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9화 〉78화. 집으로! (3)
비룡과 흑전견의 손길은 수도까지 뻗쳤다. 수도의 왈패 무리들, 흑전견의 하부 조직원인 그들의 손엔 루시안 일행의 용모파기가 담긴 두루마리가 들려있었다.
“그러니까, 이 자식들이 가장 유력하다 이겁니까?”
“그렇다고 하잖아! 이놈들만 잡아다가 책 쪼가리 하나만 구해다 주면 자그마치 1만 냥을 준다고 하네 1만 냥!”
눈이 돌아갈 금액. 그곳에 모인 사람들 모두, 탐욕에 눈이 번들거렸다. 탐욕의 기름칠은 이성을 마비시킨다. 그들은 적을 알아볼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렇게, 온갖 사냥개들이 먹이를 찾아, 수도로 몰려들고 있었다.
한편, 루시안 일행은 일정을 변경했다. 오늘 낮에 출발한다는 것을 하루 더 미뤘다. 루나가 말한 것도 있지만, 가끔은 꾸물거리고 싶은 날이 있었는데, 그게 오늘이었다.
어제는 오후에 이곳에 도착해, 저녁을 먹고는 다들 피곤해 그대로 쉬었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다들 하고 싶은 것들 아쉬운 것들이 많은 모양이었다. 이곳에 더 머물러야 하는 당위성을 위해, 다들 말을 늘어놓았다.
“한울 대륙의 수도인데, 주점은 가봐야 하지 않겠냐?”
“이곳에서는 활을 많이 쓴다네? 활 구경 좀 해보고 싶은데.”
“여기에 맛집도 많고, 시장에 볼거리가 많대요.”
“형! 난 과자!”
결국, 하루를 쉬고 움직이기로 했다. 하루쯤은 별문제가 되지 않을 거로 생각했다. 이왕 쉬게 된거, 루시안도 약재도 사고 책도 사고 싶어졌다.
“자주 올 수 있는 곳은 아니니까, 하루는 쉬도록 할게요.”
타몬트가 노숙과 담묵을 데리고 주점으로 가버렸고, 발터와 루나, 구리 그리고 흰 여우는 시장으로 향했다.
떠나가는 그들의 모습을 보며, 루시안이 중얼거렸다.
“저 여우도 이름을 지어주긴 해야겠네.”
루나한테 마리엔에게 줄 선물하나 골라 달라고 부탁해놨다. 그런 건, 영 소질이 없으니 말이다.
루시안도 숙소를 나섰다. 그가 둘러볼곳은 역시나, 약재상과 서점이었다.
“향이 좋네, 스승님이 알려준 기준에 맞는게, 이거랑 저거랑…….”
약재상에서 품질 좋은 약재를 골라서 샀다. 서점으로 가는 길 옆, 약방이 보였다. 약재 냄새 좋아서 거기도 들렀다.
“내상약에, 금창약이라. 어르신 이건 무엇입니까?”
조그마한 자개병에 액체가 소량 들어있었다.
“다른 나라에서 온 모양이로군? 그건, 산공독이라는 걸세. 무인들을 꼼짝 못 하게 하지. 그건 액으로 된 거고, 그 옆은 분, 그 옆엔 환일세.”
흥미가 돋았다. 전부다 소량씩 사들였다. 그리고, 책방에 들러, 의학서, 약초서등을 추가로 샀다. 화광의 책에 비할 바가 못 되었지만, 이것들은 다른 관점에서 쓴 글이라 시야를 넓히는 데 도움이 될 거로 생각했다.
오늘길에 구리를 줄 당과도 몇 개 사서, 오는데, 왈패 1,2라고 써붙인 두 명이 앞을 막아 세웠다.
“어이, 거기 멀대, 거기 서봐! 야, 이 자식 맞아?”
왈패 1이 2에게 물었다. 2가 두루마기 한번, 루시안 한번 다시 두루마기 한번 쳐다보더니 고갤 끄덕인다.
