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7화 〉1부
비록 동원된 인원이 전원 한국 소속인데다 직접적으로 투입되는건 그 중에서도 나 하나뿐이지만, 이번 작전은 한국과 미국이 공동으로 벌이는 작전이다.
특히 미국이 쏘아올린 인공위성은 더할나위없이 든든한 지원이었다.
나도 독도법을 익히긴 했지만 사방을 둘러봐도 다 비슷비슷해보이는 바위들만 가득한 이 사막지형에서 목적지가 표시된 지도만 보고 정확히 찾아간다는건 거의 불가능해 보였으니까.
위성과 연동되는 손바닥만한 전자지도가 없었다면 며칠이고 헤맸을지도 모르겠다.
“저긴가. 휴우, 언뜻 봐선 잘 보이지도 않네.”
네비게이션의 안내를 받으며 찾아간 비밀 연구소의 모습을 보니 그런 생각은 더욱 굳어진다.
하늘 위에서 바라보는 위성의 시선에서만 감춘게 아니라 혹시 있을지 모를 민간 헌터들의 시선도 피하기 위해서인지 지상에서 보아도 눈치채기 힘들도록 위장을 잘 해놨어.
하지만 아무리 철저하게 위장을 했다고 해도 연구소든 군사기지든 제 기능을 하기 위해선 사람과 물자의 출입이 필요했고, 미리 알고서 보면 당연히 어렵잖게 찾을 수 있다.
“가만있자, 용량은 충분하니까 여기서부터 동영상을 쭉 찍는게 나을까...”
잠깐 고민하다가 가슴팍에 달린 고리에 렌즈를 매달고 케이블을 가방의 본체에 연결했다.
몇 개의 끈으로 단단하게 결속해 놓았으니 격하게 움직여도 웬만해선 떨어지지 않을 것이다.
저장공간은 대강 서른 시간 정도를 찍을 수 있는 용량이라고 했던 것 같다.
분석에 유리하도록 어느 정도 고화질로 찍어야 하는데다 기기의 크기와 무게를 최대한 줄여야 했으므로 그 정도에서 타협할 수 밖에 없었다고 하는데, 이 정도면 넉넉하다못해 넘치지.
좀 더 가까이 접근해서 촬영버튼을 누르고 오작동이 나지 않도록 두꺼운 커버를 덮었다.
렌즈 시야를 가리지 않도록 각도를 약간 조절하면서 걷다보니 목표는 코 앞이었다.
사막패턴과 디지털 패턴이 적당히 섞인 위장막 주변을 둘러보며 입구를 찾아헤맸다.
와, 이거 진짜 꼼꼼하게 만들어놨네.
사실 정 못 찾을성 싶으면 그냥 사람이 드나들때까지 기다리면 될 일이긴 했다.
아무리 미국의 위성을 경계한다고 해도 설마 저 안에 물자를 쟁여두고 사람의 출입도 통제하면서 기약없이 버티려는 생각을 하고 있지는 않을테니까.
그렇게 한 바퀴 외곽을 돌면서 나는 연구소 부지로 보이는 지형의 크기에 경악했다.
위장막으로 덮어둔 큼지막한 주차장의 크기부터 심상치 않았는데 눈에 잘 띄지 않는 색으로 칠한 바리케이드와 철조망을 둘러친 면적도 웬만한 아파트 단지 하나는 들어갈 것 같았다.
심지어 이거, 미국 첩보에 의하면 메인은 지하에 있을거 아냐?
“바위를 깎아 이만한 크기의 건축물을 짓다니. 돈이 썩어나는건가.”
하물며 여긴 바위사막이고 당연히 지하로 파려면 암반을 뚫고 들어가야 하는데 말이지.
중국은 큰 나라니까 예산도 단위부터가 다르겠지만 그래도 만만한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렇게 공들여서 지어놓은 연구소가 엉망이 되면 참 유감이겠네.
