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38화 〉37화. 돌아온 방랑자 (38/95)



〈 38화 〉37화. 돌아온 방랑자


각자 재료를 찾아온, 일행에게 테로키나움 주괴를 섞어 무기를 만들고 인챈트를 해주었다. 루나에겐 마나 회복과 증폭 효과가 있는 반지를 추가로 만들어 주었다.

“오! 나의 마리나!  아름다운 자태 크고 묵직한  느낌!”

대검을 부둥켜안고 눈물을 글썽이는 타몬트를 보며, 다들 한마디씩 했다.

“이름이 또 바뀌었어!”
“기본적으로 테로키나움의 마나 오러 증폭률이 들어가요. 오러나 마나를 머금을수록 더욱 단단해지고요. 인챈트 마법도 손을 봐두었습니다.”
“제나르 가는데, 이렇게 준비할 필요가 있어?”

타몬트가 의아하다는 듯이 물었다,

“네? 그냥 준비한 건데요?”
“아니야, 루시안 타몬트의 말이 맞아! 이건 무언가 우리에게 닥칠 경고 같은 거지!”

발터는 라펠라의 예언이 틀린 적이 없어 불안해졌다.

“루나야! 네 생각은 어때?”
”제가 아직 경험을 해보지 못해서 잘 모르겠어요….“
“루나야, 말간테에서 그 고생을 하고도  느꼈단 말이야?”
“아!”

루나의 탄식은 많은 걸 담고 있었다.

“약속은 약속이니까요. 제나르로  거예요.”
“집으로 돌아가는 게 왜 이리 불안하냐!”
“에이, 루시안 핑계 대지 말고, 가출해서잖아요!”
“발터! 오늘, 새로운 대검을 사용해보자. 이리와!”

공방을 뛰쳐나간 둘에 대한 신경을 끄고, 라펠라가 물어왔다.

“언제, 갈 건데?”
“일주일 정도 뒤에요. 수도 소피아를 거쳐서, 쥬나 항구로 이동해요. 그 다음에, 배를 타고 제나르 왕국의 몬테 항구로 갈 계획이에요.”
“제국을 통해서 가도 되잖아!”
“형 가문이 수도 인근에 있대요. 몬테 항구가 수도에서 가깝거든요!”
“언니가 바다가 지겨워서 그래요.”
“누나는 바다를 얼마나 봤다고…. 아!”
“루시안 형아! 우리 배 타고 많이 돌아다녔어! 바닷속도 들어갔고.”
“이미 경로를 짜두어서 말이에요. 낚싯대도 사두었는데!”

라펠라의 표정이 썩 좋지 않다.

그날 저녁, 구리를 재우고 난 루시안은 새로운 무기를 하나 만들었다.

“좋은 재료가 들어왔는데, 나도 무기 하나를 만들어놔야겠지!”

아공간이 생기고 난 이후로 보급 문제가 해결되었다. 늘, 넉넉한 탄창과 재료들, 다시금 하렌츠에게 감사를 표하는 루시안이었다.

“상단에서 가져온 금속이, 내가 원하는 무기에  맞아서 다행이야. 이런, 금속이 있을 줄이야!”

 실렌티움
은색의 가벼운 금색
유적지에서 가끔 발견되는 희귀한 금속
- 주변의 소리를 흡수하는 성질이 있다.

라이야 상단에서 일행을 통해 보내온 금속이었다. 성의 표시를 한다고 보내온 선물이었다.

“시작해 볼까?”

얼마의 시간이 지나 연성진의 빛이 줄어든다. 거대한 스나이퍼 라이플이 모습을 드러낸다.

“저격용으론 안성맞춤이지. 탄환도 특별히 만들었고.”

그렇게 모두의 정비가 끝났다.

다음날, 루나가 몰래 찾아왔다.

“오빠, 그 라펠라 언니 말이에요. 뱃멀미가 있어서, 지겹다고 핑계를 대신 거예요. 약을 하나 만들어 주시면  될까요?”
“아! 그럼, 루나야 네가 좀 도와줄래? 재료를….”

출발일까지, 루시안은 열심히 재고를 쌓아뒀다. 매번, 공방을 비우기 미안했던 탓이다. 마리엔의 구박도 무서웠고 말이다.

“예전 같으면 노는   좋을 텐데, 주변에 맞춰 변해가는 건가?”

