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52화 〉51화. 드워프의 도시 만달리안으로(6) (52/95)



〈 52화 〉51화. 드워프의 도시 만달리안으로(6)

그건, 사자 모양의 대리석 조각상이었는데, 아주 생생하게 잘 묘사된 멋진 조각상이었다. 사자는 어른 주먹만 한 푸른 구슬을 물고 있었다.

“누나, 저거야!”

구리가 사자의 구슬을 가리키며 외쳤다.

“아무래도 선물은 다른 걸 드려야겠네요!”

라펠라가 검을 뽑아 사자의 머리를 잘라버렸다. 잘린 머리가 바닥에 떨어져 산산이 부서진다. 입에 물려 있던 구슬이 데구루루 굴러 나온다.

구리가 구슬을 집어 들어 올리며 웃어 보였다.

“찾았따!”

루시안이 백금화 하나를 구르카에 건넸다.

“백작님께 드릴 선물을 잘 골라주시길 부탁드리겠습니다. 라펠라 누나의 선물이자, 일행의 마음이 담긴 선물이라 전해주시길 바랍니다.”
“이런 이런, 어떤 선물을 고를지 벌써 설레는군요! 그런데, 라펠라 아가씨? 가기 전에 수업의 결과 확인은 받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구르카가 허리춤의 레이피어를 가리켜 보았다. 라펠라가 그걸 보고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또, 시험인가요? 정말, 못 말립니다. 여전하시네요.”

구르카가 싱긋 웃어 보인다.

백작가에 있는 연무장에 둘이 나란히 섰다.

“검은 무엇이라 했습니까?”
“빠르고 정확해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눈은 어찌해야 한다고 하였습니까?”
“적의 움직임 근육 하나하나까지 살피라 하셨습니다.”
“좋습니다. 시작해볼까요?”

구르카의 레이피어가 빠르게 쏘아져 나간다. 라펠라가 방패로 빗겨내어도 물 흐르듯이 찔러 들어온다. 빠르고 유연하고 절도가 느껴졌다.

라펠라의 공격은 번번이 구르카의 레이피어를 벗어나질 못했다. 라펠라의 공세가 구르카라는 거대한 산에 막혀 되돌아 나오는 기분이었다.

한참의 공방 끝, 라펠라의 눈이 빛났다. 틈이 보였다. 그녀의 검이 기회를 잡았다는 듯이 구르카의 레이피어를 걷어내면서 진격한다. 하지만, 이미 서슬 퍼런 레이피어의 끝이 라펠라의  앞까지 도달해 있었다.

“저의 패배입니다.”

라펠라가 검을 내려놓고 예를 갖추었다.

“많이 성장하셨습니다.”

구르카가 흡족한 듯이 웃어 보였다.

“이런 이런, 어디로 가는지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죽음의 협곡 너머로 갑니다.”
“이런 이런,죽음의 협곡이라. 아주 험한 곳입니다. 어찌 그런 곳을, 음흠, 각종 도구를 챙겨가시길 조언드립니다.”

일행은 빠르게 가문의 저택에서 나왔다. 그리고는 영지 내의 여관을 하나 잡고는 구르카의 조언대로 물건을 사서 준비했다.

“이런 게 정말 필요하긴 해?”

타몬트가 툴툴거렸다.

“뭐, 다 쓸모가 있으니까 챙기라고 했겠죠.”

구리는 여관에서 구슬을 흡수하고, 잠에 빠져든 상태였다. 이번에 찾은 구슬은 힘이 좀 커서인지 소화에 시간이 걸리는 모양이었다. 구리가 피닉스와 반씩 나누어 가졌다.

“오늘은 여기서 하루 쉬고, 내일 마르키로 출발하겠습니다.“”

그날 저녁, 워낙 빠르게 일어난 일련의 일들로, 육체적 피로도뿐 아니라 정신의 피로도 상당했던 루시안이침대에 그대로 뻗었다. 하지만, 잠은 오지 않는다. 내내 위그드라실의 말이 머릿속에 맴돌아서다.

<당신의 과거의 인연이 다시 당신을 찾아올 겁니다. 큰 시련이 될 겁니다.>

“…과거의 인연이라, 과거의 인연…. 하아….”

