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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2화 〉81화. 깨어지는 봉인(3) (82/95)



〈 82화 〉81화. 깨어지는 봉인(3)

“모두들, 각 지점으로  진을 발동시키면 됩니다. 준비는 다 해놓았습니다. 교단의 검들이 안내를 도울 겁니다.”
“끌끌, 드디어, 아기아스 님이 깨어나시는 것인가?”
“하하하! 드디어 신을 영접할 수 있겠군요!.”
“.......”

2사도는 여전히 찜찜한 구석이 있는지, 표정이 굳어 있었다. 그런 그를 4사도가 힐끗 쳐다보았지만, 별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끌끌, 3사도가 없는데  자리는 자네가 채우는 것인가?”
“그렇습니다. 제가 채우기로 했습니다.새로운 사도로 쓰일 인물이 마땅치 않으시다 하시더군요.”

이 자리에 없는 1사도에 대해서는 그 누구도 언급하지 않았다. 그는 모든 제물을 피에 먹인 후에, 마녀의 숲에서 멀리 떨어진 은신처에 숨어든 상태였다.

“가까이 갔다가, 벨가가 알아채면 곤란해서 말입니다.”

그가 짓궂게 웃어 보인다.

“모든 재물이 모이고 있군요. 맛이 아주 좋을 예정입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아기아스님?”

히죽 웃는 그의 눈이 붉게 빛났다.

마녀의 숲은 혼란했다. 며칠간 오크와의 싸움이 지진 부진하게 이어졌다. 벨가의 방어능력에 오크들이 막혀서, 전진을 못 하고 있었다. 그사이에 루시안 일행이 끼어들어 오크를 베어냈음에도 그들의 수가 워낙에 많아 한 번에 처리하기가 힘들었다.
죽인만큼 또 그만큼 채워졌다. 죽이면 시체가 되어 일어났다. 되돌이표의 전투에 지쳐갈 무렵이었다.

오크의 무리 후미에 화살들이 날아들었다. 엄청난 군대가 그대로 밀고 들어와 그대로 짓밟았다. 선두에 선 인물은 네칸 항구의 칼 나르잘이었다. 옆에는 테오 라카르가 쌍검을 휘두르며 달려오고 있었다. 이르 자르함도 보였다. 이전보다 많이 수척해 삐쩍 마른 모습이었다.

왕국군에 보브넨 영지군 등 주변의 군대가 죄다 몰려온 것으로 보였다. 그들은 빠르게 오크를 짓밟아가며 불화살을 날렸다. 화살은 오크를 넘어 마녀의 숲까지 날아들었다.

군대의 총사령관으로 보이는 자가 오러를 실어 외쳤다. 모두의 귀에 들릴 정도로 쩌렁쩌렁했다.

“마녀의 숲까지 오크를 밀어내고, 전부 참살한다.! 앞을 가로막는 자는 모두 참한다! 소피아르의 영광을 위하여! 돌격하라!”

루시안 일행은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오러를 실어 말하는 통에 똑똑히 들렸다. 일단, 전장에서 발을 빼고, 벨가에게 합류했다.

“소피아르에서 갑자기, 왜?”
“원래, 오크 따윈 신경도 안 쓰지 않았어요?”

벨가의 표정이 심상치 않다.

“마녀의 숲의 결계가 약해질 대로 약해졌느니라, 내 힘으로서는 저택에서 최대한 봉인을 지키는 수밖엔 없느니라.”

벨가의 모습이 서서히 흐릿하게 변하더니 사라졌다. 저택으로 돌아가 봉인의 수호에 집중하려는 듯했다.

“저희도 저택으로 가시죠.”

루시안은 가는 길에 쿠드비온에게 연락을 했다.

-마녀의 숲에 이변이 생겼습니다. 차원문 이동장치는 어찌 되어갑니까?
-모든 드워프가 달려들어 수리했다네. 안 그래도 테스트를 해보려는 참이었네. 무슨 일인가?
-마녀의 숲으로 오크 군대가 쳐들어오고, 소피아르의 군대가 쳐들어왔습니다. 배후에 누군가 있는 것 같습니다.
-이거, 확실히, 봉인을 노리고 있는 것 같네. 당장, 차원문 이동장치를 가동하겠네. 2시간 정도 걸릴걸세!

