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9화 〉58화. 유적을 찾아서! 준비 (2)
“슬라임의 체액, 멘티코어의 뼛가루, 상급 마나석, 하이드로골듐, 금괴, 은괴, 히드라르기륨…….”
네코이의 에고를 기본으로 잡아, 호문클로스를 제작했다. 에고 자체에 성별은 없었지만, 원하는 대로 여성체로 만들어주었다.
나이는 20대 초반으로, 검은 장발의 풍만감 있는 몸매의 여성, 외모도 누구나 한번 다시 돌아볼 만한 그런 외모였다.
“네코이? 맘에 들어?”
“오오! 이거 생각보다 실력이 좋은걸?”
네코이와 영혼 계약을 맺고, 포션의 제작 방법과 레시피를 알려주었다. 에고 자체의 높은 지성과 오랜 시간 살아오면서 겪어온 경험들로 네코이는 빠르게 흡수했다. 다만, 머리는 알아도 몸이 잘 안 따라주기는 했다.
“일단은 치유 포션과 마나 회복제만 만들어주면 될 거야. 당분간은 그것만 집중해주면 돼.”
“알았어, 주인!”
그리고, 공방에서 낯선 여자와 나오는 걸 본 마리엔과 헥터가 오해했다.
“뭐야! 그 여자는 누구야!”
“형, 마리엔 누나를 두고 지금!”
루시안은 구리를 증인으로 내세워서, 한참 동안 해명을 해야 했다. 네코이가 여성체를 원한다고 들어주는 게 아니었는데 이미 늦은 후회였다. 물론, 해명은 베티에게도 해야 했으며, 타몬트와 발터, 루나에게도 해야 했다. 하루를 꼬박 해명에 보낸 루시안은지쳐 쓰러졌다.
“다시는, 에고 따윈 들이지 않을 거야!”
네코이의 적응력은 상상을 초월했다. 마리엔보다 사근사근하게 손님을 접대해, 네코이를 보려고 일부러 방문하는 손님이 늘어났다. 마리엔은 일편단심 루시안이라 철벽 치는 게 있었는데, 네코이는 그런 게 없었기 때문이다.
“어때, 루시안, 이정도면 괜찮지 않아?”
“많이 올라왔네. 판매해도 될 거 같아. 대신, 마이너라고 붙이고, 가격을 좀 낮추자. 아직 조금 부족해!”
“힝!”
발모제와 릴리스의 재고도 늘려놨다.
“이만하면 공방 일은 되었고, 누나는 잘 있는 건가?”
만달리안에서 헤어진 후로, 라펠라와 연락이 되질 않는다. 다른 일행들의 걱정도 컸다.
“일단은 엘프 숲에 갈 생각인데, 같이 갈 거예요?”
루나만 손을 들었다. 공교롭게도 발터와 타몬트 모두 일이 있다고 했다.
“빨리 갔다 오자! 구리야, 준비 끝났지?”
“응!”
“저도 끝났어요.”
가볍게, 짐을 꾸리고 대수림으로 향했다. 일전에 왔던 길이라, 길잡이 없이 움직였다.
“하, 또 너냐?”
“공부는 좀 했냐?”
“이이이익!”
이전에 만난 그 마음에 안 들던묘인족이다. 다행히도, 뒤에 있던 후인족이 바로 엘프를 불러왔다.
처음 보는 엘프였다.
“여왕님도 엘란님도 계시지 않아 제가 나왔습니다.”
“이번엔 위그드라실 님께 전해드릴 물건만 넘기고 가겠습니다. 다들 바쁘니까요.”
루시안이 품에서 영양제를 담은 나무 상자를 꺼냈다. 엘프가 정중하게 받아든다.
“위대한 세계수, 위그드라실님께 잘 전해드리겠습니다.”
“그럼, 이만”
루시안은 바로 몸을 돌려, 공방으로 향했다.
“생각보다 얼마 걸리지도 않았네요!”
