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0화 〉1부
길게 뻗은 유적 내부를 종단하는건 의외로 오래 걸리지 않았다.
구출된 페어리들이 이를 악물고 민폐를 끼치지 않으려 페이스를 올려준 덕분이다.
“다 왔습니다. 여기가 마지막 석실이에요. 음, 아마 이 시설이 가동되고 있었을 고대에는 가장 안쪽이 아니라 가장 바깥쪽의 입구에 있는 방이었을겁니다. 숙소건물을 부설한 통로는 후문이고 정문은 여기서 올라가는 완만하고 널찍한 통로가 있어요.”
“흐음. 이게 그 벽화군요. 당신 담당교수가 인신공양의 희생제를 기록한거라고 추정한게.”
“맞습니다. 으으, 전에는 몰랐는데 지금 보니 끔찍하군요.”
“글쎄, 꼭 그렇진 않은 것 같은데... 애초에 왕 교수 개인의 비약적인 억측이잖아.”
그야 보기에 따라 작은 사람들을 뉘여서 묶어놓고 배를 갈라 피를 뽑는거라고 볼 수도 있는 그림이 있긴 한데, 이게 꼭 아까 실험실에서 본 역겨운 광경과 같은걸 묘사한 그림일까?
아무리 봐도 그냥 그 왕훼이라는 교수 머릿속에 마구니가 들어서 그런 것 같은데.
설령 진짜로 그의 해석이 맞다고 해도 그대로 재현해보는건 정상인의 사고방식이 아니다.
얘들 컨트롤 타워에선 대체 뭔 생각으로 그런걸 허가했는지 원.
아, 그러고보니 그 놈이 죽기전에 고블린들의 전통 제례를 분석한게 자기라고 했지?
한번 대박을 친 놈이 또 성과를 낸다는 법은 없지만 실적이 있으니 일단 믿어준건지도.
나는 속으로 그런 생각을 하면서 벽화를 천천히 훑었다.
어깨와 가슴팍 사이에 패치로 매달린 소형 카메라에 벽화가 빠진 곳 없이 전부 담기도록 각도를 조절해가며 천천히 걸으니 앞서가던 리 쳔이 돌아보고 고개를 갸웃한다.
국가정보원에서 아주 신경써서 준비해준 카메라는 크기도 작은데다 렌즈가 효과적으로 감춰져 있어 얼핏 봐서는 그냥 랜턴을 매달고 다니는 것처럼 보였던 것이다.
사실 녹화뿐만 아니라 플래시 라이트 기능도 있으니까 랜턴이나 다름없기도 하고.
“자, 나가자. 거기 두 명, 뭐하는거야? 저 분들 지금 지쳐서 잘 걷지도 못 하잖아. 똑바로 부축하라고. 넘어졌다가 어디 잘못되기라도 하면 당신 발도 분질러줄테니까.”
“젠장. 살려서 가져가기만 하면 되잖소!”
“분명히 고지했는데, 다시 말해야 되나? 페어리 왕국은 대한민국과 동맹의 체결까지 목전에 둔 사이라고. 그러니 말 조심해. 너희는 적군이고 이 사람들은 보호대상이니까.”
“저희는 군인이 아닙니다! 그리고 중국도 조, 아니 한국과 적대관계가 아니라구요.”
“그건 우리 영토의 침범을 계획한 흑호부대 대장한테 가서 따지라고. 아, 게이트 너머니까 영토까지는 아니지만. 이건 뭐라고 할까, 선제방어? 아무튼 정당방위라고.”
울먹이다시피 하는 목소리로 나름대로 항의를 하면서도 중화교육을 받고 자란 세대답지 않게 속국이 어쩌고 하는 말을 지껄이지 않는걸 보니 목숨이 아깝긴 아까운 모양이다.
음, 그나저나 선제방어라니, 내가 생각해도 헛소리네.
중국이 거의 전쟁도발에 가까운 짓을 한건 맞는데, 솔직히 그걸 감안하더라도 이번 작전이 국제법적으로 올바르다거나 우리에게 명분이 있다는 소리는 못 하지.
