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88화 〉87화. 각자의 자리에서 (3) (88/95)



〈 88화 〉87화. 각자의 자리에서 (3)

타몬트의 대검이 그대로 시마의 몸을 꿰뚫었다. 그리고, 루시안의 오러를 덧씌운 오른쪽 권총이 창처럼 바탈의 옆구리를 가격했다. 그대로 밀착시킨 상태로 탄을 갈겨버렸다.

둘의 몸 좌우로 공격을 받아, 가운데로 모아진다. 구리와 대치하던 검에서도 힘이 빠져 대치가 느슨해진다. 깍지를 낀 채 높이 주먹을 올렸다가 아래로 찍어 내린다. 뿌연 먼지가 일고 땅이 깊게 파여버렸다.

”이렇게 쉽게 간다고?“

타몬트가 의아한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형, 아까 가슴을 때릴 때 느낀 건데, 둘  심장의 맥동이 없어요.”
“뭐? 잠깐, 그러면 저것들은 시체라는 거야?”

겉보기론 보통의 사람 같았다. 피부색도, 움직임도. 말을 하지 않는다는 것 빼곤.

“와, 난 언데드들 있으면, 바로 알아볼 줄 알았는데.”
“그러게요. 굉장히 정교하네요.”

제리코가 대충 기워 만든 누더기였다면, 사르칸은 공들여 만든 조각보 같은 섬세함과 전문성이 있었다. 제리코의 얼굴에 남은 건 일부러 남긴 형벌의 자국이었다.

“그러고 보니, 아까, 내가 찌른  말이야. 말간테에서 슬쩍 본듯한 느낌이 들어, 어디서 많이 본듯한 느낌이 든단 말이지.”
“시마라고 했었죠?”
“어, 시마랑 바탈? 뭐, 그랬었지.”
“시마면, 보탄 왕자의 형, 1 왕자 시마 말간테일 가능성이 크겠네요. 형제니까 느낌도 비슷하겠죠.”
“왕국의 1 왕자가 죽었는데, 시체가 여기에 있다고?”
“그것도 멀쩡히 움직이면서 말이죠.”

그때, 주변을 울리는 저음의 기분 나쁜 웃음소리가 들려온다.

“끌끌끌, 어때? 네놈들이 강해진 착각이 드는 기분이!”

발터가 공격해 성벽에 꽂아둔 제리코의 모습이 같은 옷을 입은 다 말라비틀어진 미이라같은 시체로 바뀌어 있었다.

“내가, 아무리, 바실에게 짓밟혔어도. 명색이, 나도 사도의 지위를 가졌던 놈이다. 끌끌. 네놈들을 네가 못 이길성 싶으냐! 끌끌”
“뭐? 아까 그런 솜 덩어리를 보내려고?.”
“그건! 그건……!”

제리코가 소환했던 사념체들, 원래라면 공포와 환각을 일으키는 정신공격을 하는 소환물이었다. 위그드라실의 힘으로 정신방벽이 굳건한 상태인 지금으로선 정말 아무짝에도 쓸데가 없는 공격이었다.

“끌끌끌! 그래, 너희들의 그 웃는 낯짝을 일그러뜨려 주지!”

여전히 제리코의 목소리만 울려 퍼지는 상황. 땅에서 제리코와 닮은 10여 개의 인형이 나타났다. 각자 손에 드는 지팡이와 단검을 쥔 채로.

그리고, 구리에게 맞아 구겨졌던, 시마와 발터가 몸을 일으켰다. 어긋났던 뼈가 제자리에 돌아오고, 돌아가 버렸던 목이 제자리를 찾는다. 구멍 나고 찢긴 상처 위로 검은 기운이 둘러싼다.

몸집이  배는 커지고, 몸 전체에 검은 기운으로 둘러싼 갑주가 형성되어있었다. 눈에는 붉은빛만이 자리했다.

“끌끌끌, 이곳에서 죽어라, 죽어서  장난감이 되는 거지! 사르칸님의 아래 평온을 찾을지어다 큭큭. 너희들도 산채로 몸이 재조립되는 그 느낌을 받아봐야 해 끌끌”

점점, 자기 혼자 말을 늘어놓고 있다. 상태가 좋아 보이진 않는다.