이어서, 귀걸이로 엘프 여왕 타니엘에게도  일을 전했다. 엘프족은 지금 실종된 엘프와 수인족으로 정신이 없다고 했다. 하지만, 이일이  급하니 수색대를 제외한 나머지 병력을 마녀의 숲으로 보내겠다고 알려왔다.

“드워프 쪽에서는 2시간 정도면 차원문을 옮길 수 있다고 합니다. 엘프 쪽에는 수인과 엘프 실종으로 정신이 없는 모양입니다.”
“배후에 누군가 있다면, 이건 치밀한 계획의 일환이야.”
“빨리, 봉인지로 가봐요.”
“제국에서 제대로 방어를 해내야 할 텐데.”

루시안 일행과 벨가가 물러나자, 오크가 마녀의 숲 깊숙이 들어왔다. 그 뒤를 따라 소피아르의 군대가 쳐들어왔음은 당연했다. 그리고, 마녀의 숲과 그 주변을 모두 뒤덮는 감옥이 완성되었다.

동서남북 네 방위를 점한 진의 핵에 사도들이 자리했다. 각자의 자리에서 힘을 개방해 마법진에 힘을 불어넣었다. 그리고, 마법진이 발동되는  순간 1사도가 그 안으로 진입했다.

세 사도와 교주의 힘이 마법진 전체로 펴져 나가며, 검은 기운으로 하늘을 가리고, 검은 막이 쳐졌다. 그리고, 바닥에서 검은 손이 솟아 나와 생명체의 생기를 갈취하기 시작했다. 검도 마법도 듣지 않는 손에 모두가목숨을 잃어갔다.

잃어가는 목숨은 1사도가 들고 있는 붉은 보석으로 모여들고 있었다.
“조금 더, 조금  더, 더!  모여라!  모여야 합니다. 아직 부족합니다.”

히죽 이  기분 나쁘게 웃는 바실. 그는 천천히 여유롭게 저택을 향해 나아갔다.

“이젠, 주요리를 맛보러 가볼까요?”

마법진은 게걸스럽게 생명을 갈취해 나갔다. 벨가의 힘이 영향을 미치는 저택을 제외하곤 모든 생명체가 말라 갔다. 물은 썩어 부패해버렸고,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마저도 다 말라비틀어졌다.

오크들은 이미 죽어 시체가 된  오래이며, 소피아르의 모든 병력이 전멸당했다.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전부 검은 손에 생명을 갈취당했다.

“이렇게 허무하게….”

성공을 꿈꾸던,  나르잘의 원통한 목소리가 그렇게 사그라들었다.

대륙 곳곳 마을과 도시의 가운데 검은 오벨리스크가 나타났다. 주변의 모든 생명을 빨아드렸다. 이 마법진을 발동한 랑기어의 신도들과 교단의 신도, 검들이 전부 살아 있는 동력 핵이 되어버렸다.

진의 모든 기운은 마녀의 숲으로 이어졌다.

대륙의 모든 검은 마법진의 중심을 유지하던 이들도 마법진에 집어 삼켜지고 있었다.

네 방위의 핵에 서 있던 이들은 서서히 검은 손에 잠식당했다. 마법진에 정신을 쏟아붓고, 힘마저 쏟아 넣은 상태라 눈치채지 못했다. 눈치를 챈 순간, 이미 그들의 하반신은 완전히 침식되어있었다.

다른 이들과 마찬가지로 동력핵이 되어, 이지가 점점 사라진다. 정신이 멍해 온다. 그들의 존재라는  지워져 나간다.

2사도는 미리 경계하고 있었던 차였다, 슬금슬금 올라오는 손을 마나석을 박아넣은 용인족 시체를 먹이로 던져주며 피했다. 그리고는 모두가 마법진에 집어 삼켜졌을 때, 미리 휘감아 놓은 쇠사슬을 따라 몸을 빼냈다.

