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61화 〉60화. 종교의 섬 스발란(2) (61/95)



〈 61화 〉60화. 종교의 섬 스발란(2)

 팔을 하늘로  뻗어 올리고 힘을 끌어올리는 듯이 몸을 이리저리 비틀어댄다. 제자리에서도 뛰고, 옆구리도 풀고, 등도 풀었다. 한참, 그러고 있다가 갑자기 달리기 시작한다. 바다를 향해서. 그대로 바다로 뛰어들어, 빠른 속도로 헤엄쳐 그렇게 사라졌다.

“다음에 만나면 너희를 용서하지 않겠다! 하하하하!”

그렇게 목소리가 빠르게 멀어져간다.
“쟤, 뭐냐?”
“글쎄요?”

무기를  채로 어떤 공격을 해올지 잔뜩 긴장하던 둘은 어이가 없어졌다. 긴장감이 탁 풀려 잠시멍하니 서 있었다. 온갖 자세는 다 잡고 싸우더니, 그냥 튀었다. 정말로 어이없게도.

“진짜, 어이가 없네.”
“잔당들이나 처리하죠. 혹시, 저 녀석들이 그 검은 목패에 대해 뭔가 알지도 모르죠.”

그렇게, 대장 격인 놈이 사라져버리자, 그들의 사기는 확 꺾여버린 참이었다. 서로 눈치를 보기 시작한다.

“스발란에 들어와 분란을 일으킨 자를 그냥 내버려 둘 줄 아느냐?”

온몸에 불을 두른 무투가가 그대로, 잔당 하나의 머리를 터트려버린다. 그것을 시작으로 잔당들에 대해 무관용의 철퇴가 내려졌다. 발터와 루나가 몇몇 머리가 굵어 보이는 놈들을 생포해놨다.

“루나, 저놈하고 저놈 괜찮아 보이지?”
“예, 뭔가 알 것 같아 보이네요. 아,  옆은 아닌 것 같아요.”

그들 중 가장 머리가 있어보이는 자가 외쳤다.

“5사도님이 먼저, 복귀하셨다. 우리도 도망간다.!”

이를 악물고 외쳐보지만, 이미 포위된 지 오래다. 3명만 남기고 모두, 주변을 둘러산 이들에게 정리되었다.

발터가 묶어놓은 자들에게 협상을 시도했다.

“야, 어쩌나? 너랑 둘만 남았는데.”
“죽여라! 나는 죽어서 아기아스 님의  안에서  것이다.”
“물어보는 것만 대답해주면, 그냥 보내줄 건데.”
“......”

포로들의 입이 쉽게 열릴 것 같진 않았다. 게다가 슬슬, 성기사와 전투 사제들 거기에 이단 심문관까지 보인다.

“도와준 건 감사하나, 이건 우리 스발란의 일이요. 그들을 넘겨주시오!”

그들에게, 이놈들로부터 알아낼 정보가 있으니, 몇 가지만 물어본 다음에 그대로 넘겨주겠다고 했다. 잠깐만 시간을 달라고 했다. 그들로서도 그 정돈 괜찮은지 순순히 허락했다.

“그러시지요. 죽이지만 않으시면 됩니다. 스발란에 쳐들어오다니요!”
“그들은 이교도입니다. 살려서, 이단심판에 회부해야 합니다.”

눈빛으로 봐선, 살려두어 보내도 갈기갈기 찢겨나갈 것 같았다. 장조림 고기처럼 쭉쭉 찢어먹을 태세다.

발터와 루시안이 구리와 함께, 그들을 이끌고, 타몬트와 루시안의 앞에 그들을 던져놓았다.

“잡아 오느라 수고했어. 어디 보자, 그걸, 한번 써볼까?”

루시안이, 일전에 한  써먹었던, 릴리스의 시험작과 비슷한 색깔의 포션을 꺼내자, 일행들이 흠칫한다.

“설마, 그건 아니지?”
“예? 아, 그거요? 그건 아니죠. 여기서 그걸 썼다간 우리가 이단심판에 끌려갈걸요?”
“수상해, 정말로 수상해! 한 번에 알아먹었어!”

