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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화 〉흡혈귀가 되었다 (1/101)



〈 1화 〉흡혈귀가 되었다

으으 머리야... 어제 술을 너무 많이 마셨나.
온몸이 쑤시고 머리도 아픈데다 눈도 제대로 뜰수가 없었다.

"으으윽..."


목소리도 맛이 갔나보다. 대체 어제 무슨일이 있었던건지.


나는 깨질것같은 머리를 움켜잡으려 손에 힘을 주었지만, 의지와는 다르게 손이 올라가지 않자 당혹스러움을 느꼈다. 뭐지?
무엇인가 내 손을 붙잡고 있는것 같은 느낌이 드는데.
잠깐 내 몸에 신경을 돌리니 마치 두손 두발을  펼친채 묶여있는듯이...

"이거 뭐야?"

맙소사, 지금보니 눈을 못뜨는게 아니라 눈이 안대로 가려져있는 것이었다.
자, 찬찬히 기억을 떠올려봐...

나는 분명 한세찬이랑 같이 있었다.

녀석이 오랫동안 질질 끌던 힘든 일이 끝났다며 술을 마시자고 이야기했고, 나는 돈도 아낄겸 그냥 집에서 고기구워서 먹자고 말했다.
그리고 그 후에 삼겹살을 구우며 술을 마시다가....

"정신은 좀 드나?"


한세찬의 목소리다.

"세찬아! 있었구나! 난  내가 어디 납치돼서 장기라도 팔리는줄 알았네... 다행이다. 무슨일이야 이거?"

"내이름을 알려준적 있던가? 김석주를 어떻게 했어?"

"뭐? 내가 김석주잖아. 무슨소릴 하는거야?"


"말도안돼, 릴리스. 제정신인가? 그딴 시덥잖은 헛소리로 나를 어떨게 해볼 셈이면 그만두는게 좋아."

갑자기 심장부근에 날카로운 무언가가 대어지는 느낌에 등줄기로 식은땀이 나기 시작했다.

"한세찬!! 잠,잠깐!! 말로하자, 말로! 내가 뭘 잘못했는지는 모르겠는데, 잠시만 진정해봐!"


릴리스?그건 또 누구야. 나는 당황했다.
같이 술마시던 친구놈이 갑자기 나를 죽이려고 하다니,  상황이 이해가 하나도 안돼.

"릴리스가 누군데? 잠깐 설명좀...!"

콱!

강한 통증이 허벅지에 느껴졌다. 뭔가 두꺼운게 관통당한모양이다.

"으아아악!! 무슨짓이야!! 미,미쳤냐? 왜,왜 이러는건데!! 며칠전에 내가 오,오토바이 기스내서 그런거야?"

"....뭐?"

"아,아니면 내가  밥에 몰래 캡사이신 뿌린거?? 아니 이딴걸로 그럴리가 없잖아?!  갑자기 이러는데!!"

억울해서 눈물이 나온다. 물론 내가 몇년동안 같이 살면서 잘못한게 없진않아. 있긴하지만, 그게 이렇게 사지 묶어놓고 고문할정도는 아니지 않나, 생각해보니 나도 장난 많이 치고 또 많이 받아주기도 했지만, 이건 아니지!
장난 수준이 아니잖아!

"...네가 김석주일리가 없..."

"개소리야 시발!!"

허벅지에 느껴지는 고통때문에 머릿속에서 생각을 정리하고 그런걸 할 겨를이 없다.

"...지식을 전이하는 비술이라도 썼나?"

"아니 시발! 설명을 하라고! 뭔놈의 지식을 전이? 뭔 쌉소리야! 이거 풀어!!"

한세찬은 조심스럽게 내 안대를 풀었다.
녀석은 한손에 쇠망치 하나와 은색 대못을 쥐고있었다.
이러고 있는 주제에 잔뜩 표정이 굳어있는걸 보니 너무 빡쳐서 감정이 추제가 안된다.