속으로 쓴웃음을 지으면서 석실 뒤쪽의 통로로 향한다.
과연 리 쳔의 말대로 완만한 경사로 올라가는 길이 나 있었는데, 아까 숙소건물에서 엘리베이터와 계단으로 내려온 길을 떠올려 비교해보니 확실히 이쪽이 시설의 정문이라는 느낌이다.
“무슨 두더지들도 아니고, 왜 이렇게 지하에다가 뭘 지어놓는지 참.”
투쟁의 협곡은 퇴적이 진행되긴 했지만 지상에 드러난 시설이었는데 말이야.
위성이 한바퀴 돌고도 고층 건물의 흔적같은건 전혀 발견하지 못했다고 하니, 이 행성의 고대문명은 위로 쌓아올리는 대신 아래로 파고드는 쪽으로 발달했나보다.
“이렇게 막아놓긴 했지만, 선생님이라면 별 문제없이 치울수 있을겁니다. 제가 알기로 입구에는 위장막이 덮여있을뿐 따로 지키는 사람이 없는걸로...”
“협조 고맙군.”
사람이 한꺼번에 열 명은 지나다닐 수 있는 넓은 폭의 길을 봉쇄한 창살로 된 철문은 간단히 잘려나갔다.
그리고 나는 무리를 이끌고 곧바로 지하시설을 빠져나가는 대신 조금 더 신중하기로 했다.
경비병력들이 아직까지도 침입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을거라는건 지나치게 낙관적인 기대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내가 여기까지 올 동안 내부로 들이닥친 병력이 없단 말이지.
어쩌면 저들이 침입자의 수를 과대평가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삼십여명에 불과한 병력으로 미지의 적과 좁은 유적 내부에서 전투가 벌어지면 유리할게 없다고 여겨서 본대에 지원을 요청한 뒤 입구만 지키고 있을 확률이 적지 않지.
“여기서 기다리고 있어. 저 두 명이 돌아나가려고 하면 쏴버려.”
“예? 아니, 선생님. 제가 어떻게...”
“당신은 이미 선택권이 없어. 음, 뭐 그건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긴 한데,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똑바로 지키고 있으라고. 금방 다녀올테니.”
덮어놓은 위장막과 수풀을 헤치고 바깥으로 나가기 전에 나는 리 쳔에게 권총을 건넸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페어리들이 머릿수가 더 많다고 해도 몸 상태도 안 좋은데다 덩치의 차이도 있어 두 명의 중국인 포로를 제어할 수 있으리라고는 도저히 생각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리 쳔은 그동안 보여준 모습이 있어 날 배신할 수 없다.
다른 두 명의 포로가 보는 앞에서 적극적으로 내게 협조한데다 보안서약을 어기고 아는 정보를 전부 털어놓았으니 도망쳐봐야 좋은 꼴은 못 볼테니까.
중국 정부에서 이 유적에 갖는 기대감을 감안하면 아마 처형을 면하기 힘들걸.
글쎄, 저 둘을 쏴죽여 입을 막고 적당히 말을 꾸며 피해자 행세를 하면 또 아주 방법이 없는건 아니겠지만 아무리 봐도 그럴만한 강단이 있어보이지는 않는다.
눈치없는 모습을 보여주긴 했지만 그래도 아주 바보는 아닌지 그의 얼굴이 기묘하게 굳는다.
자포자기하는 한숨과 이렇게 된 이상 어쩔 수 없겠다는 결단이 뒤섞인 보기 힘든 울상이었다.
“다른 마음 먹지 마. 뭐, 자신 있으면 한번 해보던가.”
다른 두 명을 향해서도 한바탕 을러댄 나는 에테르 폼을 활성화했다.
은신 상태에서 밖으로 나가기 전 잠깐 멈춰서 확인하니 세 사람은 내가 정말로 자리를 비웠는지 아니면 남아서 자기네를 지켜보고 있는건지 구분할 수 없어 긴장상태 그대로였다.