“쟤 간 것 같지?”
“예, 조금요?”
“아무튼, 저 10명 중 하나이거나, 아예 다른데 숨어있는구나”

갑자기, 구리가 주먹을 말아쥐고는 아무것도 없는 바닥을 향해 내리찍었다. 양손을 번갈아 찍어내렷다. 그 충격파가 도달한  한 지점에서 제리코가 튀어나왔다.

“저거 사냥개야 뭐야! 어떻게 날 찾은 것이냐!”
“할아버진 썩은 내가 나요. 시체의  썩은 냄새가”

구리가 얼굴을 찡그리며 말했다.

“이이이익!”

제리코가 연신 냄새를 맡아내며, 발광을 해댔다.

“오, 우리 구리 냄새도 잘 맡는 거야?”
“사실은, 냄새가 아니라 기운이에요. 어둡고, 공포를 자극하는 그런 기운.”
“구리가 도발을 배웠구나!”
“아니지, 아니야, 냄새가 나면, 냄새를 맡는 놈들의 코를 잘라버리면 되는 거지! 끌끌끌 모두 저들을 찢어버려!”
“이야, 어떻게 저런 결론에 다다를 수가 있지?”

10개의 인형은 시마와 바탈과는 다르게, 정교함은 떨어졌다. 멀리서는 얼핏 비슷해 보일지언정 가까이서 보니 수준 차이가 컸다.

“확실히, 조잡해 보이네요. 저 두 기사와는 다르게.”
“뭐! 조잡! 조오오잡?”

제리코가 검은 기운을 뭉쳐 창으로 만든 후 마구잡이로날려댔다. 구리가 그 창을 공중에서 붙잡아 그걸 10개의 인형 중 하나에 박아 넣어버렸다.

타몬트는 시마와 바탈을 둘 다 상대하고 있었고, 거기에 루나가 합세해 마법으로 둘을 공격해 나갔다.

발터는 한울 대륙에서 배워온 무기를 꺼냈다. 기술은 한울 대륙에서 재료는 아스타리안 대륙에서 구해 만든, 애기살과 덧살을 꺼냈다. 화살보다 작은 크기, 빠르게 쏘아지는 바람에 보이지도 않았다.

여기에 도적들이 임무에 나갈 때 무기에 바르는 검은 액체, 빛을 차단하고 상대의 눈을 속이는 이걸 화살마다 발라놨다. 거기에  손에 여전히 남아있는 덧살로 화살을 쏘아냈다는 인식을 못 한다.

인형들의 관절마다 하나둘 틀어박혀 버리니, 움직임이 점점 제한되기 시작한다. 구리가 그런 인형들의 다리를 붙잡아 무기처럼 휘둘러 때려 부순다.

제리코의 앞에는 루시안이 있었다. 이미 한차례 격전이 오간 후다. 제리코의 옷자락이 불에 반쯤 타서 눌어붙어있다. 일부러 흉측하게 보이도록 굵은 실로 기워놓은 듯한 피부가 드러난다.

“보지마! 보지마라고! 보지마아!”

제리코가 들어난 맨살을 필사적으로 가린다. 루시안이 그런 제리코를 그대로 걷어차버린다.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상당히 증오하는 인물인가 보군?”
“아니다! 그분은 위대하신 분! 흐흐흐 미친놈, 산채로 사람을 기워?큭큭”

그의 눈이 반쯤돌아갔다가 다시 원래대로 돌아온다.

“크아아악!”

그의 엉덩이에서 기다란 전갈의 꼬리가 튀어나온다. 그의 주변으로 누더기 시체들과 누더기 골렘이 소환된다. 지팡이를 집어넣고, 단검 두 개를 꺼내 혀로 핱는다.

“히히히,  찢어다 내 육체로 갈아 끼워야겠다. 신선한 젊은 육체 그 맛이 보고 싶어졌어! 아니다 그러고 싶지 않아 끌끌끌”

권총으로 찔러 들어오는 단검을 쳐내고, 달려오는 몬스터들 사이로 폭발포션을 던져 넣었다. 몬스터가 찢겨나가도 아무렇지 않게, 연신 소환을 계속해가며, 단검으로 찔러온다.

