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48화 〉47화. 드워프의 도시 만달리안으로(2) (48/95)



〈 48화 〉47화. 드워프의 도시 만달리안으로(2)

파논의 경비들은 분주했다. 졸린 눈을 비벼가며,사람들을 대피시켰다. 몬스터들이 보이면, 창으로 찔러댔다. 각자의 자리에서 도시를 지키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그런 그들의 눈앞에 나비들이 너울너울 움직이며, 날아들었다.

“어? 나비?”

 중인데도, 나비의 형체는 뚜렷했다. 발광하듯, 녹색 빛을 내며 날아들었다. 신기했던 경비 하나가 나비에게 손을 뻗는다. 갑자기, 나비가 빠르게 달려들더니, 경비의 머리 위에 안착한다.

말려있던 나비의 주둥이가 강철처럼 꼿꼿이 펴지고, 그대로 푹! 가죽 투구를 뚫고 두개골을 관통해버린다. 그리고는 뇌수와 체액, 혈액을 힘껏 빨아올린다.

“으아아악!”

이내 삐쩍 말라, 미라 상태가 되어 털썩 쓰러진다. 한 무리의 경비병들이 전멸하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식사를 마친 나비들이 다시 날아오른다. 날개에서 떨어지는 녹색 형광의 독편이 달빛을 받아 더욱 빛난다.

좀비들을처리하던 용병들의 시야에, 기괴한 몬스터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오크의 몸인데 머리는 쏜보어의 어금니가 유독 빛났고, 뱀  마리를어깨에 달려서 혓바닥을 남실거리고 있었다.

“이건 또 뭐야!”

구역질이  만큼 끔찍한 몰골의 몬스터들도 속속 나타났다. 기괴한 몬스터는 곳곳에서 모습을 나타냈다. 최소 두 개체에서 다섯 개체까지 섞인 몬스터들이 기이할 정도 강한 힘과 상식을 뛰어넘는 공격을 해온다.

호기롭게 나섰던 용병들이 산채로 찢겨나갔다. 모험가는 산채로 머리가 뜯어먹혔다. 도시 곳곳에 비명과  분수가 솟구친다.

주민들이 대피한, 영주성도 마찬가지였다. 영주성 지하, 견고하게 만들어둔 천장 사이로 지네머리에 쥐의 말을 하고 뱀의 몸통을 가진 몬스터가 비집고 들어온다. 비명을 지르는 사람들의 머리를 물어 그대로 으적으적 깨물어 먹는다.

그 시각, 라펠라와 발터, 루나는 독 나비들을 마주하고 있었다.

“어? 나비다! 아! 예쁘다!”

달빛에 너울너울 춤추는 나비가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었다. 루나가 무심코 손을 뻗는다.
“루나!”

라펠라가 불안한 느낌이 들어, 칼을 휘두른다. 그 순간 천천히 날던 나비가, 잽싸게 움직이더니 나비의 주둥이가 쭉 펴진다. 챙하고 칼날이 주둥이에 부딪혀 불꽃이 튄다.

깜짝 놀란 루나가 바로 뒤로 물러서 공격 태세를 갖춘다.

“언니, 죄송해요.”
“지금은 그런 걸 따질 때가 아니야! 이걸 어떻게 잡냐는 거지!”
“제가 나서겠습니다.”

발터가 자신 있게, 뿌리 단검을 꺼내 나비 무리의 중앙 부분에 던져넣었다. 땅에 박힌 단검이 뿌리처럼 변해, 땅을 파고들어간다. 곧, 땅에서 뿌리가 솟아나 주변의 적들을 찾아 뻗어 나간다.

위기감을 느낀 나비들이 열심히 날개를 움직이며 피해 보지만, 이내 대다수 나비가 뿌리에 붙잡혀 파닥인다.

“잘했어! 발터!”
“빠르게 처리하자!”

라펠라가 바로 검을 들어 나비를 뿌리째로 갈라버렸다. 묶여서 피하지도 못하고 맞아버린다.

“아이스 스피어!”

루나가 완드를 휘두르며, 얼음의 창 여러 개를 띄운다. 완드로 나비를 가리키자, 얼음 창이 나비의 몸을 꿰뚫고 지나간다. 발터는 화살을 재서 묶이지 않은 나비들,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는 놈들을 겨냥했다. 화살이 시위를 떠나 나비들에게 짓쳐 든다.

