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31화 〉30화. 제 자리로(4) (31/95)



〈 31화 〉30화. 제 자리로(4)


기괴한 광대 가면을 쓴 자가 자기 말만 하고는, 스르륵 사라졌다.

새로 투입된 자들은 확실히 실력이 남달랐다. 무거운 대검을 단검으로 막아 내고, 화살을 튕겨내었다. 마법도 아티팩트로 막아 내는  장비나 실력이 상당했다.

“이거 실력이 상당한데?”

대검으로 공격을 막으며, 오러가 실린 발차기로 상대를 걷어 차버린 타몬트가 말을 했다.

“모두, 마차 주위로 모이세요!”
루시안이 하이드로베이스 특수탄을 꺼내 들었다.

“탄이 터질 때 주변에 계시지 마세요. 그리고,  잔인할 수 있어요.”
“뭐?”

하이드로베이스 특수탄을 장전하고는 적들에게 한발 한발 꽂아 넣었다. 피격 부위에서 다량의 하이드로베이스가 퍼져나간다. 피부가 서서히 녹아 들어가면서 벗겨지고, 혈관과 뼈가 드러난다. 끔찍한 몰골에 적들이 멈칫거린다.

“우웩!”
“도대체 뭘 쏜거야!”
“연금술에서 많이 쓰이는 물질에요. 그걸 좀 강화했죠.”

적들이 멈칫거리는 그 사이로, 루시안이 비트리올 포션을 꺼내 던졌다. 포션에 맞은 이들의 피부가 새까맣게 타들어 간다. 그들이 가지고 있던, 철로  무기나 장식물들이 녹아 들어간다.

“일단은 가까이 다가지 마세요. 묻으면 큰일납니다.”

루시안이 비산폭발형 특수탄을 장전하면서 말했다.

“형과 루나는 여기에서 적을 막고, 발터와 누나는 적들의 후미에서 공격해주세요.”

루시안이 바로, 적들 사이로 탄을 발사했다. 탄이 박히면서 적들 사이를 갈가리 찢어놓았다.

“지금이에요!”

각자, 루시안의 계획대로 움직였다. 루시안은 일반탄을 장전하고는, 발걸음 놀려 움직였다.

루나가 파이어볼을 띄우자 타몬트가 대검의 옆면으로 마법을 쳐내서 쓰러진 적들에게 날렸다. 라펠라가 막아서거나 흘려내어 적의 틈새를 만들면 여지없이 화살이 틀어박혔다.

“혼자, 그렇게 뒤에서 조종하시면 재밌습니까?”

어느새, 기괴한 광대 가면의 뒤통수에 총구를 들이댄 루시안이었다.

“오호! 굉장한 실력이십니다. 제 뒤를 잡은 사람은 손에 꼽는데 말입니다.”
“칼스 공작의의뢰입니까?”
“호오! 그거 압니까? 무대는 아직 끝이 나지 않았다는 걸!”

광대 사내의 몸이 옷가지만 남기고  꺼지듯 사라져버린다. 그리고, 광대 사내가 있던 자리를 중심으로 검은 마법진이 그들 주위로 음산한 기운을 퍼트렸다.

“타몬트 오빠, 뒤!”
“이크!”

타몬트가 자리를 피하자, 불덩이가 적을 태워버린다.

“시체가 살아났어요!”
“뭐야! 언데드야?”

일어난 시체들이 일행들을 빙 둘러싸며, 몰이를 하기 시작했다.

“모두 내 옆으로!”

라펠라의 주위로 발터와 타몬트 루나가 모여들었다. 라펠라가 일행을 감싸는 방어막을 펼치는 동시에, 언데들이 일제히 터져나갔다. 루나가 쉴드를 더 치고, 타몬트가 오러를 일으켜 보조했다.

루시안이 광대 가면을 놓치고, 뒤늦게 합류한다.

“다들 괜찮으세요?”
“어! 괜찮아!”
“세상에 자기들 동료의 시체를 이용하다니. 대체, 어떻게 생겨 먹은 놈들인 거야? 이게 연극이라고 생각하는 건가?”

