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0화 〉39화. 욕심 많은 공주
돌아가는 마차 안, 구리가 흥분하며 말을 했다.
“형아! 저거 환수의 힘이야!”
“뭐?”
“환수의 힘을 탐하다가,먹혀버린 거야!”
“참나, 탐낼 게 따로 있지 쯧쯧. 그런데, 구리 네가 흡수해버리면 안 되는 거야?”
“내가 흡수를 하면, 공주의 생명력까지 휘말릴 가능성이 있어. 형아가, 분리를 시켜줘야 해!”
“쉬운 게 없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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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시안은 왕궁에서 있었던 일에 대해 알렸다.다들, 한숨을 내쉰다.
“에휴, 루시안은 왜 항상 이런 의뢰를 받아오는 거니?”
“루시안이니까요.”
“이런 거였군요. 이제야 언니 오빠들의 심정이 이해가 가요.”
“다들, 그렇게 말하면, 제가 무슨 극악무도한 범죄자 같잖아요?”
“우리한테는 그래. 그래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거래?”
루시안은 미겔이 알려준, 자세한 전후 사정을 전했다.
키라 제나르, 공주의 이름이다. 마법에 관심이 많아, 어렸을 때부터 마법교육을 받아 왔다. 성정이 급하고, 욕심이 많아 문제를 일으키던 왕실의 사고뭉치였다. 그날도 그랬던 날 중 하나였다.
공주는 마법 재료와 시약을 구매하기 위해 상인을 왕실로 불러들였다. 그리고, 상인의 딸이 차고 있던, 연둣빛 구슬 반지에 시선을 빼앗겨 버렸다.
상인은 딸에게 왕성을 구경시켜줄 겸 차후, 상단을 이을 후계자로서 공주를 소개해주고자 같이 들어온 참이었다.
“아주, 예쁜 반지를 하고 있구나! 내가 살펴볼 테니, 이리 내놓아라.”
“예?”
“반지를 내놓아보래도!”
당황한 상인의 딸이 반지를 빼 공주에게 주었다. 공주는 반지를 바로 자신의 손에 끼고는 마음에 든다는 듯이 말했다.
“역시, 이 반지는 나에게 잘 어울리는구나. 천한 이들에겐 과분해!”
그렇게, 반지를 뺏겼다. 상인은 아무 말도 못 한 채, 그대로 돌아왔고 딸은 울고불고 난리였다. 알고 보니, 그 반지는 약혼자의 증표였다.
“이야! XX이네, 완전, 상인의 저주잖아?”
“타몬트 형의 말대로 그런 소문이 퍼졌었다고 해요.”
“얄밉네요. 권력을 악용해 다른 사람의 소중한 것을 빼앗다니.”
“그래서 어떻게 되었는데 루시안?”
“그 반지가 글쎄….”
여느 때와 다름없이 마법 수련을 하던 공주는 예전보다 마나의 수발이 자유로워지고, 마법의 위력이 강화된 것을 느꼈다.
“어! 갑자기 왜 이러지? 뭐가 달라진 거지?”
반지를 의심한 공주는 실험을 해보았다. 반지의 착용 여부에 따른 마법을 비교해본 것이다.
“역시, 반지 때문이었어! 이 반지만 있으면, 난 대마법사가 될 수 있어!”
반지의 힘에 취해, 더욱더 반지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반지를누군가 만지는 것조차 허락하지 않았고, 이걸, 손댄 하인의 목을 잘라버리기도 했다.
끝없이 욕심을 내던 공주는 끝내, 반지의 모든 힘을 자신이 흡수해버리고자 했다. 그리고, 그 결과는 반지의 폭주였다.
“이거 뭐야! 뭐야, 이게! 아악!”
반지의 보석에서 여러 개의 줄기가 튀어나오더니, 순식간에 공주의 몸을 휘감아 버렸다. 공주의 몸에 뿌리가 박혀 들었고, 점차 몸이 나무의 줄기에 파묻혀 들어갔다.
“반지를 빼거나, 깨버리면 되잖아!”
“깨려고 하면 나무줄기가 막아 세웠대요. 게다가, 나무를 다치게 하면 공주가 고통을 받아서 할 수가 없었대요.”
“형아! 이미, 환수의 기운이 잠식해 들어가 나무와 동화되어버린 거야. 얼마 되지 않아, 의식을 빼앗기고 완전히 나무로 변해버릴 거야!”
“구리야! 어떻게 그런 걸 다 알아?”
“몰라! 그냥 막 떠올랐어!”
“저번에 성장하면서, 아는 게 많아진 건가?”
