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41화 〉40화. 싹트는 음모 (41/95)



〈 41화 〉40화. 싹트는 음모


“화산지대라 매우 덥군! 신의 파편이 머물기엔 아주 좋은 곳이야!”
“보고에 따르면 가장 큰 화산 아래, 불의 거인이 지키고 있다 하였습니다.”
“그렇군! 마탑에서 훔쳐 온 아티팩트가 도움이 되길 바라야지!”
“나침반의 바늘은 저쪽입니다.”

나침반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좁고 더운 동굴을 따라 일행은 앞으로 나아갔다. 길고 좁은 통로 끝, 그 끝에서 거대한 불의 거인이 일행의 전진을 막아 세운다.

“크르르, 나는 불의 수호자다. 이곳은 인간이  곳이 아니다! 돌아가라!”

불의 거인의 뒤로 제단이 보이고, 목표물인 붉은 구슬이 보인다.

“빈손으로 돌아갈 거면 오지도 않았지!”
“크르르! 어리석은 인간 놈들.”

거인의 주먹이 높게 들리더니 그대로 내리친다. 잽싸게 피한, 베카린이 손을 들어 반지를 작동시켰다.

“프로스트 바인딩”

땅에서 얼음의 쇠사슬이 튀어나와 불의 거인의 몸을 휘감는다.

“아이스 프리즌”

다른 반지를 작동시켜 묶인 거인을 거대한 얼음 덩어리로 만들어 버렸다.

“에잇! 반지가 다 금이 가버렸군!”

쓸모를 다한 반지를 그대로 바닥에 버리고는, 빠르게 달렸다. 얼어붙은 거인을 그대로 지나쳐, 불타는 뜨거운 구슬을 특수 주머니에 넣는다. 그리고는 바로 왔던 길로 내달린다.

“모두 밖으로 나가라!”
“크르르, 감히, 불의 구슬을 훔치다니! 인간 놈들 너희를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거인이 발을 구르자, 화염이 일어 베카린 일행의 뒤를 덮친다.

“아악!”

후미의 일행 몇이 그대로 불타 쓰러졌다.

그리고, 잠들어 있던 모든 화산이 깨어나 사방으로 재와 돌과 마그마를 토해낸다. 뜨거운 증기가 화산섬 곳곳에서 솟구쳤다.

베카린 일행의 대다수가 마그마와 뜨겁게 달아오른 돌덩이 맞아 타버려 흔적도 없이 사그라졌다. 겨우겨우 배를 타고 탈출한 그들의 뒤로 마그마가 바다를 타고 흘러 굳어가는 게 보인다.

“크크크, 아기아스님,  하나의 선물을 준비했습니다.”


“키라야 괜찮느냐?”

키라가 고개를 끄덕인다. 몸을 괴롭히던 나무가 완전히 사라진 게 아직도 꿈만 같았다. 키라의 눈에 눈물이 흘러내린다.

“공주님은 기력이 쇠약해지신 거 말고는 문제가 없습니다.”

신관도 마법사들도 그렇게 말했다.

“미겔을 불러오게. 그리고 그 연금술사도, 왕자도”

근위기사단 단장이 명을 수행하러 나갔다. 이안 백작가는 소란스러웠다. 왕국에서 단원을 대동한 근위기사단 단장이 찾아왔기 때문이다.

“루시안이란 자를 데리러 왔다. 국왕 전하의 부름이다.”
“루시안! 드디어 죽는 거야?”
“오빠 진짜 못됐다. 루시안 오빠가 죽길 바라는 거예요?”
“도련님? 친구분들에게 그러시면  된다고 말씀드렸을 텐데요?”
“헉! 샤이나!”

소란한 일행들에게 루시안은 웃으며 말했다.

“살아서 올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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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성 알현실,

“미겔 하폰! 무모한 일을 저질렀더구나?”
“그 일에 대해서는 후회하지 않습니다.”
“재상! 참, 강직한 아이를 두었군.”
“왕자도 루시안이란 네놈도 마음에 들지가 않아!”

국왕이 턱수염을 만지며 고민했다.