"제정신이냐? 같이 술  마셔놓고 아침댓바람에 왜이러는데? 미쳤어?"


아래를 내려다보니 오른쪽 허벅지에 한세찬이 들고있던 못과 같은게 박혀있다.
빨간 피가 온 거실안에 다 튀어서 표정이 더욱 찌뿌려진다.
이 난장판은 언제 치우지.
들고있는 저 망치는 아마도 이걸 박는데 사용한 망치겠지?
엄청 본격적인데 이 십새끼가.

"흡혈귀는 초대받지 못한 집에 못들어오는거 아니었나?"

"뭐? 흡혈귀?"

흡혈귀라고? 무슨 헛소리를 하는가 했더니 그거였나?
좆같은 망상? 아니면 정신병이 생긴건가?
내가 몇년간 알지못했던 녀석의 숨겨진 술버릇은 어쩌면  심각한 정신병의 발발이었나보다.
아, 큰일이다. 정신을 잃을것같아. 피를 너무 많이 흘린것같다.

"시,시발 세찬아, 닥치고 빨리 구급차불러 씨발..."
 





할말이 너무 많지만, 지금은 정신을 유지하기가 너무 벅찼다.
나는 시야가 흐릿해지는걸 느끼며 정신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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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눈을 떴을때 나는 병원이었다.
주변을 둘러보니 1인실인듯하고.
병원비 존나비쌀텐데. 아 시발.


"한세찬 시발새..."


철컹, 철컹.


 그래, 시발. 손은 은색수갑에 묶여 침대와 연결되어있었다. 헛웃음이 나온다.
오늘따라 구속이 심한걸?
네가  여친이냐?
뭐, 여친이 있었던적 없지만.


구멍난 허벅지는 어떤지 확인해보려 시선을 내렸더니, 아까 낮에는 빨간색과 통증에 정신이 없어 놓쳤던 것이 눈에 들어왔다.

"뭐야이거."

그건, 놀랍게도 가슴부근에 달라붙어있는 살덩이었다.
옷이 그냥 이렇게 가슴부근이 그냥이렇게 떠있을리도 없고, 분명 이 환자복 한겹 아래로는 작더라도 가슴이 달려있을것이다.
대체 왜?
갑자기 정신이 아득해진다. 어제 너무 많이 먹어서 살쪘나?
물론 인당 500그람의 고기를 조지기는 했다. 그렇다고 해도 이건 이상하잖아.
팔다리가 이 침대에 묶여있어 불편한 자세로 허리를 억지로 굽혀 시선을 더욱 아래로 향했다.
당연히 뱃살은 없었다.
여유증이라도 생긴건가?
다시 묶인 팔을 확인하니,  기억보다 얇은 팔목이 보인다.
신경쓰지 못할때는 몰랐는데, 뭔가 머리카락도 거슬리는게, 꽤나 길어진모양이다.

"시,시발, 뭐야..."

목소리도, 그냥 술때문에 맛이 간줄 알았는데... 아닌것같다. 목소리가 낮게 갈라지는게 아니라, 톤이 높아져있었다.
이 모든 정황이 한가지 가능성에 수렴하지만, 아직 나는 믿을수가 없다. 가장중요한 확인이 남아있었다.
아, 아랫도리 말이다.
당장이라도 확인하고 싶지만 수갑때문에 손을 쓸수도 없고, 침대에 단단히 고정되어서 발버둥을 쳐서 바지를 어떻게 해 볼수도 없다.
나는 지금 어떻지? 거울이라도 보고싶다. 대체 무슨일이 일어난건데?

마구 손발을 움직이며 철컹철컹 하는 소리를 내다보니,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깨어났나, 릴리스."

문이 열리며 한세찬이 들어온것이다.

"우왁!"

한세찬, 이 아름다운 친구야. 대체 나한테 무슨짓을 한거야?


