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2화 〉1부
팀원들은 예정보다 조금 이르게 초저녁 즈음 플로리다 앞바다의 게이트를 넘었다.
그들은 원정준비를 모두 끝내고 언제든 출발할 수 있는 상태였다.
장갑차부터 시작해서 야영장비하며 무기와 탄약, 보존식량까지 전부 시중에 나와있는 것들 중 가장 값비싼 최고급품들이었는데, 회사에서 지원한 것이라고 했다.
“미국에 가서 게이트를 넘을거니까 현지에서 사면 된다고 했는데, 아랑곳않고 가져가라고 하더라구요. 운송비가 얼마가 들어도 회사에서 전액 지원해주는거니까 상관없지 않냐고.”
“큭큭큭, 잘 됐네요. 여기 전투식량은 하나같이 너무 느끼해서 영 별로야.”
“아이고, 모르는 소리 마세요 팀장님. 돈만 있으면 어디서든 못 살게 없습니다. 그런데 더 신기한건 미국에서 운송을 공짜로 다 해줬다는거죠. 혹시 연방 게이트 관리부에서 쓰는 전용기 타보셨습니까? 옆에 독수리 마크 대문짝만하게 박힌 점보 제트기요. 미국의 S급 헌터들이 해외 긴급작전할 때 타고 다니는건데, 크으, 진짜 장난 아닙니다.”
나도 두 번째로 미국 올 때는 그거 타고 왔는데.
호화로운 전용기 내부를 생생하게 묘사하며 어줍잖은 허세를 부리는 강승호를 혀를 차면서 바라보던 윤기정이 내게 권총이 든 홀스터를 내밀면서 물었다.
“여기, 네 총 챙겨왔어. 그런데 대체 무슨 일이야? 회사에서 권 이사가 신신당부를 하던데. 우리한테 회사의 명운이 달렸다나? 이번 의뢰가 그렇게 중요한 의뢰야? 보수가 얼만데?”
“보수는 달라는대로 준다니까, 일 끝나고서 적절한 금액을 계산해 봐야죠.”
“무슨 소리야? 그런 식으로 계약을 하는 법이 어디 있어?”
“걱정 마요. 웬만큼 무리한 금액을 청구하더라도 군말없이 줄테니까. 중요한건 돈을 얼마나 많이 받느냐 하는 문제가 아녜요. 먼저 지금까지 있었던 일을 좀 설명할 필요가 있겠네요. 승호형, 형도 쓸데없이 서성이지 말고 거기 앉아서 들어. 음, 그러니까...”
이걸 어디서부터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다.
사실 따지고보면 그리 오랜 시간이 지난 것도 아닌데, 며칠 새에 벌어진 일들이 워낙 많다보니 설명을 하는데 거의 한 시간이 넘게 걸릴 지경이었다.
그나마 아무런 과장이나 실감나는 묘사 없이 사실을 나열했으니 그 정도지, 내가 조금만 더 허영심이 넘치고 말이 많은 성격이었다면 하루 밤낮을 꼬박 떠들고도 남았을 것이다.
“뉴스는 나도 봤어. 거기 나온 헌터회사가 설마 우리 회사일줄은 몰랐지만. 세상에, 전택영 사장, 유능하고 괜찮은 사람인줄 알았는데 뒤로 호박씨를 까고 있었네.”
“그 양반이라고 하고 싶어서 했겠어요? 월급사장인데, 오너일가가 시키면 하는거지 뭐.”
“줄 잘못 잡은 것도 죄야. 이거 후폭풍이 장난 아니겠는데?”
“대명상사였나? 하여튼 처음 들어보는 중견 무역회사 하나도 끼어있는데, 거긴 뭐, 그냥 망했다고 봐야죠. 그나마 신일그룹은 운이 좋아서 빠져나갈 기회라도 잡은거지.”
“크으, 그렇지. 운이 좋았지. 결과적으론 우리 강 팀장이 지호 널 스카웃한게 회사를 살린 결정이었던거 아니냐. 어쩐지, 임원들이 언제부터 이렇게까지 개별 팀의 원정에 신경을 많이 썼다고 저러나 싶었는데. 알고보니 우리 어깨에 회사가 걸려있었구만.”