좋아, 잠깐 나갔다 온다고 별 문제가 생기진 않겠군.
내가 리 쳔에게 한 말을 들었을테니 섣불리 위험한 시도를 하고 싶지도 않을테고.
유적으로 들어가는 가장 큰 입구는 아주 효과적으로 감춰져 있었다.
안에서는 몰랐는데 나무로 만들어놓은 벽을 한 사람이 통과할 수 있을 정도로 작게 잘라내고 나와보니 밖에서는 한참 들여다봐도 여기에 동굴이 있는지도 모를 것 같았다.
나무를 자르느라 해제된 에테르 폼을 다시 활성화하고 조심스럽게 주변을 돌아보았다.
에테르 쉬프트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혹시 있을지도 모르는 시선을 피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뭐야, 아무도 없는데? 설마 아직도 이상이 발생한걸 모르고 있는건가.”
내가 숙소건물 입구를 지키던 보초를 처리하고 들어온지 얼마나 됐더라.
아무래도 이곳에 파견된 경비병력의 군기해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심각한 수준인 것 같다.
보초근무 교대를 대체 몇 시간 주기로 돌리는거야?
방탄헬멧을 벗고 앉아서 담배를 피우며 수다를 떠는 모습을 보고 대강 짐작은 했지만.
뭐, 내게는 다행스러운 일이다.
수십명 단위의 병력과 교전을 벌인다면, 아무리 은신 상태에서 기습적으로 선공을 가해 몇 놈을 죽이고 시작한다고 하더라도 상당한 위험을 감수해야 할테니까.
하물며 적외선 열감지 장비까지 갖춘채로 미리 대응을 준비하고 있는 병력을 상대로 한다면 진짜로 두 번 죽을지도 몰라.
그런 상황이었다면 돌아가서 세 명의 포로와 페어리들에게 안식을 준 뒤 내 몸 하나만 빼서 탈출하는 쪽을 선택했을지도 모른다.
“억! 아, 선생님, 돌아오셨군요.”
나왔던 곳으로 다시 돌아가니 예상대로 아무도 자리를 벗어나지 않고 대기하고 있었다.
리 쳔이 성실하게 감시 및 위협을 수행했다기보다는 그냥 겁에 질려 엄두를 못 낸 듯 하다.
안전장치를 풀지도 않은 권총을 두 손으로 쥐고 벽에 기대어 눈을 데룩데룩 굴리는 리 쳔의 뒤통수를 한 대 딱 치고 총을 빼앗았다.
전혀 훈련받지 않은 대학원생 연구원의 악력은 보잘것없었다.
허공에서 갑자기 나타난 신형에 다들 움찔 놀라는데, 페어리들이 내게 공손히 머리를 숙인다.
음, 단순히 생명의 은인에게 감사를 표한다기엔 너무 공손한데.
아무튼 아직 위기가 완전히 끝난게 아니라서 손을 내저어 받고 따라오라는 손짓을 했다.
“밖에는 아무도 없다. 아마 경비병력들이 아직 상황을 눈치채지 못한 것 같군.”
“그럴수가. 젠장, 그 소교놈, 근태가 엉망인걸 진작 알아봤어야 했는데.”
“큭큭큭, 경비병력이 제 할 일을 했으면 당신네 두 명은 죽었어. 내가 뭘 믿고 뒤를 맡기겠나? 그쪽 지휘관이 의무를 방기하고 시간만 때우는걸 고맙게 여기라고.”
“우린 어떻게 되는거요? 리 저 놈은 보나마나 당신을 따라갈테고. 입을 막으려면 지금 깨끗하게 죽이시오. 더 이상 농락하지 말고.”
“목숨을 구걸한지 얼마나 됐다고 이제 와서 의연한 척을 해봐야... 안심해도 좋아. 나라고 좋아서 사람을 죽이겠어? 다 필요하니까 어쩔 수 없이 그런거지. 이봐, 리 쳔. 저 두 명을 묶어. 움직이지 못할 정도로 꽉 묶어야 해. 이 포승줄을 쓰면 될거야.”