“갈색 머리, 키 크고, 외국인, 멀대, 맞는 것 같은데?”
“어이, 너 책 가지고 있지? 비급서 같은 거 있어 없어?”
“야, 그렇게 말하면 네 있다고 하고 내주냐?”
“야, 그럼 뭐라 그러는데?”
“어이, 가진 거 다내놔!”
루시안이 어이가 없어서, 그들을 쳐다본다.
“이새끼 말 못알먹나 본데?”
“아까부터 , 새끼 새끼. 그래, 그 새끼한테 맞아봐라!”
“뭣?”
권총 두 자루를 꺼내 그대로 턱을 후려치고, 머리를 내리찍었다. 둘 다 이빨이 박살 나서, 그대로 길바닥에 널브러진다. 순식간에 제압당한 그들을 묶어서, 뒷골목으로 끌고 갔다. 그리곤, 취조를 시작했다.
“너희들은 누구지? 아까, 그 두루마리는 누가 준 거야?”
그 두루마리엔, 루시안이라고 주장하는 인물이 그려져 있었다. 조악한 그림 솜씨로 말이다.
“데션한니다. 사려주대요”
“데셩한니다.”
루시안이 작은 스포이트가달린 유리병을꺼냈다. 여기엔 비트리올이 담겨있다. 한 방울을 씩 그들의 종아리에 떨어뜨렸다. 옷가지가 타들어가고 피부를 태운다.
“끄으으아악악”
“헛소리 말고 네놈들이 누군지, 누가 시켰는지나 말해!”
“흐저겨이니다.비료니 시키스니다”
뭐라고는 하는데, 말을 못알아 듣겠다.
“괜히, 이빨을 부숴놨나!”
루시안이 수첩을 꺼내, 펜과 함께 내려놨다.
“써! 가장 많이 자세히 쓰면 살려준다. 아니면, 산채로 녹여버릴 테니까.”
둘이 부랴부랴 펜을 붙잡고, 아는 대로 쓰기 시작한다. 손이 덜덜 떨린다.
“한 번만 더 눈에 띄면, 의식을 깨워놓고, 발끝부터 차근차근 녹여줄 거야.”
모두 고개를 세차게 끄덕인다. 그들이 부리나케 도망가고 난 후. 루시안은 일행들에게 이 일을 알리고 주의하라고 전했다.
“바로 갈 걸 그랬나. 쩝.”
숙소로 돌아가서, 그들이 남긴 글을 읽어보았다. 그간 제법 글이 눈에 익었기에 가능했다.
“흑전견? 비룡이 시켰다라. 책을 찾는다? 의선의 비급서겠네. 비룡이면, 저번에 그놈인가?”
일전에 타몬트와 바보 싸움을 하던, 모자라 보이던 사내가 생각났다.
“사람은 겉으로 봐선 모르는 거라더니.”
그들이 몰려온다고 한들, 문제 될 건 없었다. 없애버리면 그만이었다.
“그러고 보니, 아까, 산공독을 샀었지. 이곳에서 단전에 내공을 쌓는다고 하니. 무협이랑 비슷한 곳이라는 건데. 아무튼, 산공독은 기전 자체는 안개 나비 가루랑 비슷하네. 나비 가루는 외부를, 산공독은 내부를 노리는 게 차이점이고.”
그가 사 온 책과 화광의 책에도 그 독에 관한 내용이 있었다. 위험해 보이는 걸 이렇게 다 알려주고 싶었더니, 산공독의 제조방법만 몇십 가지가 넘는다고 한다. 그리고, 효능도 가지각색에 형태도 다양하다고 하니. 안다고 쉽게 만들 수 있는 것도 아니라고 되어있었다.
“그럼, 이걸 안개나비 가루랑 섞어버리면 어떻게 될까?”
루시안은, 그렇게 방안에 틀어박혀, 연금 도구와 제약 도구를 꺼내 놓고 개발에 몰두했다. 일행이 다 돌아와서 부를 때까지 그러고 있었다. 루시안은 불러도 대답 없었고, 그 다음날 새벽이 되어서 초기 타입을 하나 만들어내고는 정신을 차리렷다.
