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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1화 〉80화. 깨어지는 봉인(2) (81/95)



〈 81화 〉80화. 깨어지는 봉인(2)


대수림 근처, 검은 옷을 입은 자들과 노예 상인의 옷을 입은 무리들이 나타났다. 그들은 장벽을 지키는 이들을 돈을 주고 매수했다. 그들이 장벽을 오고간 그 어떤 사실도 남지 않을 것이다.

그들은 은밀히 움직였다. 최대한 냄새와 인기척, 흔적을 지우면서 움직였다. 그리고는 대수림에 수인족들이 진입 허가한 한계까지 들어갔다. 그리고는 대수림에 불을 놓았다. 타오르는 불꽃을 보며 그들은 히죽거리며 웃었다.

“네놈들은 누구냐!”

이에 수인들이 나타나, 무기를 겨눴다. 일부는, 불을 끄고 있었다. 기다렸다는 듯이 특제 올가미가 그들에게 날아들었다. 그들이 피해도, 쫓아가 옭아맨다. 마법사들이 쇼크웨이브를 걸어 충격을 주면, 속속들이 올가미로 묶어 올렸다.

그들은 준비된 특제 우리에 집어 넣어졌다. 단단한 금속으로 만든 수갑과 우리였다. 그리고 바로 그 자리에서 벗어났다. 흔적은 깨끗이 지웠다. 잠시 후, 수인들 도착했지만, 이미 잡혀간 이후였다. 불에 그을린 나무들, 사라진 수인들. 비상이 걸렸다.

“이게 무슨 일이란 말인가! 당장, 행방을 찾아라!”

수인족 부하 하나가 찢긴 제국 특유의 옷자락을 찾았다. 노예 상인들이 즐겨 입는 옷이었다.

“제국의 노예 상단 같습니다.”

뒤를 이어, 엘븐가디언들이 나타나, 사태를 조사했다.

“경계를 높이고, 수인 추적에 들어갑니다. 제국이건 아니건 이와 관련되었으면 사살합니다.”
“예!”

하지만, 성과는 없었고, 번번이 놓치고 실패했다.

그 뒤로도 여러 번, 습격이 있었다. 이상하리만치 잽싸고 날쌔게 움직였고, 그들의 정보를 아는 양 움직였다. 엘프와 수인들이 다수 잡혀갔고, 수림의 화재피해도 심각했다.

참다못한 그들이 대대적인 복수와 수색을 위해 나섰을 때, 약 올리듯이 습격은 멈추었다. 그리고, 행방을 찾을 수가 없었다. 워그드라실도 찾지를 못했다.

엘프들이 실낱같은 흔적을 쫓아, 헤매고 있을 무렵. 이변은 다른 곳에서도 일어났다.

아칸다 대륙. 용인족의 땅.

“망할, 이방인 새끼 하나 때문에 내가 이 꼴이 될 줄이야!”
“아시카 족장도 너무하지 않습니까! 우릴  척박한 땅으로 쫓아내다니요!”

그들은 아시카에 반대하던 무리였다. 루시안이 드래고니안의 각성을 끌어낸 여파로, 그들은 무리에서완전히 밀려나 추방되었다.

그런 그들에게 누군가 찾아왔다.

“안녕하십니까. 위대한 드래고니안 여러분!”

검은 로브 차림에 인자한 시골할아버지 같은 인상의 노인이었다.

“너는 누구냐!”
“하하, 저는 희생의 신 랑기어 님을 모시는 사르칸이라고합니다. 저희 신께서 날개를 잃고 버림받은 용을 찾아 구원하라고 계시를 내리셨습니다.”
“쳇, 신이 그딴 소릴 왜 한단 말이냐!”

 떨떠름한지 퉁명스럽게 대답하는데, 표정하나 찡그리지 않고 온환한 미소를 보인다.

“제 신께서는 용에게 날개를 주어 날아오르게 하라 하셨습니다. 이 척박한 땅에서 계시는 것보다, 제가 마련한 풍요롭고 기름진 땅에서 힘을 되찾으시고, 다시 돌아와 복수하심이 어떻습니까?”

따스히, 감싸 안는 목소리, 심신의 안정이 느껴진다.

“어딜 가든 여기보단 낫지 않겠습니까?”
“맞습니다,”
“까짓것 가자, 여기보단 낫겠지.”

그리고, 마지막, 네빌론 대륙.

이곳은 어떤 공고 때문에 시끌시끌했다.

무인을 구한다는 방이 붙었는데, 보수가 눈이 돌아갈 정도였다. 단, 한 달의여정이었고, 갔다만 오면  명당 2만 냥을 만질 수 있었다.

삼류부터 고수들까지 너도나도 지원했다. 그들은검은 바탕에 흰순록이 수놓아진 깃발을 배에 채로 어디론 가로 향했다.

그들에게 차가 제공되었고, 모두 산공독에 당해, 무력화된 상태로 묶였다. 모두 바실의 지하 작업장으로 옮겨졌다.