출발 당일, 여느 때와 다름없이, 마리엔과 헥터에게 공방을 맡겨두고, 일행은 타몬트의 집이 있는 제나르로 향했다.

마리엔은 무언의 눈빛으로 선물을 기대한다는 티를 냈다.  표정을 배신했다간 무슨 잔소리를 들을지 루시안은 골치가 아파졌다.

라펠라는 여전히 표정이 좋지가 않다. 루시안은 라펠라를 슬쩍, 따로 불러냈다.

“누나! 이거 받아요!”

작은 병에 든 보랏빛 액체가 출렁인다.

“이게 뭔데?”
“뱃멀미약이에요!”

루시안이 작은 목소리로라펠라에게만 들리도록 속삭이듯 대답해주었다. 라펠라의 표정이 한결 밝아진다.

“고마워!”

루나가 미리 언질을 주어서 다행이었다.

‘뱃멀미로 힘들면 힘들다고 말하시지. 동생들 앞이라고 강한 척하지 않아도 되는데.’

다시, 찾은 수도는 별 감흥이 없었다. 인색하고 차가웠던 왕비가 생각나서일까? 일행들의 표정도 그리 좋지는 않았다. 구리와 루나만이 소리를 치며 좋아했을 뿐이다.

둘을 위해 약간의 관광을 하고, 맛있는 음식을 먹은후 하루를 숙박했다. 그리고 다음 날, 이동 마법진을 타고 쥬나 항구로 향했다.

“소피아르 왕국은 이동 마법진이 있어 정말 편한  같아요!”
“수도로 왔다가 다시 타야 하고, 주요 도시 위주로만 되어있다는 단점 빼고는 뭐!”

타몬트가 루나의 감상에 초를 쳤다.

“추가로 비싸잖아요!”

발터도 말을 얹었다.

“루시안은 그런 거 신경 안 써!”

상황을 정리한 건 라펠라였다.

“역시, 루시안 오빠!”
“우리 형아가 최고!”

무안해진 루시안은 딴소리하며, 상황을 벗어나려 애썼다.

도착한, 쥬나 항구는 지금까지  항구 중 가장 생동감 넘치는 곳이었다.

오크의 침입에 대비해 성벽을 쌓고, 군이 주둔하던 네칸 항구나, 나가의 침입으로 선착장도 큰 성문으로 돼 있던 마덴 항과는 다르게 여유가 넘치고, 생기가 넘쳐 흘렀다.

“와, 바다 예쁘다. 구리야! 저기 봐라! 바닷새다!”

하지만, 발터의 말에 대답하는 사람이 없었다. 옆에 있어야 할 구리가 보이지 않자 당황했다. 구리는 발터의 뒤에 나타났다.

“횽아! 나차자서?”

구리가 입안에 말린 생선 양념구이를 우물우물 씹으며 나타났다.

“말도 없이 움직이면, 어떻게 하냐!”

무안해서 주변을 둘러보니, 모두 같은  들고 있었다. 발터가 바다를 구경하는 사이 모두 노점에서 음식을 샀던 것이다.

“와! 나만 빼고!”

루시안이 발터 몫으로 사둔 구이를 내밀었다.

“가자고 해도, 바다만 바라보길래 생각 없는 줄 알았지!”

발터가 구이를 들고 한입 물더니,입에 맞는지 표정이 확 밝아진다.

“몇 번을 봤던 바다인데,그렇게 좋냐?”
“매일 바라보는 게 숲이라 그런지, 바다는 봐도 봐도 좋더라!”

루시안은 일행들에게 숙소를 잡고, 쉬고 있으라고 했다. 그리고 나서, 라이야 상단의 쥬나 항구 지부를 찾았다.

“안녕하십니까. 루시안 님, 상단주님으로부터 각별히 신경을 쓰라 들었습니다. 라이야 상단 쥬나 항구 지부장 모르가입니다.”

발테리안 마을의 알텐에게 배를 알아봐달라 했더니, 그게 상단주까지 올라갔었던 모양이다.

“시간에 딱 맞게 오셨습니다. 출발은 내일 점심때고, 약 2주 정도 걸릴 예정입니다.”

모르가로부터 승선확인증을 받아든 루시안은 숙소로 돌아가 일정을 알렸다.

“그럼, 그동안은 자유?”
“그렇죠, 내일, 출발 시간에만 늦지 않으시면 돼요. 늦으시면 버리고  테니 알아서 하시길 바랍니다.”