나비들이 주둥이를 곧게 펴서 화살을 쳐내고, 날개를 바삐 움직여 피해 보지만, 화살은 악착같이 그들을 노렸다. 위기감을 느낀 나비들, 묶이지 않은 나비들이 일제히 위로 날아올라, 인편을 엄청나게 뿌려댄다. 나비들의 회심의 공격! 하지만, 세계수 위그드라실의 축복 앞에 무용지물일 뿐.

자신들의 독분이 통하질 않자, 당황한 나비들에게 3개의 화살을 동시에 재서 쏘아내는 발터. 나비들이 그대로 화살에 뚫려 땅으로 곤두박질친다.

살아남은 나비들이 가망이 없다고 여겼는지, 도주를 택했다.

“어딜 도망가!”

발터와 루나의 공격이 뒤를 그들의 꽁무니를 노려보지만.

“에잇, 놓쳐버렸네!”

#

그 시각, 루시안 일행은 기괴한 합성 몬스터들의 습격을 받고 있었다. 사자머리에 황소의 몸을 한 몬스터에 염소 머리에 고블린의 몸을 한 몬스터 등등 선명한 바느질 자국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이건  뭔  같은몬스터냐!”

타몬트가 대검으로 개 머리에 트롤의 몸을 한 몬스터를 겨눴다.

“짭놀? 개트롤?”

루시안이 중얼거렸다.

피닉스가 타몬트의 어깨에 날아가 앉는다. 그리고는 타몬트의 대검으로 불덩이를 쏘았다.

“피닉스 이건 뭐냐?”

불덩이를 맞은 대검이 불타오른다.

“삐루르르르”
“오오! 인챈트야? 고맙다. 피닉스”
“삐르르”

대검은 불의 잔영을 남기며, 대기를 휩쓸었다. 대검이 지나간 자리에는  동강이  타들어 간 몬스터의 잔재만 남았다.

“때리는 맛 좋고!”
“형아! 나도 도울 거야!”

구리가 팔을 개구리로 변형시켰다. 그리고는 입에서 농구공만 한 공기 방울을 공중으로 뱉어냈다. 그리고는 바로, 공기 방울을 손으로 후려쳐 날리기 시작한다.

“꿰에엑!”

몬스터가 공기 방울에 맞아 아프다고 비명을 질러댄다. 맞은 자리가 퍼렇게 멍들거나 움푹 들어가 있었다.

루시안도 권총에 일반탄을 걸고, 오러 블레이드를 일으켰다.

“오랜만에 몸을 풀어보자!”

목을 좌우로 꺾고, 팔을 비틀어 풀었다. 손목을 돌려서 털어내고, 제자리에서 가볍게 뛰며, 워밍업을 했다.

“가볼까!”

그대로, 쏘아져 나간다. 황소 머리가 달린 네펜테스가 보였다. 다리에 마나를 달려나간다. 이파리로 찔러 드는 적의 공격을 맞받아 쳐내고, 왼발에 힘을 주고 그대로 뒤돌려 차올린다.

“음머어어!”

황소 머리 괴물이 뒤로 붕 떠서, 뿌리를 공중에 파닥거린다. 그대로, 공중에 적을 노리고, 탄환을 갈겨버린다. 구멍이 숭숭 뚫린 채 바닥에 널브러져 움찔거리다 멎는다.

타몬트를 보니, 제자리에서 대검의 손잡이를 잡고 붕붕 돌리고 있었다. 대검의 길이가 커서 경로에 있던 적들이 무참히 쓸려나간다.

적들을 쓸어버리는 중, 그들 앞에 고블린의 머리가 3개 달린 그리핀이 나타난다.

“저건 뭐라 불러야 하냐? 고블핀?”

공중에서 몸통박치기를 해오고, 다시 날아올라 버리니 타몬트로서는 공격하기가 애매하다. 구리가 공기 방울을 불어, 타몬트에게 던져 준다.

“타몬트 형아 받아!”