“굳이, 위그드라실과 길게 이야기할 이유도 없고, 만날 이유도 없으니까. 아직 엘프 여왕과 엘란이 돌아오지 않은 걸 보니 그쪽도 꽤 길어질 모양이야.”
“일전처럼 환수의 힘을 가리는 구조물이 있다면, 나침반이 무용지물일 테니까요.”
“루시안 형, 벨가님 뵙고가요!”
“아, 루나는 벨가님을뵌 적이 없지?”
“그렇죠.”
“마을을 들러서, 쿠키랑 술이랑 음식 좀 사서 가야겠네.”
마을을 잠시 들렀다가, 마녀의 숲으로 향했다. 안개가이전보다 더 짙어진 기분이 들었다. 게다가, 안개가 들어오는이를 밀어내는 그런 느낌도 들었다.
“왔으면 들어오지, 왜 안개를 찔러보고 있는 것이냐!”
벨가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루시안이 싱긋웃으며, 숲 안쪽으로 향했다.
“루나야, 뒤에 꼭 붙어서와라”
“누나, 잘 따라와요!”
얼마안가 숲사이에 길이 나타나고, 예의 그 저택이 모습을 드러낸다. 몇 번을 와도 참 한결같은 곳이다. 구리가 말에서 훌쩍 뛰어내려, 우다다 달려간다.
어느새 밖으로 나와있는 벨가였다.
“그새 많이 큰 것 같구나. 힘도 많이 강해졌고.”
“처음 뵙겠습니다. 벨가님, 루나 세라스라고합니다.”
“마나의 축복을 받은 아이구나. 보잘것없는 늙은이를 봐러 와주어 고맙구나”
벨가가 반갑게 맞아준다.
“이건 일전에 입에 맞아하시던 쿠키고, 술도 좀가져왔고, 음식도 몇 개 가져와봤습니다.”
“고맙구나. 자, 다들 들어가자꾸나”
점점, 여기가 시골 할머니 댁이 된듯한 기분이 든다.
“드워프 아이들이 그간 많이 힘들었겠구나. 그런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니….”
“이번에 다시 여행을 떠나면, 꽤 오래 걸릴 것 같습니다.”
“미리, 사과의 말을 전하러 온 것이구나? 나는 괜찮느니라. 기다림이란 익숙한 것이 아니겠느냐?”
“차원문이 옮겨진다면, 이곳은 어떻게 되는 것입니까?”
“이곳은 별일 없을 것이니라.허나, 카라함의 봉인이 풀린다면 모르겠구나.”
“그땐 어찌 되는 것입니까?”
“저택을 옮겨야 할 것이니라. 이사를 해야겠지 않겠느냐?”
벨가가 짗궂게 웃어보인다.
“카라함의 봉인이 풀리면, 이전보단 더 큰 힘을 가지게 될 것은 분명하니라. 그 당시 아기아스를 집어삼킨 카라함은 불안정했느니라. 이제 완전한 합일이 이루어졌을 테니 풀리는 순간, 그때부턴 나도 감당하기 힘들 것이니 그게 걱정이구나.”
“벨가님도 힘드시다는 겁니까?”
“나도 많이 늙었느니라. 이미, 세월속에흩어졌어야할 육식을 이리도 붙잡고 있으니. 많이 추해보이지 않느냐?”
“난 벨가님 좋아요!”
구리가 벨가의 품에 파고들어 안긴다.
“아기아스 교단, 그들이 무엇을 꾸미는지는 모르겠으나, 그들의 계획이 위험한 건 확실한 것 같으니라. 혹, 스발란에 가거든, 예지의 거북 휘데른을 만나보길 바라니라.”
루나에게도 벨가의 팔찌가 채워진다. 루나가 예쁜 팔찌를 보자 미소를 지어보인다.
“감사합니다.”
“휘데른은 예지의 거북, 미래의 단편을 이야기 해주는지, 그 대가로 삶의 대부분을 잠에 빠져 지내니라. 행운이 따른다면 만날 수 있을 것이니라.”