루시안이 꺼낸 건, 세이렌의 정수를 이용한 포션이었다.

“살짝, 개조해서 자백제와 환각제를 섞은 걸 만들었어요. 릴리스와 비슷한 기능을 하는 포션도 있긴 한데, 그건 형한테 넘기기엔 너무 위험해서….”
“야! 그런 좋은  있었으면 말을 해야지말을!”
“아무튼, 이걸 먹이면, 친밀감이 엄청나게 올라갑니다. 감정을 건드리는 거예요.”

곧, 아기아스 교단의 일당 하나의 눈이 풀려서 침을 질질 흘린다. 얼핏 봐선 완전히 맛이 가버린 것 같다.

“실은, 테스트를 안 해봐서….”
“사기꾼이네! 이거!”

타몬트가 사기라고 외치든 말든, 잔당은 확실히 효과를 보이었다.

“헤헤,”
“큼큼, 이름!”
“어이, 115호 오늘 저녁은 뭐냐!”

타몬트를 보며, 대뜸 115호라고 부른다. 일행들이 눈짓한다. 알아서 연기하라고 타몬트를쳐다본다. 타몬트가 쭈볏거리며 말을 둘러댔다.

“멀건 귀리 죽에다가 호밀빵이라더라!”
“또! 그거야? 몇 달째 왜 같은 식단이냐고!”

한참을 식단이며, 시설의 노후함, 보급품의 부재 등등 하소연을 늘어놓는다.

“야, 그 검은 목패에 순록 그려진 패 알아?”
“참나, 그걸 모른다고? 하여간, 만년 열등생 꼴찌 답네.”

흐리멍덩한 눈으로 위아래 훑어보더니, 입꼬리를 히죽 올린다. 이건 누가 봐도 비아냥이다. 타몬트가 욱하는  발터가 말렸다.

“그건, 말단의 말단이나 주는 거잖아! 설마, 그 순록이 아기아스님이라는 걸 모르는 건 아니겠지? 네가 아무리,돌대가리에 열등생이라도 말이야!”
“그.럼. 우.리.들.은.?”
“역시, 돌대가리네, 우린 문신으로 새기잖아!”

그가 흐리멍덩한 눈으로 혀를 들어 올려 보인다. 혓바닥 아래에 순록의 모양이 새겨져 있다. 도대체 저기에 어떻게 새겨놓은 것인지.

그 외, 교단의 위치, 구성, 그들의 능력이나 무력 정보에 대해선 전혀 기억해내질 못했다. 심지어 같이 싸웠던 이들도 기억못하기 시작했다.

“너랑 같이 온  갑옷입은 놈은?”
“새로운 5사도…….”

그를 넘기기 전, 한 대 쥐어 패버리겠다는, 타몬트를 겨우 말렸다. 스발란의 성기사와 전투 사제들에게 그들의 신병을 넘겼다.

“빛의 신 네빌라님의 가호가 깃들길!”
“불카누님의 이름으로 감사를 표하오!”

일행끼리 나무 그늘에 앉아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신도들이 그들에게 먹을 것을 가져다주며, 연신 감사하다고 인사를 해온다. 도와준 건 도와준 거라나 뭐라나.

“그러니까, 순록이아기아스다 이거네? 그럼, 누님이 찾는 일당이 저놈들이라는 거네.”
“그렇죠. 패를가진 건 말단 중의 말단이라는 건데. 사도가 직접 나서지 않는 일은 저들이 처리하는 모양이에요.”
“저런 놈들은 보이는대로 다 날려버릴거예요.”

루나의 각오가 매섭다.

“그나저나,금제가없나 했더니, 뒤늦게 금제가 발동한 거로 보였죠?”
“아마, 마법으로 정신을 건드리는  방어가 되어있겠지만, 약물로 하는 건 예상하지 못한듯해요. 그나마 늦게나마 방어기제가 발동한 거로 보이지만요.”
“이놈들이, 발전이 있다면 다음엔 통하지 않겠지?”
“그렇겠죠”

구리는 어느새, 다시 잠들어 있었다. 루시안이 등에 구리를 업었다.

“일단, 숙소를 하나 찾아보죠.”