증인을 남기지 않으려면 깔끔하게 전부 죽이는 편이 낫겠지만 사실 그럴 이유가 없다.
에테르 블레이드의 흔적이야 이 유적을 통째로 무너뜨리지 않는 이상 남을 수밖에 없는 것이고, 날카로운 무형의 칼날과 은신능력을 사용하는 암살에 최적화된 이능력자 군인이라는 것만으로는 오닉스 7팀의 최지호 팀장이라는 개인을 특정할 수 없거든.
이전가지 내가 은신능력을 쓰는걸 봤던 사람들 중 중국인은 요정의 숲에서 조우한 특수군들밖에 없는데, 그 사람들은 거기서 다 죽었으니까.
에테르 블레이드야 뭐, 바람의 칼날을 쏘아내는 공격이능이 한두종륜가.
“좋아. 거기 얌전히 누워서 구조를 기다리라고. 심문받을땐 아는걸 전부 말해도 상관없어.”
“한국군이 감히 우리 시설을 테러하고도 무사할거라고 생각하는건가.”
음, 난 분명 영어만 썼는데, 억양에서 콩글리쉬 특유의 악센트를 감지한건가.
이제 살았다는 확신이 들었는지 제법 당차게 눈을 부라리며 위협을 해오는데, 솔직히 우습다.
증거 있으면 국제재판소에 제소라도 해보던가.
내 눈짓에 리 쳔이 떨떠름한 얼굴로 두 명의 동료에게 재갈을 물린다.
제대로 된 재갈은 아니고, 그냥 그들의 티셔츠를 벗겨서 뭉쳐 입에 마구 쑤셔넣은 수준이다.
나는 코웃음을 치고 무리를 인솔해 지하유적을 빠져나왔다.
“표정이 왜 그래? 자네도 여기 남고 싶은가? 뭐, 나야 그래도 상관없는데.”
“남아봐야 좋은 꼴 못 볼건 압니다...”
이렇게 저항하지만 않으면 전부 살려줄 줄은 몰랐던 것 같다.
어떻게든 눈에 들어 살아남겠다고 했던 행동 때문에 남지 못하게 되었으니 후회도 되겠지.
“가족은 있나? 잘 하면 문제가 불거지기 전에 한국으로 오라고 연락을 넣을수도 있을텐데.”
“가족은 있지만 방법이 없습니다. 아마 귀기울이지 않을거예요.”
뭔가 사정이 있어보이는 표정으로 침울하게 말하는 그의 모습에 약간 호기심이 들었지만 본인이 말하고 싶지 않은 눈치라서 굳이 캐묻지 않았다.
페어리들이 자기 인내심과 체력의 한계를 시험하며 최대한의 속도로 걷는동안 나는 후방을 경계하며 혹시 있을지 모를 추격에 대비했다.
꽁꽁 묶어놓은 두 명의 포로가 자력으로 포박에서 벗어나 꽤나 멀리 떨어져있는 유적 후문까지 달려가 신고를 할 수 있다고는 생각되지 않지만, 그와 별개로 어떻게든 상황을 인지한 경비대가 추격을 시작했을 가능성은 낮지 않으니까.
---------
“피해는 얼마나 나왔대요?”
“사망이 스물 다섯. 그나마 중상자들을 치료할 힐러 인력이 충분해서 그 정도야. 침입한 적이 너무 많아서 도저히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더라. 그 중 스물 네 명이 특수군 병사고, 거기서 일하던 우리 회사 민간인 피해는 한 명만 나왔어. 그나마 미리 대비하고 있어서 그 정도에서 그쳤지.”
추격은 없었다.
그리고 중국이 그렇게나 중요한 시설의 경비를 허술하게 하고 있었던 이유는 곧 밝혀졌다.
