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8화 〉57화. 유적을 찾아서! 준비
한쪽 눈에 박힌 화살에 메두사가 제자리에서 방방 뛰기 시작한다. 그 틈을 타, 나머지 뱀 잔당을 정리해 나간다. 소환진은 붉게 물든 눈이 떠짐과 동시에 사라져버렸다.
메두사가 화를 내며, 시체들을 자신에게 끌어모으더니, 시체를 모아 거대한 뱀으로 만들어서 일행에게 쏘아 보냈다. 그러는 한편 메두사 본인도 거대한 뱀으로 바뀌었다. 나가라고 봐야 할지도 모를 생김새였다. 인간의 팔이 달린 하반신은 뱀이고, 머리는 인간이었다. 뱀으로 된 머리카락이 더 굵어지고 많아졌다.
기다랗게 자라난 손톱으로 할퀴어온다. 손톱이 스친 벽에 깊은 손톱자국이 남는다. 손톱의 공격과 함께 뱀들의 파도가 계속 이어진다.
“스치면, 썰리겠는데?”
타몬트가 날아오는 손톱을 대검으로 막아 세웠다. 발터가 연신 화살을 쏘아 시선을 어지럽힌다. 구리는 물풍선을 던져대었다. 방해하는 자가 많아서인지 뒤로 물러나 짜증을 부린다.
구리와 루나는 시체 뱀을 맡아서 공격 중이었다. 구리가 점프력을 이용해 몸통박치기를 하면, 루나가 묵직한 마법을 먹여주었다. 시체 뱀은 그들의 공격에 정신을 못 차리다가, 그대로 박살이 나버렸다.
메두사는 상황이 여의치 않다 여겼는지, 꼬리를 땅에 박아 다음 공격을 개시했다. 이내 땅에서 무수히 많은 뱀 대가리들이 고개를 치켜들고 일행에게 달려든다. 머리에 달린 뱀들을 단검처럼 날린다.
루나가 거대한 마나를 일으켜, 주변에 눈보라를 흩날린다. 루시안도 프리고 탄을 발사해 냉기를 더했다. 뱀들의 움직임이 점차 느려진다. 구리가 물대포를 쏘아 뱀들에게 물을 끼얹었다. 점차, 여기저기 얼어붙어 느릿느릿해진다.
타몬트와 발터가 살판 난 듯이 때리고, 쏘고 박살을 낸다. 루시안은 점착 포션을 들어 메두사의 머리 위에 던져버리고는 총을 휘둘렀다. 총신에 맞아 뼈가 결딴이 나고, 그대로 머리가 터져나간다. 근접거리에서 총을 맞은 뱀이 살점을 흩날리며 터져나간다.
뱀들이 뭉친 곳에 비산폭발탄을 쏘아 넣는다. 루나도 구리도 뒤에서 각자의 공격을 날려 쓸어가기 시작했다.
메두사가 남은 하나의 눈을 번뜩이며 일행에게 석화의 시선을 내리꽂는다. 루나가 거울을 들어 올려 그걸 그대로 메두사에게 반사해버렸다.
“카 아악!”
머리에 직격으로 맞아 머리의 뱀들이 굳고 얼굴 반쪽도 굳어버렸다. 구리가 점프로 달려들어, 메두사의 꼬리를 땅에서 뽑아 들었다. 그리고는 그대로 공중으로 들어 올려, 한 바퀴 돌린 후 그대로 메쳐버렸다.
“키엑!”
메두사가 정신을 못 차리고 비실거리자, 발터가 단검을 던져 메두사를 묶는다. 타몬트가 점프해서 그대로 메두사의 머리를 내리쳤다. 워낙에 두껍고 단단한 목이라 여러 번 내리친다.
툭 하고 머리가 잘려 뒹군다. 루시안이 다가가 총신으로 머리를 내리친다. 석화된 머리가 박살 나며, 이마의 붉은 보석을 꺼내 들었다.
“나침반도 확실히 반응하네. 구리야 이거 어때 보여?”
“형, 이건 힘만 가득해요!”
“이번 건 일단은 두자. 차원문 이동장치에 쓰일 수도 있으니까! 알았지?”