“시간이 얼마나 지난 거지? 흐음, 이상하게 졸리네.”
그는 그대로 누워 잠들었다.
출발일 당일, 아침이 되어서야 눈을 비비고 일어난 루시안은, 반갑게 인사를 했다.
“좋은 아침입니다. 저기, 시간이 얼마나 지난 거예요?”
“이야, 드디어 일어난 거냐? 딱, 당일 아침이다.”
“하던 건 다 끝난 거야?”
“어, 시험품 하나 만들었어.”
“오빠, 뭘 만들었길래, 불러도 대답도 없고 그래요?”
“아, 일전에 블루 스모그 만들었던 거 기억나지? 여기에도 비슷한 게 있더라고. 그래서 그 두 갤 섞어보고 있었어.”
“와, 그거 맞으면, 그냥 골로 가는 거잖아?”
“진짜, 위험한 거네요.”
“지속시간은 1시간 정도에, 물에 약한 건 없어졌어, 시간 지나면 알아서 풀리는 거지.”
“그럼 그 시간 동안 도망만 다니면 되겠네?”
“발터가 안 놓아주겠죠.”
“그건 그러네.”
일행은 빠르게 짐 정리를 하고, 출발 준비를 했다. 잘 쉬었으니, 움직일 차례다. 마차는 빠르게 대로를 따라 달렸다. 아라 항과 수도 사이의 도시 바오를 향해, 내달렸다.
아라 항을 통해 들어온 물건들이 수도로 이동되는 주요한 물류의 길목이었다. 지대가 완만하고, 평야가 넓었다. 시야가 탁 트여서, 적이 나타나도 대처하기가 용이한 지형이었다.
그만큼, 자신의 위치도 잘 띈다는 이야기다.
“저 마차 맞아?”
“예전에 본 그 마찹니다.”
“언제?”
“그 형님이랑 술 대결 벌였던 놈들이요. 그 놈들이 가장 의심 간다고 하시질 않았습니까?”
“아, 그랬지 참! 흑전견들은 뭐라 그러냐?”
“못 찾겠다고 난립니다.”
“일단 가보자, 저녀석들 확인부터 해봐야지!”
그들의 무리가 말을 몰아서 빠르게 루시안 일행의 마차로 다가왔다. 담묵이 마차안으로 신호를 보냈다. 수상한 인물이 다가온다는 신호였다.
“밖에 손님들이 온 모양입니다.”
“싸워야 할모양이네.”
“누군데 그래? 그 흑전견?”
“저번에, 비름채요. 거기서 가져온 책 그걸 노리고 온 거예요. 형이랑 주량 대결 벌이던 그 자입니다.”
“아! 그래? 가서 인사나 할까나?”
“바쁜데 그냥 가죠. 귀찮은데.”
“그러던가!”
루시안이 눈짓을 하자, 노숙이 신호를 보냈다. 무시하고 빨리, 달리라는 신호를. 슬쩍, 뒷창을 열고 저들을 살폈다.
마차가 안멈추고 달려나가자, 마차 뒤를 맹렬히 뒤쫓는다. 그들에게 시험품을 던졌다. 연기가 피어오르면서, 그들의 기를 흩어버리고, 외부의 기도 활용하지 못하게 해버렸다.
“뭐야! 이거. 뭔, 연기야 이게!”
“몸이 왜이렇게 무겁지?”
“대장, 몸이 이상합니다. 단전이 텅 비어버린 느낌이 듭니다. 내공이 한줌도 남질 않았습니다.”
“젠장할 산공독인거냐?”
“비슷한 종류로 보입니다.”
그때, 검은 포션 두 개가 떨어졌다. 그러더니 이번엔 검은 연기다. 강화시킨 최루탄. 이곳엔 고추가 많았다. 아스타리안 대륙에서 흔한 후추와 한울 대륙의 고추를 듬뿍 넣었다.