"야! 십새끼야! 이게 무슨상황이야? 처음부터 설명해."


이제와서야 들어보니 지금 내 목소리, 상당히 여성스럽네.
이걸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
사실 생각할 겨를따위 없지만 말이야.


"무슨 설명?"


"어제 우리집에서 삼겹살 굽고 소주 마시기 시작했을때부터, 지금까지. 대체 무슨일이 있었는지 설명하라고."

"음? 내가 설명해야돼?"


"그럼 내가 하리? 이거 풀어봐 시발놈아-악!"


아까 꿰뚫린 허벅지에 힘이 들어갔나보다.
너무 아프다.


"뭐, 거실에 대놓고 나한테 엎어져있던 네년이 더 잘알지 않을까 싶어서말이지."


내가 거실에 있었다고?

"그게 무슨, 아."


그래 대충 기억났다.
우리는 한세찬이 사온 소주를 모두 비울때까지 시답잖은 헛소리를 주고받다가, 졸리기시작하자 나는 내방 침대로, 세찬은 거실에 이불을 깔고 잠을 잤다.
그리고 새벽에 화장실에 가고싶어져서 잠시 거실로 나왔는데, 갑자기 뒷목에 강한 통증이 나면서 순간 정신을 잃을 뻔했고...
쓰러지기 직전에 한세찬을 깨웠었다.


'야, 잠깐'

'뭐야, 너,너?!'

'구급차...빨리...'

대충  후에 쓰러졌던것 같은데.


"아. 기억났는데, 여전히 영문을 모르겠어."


"그래, 릴리스. 그래서 석주를 어떻게 한거냐고?"

"내가 석주라고 씨발!! 나도 뭔 일이 일어난건지 모르겠다고!"


"아직도 그 소리를 하는건가? 뭐, 못은 많으니까..."

그런 소리를 하며 세찬은 검은 백팩에서 대못과 망치를 꺼내들었다.
잠깐, 여기는 병원이라고?


"자,잠시만. 내가 어떻게해야 믿을건데? 우리 대화로 해결하자."

"...글쎄. 흡혈귀를 믿을수가 있을까?"


"가,가불기잖아!"

어떤말을 하든 소용이 없을것 같다.
어쩌지, 조졌는데?
그리고 아까부터 흡혈귀가 어쩌구 하는데, 당췌 이야기를 따라갈수가 없다.
평소에도 좀 중2병 스러운 녀석이었는데, 오늘따라 더욱 미친새끼다.
어쩌지? 정말 어떻게해야 이새끼에게 정신머리를 챙겨줄 수 있을까?

"그,그럼 뭐라도 말해줄게? 내 주민등록번호?  야동취향? 내 통장비번? 아니면 내 게임아이디? 뭐든 물어봐!"

"...그런것들도 지식전이하면  알아낼수 있는거잖아?"


"그,그 시발놈의 지식전이인지 뭔지! 그게뭔데!"


지식전이같은 저새끼의 좆같은 설정때문에 무슨 말을 하든 내가 김석주라는 증거자체가 묵살당해버린다.
정말 치밀한 씨발새끼인것이 틀림없다.
저 새끼한테 무슨말을 하든지, 저런 개같은 설정이 있는한, 그건 내가 나라는 증거가 될 수 없을거다.
그리 생각하니 화가 나다못해 억울하다. 짜증도 나고, 허벅지는 아프고, 손발은 아침부터 계속 묶여있어서 답답하고, 불안하다. 서럽다. 온갖 부정적인 감정이 뒤섞이니 자연스레 울음이 나올것같다.
남자는 일생에 세번 운다는데, 이정도로 억울하면 노카운트로 쳐도 되지않을까.

"시발... 한세찬 개새끼야...흑, 내,내가 싫었으면, 그,그냥 말로 해. 흡, 이딴 개지랄 하지말고! 내가, 내가 뭘 그렇게 좆같게 했는데? 내,내가 뭘 했으면, 하루아침에 친구 다리에
못질을 하느냐고? 똑바로 말해보라고!!"