“그래서, 어쩔 계획인데?”
“뿌리를 뽑아버리면 되지 않을까 싶어요. 식물을 갉아 먹는 곤충 몬스터나, 식물의 병 같은 것들을 이용해볼까 생각 중이에요.”
“루디와 세레나의 도움이 필요하겠네. 걔들이 곤충과 식물에 대해선 전문가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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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의 뿌리를 말려 죽이는 게 있어?”
“가끔, 정원의 틈새로 들어오는 콘 비틀이 있긴 해. 식물의 수액을 먹고 사는데, 그렇게위험하진 않아.”
“엘가 나무라면, 마나가 없으면 시들어 죽으니까, 그게 가장 골치 아프지.”
“야! 그게 아니라, 위험한 거, 이거 발생하면 끝장나는 그런 거!”
“음, 그런 거라면 하나 있긴 하네. 뿌리에 붙어사는 루트서커!”
“으윽, 그거 진짜 싫은데!”
“루트서커? 그거 어디 가면 볼 수 있냐?”
“내가, 따로 키우고 있긴 해. 이걸 활용할 방법이 있을까 해서.”
타몬트는루디가 준, 루트서커를 루시안에게건넸다.
“진짜 작네요. 침도 날카롭고.”
“루디가 취급에 주의해달라 했어. 탈출하면 큰일 난다고.”
“그런 일은 없을 거예요. 구리야 시작하자!”
“응!”
♣ 루트서커의 에센스
-뿌리를 파멸시키는 자 루트서커의 정수.
-나무의 수액을 흡수하는 힘이 있다.
“맞다, 형, 주변에 공방으로 쓸만한 곳이 있을까요?”
“샤이나에게 말해볼게.”
타몬트가 샤이나를 찾으러 나섰다.
“의뢰가 싱겁게 끝나겠는걸?”
“그러게요.”
“쉽게 끝나면, 좋은 거 아닌가요?”
“그렇긴 한데, 무언가 아쉽달까.”
일행은 무언가 기대하는 게 있는 듯했다.
“에휴.”
루시안은 한숨을 푹 내쉴 뿐이었다.
잠시후, 타몬트와 샤이나가 방문을 열고 들어온다. 샤이나가 영지 내에 빈 건물 하나를 알려주며, 사용하라고 했다. 그 건물은, 말 그대로 텅 비어있었다. 먼지도 없었다.
“아무것도 없는데?”
“연금 도구를 아공간에 넣어놨거든요.”
곧, 휑하던 방안은, 그럴듯한 공방이 되었다. 루시안은 곧장, 루트이터의 정수를 비롯한 연금 시약을 준비해나갔다.
“루시안 오빠, 안개 나비의 인편을 써보는 건 어떨까요?”
“응? 인편을?”
“공주가 마법사라고 했잖아요. 반지를 폭주시켰다면, 마나의 힘이 간섭해 있을 거예요.”
“안개 나비 인편은 복잡한 마나의 배열을 풀어내는데, 그 효과가 있는 거니까. 통할 수도 있다는 거지?”
“네!”
“그럼, 그것도 추가해야겠네!”
루나가 덧붙여, 진중한 말투로 말을 꺼내었다.
“그리고, 그 인편이요. 저희만 알았으면 좋겠어요. 마법사들을 무용지물로 만들 수단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마법사들의 마나 배열을 흩뜨려버린다면 디스펠의 효과가 있을 거예요.”
“루나가 걱정이 많이 되나 보네?”
“안개 나비가 전쟁의 도구로 쓰일까 봐 걱정돼요.”
“그런데, 우리만 만들어서 쓰는 건 어때? 마법사대응할 때 그만한 게 없을 거 같은데.”
타몬트가 다른 의견을 내세웠다.
“일단은, 의뢰부터 마무리하고 이야기를 해보죠.”
루시안은 안개 나비 인편을 직접 사용하는 대신, 일전의 봉인해제 시약을 사용하기로 했다.
“일단, 루트이터의 에센스 다량을 연금강화제와 섞은 후, 봉인해제 시약을 소량 넣어서 증류를 해보자. 여기에 몇 가지, 시약을 추가하고….”
증류된 기체가 증류관을 통해 냉각되며, 약간의 노란 빛이 감도는 시약이 떨어져 내린다.
“후, 완성이네요.”
“효과가 있을까? 이건 실험해볼 수도 없잖아?”
“실패하면 포기하고, 다른 수를 찾아봐야겠죠.”