눈물 콧물에 침을 질질 흘리며, 제자리에서 뒹굴기 시작한다. 말은 기절해버렸다. 그들이 땅바닥에서 박박 기어날 때, 마차는 빠르게 앞으로 나아갔다.
“이게 뭐냐고! 도대체! 컥컥, 켁켁. 살려줘!”
루시안은 그걸 던지면서, 천상 개구쟁이의 눈빛을 보였었다. 일행들이 살짝 기피하는 낌새가 보였다.
“왜?”
“응, 아니야. 그런데, 저번의 것보다 더 강해진 것 같은데?”
“어, 포션도 발전이 있어야지. 너 여기 와서 빨간색 야채 많이 먹었잖아. 작고 매운 거.”
“어, 맞아. 그건데 왜?”
“그걸 가루로 해서 정제해 넣어놨거든!”
“악마구나?”
“원한다면 체험가능합니다. 신청주세요. 고객님!”
“저리가라, 악마야!”
“야, 저거 그냥 쓱싹 하면 안되냐? 어차피 계속 따라올건데!”
“알아서 나가떠러지면 좋은거니까요.”
“죽이기도 귀찮은거구나?”
루시안이 고개를 끄덕였다.
마차는 빠르게 달려 호창의 시야에서 사라져버렸다. 사실 볼 수도 없었다. 눈물이 앞을 가려서, 시야가 불분명했다.
“당장, 쫓아…. 쫓아.가….”
힘이 쭉 빠져서 말하는 통에, 아무도 듣지 못했다. 그는 제풀에 지쳐서 그렇게 가쁜 숨만 들이쉬고 있었다.
“당장…, 쫓아…. 쫓아….”
일행은 아라항에 도착했다. 노숙과 담묵에게 보수를 주고는, 라이야 상단 지부로 향했다. 박규가 반갑게 맞는다.
“다시, 오셨군요. 일은 잘 마치셨습니까?”
“예, 이제 돌아가보려고합니다. 무슨 하실 말이 있으신듯한데?”
“잠시, 시간을 내어 주시겠습니까? 차한잔할 시간이면 될것같습니다.”
이전에 묵었던 그 숙소로 향했다.
“다름이 아니라, 화광 선생님이 편지를 주셔서 말입니다. 그 아스타리안 대륙에서 팔고 계신 거 있잖습니까. 탄산음료요.”
“예, 무슨 문제라도?”
“화광 선생님이 그걸 이용해, 소화제를 만들어보시겠다고 하십니다. 원료 공급 가능한지를 물어보셨습니다.”
“전 괜찮습니다. 아마, 그거 꽤 잘나가는 상품이 될 겁니다.”
“이름까지 지어 두셨더군요. 활명액이라고”
“아…. 그렇군요. 완성되면 저한테도 보내주시겠습니까?”
뭔가 위험할 뻔했다. 아무튼, 박규에게 스승님이 계신 마을엔 대량의 약초와 식량 생필품을, 드레가 있는 마을에도 식량, 생필품을 보내 달라고 했다. 계산은 그 자리에서 해버렸다.
에피안 호는 라이야 상단에서 잘 관리해주고 있었다.
“자, 다들 돌아가시죠”
배가 항구를 떠나, 제나르의 몬테 항구로 향했다.
루시안일행이 떠난후, 일단의 무리들이 항구로 들이 닥쳤다. 하지만, 그들이 목표로 하던 인물들은 이미 떠나가버린 후였다.
“뭐라냐!”
“떠난지 오래랍니다.”
“여기 지키라고 했잖아!”
“밥먹을 시간이라고 자리를 비웠다고합니다.”
“......”
화가나서,어쩔줄을 몰랐다.
“으드득. 당장, 배구해. 여기서 죽나 쟤들 따라가다 죽나 마찬지니까!”
“저, 돈이 없는데요.”
“비룡 앞으로 달아놔! 뒷일은 내가 알게 뭐야?”
그렇게, 추격자 하나가 그들의 뒤를 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