“응!”
메두사에게서 정수를 추출한 후 비어있는 주변을 더 살폈다. 곧, 루나가 무언가를 찾아냈다. 그곳은 누군가의 무덤으로 보이는 곳이었다. 비석이 세워져 있었는데 알 수 없는 말이었다.
“고대의 기사 라칸의 친구 데올 이곳에 잠들다.”
구리가 비석을 보더니, 쓱 읽어내렸다.
“구리야! 이런 것도 읽을 줄 아는 거야?”
“그냥 읽혔어요!”
다른 곳을 찾아보던, 타몬트도 이내 그 무덤으로 다가왔다. 그런데, 타몬트의 대검이 윙윙거리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이내 타몬트의 손길에서 빠져나와 무덤가로 날아갔다.
<내 검을 가진 자, 그대들은 누구지?>
무덤에서 영혼이 깨어났다. 거구에 우람한 체격, 수북한 턱수염이 인상적인 사내였다.
<분명, 이 검은 친우가 봉인했을 터인데>
루시안이 타몬트에게 눈치를 줬다. 본인 무기니까 본인이 해결하라고.
“큼큼, 저는 타몬트라 합니다. 소피아르의 창고에서 고철 덩어리에 가까운 무기를 발견해, 제 동료가 봉인을 풀어주어 사용 중이었습니다.”
<말에 거짓이 섞여 있진 않군! 그때로부터 얼마의 시간이 지난 것인지 말해줄 수 있겠나?>
타몬트부터 루시안까지 돌아가면서 알고 있는 일들을 이야기해주었다.
<그 친구의 방패까지 자네들에게 들어간 것인가? 이거, 참 운명이라 해야 할지. 그리고, 금을 먹는지. 비록 날 기억하진 못하겠지만 그대의 기운을 다시 느끼다니 감회가 남다르군>
사내가 구리를 보여 소회를 밝혔다. 구리는 어리둥절할 뿐이었지만.
<어찌 되었건, 타몬트, 이것도 인연이니, 내 대검을 잘 사용해주란 의미로 선물을 주겠네!>
사내가 손짓을 하자 비석의 옆면이 열리더니 책자 한 권이 나왔다. 그리고 비석 옆 땅에서 상자가 하나가 솟아올랐다.
<하나는 나의 대검술이고, 하나는 대검을 더 쉽게 다루게 해줄 완갑이라네! 아마, 자네가 마스터가 되는 데 큰 무리가 없을 거라 보네!>
그는 그렇게 사라졌다.
“내심, 고대 무기의 봉인에 대해 찝찝한 감이 있었는데, 다행이네요. 선물도 주고 가고.”
타몬트는 아무 말도 들리지 않았다. 그저 완갑과 책에 시선이 팔려있었다.
“일단, 이곳을 나가자. 형은 알아서 오겠지.”
“그 정원사의 배도 찾아야 하지 않아?”
“찾아야지, 일단 지상으로 올라가서 살펴보려고.”
일행은 일단 그곳을 벗어났다. 주변을 뒤져봐도 다른 길은 보이지 않았다. 다시 돌아온 해안가 동굴. 그곳에서 야영하고 하루를 쉬었다.
다음날, 다시 귀마개를 하고, 동굴을 빠져나왔다. 섬을 한 바퀴 돌아보면서 배들이 가장 많이 좌초된 곳을 찾았다.
“아마, 정원사니까, 식물 씨앗 같은 것도 많이 가지고 있었을 거야. 다른 배보다 식물이 많이 보이는 배를 찾아보자.”
한참을 주변을 뒤지고 다니던 중 세이렌들이 엄청나게 몰려있는 바위를 발견했다. 그들이 찾던 배가 그 주변에 있었다. 풀이 무성한 배가.
루시안이 눈짓으로 저길 가야 한다고 알렸다. 타몬트가 한숨을 내쉬면서 불만인 표정을 지어 보인다. 루나가 타몬트의 옆구리를 쿡 찌른다. 배는 그 바위와 가까운 정박지를 찾아 멈췄다.