루시안의 한숨과 함께, 그렇게 밤이 깊어갔다.

#
제피르칸 제국의 알현실, 귀족들과 아수스 제피르칸 5세가 파논의 참변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어찌, 제국의 영토에서 몬스터가 도시를 습격하는 일이 생긴 것인가!”

그의 황금색 사자머리가 분노로 더욱 삐죽이 솟아오른다.

“원인을  수가 없습니다. 당시, 매우 어두웠던데다가, 나타난 적들을 처리한 이들도 곧장, 사라져버린 터라….”
“폐하, 당시에, 그곳을 관리하던 경비들의 근무 태만이 확인되었습니다.”
“당시, 영주가 경계를 게을리 하여…….”

귀족들은 이런저런 핑계를 섞어가며, 분노를 피하려 애썼다.

“왕실 근위기사단 단장, 프란츠 유라즈는 내 명을 따르라. 지금 당장, 인원을 꾸려, 파논의 사태를 조사하라. 경비 소홀이건, 영주의 부덕이건 간에 말이다. 하나하나 다 밝혀내거라. 그리고, 당시에 사태를 진정시키고 사라졌다는 이들을 찾아보라. 그들이 사건의 원흉과 관련이 있는지 확인을 해야 할 것이다!”

“예! 황제 폐하!”

#
데칸에서 마르키로 이어지는 언덕 위, 저 아래로 드넓은 삼림지대가 펼쳐져 있다. 푸르른 나무들로 빼곡한 숲, 그곳으로 가는 길은 하나였다. 마차가 두 대쯤은 다닐만한 넓은 길, 말을 타고 천천히 이동했다.

“저 숲에 마을이 하나있대요. 제국의 최동단에 있는 마지막 마을이래요.”

발터가, 테칸에서 이것저것 많이 알아 왔는지 ‘여기엔 뭐가 있고, 저기엔 뭐가 있다.’ 늘어놓기 시작한다.

“마르키까지 오기 참 힘드네요.”
“그게, 다 아기아스 놈들 때문이지!”
“속도를 높여서 빠르게 이동해볼까요? 그동안, 많이지체됐으니까요.”
“그러자!”

숲 중간쯤에 있는 마을에서 야영에 필요한 장비를 보충하고, 소모 물품을 채웠다. 말은 처분했다. 주변이 죄다 숲이라 도보가 나았기 때문이다.

“빠르게 이동하시죠! 앞으론 계속, 야영해야 할 것 같네요.”

끊임없이보이던 나무들의 열병식이 지루하게 이어진다. 마침내,  끝에 푸르름이 가신 황량한 대지가 수줍게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풀이라곤 보이지않는 건조함만 느껴지는 황량한 대지, 깎아지른듯한 절벽과 그 아래로 짙은 어둠이 깔린 끝을 알  없는 협곡이 보인다.

“휘유! 여기에서 떨어지면 그냥 골로 가겠네!”

타몬트가 살짝, 발을 대보니 돌들이 부스러져 저 아래로 떨어진다. 바닥에 부딪히는 소리가 들리질 않는다. 그들의 앞에는 끝을  수 없는 협곡이 있었다. 어디를 봐도 길이 보이질 않는다. 협곡의 넓이도 상당해, 보통의 방법으론 넘어가기가 힘들어 보였다.

“문제는 여기서 길이 끊겼다는 거죠!”

루나가 구르카가 챙기라 했던 도구를 꺼내 본다.

“톱이랑 밧줄, 벌목도 끼에 정에작업용 쇠망치…. 이거, 여기에다 다리를 세우라는 게 아닐까요?”
“오오! 그렇구나! 가서 통나무 베어올까?”
“저기까지 닿을까요?”
“두 개를 잘라서 연결하면 되는 거지!”

그때 구리가 손을 번쩍 들고 나섰다.

“형, 누나들, 구리가 할 수 있어요!”

해맑게 웃는 모습에 그냥 웃음이 지어진다. 구슬을 흡수한, 구리의 외형은 크게 달라진  없었다. 구리한테 물어보았더니 그냥 그 모습이 좋아서 유지 중이라고 한다. 피닉스는 더욱 몸집이 커지고, 몸에 불꽃이 일렁거리는  외적으로 한층 더 멋있어졌다.