“한방! 한방이면 돼! 스치기만 해도, 스치기만 해도 된다고오! 제발 맞아라 제발!”

나이든 육체라고 보기 힘들만큼 반사신경과 몸놀림이 가볍고 빨랐다. 오른소ㄴ으로 칼날을 막아세우고, 왼손의 총을 들어 탄을 발사했다. 왼손의 단검으로 작은 쉴드를 형성해 탄을 막아낸다,

오른발은 축으로 삼아, 몸을 뒤틀어 왼발로 내리찍었다. 제리코의머리가 그대로 바닥으로 쳐박힌다.

“크헉!”

그 상태에서 왼발을을 축으로 다시 공중회전해서 오른발로 제리코의 척추를 내리찍어버렸다. 그리고는 양손에 탄을 갈겨서 손을 짓이겨버렸다.

“끌끌끌,  잔악한 놈! 나쁜 놈! 세상에 하나뿐이신 아기아스 님에게 고하노니, 이 잔악하고 악하디 악한 짐승을 처벌하시어 영혼을 정화하시고….”

루시안이 왼발을 들어 제리코의 목덜미를  눌렀다.

“켁켁!”
“너한텐 딱히 묻고 싶은  하나 있긴 하네. 네 위에 누가 있지? 너보다 실력 좋은 흑마법사 하나가 있어 보이는데? 너의 그 조잡한 솜씨 말고!”
“내가 어딜 봐서 조잡하다는 거야!”

루시안이 주변에 화염 포션을 던져넣었다. 주변에 여전히 누더기 시체들이 둘러싸고 있었다. 제리코가 저런 상태라 공격해오질 않고 있었다.

“저 흉측한 실밥에 억지로 끼워 맞춘 신체, 부자연스러운 움직임 그에 반해, 저기  기사는? 피부도 움직임도 다 자연스럽잖아? 분명, 네 위에 누군가 있어. 그게, 누구야?”

루시안이 왼발에 힘을 주어 짓눌렀다.

“켁켁켁 궁금해? 내가 왜 알려주어야 하지?”

루시안이 총구를 뒤로 돌려, 종아리에 비트리올 탄을 쏘아 넣었다. 탄이 박혀 들면서, 피부가 까맣게 타들어 간다.

“끄아아아악!”
“물론, 너를 살려줄 생각은없어. 아기아스도 너도, 그 위에도, 1사도란 놈도  죽여 버릴거니까. 하나도 남김없이.”
“큭큭, 대다한 정의의 수호자가 납시었군! 위선자 새끼. 너희들같은 족속들은 말이야. 알량한 신념하나에 목숨을 걸지”
“헛소리 말고, 네 위에 누가 있는지나 말해.”
“그걸 무너뜨리면? 바보가 되어버리더라고. 내가 언데드를 만들 때 가장 좋아하는게  사람의 의지를 무너뜨리고 산채로 신체를 바꾸는 거였지.”

루시안이 다른 한쪽 종아리에 탄을 박아넣었다.

“헛소리말라고 했을텐데?”
“끄으아악! 신체를 바꿀 때는 그 사람이 소중히 여기던 가족의 신체로 바꿔줘. 기념품이지. 좋잖아? 자신과 하나가 되어있는  모습. 뭐, 그걸 내가 당할  몰랐지만. 끌끌”
“안되겠네.”

루시안이 제리코의 척추를 한 번 더 세게 짓밟아 부러뜨려버렸다. 그리고는 발 얼굴이 위로 향하도록 옆구리를 걷어차 올렸다.

“끌끌끌, 젋은 친구가 아주 고약하네, 좀 점잖게 다뤄주라니까?”
“이미 기회는 충분히 줬어.말하지 않겠다는거 집착하고 싶지않아.”

루시안이 품에서 노란 빛이 도는 빨간 액체가  포션을 꺼냈다.