그렇게 저택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벨가와 일별했다. 다시, 공방으로 돌아오니 타몬트와 발터가 와 있었다. 편지를하나 들고서 말이다.
“누님과 연락이 닿았다. 루시안”
“라펠라 누나는 어떻게 지내고 계신 거예요?”
“다행히도, 드워프와 제국의 싸움은 어찌어찌 막아 놓은 상태인가 봐. 대신, 파논의 사태의 배후를 확실히 밝히라는 게 문제라네.”
“그놈들이 꼬리를 내놓고 다니질 않을 텐데요.”
“그러니까, 그게 문제라는 거지. 게다가, 옆에 제국의 감시관이 딱 달라붙어 있다네, 통신 반지도 압수당했고. 무슨 짓을 할지 모른다고.”
“편지도 겨우 보내는 거래. 어휴, 누나도 참 고생이다 싶네.”
다들, 라펠라가 걱정이 되어 표정이 어두워졌다.
“뭐, 단서라던가 그런건 없대요?”
“아, 검은 목패에 흰색 순록이 그려진 거? 그런 걸 든 수상한 자들을 발견했다고는 했는데, 아기아스와 관련이 있나 알 수가 없다더라.”
“흰색 순록이요? 사슴이 아니라?”
“응? 사슴? 누님 말로는 확실히 순록이었대, 큰 뿔이 그려져 있었대.”
“잠깐, 그렇다면 일전에, 루나의 일도, 사슴이 아니라 순록인 거 아니야?”
루시안의 물음에 발터와 루나는 놀랐지만, 타몬트는 모르는 내용이라 고개를 갸웃거렸다. 타몬트에게 지난번 제나르에서 얻었던 정보를 알려줬다.
“뭐야, 그럼 루나의 일에도 아기아스가 끼어있었다고? 그럼, 그 붉은 보석이 설마, 환수의구슬이라는 거냐? 그놈들이 노릴 건 그것뿐이잖아?”
루나가 주먹을 꽉 쥔다. 강력한 단서를 찾은 것 같다.
“누님에게도 이 일을 전달해주어야겠다. 분명, 도움이 될 거야.”
“루나? 괜찮아?”
“예, 오빠들과 같이 해야 할 분명한 이유가 생겨버렸네요….”
“지금까진 그냥 다녔던거였어?”
타몬트가 짗궃게 물어본다.
“그냥, 형제끼리 가족끼리 여행하는 그런 기분이었어요. 그런데, 이젠….”
“복수? 복수도 좋은데, 너무 거기에 매몰되지는 마라. 복수의 끝이 꼭 그렇게 달콤하진 않아.”
루시안이 씁쓸하다는 표정으로 나지막이읊조렸다.
“나이도 어린놈이 말이야. 형앞에서 애늙은이 흉내낼거야?어?”
타몬트가 헤드락을 걸면서 장난을 친다. 발터는 답신을 보내기 위해서 자리를 비웠다. 루나는 구리가 위로해주었다.
“형아들이 나쁜 놈들 혼내줄거야! 힘내 누나!”
“그래, 고마워 구리야,”
긴 여행을 준비하는 나날이 이어졌다. 공방에 재고도 쌓였고, 네코이의 교육도 순탄했다.
“위그드라실 선물로 준 잎사귀는 위험 상황에서 탈출용으로 사용하면 될 테고, 잘 보관해두기로 하고. 나뭇가지와 이슬을 이용해 포션을만들어야겠네.”
루시안은 위그드라실의 나뭇가지로, 최상급에 따르는 치유 포션 5병을, 이슬을 이용해 최상급에 준하는 마나 회복제 10병을 만들었다. 이슬은 나뭇가지보다 수량이 많아 몇 개만 사용하고 보관했다.
특수탄도더 만들고, 기능성 포션도 더 제조해두었다. 메두사의 정수를 이용해 석화 포션도 만들었고, 일전의 나인헤드스네크이의 정수로 바르는 독을 몇병 만들어놨다.
