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92화 〉91. 미쳐버린 드워프(2) (92/95)



〈 92화 〉91. 미쳐버린 드워프(2)

용광로 일족들이 일으킨 불꽃들이 애써  뭉치로 만들어두었던 워해머들의 털을 태워 먹기 시작했다. 전장에 털 타는 냄새가 진동한다.

“야, 저놈들 구출해주는데?”
“구출할걸 볼  아니라 공격하세요.”

발터가, 단검을 던져서 드워프들을 묶어 댔다. 하지만, 쿠드비온이 망치로 쇳물을 일으키자, 나무뿌리가 불에 타 사그라들었다.

“불의 힘으로 정화를 하자! 정화를 하자꾸나! 인간 놈들을 태워 먹고 다 태워 먹고 모두 태워 먹어 재까지도 태워버릴 것이다! 나는 인간들이 싫다고! 망할 제국놈들!”

루나는 얼음 마법으로 응수해 나갔다. 얼음의 창들이 드워프들에게 날아들어 육신을 찢고, 얼려 나갔다. 동상이 걸린 육체를 억지로 움직여 살점들이 찢기고 뜯겨나간다.

타몬트의 대검과 라펠라의 검에 용광로 일족들이 무참히 베여나가고, 발터의 화살에 꿰뚫려 나간다. 구리도 팔을 거대화해서 드워프를 공격해 나갔다.

루시안이 총을 들었다. 정비하면서 새로 만들어둔 산탄총을 꺼내 들었다. 테라나이트와 테트라플래티늄에 한울 대륙에서 구한 금속들을 섞어 묵직한 샷건을 만들었다. 경량화 마법을 걸지 못했다면 들기가 곤란했을 무게였다.

앞으로 있을 다수의 적을 처리하는 용도로 만들어두었다. 여기에 탄환으로 폭발탄을 구슬 형태로 굳힌 후 얇은 금속박을 덧씌워 벅샷을만들어두었다. 한울 대륙에서 배워 놓은 것을 알차게 잘 써먹고 있었다.

크기는 3가지로 가장 몬스터의 크기나 수에 따라 나누어 쓰게 만들었다. 이 작은 탄들은 날아가서 적에게 맞으면 터지게 되어있었다. 이걸 근거리에서 맞았다간 그냥 몸이 갈기갈기 찢겨나갈 위력이었다.

샷건의 총성은 상당히컸다. 탄을 장전하고 쏘아내는 그 소음이 전장에 날카롭게 울려 퍼진다.

“넌 도대체 뭐냐! 뭐란 말이냐! 어디서 그런 걸 들고 오는 거야! 내 정화를 막지마!  드워프의 숙원을 풀 거란 말이다. 제국놈들 인간 놈들만 아니었다면, 우리가 만달리온 그 더러운 구석에 처박히지도 않았어!”
쿠드비온이 망치를 크게 휘둘러땅에 내리찍는다. 주변으로 화염이 넓게 퍼져나가며 주변을 불태운다. 그 덕에 나스팔라벨과 일족들이 신생아처럼 다시 태어났다. 불길에 옷도다 타버린 상태라, 그냥 알몸 그 상태였다. 앞뒤로 아주 깨끗했다.

언데드라 수치심 따윈 모른다. 그저 적을 향해 달려들 뿐. 루시안이 샷건을 장전해 쏘아내자, 한꺼번에 서넛의 드워프들이 뒤로 나자빠진다. 몸이 완전히 조각조각 나서 그대로 멈춰버렸다.

“누님하고 루나는 저기, 금색 털 드워프나 공격하고 있어요. 난 남자들 데리고  변태나 처리하려니까.”
“안 그대로 거길 공격할 마음이 들지 않았어.”
“저도요.”

피닉스가 구리의 품에서 뛰쳐나와 루나의 어깨 위로 날아가 앉는다. 여성체라는 타몬트의 주장에 힘을 실어주었다.

