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45화 〉44화. 대수림으로 (2) (45/95)



〈 45화 〉44화. 대수림으로 (2)

헥터에게 소모품과 시약 재료 관리를 당부했다.

“새로운 물품들이 계속 들어올 거야. 관리에 신경 써줘! 위험한 것도 많으니까 조심하고. 내가 적어준 관리 설명서 잘 읽어야 해!.”
“알았어요. 형”
“내가 재고는 많이 채워두긴 했는데, 이번에 가면 얼마나 걸릴지 몰라. 재고 다 떨어지면 늘 그렇듯이 휴가야 알지?”
“알죠. 걱정 말고 가요. 형!”
“루시안, 이번에도 선물!”

공방의 일을 최종적으로 점검하고는, 대수림으로 향했다. 라펠라가 길잡이인 약초꾼 케론을 소개했다.

“여기는, 숲에서 약초나버섯을 캐는 약초꾼이신 케론 할아버지셔. 우리를 안내해주실 분이야.”
“만나서 반갑네. 약초꾼 케론이라 하네. 비록, 대수림의 외곽 지대뿐이지만, 그래도 위험하긴 마찬가지이니 잘들 따라오게나.”

대수림은 커다란 나무들이 하늘을 향해 쭉쭉 뻗어있었다. 햇빛이  나무들에 가려져, 대수림의 안쪽은 침침하고 음습했다.

“여기, 분위기 진짜 서늘하네!”
“누님? 무서워요?”
“그냥, 분위기가 그렇잖아.”

루시안은 일행의 뒤쪽에서 신기해 보이는 풀들과 곤충, 열매 등을 채집하면서 천천히 따라갔다.

“어이! 루시안 그러다 우리랑 떨어진다.!”
“네, 타몬트 형, 조심할게요!”
“안내는 여기까지라네,  이상은 접근하기 힘들어! 수인족 경계구역이거든! 외곽은 그나마 피해를 주지 않으면 괜찮지만, 이 앞은 들어가는 거 자체를 막아서네!”

케론을 일별하고, 일행은 걸음을 멈추고 서로를 바라보았다.

“자! 가보실까요?”

그 순간 그 앞으로  하나가 날아들어 발치에 박힌다.

“인간 놈들,  앞은 출입이 금지된다는 걸 모르는 거냐!”
“우리는 엘프족을 만나러 왔습니다. 벨가님의 증표도 가지고 있습니다.”

“벨가? 증표? 그게 뭐야?”
“우리는 엘프족을 만나러 온 거야. 수인족이 아니라! 길 비켜.”

타몬트가 대검을 어깨에 걸치고, 으름장을 놓았다.

“뭐?”
“도대체가 수인족은 아는 게 하나도 없습니까? 모르면, 엘프를 불러야 하지 않습니까?”

살짝 짜증이 난 루시안의 말투에 묘인족과 후인족이 나무 그늘에서 모습을 드러낸다.

묘인족의 얼굴이 처참하게 일그러져 있었다.

“지금, 우리를 무시하는 거야?”
“당신들한텐 볼일이 없다 했습니다.”
“아니, 우린 볼일이 있어! 너희들은 여길 못 지나가!”

묘인종이 발톱을 뽑아 들고, 후인족 둘이 창을 들고 달려든다.

루시안이, 품에서 흰색의 포션을 꺼냈다.

“다들 물러서요. 비살상으로 무력화만 시킬게요.”

포션 두 개를 손가락 사이에 끼운 채로수인족을 향해 날렸다.

“이까짓 것!”

포션이 깨지며, 내용물을 그대로 뒤집어쓴다. 털들이 급속히 자라나, 그들의 시야를 가리고, 몸을 움직이기 힘들게 만들었다. 순식간에 털공 3개가 만들어졌다.

“이게 뭐야! 야! 너희들 어디가!”

수인족들의 외침을 무시하고, 일행은 발걸음을  안쪽으로 옮겼다.

“가요. 무식한 수인족보단 엘프를 만났으면 좋겠네요.”
“야, 그 포션 사람이 맞으면 어떻게 되냐?”
“복슬복슬 토끼가 될걸요?”
“그런데, 루시안 아주 까칠하네! 큭큭”
“벨가님을 모른다고 하니까. 순간, 욱하더라고요.”
“쟤들 나빠!”

구리가 볼을 부풀린다.

얼마 안 가, 이제는 화살이 발치에 박혀 든다. 그리고, 앞뒤로 엘프들이 칼을 겨눈다.