지나가던 신도에게 물어보자, 지도를 보면 신전들 위에 침대와 포도주가그려진 곳을 찾아가면 된다고 하였다. 침대는 숙박, 포도주는 식사란다.

마침, 가까운 곳에 숙박하는 곳이 있어, 약간의 성금을 내고 묵을 수 있었다.

“구리가 많이 피곤했나 봐요. 깊이 잠들었어요.”
“그러게, 휘데른을만나고 나서부터 저런 거지?”
“그렇죠. 아까, 전투가 있어서 깨어나긴 했는데, 구리가 아니라 다른 게 움직이는 느낌이 살짝 들더라고요.”
“별일은 없었으면 좋겠는데….”

간단한 식사를 하고, 구리 몫의 식사를 남겨두었다.

“이곳 순례 지도를 보면, 바람의 대신전은 절벽 위에 있어요.”
“항구에서 정반대 편의 해안가 절벽이네?”
“가기 힘들어보인다.”

산지가 없는 평평한 평야 지대라, 그나마 바람이 많이 부는 절벽에 자릴 잡은 모양이었다.

“그런데, 여기가 결국 휘데른의 등껍질 위라는 거잖아?”
“그렇죠. 이렇게나 넓은 섬부터 암초 지대까지 전부 그의 등인거죠.”
“정말, 엄청나게  거북이라는 거네.”

타몬트와 발터가 낮에 있었던 일을 떠올리며, 수다를 떨기 시작했다. 루시안은 루나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의 예언이 굉장히 불길했어. 생각보다 큰 사건이 벌어질  같단 말이지.”
“제가 수첩을 보고 느낀 건데, 아기아스의 분신 같은 게 인간에게 붙어있고, 그가 아기아스의 봉인을 푸는데 노력한다는 걸로 해석돼요.”
“내 생각도 그래. 교단에 그의 끄나풀이 있다는 거겠지.”
“앞으로 이들이 어떻게 나올지 궁금하네요.”
“그러게.”

루시안이, 일어나서 박수를 두 번 치며 환기를 시켰다.

“오늘은 푹 쉬죠. 내일부턴,  다리를 부지런히 놀려야 하니까요!”

다음날, 깨어난 구리는 멀쩡했다. 다만, 휘데른을 만난 이후의 기억은 하지 못했다. 섬은 좁은 듯 넓었다. 신전을 옮겨 다니면서 숙식을 해결하고 바람의 대신전으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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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색빛 대신전 안, 회색 로브를 입은 자가 신도에게 그들의 교리를 전하고 있었다. 신도들의 눈은 그자를 보며, 신이라도 영접한 듯이 대했다.

“희생의 신 랑기어님의 이름 아래, 이렇게 많은 신도가 모였습니다. 랑기어님은 희생을 통한 영혼의 구원과 치유를 얻고자 하셨습니다. 많은 이들을 구원하시어도 희생으로 인해 모든 이들에게 잊힌 신입니다. 우리는 그분의 희생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랑기어님의 은총이 가득하시길”

그렇게, 교리설파가 끝나고, 신도들이 눈물을 흘리며 돌아갔다. 그가 교주의 개인실로 들어가 자리에 앉자. 벽에서 누군가 튀어나왔다. 톱햇에 연미복을 입고, 외눈알 안경에 지팡이를 쥐고 있는 자였다.

“사르칸 교주, 잘 있었습니까?”
“미천한 종 사르칸 나발론이 1사도 바실 보머님을 뵙습니다.”

교주가 영광이라는 듯이 1사도의 발아래 엎드린다.

“교주, 그대들이 관리하는 교단의 검들이 너무 약합니다. 이전 5사도 때도 그렇고, 방해꾼들의 실력도 수준급입니다. 지금 현재의 검들의 수준으로는 힘듭니다. 교주.”
“1사도님, 그렇다면 검을 중심으로 개조를 진행해도 되겠습니까?”
“4사도 제리코와 협력해서, 계획을 진행하세요. 그리고, 대륙의 기사들의 시체, 버려지고 퇴물이 된 기사들, 용병, 모험가들을 납치해 세뇌 및 개조를 진행토록 합니다.”
“알겠습니다. 1사도님. 미천한 종, 1 사도의 말씀에 따르겠습니다.”
“그나저나, 새로 들어온 5사도는 어떻습니까?”
“사도로 임명된 후, 검을 이끌고 그들의 추적에 나섰습니다. 결과가 있지 않겠습니까?”
“흠…….”