“형님, 말은 바로 하셔야지. 우리 어깨가 아니라 팀장님 어깨에 걸려있는거죠.”
“그게 뭐? 같은 팀이면 운명공동체지. 좋아, 상황은 대충 알겠어. 그럼 이제 일 얘기로 돌아가자구. 그 봉인되었다가 깨어났다는 할아버지들이 목표 위치를 알고 있다는거지?”
“의외로 안 놀라네요?”
“이제 와서 새삼? 이 행성이 뭔가 정상이 아니라는건 진작에 알았는데 뭘. 돌도끼 들고 뛰어다니는 놈들이 공간왜곡 결계를 펼치지를 않나, 제단 하나 망가졌다고 괴수 방어막이 수십배나 더 단단해지지를 않나. 화석이 살아 움직이는게 뭐 신기한 축에나 들겠냐.”
하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경악하는 것도 뭔가 관련 지식이 있어야 놀라는거지, 아무것도 모르는 일반인들 입장에선 이거나 저거나 마법처럼 신기하긴 매한가지다.
윤기정뿐만 아니라 강승호도 정작 피엠들과 그들의 고대 조상에 대해서는 별로 신기해하지 않고 들은 그대로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분위기였다.
거 참, 여기 있는 미국 헌터들은 놀라서 호들갑을 떨던데.
그동안 여기저기 다니면서 이종족에 관한 경험을 많이 해서 익숙해져 그런건가.
“믿어도 좋을거라고 봐요. 솔직히 그 화석 친구들 안 믿으면 마땅히 방법도 없고. 미국에서 주변 지형정보라고 협곡 지형 몇 군데를 후보로 뽑아서 가져왔는데, 그거 일일이 다 조사하려면 연 단위는 걸릴걸요? 목표지점 가서 조사하고, 성과 없으면 그냥 발 뺄겁니다.”
“일주일 일정 잡고, 보급품은 세 사람분... 피엠들은 자기들이 알아서 따로 짐 꾸리는거지?”
“아, 네 명으로 잡아요. 하비에르라고, 피엠들과 대화할 통역이 따로 붙을거예요.”
“오케이. 출발은 언제야?”
“더 시간 끌 것 있나요. 내일 아침에 바로 나갑니다.”
막사를 나간 두 팀원이 신체강화 이능력자 특유의 근력과 체력을 자랑이라도 하는 것처럼 수십 수백킬로그램씩 나가는 짐을 옮기며 부산을 떠는 동안 나는 냉장고 안에서 차가운 맥주를 한 병 꺼내들고 앉아서 그걸 구경했다.
막사를 가득 채운 고원의 건조한 공기 사이로 윤기정과 강승호가 게이트 너머에서 묻혀온 플로리다 앞바다의 짠내가 은은하게 감돌다가 이내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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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아침, 오닉스 7팀과 연락관 하비에르 로드리게즈까지 네 명의 원정대는 피엠이 고원에 세운 전초기지에서 그들이 꾸린 원정대와 합류했다.
키가 사람의 두 배는 되는 거대종족 중에서도 체구가 당당한 전사들 스무명이 모여있는 모습은 보는 것만으로도 절로 위압감이 드는 장관이었다.
와, 저 근육 단단하게 잡힌 것 좀 봐라, 진짜 방어막 없이도 칼도 안 박히는거 아냐?
어디 가서 몸으로 밀려본 적 없을 윤기정과 강승호도 살짝 기가 죽은 모양이다.
특히 나와 달리 신체강화 능력자들은 느끼는 바가 더 많을걸.
“형, 너무 그런 눈으로 보지 마요. 종족이 다르잖아, 종족이.”
“와 씨. 쟤들 인구수가 몇이나 될까? 저런 덩치들 한 천단위로만 있어도 아까 본 전진기지같은건 그냥 밀어버리고도 남겠다 야. 어쩐지 미국 애들이 무지 신사적이더라니.”