“수인족들을 어떻게 했지? 여기까지 들어오다니!”
“무식한 수인족들은 어딘가에 잘 있을 겁니다. 벨가님의 증표를 가지고 있습니다. 엘프족의 여왕을 만나고 싶습니다.”

루시안이 팔찌를 들어 보였다.

“뭐? 벨가님?”

앞에서 활을 겨누던, 엘프가 활을 내리고 일행을 살펴본다.

“환수님?”

구리와 피닉스를 보고는 화들짝 놀란다.

“당장, 마을에 연락을 넣어라! 벨가님의 증표를 가진 인간과 환수님이 방문하셨다고!”

뒤에서 일행을 포위하던 엘프들이 누군가를 째려보고 있다.

“그런데, 저 활잡이는 왜 이렇게 꼴 보기가 싫지?”

발터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잠시 후, 엘프가 나타났다. 기존에 일행들을 감시하던 엘프들이 정중하게 인사를 한다.

“엘란님을 뵙습니다.”

엘프는 가볍게 인사를 받고는 루시안의 일행에게 말을 걸었다.

“엘프가디언 엘란 우드니스입니다. 벨가 님의 증표를 가진 인간분들과 환수님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흠, 한 분이 기분 나쁜 느낌이 들긴 하지만, 벨가 님의 손님으로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엘란이 발터를 기분 나쁘다는 듯이 째려본다. 발터의 얼굴이 표백 처리된 종이처럼 새하얗게 변했다.

그때, 뒤에서 호인족 하나가  뭉치 3개를 끌고 다가온다.

“테우치님, 무슨 일이시죠?”
“엘란님을 뵙습니다. 초입에서 경계를 서던 이들인데, 근무교대를 하던 이들이 이런 상태의 아이들을 발견해서 말입니다.”
“이이이! 너! 가만 안  거야!”

일행이 초입에서 마주했던, 묘인족이 소리를 친다.

“마찰이 있으셨습니까?”

가볍게 고개를 끄덕인 루시안이 테우치를 추궁한다.

“이왕 이렇게 된 김에 하나 물어보겠습니다. 수인족은 벨가님을 모릅니까? 그리고, 모르면 엘프를 불러와야 하지 않습니까? 수인족은 교육이란 걸 하지 않습니까? 기본적으로 너무 예의가 없고 무식한  아닙니까?”

테우치의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오른다. 엘란의 손님으로 보이니 화도  낸다.

“저희 수인족의 간부들은 잘 압니다만, 어린 수인들이라 부족합니다. 죄송합니다.”

엘란이 중재에 나섰다.

“벨가 님의 이름을 댔다면, 바로 통과가 되는 게 맞습니다. 엘프는 그때의 일을 기억하고 전승시켜왔으니 말입니다. 테우치, 아이들의 교육에 신경을 쓰셔야 할  같군요. 큰 실례를 저질렀습니다.”
“죄송합니다. 엘란님”
“정말 한심하네요.”

루시안이 짜증 난다는 듯이 비아냥거렸다.

“죄송합니다. 수인족 아이들 모자라서 그렇습니다. 라블은 정중히 사과하거라! 어서!”

묘인족이 얼굴이 터질 듯 빨개진다.  뭉치의 상태로 사과를 하려니 부끄러워 미쳐버릴 것만 같다. 분노와 수치심이 동시에 밀려든다.

“죄, 죄송합니다.”

루시안의 표정은 싸늘하기만 하다. 공기가 얼어붙는다. 굳어버린 분위기를 엘란이 풀어냈다.

“일단,  안쪽으로 가시죠! 장로님들과 여왕님에게도 전달이 되었을 겁니다. 소식을 듣고 제가 먼저 안내하러 나온 것입니다.”

엘란이 앞장서서 걸었고, 구리와 피닉스가 뒤를 따라 걸었다. 일행도 그 뒤를 따라 숲 안쪽으로 걸어 들어갔다.

뒤에서 테우치가 화를 내며, 수인족 셋을 두들겨 패는 소리가 들려온다.

무수히 뻗은 나무와 길게 자란 길을 따라 걷는다. 풀들이 자연스레 몸을 눕혀 길을 열어준다.

“엘프는 까칠하다고 알려졌는데, 직접 만나보니 다르군요.”

라펠라가 신기한  물어보았다. 엘란은 굉장히 친절해 보였기 때문이다.

“어떤 인간이냐에 따라 다르지 않겠습니까? 벨가 님의 증표를 가진 이들을 함부로 대할 수는 없으니까요. 무엇보다, 환수분들은 선한 인간을 좋아합니다.”

