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69화 〉68화. 심연의 아가리(3) (69/95)



〈 69화 〉68화. 심연의 아가리(3)

그 좁은 틈새를 어떻게 들어와 보겠다고, 머리를 들이민다. 내뿜는 콧김에 기분이 더러워진다. 게다가고약한 냄새까지.

그 입에다가, 비산폭발형포션을 하나  던져넣었다.

“입  다물어라!”

입안에 뭐가 들어오자, 일단 씹고 보는지 ‘와드득’거리는 소리와 함께, 폭발음이 들린다.

“크르르륵”

녀석이 바위를 무너뜨릴 심산인지, 바위가 쿵쿵 울린다. 안쪽으로는 제법 공간이 있었다. 뒤에  길을 따라 계속 이동했다. 길은 해안가의 절벽으로 이어졌다. 절벽으로 가면 갈수록 길이 넓어져, 이내 넓은 지대가 나타났다.

쉴곳이 필요해, 주변을 둘러보니, 외진 곳에 동굴 하나가 보였다. 쉬기 적합한 널찍한 곳이었다. 다들 별말 없어도 동굴에 들어가 주저앉았다.

“그런데, 저걸 어떻게 하지?”
“여기가 해안 절벽이니까, 그대로 해안가를 따라서, 배 정박지를 찾아가면 되지 않을까요?”
“저 놈이 과연 놓아줄까?”
“아무리 덩치가 크고 힘이 좋다곤 해도, 저 거대한 바위까지 뚫고 나오진 못할 거예요. 화가 많이 안 났다면 모를까.”

일행의 눈이 루시안에게 향한다.

“아까, 입에 포션 던져 넣었지?”
“큼큼, 아! 일지에 무언가 단서가 있을지 모르니, 일지나   읽어볼게요.”

타몬트의 추궁에 말을 애써 말을 돌린다.

“야! 다섯 권이나 되는 데다가 크기가 무슨 역사서 뺨치는데, 지금 그걸 읽은 시간이 있어?”
“지금은  딱히, 다른 방법이 없으니까요. 이참에 쉬는 거죠.”
“하…. 그래, 쉬자 그냥. 그런데, 이러다 영원히 쉬는 거 아니겠지?”
“형 관엔 릴리스 많이 넣어드릴게요.”
“그래, 고오맙다.”

한참을 일지를 읽어내렸다. 속독으로 빠르게 훑어내렸다.

“보라색은 성장억제제, 녹색은 성장촉진제라. 두 개의 약물로 크기를 조절한 거네? 그럼, 이걸 이용하면 저놈의 크길 줄일 수도 있겠는데?”

루시안이 곧장, 타몬트에게 부탁해, 동굴을 넓혀 달라고 했다. 이렇게 넓은 곳은 대검으로 썰어내는 게 편했다.

“참나, 이게 재능 낭비라는 거냐?”

투덜거리면서도, 해달라는건 잘 해준다.

“이제 재밌는 걸 해볼 시간입니다.”
“루시안 오빠가 저런 말 할 때가 가장 위험한 순간 맞죠?”
“그게 우리가 아니라는 게 다행인 거지.”
“구리야, 부탁해!”
“응!”

♣ 성장억제제의 정수
-세포의 분열과 거대화를 억제한다.
-과다 사용 시 세포 분열을 억제하고, 축소화 시킨다.
-과다 사용 시 세포에 치명적 손상을 준다.

타몬트가 넓혀둔 공간에 연금장비를 배치했다. 가져온 보라색 액체를 전부 정수로 추출했다. 그리고 정수와 연금강화제를 섞었다.

여기에, 실험일지에 적혔던 재료  주요 재료로 표시된 것 중에서 현재 가진 것들만 꺼내 추가했다. 이걸, 가열한 마나 정제수에 부어, 연금솥으로  끓였다. 적당한 농도가 되자, 체에 걸렀다. 생각보단 나온 양이 얼마 되지 않았다.

포션은 3병이  나왔다.

“이정도 양이면…. 탄으로 만들었을 때, 최대 3방까지 가능하겠네.”