이제는 친자매가 되어버린, 라펠라와 루나는 옷 가게에 간다고 했고, 발터는 구리와 시장을 가겠다 했다. 타몬트는 언제나 그렇듯 주점이었다.

“야! 너희들이 몰라서 그렇지, 각 도시나 마을마다 술맛이 달라요!”

루시안은 이곳의 연금술 재료나 책등을 둘러보러 나섰다.

“이거랑 이거는 내가 생각해둔 포션에 써먹을 수 있겠네. 구하기도 어렵지 않다고 하니까”

다음 날 오후, 배는 일정대로 출발했다. 술에반쯤 찌들은타몬트는 짐처럼 들려 배에 실렸다.

“낚시하실 분은, 제가 낚싯대랑 미끼도 준비해 놨으니 말하세요.”
“형아! 도와줘! 무거워!”

호기롭게 낚싯대를 가져간 구리가 무언가를 잡은 듯했다. 구경하던 라펠라가 구리가 바다로 끌려가자, 놀라서 낚싯대를 거들었다.

“뭔! 생선이 구리만 하냐!”

낚아 올린 생선은 거대했다. 라펠라도 힘들어, 발터까지 가세했던 생선은 튜론이었다. 쥬나 항의 사람들이 좋아하는 횟감이란다. 이날, 구리가 낚아 올린 튜론은 총 3마리로 전부 구리만 한 크기였다.

그날 저녁은 튜론 요리가 되었다. 배의 모든 이가 먹을 양이었다.

저녁 식사 후, 바다를 보던 라펠라에게 루시안이 물었다.

“뱃멀미는 어때요?”
“약 효과가 좋은 거 같아. 멀쩡해!”
“누나,  말이 있는데, 힘들다면 힘들다고 하셔도 돼요. 다 같이 의지하는 거 아니겠어요?”

라펠라가 웃으며, 루시안의 목에 초크를 걸었다.

“이야! 루시안 한 살 더 먹었다고, 누나 걱정도 하고! 많이 컸네!”
“누나, 켁켁, 일단 놓고! 머리 망가져요!”
“고마워. 루시안!”

라펠라는 후련하다는 듯, 말하고는 선실로 들어갔다.

“오늘따라, 별이 참 이쁘네!”

항해는 순조로웠다. 해양 몬스터도 없었다.

“으하암! 찌뿌둥한데 몬스터나 나왔으면 좋겠다.”

타몬트가 하품하며 중얼댔다.

“형! 제정신이에요? 그러다, 진짜로 나오면 어쩌려고요?”
“뭘 어쩌긴 어째, 잡으면 그만 아닌가?”

타몬트는 일행의 야유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의 기원에도 바다는 잠잠했다. 무사히, 제나르의 항구 몬테에 도착했다.

“타몬트 형, 제나르에 얼마 만에 온 거예요?”
“대략, 12년? 생각해보니, 너희들이랑 만나서 지낸 게, 2년이 다 돼가는 거네?”
“오크한테 털리고 꾀죄죄한 몰골로 저한테 오시던 형의 모습이 선명한데 말이에요. 그게, 벌써 2년 전이라니”
“루시안? 오늘은, 형과 참된 대화의 시간을 가져보지 않겠니?”

타몬트가 팔을 뻗어 루시안을 잡으려 했으나, 루시안은 잽싸게 피했다.

“거기서라 루시안!”

떠들썩한 둘의 모습을 보던 발터가 라펠라에게 말했다.

“누나, 12년 만에 돌아가는 형의 기분은 어떨까요?”
“만감이 교차하겠지? 가출이든 독립이든 간에.”
“전 가족이 있으면, 저렇게 오래 떠나있진 못할 거 같아요.”
“사람마다, 각자의 사정이 있는 법이니까.”

부러운 듯한루나의 말과 쓸쓸해 보이는 라펠라의 말이 미묘하게겹쳤다.

“누나! 다음엔 누나 집도 가보는 건 어때요?”
“그건 별로 내키지 않아. 어서들 내려! 숙소 찾아야지.”

라펠라가 에둘러 말하며 자리를 비켰다.

몬테 항의 건물들은 아기자기한 그런 느낌이 들었다. 둥글둥글한 지붕에하얀 돌들로 지어진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여기는 진짜 따뜻하다.”

일행이 내려서, 항구를 둘러보고 있으니라이야 상단 사람이 찾아온다.