잠시 후, 그들이 있던 대주교의 방이 벌컥 열린다. 그리고, 물에 흠뻑 젖은 5사도가 나타난다.

그의 발자국을 따라 물 자국이 질펀하게 퍼져나간다. 그가 낑낑거리며, 투구를 벗으니, 물이 쏟아져 내린다. 짧은 금발 머리에 앳되고 다부진 소년이 모습을 드러낸다. 1사도를 보며, 급하게 부복을 한다.

“1,1,1,1사도님을 뵙습니다.”
“보아하니, 실패했군. 도대체가 5사도란 자리가 문제인 것인지. 새로 뽑는 자들이 문제인 것인지. 쳇!”

1사도가 못마땅한 얼굴로  자리에서 사라져버렸다.

“니겔! 분명, 주의하라고 하지 않았더냐. 감히, 1사도님을 실망시켜?”
“죄송합니다. 교주님!”
“에잇, 참회의 방으로 가 3일간의 금식을 명한다!”

그가 사라지고 난 방안, 주교가 중얼거린다.

“아무래도, 1사도님의 말에 따라, 본격적으로 힘을 길러야겠군, 그분을 위한 군대가 너무 약해!”

교주란 자로부터, 음흉한 계획이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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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야?”

타몬트가 어딘가를 가리킨다. 절벽 위에 세워진 하얀 대리석의 신전, 절벽으로 불어오는 바람을 한껏 품겠다고 지어진 건물이 눈에 띈다.

“여긴 죄다 평야라, 정찰할 것도 없고. 편하네.”
“전 불안해요. 라펠라 누나가 늘 말하는  있다 보니.”
“구리야, 저곳에서 뭔가 느껴지는  없어?”
“음…. 없어요!”

바람의 대신전으로 들어가니, 신도 하나가 나와 맞이한다.

“바람의 대신전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인디네님의 축복이 깃들길.”

신전 안을 둘러보는 건 자유로웠다. 정말, 제단 하나와 바닥에 기이한 무늬가 새겨진 것 말고는 별다를 것이 없어 보였다.

구리가 기이한 무늬가 새겨진 바닥의 정중앙에 섰다. 그러자, 주변으로 기운들이 퍼져나가며, 기이한 무늬들이 입체적으로 떠오르기 시작한다.

“모두, 제 옆으로 오세요!”

구리가 무언가를 눈치챘다는 듯이. 일행들을 주변으로 불러 모았다. 이내 빛무리가 거세게 몰아치더니, 일행의 모습이 그대로 사라져버렸다.

눈을 시리게 하는 빛무리가 가시고, 그들의 눈앞에는 황폐해진 어떤 도시가 눈에 들어왔다. 무너지고 부서져 내린 건물들, 메말라 비틀어진 식물들. 주변은 황량하기 그지없었다.

“여긴, 도대체어디야?”
“흡사, 전쟁이라도 터진  같네요.”
“무언가, 버려진 채, 오랫동안 방치된 것 같아요. 쓸쓸하네요.”

그때, 구리가 큰소리로 외쳤다.

“형, 누나 저기로 가야 해요!”

구리가 가리킨 곳을 보니, 저기 언덕배기에 거대한 건물의 잔해가 보였다. 구리가 앞장서서 걷기 시작했다.

황폐해지고 망가진 길을 따라 걸었다. 황량한 모래바람이 불어와 입안이 텁텁하다.

반쯤 날아가 버린 문틈 사이로 몸을 집어넣는다. 먼저 들어간, 구리가  건물의 광장 중앙에 서 있었다. 구리의 눈이 여러 색으로 빛난다. 구리라부르기 힘든 그 어떤 존재가 입을 열었다.

“안녕하십니까? 인간족 여러분. 환수의 도시. 공중 섬 미스텔지아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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