그때, 일행의 정면 나뭇가지에 그 자가 다시 나타났다.

“호오!  공격에서 살아남으시다니! 이거 놀랍습니다. 1막은 이렇게 나쁜 인간들이 기고만장한 채로 끝났습니다.! 잠시 후, 2막에서 인간들의 콧대를 눌러드리겠습니다. 그럼 이만.”

사내가 다시 사라진다.

“저 새낀 대체 뭐야?”
“2막이라는  또 오겠다는 건가요?”
“그렇겠지.”
“그런데, 루시안 아까 슬쩍 보니 광대 뒤를 잡던데? 뭐, 들은 거 없어?”
“칼스 공작의 의뢰라는  알아냈는데, 몸이 푹 꺼지듯 사라지더군요.”
“하….”
“빠르게, 항구로 향하죠, 적들이 오더라도 항구까지 들어와 난동 피우긴 부담이 될 테니까요.”

일행은 다시 나아갔다. 밤이 깊어가기 전에 최대한 빠르게 달렸다. 이 길을 지나는 이들이 쉼터로 쓰이는 널찍한 공터에 캠프를 잡았다. 간단히 저녁을 건량으로 때운 후, 주변을 경계하고 있었다.

“형아! 말이 아파!”

구리가 울먹이며, 루시안에게 달려온다. 일행들이 가보니, 마부가 쓰러진 말들을 살피고 있었다.

“이게 어떻게 된 겁니까?”
“말들에게 풀 뜯어 먹으라고 풀어놨는데, 갑자기 쓰러졌습니다.”

루시안이 말들이 먹었다던 풀을 살펴보고는 표정을 찡그린다.

“독이야! 미리 준비해둔 모양인데?”
“치료하는 건 불가능해?”
“이건 꽤 강한 독이야, 이미 늦었어, 곧, 죽을 거야!”

루시안은 풀을 캐서 보관함에 넣었다. 나중에 갚아 주겠다고 다짐했다.

“에이, 편하게 가나 했더니 걸어가게 생겼네.역시, 루시안과 다니면 사건 사고가 아주!”

타몬트가 루시안을 바라보고 투덜거리는데, 루시안이 총을 꺼내 겨누고는 쏴버렸다.

“루시안! 그런다고 날 쏘…?”
“이거, 위험하신 관객이군요!”

허공에 나타난 사내가 깨져나간 광대 가면을 만지며 호들갑을 떤다.

“이렇게도 2막을 재촉하시니, 빠르게 막을 올려드리겠습니다. 3막까지 준비되어있으니, 비명을 지르며 감상해 주시길 바랍니다. 저희를 이기시면 당신들의 승리입니다. 그럼, 즐거운 시간 보내시길!”
“야! 갑자기, 쏘니까 놀랐잖아!”
“적이 나타나서 그랬어요. 죄송해요. 일단, 이거 쓰세요.”

일행과 마부, 구리에게 정화 마스크를 나눠주고 착용하라고 했다.

“그거 쓰게?”

아직 마스크 착용이 어색한 루나와 마부, 구리는 라펠라가 도와줬다. 마부와 구리가 마차 안에 몸을 피하자. 루시안은 일행에게  포션과 최루탄 포션을 나눠주며 간략한 작전을 설명해줬다.

달빛도 가려져 어두운 숲속, 모닥불 빛만이 빛난다. 어둠 속의 인영들이 서서히 검게 칠한 칼을 꺼내 접근한다.

“옵니다!”
“큭큭, 루시안 화났나 봐!”

타몬트가 뭐가 그리도 신이 났는지 들떠있다.

“최루탄 포션 먼저 던집니다. 2개씩이니까 신중히 던지세요!”

적들의 사이로 포션이 날아가 깨지고, 숲에 매캐하고 매운 지옥의 연기가 퍼져나간다. 칼에 찔리고 살이 타들어가도 아무 말도 없던 적들이, 캑캑거리는듯한 소리가 들린다. 혀를 잘라버린 듯이 무언가 어색한 소리였다. 어둠 속에 보이는 이들의 가슴이 거칠게 오르내렸다.