그리고, 일행의 지친 육신과 라이야 상단과의 긴밀한 관계 진전을 위한 탄산음료의 제작도 들어갔다. 일전에도 알려왔듯이 천연 탄산수는 그리 각광받지 못해, 수원지 주변의 땅을 사들이는데는 큰 무리가 없었다.
문제는 이 탄산수의 탄산을 견딜 수 있는 병의 개발이었다. 이건 루시안이 유리용기의 제작법 전수로 해결되었다. 라이야 상단은 그 제작법에 장인들의 도움으로 탄산이 오래가는 병을 개발해 내었다.
추가 탄산의 정제는 연금술을 이용했다. 네코이와 루시안 그리고 구리가 힘을 합쳐 고안해낸 천연 탄산수의 탄산을 압축 분리 해냈다. 구리가 정수를 추출하면 간단한 문제지만 계속 붙어있을 순 없기에 대안을 마련한 것이다.
“어때? 네코이, 내가 없어도 혼자 할만하겠지?”
“뭐, 이정도야 가뿐하지!”
그렇게 만들어진 탄산가스를 기존의 탄산수에 더 녹여서 기포가 뽀글뽀글 올라오는 톡 쏘는 탄산수로 만들었다. 여기에 과일즙을 섞은 기본형 탄산수를 만들었다.
그리고, 기어코 찾아낸 코크 열매, 라이야 상단의 발품을 팔아 얻은 자양강장제로 쓰이는 코크 열매를 기반으로 만들었다. 실제, 코카인의 앞을 사용한다지만 그건 뺐다.
“이걸 만들게 될 줄 몰랐네.”
시범적으로 만든 달콤한 콜라를 들이켜본다. 톡 쏘는 탄산과 입안 가득 퍼지는 달달함, 상쾌한 기분까지.
“루시안 형! 이거 정말 맛있어요!”
구리는 이미 반해버렸다. 모두의 반응이 호평 일색이다. 알텐이 펑펑 울면서 루시안의 손을 붙잡았다.
“역시, 저의 은인이십니다. 흑흑”
알텐은 또 승진의 부품 꿈에 젖어있는 모양이었다. 그렇게, 라이야 상단에서 팔리기 시작한 탄산은 5가지였다. 콜라에 사이다에 포도, 사과, 레몬 3가지였다.
라이야 상단은 다시금 대박이 났다. 그들은 루시안과의 거래를 통해 막대한 부를 축적해나갔다. 발테리안 마을 지부는 라이야 상단의 핵심 지부로 성장했다.
이에 따라, 라이야 상단의 전폭적인 지원이 뒤따랐다. 그들의 상선을 언제든 무료로 이용할 수 있었고, 이들을 통한 재료거래도 싸게 해주었다. 이들의 정보망도 상행망을 통한 서신 보내는 것도 다 지원해주겠다고 나섰다. 라이야 상단의 귀중한 손님이라는 브로치까지 받았다.
“그 브로치만 있으면, 라이야 상단이 운영하는 여관이며, 상점이며, 상선이며 다 무료로 이용할 수 있습니다. 제가 루시안님을 만난 건 정말 행운입니다”
부가 쌓인 것을 증명하듯 더욱 화려한 치장을 두른 부르주 라이야 직접 마을로 찾아와 브로치를 주며 꺼낸 말이었다.
이들을 통해, 라펠라와 지속적인 연락이 가능해졌다. 라펠라에게 탄산음료와 위그드라실의 나뭇잎, 이번에 만든 세계수 포션 세트를 보냈다. 몸조심하라는 편지와 설명서를 적어서 말이다.
“누나가 무사해야 할 텐데….”
가까이 있을 땐 몰랐지만, 떨어져 있으니 걱정되는 게 이젠 진짜 가족이 된 모양이다.
루시안이 일행들을 모두 불러모았다. 준비가 다 끝났으니, 다시 몸을 움직일 때였다.
“자! 다시 가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