루시안이 포션을 들어보이며, 중얼거리자, 타몬트가 반색하며 달려든다.

“가능성이 있는 거야?”
“예, 3번의 기회가 있어요. 치사량까지올리려면 이게 최대분량에요.”
“피부가 단단하잖아? 아까, 네가 던진 포션에도 끄떡없었 잖아!”
“입안으로 넣어야지. 내부까지 튼튼하진 않을 테니까.”
“그럼, 타몬트 형이 입을 벌려주면, 우리가 튀면 되겠구나!”
“야!”

밖이 시끄러웠다, 녀석은 포기를 모르고 바위를 공격했다. 땅도 울리는 걸 봐선 제자리에서 팔짝팔짝 뛰는  같았다. 화가 많이 났나 보다.

“저렇게 움직이면 배 꺼질 텐데….”
“운동 열심히 하고 우리를 맛있게 먹으려나 보네.”
“거참, 듣기 좋은 소릴 태연하게도 하는구나!”

다들, 아침까지 내리 푹 잤다. 알람은 역시, 녀석이었다. 지치지도 않는지, 바위를 두드려댔다. 바위가 무너져 내리는 소리가 들린다. 녀석의 간절한 기도가 하늘에 닿았나 보다.

“크아아악!”

울음소리에 환희와 행복이 느껴진다.

“저렇게 좋을까?”
“맛있는 아침 메뉴가 많잖아!”
“왜,  보는데?”
“형은, 약간 식전주?”
“.....”
“루시안 오빠, 그래서 계획은 어떻게 되나요?”

루시안이 바닥에 조악한 솜씨로, 드레이크와 일행을 그려 넣었다.

“가장 중요한 건, 묶어서 날뛰지 못하게 해야 해. 그리고 시선을 끌어줄 사람이 필요하고. 견제해줄 사람이 있어야 하지. 녀석이 입을 벌리면 내가 약을 쏘아 넣을 거야!”
“형! 나도 도울게요!”

구리가 자신있게 손을 든다.

“시선 끄는 건 역시,  타몬트님만한 사람이 없지! 큭큭큭”
“묶는 거라면 내가 단검이랑 화살을 이용하면 될것같아.”
“묶어두는 거라면, 저도 거들  있어요.”

일행들의 의견을 받아들여, 계획을 재 정리했다.

“시선은 타몬트 형과 구리가 끌어주고, 발터와 루나는 묶는 걸 도와주면서 보조를. 저는 기회를 노려서 약을 집어넣을게요.”
“오냐, 해보자! 구리야, 다치지 말고. 살아서 보자!”
“네!”

녀석이 바위를 뚫고 다가온다. 먹이를 느긋하게 먹겠다는 듯 여유롭고 느긋한 발걸음이었다.루시안은 미리 봐둔 바위에 스나이퍼 라이플을 배치하고, 조준했다. 미리 만들어둔 탄 3개를 꺼내,  발을 장전했다.

타몬트가 녀석에게 달려간다. 그리고 대검으로 녀석의 앞발을 ‘콕’ 찍었다. 녀석의 관점에서 ‘콕’이지, 타몬트의 입장에선 ‘쾅’이었다. 발터가 던진 단검에서 나무 뿌리가 솟아나, 녀석의 몸을 감아 올라갔다.

나무뿌리가 휘감기자 녀석이 몸을 비틀어 떨쳐내려고 용을 쓴다. 구리가 녀석의 뒤로 이동했다. 적당한 곳에 자리를 잡고, 거대 개구리로 몸을 바꾼  혓바닥으로 감아 당겼다.

루나가 거대한 흙의 손 두 개를 만들어 녀석의 다리를 붙잡았다. 녀석이 놓으라고 몸을 비튼다. 녀석의 입을 열게 하려고, 계속 발을 찍어댔다. 아파서 열라는 거였다.

“야! 너 왜 입맛을 다시냐!”