“라이야 상단 몬테 항구 지부장 파루입니다. 제나르에 오신  환영합니다. 상선은 정기적으로 다닙니다. 가실 때에도 지점을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이제부터는, 타몬트 형이 안내하는 건가요?”
“야! 나도 떠난 지 12년 만에 오는 건데. 집이 내가 기억하는 곳에 있으면 다행이다.”
“오빠! 실망이에요.”
“루나야! 이런 거로 실망한다고?”

그때, 일행의 등 뒤에서 누군가 말을 걸어왔다.

“도련님! 오랜만에 뵙는군요!”

뒤에서 들리는 목소리에, 타몬트가 순간 얼어붙어 천천히 고개를 돌린다.

“샤이나? 하.하.하 여긴 어떻게?”
“라이야 상단에 아는 사람을 통해, 도련님이 오신다는 걸 알았습니다.”

깔끔한 집사복에, 안경을 쓴 여인으로 대략 60대 정도 되어 보였다.

“형? 왜 이렇게 긴장을 해? 저분은 누구시고?”
“이런 결례를 저질렀군요. 저는 집사 샤이나 로디언이라고 합니다. 도련님이 계시는 자이어 가문의 집사를 맡고 있습니다. 방랑을 끝내시고 돌아오신다기에 이렇게 직.접. 마중을 나왔습니다. 도련님과 함께 오신다는 친구분들이시군요. 환영합니다.”

보기만 해도, 깐깐해 보이는 사람이었다.

“저는 루시안이라고 합니다.”

루시안이 나서서, 일행을 소개했다.

“이렇게, 저희를 초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라펠라가 모두를 대표해 감사의 인사를 건넸다. 그러자, 샤이나가 갸웃거리며 말했다.

“이런, 도련님이 장난을 치신 모양이시군요!”
“네?”
“도련님은, 대략 12년간 집에 연락하지 않으셨습니다. 집에서 보낸 서신의 답신은 그간 딱 2번이었습니다. 그러던 분이 어느 날, 안개 나비 인편을 보내 달라 하셨습니다. 백작님은 판매하는 대신 거래를 맺으셨습니다, 안개 나비 인편을 드리는 대가로, 일시적으로 집으로 돌아올 것. 도련님은 혼자, 오기 싫다고 친구를 데려가겠다 하셨지요.”

모두의 시선이 타몬트에게 꽂혔다.

“하.하.하. 샤이나! 뭔 그런 일까지 다 말하고 그래? 응? 다들 오해하잖아!”

타몬트가 식은땀을 흘리며 대답했다.

“오해라? 이건, 백작님과 도련님 간의 계약 아닙니까? 안 오시면, 대금의 50배를 배상하는 마법계약서도 맺으신 거로 압니다만.”

“저기요? 타몬트 형? 이게, 어떻게 된 일인가요?”
“그러니까. 어, 그게 말이야.”
“일단, 이야기는 저택으로 가셔서 이야기를 나누시죠.”

샤이나는 일행을  마차로 안내했다.

“여기에서, 자이어 가문의 저택까지 멀지 않습니다. 모시겠습니다.”

샤이나는 마부석에 탔다. 이야기를 나누시라고 친절히 웃어 보였다.

“타몬트 형?”
“타몬트?”
“오빠?”

구리도 타몬트를 지긋이 바라본다.

“봐주라! 좀! 샤이나도 날 잡아먹으려고 난리인데! 너희들이라도 좀 봐주면  되냐!”
“초대가 아니라, 형이 혼자 오기싫어서였어?”
“그러게”
“야! 그냥, 내가 혼자 오기 뻘쭘해서 그런 거야!”
“그냥, 솔직히 말하면 누가 뭐라고 그래요?”
“미안”!”
“근데, 형은 샤이나님한테 왜 그렇게 쩔쩔매요?”
“내가 어렸을 때부터 돌봐준 유모이자, 무서운 선생님이라서 그래. 그리고, 집안에서 부모님 다음으로 권력이 강해. 부모님도 가끔은 접고 들어가지.”

타몬트가 부르르 몸을 떤다.

잠시 후, 저녁 무렵이 되어 마차는 거대한 저택에 도달했다. 일행들과 샤이나가 저택의 문 앞에 섰다.

“이안 백작님께 가문의 방랑자가 돌아왔다 전해라!”
“예! 집사장님!”

일행들은 필사적으로 웃음을 참았다.

타몬트의 얼굴은 달궈진 쇳덩이 마냥, 빨갛게 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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