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5화 〉1부
오닉스 헌터즈에 입사하자마자 3팀의 소속으로 작전을 나갔을 때, 나는 재수없게도 국가레벨의 분쟁에 휘말려 중국 특수군으로 추정되는 사람들과 결전을 벌인 적이 있다.
우리가 고블린을 발견하기 전에는 게이트 너머에 괴수들만 우글거리는줄 알았지 부족생활을 하는 이종족들이 존재하는줄은 아무도 몰랐지.
아니, 정말 아무도 몰랐을지는 모르는 일이지만, 적어도 공식적으로는 그랬다.
중요한건 중국 특수군 소속의 이능력자들이 한동안 한국의 영역으로 알려진 요정의 숲에 머물며 여러 가지 작전활동을 벌였다는 점이다.
당장 우리가 확실하게 아는 것만 고블린들을 도와 페어리들을 잡아다 인신공양의 제물로 바친 일과 마력과 관련된 외계 세균을 배양하는 비밀연구소를 세운 일이 있다.
“그러니 당연히 페어리들에게 치유에 관한 체계적인 학문이 없다는걸 알고 있겠지. 페어리들은 치유마법은커녕 자기네 마을 주변에 자생하는 약초도 제대로 못 써서 덧난 상처로 죽기도 하고 그러던 친구들이니까. 아티팩트를 세공하는 것도 사실 직관적인 주술에 가깝고.”
“거기까진 이해했어요. 내가 이해가 안 되는건, 그렇다고 저 지랄을 해요?”
“뭐, 저 친구들 깡패처럼 구는게 하루이틀 일은 아니잖아.”
뉴스를 보면서 나는 짜증스럽게 머리를 긁었다.
게이트에 관한 국제조약은 주로 지구를 방어하기 위해 안보에 관한 사항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기에 자원에 대해서는 그간 관례적으로 각국의 개척지를 존중해왔다.
예컨대 요정의 숲은 최초로 발견했을뿐 아니라 꾸준히 원정대를 보내던 한국의 영역으로 암묵적으로 인정받았고, 최근 아예 특수군을 파견해 기지를 세우면서 실효지배를 시작한 뒤로는 논란의 여지없이 영토에 준하는 것으로 취급받았다.
외계 행성에 지성체의 흔적이 발견되지 않고 오직 사냥감인 괴수들만 존재할때는 아무것도 문제될 요소가 없던 방식이지만, 페어리의 존재가 공표된 이후엔 식민지로 삼아 착취하는게 아니냐, 새로운 제국주의 시대가 열리는 것 아니냐는 소리가 나왔지.
그러니 지금 티비에서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말하는 것처럼 인류 공공의 이익을 위해 이계문물에 기반해 얻은 학술적 성과를 국제 사회에 공유하자는 주장도 나올 수 있다.
암만 봐도 도둑놈 심보지만, 뻔뻔한 것과 별개로 나올수는 있어.
“라크의 신병을 넘기라니. 이건 뭐 전쟁하자는건가?”
“그러게. 그건 나도 좀 의외야. 아무리 그래도 먹힐 수작이 있고 이빨도 안 들어갈 수작이 있지. 그냥 한번 찔러봤다기엔 너무 무리수라서 정부에서도 혼란스러워 하더라.”
이건 선을 넘어도 한참 넘었지.
물론 대놓고 넘기라는 말은 안 했지만 양국이 공동으로 관리하자는건 그 소리나 다름없다.
특히 ‘한국이 이계인들을 제대로 보호, 관리하고 있는지 국제 공동조사단이 감시를 해야한다’는 주장은 외교적으로 결례 운운할 수준을 넘어 대놓고 시비를 거는 수준 아닌가?
특히 ‘보호, 관리’라니, 이계인들을 얼마나 무시하고 있는지 드러내는 단어 선택이었다.
예쁘장한 외모에 어울리지 않는 뻔뻔한 주장을 읊는 중국 외교부 대변인의 발표 장면이 중간중간 생략되며 지나가고 우리 외교부 장관의 인터뷰가 뒤를 이어 송출된다.
그는 중국의 발표가 나오고 불과 삼십여분만에 기자회견을 하면서 빠른 대응을 보여주었다.