타몬트가 훌쩍 뛰어내리더니, 그대로 달려나간다. 완갑과 대검을 활용하고 싶어 안달이 난 모양이었다. 푸르른 오러가 대검을 불태운다. 한번 바위에 내리찍을 때마다 바위 파편이 튀어 오른다. 세이렌들이 마법과 손톱을 쓰고, 목청을 높여봐도 소용이 없다. 그냥 썰려 나갔다.
일행들은 뒤에서 도망치는 세이렌을 정리했다. 타몬트 혼자서도 처리하는 데 무리가 없다고 판단하여, 일행과 배로 향했다. 선장실은 텅 비어있었다. 주로 갑판에 해골들이 널려있었다. 내부를 수색하던 도중. 잠겨 있는 문이 눈에 띄었다. 루시안이 권총으로 내리치니 문이 박살이 난다.
안에는 해골 한국이 금속 궤를 품에 껴안고 있었다. 이 사람인 거 같다고 루시안이 눈짓하자, 발터가 금속 궤를 품에서 꺼낸다. 배에서 나오면서, 루나가 배에 화염 마법을 쏴서 화장을 대신에 해주었다. 다 같이, 묵념을 올렸다.
그사이에 세이렌의 처리는 다 끝나있었다. 귀마개를 뺀 타몬트는 신이 나 있었다.
“야, 이거 완갑이 근력을 엄청 올려주는 거 같다니까? 대검술이 나한테 너무 잘 맞는 거 있지? 야! 루시안 덤벼! 하하하”
“빨리 배로 돌아가기나 하시죠.”
“크하하하!”
배로 돌아가서, 상자를 열어보니, 황금색의 포션 여러 개와 일지, 씨앗들이 있었다. 그리고, 특이하게 생긴 목걸이 하나가 있었다.
“황금색 포션은 정원사의 특제 영양제 포션이구나. 씨앗들은 네빌론 대륙의 약초들이고. 설명도 다 잘되어있네. 이 목걸이는 어디 보자.”
♣ 네코이의 목걸이
- 에고 네코이가 깃들어 있는 목걸이
-체온 유지, 쉴드, 그로우업 마법이 새겨져 있다.
루시안이 목걸이를 유심히 바라보고 있자, 발터가 그의 상념을 깨운다.
“루시안 그럼, 일은 다 해결된 건가?”
“뭐, 그렇지? 왜?”
“공방으로 갈 건지 어찌할 것인지 물어보려고.”
“그래야겠지? 공방에서 할 일도 생겼고.”
루시안이 다시금 목걸이를 들어 보였다.
“그게 뭔데 그래?”
“이거, 에고 목걸이야!”
“예? 에고 아이템이라고요? 그 희귀하다는 아티펙트 아닌가요?”
“맞아, 마법사라서 눈이 너무 반짝이는 거 아니냐?”
“마법사는 이런 거 엄청 좋아하는 거 아시잖아요?”
“그건 그렇지.”
“어이! 그게 그렇게 좋은 거야? 내 완갑보다? 내 대검보다?”
아무도 대꾸하지 않았다. 루시안은 묵묵히 배를 몰아, 섬을 빠져나갔다. 섬을 한바탕 휘저어 놓고 빠진 참이라 당분간 세이렌들도 목청을 높이긴 힘들 거로 보였다.
배는 쥬나 항구로 향했다. 그곳에서 라이야 상단에게 배 보관을 맡길 계획이었다.
라이야 상단 쥬나 항구 지부, 루시안은 선박의 보관 의뢰를 맡기면서, 새로운 상품을 논의했다.
“주변에 거품이 이는 물을 아십니까? 제 주변에서는 쉽게 보질 못해서 말입니다.”
“몇 군데 있긴 한데 보통 물보다 나아서 그리 중하게 여기진 않습니다. 평민들이나 찾지요. 귀족들은 정화마법으로, 깨끗하게 걸러서 먹으니까요.”
“그런 물들을 지속해서 거래할 수 있게 그곳 땅을 사주 실수 있겠습니까? 당연히, 시음해볼 수 있게 준비를 해주셔야겠지요. 병은 특수한 병이 필요합니다. 이렇게 생긴 건데. 마개도 매우 튼튼해야 합니다.”