아티팩트라는 파급력있는 상품을 무기로 지구와 교류를 시작한 페어리들과 달리 피엠들은 전투력 하나로 인류와 대등한 위치에서 눈높이를 맞출 수 있을 것 같다.
하비에르가 다가가 호의 가득한 목소리로 인사를 건넨다.
그들은 우리가 끌고 온 장갑차를 호기심 어린 눈으로 구경하면서 자기들끼리 떠들어댔다.
각자 산더미만한 등짐을 하나씩 멘 걸로도 모자라서 처음 보는 사족보행 가축 두 마리가 끄는 수레까지 하나 동원한 자기네에 비하면 너무 단촐해보였나보다.
미국과 짧은 시간이나마 교류하면서 이런 형태의 전투기동차량은 많이 봤을텐데.
“우리가 기억하는 장소에 도착하려면 꼬박 사흘 밤낮을 걸어야 한다. 그대가 강인한 전사인 것을 알지만, 우리의 행군에 뒤처지지 않고 따라올 수 있을지 모르겠다.”
“문제없습니다. 괜한 배려는 사양하겠습니다.”
아니면 저들 중 차량을 본 적이 있는 피엠이 없는지도 모르겠다.
고대 피엠에게 자신만만하게 확답을 해도 영 못 미더운 얼굴을 하는걸 보니 말이다.
이 장갑차는 한번 주유로도 백 시간 넘게 달릴 수 있는 기종이라고.
한국에서 우리가 쓰던 기종이 아니라 미국이 따로 지원한 최신식 차량이었다.
짐칸에는 따로 보조 연료까지 잔뜩 준비했으니 왕복 엿새 플러스 알파 정도의 일정은 능히 감당하고도 남는다.
이동속도는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빨랐다.
덩치의 차이를 볼 때 보폭의 차이도 엄청나리라는 것은 당연히 짐작했지만 막상 함께 행군을 하다보니 피엠들의 육체는 그야말로 보병의 이상향 그 자체였다.
짊어진 짐이 언뜻 봐도 자기 체중의 절반 이상은 되어보이는데 전혀 무겁지 않다는 듯 사뿐사뿐 걷는건 그렇다치고 벌써 출발 후 열 시간이 되어가는데 한번을 안 쉬네.
우리는 벌써 미국이 그간 개척했던 영역을 벗어나 미개척지를 달리고 있었다.
“와, 저 친구들 대체 체력이 얼마나 좋은거야?”
“얼굴을 보니까 땀을 흘리기는 흘리는 것 같은데... 신체구조가 우리하곤 다른가보죠.”
“어쩌면 이능력 비스무리한게 있는지도 몰라. 저 스무명 전원이 신체강화 능력자가 아니라면 납득하기 어려운걸. 벌써 열 시간이 넘었어. 길이 별로 평탄한 것도 아니었고.”
편안하게 앉아서 운전만 하는 이쪽도 벌써 강승호와 윤기정이 교대를 두 번이나 했는데.
중간에 의자를 뒤로 젖히고 잠을 자다가 일어난 나는 그동안 한번도 쉬지 않고 계속 달렸다는 말을 듣고 기함할 수밖에 없었다.
전속력으로 달리는건 아니지만 저들의 보폭이 워낙 길어서 그리 서행한 것도 아니었거든.
“어? 멈췄다. 이제야 좀 쉬려나보네요.”
“아닙니다. 저건 전투 대형이에요. 멀리서 괴수를 발견한 모양인데요? 피엠들은 시력도 우리보다 훨씬 더 좋거든요.”
“아, 마침 잘 됐네. 하비에르, 저 친구들한테 지금 오는 괴수는 내가 처리한다고 전해줘요.”
저쪽이 어마어마한 행군능력을 보여줬으니 이쪽도 뭔가 확실히 보여주긴 해야겠지.
몇 시간동안 운전을 하다가 삼십여분 전에 교대해서 물을 마시며 쉬고 있던 강승호에게 눈짓을 하니 그는 재빠르게 알아듣고 해치 바깥으로 몸을 내민다.
고배율의 쌍안경으로 피엠들이 경계하는 방향을 주시하던 강승호가 이내 적을 발견했다.