“엘프에 수인, 용인족, 무인들까지 재료가 아주 신선하고 좋습니다. 사르칸!”
“감사합니다. 1사도님!”
“마법진은 어찌 되어갑니까?”
“지형지물로 감추어서 교묘히 설치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수뇌부의 세뇌를 통해 완전히 은폐시키고 있습니다.”

흡족한 표정을 지은 바실이 여러 가지 칼을 점검하며, 물었다.

“소피아르는 어떻습니까?”
“완전히 저희 쪽으로 넘어왔습니다. 이젠 저희가 들여놓은  놈만 보면 가랑일 벌리는 암캐가 되어있습니다.”
“하하, 그 도도한 년이 굴복했군요.”
“인큐버스의 피에 절여진 미소년을 쓴 게 주효했습니다.”

작업장 중간에 있는 거대한 욕조 위에 목을  수있도록 홈이 나 있었다. 욕조에는 개폐가 가능한 관이 달려있었다.

묶인 용인족 하나를 끌고 와 우악스럽게 꿇어 앉혔다. 그리고는 목을 걸치고, 그대로 도축용 칼로 내리쳤다. 한 방울도 피도 흘리지 않겠다는 듯이 욕조는 그 피를 고스란히 받아내었다. 용인들이 발악을 해보지만, 항거할 수 없는 폭력만 돌아왔다.

무인들은 발가벗겨진  거꾸로 매달려있었다. 수인들과 엘프도 발가벗겨진 채로 나무틀에 묶여있었다. 그들의 머리맡엔 피를 담기 위한 나무통들이 놓여있었다.

매달려 있던, 무인의 목을 베어내 떨어지는 피를 보던 바실이 목을 벤 용인족의 가슴에 손을 쑥 집어넣어 뒤적거리다가 심장을 잡아 뜯어내, 빈 통에 던져넣는다.

피가 빠져나가 창백한 무인의 배에 손을 쑤신채로 지시를 내린다. 손은 여전히 뱃속을 뒤적거리는 중이었다.

“자, 우선 오크를 마녀의 숲으로 진격시키세요. 그곳을 쑥대밭으로 만들고 결계를 뒤흔들어야 합니다. 그 후, 오크를 토벌한다는 명목으로 소피아르 군을 출동시켜 숲을 다시 한번 뒤흔드세요. 마법진의 설치도 같이 진행합니다.”

사르칸이 밝게 웃었다. 드디어, 고대하던 그날이 오려하고 있었다.

“드디어, 막이 오르는 것입니까?”
“서서히 막을 올리고, 주인공을 소개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보조로 쓸 배역들도 등판시켜서 각국을 괴롭혀주시면 됩니다.”
“알겠습니다. 1사도님!”
“각 사도들에게 준비를 마치는 대로 합류하라고 하세요. 그 마법진의 핵심은 사도들입니다.”

그가 무인의 배에서 작은 결정체를 뽑아낸다. 만족스럽지 못한지 혀를 찬다. 사르칸이 조용히 자리에서 물러난다. 그뒤로도 작업장에선 비명이 울려퍼지고, 짙흔 혈향이 퍼져나갔다.

바실은 용인족의 심장을꺼내고 묻은 피를 핥았다.

“용인족의 피맛은 또 다르군요. 이왕이면 각성한 놈들이 좋은데, 들어갈수가 없애니 쯧!”

그가 아쉽다듯이 혀를 찼다.

루시안은 공방에서 나와 구리와 은호를 데리고, 마녀의 숲으로 향했다. 오랜만에, 안부 인사차 들리기로 했다.

말을 타고 빠르게 달리는데, 무나간 초원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고개를 갸웃거리며, 숲으로 들어갔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벨가가 반가이 맞아준다. 그런데 평소보다 안색이 좋아 보이질 않는다.

“어서오거라!”

애써 웃어보이는 벨가였다.

“몸이, 많이 안좋아 보이십니다.”
“최근 들어 봉인이  뛰었느니라. 그걸 잡겠다고 힘을 썼더니 그런 것이니 걱정할 것 없느니라.”

벨가는 구리를 안아들고, 머리를 쓰다듬었다.

“구리에게 친구가 생겼구나, 은빛 갈기 부족의 아이라니.”
“은호를 아십니까?”
“환수가 되기 위해 수련에 몰두하는 부족이지. 이 아이가 부족을 왜 나왔는지 모르겠구나.”

은호가 서서히 뒷걸음치더니, 루시안의 뒤로 숨는다.

“이 아이를 만난게, 한울대륙의 설산이었습니다. 스노우에코의 대장으로 있더군요.”
“호오, 가출해서 그곳에서 대장 노릇을  것이냐.”

은호가 더욱 몸을 숨긴다. 벨가는 겉으론 웃고 있지만, 속으론 씁쓸해했다.

‘어찌 이리도 가혹한 운명들만 모여드는 것인지.’

은호를 보면서 무엇인가를 느낀 모양이었다.

벨가와 담소를 나누는데, 숲에 이상이 감지되었다. 벨가가 얼굴을 찡그린다. 이내, 루시안도 알 만큼 숲의 기운이 날뛰고, 결계가 흔들린다.

벨가가 눈을 감고, 주변을 살폈다. 무간나 초원의 오크들이 전부, 마녀의 숲으로 달려들고 있었다. 이변이 시작되고 있었다.