“응? 어떻게 하려고?”
“모두  등에 올라타세요. 여길, 뛰어넘을 거예요!”


구리가 뒤로 물러나더니, 거대한 개구리로 몸으로 돌아갔다. 모두 구리의 등에 올라탔다.

“문젠 잡을게 마땅치 않은데?”
“아!”

구리가 녹색의 기운을 일으켰다. 곧, 구리의 등에 커다란 등받이가 하나 생겨났다.

“이젠 이런것도 가능해요! 꽉 잡아요.”

일행이 등받이를 꽉 잡자, 구리가 뒷다리에 힘을 준다. 충격파가 퍼지며, 먼지가 일어나는 순간, 건너편을 향해 점프한다. 그 넓은 협곡을 훌쩍 건너뛰어 멋지게 반대편에 착지했다.

“우아아아”

타몬트가 신나서 소리를 지른다. 일행이 모두 내리자, 구리가 다시 인간의 모습으로 돌아갔다.

“구리야 고마워!”
“헤헤!”
“다음에 또 태워줘!”

타몬트는 완전히 반해버린 모양이다. 피닉스는 알아서 잘 날아왔다. 여유롭게 날아와 구리의 머리위에 안착했다.

건너편의 협곡의 아래로는 좁은 구불길이 펼쳐져 있었다. 어디까지 내려가는지도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한참을, 그렇게 이동하다가 바위 틈새가 보이자 그곳에 야영지를 꾸렸다. 위에까지 갈라지지 않아 동굴 같은 공간이었다. 정과 망치를 들고 내부를  넓혔다. 다들 오러 사용자라 그런지 푹푹 파여나갔다.

“확실히, 집사 할아버지가 챙기라 한 이유가 있네요.”

그 모습을 보던, 루나는 쿠르카의 선견지명에 감탄했다.

피닉스가 토해낸 불로 모닥불을 피워올렸다. 스튜 가루를 물에 풀어 끓이고, 비스킷과 마른 과일을 꺼냈다. 한쪽에선 찻물을 끓였다. 아공간에서 꺼낸 가죽 담요를 바닥에 깔고, 모포까지 꺼냈다. 어느새, 아늑한 캠프가 만들어졌다.

“이야, 완전 만찬이네.”
“그러게요.”

뜨거웠던 낮의 열기는 어느새, 밤의 협곡에 빼앗겨버렸다. 급격히 내려간 온도로 다들 모닥불 근처로 모여들었다. 구리는 루시안의 품에 안겨 있었다.

“진짜, 춥네요. 무슨 온도 차가 이렇게 심한지”
“그래도, 바람은 안 들어오잖아!비도  오고”

일행들이 추워하는 걸 본 피닉스가 꼬리를 활짝 펴고, 불꽃을 피워올린다. 동굴 안의 공기가 따스히 덥혀진다.

“피닉스 고마워!”
“삐루르르”

다음 아침, 모두 개운한 몸으로 일어났다. 땅바닥에서자기는 했지만, 피닉스 덕분에 따스한 밤을 보낸 덕이다.

좁은 구불길을 끊임없이 걷는, 어제와 같은 일정이 반복되었다. 다른 점이라면, 각종 해골 몬스터들이 모습을 드러냈다는 점이다.

뼈만 남은 도마뱀에, 드레이크에 와이번에 기본 스켈레톤은 너무 흔해서 논외로 칠 정도였다.

“이것들아 나올 거면 한 번에 나오던가! 잊을만하면 나오고, 끊임없이 나오네! 처리하는 게 어렵진 않은데. 쩝”
“드레이크나 와이번은 좀 까다롭잖아요!”
“말할 시간이 있으면 한 마리라도 더 없애라고!”

구리는 물대포를 쏘았다. 소방수 같은 물줄기로 적을 쓸어버렸다. 피닉스도 꼬리를 활짝 펴, 불덩이를 날려서 태워버렸다.

적들은 두서없이 나타났다. 절벽 위에서 떨어져 내리기도 했고, 협곡 아래에서 기어 올라오기도했다. 후방에 있던 루시안이 총을 난사하며, 적들을 걷어차 협곡으로 떨어뜨렸다. 발터도 화살을 쏴 머리를 박살 내버렸다.