제법 크고 좋은 마나석으로 만들어놔서, 다 맛보려면 시간이 걸릴 터였다.

“끌끌, 역시 자네도 눈치를 챈 거였군!”

2사도 뒤에서 4사도 제리코 푸센이 나타났다. 2사도가 경계를 하며, 쇠사슬을 쥔 손에 힘을 준다.

”하하, 날 이용하려고 한순간 나는 빠지기로 했지. 내가 마지막 선물을 넣어 만든  똑 닮은 시체라네. 자리를 빨리 피하지 않으면 선물을 같이 받게 될걸세. 끌끌!“

제리코가 지팡이를 내리치자, 그의 몸이 흩어져 사라졌다. 다크블링크로 자리에서 벗어난 것이다. 2사도도 곧장 쉐도우블링크로 제리코의 뒤를 쫓았다.

“이런, 두 명의 배신자가 생겼군요. 얌전히 죽어주면 좋았으련만.”

그는 히죽거리며, 저택에 다가갔다. 그리고는 주먹에 힘을 모아 짧게 내질러 쳤다. 그의 주먹을 타고 강맹한 기파가 터지며, 저택의 결계를 단숨에 찢겨나갔다. 저택의 한쪽이 무너지며 뿌연 먼지가 일어난다.

“이제 나오셔야지요. 벨가!”

히죽거리는 그의 앞에, 벨가가 입가에 묻은 피를 닦아내며 나타났다.

“아기아스의 파편이로구나! 깜찍한 짓을 저질러놨구나!”
“벨가님!”

뒤를 이어 루시안 일행이 나타났다. 모두 무기를 들고 바실을 노려봤다.

“이런, 아직도 쓰레기들이 남아있었군요.”

바실이 손을 접었다가 펴며 무언가를 날리듯이 쏘아냈다. 항거할 수 없는 막대한 힘으로 모두가 날아가 버렸다. 순식간에 벨가와 거리가 벌어진다.

바실은 마법진의 힘을 거두고, 감옥의 기능만 남겼다. 힘을 모두 자신에게 집중하기 위함이었다. 그리고, 카드 뭉치를 꺼냈다.

“우선 이 아이들과 놀고 있으세요.”

클로버 카드 A를 포함한 9장의 숫자 카드가 병사로 변해 일행의 앞을 막아 세웠다. 그리고 하트 A를 포함 9장의 카드 병사가 그 뒤를 받치는 성직자로 자리했고, 스페이드 A를 포함한 9장의 병사가 클로버 뒤에서 기사 병사로 자리했다.

루시안 일행을 감싼 카드 병사들 이들을 뚫고 나가기가 힘들어 보였다.

“아, 여러분들을 죽일 생각은 없습니다. 다만, 절 방해하지 않게 하기 위함이죠.”

클로버 K, Q.J를 꺼내 던졌다. 위엄있는 클로버 K가 자기 휘하의 100명의 친위대를 이끌고 나타났고, 클로버 Q가 거대한 깃발을 치켜들며, 모든 카드 병사에게 광화 버프를 걸었다. 모두의 눈이 벌겋게 빛났다.

그리고, 멋들어진 칼을 찬 클로버 J가 클로버 K 옆에 섰다.

”그럼,  아이들과 잘 노시길 바랍니다.“

그가 톱햇을 왼손의 엄지와 검지로 집어 벗어 공중에서 두 바퀴 둘렀다. 그 후, 오른쪽으로 크게 내리며, 허리를 깊게 숙이며 정중하게 인사를 했다. 오른손에 든 지팡이를 돌리며, 다시 모자를 쓴다.

무대 위의 마술사 같은 우아하고 멋들어진 움직임. 그는 천천히 벨가를 향해 다가갔다.
루시안 일행은 밀려드는 카드 병사들에 정신을 못 차리고 있었다. 회복까지 시켜버리니 공격하다가 지칠 판이었다. 클로버가 공격하면서 빠지면, 스페이드 부대가 공격해왔고, 다친 병사가 있으면, 하트 부대가 치료를 해주었다.