물론 맨 몸으로 옮길 수 있는 무게는 한계가 있어서 무슨 핵가방이라도 메고 온게 아닌 이상에야 가져온 폭약만으로 건물을 날려버린다거나 할 수는 없겠지만.
나는 비스듬히 경사진 길을 내려가 주차장으로 보이는 공터 안쪽으로 조심스레 들어갔다.
장갑차량을 비롯해 오프로드 승합차, 트럭 등이 수십여대나 세워져 있었는데 인적은 없었다.
잠깐 고민한 끝에 사람이 지나가기를 기다리지 않고 바로 들어가보기로 했다.
설령 일이 틀어지더라도 건물 안에서 싸움이 벌어진다면 내가 더 유리할거라고 생각했으니까.
계단을 내려가며 허리춤의 홀스터에서 자동권총을 빼들었다.
아무리 에테르 폼 스킬에 소리를 포함한 기척을 줄여주는 효과가 붙어있다고 해도 실내로 들어가는 이상 작은 소음이라도 낼만한 동작은 미리 마치는게 낫겠지.
사실 국방부에서 지원나온 장교는 특수부대원들이 하듯 방탄복을 입고 카빈계열의 개인화기와 백수십발 이상의 넉넉한 탄약을 소지하기를 권했지만 고민없이 즉시 거절했다.
내가 시가전이나 실내전 훈련을 받은 것도 아니고, 갑자기 그런 무기를 들려준다고 해봐야 능숙하게 다루며 전투력을 발휘할 수 있을 리가 없잖아.
소총이라곤 전생의 군대에서 쏴본게 전부인데 서서쏴나 기동사격같은건 당연히 배운적이 없고 훈련소에서 딱 한번 60구경 화기 사격을 해본 적이 있지만 그것도 거치사격이었거든.
특전사령부에서 잔뼈가 굵었다는 사십대의 영관급 장교는 내 거절에 못내 아쉬워하면서도 전투가 작전목표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니 이내 납득하더라.
사실 혹시 싸우게 되더라도 이능으로 싸울텐데 뭐.
에테르 블레이드의 15미터라는 짧은 사정거리는 다른 두 스킬과의 연계는 물론이거니와 실내전에선 별다른 문제가 안 될 것이고, 3초라는 미묘하게 느린 연사속도를 메우는 정도는 훈련소에서부터 꾸준히 훈련해 손에 익은 권총만으로도 가능할 것이다.
애초에 여긴 연구소나 군사기지 용도로 만든 건물이지, 침입자를 함정에 빠뜨려 죽일 작정으로 지은 지하던전같은게 아니니까 여차하면 몸을 빼서 숨어 탈출하면 그만이기도 하고.
건물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나오는 로비에는 예상대로 안내도같은게 없었다.
안에서 일하는 사람들 입장에선 참 불편하겠구나 싶다.
경비를 서는 군인들이 몇 보였지만 한 눈에 보기에도 별로 군기가 든 것 같지는 않았다.
야간투시경을 보고 움찔했는데 전부 헬멧 위로 걷어올리고 잡담을 하고 있었거든.
하긴, 교대 사이클이 몇 시간이나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리 훈련받은 정예인력이라고 해도 긴 시간동안 꾸준히 긴장감을 유지한다는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나는 숨을 죽이고 최대한 조용하게 경계병들 사이를 지나쳐갔다.
최대한 거리를 유지한다고 했지만 사실상 코 앞을 지나가는거나 진배없다.
만약 경계병력이 죄다 감각이 예민한 신체강화계열 이능력자들이었다면 아무리 에테르 폼을 유지하고 있더라도 뭔가 수상한 낌새를 알아차렸겠지만 이들은 비각성자들인 것 같았다.
사실 아무리 인구와 군인 수가 많은 미국이나 중국같은 나라들이라고 하더라도 이능력자로 구성된 특수군같은 고급인력은 언제나 귀하기 마련이다.
따각.