가장 작은 구경의 탄환으로 바꿨다. 고블린이나 소형 몬스터들 상대할 때나 쓸만한 탄환이었지만, 마무리는 일행들이  테니까. 양념을 친다는 개념으로 쏘아냈다.

작은 탄환들 덕에 공격 범위는 넓어지고, 상처는 얕았다. 하지만 워낙에 대구경 샷건이다 보니, 가장 작은 탄환도 무시하기가 힘든 크기였다. 팔다리 하나쯤은 짓이겨져 있었다.

타몬트가 마무리를 박아넣으며 툴툴거린다.

“야, 그냥네가 한 방에 죽여!”
“그냥, 놔두셔도 되는데…….”
“어! 그러네?”

루시안의 공격 범위가 넓었던 탓에, 거리를 벌려야 했다는 게 문제긴 했다. 휘말렸다간 간 고기 신세가 되어버릴 테니, 그건 사양하고 싶은 둘이었다.

“형, 전 그냥 마무리나 할래요.”
“나도 그게 편해 보인다.”

쿠드비온은 연신 중얼거렸다. 절대 저 입을 가만히 두질 않았다.

“내가 차원문을 제국에 연  뭐가 잘못된 거야? 어! 제국 놈들은 다 죽어버려도 싼 놈들이야! 망할, 나스팔라벨 감히 인간을 돕겠다고 출전을 명해! 망할 놈! 내가 어! 그놈을 약을 처먹이고, 산채로 목을 베어내니까 눈깔을 부릅뜨더라고. 큭큭큭”

땅을 쳐대기도 했고, 번번이 빗나가는 이상한 공격을 하다가도 날카롭게 파고들어 망치를 휘두르기도 했다. 공격도 맛이 가 있었고, 입도, 눈도 맛이 가 있었다.

타몬트와 구리는 나스팔라벨과 맞붙었다. 망치에 속성이 붙는  아니라 이들은 육체 강화형 능력을 갖추고 있었다. 땅딸막하던 키가 두 배로 커지고, 근육이 커졌다. 망치로 땅을 내리치니 주변에 지진이 일어난다.

“이런 사람이  저런 미치광이한테 당한 거냐고!”
“이건 분명, 누군가의 농간이에요.”

발터가 단검을 던져, 속박을 시도했는데, 벌크업된 나스팔라벨이 뿌리를 그냥 그대로 잡아 뜯어버린다.

“하, 오늘, 단검은 봉인이네.”

타몬트가 오러를 개방해 대검을 든 수호신을 일으켰다. 나스팔라벨의 망치와 타몬트의 대검이 거세게 맞부딪히며 주변으로 기파를 터뜨렸다. 주변으로 폭풍이 몰아치고, 땅이 움푹 파여 들어간다.

발터가 연신 화살을 쏘아내 나스팔라벨에 화살을 박아넣으며 보조했다. 구리가 높이 뛰어올라 나스팔라벨의 등에 킥을 꽂아 넣었다.

순간, 비틀거리며 균형이 어긋나버리고, 대검의 왼팔이 잘려 떨어진다. 오른손으로 망치를 들고 뒤에서 공격한 구리를 쳐다본다.

“구리야, 족장님 많이 화나셨나 보다!”
“헤헷”

루시안의총질이 거의 끝나갔다. 워해머 일족들이 다 바닥에 나뒹굴고 있었다.

“나스팔라벨은 타몬트 형이랑 발터 구리에 맡기면 되겠네.”

루시안은 발걸음을 옮겨, 쿠드비온에게 향했다.

쿠드비온과 라펠라가 일대일로 맞붙고 있었고, 루나는 피닉스와 함께 드워프들을 처리해 나가고 있었다. 피닉스가 연신 불길을 빨아드려, 그들의 공격을 약화시키고 있었다.

루시안이 다리에 오러를 집중시켜, 속도를 높였다. 그대로 루나의 뒤에서 달려들던 드워프를 샷건으로 후려쳐 날려버리고는 루나의 앞에 있는 적들을 향해 탄을 쏘아냈다.