역시 짤막하게 편집된 몇 마디가 지나가고 앵커가 장관의 발언을 정리해서 요약한다.
-박주만 외교부 장관은 이 기자회견에서 리샤오위 대변인의 발언에 대해 제국주의적이고 폭압적인 사고방식이라며 강력하게 비난했습니다. 이계문명과의 접촉은 완전히 평화적인 방식으로 이루어졌으며 현재 서울에 머물고 있는 이계인은 외교사절로서 적합한 예우를 받고 있다고 강조한 박 장관은 만약 중국이 이계문명과의 교류를 바란다면 한국이 연결다리가 될 의향은 있지만 고압적인 태도를 내려놓고 동등한 입장에 서야 한다며 겸허한 자세를 촉구했습니다.
안 그래도 한미관계를 통째로 파탄낼 수도 있었던 사건의 배후에 중국이 있지 않나 의심을 하던 차에 이런 도발까지 더해져 한국 정부가 폭발해버린 모양이다.
그간 중국이 관련되어 있다고 하면 웬만한 일에는 둥글게 넘어가던 것과 달리 제국주의적이니 폭압적이니 하는 표현까지 쓰면서 과장 좀 보태 북한처럼 날을 세워버리네.
사실 중국의 간섭이 워낙 상식 밖이라 그렇지, 우리 외교부 장관의 언행도 따지고보면 공식석상에서 내뱉기엔 외교적으로 굉장히 부적합한 결례였다.
-한편, 존 스튜어트 미 국무부 장관은 SNS를 통해 외계문명과 교류할 인류의 대표로 중국을 내보냈다간 대번에 성간전쟁이 나지 않겠느냐며 비아냥댔습니다. 포스팅은 게시 후 삼십여분만에 삭제되었지만 공인으로서 부적절한 발언이라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하지만 미국이 우리 편이면 그런 사소한 결례쯤은 아무래도 좋지 않을까?
한국으로 치면 외교부에 해당하는 국무부 장관씩이나 되는 양반이 무슨 술 취한 대학생도 아니고 순간적인 충동으로 자기 이름으로 저런 글을 올렸을 리가 없지.
혹시 나중에 뭔가 일이 틀어지면 그때 가서 개인의 사적 의견일뿐이었다고 선을 긋게 될지도 모르겠지만, 백퍼센트 내부에서 다 이야기가 끝난 의도적이고 계산된 도발이다.
“그나저나 사람 불러다놓고 왜 소식이 없어? 분위기가 심각해서 재깍 달려왔더만.”
“어차피 바쁜 일도 없었잖아요. 제가 형님 한두해 봅니까, 휴가때면 집에서 뒹굴거리고 맥주 마시면서 영화나 보고 그러는거 뻔히 다 아는데. 그리고 팀장님이 굳이 세 명 다 올 필요는 없다고 그냥 쉬고 있으라는걸 아득바득 따라왔으면서.”
“승호 이 자식은 아직도 팀워크가 뭔지 모르네. 우리 7팀은 한 몸이야.”
한 몸이라기엔 팀장인 내가 독단적으로 결정해서 단독으로 벌인 일도 적지 않은 것 같지만, 아무튼 둘 다 같이 따라와서 상황을 듣고 의견을 내준다면 나야 고마운 일이다.
막 업계에 발을 들인 새파란 신입 헌터가 팀장이 되어놨으니 경험이 없어도 너무 없거든.
우리는 지금 초대를 받고 국방부 청사에 들어와 있었다.
청와대나 다른 정부 부처가 아니라 국방부로 초대를 했다는데서 나는 묘한 감상을 느꼈다.
보아하니 단순히 증언을 듣고 자문을 구하자고 부른건 아닌 것 같았거든.
문득 요정의 숲에서 중국 특수군과 벌였던 우발적 전투, 홋카이도 게이트 남부 평원에서 일본 특수군과 벌였던 추격전이 떠올라 괜히 입맛이 쓰다.