뒷발을 들고 앞꿈치로 살금살금 신경써서 지나간다고 지나갔는데, 작은 실수가 나왔다.
바닥의 재질이 달라지는걸 미처 눈치채지 못한게 화근이다.
이 자식들은 돈이 남아도나, 남한테 보여줄 일도 없을 비밀 시설의 바닥을 대리석으로 깔아?
속으로 그런 불평을 하면서 조심스레 경비병들의 기색을 살핀다.
명백하게 들려선 안 되는 소리가 들린건 맞지만, 그래도 객관적으로 보면 그리 큰 소리는 아니었으니 잡담을 나누며 웃던 저 아저씨들이 듣지 못했을 확률도 낮지는 않다.
하지만 내 기대와 달리 군기가 적당히 빠져있던 경비병들도 그렇게까지 맹탕은 아니었나보다.
그들이 한순간에 달라진 낯빛으로 헬멧 위에 올린 야시경을 내리는걸 보면서 나는 씁쓸한 마음으로 실수를 자책하면서 에테르 블레이드를 날렸다.
“꺼어억! 크륵.”
세 명의 경계병 중 두 명은 다급히 야시경을 끌어내려 착용하려던 자세 그대로 목이 날아가며 즉사했지만 에테르 블레이드의 날폭 끄트머리에 걸려있던 나머지 한 명은 삼분의 일쯤 잘려나간 목을 손으로 부여잡고 고통스러운 신음을 흘리며 쓰러진다.
거리계산이 손가락 한 마디 정도 엇나갔지만 추가적인 타격을 날릴 필요는 없었다.
털썩 쓰러져 옆으로 뒹구는 생존자의 눈에서 빠르게 빛이 사그라든 것이다.
손가락으로 짧게 누른 호스에서 물이 튀는 것처럼 피가 솟구치는걸 보니 경동맥이 나갔구만.
이 친구들, 귀가 조금만 더 어두웠으면 살 수 있었을텐데.
유감이지만 지금은 감상에 빠져있을때가 아니다.
아무도 비명을 지르지 못했지만 쓰러지면서 총기와 금속제 탄띠 등이 대리석 바닥에 부딪히는 소리가 요란하게 울린데다, 혹시 감시카메라가 있을지도 모르잖아.
이들의 근무태도로 봐선 이쪽을 비추는 감시카메라는 없을 가능성이 크고 설령 있다고 하더라도 24시간 라이브로 감시하지는 않는 것 같았지만 그래도 안심할 수 없는 일이다.
“흐음. 당장 눈에 띄는 반응이 없는걸 보면... 아, 그래도 정리는 하고 들어가야지.”
구역질이 올라오는걸 억지로 참으면서 시체를 구석으로 끌어내 치웠다.
잘 보이지 않도록 어둑한 곳에 밀어넣는동안 안쪽에서 사이렌이 울린다거나 대기하던 병력이 쏟아져 나온다거나 하는 일이 없는걸 보니 일단은 괜찮을까.
으윽, 그러고보니 이거 시체만 치운다고 은폐가 될 일이 아니네.
총으로 쏴죽인 것도 아니고 참수를 해버렸으니 핏자국은 어떻게 얼버무릴 수준이 아니다.
피가 신발에 묻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다시 에테르 폼을 활성화하고 안으로 진입했다.
보초의 근무사이클 텀이 얼마나 되는지, 다음 교대까지 얼마나 남았는지 모든게 미지수였지만 그냥 운이 좋기를 바라면서 최대한 빨리 일을 처리하는 수밖에 없다.
로비를 지나니 여러개의 방이 좌우로 늘어선 좁은 복도가 눈에 들어온다.
한 바퀴 둘러보았는데, 일단 아래층으로 향하는 계단이나 엘리베이터는 보이지 않는다.
지반이 모두 암석지대니 파고 들어가는 비용과 노력이 많이 들어 단층으로 만들었다고 해도 이상할 일은 아니지만, 그보다는 입구를 숨겨놓았을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무엇보다도 여기 지하에 유적지가 있을 확률이 높으니까.