“늦으셨네요. 오빠.”
“숫자가 이쪽이 더 많았는데, 많이도 처리했네?”

주변을 둘러보니 드워프 얼음 조각상들이 주변에 널려 있었다. 루시안도 빙결탄으로 만든 벅샷을 장전해 쏘아냈다. 맞은 적들이 얼어붙으며 부서져 내렸다.

“오빠는 부수는 데는 탁월하시네요.”
“조각은 네가 해라 나는 부술 테니까.”

드워프들의 처리가 끝나고, 쿠드비온을 보니, 여기저기 시퍼런 멍이 들고, 팔다리가 꺾여 있었다. 라펠라는 오러를 개방해 거대한 방패와 검을 든 거상을 일으키고 있었다.

방패에 피가 많이 묻어있는 거로 보아, 저걸로 후려팬 모양이다.

“낄낄낄, 정화해야 해! 정화를 해버려야 해! 망할, 위선자 인간 놈들을 모두 죽여.  피를 뿌려야 해. 인간 놈들 때문에 많은 이가 죽었어! 그놈들 때문에 드워프가 그 모욕을 겪었단 말이야! 히히히, 모두 평안하게 내가 다 죽였어!!”

팔다리가 꺾인 채로 계속 중얼거리며, 웃고 있다.

그의 뒤에 버섯이 점점 커지며, 균사가 완전히 쿠드비온을 뒤덮는다. 라펠라가 방패로 내리찍어보지만 끄떡도 없다.

심지어,작은 포자들 흩뿌려 연막을 쳐버린다. 자체적으로 변신을 위한 무대를 꾸민다.

촉수로 완전히 뒤덮인 쿠드비온이 나타났다. 눈동자도 검고, 몸을 뒤덮고 있는 촉수도검으니 이목구비가 전혀 파악되질 않았다. 균사들이 사방으로 뻗어 나가며, 드워프 시체들에게 꽂혀 든다.

얼마 안 되는  수분과 체액들이 전부 빨려 들어가, 미라처럼 말라비틀어져 먼지가 되어버린다. 균사들이 꼬이고 꼬여 촉수를 이루고 채찍처럼 라펠라와 루시안 루나를 향해 날아들었다.

피닉스가 위로 날아올라 불덩이를 쏘아낸다. 공중에서 거대한 화염구가 떨어져 내린다.

촉수를 뻗어내 방어막을 세운다. 촉수가 타들어 가며 고약한 냄새를 풍긴다. 루나가 얼음의 창을 쏘아내어 촉수들을 공격해 들어갔다. 루나와 피닉스가 번갈아서 시선을 끌자 라펠라가 방패를 들어 그대로 찍어내렷다.

촉수를 뻗어내, 방패를 휘감아서 막아 세운다. 쿠드비온의 앞에서 방패가 촉수에 휘감겨 멈추어 선다. 점점, 쿠드비온에게서 뻗어 나오는 촉수들이 많아진다. 주변을 어지럽게 하며 공격을 해오며, 시선을 교란시켰다.

라펠라는 방패가 휘감긴 채로 힘 싸움을 했고, 피닉스와 루나는 공격해 들어오는 촉수를 피하려다가, 결국 묶이고 말았다. 촉수들이 몸을 휘감기 시작하니까 연달아서 날아든다. 서서히 촉수가 조여들어 그대로 으스러뜨리려고 했다.

촉수가 계속 생성되면서 그 공격도 막아낸다. 녀석의 입꼬리가 쓰윽 올라간다. 루시안이 탄환을 바꾸었다. 슬러그 탄이었다. 가장 폭발력이 강한 글리세이드 포션을 이용한 탄환이었다.

사거리가 짧은 게 흠이지만 그쯤이야 문제 될 게 없었다. 관통력 대신 묵직한 충격을 때리기 위한 목적으로 뾰족하지 않고 뭉툭했다. 맞으면 그냥 충격에 뒤로 날아가 버리고, 온몸이 부서진다고 봐야 했다.
“일단, 이건 맛보기니까.”