루시안은 라이야 상단에 새로운 물품을 소개하는 한편, 탄산음료를 맛보고 싶어졌다. 앞으로, 길어질 여행에 대한 대비랄까. 달달한 그 맛이 그리워지는 참이었다.
배를 맡기고, 자잘한 일까지 다 처리했다. 그리고는 빠르게 공방으로 돌아왔다.
“헥터, 잘 있었어?”
“생각보단 일찍 오셨네요?”
“일이 생각 보다 꼬여버렸네, 또, 나가야 해”
“그냥, 공방 넘겨주세요. 하하”
“그동안 별일은 없었고?”“예, 재고도 충분했던 터라 문제는 없었어요.”
“다행이네, 난 공방으로 간다. 처리해야 할 게 많아서.”
“예!”
루시안은 우선, 위그드라실의 의뢰부터 해결하기로 했다.
♣ 특제 네빌론 식물 영양제
- 잊힌 네빌론의 정원사가 개발한 특제 영양제
♣ 세레나의 특제 영양제
- 괴짜 식물연구가 세레나의 특제 영양 배합제
그 외, 정원사의 책에 적혀 있던, 재료들을 추가로 준비했다. 쥬나 항구에서 사들이거나 그간 채집해둔 재료들로 준비했다.
“몬스터의 뼈, 이건 세이렌의 뼈로 대체하고, 콩 뿌리 중에서 혹이나 있는 것들을 고른다. 이것도 준비해놨고. 새똥이나 벳 종류의 똥 이것도 구했고….”
기존에 있던 특제 영양제와 재료를 한데 뒤섞은 후, 생장의 정수까지 섞어버렸다. 그리고는 사과 묘목 하나를 구해와서 공터에 심은 후 만들어둔 영양제를 희석해 부었다.
생장 속도가 눈에 띌 정도로 빨랐다. 뿌리를 살짝 확인해보니, 튼실하게 잘 뻗어있었다. 가지나 잎의 상태도 양호했다.
“위그드라실이 싫다면 어쩔 수 없는 거고.”
영양제는 이렇게 날림으로 만들어졌다. 실상 두 대가의 영양제에 살짝 성분을 더한 것뿐이라 문제가 될 거라곤 생각지도 않았다.
“그럼, 다음으론 네코이인데.”
루시안이 네코이의 목걸이에 손을 대고, 마나를 불어넣었다. 목걸이가 우웅거리더니, 부르르 떨린다.
“형아! 목걸이가 이상해!”
옆에서 조용히 루시안의 작업을 지켜보던 구리가 목걸이의 변화를 눈치챘다.
“내가 잠자고 있는 애를 깨웠거든. 짜증 났을 수도 있겠다.”
[뭐야? 너! 뭐야?]
“형아, 애 말이 짧아! 때려도 돼?”
“구리야, 넌 예쁜 말만 하자 알았지?”
[와, 폭력 반대! 여긴 어디? 너는 누구?]
“난 루시안, 여긴 구리”
[환수? 환수라고? 정말? 저어엉말로?]
“형아, 애 말이 짧아. 꿀밤 한 대만 때려도 돼?”
[폭력 반대! 절대 반대!]
“난 너한테 육체를 만들어 주려고 하거든? 대신, 여기에서 포션 좀 만들어라. 어때?”
[와! 나처럼 위대한 에고에게 하찮은 포션 제조나 맡기겠다는 거냐?]
“싫으면 말아라, 그대로 녹여서 버려버리던지, 마법으로 에고를 파괴해서 단순 사념만 남기는 방법도 있으니까.”
[폭력 반대! 협박 반대!]
“할 거야 말 거야? 당연히 너랑 영혼 계약을 맺어버리면 넌 나한테 종속되는 거 알지?”
[그걸 어떻게 아냐! 사악한 인간!]
목걸이가 부르르르 떨린다. 한참을 떤다. 네코이도 루시안과 구리가 무슨 말을 할지 예상하였다.
[항복……. 살려줘….]
