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49화 〉48화. 드워프의 도시 만달리안으로(3) (49/95)



〈 49화 〉48화. 드워프의 도시 만달리안으로(3)

하얀 털의 호인족 여성 하나가 빈정거리며 말한다. 발톱을 최대로 뽑아낸다. 붉은 기운이 발톱에 피어오른다.

“뭣? 아기아스 놈? 노옴? 이, 노린내 나는 짐승은 또, 뭐야!”
“끌끌, 좋은 재료로다!”

아기아스를 욕해도, 수인족을 재료로 몬스터를 조립할 생각에 정신이 팔린 노인이 실실 웃고 있다. 그런 노인에게 잿빛 늑대 하나가 달려든다. 노인이 깜짝 놀라 지팡이를 들어 검은 막을 형성해 막아 낸다.

등에는활을 메고, 양쪽에 날이 달린 장창을 든 백발의 엘프가 나타난다. 그들의 앞으로 다수의 엘프와 수인족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끌끌, 엘프와 수인족이 여기엔 무슨 일이지? 대수림에 처박혀 썩어버린 줄 알았건만”
“네놈들이 아기아스를 부활하려는 미친 자들인가?”
“끌끌, 위대한 아기아스님이 두려운 모양이군! 엉덩이 무거운 엘프와 수인족들이라니”

쌍날의 장창을 든 엘프가 늑대를 부리며 달려든다. 시체를 일으켜 늑대에게 던져 폭발시켜버린다. 그리고는 검은 화살을 연달아 쏘아냈다.

여자는 호인족의 여성과 접전을 펼치고 있었다.

“이거, 내 독이 들지를 않네!”
“위그드라실님의 안배다!”

붉은 기운이 감도는 발톱이 여자의 복부를 크게 훑고 지나간다. 최대한 피해 보지만 훤히 드러난 복부에 가느다란 혈선이 생긴다.

“이 못된 고양이가! 감히 내 고운 피부에 상처를!”

#

루시안과 일행은 갑자기, 나타난 나무 장벽에 어리둥절했지만, 거기에 정신을 계속 쏟을 수도 없었다. 주인이 통제하지 않자, 시체 골렘, 뱀은 신나서 자기들 멋대로 공격을 퍼부어 대고 있었다.

그 사이사이, 교단의 검들이 오러 블레이드를 뽑아 들고, 틈새를 비집고 들어와 귀찮게 굴었다. 거기에, 스켈레톤들과 포이즌 슬라임에 잡다한 몬스터들까지 합세했다.

거기에, 다양한 클로를 낀 교단의 검들이 추가로 그림자 속에서 튀어나온다. 손톱 모양의 클로가 급히 막아선 타몬트의 대검의 옆면을 따라 타고 내려가며, 불꽃을 일으킨다. 타몬트가 대검으로 상대의 클로를 쳐올리고는 앞발로 차버렸다.

“적이 왜 이렇게 많아?”
“라펠라 누나와 저는 다른 적들을 맡을게요. 골렘과 뱀은 타몬트형과 루나, 발터가 맡아줘요”
“형아! 골렘은 내가 맡을게!”

구리가 몸을 거대화시켰다. 그리고는 골렘에게 몸통박치기로 가해 멀리 날려버리고,혓바닥을 내밀어, 뱀의 몸을 감아서 들어 올렸다가 그대로 땅에 메다꽂아버렸다.

“구리야! 독 있잖아! 괜찮은 거야?”
“나도 위그드라실님이  줬어!”

해맑게 대답한 구리가 폴짝 뛰어서 몸을 일으키던 시체 골렘에게 재차 몸통박치기를 해버린다. 골렘이 그대로 굉음을 내며 뒤로 날아가 버린다. 충격이 셌는지, 몸에 붙어있던 시체 조각들이 사방으로 떨어져 내린다.

“구리야, 고맙다아아!”

타몬트가 대검을 들어 오러를 끌어모아 위로 높이 쳐든다. 그리곤, 정신을 못 차리는 뱀의 머리 하나를 그대로, 내려찍는다. 뱀이 머리 하나가 잘려 뒹군다.

“키에에엑!”

발터는 오러를 담은 화살을 쏘아 뱀의 8쌍의 눈알에 하나씩 박아넣었다.  머리들이 비명을 지르며 괴로워한다.