“거대괴숩니다. 정확히 뭔지는 잘 모르겠네요.”
“그러게 공부 좀 열심히 하지 그랬냐.”
“차나 세워요 형. 공부요? 저 지금까지 발견된 괴수 삼백팔십종 다 외웁니다. 여기서 줄줄 암송할수도 있어요. 저거 미발견 괴수예요.”
오, 의외네. 겉보기론 학구파처럼 안 보이는데 굉장히 성실해.
이미 미개척 영역으로 나왔으니 아직 발견되지 않은 신형 괴수가 있다고 해서 이상할건 없다.
어떤 놈일지는 몰라도 그래봐야 제 놈이 괴수지, 썰면 썰리는.
윤기정은 능숙한 운전솜씨로 피엠들의 방진 뒤의 적절한 거리에 차를 세웠다.
혹시 모르니 두 사람 다 방패를 챙겨오긴 했는데, 솔직히 큰 도움이 되기는 힘들 것 같다.
탱커가 필요하다면 저기 훨씬 더 듬직한 덩치들이 스무명 씩이나 있으니까.
하비에르가 나가서 고대인과 몇 마디 대화를 나누더니 내게 정보를 전달한다.
“저들의 말로는 콰로라고 부르는 괴수랍니다. 다리가 여럿이고 길쭉한 몸을 가졌는데, 머리 부분에 주요 장기가 죄다 몰려있어서 몸통을 부숴도 죽지 않는다네요. 붉은 빛이 감도는 부분이 머린데, 보통 꼬리를 앞세워서 달려드니 주의하랍니다.”
“오, 그거 좋은 정보군요. 그러니까 저 앞에 보이는 저게 대가리가 아니란거죠?”
이렇게 정면에서 봤을때도 피엠 전사들만큼이나 커보이는데 저 뒤로 지네처럼 길게 몸통이 이어져있다면 전체적인 크기는 어마어마할게 분명하다.
급소가 맨 뒤에 있다는걸 몰랐다면 좀 고생을 할 수도 있었겠어.
그나저나 저 놈은 그럼 구멍 하나가 입과 항문의 역할을 같이 한다는건가?
신기하네.
“이런, 몸통이 대체 얼마나 긴거야? 승호형, 측정 되지?”
“최소 삼십여미터, 최대로는 오십미터까지도 될겁니다. 젠장, 한국 게이트 인근에선 이런 스케일의 괴수는 보지도 못 했는데. 쉴롭보다도 훨씬 더 큰거 아닙니까?”
“쉴롭은 거미고 저 콰로인지 뭔지 하는 놈은 지네잖아. 옛날 이야기에도 보면 거미귀신보단 지네귀신이 더 세고 악랄하다고. 큭큭큭.”
별로 재미없는 농담을 하며 웃는 윤기정도 긴장을 아주 안 한건 아닌 모양이다.
나는 그들에게 대구경 기관총과 자동 유탄발사기를 준비시켰다.
에테르 블레이드만으로 깔끔하게 죽일 수 있다면 좋겠지만 워낙에 덩치가 커서 혹시 맨 뒤에 있을 머리까지 도달하기가 좀 어려울수도 있겠다 싶었던 것이다.
불필요한 위험을 감수할 필요는 없다.
여분의 목숨이 있다고 해서 아픈 것까지 안 아픈건 아니니까.
“탄약은 되도록 아끼는게 좋으니까 일단은 이능력만 가지고 트라이해볼겁니다. 여차하면 몸 뺄테니까, 내가 뒤로 빠지면 곧바로 화력 퍼부어요.”
“알겠습니다.”
우리 일행이 움직이며 내는 소음과 진동을 감지했는지 이쪽으로 방향을 틀어 수십여개나 되는 다리를 부지런히 꿈틀거리며 다가오는 지네 괴수의 모습이 점점 커진다.
나는 그 쪽으로 몇 걸음 걸어가면서 전투를 어떻게 치러나갈지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했다.
앞쪽으로 쉬프트한 후 곧바로 에테르 필드를 전개하는 것까지는 고정.