숲은 들어갈수록 풍경이 달라졌다. 음습했던 초입과는 다르게 들어갈수록 밝아졌고, 빛도 많이 들어왔다. 온갖 식물들이 자태를 뽐내고, 맑은 시냇물이 흐르고, 동물들이 이리저리 뛰어노는 낙원 같은 분위기였다.

“형아! 여기 좋아! 기분이 좋아!”
“삐르르르!”
“확실히 마나가 풍부해요. 순도 높은 농밀한 마나에요.”

루나가 덧붙여 말했다.

“거의  도착한 모양이네. 앞에 엘프들이 나와 있어!”

발터가 앞을 보더니 알려온다.

그로부터 조금의 시간이 지난 후, 수염이 길게 난 엘프와 아름다운 자태를 가진 엘프가 나타난다.

“엘프 가디언 엘란! 여왕님을 뵙습니다.”

엘란이 정중히 인사를 한다.

“역시, 예지의 그대들이 맞군요. 인사를 드리지요. 엘프족을 이끄는 엘프 타니엘 엘더라고 합니다. 그리고 뒤에 있는 분은 그 무기를 어찌 들고 계신 것인지! 일단, 그건 제가 잠시 봉인하겠습니다.”

그녀는 발터를 향해 마나를 움직였다. 발터의 단검이 부르르 떨더니 조용해졌다.

”여러분들의 안전을 위한 조치입니다. 벨가님의 증표를 가진 분들이  숲에서 공격받으시면 곤란합니다. 그리고, 그쪽은 한번 본 일이 있군요!“

타니엘이 루시안을 바라보며 웃었다.

“저를 보셨다고요?”
“마녀의 숲에서 금을 먹는 자와 함께 되돌아가시는 걸 보았습니다. 대대로 엘프족을 이끄는 우두머리는 벨가 님에게 100년마다 찾아뵙고 인사를 드리게 되어있습니다. 환수의희생을 기리고, 봉인을 지키는 그분의 노고를 위로하기 위해서 말입니다.”

구리가 자신을 봤다고 하니 갸웃거린다. 엘프 여왕이 그것을 보고 옅게 웃었다.

“벨가님께서 인간들에게 증표를 내어주셨으니, 엘프도 당연히 환대를 해야겠지요. 다만, 그대들의 부탁과 증표는 별개임을 알려드립니다.”
“환영은 하지만, 말은 들어보고 결정하겠다는 거군요!”
“그래요, 강인한 전사의 영혼이여,”

여왕이 라펠라의 질문에 답해준다.

“대표로 나서실 분은 그쪽 분이신가요? 환수의 사랑을 받는 이여?”
여왕의 시선이 루시안에게 닿는다.
“아기아스를 아실 겁니다. 그자의 부활을 꿈꾸는 이들이 나타났습니다. 그들은 환수의 구슬을 찾아 회수하고 있습니다. 여기 있는, 피닉스도 그들 손에서 구해냈습니다.”
“뭐! 아기아스?”
“그게 사실이란 말인가?”

뒤에 있는, 엘프 장로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한다.

“확실히, 좋지 않은 일이군요. 단순히, 저희에게 그 사실을 알리러 오시진 않았을 것 같은데 말입니다.”

루시안이 고개를 끄덕이며, 나침반 하나를 꺼냈다.

“벨가님의 도움으로 길잡이 돌을 구했습니다. 그걸, 기반으로 환수의 구슬을 쫓는 나침반을 만들었습니다.”
“길잡이 돌이라니, 아직 그게 남아 있었군요. 확실히, 이게 있으면 편하겠군요. 감사합니다. 이걸 주시는 이유는, 엘프끼리 조사를 해달라는 거겠지요?”

“어차피, 저희와 함께해달라 요청을 드려도, 싫어하실 테니 말입니다.”

여왕이 살짝 웃으며, 나침반을 받아들였다.

“그러면, 제 부탁을 하나 들어주시겠습니까? 금을 먹는 자와 환수의 사랑을 받는 이, 두 분에게 소개해드리고 싶은 분이 있습니다. 다른 분들도 같이 가셔도 상관없습니다.”

타니엘이 잠시 말을 끊으며, 루시안과 일행을 보았다. 그리고는 정중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시간을 내어주실 수 있겠습니까? 벨가 님의 말씀이기도 하지만, 저의 개인적인 부탁이기도 합니다.”

루시안이 일행을 바라본다. 모두 고개를 끄덕인다.

“알겠습니다. 일행들도 괜찮다고 하는군요”

“감사합니다.”