루나는 디그 마법을 대규모로 펼쳤다.뱀의 몸뚱이 아래, 거대한 구덩이가 파이고 그대로  빠져버린다. 구덩이 안에 갇힌 뱀들이 빠져나가려고 몸부림을 친다.

교단의 검들의 공세가 강해지고 있었다. 기본적으로 오러를 다루는 자들인 데다가 몸이 날렵하다. 루시안은 날아드는 손톱의 날을 총으로 막고는, 그대로 복부를 걷어찼다. 피닉스가 중간중간 불덩이를 쏘아내고, 깃털을 날려댔다.

라펠라가 방패로 상대의 공격을 빗겨내면서 칼로 찔렀다. 잠시 움찔한 적의 등에 피닉스의 불덩이가 떨어진다.

적의 몸에 불이 붙어 타오른다. 불에 타들어가, 피부가 녹아가면서도 비명 하나 없이 꿋꿋이 무기를 들어 다시 덤벼든다. 라펠라는 방패로 머리를 후려치고는 그대로 검을 복부 깊숙이 찔러 넣었다.

일격을 당한 자가, 무기를 버리고,  손으로 라펠라의 팔을 붙잡는다. 그와 동시에 두 명의 적이 칼날 형태의 클로를 들어 라펠라의 등 뒤를 찔러 들어온다.

루시안이 바로 그들의 뒤로 이동해, 그들의 등에 칼을 꽂아 넣었다. 일격을 당해 무릎을 꿇고 피를 게워 낸다.

“머리 숙여, 루시안!”

루시안이 몸을 뒤로 젖히며 칼을 빼자, 왼쪽에서 라펠라가 크게 휘두른 칼이 날아든다. 그대로, 무릎 꿇은 둘의 목이 공중에 날아오른다.

“머리 숙일 게 아니라 빠지라고 해야 하는 거 아니에요?”
“알아서 잘 피했으면 된 거 아니니?”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 루시안이 달려드는 적들에게 탄을 발사했다. 클로를 가로로 세워 탄환을 막아 내려던 적이 그대로 무기와 함께 가슴에 구멍이 나 쓰러진다.

피닉스의 공격에 이리저리 피하던 적들도 라펠라의 검에 그대로 목이 떨어져 내렸다.

“바로, 다른 이들을 도우러 가죠!”
“가자! 피닉스!”

라펠라가 팔을 내밀자, 피닉스가 공중에서 한 바퀴 돌고는 내려앉았다.

“삐르루루”

#
구덩이에 빠져든 뱀들이 고통에 몸부림치며 꼬리를 휘두르며 주변의 적들을 뒤로 물린다. 그리고는 적들의 열을 감지하고, 냄새를 맡아 적들에게 아가리를 들이밀었다.

타몬트가 대검을 들어서 막아 세운다. 하지만 머리는 8개다. 가까이에 있는 타몬트에게 모든 머리가 달려든다.

“락 핸드!”

루나가 마나를 손에 모아 땅에 대자, 흙으로 된 거대한 손이 튀어나온다. 루나가 손바닥을 펴, 뱀들에게 따귀를 날렸다. 그 덕에 타몬트는 온전히 하나의 뱀 머리와 힘겨루기를   있었다.

“잘했어! 루나!”

발터가 뿌리 단검을 뱀의 앞에 던져 넣었다. 뿌리가 솟아나 뱀의 몸통을 휘감고, 각 머리까지 휘감아 버렸다. 뱀이 머리를 움직이려 해도 나무가 단단히 조여 들어와 꼼짝을  한다.

“뒤는 형한테 맡길게요!”
“어! 맡겨두라고!”

발터가 구리에게 도착했을 때, 격전이 벌어지고 있었다.

구리는 골렘에게 몸통박치기를 먹인 후에 거대한 공기 방울을 쏘아내,  안에 골렘을 가둬버렸다. 당황한, 골렘이 찢으려 해보지만 질긴 고무공같이 늘어날 뿐이었다.

다시, 인간의 몸으로 돌아와 팔을 부분 거대화한  골렘이 들어있는 공을 집어 하늘 높이 던져 올렸다. 그 뒤, 거대한 개구리로 바꾸어 몸통박치기로 공을 더 높이 띄웠다.