훈련소에서 권총사격 등을 배우면서 ‘현장에 나가면 괴수뿐만 아니라 헌터들끼리 시비가 붙어 분쟁이 생기는 경우도 있으니 자위력을 길러라’는 주의를 받았지만, 틈틈이 사람과 싸우는 방법까지 가르치던 그 교관들도 나같은 경험은 상상도 하지 못했을게 분명하다.
내가 무슨 이능력자 특수군에 입대한 것도 아닌데 말이지.
“아, 왔나보다. 승호형, 티비 꺼.”
“오래 기다리시게 해서 죄송합니다. 의견조율이 예상보다 조금 늦어져서. 합참의장입니다.”
노크소리와 거의 동시에 문을 열고 들어온 중년인이 그렇게 말하며 악수를 청한다.
얼룩덜룩한 디지털패턴의 군복차림에, 옷깃에 은빛으로 반짝이는 별이 무려 네 개.
찬란히 빛나는 사성장군의 계급장은 그 위압감이 상당했다.
내가 군대체계에 대해선 잘 모르지만, 합참의장이면 군대에서는 가장 높은 사람 아닌가?
전생의 대한민국은 그랬던 것 같은데, 현생의 이 세계는 어떤지 잘 모르겠네.
“오닉스 헌터즈의 7팀에 대해서는 익히 들었습니다. 인원수는 적지만 실력 하나만큼은 국내 최고라고 하더군요. 뿐만아니라 외부에 밝힐 수 없는 일도 여럿 처리하셨다고.”
“여럿...이라고 하긴 좀 그렇지만, 예. 정부 의뢰를 받았던건 아니지만요.”
“실례가 안 된다면 다음 원정 일정에 대해 여쭤봐도 될까요?”
“휴식과 재정비를 마친 후엔 울릉도 게이트를 넘어 남부 초원으로 향할 예정이었습니다. 소환사 라크 님이 제공해주신 정보를 바탕으로 남부 초원에 유적지가 잠들어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결론을 내렸거든요. 시간제한을 두지 않고 꼼꼼하게 탐사를 할 생각입니다.”
“과연 대단합니다. 현지인의 전폭적인 협조를 받는다면 개척이 지금까지의 막연한 탐색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속도로 진척되겠군요. 하지만 그 탐사, 잠시만 미뤄주셨으면 합니다.”
“예, 정부에서 급히 의뢰할 일이 있다는 말은 들었어요.”
합참의장의 뒤로 우르르 들어오는 한 무리의 군인들 사이에 얼마 전 안면을 익힌 청와대 비서관을 위시해 정장차림의 공무원도 서넛 끼어있어서 좀 혼란스럽다.
저 아저씨는 청와대에서 꽤나 높은 직위에 있는 사람이라고 알고 있는데?
한창 대책마련에 바빠야 할 사람이 국방부에 와서 사성장군까지 참여하는 회의에 민간헌터를 불러놓은걸 보면 내가 아는 것과는 좀 다른 사실이 있나보다.
솔직히 무슨 일 때문에 불렀는지는 대충 이해가 가는데, 왜 불렀는지는 전혀 모르겠거든.
내가 이해하기론, 이번 사건의 전말은 간단하다.
정부에서 지지율 강화와 정권 안정화를 위해 발표한 이계문명과의 기술교류 프로젝트에 중국이 끼어들어 자기 숟가락을 안 놓게 해주면 상을 뒤엎어버리겠다고 협박을 한 것.
아니, 이런 문제에 민간 헌터들이 끼어들어 뭐 할게 있나?
우리의 의문어린 시선에 막 모자를 벗고 앉은 장성이 헛기침을 한다.
“보안 때문에 전화나 이메일로는 설명드리지 못했습니다. 김 소장, 브리핑 시작하게. 아, 여러분도 앉으시죠. 질문은 브리핑을 다 듣고나서 해주시구요.”
일선 사단에서는 천지조화를 부리는 권능도 행사하는 투스타가 이등병처럼 군기가 바짝 든 동작으로 빔 프로젝트를 연결하더니 굳은 목소리로 설명을 시작한다.
그 설명을 들으면서 나는 그제야 중국이 무슨 오해를 하고 있는지 알게 되었다.
