면 큰일나겠군.
이녀석 얼굴이 빨갛네.


아, 여기 자기를 빤히 쳐다보는 여자가 둘이나 있다.
정상적인 남자애라면 부끄러울만도 하지.


"미안, 내가 가려줄게. 옷장에 뭐있나 찾아보자. 따라와."
"아, 아니…. 네…."
"흐흥…."


악마사냥꾼과 치매사냥꾼이 나와 이라를 빤히 바라봤다.
저렇게 바라보니까 애가 부끄러워하잖아!
 사냥꾼은 왜 처웃고 있는 것이지? 성희롱인가?
남자애라고 해도 그렇게 몸을 보고 비웃는다거나 하면 상처받을지도 모른다고.


나는 녀석을 옷방으로 끌고와서 내 옷중에서 남자가 입을만한 옷가지를 찾았다.
남자일때 입던 옷들은 큰게 많아서, 티셔츠는 여자것중에서 남자도 입을만 한 평범한 하얀티셔츠로 골랐다.
바지는 남자일때 입던 옷가지를 뒤져서 고무줄 반바지를 건네줬다.
빡세게 조이면 어떻게 입을 수 있을것도 같았다.
그러자 꼬마는 우물쭈물하며 그것들을 받아들고 나를 방 밖으로 밀어냈다.


"왜그래?"

이상한 놈이네.
음, 잠깐만….

…아.


"아이고! 나도 똑같았네!"

이라 입장에선 여기있는게 여자 2명이 아니라 여자 3명이었다는걸 잠깐 깜빡했다.
너무 자연스럽게 날 제외했군.


본의치않게 어린 소년에게 번뇌를 심어준  행동을 반성하며 이마를  쳤다.


"이야! 어린애 취향일지는 몰랐어! 어때?"
"아, 그런거 아니라고요!"


나는 혼신의 힘을 다해 변명을 하다가, 이 여자를 딱히 납득시킬 필요가 없었다는걸 깨닳고, 포기했다.
어차피 내일되면 까먹을것 아냐.

-----------


"음, 흐음…."


나는 손에 뭔가 느껴지는 감각에 눈을 떴다.
졸린 눈을 내려서 촉감이 느껴지는 오른손을 바라보니 이라가 내 손에 얼굴을 비비고 있었다.

"뭐하니, 이라야…?"
"아, 누나! 그, 저기…. 오늘 아침에 세찬이형 병문안 간다고 하셔서요…. 미리 인간으로 변해두려고…."
"아하. 그렇네."

악마사냥꾼의 제안에따라, 김이라는 한동안 내가 맡게 되었다.
녀석의 성장에도 그렇고, 애가 나한테 의지하는 부분도 좀 있다보니까 말이지.
라이칸슬로프의 격을 높이려면 어째든 내가 있어줘야 하니까.
이런식으로.


나는 손을 들어서 머리칼을 잠깐 쓰다듬었다.
아, 개일때 털 같아서 기분좋네.
하지만 개 상태일때가 더 만지는 맛이 있구만.

"…저어…."
"아차, 무심결에 그만."


나는 이라의 머리에서 손을뗐다.
이라는 얼굴이 빨개져서 후다닥 달려나갔다.
또 실수했네.


"하아암…."

나도 준비해야지.
나는 기지개를 한번 펴고, 창문을 가린 암막커튼 밑으로 새어나오는 빛을 봤다.
내가 인간이었다면 창문을 활짝열거나 커튼을 젖혀서 가벼운 일광욕을 해도 좋을 것 같은 좋은 날씨였지만, 지금 그딴 짓을 했다간 그대로 흡혈귀프라이가 되어버린다.

아무튼, 외출준비를 하기 전에 나는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시간 마력식 어쩌구 하는 사냥꾼님 맞으신가요."
"네, 맞는데요."
"오늘 한세찬 병문안 가려고 연락 드렸는데요."
"아! 잠깐만요~ 음, 찾았다! 12시에 세찬이오빠 병문안. 이거맞죠?"
"네. 귀찮으면 안오셔도 된대요."
"당연히 가야죠! 3년만에 보는건데!"


나는 인사말을 주고받고 전화를 끊었다.
음…. 하루밖에 안됐는데 적응이 안되네.
엊그제 세찬을 병원에 데려다준 사람이 3년만이라고 하니까….
치매는 정말 무서운 병이다. 음.