빠른 속도로 하늘 높이 솟구친 공은 정점에 서자 추진력을 잃고, 그대로 지면을 향해 떨어져 내렸다. 구리가 거리를 벌려 다시 점프할 준비를 했다.

구리가 뒷다리에 힘을 집중하자, 땅이 쪄 적 갈라진다. 그렇게 얻은 추진력으로 높이 뛰어올라 떨어지는 그 힘을 그대로 이용해 뒷발로 공을 수직으로 밀어 차버렸다.

구리는 공중에서 공중제비를 돌아 멋지게 착지했다.

공은 엄청난 가속도로 땅에 처박혀 버리며 터졌다. 떨어진 자리에 커다란 구멍이 생기며, 뿌연 먼지가 일어난다. 주변의 건물도 그 충격파에 무너져내렸다.

“야! 구리야, 여기 도시라고! 이거, 수습 어떻게 하냐!”

발터가 구덩이 주변에서 슬쩍 내려다본 골렘은 처참했다. 형체도 알아볼  없게 짓뭉개져 있었다. 그런 끔찍한 몰골을 보니, 오한이 들은 듯 몸이 부르르 떨려왔다.

어느새 인간의 몸으로 돌아온 구리가 헤실헤실 웃으며 발터에게 다가온다.

“형아! 너무 신났나 봐! 데헷!”
“그래, 잘했다! 아주, 잘했어!”

왠지 모르게 구리가 무섭게 느껴지는 발터였다.

#

마지막 남은 뱀의 머리마저 토막 낸 타몬트가 투덜거렸다.

“쓰벌, 9번이나 내리쳤더니 어깨 빠지겠다. 그런데, 저기는 뭔 짓거릴 했길래 저렇게 구덩이가 파였냐?”
“아! 저거요? 구리가 그랬어요. 제가 쉴드를 펼쳐서 영향은 없으셨을 거예요”
“골렘은 어떻게 되었는데?”
“하늘 높이 던졌다가 그대로 메다 꽂혔어요! 멀쩡할 리가 없죠.”
“어우야, 구리 무섭구나! 진짜”

그때, 라펠라가 다가왔다.

“벌써, 정리된 거야?”
“9번이나 내리쳤더니 죽겠습니다. 누님.”

상황이 정리되자, 그제야 저쪽에 솟아난 나무 장벽이 눈에 들어온다.

“저거, 아까 갑자기 솟아난 장벽인데, 저쪽에 아기아스 교들 있었지?”
“그렇죠, 누님, 갑자기 뭔 장벽인가 모르겠네요.”

구리가 장벽을 보더니, 다가가 손을 댄다. 그러자, 장벽에 문이 생겨 난다.

“형아!  열렸어!”
“구리야 어떻게 한거야?”
“몰랑!”

발터가  너머에서 무언가를 발견한 모양이다.

“형, 누나 저기 봐요! 엘프족과 수인족이에요”
“저기로 가보죠!”
“형아! 이거 뱀!”

구리가 뱀에게 다가가 정수를 뽑아냈다. 머리에서 뭉쳐서 한 개, 몸통에서 한 개가 나온다. 익숙하게 아공간 팔찌에서 연금용 유리병을 꺼내고는, 나온 정수를 담는다. 최근에 사준 구리 전용의 작은 아공간 팔찌였다.

“형아, 여기!”

구리가 병을 루시안에게 건네준다. 건네준 병을 소중히 챙기고는 구리의 머리를 쓰다듬어 준다.

“고마워! 구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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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배! 우리 아가들이 다 당해버린 거 같은데?”
“에잇,  잡놈들 때문에 신경을 못 썼더니!”

여자의 얼마 없던 옷은 거의 찢겨져 벌거벗기 직전이었다. 아슬아슬하게 15금과 19금 사이를 걸치고 있었다. 노인의 상태도 썩 좋지 않았다. 마나가 거의 고갈되어가는 중이었다.

노인과 여자가 서로 눈을 마주치더니, 노인이 지팡이를 높이 쳐든다. 그리고 땅으로 ‘쾅’하고 찍는다. 검은 연기가 퍼져나간다. 그대로 검은 연기와 함께 사라져버린다.

“도망쳐 버렸군요!”

도망친 이들을 바라보고 있자, 루시안이 다가온다.