57화. 유적을 찾아서! 준비
한쪽 눈에 박힌 화살에 메두사가 제자리에서 방방 뛰기 시작한다. 그 틈을 타, 나머지 뱀 잔당을 정리해 나간다. 소환진은 붉게 물든 눈이 떠짐과 동시에 사라져버렸다.
메두사가 화를 내며, 시체들을 자신에게 끌어모으더니, 시체를 모아 거대한 뱀으로 만들어서 일행에게 쏘아 보냈다. 그러는 한편 메두사 본인도 거대한 뱀으로 바뀌었다. 나가라고 봐야 할지도 모를 생김새였다. 인간의 팔이 달린 하반신은 뱀이고, 머리는 인간이었다. 뱀으로 된 머리카락이 더 굵어지고 많아졌다.
기다랗게 자라난 손톱으로 할퀴어온다. 손톱이 스친 벽에 깊은 손톱자국이 남는다. 손톱의 공격과 함께 뱀들의 파도가 계속 이어진다.
“스치면, 썰리겠는데?”
타몬트가 날아오는 손톱을 대검으로 막아 세웠다. 발터가 연신 화살을 쏘아 시선을 어지럽힌다. 구리는 물풍선을 던져대었다. 방해하는 자가 많아서인지 뒤로 물러나 짜증을 부린다.
구리와 루나는 시체 뱀을 맡아서 공격 중이었다. 구리가 점프력을 이용해 몸통박치기를 하면, 루나가 묵직한 마법을 먹여주었다. 시체 뱀은 그들의 공격에 정신을 못 차리다가, 그대로 박살이 나버렸다.
메두사는 상황이 여의치 않다 여겼는지, 꼬리를 땅에 박아 다음 공격을 개시했다. 이내 땅에서 무수히 많은 뱀 대가리들이 고개를 치켜들고 일행에게 달려든다. 머리에 달린 뱀들을 단검처럼 날린다.
루나가 거대한 마나를 일으켜, 주변에 눈보라를 흩날린다. 루시안도 프리고 탄을 발사해 냉기를 더했다. 뱀들의 움직임이 점차 느려진다. 구리가 물대포를 쏘아 뱀들에게 물을 끼얹었다. 점차, 여기저기 얼어붙어 느릿느릿해진다.
타몬트와 발터가 살판 난 듯이 때리고, 쏘고 박살을 낸다. 루시안은 점착 포션을 들어 메두사의 머리 위에 던져버리고는 총을 휘둘렀다. 총신에 맞아 뼈가 결딴이 나고, 그대로 머리가 터져나간다. 근접거리에서 총을 맞은 뱀이 살점을 흩날리며 터져나간다.
뱀들이 뭉친 곳에 비산폭발탄을 쏘아 넣는다. 루나도 구리도 뒤에서 각자의 공격을 날려 쓸어가기 시작했다.
메두사가 남은 하나의 눈을 번뜩이며 일행에게 석화의 시선을 내리꽂는다. 루나가 거울을 들어 올려 그걸 그대로 메두사에게 반사해버렸다.
“카 아악!”
머리에 직격으로 맞아 머리의 뱀들이 굳고 얼굴 반쪽도 굳어버렸다. 구리가 점프로 달려들어, 메두사의 꼬리를 땅에서 뽑아 들었다. 그리고는 그대로 공중으로 들어 올려, 한 바퀴 돌린 후 그대로 메쳐버렸다.
“키엑!”
메두사가 정신을 못 차리고 비실거리자, 발터가 단검을 던져 메두사를 묶는다. 타몬트가 점프해서 그대로 메두사의 머리를 내리쳤다. 워낙에 두껍고 단단한 목이라 여러 번 내리친다.
툭 하고 머리가 잘려 뒹군다. 루시안이 다가가 총신으로 머리를 내리친다. 석화된 머리가 박살 나며, 이마의 붉은 보석을 꺼내 들었다.
“나침반도 확실히 반응하네. 구리야 이거 어때 보여?”
“형, 이건 힘만 가득해요!”
“이번 건 일단은 두자. 차원문 이동장치에 쓰일 수도 있으니까! 알았지?”