엘프 여왕이 가볍게 인사하며, 웃어 보인다.

“엘란! 여기까지 이분들을 모시고 온 김에, 그 장소까지 안내해주시겠습니까?”

“그 장소를 말입니까?”

“괜찮으니 안내해 드리세요.”

“알겠습니다. 여왕님.”

“저는 장로분들과 말씀하신  집단들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어봐야겠습니다. 다녀들 오시지요.”

여왕이가벼이 인사를 하고, 장로들과 자리를 떠났다.

“가시지요,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엘란은 거대한 나무 사이로 난 길을 따라 일행을 안내했다.  주위로 보이는 풍경이 상당히 이채롭고 아름다웠다.

“우와~”

구리는 풍경이 마음에 들었는지, 입을 벌리고 한참을 바라본다. 타몬트가 구리를 목말 태워 준다.

“편하게 구경해라 구리야!”

피닉스는 루나의 어깨에 앉았다.

“지금 가는 곳이 어디입니까?”
“가보시면 아시겠지만, 선대 엘프 왕이 계신 곳입니다. 여성 엘프가 무리를 이끄는 경우가 많지만, 종종 남성 엘프가  자리를 이어받는 경우가 있습니다. 지금 만나실 분도 그런 경우입니다. 방금, 만나신 여왕님의 아버님이시기도 합니다.”

엘란을 따라 이동한 곳은 햇빛이 수면에 부딪쳐 반짝거리는 아름다운 호수였다. 수정처럼 맑고 깨끗한 물과,형형색색의 꽃들이 만발한 정원이 호수 주위에 펼쳐져 있었다.

“제가 안내해 드릴 수 있는 곳은 여기까지입니다. 저기, 보이는 호숫가의 나무집으로 가시면 그분을 만나실  있을 겁니다.”

그의 말대로 호숫가에는 커다란 나무가 있었고, 창과 문 같은 게 보였다. 일행은 엘란의 말대로 걸음을 옮겼다.

“이곳에 어떻게 들어온 것이지? 그것도인간들이 말이야!”

하얀 털을 가진 거구의 호인족이 앞을 막아선다. 나이가 꽤 지긋해 보였지만 보이는 근육량이 장난이 아니었다.

“엘프 여왕의 부탁을 받아오게 되었습니다. 이곳에서 만나주었으면 하는 사람이 있다 하였습니다.”

호인족이 일행을 위아래로 훑어본다.

“타니엘이? 흠, 응? 이건 벨가님의 힘인데? 어찌, 인간들에게 벨가님이! 허어! 여긴 환수님 아니신가?”

구리와 피닉스를  호인족이 급히 예를 갖춘다.

“내 생에 또, 다른 환수님을 만나게 될 줄 몰랐군! 소개하지, 나는 나드비온이라 하네. 보아하니, 내가 아니라 테란페,  친구를 만나러  것 같군! 내가 안내해주겠네.”

경계심을 가지던 나드비온이 호탕하게 웃으며, 일행을 안내했다.

“이곳은 대수림의 3대 금지의 한 곳일세! 인간이 발을 들인 것은 처음이라네! 처음!”

무엇이 그리도 기분이 좋은지, 연신 웃으며, 일행을 안내하며 나무집에 다다르자, 누군가를 부른다.

가까이에서 본 나무집의 앞에는 나무 그늘 밑에 낚시터가 있었다. 빈 낚싯대와 받침들이 있었고, 엘프 한 명이 낚싯대를 드리우고 있었다.

“어이! 테렌페! 손님이 왔다네! 타니엘이 보낸 걸 보니, 벨가님이 부탁하신 것 같네!”

건장해 보이는 백발의 엘프가 몸을 일으킨다.

“뭐지? 타니엘이 보냈다고?”

테렌페라 불린 엘프가, 일행을 살펴본다. 그러다가 구리와 피닉스를 보고 놀라고, 루시안이 차고 있는 반지와 팔찌를 보며 놀란다.

“환수님이 여기에? 잠깐, 거기 인간!너,  팔찌와 반지 어디서 난 건가?”

엘프가 놀라서 다가온다. 그리고는, 다짜고짜 루시안의 오른팔을 붙잡고는 팔찌와 반지를 살펴본다.

“저기, 갑자기 이게 무슨!”
“당장 말하게! 이거 어디서 난 것인지!”
“하렌츠님께 받았습니다.”
“뭐? 하렌츠? 설마 같은 이름인가? 아니지! 네놈이 그 이름을 어찌 아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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