“이유가 어찌되었건 간에 결과적으로 자네들의 도움으로 키라가 깨어났으니, 감사를 표해야겠지! 자, 다들 원하는…….”
“전하 급보입니다. 큰일입니다. 전하!”

알현실로, 전령이 급하게 들어온다. 숨이 당장이라도 넘어갈  가빴다.

재상이 나서서 물었다.

“무슨 일인가?”

호흡을 진정시킨 전령이 빠르게 말을 전했다.

“화산섬에서 대폭발이 일어났습니다. 왕성 방향으로 마그마의 강이 생성되면서 길이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불의 거인을 주축으로 한 몬스터 군단이 그 강을 타고 왕성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뭣이라! 당장, 왕국군을 소집하고, 비상령을 내리도록 하여라!”

그렇게 또 한 번 잊혀 버린 루시안, 왕자가 위로하며 일단 돌아가 있으라 했다.

“야! 루시안 살아돌아왔네? 그런데 너 그거 들었어? 몬스터 군단이 쳐들어오고 있다며!”
“예, 안 그래도 포상받으려는데 쳐들어왔다 해서 돌아온 거예요. 왕자님이 다음에 오라더군요.”

루시안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 이번이  번째 퇴짜인 셈이다.

“루시안 오빠, 사태가 어떻게  거예요?”
“제나르 왕국 근처에 있는 화산섬이 터져서 흘러나온 용암이 왕성으로 흘러들어오면서 길이 생기고 있다더라. 그 길로 몬스터 군단이 오고 있고.”

라펠라가 그럼 그렇지 하는 표정이다.

“역시, 그냥 끝날 리가 없지.”
“그러게요.”
“타몬트 형, 이곳도 안전하진 않을 텐데, 가족분들은 대피 안 하시나요?”
“안할 걸? 안개 나비 사육장 때문에, 움직이기도 힘드실 거야. 여기서 나무나 나비가 다 죽어버리면, 다시 엘프한테 달라 해야 하는데 순순히 내줄까? 자작님이 인연이 있다 해도. 글쎄?”
“결국, 여길 지키시겠군요?”
“아무래도?”

라펠라가 상황을 정리했다.

“그럼 돕는 거로 가고, 앞으로의 계획은?”
“항구로 가서, 재료든 물자든 구해와야 할 거 같네요. 빙계 물품이 필요해요.”
“그럼 바로, 항구로 가자! 타몬트도 따라갈 거야? 아니면, 남을 거야?”
“누님, 난 아무래도 여기, 남아야 할 것 같아”
“분위기 잡기는, 알았어! 갔다 올 테니까 잘하고 있어!”
“빨리 돌아와야 해 나 외로워! 누님!”
“으이구,  이 상황에서도 농담이 나오니?”
“오빠, 변태 같아요.”

타몬트를 제외한 일행은 샤이나의 도움으로 마차를 타고 항구에 도착했다.

“여기도, 어수선하네요!”

일행이, 서둘러 라이야 상단 지부로 향하려는데, 검은 로브를 쓴 자들이 앞을 가로막고 쑥덕거렸다.

“베카린님! 신의 나침반이 격한 반응을 합니다. 이자들, 신의 파편을 가지고 있습니다.”
“횡재했군!  죽이고 빼앗는다!”

그들은 구리를 가리키며,

“어이! 거기 눈알 큰 녹색 머리 꼬마! 가지고 있는 신의 파편을 내놓아라! 우리 아기아스 교의 소중한 신물이다!”
“응?”
“뭐? 아기아스?”
“그, 아기아스면 환수 그 새끼 아닌가요?”
“네놈들이 감히! 아기아스님을 모욕하다니! 파편만 내놓으면, 편히 죽여주려 했으나, 신을 모욕한 대가로 갈기갈기 찢어주겠다.”

루나는 이 상황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루나야! 나중에 설명해줄게, 일단은 쟤들은 적이야!”
“알겠어요. 일단 다 처리하면된다는 거죠?”

아기아스 교는 각자 무기를 꺼내 들고 루시안 일행을 노려봤다.

