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33화 〉32화. 제 자리로(6) (33/95)



〈 33화 〉32화. 제 자리로(6)

“구리야! 다친 데는 없는 거야?”
“응!”
“다들 걱정했잖아! 그런데,  목걸이는  뭐냐?”
“이거, 염소 약점!”

루시안의 공격에 다리가 아작난 바포메트가 계속, 울부 짖고 있었다. 그러나, 일행 누구 하나 신경 쓰지 않고 있었다.

“뭐? 약점?”
“루시안! 알고 한 거야?”
“아뇨. 그럴 리가요. 구리가 공격당해서 화나서 갈긴 건데요?”
“크아아아!”

작살난 다리를 부여잡으며, 바포메트가 분하다는 듯이 구리를 노려봤다. 눈빛으로 찢어 죽일듯하다.

“아니, 저게! 어디서, 우리 구리를 째려봐?”

타몬트가 작살난 바포메트의 다리에 대검을   더 박아 고통을 키워줬다.

“크아아아!”

그리고는, 고통으로 뒹구는 바포메트의 얼굴에 대검을 그어 버렸다. 검날이 정확히 바포메트의 왼쪽 눈을 긋고 지나가 버린다.

“크악!”

비명과 함께 얼굴 한쪽에 피가 주르르 흘러내린다. 타몬트는 공격하는 족족 칼날이 잘 박히는 데다가, 치는 맛이 좋자 아예 작정하고 후려 패기 시작했다. 바포메트는 다리를 망가져 피할 수도 없는 상태라, 대검의 옆면으로 겨우겨우 막아 낼 뿐이었다.

타몬트가 신나서 공격하자, 일행들도 구리를 때린 대가를 받아내고자 여기에 가담했다. 라펠라는 아예 너덜너덜한 다리를 끊어버리겠다는 듯이 다친 다리만 썰어댔다. 발터는 남은 눈알에도 화살을 꽂아 넣겠다며 집요하게 오른쪽 눈을 노렸다. 루나는 멀쩡한 다리마저도 작살 내버리겠다며, 왼쪽 다리에 라이트닝 스피어를 쏘아댔다.

바포메트가 살려달라고 길게 울부짖었다.

루시안은 먼지가 묻은 구리의 머리를 툭툭 털어주고는, 약하게 콩 쥐어박았다.

“구리야! 다음엔 걱정하지 않게! 미리 말하고 행동해야 해!걱정했잖아!”
“응!”

살짝 쥐어박힌 머리를 감싸고는, 혀를 살짝 내 물고 대답한다.

“그런데 이걸 어떻게 안 거야?”
“힘이느껴졌어! 나랑 같은 힘! 형, 이거 내가 가져도 되는 거지?”
“응? 응, 그래, 구리가 가져온 거니까 구리꺼야.”

구리가 눈을 감고 목걸이에 손을 올려놓는다. 3개의 구슬에 금이 가며 가루가 되어 흩어진다. 밝은 빛이 구리를 감싸고 돈다.

이내, 구리의 외형이 바뀌었다. 짙은 녹색 머리는 그대로이나, 5~6살로 보이던 외모가 12살 남짓한 나이로 바뀌었다. 한결 의젓해진 모습이었다. 옷도 어느 정도 조절이 가능한지 몸에 딱 맞는 옷을 입고 있었다.

“형! 나 커졌어!”
“이러다 나보다 더 커지겠는데?”

루시안이 구리를 들어 목말을태웠다. 그리곤, 바포메트가 얻어터지는 걸 구경했다. 한참, 먼지 나도록털리던 바포메트의 목이 타몬트의 대검에 떨어져 내렸다.

“뭐야! 이거, 그 약점인가 뭔가 없으니까. 그냥, 고블린이잖아?”
“어머! 이게 누구야? 구리가 많이 컸네?”
“바포메트의 목걸이의 힘을 흡수하더니, 훌쩍 커버렸네요.”
“저, 많이 컸죠? 히히”

키나 외형은 바뀌었지만, 귀여움은 그대로였다.

타몬트는 바포메트가 떨어뜨린 대검 두 개를 루시안에게 맡겼다.

“루시안, 네가 보관해라! 아공간 있잖아? 그거, 금속이 꽤 좋아 보이더라고.”
“한번 봐볼게요!”