하지만, 다른 의미로 녀석이 입을 열었다. 타몬트가 맛있어 보여서 입을 열었다.입을 벌리자마자, 무언가 그의 입안으로 들어갔다. 탄이 그대로 녀석의 입안에 박혀 들어갔다. 인젝션 탄의 형태로, 내용물이 바늘을 통해 주입되었다.

녀석이 입을 다물어 빈 탄을 씹어본다.  맛만 느껴진다. 입안에 뭔가 찔린 느낌이 든다. 무언가 찝찝하다. 근질근질하고, 기분이 더럽다. 이상하게 시야가 낮아진 느낌이 들어 고개를 갸웃거린다.

타몬트가 씨익 웃으며, 발을 다시 찍어댔다. 녀석의 반응이 살짝 다르다. 아파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발을 살짝 옮긴다.

“야, 아까보단  더 박힌다.”

발터가 오러를 불어넣어 작살형 화살을 쏘아 넣었다. 살을 관통해 들어가서, 작살이 활짝 펴진다. 준비한 고리 달린 말뚝을 꺼내 땅에 던져 꽂았다. 그리고, 발에 오러를 실은 후 더 깊숙이 박아넣었다. 말뚝의 고리에 화살에 연결된 쇠사슬을 감았다. 그렇게 두 방향으로 꽂아 넣었다.

“크르르륵!”
“입 벌려라! 약 들어간다!”

타몬트가 오러를 불어넣은 대검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양쪽 발을 오가며 썰어대었다. 녀석이 아픈지 눈물을 찔끔 흘린다.

“크아아아!”

입을 벌리자마자 한발이 또 들어갔다. 또 느껴지는  맛, 더러운 기분. 약 기운이 서서히 돌기 시작한다. 몸에 약들이 쭉 퍼지면서, 한껏 커졌던 녀석의 세포가 줄어들기 시작했다. 녀석이 다시 갸웃거린다.슬슬 이상을 눈치챘다. 시야가 많이 낮아졌다. 잘록한 앞발을 들어본다.

“크아아아!”

비명을 지르다가 황급히 입을 다문다. 입을 열면 큰일 난다는 걸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하지만, 힘이 약화된 상태라 일행들의 붙잡는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 특히, 구리의 힘보다 약해진 상태라 압박감이 상당했다.

“구리야 힘들면 쉬어도 될  같다.  많이 당황했어!”

안 그래도 혓바닥이 마르려는 참이었다. 인간형으로 돌아와 다리와 팔만 거대화시켜서 녀석의 어깨를 꽉 눌렀다.

“가만히 있어!”
“크르르륵”
“그럼, 어디 한번 견뎌봐라!”

타몬트가 씨익 웃었다. 오러를 불어넣은 대검을 높이 치켜들었다가 그대로 내려쳤다. 장작을 패듯이 무자비하게 내리쳤다.

“크아아악!”

이젠 통증이 커진 것인지, 제자리에서 바둥거린다. 입을 잘록한 팔로 가리고 바둥거린다. 발터가 화살을 날려서 앞발을 쏘아 넣었다. 루나는 루시안이 준, 마나 회복제를 털어 넣으며, 드레이크의 속박에 집중했다.

“한방 남았다!  벌려라!”

녀석이 입을 가리고, 고개를 도리도리 흔든다. 쇠사슬을 던져올리니, 구리가 눈치 좋게 쇠사슬을 잡아 녀석의 목에 건 후 당겼다. 녀석의 몸이 뒤로 당겨지자. 타몬트가 대검을 그대로 가운데를 올려쳤다.

“어우야, 저건 좀!”

녀석이 비명도 못 지르고 눈이 살짝 뒤집힌다. 입을 떡 벌린다. 그 사이로 약이 쏙 들어갔다. 몸이 더 줄어든다. 신체의 말단이 까맣게 괴사가 일어나기 시작한다.

“크아아악!”
“이상하게 불쌍하네”
“형이 가장 치명적인 공격을 가한 거로 아는데요?”
“거긴 좀….”

루시안도 자리에서 일어나, 자리를 정리했다. 이미 승패는 기울었다. 녀석은 바닥에서 거품을 물고 뒹굴고 있었다. 거대했던 녀석은 이미 보통의 드레이크 크기로 돌아온 상태였다.