"뭐,뭐야. 너 우는거냐?"

아, 눈물이 흘러내리는데, 닦을손이 없다. 콧물도 나오고있으니 아마 엄청 추하겠다고 생각은 드는데, 그딴게 중요한게 아니다.

"그래 시발! 개시발놈아! 너같으면 아침부터 허벅지에 못박히고 병원실려왔는데 안좆같겠냐?


"내 사냥꾼 경력에 이렇게 눈물 콧물 질질짜는 흡혈귀는 처음인데…"

뭐 이새꺄?? 사냥꾼?
아, 진짜 죽이고싶다. 아직도 중2병 놀이중인거냐?
갑자기 모든 감정이 분노로 치환되면서 머리에 열이 몰리기 시작한다. 뚜껑이 열린다는 표현이 정확하게 들어맞는 기분이다.
나는  감정을 유감없이 온몸을 비틀면서 성대를 울림으로써 표현했다.

"아아아아악!!"

그러자 다시한번 벌컥, 병실문이 열렸다.

"무슨, 릴리스?"

김중구. 내 아버지였다.
나는 반가움과 감격, 안도감을 섞어 외쳤다.


"아빠!"

"응? 뭐라고?"

아빠는 날 보더니 흠칫, 어깨를 떨었다. 못들을 걸 들었다는 것처럼…

"아, 아빠…?"

나는 불안해졌다.
잠깐, 생각해보니 지금 결코  몸이 제대로 된 내 몸은 아니었던게 떠올랐다.
거울을 보질 못했으니 얼굴은 어떨지 모르지만, 아무튼 신체만 봐도 나는 어제까지의 내가 아니었던 것이다.

"릴리스, 무슨 헛소리냐? 니가 내 자식행세를 왜…"

"나 김석주라고! 아빠 아들!!"


"뭐?"


아, 지금보니 아빠의 손에도 뭔가 도구가 들려있다.
십자가 모양의 장식된 말뚝. 물론 은색으로 번쩍인다…
이쯤되니 무섭다. 저 구제불능의 중2병이 우리 아빠한테도 무슨 짓을 한게 틀림없다.
나는 충격에 다시한번 정신을 놓아버릴것 같았지만, 갑자기 눈앞까지 날아들어온 아빠의 얼굴때문에 그럴 수 없었다.


"생긴건 확실히 릴리스인데, 얼빵하고 찌질한데다 입이 거친게, 딱  아들이란 말이지…"


얼빵하고 찌질하고 입이 거칠어? 꽤나 열받는 평가지만, 나는 그것도 지금은 기뻤다.
그만큼 간절하다는 말이다.

"맞,맞어!  아빠아들 김석주라고!"


"그래? 그럼, 증명해봐.  말뚝이 심장에 박히기전에."

잠깐! 아무래도 이거 더 좆된거같다.
이번에는 생명이 걸렸다.

"뭐, 뭘? 어떻게해? 뭘 증명하면 되는데?"


"내가 묻는말에 대답해봐. 1초라도 늦으면 바로 찍어버릴테니, 최대한 빠르게."

그렇게 말하며 십자가 말뚝을 내 심장위치에 가져다 댔다.
쓸데없이 튀어나온 말랑한 가슴에 뾰족한 십자가아랫부분이 닿는다. 조금만 힘을 주면 피부가 뚫릴것같은 아슬아슬함.
식은땀이 나기 시작했다.
망치를  아빠의 표정은 더없이 진지했다.
틀리면 진짜로 내려찍을 셈이다.

꿀꺽.


나는 식은땀이 등을 축축하게 적시는걸 느끼며 침을 삼켰다.
첫 질문은…


"우리 아들 첫 야동은?"

"아,아빠가 그걸 어떻게알아?!"