♣ 바포메트의 대검
지하 동굴에서 무언가를 지키던 바포메트의 대검
- 알 수 없는 특수한 금속으로 만들어져 날이 상하지 않고 단단하다.

“구리! 해볼래?”
“응!”

구리가 목말에서 내려, 대검에 손을 댄다. 대검 두 개가 구리의 녹색 빛에잠기더니, 이내 금속 주괴 여러 개로 변했다.

♣ 테로키나움 주괴
-고대의 금속 순수 테로키나움 주괴
-오러나 마나에 반응하여 증폭시키고, 경도가 올라간다.
-쉽게 손상되지 않으며, 기본적으로 단단한 금속

“상당히 좋은 게 나왔네요. 이걸 어떻게 활용할지는 생각을 해봐야겠어요.”
“형아, 저것도!”

구리가 바포메트의 시체를 가리키더니 종종거리며 달려갔다. 그리곤, 에센스를 뽑아내어 루시안에게 건뎄다.

“구리야, 고마워!”

사건이 일단락되자,주변을 둘러보았다. 바포메트가 있던 곳은 넓은 공동이었다. 바포메트의 주위로 벽만 보였다.

“일단, 여기서 더 나아갈 방법을 찾아야 하는데….”
“이 방안에, 무언가 통로가 있지 않을까요?”

일행들은 각자 방안을 조사하기 시작했다.

“여기요! 여기에 문이 있어요. 이 벽, 전체가 문이에요!”

루나가 문을 찾아냈다. 교묘하게도 벽 전체가 회전하는 형태였다.

“이번엔, 이 타몬트님이 힘을 써보겠습니다.”

타몬트가 힘을 써보았지만, 문이 꼼짝도 하지 않는다. 타몬트의 얼굴이 빨개졌다.

“우씨!”

그때,구리가 문에 다가가더니 문에 손을 대고 힘을 불어넣었다. 구리의 손을 타고 번진 힘이 문을 한번 진동시켰다. 문이 알아서, 서서히 돌아가기 시작했다.

“열렸어!타몬트 형도  여는 문을 구리가 열었어!”
“누님, 나 한물갔나 봐요!”
“형, 구리의 힘에 반응한 거예요. 앞이 진짜라는 거죠. 긴장해야 합니다.!”
“저 아래에서 힘이 강하게 느껴져!”

문을 지나 보니 밑으로 내려가는 계단이 있었고, 계단의 절반 정도가 물에 잠겨 있었다. 루시안은 수중호흡포션과 체온 유지용  마법이 걸린 목걸이를 모두에게 나눠줬다. 구리가 앞장을 섰고, 루시안이 뒤를 따랐다.

“오오! 신기해 물속에서 말도 할 수 있고, 숨도 쉬어져!”
“지속시간은 1시간이에요. 포션은 각 5병씩 드렸습니다!”

라이트의 구체에 의지해 아래로 내려갔다. 서서히, 어둠이 가시고 푸르른 바다의 전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형형색색의 물고기가 유유히 헤엄치는 바다의 모습에 일행이 잠시 넋을 잃고 바라보았다.

“저기에요!”

 아래에 거대한 건축물이 눈에 보였다. 일행이 건물에 다가가자 누군가 나타났다. 푸른 장발의 날카로운 인상의 중년 사내였는데, 키도 컸고 얼굴도 미남에 속했다.

“이곳은, 왕의 침소다. 허락받지 않은 자의 출입을 금한다!”
“저희는, 네오돈을 만나러 왔습니다.”
“내가 네오돈이다. 인간들이 이 바다까지 날 찾아오다니. 거기에 환수까지? 흐음, 일단 자리를 옮기지. 자네들의 편의를 위해서 말이지,”

네오돈의 손짓을 하니, 커다란 공기 방울이 나타나 일행을 감쌌다. 공기방울이 네오돈을 따라 움직였다. 그들은, 어느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신기하게도 건물 안은 공기가 있어, 포션에 의지하지 않아도 호흡이 가능한 곳이었다.

“나를 아는 이도, 이곳을 아는 이도, 이곳에 잠든 아버지도, 이제는 아는 이가 없을 것인데 찾아온 목적이 무엇인가?”

네오돈의 시선은 구리에게 가 있었다.

“저희는 나가족의 저주를 없애기 위해서 왔습니다.”

루시안은 그간의 사정을 전했다.