“흠, 대화는 여기에서 멈추어야 할  같구나!”
“벨가님? 무슨 일이 생긴겁니까?”
“무나간 초원의 오크들이 이곳으로 달려들고 있구나. 이런 일은 한번도 없던 일이거늘.”
“제가 돕겠습니다.”
벨가가 빙긋 웃어 보인다. 그리고는 발에 힘을 실어, 가볍게 굴렀다. 숲 전체로 기파가 퍼져나가며,숲에 사는 모든 생명체에게 사태를 알렸다. 대피하라는 신호였다.

허나, 평화로이 살아가던 몬스터들이 오크를 막겠다며 나섰다. 자기들도 거들겠다며 숲을 뛰쳐나가 오크들과 맞부딪혔다. 동물도 곤충도 말이다.

루시안은 바로, 일행들에게 통신을 보내, 마녀의 숲의 이변을 알렸다. 일행들도 최대한 빠르게 와서 돕겠다고 했다.

벨가가 저택 주위로 두터운 결계를 치고는 오크를 찾아 나섰다.

“이들의 목적은 결계를 뒤흔드는 것이로구나. 결계의 핵에 해당하는 지역을 집중해서 공격하고 있느니라.”
“그렇다면, 누군가 뒤에 있다는 것이로군요.”

벨가가 숲 위로 떠올랐다. 손짓을 하자, 거대한 바람의 칼날들이 오크들을 갈라버리며 지나간다. 그들에게 벨가가 현혹의 기운을 뿌렸으나. 벨가와 맞먹는 힘으로 걸어진 세뇌가 그것을 튕겨냈다.

“흠,  기운은 아기아스의 기운이 않는가?”

벨가의 능력자체는 숨고 방어하고 탐지하는 쪽에 맞춰있다. 평화를 좋아했던 탓도 있다. 힘을 퍼트려, 시야를 가리고 숲을 가리기 위한 은폐장이 펴져나간다. 오크들의 눈을 잠시, 가리기 위함이었다.

목표물을 잃어버린 오크들이 방황한다, 대신, 주변에 보이는 적을 공격해 들어간다. 숲에서 뛰쳐나온 동물들, 몬스터에 곤충들, 식물들도 줄기와 뿌릴 뻗어, 공격에 가담했다.

루시안도 구리도, 은호도 공격에 가담했다. 이미 엉켜버린 난전 상태라. 광역공격은 아군에게 피해를 줄 수 있었다. 총을 들고 근접공격과 근접사격을 위주로 움직였다.

은호는 구리의 모습으로 바꾸고, 둘이서 오크들을 패기 시작했다. 둘의 호흡은 일전에도 본 적이 있었는데, 그간 호흡이  좋아진 것 같았다.

루시안은 그대로 돌진해 달려오는 오크의 턱을 총으로 걷어 올렸다. 권총 자체가 묵직한 데다가 오러까지 실려있어, 턱이 그대로 아작나버렸다. 그리고는 발로 걷어차 밀어낸다. 날아가는 몸통에 탄을 박아넣는다.

주변에 아군이 없는 지역을 중심으로 폭발포션을 던져넣었다. 오크의 난이 터진 일은 그 주변 도시들로 퍼져나갔다.하지만, 그들로선 딱히 움직일 필요를  느꼈다. 자기들에게  게 아니기 때문이다.

소피아르 왕성, 여왕의 침실에 앳된 10대 후반이나 되어보일 미소년과 40대의 여왕이   나신으로 누워있었다. 대낮부터 국무는 보지 않고, 침대위의 정무를 보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때 침실의 밖에 누군가 찾아와 노크했다. 여왕은 밖에서 보고를 올리라고 했다.

“클라리스! 오크가 난을 일으켰다면, 우리가 군대를 일으켜 이참에 쓸어버리는 것이 낫지 않겠습니까?이참에 마녀의 숲도 완전히 점령하는  좋아 보입니다. 소피아르의 위상을 높여야지요. 그게 아름다운 당신의 업적이 될 겁니다.”
“오오, 정말, 옳은 말만 하는구나!”

그녀는 밖에다 세워둔 궁내부 장관에게 병사를 일으켜 오크와 마녀의 숲을 정리하라고 했다. 그리고는 결과만 알리라고, 방해하지 말라고 했다.

그리고 그녀는 다시, 아름다운 소년의 몸을 탐하기 시작했다. 둘은 이내 다시 합일을 이루며 달뜬 시간을 보내었다.

여왕의 지시를 전달받은 재상은 원수와 출병을 논의했고, 무간나 초원 주변의 모든 병력과 소피아르 성의 왕국군까지 전부, 오크 토벌 및 마녀의 숲 정리를 위해 출병하였다,

소피아르 군이 출병한 그 시각, 네칸 항구에 흰순록깃을  배가 들어왔다. 배가 정박하고, 검은 로브를  일단의 무리들이 내렸다. 인자한 시골 할아버지 같은 인상의 노인이 빙긋 웃으며 말을 꺼냈다.

“1사도님의 명이십니다. 슬슬, 마녀의 숲으로 이동하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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