그들은 차륜전을 벌이며, 그들의 체력을 계속 깎아 먹었다. 큰 기술을 날리려고 하면 클로버 J가 그걸 차단해버렸다. 그들을 붙잡아두려는 듯 방어적으로 움직였다.


그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는 동안, 벨가와 바실이 대면하고 있었다.

“그동안, 숲에서 처박혀 지내느라 고생 많았습니다. 인제 그만 쉬시지요.”
“네, 이놈! 내가 죽어서라도 이곳은 지킬 것이니라!”
“그럼 죽여 드려야죠!”

하트 Q 카드를 꺼내 벨가에게 던진다. 커다란 칼을 든 참수관이 모습을 나타낸다. 곧장, 칼을 들어 벨가를 베어 들어간다. 벨가가 몸을 안개화 시켜서 빠져나간다.

“얌전히 당해주시면 얼마나 좋습니까?”

하트 J 카드를 던져 바스타드소드를 든 기사를 소환해낸다.

“저 년을 단단히 잡으세요!”

두 카드 병사가 고개를 끄덕인다. 바실도 지팡이에서 긴 세검을 꺼내 달려들었다. 지팡이 검집을 휘둘러, 기파를 쏘아내어 벨가의 안개화를 막아 세우고 검으로 베어 들어간다. 1:3의 싸움에, 싸움에 특화되지 않은 벨가라 전황은 금세 기울고 말았다.

안개화도 막히고, 은폐도 막혔다.바실의 힘에  파훼 되어버린다. 안 그래도 최근 들어 봉인 관리에 힘을 쓴 후 회복하지도 못한 상태다. 게다가 지금 거대화해도 뒤집기가 힘들었다. 어디까지나 위협용이었으니까.

그래도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반항을 해본다. 자신이 죽으면 구리가 많이 슬퍼할 건데. 걱정이 든다.

남은 힘을 모아, 양쪽에서 짓쳐 드는 카드 기사 둘의 복부에 주먹을 박아넣었다. 둘이 그대로 멀리 날아가며 숲의 구석에 처박혀 버린다.

그때, 벨가의 복부에 바실의 세검이 박혀 들었다. 등을 꿰뚫고 검이 튀어나왔다. 서서히 피가 번진다. 벨가가 인상을 찌푸린다. 세검을 빼려는 그의 팔을 어느새 일어나 달려든 카드 기사 둘이 꽉 잡고 있었다.

“오래 살지 않았습니까? 저 아래에서 어둠 속에 얼마나 외로웠는지 압니까? 빛 좀 보겠다는데, 왜, 그렇게들 막는 것인지.”

바실은 왼손으로 벨가의 턱을 들어 올리며, 히죽 웃었다. 그리고 오른손의 세검의 손잡이에서 손을 뗐다. 오른손을 들어 기운을 피어 올리며, 벨가의 눈앞에서 흔들어 보였다. 그리고 벨가의 가슴에 손을 쑤셔 넣었다.

잔인한 파육음이 들리고, 벨가의 가슴에 들어간 손이 심장을 꽉 쥔다.

“으윽!”
“집 지키느라 수고했습니다.”

그대로, 심장을 잡아 뜯어버린다. 서서히 벨가의 몸이 앞으로 쓰러진다.

바실은 심장을 카드 기사에게 맡기고, 세검을 뽑아, 피를 털어 다시 수납했다. 모자를 살짝 벗고 인사를 했다.

“잘 쉬시길!”

그는 봉인지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지팡이에 힘을 주어 지하실의 바닥을 뚫었다. 그대로, 봉인지에 착지했다.

황금색 구와 저, 한구석에 반쯤 박살이 난 물체가 하나 있었다. 마법진으로 보이는  위에 세워진 문처럼 보였다.

그는 기사에게 벨가의 심장을 건네받았다. 그걸 쥐어짜서 기운을 뽑아, 하얀색 피에 불어넣었다. 피가 다시 서서히 붉어진다.

피가 진홍색을 띠다가 투명하고 깨끗하게 변한다. 그걸 황금색 구에 뿌렸다. 금속구가 서서히 갈라지며, 무언가가 서서히 눈을 뜬다.

“크하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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