나는 등을 긁으며 욕탕에 들어가서 몸을 씻었다.
머리는 오늘 미용실가서 자를 때 감을테니까 대충 물로 씻고 말았다.
아, 그러고보니 밖에 이라 있으니까 좀더 신경 써줘야지.
애한테는 내 몸의 자극이 너무 강할테니까 말이야. 하하.
시버럴, 이제 집에서도 내 행동을 신경써야 한다니.


나는 수건을 몸에 두르고 잠깐 머리만 내밀었다.
거실에 있던 이라는 어제 골라준 옷을 입고 있었다.


"이라야, 잠깐 침실쪽에 가있을래?"
"ㄴ,네!"


이라는 눈을 가린채 침실로 뛰어들어갔다.
어… 눈 감고도 잘뛰네. 라이칸슬로프라서 그런건가?
아무튼 이정도면 신경 쓴거겠지, 나는 나의 하해와도 같은 배려심에 감탄하며 옷장에서 옷을 골랐다.


대충 집히는걸 아무거나 입어도 강제로 어울리게하는 외모가 있다보니까 뭘 고르든 딱히 상관 없었지만, 그렇다보니까 오히려 옷을  입어야할지 모르겠다.
으으음, 그렇다고 여성잡지에서 본것같은 여자같은 옷으로 차려입으면 한세찬이 또 존나 놀릴것 같단 말이지.

그런데 남자같은 옷은 유디라가 애초부터 집지를 않았다.
제일 남자같은 옷이 트레이닝 복이었는데, 그건 이미 걸레가 됐다.
그리고 병문안 가는데 트레이닝복은 에바잖아?
생각해보니 병문안은 뭔 옷을 입고 가야돼지?
최근 맨날 내가 입원하는 입장이어서 모르겠다.
세찬이가 어떻게 입고 왔었더라?


…그냥 티셔츠에 청바지 입고 왔었지.
거기서 모티브를 착안하도록 하자.


나는 티셔츠에 청바지를 입었다.
근데 티셔츠에 청바지도 남자일때 입은거랑 여자가되고나서 입은거랑 느낌이 너무 다른데.
패션의 완성은 얼굴이라더니, 그냥 이게 다 하는 모양이다.


이러나 저러나, 나는 몸에 선크림을 바르고 얼굴 아래로 내려온 앞머리를  뒤로 넘긴후에 이라한테 말했다.

"됐다, 이제 나갈까?"
"ㄴ,네…!"


이라가 갑자기 놀라서 침실에서 뛰쳐나왔다.
아니, 왜저러는거지 대체?
이유를 알수가 없다.

미용실 가는 길.
돈은 악마사냥꾼의 의뢰 완료금이 있다.
사실 나는 아직 사냥꾼도 아니고 앞으로도 계좌를 계속  수도 없어서 세찬이 계좌로 들어간다고 했다.
나중에 내가 사냥꾼이 되면 사냥꾼들이 쓰는 전용계좌를 만들어 준다고 했다.
이렇게 보니 주민등록말소해도 될것 같은데.
얼마나 들어오는지는 듣지 못했는데, 그렇게 고생했으니 분명 엄청난 금액이 들어올거다.

나는 양산과 선글라스를 착용하고 이라의 손을 잡았다.
밖에서 갑자기 변신하면 안되니까 말이지.
그러고보니 그 오라클거기에서 몰랐던것도, 계속 내가 껴안고 있어서 변신하지 않았던건가?


"저, 처음엔 누나가 흡혈귀인줄 몰랐어요."
"그래? 뭐때문에?"
"그게… 저는 누나가 저같은 라이칸슬로프인줄 알았어요. 그, 처음에 봤을때요."
"아, 그때…."


피냄새 맡겠답시고 바닥에 개처럼 코박고 있었지.
음…  장면만 보면 그럴 법도 해.


"그리고 뭔가 익숙한 냄새도 났거든요. 그래서 흡혈귀인줄 몰랐었어요."


냄새라고? 그때 내가 뭘로 씻었더라.

"혹시 너도 미○센 샴푸 써?"
"아뇨, 그런냄새가 아니라요…!"

이라가 또 얼굴을 붉힌다.
자꾸 얼굴에  쏠리면 건강에  좋을거 같은데.