루나도 이상하게 마음이 쓰이는지, 루시안을 바라본다. 사실 저걸 고칠 방법이 없는 건 아니다. 녹색 액체가 남아 있기도 했고, 포션도 남아 있다. 위그드라실의 나뭇가지로 만든 포션도 있었고, 성수도 있었다.

“루시안! 저거 풀어주자. 너도 실험을 해봐서 알겠지만….”
“토끼, 고블린, 오크, 나가….”
“.......”

루시안이 그간 지은 죄(?)에 대해 속죄한단 마음으로 가지고 있던 치유 포션과 성수를 적당히 블렌딩하여  절반을 뿌려주었다. 괴사하던 피부가 혈색이 돌고, 새살이 돋아난다. 상처들이 다 사라졌다. 남은 절반엔 생장 촉진제 성분이 있는 녹색 액체를 타서 먹였다. 저건 성장억제제를 중화시키는 용도였다.

“아무래도, 아시카님을 만나고 가야  것 같네요.”
“얘를 맡기려고?”
“우리가 데리고 다니긴 힘들어요.”

어느새, 구리와 친해졌는지 둘이 잘 놀고 있다. 싸우면서 친해진다고는 하는데, 이런 경우도 해당이 되는지 모르겠다.

돌아가는 길은 올 때보다, 수월했다. 구리가 한번 길을 익혔다고, 등에 태우고 점프를 했기 때문이다. 가시 숲은 공중에서 2단 점프까지했다.

“이럴 거면 그냥 구리 타고 오는  낫지 않았냐?”
“.....”

아무튼, 빠르게 아시카를 만나, 사정을 이야기하고, 드레이크를 맡겼다.

“뭐, 마을에 식구가 늘면 좋은게지. 끌끌”
“그럼, 진짜로 가보겠습니다.”

드레이크가 짧은 앞발로 손을 흔든다. 친화력이 참 좋다. 분명, 죽자사자 싸웠던 것 같은데 말이다.

용인족의 땅을 떠나, 배를 정박해둔 곳으로 향했다. 그 길에 겐과 넨이 동행했다. 그간, 넨과 겐이 일행의 배를 찾아서 수리도 하고, 관리를 해주었다고 한다.

그들은 암초 지대에서 벗어나, 먼 바다로 나가기 좋은 길목으로 배를 옮겨 놓기까지 했다. 안내를 맡은 이유도 그 때문이었다.

“그럼, 그냥 갔으면 해맸을 거 아냐?”
“다시, 올 줄 알았다.”

여담이지만, 일행이 도착했던 곳은 바다의 이빨이라 불리는 곳으로, 암초 지대가 유독 많은 곳이라 했다.

“설마, 거길 뚫고   몰랐다네”

어이없어하는 아시카의 얼굴이 아직도 선명하다.

아무튼, 그들 덕분에 배는 잘 관리되었고, 암초 지대도 무사히 빠져나올 수 있었다. 아칸다 대륙을 벗어나, 배는 다시 넓은 바다로 나아갔다.

“루시안, 다음 목적지는 어디냐?”
“고대도시 아프리오라는 곳이 있다는군요. 망망대해에서 찾아야 할 판입니다.”

발터가 준비해두었던 지도를 펼친다. 루시안도 드워프가 주었던 지도와 수첩을 꺼냈다. 수첩과 지도의 정보를 합쳐, 지점을 짚는다.

“대략, 아칸다 남쪽 끝과 네빌론 대륙의 서쪽 끝의 사이인 이 지점이네.”
“여긴 아무것도 없잖아?”

지도 상에는 섬도, 아무것도 없었다.

“우리, 바닷속으로 들어가는 거야?”
“지도에 암초 같은 표시도 없어서, 가봐야 정확한 상황을 알 수 있어요.”
“가장 막막한 곳이네요. 다른 곳은 그나마 단서라도 있었는데.”


배을 몰아 나아갔다.

"뭐, 어떻게든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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