“응!”
메두사에게서 정수를 추출한 후 비어있는 주변을 더 살폈다. 곧, 루나가 무언가를 찾아냈다. 그곳은 누군가의 무덤으로 보이는 곳이었다. 비석이 세워져 있었는데 알 수 없는 말이었다.
“고대의 기사 라칸의 친구 데올 이곳에 잠들다.”
구리가 비석을 보더니, 쓱 읽어내렸다.
“구리야! 이런 것도 읽을 줄 아는 거야?”
“그냥 읽혔어요!”
다른 곳을 찾아보던, 타몬트도 이내 그 무덤으로 다가왔다. 그런데, 타몬트의 대검이 윙윙거리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이내 타몬트의 손길에서 빠져나와 무덤가로 날아갔다.
<내 검을 가진 자, 그대들은 누구지?>
무덤에서 영혼이 깨어났다. 거구에 우람한 체격, 수북한 턱수염이 인상적인 사내였다.
<분명, 이 검은 친우가 봉인했을 터인데>
루시안이 타몬트에게 눈치를 줬다. 본인 무기니까 본인이 해결하라고.
“큼큼, 저는 타몬트라 합니다. 소피아르의 창고에서 고철 덩어리에 가까운 무기를 발견해, 제 동료가 봉인을 풀어주어 사용 중이었습니다.”
<말에 거짓이 섞여 있진 않군! 그때로부터 얼마의 시간이 지난 것인지 말해줄 수 있겠나?>
타몬트부터 루시안까지 돌아가면서 알고 있는 일들을 이야기해주었다.
<그 친구의 방패까지 자네들에게 들어간 것인가? 이거, 참 운명이라 해야 할지. 그리고, 금을 먹는지. 비록 날 기억하진 못하겠지만 그대의 기운을 다시 느끼다니 감회가 남다르군>
사내가 구리를 보여 소회를 밝혔다. 구리는 어리둥절할 뿐이었지만.
<어찌 되었건, 타몬트, 이것도 인연이니, 내 대검을 잘 사용해주란 의미로 선물을 주겠네!>
사내가 손짓을 하자 비석의 옆면이 열리더니 책자 한 권이 나왔다. 그리고 비석 옆 땅에서 상자가 하나가 솟아올랐다.
<하나는 나의 대검술이고, 하나는 대검을 더 쉽게 다루게 해줄 완갑이라네! 아마, 자네가 마스터가 되는 데 큰 무리가 없을 거라 보네!>
그는 그렇게 사라졌다.
“내심, 고대 무기의 봉인에 대해 찝찝한 감이 있었는데, 다행이네요. 선물도 주고 가고.”
타몬트는 아무 말도 들리지 않았다. 그저 완갑과 책에 시선이 팔려있었다.
“일단, 이곳을 나가자. 형은 알아서 오겠지.”
“그 정원사의 배도 찾아야 하지 않아?”
“찾아야지, 일단 지상으로 올라가서 살펴보려고.”
일행은 일단 그곳을 벗어났다. 주변을 뒤져봐도 다른 길은 보이지 않았다. 다시 돌아온 해안가 동굴. 그곳에서 야영하고 하루를 쉬었다.
다음날, 다시 귀마개를 하고, 동굴을 빠져나왔다. 섬을 한 바퀴 돌아보면서 배들이 가장 많이 좌초된 곳을 찾았다.
“아마, 정원사니까, 식물 씨앗 같은 것도 많이 가지고 있었을 거야. 다른 배보다 식물이 많이 보이는 배를 찾아보자.”
한참을 주변을 뒤지고 다니던 중 세이렌들이 엄청나게 몰려있는 바위를 발견했다. 그들이 찾던 배가 그 주변에 있었다. 풀이 무성한 배가.
루시안이 눈짓으로 저길 가야 한다고 알렸다. 타몬트가 한숨을 내쉬면서 불만인 표정을 지어 보인다. 루나가 타몬트의 옆구리를 쿡 찌른다. 배는 그 바위와 가까운 정박지를 찾아 멈췄다.