내가 유적을 털고 있던 그 시간에, 무려 백 수십여명이 넘는 정체불명의 이능력자 부대가 요정의 숲 북부의 유적을 습격하여 점령을 시도했다는 것이다.
방어병력이 전투를 벌이며 시간을 버는 동안에 연락을 받고 급히 출발한 지원병력이 도착해 간신히 밀어낼 수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캠프가 한산했군요.”
“어. 한 개 소대만 남겨놓고 모두 지원을 갔으니까. 지호 너 귀환하는대로 바로 캠프 걷고 복귀하라고 하더라. 추가도발이 있을텐데, 여긴 너무 위험하니까.”
“물자를 좀 파기하는 한이 있어도 적재함 비워야 돼요. 구출한 페어리들이 탈진상태니까.”
“그래야겠지. 자세한건 돌아가서 듣자.”
경계지역에 밀집한 흑호부대는 분명히 미국이 위성으로 감시하고 있었을텐데 어떻게 불의의 기습을 당할 수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이미 일어난 일을 가지고 따져봐야 의미가 없다.
한 가지 다행스러운 점은 우리도 뒤통수를 맞았지만 적들도 그렇다는 것.
바위사막의 지하유적에서 내가 데려온 페어리들과 촬영한 영상들은 외교적으로 분명한 명분을 가져다 줄 것이다.
이 국지적인 소규모 분쟁 때문에 진짜로 전면전이 난다거나 하는 일은 없겠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외교적으로 압박을 할 수 있는 증거가 더 힘을 발휘할 수 있겠지.
돌아가는 장갑차 안에서 나는 윤기정에게 어깨에 달린 캠의 메모리를 떼어 건넸다.
“형, 차 안에 노트북 가져왔죠? 여기서 간단한 편집작업 좀 합시다.”
“편집? 괜히 의혹을 남기는 것보다 그냥 날 것을 그대로 제출하는게 낫지 않겠어?”
“페어리들 구출해온거 보면 알잖아요. 정찰만 하고 온게 아니라서 그래요.”
“타격을 줄 수 있을 것 같으면 현장판단 하에 교전도 할 수 있다고 미리 허가받았잖아.”
“군인만 죽인게 아니니까 그렇죠. 보초들 제거하는건 몰라도 안에서 민간인 연구원들 처리하는건 지워야죠. 시간 빈다고 의혹 좀 남는게 낫지.”
연구원을 죽였다는 말이 나오자 윤기정이 입맛을 쩝 다신 후 메모리를 받아들었다.
지금 다른 차에 타고 감시 하에 이동하고 있는 리 쳔에게도 나중에 따로 말을 해놓아야겠다.
그 놈을 믿기는 힘들지만 우리 정부와 미국 정부에서도 상황은 대충 짐작할테니까.
외부에서 언론같은데 함부로 떠들도록 두지는 않겠지.
노트북을 펼치고 메모리를 연결해 동영상을 확인하는 윤기정을 일별하고 앞쪽 좌석으로 건너가서 운전석에 앉아있는 강승호에게 물었다.
“대강 듣기는 했는데, 지금 상황은 어떻게 된거야? 점령시도라고 할 정도면 작정하고 들이쳤다는건데, 일단 한번 격퇴하긴 했어도 다시 시도할지도 모르겠네?”
“저도 자세한건 잘 몰라요 팀장님. 근데 군인 아저씨들 분위기가 심상치 않긴 하더라구요.”
군인들이야 당연히 그렇겠지.
전생에서도 북한이 무슨 헛짓거리 했다하면 비상이 걸리고 진돗개가 풀려나지 않았는가.
내가 궁금한건 분쟁이 얼마나 지속될 것 같은지, 확전가능성은 있어보이는지, 뭐 그런건데.
다급하게 병력을 빼서 지원을 가느라 딱히 우리 팀에게 정보를 남기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뒷좌석에서 영상을 확인하던 윤기정의 나지막한 탄성소리가 들려온다.
장갑차와 트럭들은 대열을 이루어 남쪽으로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