놀랍게도, 중국에선 우리가 살아있는 이계인들과 접촉한 사실에 대해 전혀 모르는 모양이다.
보호와 관리가 제대로 되고 있는지 공동으로 감시 운운한건 ‘어디 한번 너희가 확보한 이계인을 공개해봐라’는 압박이었던 것이다.
“그러니까 우리가 정식 외교관계 수립이니 뭐니 한 소리는 죄다 블러핑인줄로만 알고 있다는거네요?”
“저희가 입수한 정보에 의하면 그런 것 같습니다. 국내에 입국한 소환사 님의 신변은 철저한 보안을 유지하고 있어 중국에서도 찾아내지 못한 것 같구요. 특히 저번 네바다 게이트 억제기 사보타주와 JFK공항 세균테러 모의로 중국이 보유한 한국 내의 휴민트 망이 타격을 입었는데, 그 타격이 저희 생각보다 더 큰 것 같습니다.”
문장 세 개를 입 밖에 냈는데 그게 전부 추측성 어미로 끝나다니, 어떤 의미론 대단하구만.
복장부터 인상까지 나 정보계통에서 일하는 사람이라고 온 몸으로 주장하는, 은테 안경에 날카로운 눈매를 가진 장년인이 코 끝에 내려온 안경을 손가락으로 스윽 밀어올리며 말했다.
지금 이 시간에도 열심히 라크의 강의를 받으며 마법이라는 그동안 배운 상식과 배치되는 학문을 익히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을 프로젝트 팀의 기밀이 새어나가지 않았다는건 알겠다.
그야 라크가 직접 나가서 카메라 앞에 서지는 않았으니 확실한 증거는 없는 셈이지.
설령 얼굴을 비췄어도 외형상 지구인과 구분도 안 가고.
사람들이 믿고 좋아하는건 어디까지나 대통령이 헛소리를 하진 않으리라는 신용 때문이다.
“아무리 깜깜해도 그렇지, 저렇게 과감하게 나선다구요? 완전히 확신을 하고 있는 모양인데.”
그래도 나로서는 중국의 그 섣부른 예단이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역지사지로 생각해봐도 대체 무슨 배짱으로 저렇게 확신을 하고 베팅을 하는지 모르겠어.
브리핑을 진행하는 소장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손에 쥔 리모컨을 조작했다.
슬라이드가 넘어가고 처음 보는 생소한 지형의 항공사진이 나온다.
“이 위성사진을 보시죠. 미국이 공유해준 자료입니다. 울릉도 게이트 기지와 하이난 게이트 기지의 사이에 있는 암석지대를 촬영한거죠. 그리고 우연히, 이 장면이 잡혔습니다.”
“어... 그러니까 저건, 시체들이네요? 시체 맞죠?”
사진을 확대하니 특수군으로 보이는 무리 여럿이 경계를 서는 가운데 바위와 절벽으로 둘러싸인 석조건물에서 여러 구의 시신을 밖으로 나르는 모습이 보인다.
“소환사들이죠. 의복의 유사성이 높아요. 운이 좋았습니다. 외부에 발표한 공식적인 위성 경로로는 찍지 못할 사진이었거든요. 해당 위치를 위성이 지나가기로 예고된 시간에는 유적에 위장망까지 덮고 움직임도 전혀 없어서 판독하기가 어려웠을거랍니다.”
“한미연합사에서 다섯 시간 전에 공유한 정보예요. 중국은 미국이 보유하고 있는 플로리다 게이트 기지 인근의 유적과 다른 형태의 유적지를 찾아 발굴하고 있습니다.”
“최지호 헌터의 치유 이능으로 가사 상태에 있던 소환사들을 되살렸다면서요? 만약 중국이 발견한 이계인들이 같은 상태에 있었다면 단순히 화석이 된 시체라고 판단했을겁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생체활동도 정지되어 있고 사실상 시신과 다를바 없는 상태였다던데요.”