라크가 기억해내지 못하는걸 보면 중요한 시설이나 규모가 큰 대형시설이 있을 것 같지는 않지만, 그 중요도는 어디까지나 고대 기준이고 사소한 유적이라도 발굴하는 우리 지구인들 입장에서는 아무리 흔하고 사소한 시설이라도 연구할 가치가 있는 유적인 것이다.
음, 에테르 폼에 벽이나 문을 유령처럼 통과하는 기능이 붙어있는 것도 아니니 결국은 일일이 방을 열고 들어가 수색해야 할텐데, 그럼 무조건 추가적인 충돌이 벌어지겠지?
어차피 경비병을 세 명이나 죽이고 침입했으니 쥐도 새도 모르게 왔다 가는건 물 건너 갔다고 봐야겠고, 더 고민할 것 없이 빠르게 체크하고 나와야겠다.
문은 모두 철제였지만 따로 잠금장치가 되어있는 것 같지는 않았다.
가장 가까운 문을 벌컥 열면서 들어가니 밖에서 일어나는 소란을 전혀 모르고 있던 서너명의 사람들이 멍하니 입을 벌리고 이쪽을 쳐다본다.
한 명은 오륙십대로 보이고, 나머지 세 명은 무척 젊어보이는 청년이었다.
에테르 폼을 해제하고 오른손에 쥐고 있던 권총을 들이대며 영어로 을러댔다.
“벽 쪽으로 붙어 서. 손은 잘 보이도록 하늘로 들고. 아니, 이 쪽으로 모이라고.”
“저, 서,선생님. 저희는 그저 평범한 고고학자들입니다. 어디서 오셨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우선 진정하시고 그 총부터 좀 내려놓으세요.”
다행히 영어를 할 줄 아는 듯 그들은 통제에 잘 따랐다.
개중 가장 나이가 많은 상급자가 내게 말을 걸며 진정시키려고 노력하는데, 말하기를 자기네는 고고학자란다.
음, 그럼 여긴 단순한 유적 연구시설이라는 소린가?
미국이 위성으로 분명 흑호부대를 위시한 중국 특수군 병력의 활동을 관측했다던데, 혹시 인근에 아직 발견하지 못한 군사시설이 따로 있는건지도 모르겠다.
하긴, 군대 주둔지라기엔 지나치게 경비가 허술하긴 한 것 같아.
“이 시설에 머무는 사람은 몇이나 됩니까? 그 중 무장한건 몇이나 되고?”
나는 비무장한 자칭 고고학자들을 한쪽 벽으로 몰아세우고 방을 훑어보면서 질문했다.
슥 둘러보니 여긴 사무실이나 연구실이 아니라 숙소였다.
이층 침대와 옷장이 벽 두 면을 채우고 있고 책상 위에는 노트북이 펼쳐져 있었다.
“시설을 관리하는 엔지니어까지 합하면 백수십명이나 됩니다. 군인들은 외부에 주둔지가 따로 있는데, 어디에 있는지 자세한 위치는 저도 몰라요. 하루에 두 번씩 서른명 남짓한 소대가 와서 교대를 한다는는 것만 압니다. 생필품과 우편은 일주일에 한번씩 가져다 주고요.”
“이 복도에 연결된 방들, 전부 숙소인거요?”
“예. 유적은 지하에 있습니다. 맨 끝의 제일 큰 문이 엘리베이터와 계단실로 이어져요. 홍채와 지문으로 생체인식을 하지 않으면 지나갈 수 없습니다.”
그들은 무척이나 협조적으로 내게 아는 것을 털어놓았다.
하긴, 문이 갑자기 벌컥 열리는가 싶더니 허공에서 어두운 색의 옷으로 온 몸을 꽁꽁 가린 남자가 유령처럼 스르륵 나타나 권총을 겨눈다면 누구나 협조적이 되긴 하겠지.