“저 녹색 꼬마부터 처리해! 신의 파편 회수가 우선이다.”

무기에서 푸른 빛이 맺힌다. 적어도 익스퍼트라는 이야기다.

“죽여라! 위대한 아기아스 님을 찬양하고 받들어라! 컥!”

달려오던 이의 머리가 그대로 터져나간다.

“활의 위력이 너무 세졌나?”
“이익! 위대한 아기아스 님의 힘을 누르다니! 파편을 가진 이들이 틀림없구나!”

이들은 곧, 루나의 마법에 빠르게 정리되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교단의 검을 더 데려올 것을! 큼큼, 나는 베카린이다. 아기아스 님을 받드는 5사도다. 우리의 대업을 방해하는 네놈들의 정체는 무엇이냐!”
“그건 알 거 없고, 교단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주어야 겠어! 파편이라는 것도!”
“훗, 사도가 입이 가벼울 거라, 생각하나? 네놈들은 어차피 여기서 사라질 것이다.”

베카린의 몸이 부풀며, 근육이 튀어나온다. 손에 너클을 낀 채로 몇 번 맞부딪친 후 씨익 웃는다. 그리고는 바로 구리를향해 덤벼든다. 구리가 주먹에 힘을 모아 그대로 맞부딪힌다. 베카린의 몸이 뒤로 팅겨 나가 떨어진다.

“이런, 꼬맹이 녀석이 제법이군! 으윽!”

말하는 그의 볼을 화살이 스치고 지나간다.

“말하는데 공격하는 건 예의에 어긋난다!”
“넌 입으로 싸우냐?”

어느새, 바닥이 빙판이 되어있었다. 중심을 잃고 바둥거리는 베카린의 얼굴로 방패가 날아든다. 겨우, 방패를 피하니 단검이 어깨를 스치고 지나간다. 스친 상처로 독이 퍼진다.

“이런 망할! 컥!”

복부로 얼음 덩어리가 날아든다. 가까스로 막아 내자 이젠, 허벅지에 총탄이 박혀 든다. 일방적으로 털리자, 얼굴이 벌게져서 부들거린다.

“이것들이 감히! 아기아스 교의 진정한 힘을 보여주겠다. 신이시어 제게 힘을 주소서!”

베카린이 화산지대에서 가져온 구슬을 명치에 가져다 대며, 자신의 모든 마나를 구슬에 밀어 넣어 폭주시켰다. 구슬에서 불꽃이 솟아오르며 베카린의 몸을 집어삼켰다. 이내 거대한 불덩이로 변했다. 불덩이가 점차, 미노타우로스의 형체를 갖추었다.

“크허허엉!”

거대한 불 도끼가 일행들의 사이로 떨어진다. 루나가 큼지막한 얼음 덩어리를 연달아 쏘아냈다.  도끼에 맞은 얼음 덩어리가 수증기를 내뿜으며 터져나갔다. 화살은 그대로 불길을 통과해버리고, 칼도 무용지물이었다.

“루나 모두의 무기에 빙계 속성 인챈트 마법을 걸어!”
“네!”

루시안은 땅에 박힌 얼음 덩어리  날카로운 조각 하나를 들었다. 그대로 뒤로 접근해 그걸 아킬레스건에 박아 넣었다.

“크아아아!”

그 사이에 얼음 속성이 깃든 화살이 그대로 어깨와 팔다리를 꿰뚫고 지나간다. 루나가 얼음 덩어리를 재차 쏟아내자, 라펠라가 얼음 덩어리를 징검다리처럼 밟고 올라가 그대로 검으로 머리를 공격한다.

길게  상처 자국에 수증기가 피어오른다.

베카린의 뒤에 있던 루시안은 루나의 빙계 인챈트에, 마나를 더 불어 넣어 냉기를 강화한 탄을 만들었다. 그리고는, 다리 사이에 자리를 잡고, 고간을 향해 쏴버렸다.

“꾸오오!”

일격이 제대로 관통하고 지나가 버리자, 무기를 떨어뜨리며 가운데를 잡고 무릎을 꿇는다.