“나가들이 아버지가 잠드신 후, 기고만장해진 건 알고 있었다. 그들의 저주를 풀겠다고? 그럼,  피를 원하겠군? 저주는 피의 힘으로 풀 수 있으니 말이야.”

그리고는, 구리를 지긋이 바라보았다.

“금을 먹는 자여, 오랜 잠에서 깨어나 선택한 자가 이자인가?”

구리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하하! 그렇군! 맞아 맞아! 지금이라면, 기억을 대부분 잃은 상태겠군. 고대의 전쟁은 그만큼 치열했으니까. 자네, 이름이 루시안이라고 했나?”
“그렇습니다.”
“금을 먹는 자를 잘 모시게나. 그의 힘은 위대하니까.”

말을 마친 그는 단검을 들어 손바닥을 살짝 그어 내렸다. 그리고는, 흘러내리는 피를 동그랗게 모아 루시안에게 보냈다. 루시안은  포션병을 꺼내 담았다.

“바포메트를 만났는가?”
“그렇습니다.”
“바포메트는 나가족이 나를 감시하기 위해 세워둔 자라네. 환수의 구슬을 이용해 만든 목걸이로 힘을 내는 놈이지. 목걸이에 기대서 노력도  하는 반푼이 놈이란 말이지. 바포메트가 죽었다면, 나가족에 비상이 걸렸겠군! 크하하하.”

네오돈은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나가족에는 영혼을 덧씌운 자와 금을 먹는 자가 만나 나가의 저주를 해방할 것이라는 오래된 예언이 있다고 한다.

나가족 주술사는 환수의 구슬을 이용해 만든 수정구로 예언의 시기를 가늠한다고 한다.

“혹시나 말일세, 내 다른 형제들을 만나거든 나와 같은 친절을 바라지 말게나. 다들, 인간이라면 씹어먹고 싶어 하니까. 고대의 전쟁으로 인간을 증오하는 마음으로 살아가는 이들이지. 이제, 돌아가 보게나. 용무는 끝났을테니까! 나가족 여왕의 일그러진 얼굴을 못 보는 게 이렇게 아쉬울 줄이야! 큭큭.”

네오돈이 손짓하자, 공기 방울이 일행을 감쌌다. 그리고는 수면 위로 초고속 엘리베이터를 탄  빠르게 솟구쳤다. 용의 이빨 동굴 앞, 널찍한 바위 위에서 공기 방울이 ‘팡’하고 터졌다. 일행은 그대로, 바위에 낙하했다.

바위에 부딪혀 아픈 것도 잊고, 모두 구토를 하느라정신이 없었다.

“우웨왝!!”

너무 빠른 구슬의 이동속도 때문에, 멀미 증세가 나타난 것이다.

한참 후, 진정이 된 일행들은 배를 타고 서서히 바다로 나아갔다. 근처의 무인도에 배를 정박하고 기다린다고 했었다.

“구리를 금을 먹는 자라고 불렀지? 그럼 루시안이 영혼을 덧씌운 자야?”

살짝 뜨끔한 루시안은 말을 얼버무렸다.

“그러게, 무슨 뜻인지 모르겠네!”
“금을 먹는 자라니! 나 금 안 먹는데? 금 비싸!”

구리의 말에 다들 웃음이 터졌다.

“맞다! 루시안 너 나가의 피를 구한다고 했잖아, 포션에 쓸 거라고!”
“그랬지?”
“저주를 풀면 재생력 사라지는 거 아니야?”
“아!”
“아니야,아닐 거야! 그렇지? 아니지?”

타몬트가 불길하다는 듯이 물어 온다.

“정찰 겸해서 한두 마리만 잡아 오죠! 어차피 실험도 해야 하니까 겸사겸사!”
“죄인 발터는 입을 다물라!”
“타몬트 오빠! 나가가 무서워요?”
“어? 아니 전혀 무섭지 않아! 난 강한 사나이니까!”
“오호! 타몬트, 루나한테 들려줄 이야기가 많은데, 해줘?”
“아닙니다! 누님 제가 잘못했습니다”

무인도의 정박지로가 합류한 일행은 거기서 하루를쉰 후, 용의 둥지로 향하기로 했다.

“이 일을 맡는  아니었어! 여보 나 먼저 가오!”

선장이 또 신파극을 찍고 있다. 용의 둥지에 간다니 저런다.

“이번처럼 근처까지만 데려다주세요. 신호를 드리면 배를 몰고 오시면 됩니다.”