그 다음 에테르 블레이드를 난사해 놈을 조각조각내면서 전진할까?
아니면 쿨타임이 초기화된 쉬프트를 한번 더 이용해 전진해서 머리를 단숨에 부술까?
아니, 그건 역시 너무 위험부담이 크다.
에테르 쉬프트에 달린 보호막은 겨우 2초에 지나지 않아.
자칫 저 거대한 몸통의 움직임에 휩쓸려서 빠져나올 타이밍을 놓치기라도 하는 날에는 꼼짝없이 뭉개져 버릴거야.
전자로 하는 편이 낫겠다.
결정을 내릴때쯤 지네괴수, 콰로는 전방 오륙십여미터까지 접근해 있었다.
놈의 이동속도를 감안하면 전투 직전이나 다름없는 거리다.
나는 최대거리로 쉬프트했다.
사십미터 앞으로 쉬프트한 다음 순간 남은 십여미터의 거리를 순식간에 좁힌 녀석은 그대로 나를 치고 지나갈 기세였지만 나는 이미 에테르 필드를 전개한 후였다.
만일의 경우에 후퇴할 수 있도록 쉬프트를 남겨놓고 에테르 블레이드를 난사한다.
무수히 많은 선과 선이 모여 거의 면을 이루다시피 해서 날아간다.
“끼에에엑!”
이걸 ‘비명’이라고 해야 할까?
귀에 거슬리는 기성이 나긴 하는데 저 놈이 성대를 울려서 지르는건 아닌 것 같고.
아무튼 고통의 표현임은 확실했다.
앞에서부터 차근차근 난자되어 무너져내리는 제 몸을 급히 추슬러 뒤로 빼보지만, 전속력으로 달려오던 기세와 가속력 때문에 놈은 벌써 삼분지 일 이상의 몸을 잃고 말았다.
“젠장, 어떻게 되어먹은 힘이야. 이렇게 급정지를 하고 뒤로 뺄 수 있다고?”
힘도 힘이지만 생명력도 아주 끝내준다.
사람으로 치면 다리부터 허리 바로 아래까지가 통째로 갈려나간 셈이니 웬만한 짐승같았으면 진작에 쇼크사를 하고도 남았을텐데. 움직임이 좀 느려졌을뿐 여전히 건재하다니.
에테르 필드의 지속시간은 6초.
그 중 벌써 반이 넘게 지나가버렸다.
이대로 앞으로 달려나가며 저 길쭉한 갑각을 분쇄한다면 머리까지 닿을 수 있을까?
될 것 같기도 한데, 해보지 않으면 모르겠다.
1초 정도 두 걸음을 더 나아가며 놈의 몸을 부수던 나는 어렵잖게 결정을 내렸다.
그래, 이 정도 반죽음을 시켜놨으면 됐지.
꼭 숨통을 내가 직접 끊을 필요는 없잖아.
골드는 최후의 일격을 가했을 때 들어오니까 좀 아쉽게 된건 사실이지만, 어쩔 수 없지 뭐.
당장 절실하게 필요한 아이템이 있는 것도 아니니까.
나는 최대거리로 쉬프트하여 뒤로 몸을 뺐다.
“사격! 머리를 정확하게 조준해!”
“유탄은 일단 홀드해. 괜히 시야만 흐려진다. 아마 60구경 화력으로도 충분할거야.”
대기하고 있던 윤기정과 강승호가 지체없이 총격을 퍼부었다.
대구경 기관총의 우렁찬 연사음과 함께 갑각이 사정없이 깨져나가며 체액이 흩날린다.
콰로가 완전히 침묵하는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믿기 어려운 일이군.”
만약의 경우에 내 팀원들을 보호하기 위해 방진을 좁혀나가던 피엠들이 놀란 기색을 숨기지 못하고 웅성거리더니 하비에르를 통해 내게 말을 건다.
“그 무기, 대체 뭔가?”
어?
이 친구들, 총을 몰라?
아, 미국 애들이 어차피 총으로는 방어막을 못 뚫으니 쓸모가 없다고 여겨서 굳이 보여주지 않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