아마 나는 초등학교4학년때 처음 야동을 봤을거다. 아빠컴퓨터에 있던 야외노출sm어쩌구… 근데 들키지는 않았을건데, 그러니 내가 말한다고 그게 정답이라는걸 아빠가 알리도 없잖아!

"흠, 이 상황에서 부끄러워 하는걸 보니... 긴가민가하군."


"무,뭔 질문이 이래! 좀더 정상적인걸로 물어봐!"


"그럼 정상적인 질문, 아들 첫사랑 이름은?"

"내, 내가 아빠한테 첫사랑 얘기를 했던가?!"

정말로 한 기억이 없다.
내 첫사랑은 초등학교 1학년때 옆반이던 예진이였는데, 아무한테도 말 안하고 혼자만 간직하던 짝사랑이었으니까.


"으음, 음... 그럼 마지막으로 묻지.  이름을 말해봐."


"김중구잖아?"

"음, 그래 내 아들이 맞는것같네."


마지막 질문은  정상적이어서 바로 대답할 수 있었다.

"끄,끝났어?"

"그래 석주야. 꼴이 그게뭐냐? 아무래도  얘기가 많을것같구나."

그래, 드디어! 가슴이 벅차오른다. 드디어 내가 나라는 사실이 증명됐다.
대체 무슨 개같은 원리로 증명된건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됐다.
나는 가까스로 멈췄던 눈물이 다시 흘러내리는걸 느끼며 어깨로 눈가를 훔쳤다.


"그럼 시발 이거 풀어줘!"


"그래, 그래."

아빠는 말뚝을 회수하고 뒤로 물러나, 세찬이에게 수갑을 풀어 주라는 듯 눈짓했다.
벽에 등지고 팔짱을 끼고있던 세찬이 하아, 한숨을 내쉬며 뒷주머니에서 작은 열쇠를 꺼내 다가와 수갑의 구멍에 맞췄다.
손이 자유로워짐과 동시에 나는…

뻐억!

세찬의 안면을 강타했다.
이정도는 오늘 겪은 내 억울함에 비하면 애교지!


"커헉!"


그런데, 맞은 세찬이 엄청난 각도로 공중에서 720도 회전하며 날아가 아까 등지고 서있던 벽까지 처박혔다.
뭐, 뭐지? 왜 저렇게 오버야?
어디, 와이어라도 달았나?

"릴리스!"


아빠는 바로 내 팔목을 잡아 비틀어 침대에 붙이고 내 얼굴을 노려봤다.
나는 엄청나게 당황해 얼굴에 핏기가 가시는게 느껴졌다.
조, 좆됐다… 힘들게 나를 증명했는데, 방금 죽빵으로  날리게 생겼다.
바로 말뚝이 내 심장에 박혀도 할 말이 없어!


그러나 아빠는 찬찬히 내 안색을 살피더니 내가 정말 당황한 표정을 짓고 있는걸 아신건지, 고개를 저으며 물러나서 쓰러진 세찬에게 다가가 맥을 짚었다.
녀석의 눈이 흰자위로 돌아가고 거품을 흘리며 목이 좀 꺾여있는걸 보니 불안해서 죽을것같다.

"주…죽었어?"

"죽지는 않았어. 다만 이녀석도 당분간 여기 신세를 지겠는데."

"죄,죄송합니닷!"

"…뭐, 죽이려고 했으면 죽일수도 있었겠지만, 죽이진 않은걸 보니 아직은 괜찮으려나."

아빠는 아주 작게 중얼거렸지만, 병원이 조용해서 그런걸까? 내 귀에는 아주 또렷히 들렸다. 아빠의 마음속 신뢰도가 +-0가 된것같아 약간 우울해졌다.

아빠는 기절한 세찬의 팔을 들어 목에 걸쳐업고, 병실문을 열었다.


"나는 이녀석 좀 데리고 갔다올테니, 잠시 기다리고 있어. 발쪽에 수갑은 아직 건드리지 말고."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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