용의 둥지는 겨울에 접어들어, 활동량이 급격히 줄어들었다. 대부분이 체온이 떨어져 움직임이 굼떴다. 섬의 겨울은 매우 추웠다.

정찰병 몇 마리가 어기적어기적 일하기 싫은 티를 내며 순찰을 시작한다.

“어?”

분명, 옆에 있었던 동료가 보이질 않는다. 의아한 듯 다시 앞을 본 정찰병도 곧 사라졌다.

“으으억! 나가를 잡아 오다니요! 아! 왕자님의 일이라고 덥석 맡은 내가 미워지는구나! 으허헝.”

일행은 나가를 쇠사슬로 묶어 가죽 주머니에 꽁꽁 싸맸다.

그렇게, 일행은 무사히 항구로 돌아와 공방 하나를 빌렸다. 필립 경에게는 일이 잘 진행되고 있다고 서신을 넣었다.

나가는 지하실에  묶어 두고 피를 받았다.

“넌 뱀파이어보다, 더 무서운 놈이야!”

나가에게는환각제를 먹여서 해롱해롱하게 해둔 상태였다. 혹시나 피에 영향이 갈까 했지만, 구리한테 부탁하면에센스를 분리해줄 테니까 문제는 없었다.

♣ 나가의 저주받은 피
나가의 저주받은 피
재생의 저주로 막대한 재생의 힘과 고통의 힘이 깃들어있다.
환각제와 진통제가 섞여 있다.

“얼마나 진통제를 먹어댔는지피에 진통제가 섞였다고 나오네.”

구리가 깔끔히 에센스만 뽑아주니 다행이지만.

♣ 나가의 저주받은 피의 에센스
- 재생의 저주를 받은 나가의 피에서 뽑은 재생의 힘이 담겨있다.

“나가한테 약을 먹이고, 피를 뽑다니! 뱀파이어가 실직하겠다!”

♣ 네오돈의 피
- 레비아탄의 첫 번째 자식 네오돈의 피
재생의 저주의 매개가 되는 레비아탄의 피가 섞여 있다.

해주 포션은 금세 만들어졌다. 하렌츠의 책에 적혀있었던 덕이다. 범용성 높은 레시피라고 적혀있었는데, 주재료만 바뀌고 나머진 똑같이 하면 된다고 했다.

“의뢰는 모두 끝났습니다. 모두 고생하셨어요!”

일행들과 자축을 하고 있는데, 누군가 공방 문을 거칠게 두드렸다.

“여기 계십니까! 루시안님!”
“필립 경? 여기까지 무슨 일이십니까?”
“칼스 공작이 갑작스럽게 군사를 일으켰습니다! 이곳, 마덴 항구를 점거중입니다. 제가 아는, 비밀통로로 가시죠. 탈출을 돕겠습니다!”

갑작스러운 사태에, 상황을 파악할 겨를도 없이 급히 공방을 정리했다. 나가는 죽여 그대로 에센스 추출을 챙겼다.

낡은 창고 건물로 들어가서, 지하실의 비밀통로로 이동했다. 다시 거기에서, 지하수로를 통해 뒷산으로 빠져나왔다.

“갑자기, 군사를 일으키다니요? 무슨 일이랍니까?”
“자세한 일은 알지 못합니다.막대한 양의 체온 유지 아티팩트를 주문해 받았고, 군선을 용의 둥지로 보냈다는 것과 마덴 항구를 점거 중이라는 그것만  뿐입니다.”
“왕실은 가만히 있습니까?”
“왕국군이 이곳 마덴으로 출격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1 왕자이신 시마 말간테 님이 칼스 공작의 편에 선 귀족파들을 정리하러 나설 것이고, 이곳 마덴으로 올 병력은 보탄 왕자님이 선봉을 맡아 출병하기로 되어있습니다.”

갑자기, 벌어진 내전에 정신이 없었지만, 일단 의뢰는 마무리하기로 했다. 루시안은 필립에게 완성된 해주 포션을 넘겼다.

“이걸로 의뢰는 끝났습니다. 필립 경.”
“고생하셨습니다. 루시안님!”

필립이 소중히 포션을 품에 넣는다.

“앞으로는, 어쩌실 생각입니까?”

루시안이 일행들과 눈을 마주친다. 그리고, 이내 결정했다는 듯이 말한다.

“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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