그러니까 유적에서 사람과 똑같이 생긴, 그리고 놀라우리만치 생생하게 원형이 보존된 고대의 시체들을 발견한 중국은 한국의 사정도 자기네와 다르지 않겠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한국이 요정의 숲에 특수군을 주둔시키면서 적극적으로 숲 북부의 유적지를 개발하고 있으니 그들이 바위사막에서 찾은 것과 같은 유적을 찾아 이계인의 시신과 그 문명의 파편을 얻었으며, 이번에 정권의 위기를 타파하기 위해 스토리를 썼다... 뭐 이렇게 여길 확률이 높단다.
무엇보다도, 측정된 유적의 연대가 너무 높으니까.
마지막으로 보수된지 천년 단위의 까마득한 세월이 흐른 고대유적에서 사람과 비슷하게 생긴 시체들이 소수 나오고 주변에는 사람과 전혀 다르게 생긴 고블린이나 페어리, 오크같은 이종족들이 원시부족사회를 이뤄 살고 있으니 여기서 나올 결론은 내가 봐도 뻔하다.
이계‘인’들의 고대문명은 진작에 멸망했고 생존자가 없을거라고 여기는게 당연하지.
“흥미로운 이야기네요. 듣고 보니 오해가 생길만도 한 것 같고.”
사실 내가 천사의 단지를 두 번째 아이템으로 구매하지 않았다면 라크를 비롯한 투쟁의 협곡의 소환사들도 다시 빛을 보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중국 정부는 말뿐인 시비로 끝낸게 아니라 실제로 행동에 들어갔다는 듯 하다.
“흑호부대라고 아십니까? 외부에 알려진 바가 적은데, 중국의 이능력자 특수군 중에서도 블랙옵스를 주로 수행하는 최정예 여단입니다. 삼년 전 런던 게이트 기지의 사보타주 사건에서 그 존재가 처음 드러났는데, 물론 공식적으론 증거가 불충분해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아무튼, 그 흑호부대의 본부라고 알려진 군사시설에서 오늘 아침부터 대규모 움직임이 관측되었습니다.”
“게이트 너머에서 특수군의 활동은 모두 공표를 해야하는걸로 아는데요.”
공식적으로 게이트 너머의 땅은 마치 달이나 화성처럼 어느 나라의 영토도 아닌 인류의 공공재이므로, 설령 확고한 자기네 영역 내의 병력이동이라도 일단 공개는 해야 했다.
솔직히 그런 협약을 일일이 다 지키는 나라는 없겠지만.
“군사위에선 하이난 게이트 기지의 남부에서 사냥 중이던 헌터 팀에게 사고가 생겨 그들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순찰 강화라고 발표했죠. 당연히 그렇게 보기엔 규모가 너무 크고요. 바위 사막에 있는 유적지의 보안을 강화하려는 의도로 보이긴 하는데... 미국에선 여차하면 남하하여 요정의 숲 북부에 있는 유적의 점령을 기도할수도 있다고 경고해왔습니다.”
“물론 오닉스 7팀은 민간 기업이고 나라에서 그 활동방향에 대해 간섭할 수 없다는건 저도 잘 압니다. 하지만 지금 국가가 당신을 필요로 합니다.”
“음, 사정은 잘 알겠습니다. 그런데 이런건 어디까지나 국제적인 첩보나 외교, 뭐 그런 영역의 일 아닌가요? 저희를 부른 이유는 아직 설명이 되지 않은 것 같은데요.”
“최지호 헌터의 잠입능력이 필요합니다.”
딱 한 마디만 하고 나를 지그시 바라보는 투스타의 눈빛이 너무 부담스러워 슬쩍 고개를 돌렸지만, 합참의장은 별이 네 개라서 그런지 두 배는 더 부담스러운 눈빛을 하고 있었다.
차라리 강압적인 분위기라면 욱하는 반발심이라도 들텐데, 권위적이기론 한국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조직인 군대, 그 군대에서도 위가 없는 최고위직인 사성장군이 저렇게 고개를 숙이며 부탁을 해오면 이건 도저히 거절하기가 어려운 제안이 되어버린다.
“끄응. 계획이 어떻게 됩니까? 아니아니, 오해하지 마세요. 하겠다는게 아니라, 그냥 들어만 보겠다는겁니다.”
물론 다 듣고 난 다음에는 아예 얼토당토않은 계획이 아닌 이상에야 협조하게 될 가능성이 높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