어느새, 쿠드비온의 지척에 도착한 루시안이 총을 들어 그대로 겨누고 갈겨버렸다. 굉음이 터지고, 슬러그 탄이 쿠드비온의 몸을 때렸다. 건물을 부수는 추가 몸통을 때리듯 그대로 가슴이 함몰되면서 피를 뿜어낸 채로 뒤로 날아가 버렸다.

“커어어억!”

그 위력과 소리가 워낙에 컸기에, 다들 말을 잃어버렸다.

“그렇게 정화되는  원했으니까, 정화 당하는 데는 반발은 없겠지?”

연금술을 이용해 만든 백린탄이었다. 박쥐류 몬스터와 스켈레톤 몬스터의 뼈를 녹여서 추출한 인으로 만든 탄이었다. 현대에서도  잔혹성이 문제가 되었던 그 탄이었다. 그걸, 이용한 백린폭발탄이었다.

가슴이 함몰된 채로 땅에 처박혀 연신 피를 게워내고 있었다. 촉수가부단히 움직이며 다시 움직이려고 애를 쓰고 있었다.

“이 불은,  죄를 살라 먹고 꺼지지 않을 거야. 네 죄가 다 정화될 때까지!”

백린폭발탄이 터진다.쿠드비온의 몸에 불길이 치솟는다. 쿠드비온의 존재했다는 것을 지워버리듯 맹렬히 불타오른다.

“끄아아아악 살려줘! 살려줘!!”

촉수들이 힘없이 불타오르고 버섯들이 불에다 터져나간다. 포자들이 재가되어 흩날린다. 쿠드비온에 몸에 촛농처럼 달라붙어 끈덕지게 타올랐다. 피부를 뒤덮던 촉수가 흐물흐물 녹아내린다.

드러난 맨살도 거침없이 집어삼키고 뼈 하나까지 태워버리겠다는 듯이 맹렬하게 타오른다.

“끄아아아악! 제발 꺼줘 제발!!!”
“그게, 네 놈이 바라던 불에 의한 정화 아니었던가? 천천히 정화되어 재로 흩날려 사라져라.”

쿠드비온의 처절한 비명에도 불은 절대로 꺼지지 않았다. 그의 몸에 태울 게 하나도 남지 않을 때까지 완전히 태워버릴 것이다.

그 끔찍한 몰골에 루나와 라펠라가 눈을 돌려버렸다.

“가시죠.”

쿠드비온의 비명을 뒤로하고, 나스팔라벨과 싸우고 있을 타몬트와 구리, 발터를 향해 움직였다.

마침, 타몬트의 대검이 나스팔라벨의 목을 스치고 지나간다. 목이 떨어져, 땅 위에서 구른다.

“다 끝난 거야?”
“예. 다들 다친 데는 없으십니까?”

일행들이 서로 다친 데가 없는지 확인하고 있는데, 또 누군가 나타났다.

“이번엔 또 누구야?”

타몬트가 짜증을 내며 뒤돌아보자, 인지한 할아버지와 마술사 차림의 바실이 서 있었다.
“사르칸, 당신의 장난감을 부수고 다니는 놈들이 이놈들인 거 같습니다.”
“그러게 말입니다. 귀찮게 왜 이러나 모르겠네요.”

구리가 바실을 보자 분노를 터뜨리며 달려든다. 팔을 거대화한 채로 그대로 주먹을 날린다. 바실이 싱긋 웃으며 주먹을 가볍게 왼손으로 막아 세운 후 오른손의 지팡이로 레이피어로 찌르듯 연격을 찔러넣는다

“컥!”

공격을 당해 몸이 굳어버린 구리의 복부에 가볍게 주먹을 꽂아 넣는다. 웃으면서 말이다. 구리의 몸이 큰 충격을 받고 뒤로 한참을 날아가 처박힌다.

“이렇게, 약해빠진 주제에 저한테 덤벼들다니요? 주제를 모르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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