“잔인한 새끼!”
“루시안 이번 건 좀!”
“오빠, 이건 좀….”

충격이 컸는지, 눈에 눈물이 맺혀있다.

“뭐해! 안 패고?”

구리가 입으로 커다란 공기 방울을 뱉어냈다.

“루나 누나! 안에 물 채워주세요!”

루나가 워터 마법으로 물을 채워 넣었다. 구리는 팔을 개구리로 부분 변화시킨 후 만들어진 물풍선을 손으로 공중으로 던진 후 베카린을 향해 스파이크를 날렸다.

물풍선이 그대로 베카린에게 맞아 터진다. 강력한 충격에 온몸이 물에 적셔져 수증기가 피어오른다. 충격으로 잠시 정신을 잃고 뒤로 한참을 굴러갔다.

루시안은 베카린을 향해 총을 갈기면서 달려들었다. 물이 끼얹어져 불길이 가라앉은 몸뚱이에 빙계 인챈트 탄이 날아들어 무참히 박혀 든다.

간신히, 몸을 일으킨 베카린이 고개를 숙이고 헐떡이고 있자, 달려오던  힘으로 마나를 두른 발로 턱을 걷어차 올려버리고 떠오른 몸을 총으로 내려찍어 바닥에 메다꽂아버렸다.

“컥!”

루시안은 마나를 일으켜 냉기로 변환시킨 후 오른손과 왼발에 둘렀다. 왼발로 목을 밟고는, 오른손으로 베카린의 가슴에 달라붙은 구슬을 잡아 뜯어버렸다.

“크허억!”

구슬이 강제로 떨어져 나가자 그나마 있던 불길이 완전히 사그라들고, 인간의 몸으로 되돌아온다. 뜯어낸 구슬을 바로 구리한테 던져주고는 총구를 이마에 댄다.

“아기아스 교는 무슨 종교고, 신의 파편은 무엇이지? 너희들의 목적은?”
“큭, 내가 쉽게 말해 줄 것 같은가?”

베카린의 손 하나에 총을 발사한다. 손이 그대로 터져 나간다.

“끄아아아!”
“말해!”
“위대한 아기아스 님의 부활을 위해! 나 하나의 목숨은 아깝지 않다!”

이번엔, 왼쪽 종아리에 탄환이 박혀 들어 다리가 터졌다.

“크크크크! 내 입이 열릴 거로 생각하는가?”

루시안이 비트리올 포션을 꺼내려는데, 누군가가 나타났다.

“그만, 거기까지! 막내가 엉망진창이군! 이런 망신이 있나!”

갑자기 나타난, 올백 머리의 느끼한 실눈 사내가 싸움을 막아 세웠다.

“당신은 뭐지?”
“흐음?”

사내가 손을  휘두르자, 루시안이 무언가에 맞은 듯 멀리 튕겨 나가며 바닥을 구른다.

“컥!”

깜짝 놀란 구리와 루나가 서둘러 달려가고, 발터는 그 자리에서 서서 활을 들고 경계를 했다. 라펠라도 방패와 검을 들고 태세를 갖추었다.

“5사도, 내가 수련을 게을리하지 말라 하지 않았나? 꼴이 그게 뭐지? 그리고, 거기 죽고 싶다면 더 다가와라!”

사내가 손짓을 하자, 라펠라의 앞으로 거대한바람이 지나가면서 땅이 깊게 패인다.

“다음엔, 경고로 끝나지 않아!”

사내는 느긋하게 베카린을 들쳐 업고는, 그대로 사라져버렸다.

“괜찮아, 루시안?”
“네! 괜찮아요! 구리야 구슬은?”
“잘 챙겼어!”
“다들 다치신 데 없으시죠?”
“그 느끼하게 생긴 이상한 사람이 문제였지. 정보는 다 얻어낸 거야?”
“대충은요. 일단, 어디 가서 좀 쉬죠. 힘드네요.”

그때, 발터가 루시안에게 수상해 보이는 나침반을 내민다.

“그자들이 떨어뜨린 거야!”

그 이상한 나침반의 바늘은 부르르 떨며, 구리를 똑바로 가리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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