“루시안, 오늘, 네 모습이 마지막이겠구나? 유언장으로 형한테 공방 넘긴다고 적어주지 않겠니?”
“제가 돌아오면, 형이 그동안 받아가셨던 약들, 연체료까지 더해 청구해드리겠습니다.”
루시안은 포션을 챙겨 들고 공방을 나섰다. 타몬트는황급히 루시안을 따라잡으러 나섰고, 말이다.
“타몬트 오빠는 평상시에는 정말 철이 없어 보이네요.”
“그게 타몬트야.”
“맞아요. 그게 타몬트 형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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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나르의 알현실, 왕이 자리에 앉아 루시안을 미심쩍다는 듯이 바라보고 있었다. 옆에는 왕비까지 앉아있었다.
“자네가 공주를 치료할 약을 만들어왔다는 연금술사인가?”
루시안은 미겔에게 ‘가장, 가능성이 있는 약을 구해왔다’ 말했다.
그 소식에 루시안은 알현실로 불려갔고, 왕, 왕비, 왕자 그리고 신관에 마법사까지 다 몰려들어 현재의 이 상황이 되었다.
“솔직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가장, 가능성이 있는 약입니다. 어떤 부작용이 있을지, 약효가 잘 나타날지는 사용해봐야 확인 가능합니다.”
“뭐? 지금 자네의 말은 공주를 실험체로 쓰겠다는 건가? 지금!”
국왕이 화가 났는지 말투가 험악하다.
“이러한 증상은 처음 보는 것이기에, 약효를 확인할 방법이 없습니다. 약을 쓰지 않으신다면, 저는 돌아가 보겠습니다.”
“이자가 정말!”
왕비가 왕을 진정시킨다. 왕자도 거들었다.
“아버지, 진정하십시오. 지금은 저것이 유일한 약입니다. 이 일도, 키라의 욕심으로 인해 벌어진 일입니다. 그 아이가 감당해야 할 일이라 생각합니다.”
“너는 오빠가 되어서 걱정이 되지도 않더냐! 이런저런 사고를 치긴 했어도 나의 딸이고, 너의 여동생이다!”
“이자도, 이자 나름대로 찾아낸 방법 일터인데, 아버지께서 이리 화를 내시면 되겠습니까?”
“신관들과 마법사는 방법을 아직도 못 찾은 것인가? 그들 때문에, 공주를 실험체로 써야 한다니! 이게 무슨 꼴이란 말인가!”
조용히 찌그려있던 신관과 마법사가 더욱 몸을 움츠린다. 그들의 마음은 같았다. 연금술사가 실패해, 이번 일 자체가 불가했음을 밝히는 것이다.
국왕이 골치가 아프다는 듯이, 손을 휘휘 젓는다. 그렇게 그들은 알현실에서 쫓겨났다.
“그럼, 저는 돌아가 보겠습니다.”
루시안은 같이 쫓겨난 왕자에게 말하고는 몸을 돌렸다.
“잠시만요, 루시안님, 그 포션을 잠시 보여 주실 수 있겠습니까?”
미겔이 다급히, 루시안을 막아 세웠다. 그리고, 갑자기 포션을 보여달라 요청했다.
“예?그걸 왜?”
“잠시면, 됩니다. 잠시면!”
루시안이 의아하다는 표정으로, 포션을 품에서 꺼냈다. 그러자, 미겔이 그걸 순식간에 낚아채고는, 공주의 방을 향해 전속력으로 달려나갔다.
같이 있던 신관과 마법사도, 왕자도 그리고 당사자인 루시안도 순간, 당황해 사고가 정지해버렸다.
“......”
“미이이게에엘!”
왕자가 미겔을 부르며, 다급히 뒤를 따라간다. 루시안도 일단 같이 따라갔다.문은 이미 굳게, 잠긴 채였다. 게다가 왕족을 보호하기 위한 보호 마법까지 발동되어 있었다. 밖에서 기다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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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라 공주님, 이 약이면, 이 저주 같은 나무를 없앨 수 있습니다.”
미겔은 포션의 마갤 열고, 공주의 몸 여기저기에 나누어서 뿌렸다. 가장 미운 반지에도 뿌려줬다.
노란빛의 액체들이 살아 움직이듯이, 뿌리에 붙어 수액을 게걸스럽게 먹어치우기 시작했다. 나무가 괴롭다는 듯이 몸을 뒤튼다. 공주의 몸에 있던 나무들이 점차 말라비틀어지기 시작한다.
“으….”
공주의 얼굴이 고통으로 일그러져 간다. 목소릴 낼 힘도 없어 비명을 내지르지도 못한다.