의도를 읽고, 타몬트가 대검을 옆으로 뉘여 뒤로 크게 젖힌다. 구리가 던져 주는 공기 방울을 대검의 옆면으로 후려친다. 마치 대포알같이 쏘아져 나가듯 했다.

공중으로 뭐가 날라올 것이라곤 생각지 못한 것인지, 당황하다 그대로 몸통에 맞아버린다. 충격이 얼마나 컸던지, 몸통이 움푹 들어갔다. 녀석의 눈알이 튀어나왔다 들어간다.

“키에에에엑!”

구리가 열심히 공기 방울을 던져대고 타몬트는 열심히 맞혔다. 그렇게 공중에서 표적이 되어 두들겨 맞다가 정신을 잃고 떨어진다.

루시안이, 기름 반 폭발 포션 반을 섞은 화염 포션을 녀석의 추락지점에 연거푸 던져넣었다. 잃었던 정신이 돌아올 만큼 뜨거웠던지, 불붙은 채로 주변을 뛰어다닌다. 그 덕에 몬스터들이 부딪혀 불이 옮겨붙는다.

“야, 여기 도시야!”
“아!”

피닉스가 날아오르더니, 불길을 모두 빨아드린다. 낮게 울며, 다시 타몬트의 어깨에 내리 앉는다.

“사고는 루시안이 치고, 수습은 피닉스가 하고”

타몬트가 농담을 건네는데, 구리의 공기 방울이 타몬트의 뒤통수를 스치고 지나간다. 공격해오던 몬스터의 얼굴에 그대로 틀어박힌다. 몬스터가 그대로 공중에 붕 뜬 채로 땅에 떨어진다.

“타몬트 형아 바보!”
“와! 루시안한테 뭐라 했다고 그러는 거야? 서럽다, 서러워!”

탄과 블레이드를 섞어 넣으면서, 잔여 몬스터들을 썰어나간다. 타몬트도 구리도 적들을 정리해 나갔다.

주변에 몬스터들의 산이 쌓일 때쯤, 그들의 맞은편 건물 위에 검은 기운에 휩싸인 두 사람이 스르르 나타난다.

“끌끌끌, 네놈들이로군! 5사도를 그 꼴로 만든 놈들이 말이야.”
“어머,  아이 내 취향이야, 묶어놓고 밤새 괴롭히고 싶엉! 할배, 쟤는 내 것이야!”

녹색  쪼가리  개를 옷이라고 입은, 헐벗은 여인이 혀를 할짝이며 구리를 끈적하게 바라본다.

“형아! 저 아줌마 이상해!”
“어머, 이 꼬마가 아줌마라니? 못된 꼬맹이구낭!”

여자가 더욱더 탐이 난다는 듯, 쳐다본다. 불쾌해진 피닉스가 꼬리를 활짝 펴, 불덩이를 띄우더니, 여자에게 날려버린다. 여자는 가볍게 녹색의 막을 일으켜 막는다. 불이 막에 닿아 연기가 피어오른다.
“음식 주제에 감히!, 네놈은 꼬마애를 먹은 다음 솥에 넣어줄 거야!”

여인이 심술궂은 표정을 지어 보이며, 손을 이리저리 꼬아대기 시작한다. 여인의 몸 주변으로 거대한 녹색의 구름이 퍼져나갔다. 곧, 그 구름에서 9개의 뱀 머리가 고개를 치켜든다.

9쌍의 붉은 눈이 루시안 일행을 바라보며, 녹색 혓바닥을 날름거렸다.

“귀여운 아가야! 가서 못된 아이들을 꽉 깨물어버리렴!”
“나도 힘을 내야겠군! 끌끌”

노인이 지팡이를 들어 검은 기운을 하늘로 쏘아 보냈다. 하늘로 올라간 검은 기운이 여러 개로 쪼개져 비처럼 내렸다. 비에 맞은 시체들, 여기저기 머리를 잃고 박살 난 몬스터, 뜯어먹힌 인간들의 시체 등 도시에 모든 시체가 한곳으로 몰려들기 시작한다.

“일어나라! 귀여운 아이야”

몰려든 시체들이 한데 뭉쳐, 거대한 시체 골렘이 되어 나타난다. 몸 여기저기 시체들의 얼굴이 살아있는  입을 움직인다.