타몬트가 훌쩍 뛰어내리더니, 그대로 달려나간다. 완갑과 대검을 활용하고 싶어 안달이 난 모양이었다. 푸르른 오러가 대검을 불태운다. 한번 바위에 내리찍을 때마다 바위 파편이 튀어 오른다. 세이렌들이 마법과 손톱을 쓰고, 목청을 높여봐도 소용이 없다. 그냥 썰려 나갔다.
일행들은 뒤에서 도망치는 세이렌을 정리했다. 타몬트 혼자서도 처리하는 데 무리가 없다고 판단하여, 일행과 배로 향했다. 선장실은 텅 비어있었다. 주로 갑판에 해골들이 널려있었다. 내부를 수색하던 도중. 잠겨 있는 문이 눈에 띄었다. 루시안이 권총으로 내리치니 문이 박살이 난다.
안에는 해골 한국이 금속 궤를 품에 껴안고 있었다. 이 사람인 거 같다고 루시안이 눈짓하자, 발터가 금속 궤를 품에서 꺼낸다. 배에서 나오면서, 루나가 배에 화염 마법을 쏴서 화장을 대신에 해주었다. 다 같이, 묵념을 올렸다.
그사이에 세이렌의 처리는 다 끝나있었다. 귀마개를 뺀 타몬트는 신이 나 있었다.
“야, 이거 완갑이 근력을 엄청 올려주는 거 같다니까? 대검술이 나한테 너무 잘 맞는 거 있지? 야! 루시안 덤벼! 하하하”
“빨리 배로 돌아가기나 하시죠.”
“크하하하!”
배로 돌아가서, 상자를 열어보니, 황금색의 포션 여러 개와 일지, 씨앗들이 있었다. 그리고, 특이하게 생긴 목걸이 하나가 있었다.
“황금색 포션은 정원사의 특제 영양제 포션이구나. 씨앗들은 네빌론 대륙의 약초들이고. 설명도 다 잘되어있네. 이 목걸이는 어디 보자.”
♣ 네코이의 목걸이
- 에고 네코이가 깃들어 있는 목걸이
-체온 유지, 쉴드, 그로우업 마법이 새겨져 있다.
루시안이 목걸이를 유심히 바라보고 있자, 발터가 그의 상념을 깨운다.
“루시안 그럼, 일은 다 해결된 건가?”
“뭐, 그렇지? 왜?”
“공방으로 갈 건지 어찌할 것인지 물어보려고.”
“그래야겠지? 공방에서 할 일도 생겼고.”
루시안이 다시금 목걸이를 들어 보였다.
“그게 뭔데 그래?”
“이거, 에고 목걸이야!”
“예? 에고 아이템이라고요? 그 희귀하다는 아티펙트 아닌가요?”
“맞아, 마법사라서 눈이 너무 반짝이는 거 아니냐?”
“마법사는 이런 거 엄청 좋아하는 거 아시잖아요?”
“그건 그렇지.”
“어이! 그게 그렇게 좋은 거야? 내 완갑보다? 내 대검보다?”
아무도 대꾸하지 않았다. 루시안은 묵묵히 배를 몰아, 섬을 빠져나갔다. 섬을 한바탕 휘저어 놓고 빠진 참이라 당분간 세이렌들도 목청을 높이긴 힘들 거로 보였다.
배는 쥬나 항구로 향했다. 그곳에서 라이야 상단에게 배 보관을 맡길 계획이었다.
라이야 상단 쥬나 항구 지부, 루시안은 선박의 보관 의뢰를 맡기면서, 새로운 상품을 논의했다.
“주변에 거품이 이는 물을 아십니까? 제 주변에서는 쉽게 보질 못해서 말입니다.”
“몇 군데 있긴 한데 보통 물보다 나아서 그리 중하게 여기진 않습니다. 평민들이나 찾지요. 귀족들은 정화마법으로, 깨끗하게 걸러서 먹으니까요.”
“그런 물들을 지속해서 거래할 수 있게 그곳 땅을 사주 실수 있겠습니까? 당연히, 시음해볼 수 있게 준비를 해주셔야겠지요. 병은 특수한 병이 필요합니다. 이렇게 생긴 건데. 마개도 매우 튼튼해야 합니다.”