루시안은 섬광 포션 하나를 일행에게 신호를 준 후 터트렸다. 빛이 터지면서, 바닥에 뒹굴고 있는 적들의 모습이 보인다. 입을 가린 마스크가 축축이 젖어있고, 눈에선 눈물이 코에선 콧물이 쉴 새 없이 흐른다.

“적 위치 확인하시고, 다음 포션갑니다.”

죽음의 분말이 서서히 퍼져나간다. 무색무취의 분말이 그들의 호흡기로 들어와 달라붙는다. 하나둘 바르르 떨다 그대로 쓰러진다.

“다음, 섬광 포션 갑니다.  위치 확인하시고 마무리 갑니다.”

다시 한번 밝은 빛이 터지고, 여기저기 쓰러져있는 적들이 꿈틀거리는 게 보인다. 루나가 라이트 마법을 여러  켜서 밝히고, 각자의 무기로 마무리를 지었다.

”이런, 2막을 이렇게 싱겁게 이겨 내버리시다니. 정말 신기한  많이 가지고 다니시는 분입니다. 막장인 3막을 더 기대에 부응하도록 만들어야겠군요. 그럼 마지막 생의 여운을 잘 즐기시길!“

땅에서 불쑥 솟아난, 광대 가면의 사내가 말을 마치고는 그림자가 흩날리듯 사라진다. 주변의 시체가 땅으로 꺼지듯이 같이 사라진다.

“아오! 광대 새끼! 내가 잡아다가 다져버릴 거다!”
=
“저도요!”

보면 볼수록 재수가 없다.

“마지막 생의 여운을 잘 즐기라고? 너나 잘 즐겨라. 흥!”
“정말 재수가 없는 사람이에요.”

루시안은 퍼진 독 포션을 제독시키고는 일행들에게 쉴 것을 제안했다.

”일단, 쉬어요. 제가 알람 마법 깔아둘 테니.”

일행들이 자신들이 보초를 서겠다고 나섰지만, 루시안이 모두 돌려보냈다. 마차 옆 모닥불에 앉아서 조용히 불빛을 바라보았다. 발터가 활을 들고 루시안의 옆에 앉는다.

“궁상맞게 모닥불 보며 뭐하냐?”
“눈  붙이지, 왜 나와 있어?”
“그냥!”
“뭐 할 말이라도 있는 거야?”

발터가 쭈볏거리며, 말을 내뱉는다.

“그냥, 고마워서 그래. 덕분에 이런 재밌는 모험도 하게 되었고. 헥터도 받아들여 주고, 덕분에 돈도 많이 벌었고.”
“갑자기 왜 분위기 잡냐?”

머쓱한지 머리를 긁적이는 발터였다.

“그냥, 갑자기 많이 바뀐 내 친구가 걱정도 되었고, 부럽기도 했거든. 그런 내가 못나 보이기도 했고. 난 평생, 너한테 질투 안 할 줄 알았거든? 속으로 미안해 죽겠더라고!“
“헛소리 말고 가서 자라. 넌 충분히 잘하고 있으니까.”

발터가 멋쩍게 웃으며 자리를 떠난다. 이젠 루나가 옆에 앉는다.

“이거 돌아가면서 고백하는 시간이야? 다음엔 누구야?”
“그냥, 잠이 안 와서 온 건데요?”

루나가 무슨 소리를 하냐는 듯이 쳐다본다. 그렇게 아무 말없이 모닥불을 바라보다가 한 마디를 뱉고는 일어났다.

“그냥, 모두 고마워요! 꼭 하고 싶었던 말이라서!”

루시안이 피식 웃었다. 혹시나, 다른 일행이 오나 했지만 코고는 소리만 들릴 뿐이었다.

다음날 이른 아침, 얕은 안개가 깔리었다. 새벽이슬로 축축한 몸을 일으킨다. 일찍 일어난 루시안이, 모닥불을 정리했다. 말의 시체는 묻어주고, 마차는 마법으로 태워버렸다. 발터가 정찰을 마치고 돌아온다.

“발터, 보이는 거 없어?”
“어! 아직!”