홍채인식과 지문인식이라니, 갖출건 다 갖춰놨구만.
복도에 연결된 방이 전부 숙소에 불과하다니 굳이 일일이 열어가며 소란을 피울 이유는 없고, 그냥 이 할아버지를 데리고 가서 지하로 내려가야겠다.
“좋아, 한 분이 날 도와줘야겠습니다.”
“아,알겠습니다. 쳔, 네가 저 사람을 따라가거라. 섣불리 저항해선 안된다.”
음, 지금껏 대화하던 양반을 끌고 가려고 했는데, 그는 내가 뭐라고 말할 새도 없이 자연스레 뒤로 빠지면서 옆에서 겁먹은채 질려있던 청년을 앞으로 내세운다.
그 마음이 이해가 안 가는건 아니지만 이거 상당히 추한데?헛웃음을 지으면서 겨누고 있던 총을 까딱거려 앞으로 부르니 쳔이라고 불린 청년이 덜덜 떨다가 진한 악센트의 영어로 발악하듯 고백한다.
“저,전 대학원생입니다. 지하유적의 단독출입 권한이 없어요. 생체인식은 교수님들만 통과할 수 있습니다. 히익!”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옆에서 교수를 비롯한 다른 세 명까지 눈에 살기를 띠고 노려보니 그는 헛숨을 들이키며 대번에 수그러들어 울먹인다.
하하하, 이것 참.
교수와 대학원생 관계였어?
아니 뭐, 연구실 막내에게 위험한 역할을 미루는건 그럴 수 있다 치는데, 이건 지하로 내려가는 엘리베이터실 입구까지만 가면 바로 들통이 날 일이잖아?
대체 생각이 얼마나 짧은거... 아니지, 그럴 수 있지.
저들은 내가 은신이능을 가지고 있는걸 아는데다 여긴 입구와 가장 가까운 방이니까.
몰래 잠입한거라고 여겼을테니 내가 저 남자를 데리고 간 사이에 밖으로 도망가서 경비병력을 불러오겠다는 계획을 세워도 이상할 일은 아니겠구나.
나는 속으로 스스로의 안일함을 자책했다.
적지 한복판에 들어와서 무슨 쓸데없는 여유를 부리려고 한거야?
“어이쿠, 교수님이셨어요? 자, 이리 나오세요. 쏴버리기 전에 빨리 나오라고. 아, 그리고 거기 쳔이라고 했나?”
“예, 예. 리 쳔입니다. 저 분은 왕 후에이 교수님이고 이 쪽은...”
“잔말말고 당신도 나와.”
“왜,왜요? 전 아는걸 모두 말씀드렸...”
“그러니까 살려주려고 하는거잖아. 얌전히 따라오면 살려드릴게.”
내가 무슨 말을 하는건지 알아차린 교수가 눈을 크게 뜨고 다급하게 뭐라고 말하려는 순간, 발출된 에테르 블레이드가 나머지 두 명의 대학원생의 목을 가르고 지나간다.
입구에서 처리한 경비병들과 마찬가지로, 두 청년의 목이 둥실 떠올랐다.
교수는 형용하기 힘든 얼굴로 두 눈을 감았고 현실감이 없는지 제 선배들의 최후를 한순간 멍한 표정으로 바라보던 막내는 다리에 힘이 풀리는지 털썩 주저앉는다.
물론 나도 멀쩡하진 않았다.
사람을 베는게 처음은 아니지만 전투 중 살상과 처형은 또 전혀 다른 문제니까.
국방부의 의뢰를 승낙할 때 내심 각오하긴 했지만, 그래도 후자는 명백한 범죄다.
젠장, 기어이 민간인을 죽이게 되어버렸네.
하지만 아까 저 놈을 내게 떠밀면서 벌인 수작으로 봐선 가만 놔뒀다간 기회만 되면 밖으로 달려나가 다른 곳에서 보초를 서고 있을 수십명의 경비병력을 불러올게 뻔하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