루시안은 라이야 상단에 새로운 물품을 소개하는 한편, 탄산음료를 맛보고 싶어졌다. 앞으로, 길어질 여행에 대한 대비랄까. 달달한 그 맛이 그리워지는 참이었다.
배를 맡기고, 자잘한 일까지 다 처리했다. 그리고는 빠르게 공방으로 돌아왔다.
“헥터, 잘 있었어?”
“생각보단 일찍 오셨네요?”
“일이 생각 보다 꼬여버렸네, 또, 나가야 해”
“그냥, 공방 넘겨주세요. 하하”
“그동안 별일은 없었고?”“예, 재고도 충분했던 터라 문제는 없었어요.”
“다행이네, 난 공방으로 간다. 처리해야 할 게 많아서.”
“예!”
루시안은 우선, 위그드라실의 의뢰부터 해결하기로 했다.
♣ 특제 네빌론 식물 영양제
- 잊힌 네빌론의 정원사가 개발한 특제 영양제
♣ 세레나의 특제 영양제
- 괴짜 식물연구가 세레나의 특제 영양 배합제
그 외, 정원사의 책에 적혀 있던, 재료들을 추가로 준비했다. 쥬나 항구에서 사들이거나 그간 채집해둔 재료들로 준비했다.
“몬스터의 뼈, 이건 세이렌의 뼈로 대체하고, 콩 뿌리 중에서 혹이나 있는 것들을 고른다. 이것도 준비해놨고. 새똥이나 벳 종류의 똥 이것도 구했고….”
기존에 있던 특제 영양제와 재료를 한데 뒤섞은 후, 생장의 정수까지 섞어버렸다. 그리고는 사과 묘목 하나를 구해와서 공터에 심은 후 만들어둔 영양제를 희석해 부었다.
생장 속도가 눈에 띌 정도로 빨랐다. 뿌리를 살짝 확인해보니, 튼실하게 잘 뻗어있었다. 가지나 잎의 상태도 양호했다.
“위그드라실이 싫다면 어쩔 수 없는 거고.”
영양제는 이렇게 날림으로 만들어졌다. 실상 두 대가의 영양제에 살짝 성분을 더한 것뿐이라 문제가 될 거라곤 생각지도 않았다.
“그럼, 다음으론 네코이인데.”
루시안이 네코이의 목걸이에 손을 대고, 마나를 불어넣었다. 목걸이가 우웅거리더니, 부르르 떨린다.
“형아! 목걸이가 이상해!”
옆에서 조용히 루시안의 작업을 지켜보던 구리가 목걸이의 변화를 눈치챘다.
“내가 잠자고 있는 애를 깨웠거든. 짜증 났을 수도 있겠다.”
[뭐야? 너! 뭐야?]
“형아, 애 말이 짧아! 때려도 돼?”
“구리야, 넌 예쁜 말만 하자 알았지?”
[와, 폭력 반대! 여긴 어디? 너는 누구?]
“난 루시안, 여긴 구리”
[환수? 환수라고? 정말? 저어엉말로?]
“형아, 애 말이 짧아. 꿀밤 한 대만 때려도 돼?”
[폭력 반대! 절대 반대!]
“난 너한테 육체를 만들어 주려고 하거든? 대신, 여기에서 포션 좀 만들어라. 어때?”
[와! 나처럼 위대한 에고에게 하찮은 포션 제조나 맡기겠다는 거냐?]
“싫으면 말아라, 그대로 녹여서 버려버리던지, 마법으로 에고를 파괴해서 단순 사념만 남기는 방법도 있으니까.”
[폭력 반대! 협박 반대!]
“할 거야 말 거야? 당연히 너랑 영혼 계약을 맺어버리면 넌 나한테 종속되는 거 알지?”
[그걸 어떻게 아냐! 사악한 인간!]
목걸이가 부르르르 떨린다. 한참을 떤다. 네코이도 루시안과 구리가 무슨 말을 할지 예상하였다.
[항복……. 살려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