하루하루 차근차근 협곡을 전진해 나갔다. 구리의 도움으로 협곡을 건너고,야영하고, 몬스터를 처리하는 지루한 나날의 반복이었다.

“와! 여기에 사람들이 왜  오는지 알겠다.”
“협곡을 지났다 싶으면, 몬스터가 나타나죠.”
“저녁엔 얼어 죽겠고!”
“그리고, 앞에는 저 녀석이 있죠.”

그들의 앞에는 검은색과 은빛의 금속으로  거대한 골렘이 자루가 긴 배틀 해머를 땅에 박아둔 채  있었다.

“이 길이 협곡을 나가는 길인 거지?”
“네, 이 길 뒤로 평야와 건물이 보였어요!”
“그럼 저놈이 수문장이라는 건가?”

일행의 수다가 시끄러웠던모양인지 골렘이 몸을 일으킨다.

“적 발견,섬멸. 수호”

골렘의 눈이 빨갛게 빛나더니, 망치를 들어 어깨에  걸친다. 그리고는, 그대로 망치를 위로 치켜들었다가 그대로 일행에게 내리친다.

라펠라가 나서서 방패로 망치를 흘려내고는, 망치를 잡은 오른 손목을 오러로 깊게 베어낸다. ‘깡’하는 소리와 함께 불꽃이 튀며, 오른쪽 손목 관절에 흠이 생긴다.

“분명! 핵이 있을 거예요.”
“맞아, 어딘지는 모른다는 게 문제지!”

루나가 땅에 손을 대고는 흙으로  거대한 팔뚝을 소환해냈다. 그리고는 주먹을 말아쥐고는 골렘의 몸통을 후려쳤다. 골렘이 살짝 뒤로 기우뚱한 그 틈을 노려, 타몬트가 달려 들어가 점프한다. 오러가 깃든 대검으로 머리를 내려찍는다,

<적 위험 수준 최상, 위험! 위험!>

“일단, 묶고 시작하자!”

발터가, 골렘에게 단검을 던졌다. 땅에서 솟아난 뿌리들이 골렘을 휘감아 몸을 묶어버렸다.

구리가 물풍선을 뱉어내, 스파이크를 날려대기 시작했다. 충격은 받는 것 같은데, 흠집 하나도 없다.

“단단해요! 안 통하는  같아요!”
“저놈! 더럽게 단단한데?”

타몬트와 루나의 공격에도 외견상 이상이 없었다.

“관절은 좀 약한 것 같더라, 손목에 흠은 냈어!”

라펠라가 덧붙인다. 그 말을 들은 루시안이 권총을 들고 달려나간다.

“후, 오랜만에 몸 좀 풀어볼까나?”

꽁꽁 묶여서,  움직이는 골렘에게 루시안이 달려나간다.

“루나! 단단히 붙잡아줘!”
“네, 오빠!”

다시 한번 흙으로 손을 만들어내 골렘을 어깨를 꽉 잡아버린다. 골렘이 망치를 들어 때리려고 해도 팔이 움직이지를 않는다.

루시안이골렘의 몸에 엉킨 뿌리를 지지대 삼아 골렘의 몸을 오른다. 무릎관절에 다다르자 단검에 오러 블레이드를 일으켜 홈을 파낸다. 그리고 그곳에 비산폭발형 포션을 박아 넣었다.그대로 맞으편 다리로 넘어가 똑같은 작업을 했다.

무릎에 공사가 끝나자, 그대로 훌쩍 뛰어내려 뒤로 물러나면서 발터를 불렀다.

“발터! 저거 맞출 수 있겠냐?”
“후! 어려운 것만 시키네! 진짜!”

발터가 심호흡을 크게 하고는 화살을 시위에 걸어 신중히 쏘아낸다. 정확히 왼쪽 무릎관절의 틈에 박힌 포션에 박혀 든다.

큰 폭음이 일면서 골렘의 왼쪽 무릎이 터져나간다. 발터는 이어 오른쪽 무릎마저도 날려버렸다.

골렘의 두 다리가 망가져 삐거덕거린다. 발터가 단검을 회수하고, 루나도 손을 풀어버리자 골렘이 앞으로 쓰러져버린다. 제자리에서 버둥거린다.

“자, 이제 요리를 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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