“너 같은 놈에겐 비싸긴 하지만, 적당한게 하나 있지. 금을 녹이는 연금수. 연금술에서 귀하게 취급되는 시약”

그걸 포션 병째로 제리코의 입에 쑤셔 넣었다. 제리코의 눈이 커지고 반응이 격하다.

“걱정 마, 1사도에겐 더 좋은걸 줄 거니까.”
“우우우웁”

제리코의 볼을 발로 툭툭 건드리면서 조준점을 잡고, 발에 오러를 실어 걷어차 버렸다. 입안에서 포션 병이 깨지면서 연금수가 그의 입안과 식도를 타고 그의 내부장기로 들어간다.

“끄아아아아각”

서서히 그의 식도와 입 가슴 등이 녹아내린다.

“악인은 악인에게 어울리는 최후가 있는 법이지.”

제리코가 소환해둔 인형이 구리에게 완전히 박살나 나뒹굴고 있었다.

“남은 건 저 두 명?  마리?”

검은 오러를 피어 올리며, 칼날을 날려온다. 루나가 바탈을 흙의 손아귀로 붙잡아 세우고, 전격의 주먹으로 후려쳤다.

타몬트는 시마와 접전을 벌이고 있었다.

“저쪽의 신원은 모르지만, 그래도, 댁의 신원은 아니까. 시체는 돌려줘야겠지! 최대한 온전하게 넘겨주지.”

대검을 한 손으로 휘두르면서 자유로워진 왼손으로 멱살을 잡아 그대로 패대기를 쳐버린다. 발로 턱을 걷어차 올려 공중으로 띄워버렸다. 그 상태로 대검을 양손으로 잡고 검을  판을 그대로 잘라버렸다.

바닥에 떨어져 잘게 몸을 떤다. 타몬트와의 격전을 치른 상태라 몸이 만신창이였다. 한쪽만, 남은 팔로 바닥을 기어 일어서려고 애쓴다.

타몬트가 얼굴을 걷어차려다가, 허리를 발로 세게 내리찍어버렸다. 뼈가 부러지는 소리가 들린다. 시마는 붉은 눈을 빛내며, 바둥거렸다. 하체가 전혀 말을 듣질 않는다.

“이 이상, 패버리면 보탄에게 넘기기 미안해지거든?”

타몬트가 시마를 뒤집어 놓고는, 심장에 대고 오러를 실은 주먹을 들어 올렸다. 그리고 그대로 내리찍었다. 내부에서 무언가 터지는 파열음이 들린다. 시마가 피를 한 움큼 뱉어낸다. 흉흉하게 빛나던붉은 눈이 서서히 꺼져 들어간다.

루나의 사이클론클로가 바탈을 길게 감아올리고 사라진다. 몸의 곳곳이 난자당해버린  피투성이가 되어있었다. 곳곳의 급소와 힘줄이 다 베어져 그대로 바닥에 떨어져 내린 채로 붉은 눈만 빛내고 있었다. 몸이 움직이질 않는다.

루나가 완드에 마나를 불어넣은 후 그대로 머리에 가볍게 가져다 댔다. 머리에 강한 파동이 휘몰아치더니 눈의 핏줄이 터지고피눈물이 흐른다. 코와 귀를 통해서도 하얀 액체가 섞인 피가 흘러내린다. 서서히 붉은 눈이 잦아든다.

“다들 다친 곳은 없습니까?”

루시안이 일행의 상처를 점거했다. 멍이 든 곳엔 고약을 붙이고, 살짝 베어진 곳엔 가루를 뿌렸다. 포션을 뿌릴만한 커다란 상처는 없어서 다행이었다.

잠시, 그 자리에 앉아 쉬기로 했다.  성문을 열고 넘어가면 쉬는 게 힘들어질 게 뻔했다.

그때, 루시안의 반지로 아시카의 통신이 들어왔다.  간의 대화가 한참 이어지고, 루시안이 들고 있던 반지에서 황금빛 기운이 흘러나왔다.

거대한 마나의 유동이 생기고, 황금빛의포탈이 생긴다. 아시카가 인사를 해온다.  뒤로 낯익은 얼굴들이 보인다.

“오랫만이군! 루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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