반지와 연결된 마나의 가닥이 끊어졌다. 육체에 박혀둔 뿌리도 점차, 힘을 잃고 바스러진다. 반지를 보호하던 나무줄기가 시들어 온전히 반지의 모습이 드러난다. 미겔이 바로 반지를 빼서, 뒤로 던져 버렸다.
그때, 보호 마법이 터져나가며 방문이 박살이 난다. 왕이 문을 무식하게 박살 내고 쳐들어왔다.
“이게 무슨 짓이냐! 키라! 괜찮으냐! 키라!”
왕자와 왕비가 왕의 뒤를 따라 들어간다. 루시안이 뒤따라가다가 방구석 한쪽에 던져진 반지를 주워 품에 챙겼다.
분노한 국왕의 눈에 나무로부터 해방된 공주의 모습이 들어온다. 미겔이 공주를 품에 안고 있었다.
“키라!”
국왕이 빠르게 달려가, 미겔을 뒤로 잡아 던져 버리고, 키라를 안아 든다. 미겔이 붕 떠서 벽에 크게 부딪힌다.
“밖에 누구 있느냐? 당장, 시종과 신관 마법사를 불러들여라”
루시안은 왕성을 빠져나가야겠다고 생각하고는 몸을 돌렸다. 슬쩍 미겔을 보니, 그의 시선은 여전히 공주를 향해있었다.
루시안이 막 발걸음을 떼자, 뒤에서 왕자가 막아 세운다.
“루시안! 잠시, 저에게 시간을 내어주시겠습니까?”
그는 미겔을 부축하고 있었다. 루시안이 미겔의 부축을 도왔다.그들은 그렇게 왕자의 서재로 향했다. 시종을 시켜 차를 내어오게 한 왕자는 자리에 앉아, 자신을 정식으로 소개했다.
“경황이 없어, 제 소개도 못 했습니다. 데온 제나르라고 합니다. 못난 여동생의 오빠입니다. 아버지가 여동생 일이라 그런 것이니 이해 바랍니다.”
“괜찮습니다. 가족의 일이니까요. 그나저나, 가장 걱정되는 건 저분입니다만.”
루시안의 시선이 미겔에게 가 있었다. 멍한 표정으로 울면서 ‘감사합니다만’ 반복하고 있었다.
“키라를 마음에 두고 있는 건 알았지만, 저렇게 무모하게 나설 줄은 몰랐습니다. 재상이 알면 큰일이 날것인데.”
“예?”
“저 친구, 재상의 아들입니다.”
“....”
그때, 서재에 손님이 왔다.
“왕자님! 칼번입니다. 여기에 계십니까?”
“들어오세요”
고집스러워 보이는 중년의 사내가 성큼성큼 들어온다.
“실례하겠습니다. 왕자님!”
사내가 인사를 하고는 미겔을 꾸짖는다.
“미겔! 그리도 조심하라 했거늘, 이게 대체 무슨 소란이냐!”
그대로 정신이 반쯤 나가 있는 미겔을 질질 끌고 나가버린다.
“방금, 그 사람은 재상인 칼번 하폰입니다. 일이 잘 해결되었으니 다행이지, 하마터면 대사건이 될 뻔했습니다.”
“저도 지금, 정신이 하나도 없습니다. 일단, 저는 돌아가도 되겠습니까?”
왕자가 품에서, 가죽 주머니 하나를 꺼낸다.
“이건 제 개인적인 보상입니다. 추후, 소란이 멎으면 공식적인 보상이 따를것입니다.”
“감사합니다. 그럼 저는 이만.”
루시안이 왕성을 떠날 때도 워낙에 소란스러워 루시안에 대해 아무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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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행에게 왕실에서 일어난대사건을 풀어 놓았다.
“뭐? 그 미겔이? 와!”
“의뢰를 마치고, 이렇게 돌아온 것도 처음 아니야?”
“형아! 나 그거줘!”
숙소에서 얌전히, 기다리던 구리가 반지를 달라고 채근했다.
“여기!”
구리는 반지의 녹색 구슬에 손가락을 얹고는 힘을 흡수했다.구슬은 바스러져 사라져버렸다.
“이젠 찾을수도 없게 되었네?”
“저도 모른다고 할 겁니다.”
“구리야! 뭐 좀 달라진 거 같아?”
“약간!”
구리의 얼굴선이 더 또렷해지고 피부에 광택이 흐른다. 귀태가 흐른다.
“다음엔 구리 말고 내가 흡수하면 안 될까?나도 잘생겨지고 싶다아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