"그럼 무슨 냄새가 났는데 그래?"
"그, 저도 잘 모르겠어요. 설명하기 힘든데…."
"그래? 하긴, 그렇겠네."

냄새를 어떻게 설명할까.
무슨 꽃향기, 초콜릿 향기, 이런식으로 비교할 만한 대상이 있는게 아니면 설명하기가 힘들겠지.

"그럼 흡혈귀는 냄새로 구분할수 있니?"
"네. 보통은 그랬어요. 인간 피 냄새가 진하게 나거든요."
"아하, 그렇네. 나 그때는 아직 인간 흡혈은 한번도 안했을 때니까."
"네? 누나한테도 조금이지만 사람  냄새가 나긴 했었는데요. 사람 한명 정도의…."

어? 그때 난 진짜로 피 마신기억 없는데.
뭔가 착각한거겠지.

"진짜야. 나 마신적 없는데…. 다른데서 피가 묻어서 착각한거 아닐까?"
"그런가아…."

그래, 착각이겠지.
내가 얼마나 열심히 참았는데.


-부르르르…

휴대폰이 울린다.

"아, 잠깐만."

휴대폰의 발신자를 확인해보니, 아빠였다.
미국에 있는거 아니었나?
국제전화가 아니네.


"아, 아빠."
"석주야, 괜찮냐? 내가 요새 잠을 못잔다. 왜 그렇게 위험한 일에 휘말리고 그러냐?"
"아, 죄송해요…."

할말이 없네.
이번일은 아무리 세찬이가 위험했다곤 해도 내발로 뛰어들어간거니까.
게다가 그 치매사냥꾼이 없었으면 진짜 큰일날 뻔 했다.


"그 ■■, 아니지. '하루살이'는 어땠냐? 근처에 부를만한 사냥꾼이 걔밖에 없어서 진짜 불안했다."
"하루살이요? 아, 그 치매사냥꾼?"
"치매? 아, 그렇게 볼수도 있겠구만. 아무튼 어땠어. 일은 제대로 했냐?"
"음…."


등장하자마자 촉수를 자르는건 좋았는데 소이탄 던지다가 자기몸에 불 붙여서 죽었는데요….


라고 말할수가 없었다.

"어…. 네, 그 촉수괴물 처리는 확실히 했어요."
"그래, 소이탄이랑 네이팜 들고가라고 했더니 어떻게  한 모양이네."
"그거 아빠가 보낸거에요? 어떻게?"
"아이기스. 말해주지 않았나? 네가 큰 위협을 받으면 사용자의 위치와 상황이 보호자의 머릿속에 나타나. 세찬이도 그렇게 쓰러져있었고. 얼마나 놀랬는지 아냐?"

안 알려줬던거 같은데…

"죄송함다…."
"알면 됐다. 그나저나, 몸에 적응은 끝냈니?"
"네? 그럭저럭…"
"너도 남자라고, 그런 속옷입어보고 그런거냐? 나중에 여친한테 입히려고?"
"네, 네? 뭐라구요?"
"아,  하얀거 있잖아. 거, 뭐라그러는지 모르겠네. 스타킹인가? 그거."
"에? 네?"


설마 가터벨트 말하는건가?
아니, 그걸 아빠가 어떻게 알아???
나는 기억을 떠올렸다.


바로,
악마사냥꾼의 무단침입 사태.

'끄,끼야아아아악!!'
하고 꼴사납게 소리지르면서 다리에 힘까지 풀렸었지.

그땐 솔직히, 진짜로, 확실히, 생명의 위협을 느꼈었다.
근데 그걸  봤다는 말이야?
나는 갑자기 식은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손도 축축해져서 이라의 손을 놓고 배에다가 손바닥을 닦아냈다.
잠깐만, 그럼 이거 혹시 세찬이도?


"아빠, 그…. 혹시 세찬이도 보호자로 설정되어있나?"
"당연한거 아니냐? 걔가 너랑 가장 가까이 있는 호위인데. 아, 아직 실버 스팅레이는 설정 안했네. 아빠가 오늘 가서 해줄게."
"아, 아냐! 세찬이로 보호자는 충분해!"

죽고싶다.
시발….
아냐, 그때 세찬이는 붙잡혀있었으니까 기절했다거나 해서 못 봤을수도 있잖아?
그렇겠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