“엘프 여왕님? 여기까진 어떻게?”
“아! 여기 계셨군요! 루시안님. 구리님과 피닉스님도 잘 계셨습니까?”

타니엘이 반갑게 인사를 해온다. 일전에 봤던, 엘란도 함께 있었다. 나드비온을 꼭 닮은 하얀 호인족 여성도 있었다. 그녀는 굉장히 까칠했다.

“인간 놈들아, 친한척하지 마라!”
“나드비온 님과 닮으셨는데, 성격은  반대시네요?”
“우리 아빠가 말한 게 네놈들이야?”

엘란이 나서서 중재한다. 수인족은 엘프보다 인간을 싫어한다. 지금도, 종종 귀족들이 수인족과 엘프 노예를 얻기 위해 대수림에 찾아온다.

“나드비온님의 따님이시자, 현 수인족의 여왕이신 네로니아 님입니다.”
“인간과 인사할 마음 없어!”
“저도 마찬가집니다. 밑에 수인족들 교육이나 잘 시키세요.”
“뭐! 뭐라고?”

으르렁거리는 네로니아를 깔끔히 무시하고 타니엘에게 말을 걸었다.

“대수림 장벽을 통과하기 힘들지 않으셨습니까?”

엘란이 말하려 하는데, 타니엘이 제지하고 직접 입을 열었다.

“그런 장벽은 인간의 기준입니다. 저희에겐 문제 될 것이 없습니다. 여러분들도 위그드라실님의 힘으로 장벽을 넘지 않으셨습니까?”

타니엘이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저희는 환수님의 구슬을 찾아 움직이던 중, 불길한 기운에 이끌려 오게 되었습니다.”

“썩은 내가 진동하니, 수인족들이 참을 수가 있어야 말이지!”
“후각이 워낙에 좋다 보니, 냄새에 민감합니다”

그나저나, 도시가 난장판이 되어서 빨리 이곳을 떠나야  것 같았다. 남아 있다간 추궁당할 게 뻔했다.

“이야기를 나누실거면, 자리를 옮기시죠. 이곳에 오래 머물면 귀찮아지실겁니다.”

“그냥, 갈거 거든? 그리고, 오다가 인간 놈들을 구하긴 했는데, 거의 다 죽어버렸더라?”

네로니아가 심드렁하게 말했다. 엘란이 바로 덧붙여 설명해줬다.

“인간들이 몸을 피한 곳 같았는데, 이미 상당수가 죽은 상태였습니다.”

일행들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그렇게 대피를 시키려 했는데 결국 당해버렸다니 쓸쓸한 기분이 드는 일행들이었다. 루시안은 가볍게 감사의 인사를 표했다.

“네로니아의 말대로 바로, 떠날 거라서 대화는 여기까지 해야겠군요.”
“저희는 계속, 만달리안을 향해 나아가고자 합니다. 엘프 분들은 단서라도 찾으신 겁니까?”
“엘프들과 수인족의 감을 믿고 움직여 볼까 합니다. 몇 군데 짚이는 장소도 있습니다.”
“정보를 주시진 않겠지요?”

루시안이 넌지시 물어보자, 타니엘이 살짝 미소를 짓는다.

“저희도 가봐야 압니다. 그리고, 저희보단 드워프에게서 얻는 정보가 더 나으실 겁니다.”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드워프가 유독, 환수들과 교류를 많이 했으니까요. 자세한 건 가서 들어보시면 아실 겁니다. 협곡을 건너기 쉽지 않으실 테지만 말입니다.”
타니엘이 가볍게 인사를 하고는 수인족과 엘프들을 데리고 어디론 가로 떠나버렸다.

“정보를 찾고자 한다면, 제피르칸의 수도 테칸에서 찾아보는 건 어때?”
“테칸이요?”
“맞네, 명색이 제국의 수도인데 정보도 많겠지. 누님 말대로 해보자!”
“테칸에서 거대한 힘이나 수호신 같은 거로 찾아보면 될 것같아요. 언니의 말대로 찾아봐요.”

일행은 빠르게 파논을 벗어나, 테칸으로 향했다. 파논에서 사들인 말을 타고 한참을 내달렸다.

저 멀리 테칸의 거대한 서문이 보인다. 그렇게 서문으로 달리는데, 나침반의 나침이 어디인가를 가리키며 맹렬히 떨려온다.

“루시안! 나침반이 움직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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