모두 새벽안개를 헤치며, 길을 나아갔다. 어느덧 해가 떠오르고, 높이 걸릴 즈음,  멀리 바다가 반짝이는 푸른 바다가 보인다.

“이대로 빠져나가자!”

일행들이 발걸음을 재촉하는 순간, 그 지겨운 광대 가면의 사내가 또 나타났다.

“하하하! 즐거운 연극 시간이 돌아왔습니다. 3막을 시작하겠습니다. 모든 출연진이 다시 인사를 드리는군요! 저도 나온답니다. 그럼, 즐거운 죽음이 되시길.”

광대 가면의 사내가 팔을 옆으로 쭉 펼친다. 사내를 중심으로 검은 마법진이 커지며, 주변을 모두 집어삼켰다. 루시안과 일행들도 마찬가지였다.

마법진에서, 어제 2막에서 죽었던 시체들이 뭉친 시체 골렘이 모습을드러냈다.

“어으으으어!”

여기저기 시체가 구겨진 채로 뭉쳐있는 기괴한 시체 골렘이 거대한 손을 들어 일행을 덮친다. 라펠라가 방패를 들어 흘려낸다. 그리고는 팔에 길게 칼을 그었다. 팔에 붙은 시체들의 얼굴이 고통스럽다는 듯이 일그러진다.

“하하하! 즐거우십니까?”

광대의 사내가 시체 골렘 사이로 뼈 단검을 날려대며 공격에 가세한다.

“3막은 피날레, 당신들의 죽음으로 막을 내리게 될 겁니다.”

사내는 목걸이를 왼손으로 잡고, 오른손을 바닥에 짚더니, 검은 갑옷의 붉은 안광을 한 데스나이트와 리치를 소환했다.

“열심히 발악하며, 비명을 지르십시오. 당신들의 비명은 연극의 음악이 될 것입니다.”

사내의 손에 들린  단검이 하늘로 올라가 수백 개로 나뉘어 땅으로 쏟아져 내린다. 그것은 이내 대규모의 스켈레톤이 되어 일어난다.

“데스나이트는 내가 맡을게!”

라펠라가 데스나이트의 양손검을 방패로 막고 칼로 찔러 들어간다. 막힌 대검을 어깨에 걸치더니, 방패에 발차기를 날린다. 공격하던 라펠라가 뒤로 밀려난다. 그리고는, 양손검을 올려친다.

옆에서 돕겠다고 나선 스켈레톤들이 휘말려부서진다. 라펠라는 양손검을 타고, 칼을 내리면서 지나갔다. 긴 검흔이 데스나이트의 팔목을 휘감아 돌아 지나간다. 그리고는 훤히 드러난 데스나이트의 등 뒤를 점하고는 크게 베어낸다.

“골렘은 내가잡는다!”

타몬트의 대검이 시체 골렘의 몸을 토막 치듯이 내리친다. 위에서 아래로, 아래로 내려간 검이 크게 회전하며, 뒤로 돌아 다시 정점에서 떨어져 내린다. 골렘의 파편들이 여기저기 튀어나간다.

루나는 리치를 맡았다. 리치는 연신 얼음 화살과  마법을 뿌리며, 시체를 일으키고 있었다. 발터는 구리와 마부를 그나마 안전해 보이는 곳에 놔두고는, 리치에게 화살을 쏘았다.

리치가 쓰는 지팡이에 거대한 힘이 몰리며, 계속해서 시체가 일어난다. 루나가 대규모 마법으로 주변의 언데드를 소거시켜나간다. 지팡이의 거대한 붉은 보석을 수상히 여긴 발터가, 보석을 노리고 연신 화살을 쏘아 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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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봐! 3막인데 이젠 그만 도망 다니고 나랑 싸우는 게 어때?”
“이젠 그 수도 못쓰게 막아둔 것 같습니다만?”

전장을 한눈에 보이는 언덕, 루시안이 누군가의 뒤통수에 총구를 겨누고 있었다.

루시안이 허공을 향해 점착탄을 발사하자, 허공의 실들에 점착액이 묻어 엉망진창으로 꼬여 버린다.

“이런! 꽤나 비싼 실인데 말입니다. 배상금이커질 텐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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