“으어어”
“교단의 검은 저들을 도와라!”
“할배, 우리는?”
“당연히 같이 싸워야지, 끌끌”

시체 골렘의 거대한 손이 하늘을 뒤덮으며 내려온다. 타몬트가 피하려는 사이 주위에 검은 복장의 인간들이 나타나 칼을 겨눈다. 탈출 경로를 죄다 막아 세운다.

“이런 제기랄”
“형, 숙여요!”

타몬트가 그대로 엎드리자마자, 거대한 폭발이 주변을 뒤덮는다. 날아오던 골렘의 손이 녹아들면서 구멍이 뻥 뚫렸다. 주변을 막아 세우던 이들은 폭발에 휘말려 까맣게 탄  뒹군다.

타몬트가 뻥 뚫린 골렘의 손으로 빠져나온다.

“야, 너 나 싫어하지?”
“싫어했으면, 형이 살아있을까요?”

루시안이, 가볍게 농담을 건넸다.

“…무서운 놈!”

골렘의 구멍  손에 살이 차올라 메꿔진다. 다른 손으로 다시 일행을 덮쳐든다. 자리를 피하니, '쿵' 하는 소리와 함께, 자욱한 먼지가 피어오르고 거대한 충격파가 몰아친다. 주변의 건물들이 우르르 무너진다.

뱀의 꼬리가 피하는 타몬트에게 날아든다. 대검을 들어 방어하려는 찰나, 누군가의 방패가 꼬리를 빗겨낸다.

“이게 뭔 일이래”
“오우 누님!”

자욱한 먼지를 뚫고 시체 골렘에게 여러 발의 화살이 날아들었다. 발터는 화염병을 들어 던져 버리고는 루시안의 옆에 착지했다. 루시안의 뒤에서는 루나가 대규모의 마법을 시전하고 있었다.

“아이스 폴!”

거대한 얼음 바위 여러 개가 골렘과  그리고 노인과 여자의 머리 위로 떨어져 내린다. 시체 골렘 쿵쿵 다가가 노인과 여자의 위를 몸으로 덮는다. 골렘의 등으로 얼음 파편이 박혀 든다.

“그어어”

“끌끌, 못된 아이들이로군!”

노인이 지팡이를 들어 바닥을 내리친다. 도시에 거대한 검은 늪이 나타나, 살아있는 자들을 붙잡는 손들이 튀어나온다. 일행들이 재빠르게 뒤로 빠져보지만, 타몬트의 발목이 붙잡히고 말았다.

발목이 붙잡힌 타몬트의 주위로 교단의 검들이 오러 블레이드를 일으킨  덤벼든다. 발터가 바로 화살을 날려 손목을 끊어버린다.

“고맙다 발터!”

타몬트가 대검을 크게 휘두르며, 달려드는 검들의 허리를 끊어버린다.

노인은 다시 지팡이를 들어, 공중에 거대한 어둠의 구 여러 개를 형성해 낸다. 여자도 질 수 없다는 듯 손을 들어 하늘로 녹색의 구 여러 개를 위로 쏘아 보냈다.

어둠의 구가 날아들면서 맞은, 자리에 폭발이 터진다. 위로 날아간 녹색의 구에서 작은 산성 방울들이 떨어져 내린다. 건물과 땅이 녹아내린다.

“호호, 다들 녹아버리거라! 꼬맹이 넌 반만 녹으렴!”

루나가 급히 쉴드를 걸어서 산성비를 막는다. 라펠라가 방패를 들어 어둠의 구를 튕겨낸다. 튕겨낸 구가 뱀의 머리를 때린다. 타몬트도 대검으로 구를 쳐내 골렘을 때려버렸다.

“키야야악!”
“할배! 조준 똑바로 안 해요? 우리 아가가 아프다잖아요!”
“끌끌, 저 계집애가 그런게지, 내가 그런 게냐!”

그들이 교단의 검과 몬스터를 더 보내놓고, 공격에 손을 보태려는 때였다. 그들의 앞에거대한 나무 장벽이 나타나 그들과 루시안 일행 사이를 막아 세웠다.

“으, 썩은 내, 내 코가 다, 썩을  같네. 네놈들이, 아기아스 놈을 따르는 그 새끼들 맞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