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29화 〉28화. 제 자리로(2) (29/95)



〈 29화 〉28화. 제 자리로(2)

“야! 진짜 내가 그렇게 늙어 보여? 루시안! 나, 제나르 왕국 가기 전에 젊어 보이는 포션 하나 만들어주라!”

루시안이 화장품을 몇 개 내민다. 왕비의 의뢰로 만든 화장품이 남아서 따로 소분해 담아둔 것이다.

“각자, 하나씩가져가요. 주름이랑 피부 탄력, 보습에 도움이  거에요.”
“오호! 고맙다 루시안! 모자라면 너한테 더 달라고 할게!”

타몬트는 받자마자, 얼굴에 치덕치덕 바르고 있었다.

“형! 얼굴을 깨끗이 씻은 다음에, 살짝 찍어서 고루펴 바르는 거예요. 무슨 얼굴에 빵 반죽을 만들고 있어요?”
“몰라! 그냥 바를 거야!”

타몬트 덕분에 다들 웃음이터져버렸다.

“저와 발터는 19살이네요. 곧, 20살이 되겠지만요.”
“저는 이제 1살? 헤헤.”

“구리야, 누가 물어보면 6살이라고 해.  딱, 그 정도로 보이거든.”
“아무래도 그게 편하겠네!”
“응!”

루나가 글썽거리며 말을 했다.

“저, 그럼 구리 빼고는 다 오빠 언니라고 하면 되나요?”
“그래, 그러면 되는 거야.”
“또 운다 또! 발터 출동!”

루나는 마음이 따뜻해졌다. 이렇게 좋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니. 이제야 제자리를 찾은 느낌이 들었다.

다음날, 루시안은 구리와 함께 공방으로 향했다.

“구리 덕분에 연금공정이 매우 간편해졌어!  덕분이야 구리야!”
“헤헤!”

구리는 루시안이 준비해준 작은 의자에 앉아 연금술을 지켜보았다.

“마나 정제수를 끓이고, 연금강화제와 섞은 발삼과 제피 나무가루를 넣은 다음에….”

분홍빛이 감돌다가 이내 붉은 빛을 내더니, 점점 투명해진다.

“여기에, 연금용 독주와 연금 중화제를 첨가하고 잘 섞어주면!”

포션 병에 완성된 약을 넣었다.  포션 병의 뚜껑에는 멧돼지 털로 만든 작은 붓이 달려 있었다. 그리고는, 붉은색 라벨을 붙였다. 다시, 마나 정제수를 끓이고 준비한 에센스 두 개와 연금강화제와 부재료 등을 넣어  섞었다.

“야! 루시안 토끼를 구하려고 했는데 못 잡았어요. 대신, 고블린을  마리  왔어! 누가 잡아다가 팔더라고.”

도대체 어딜 갔다 온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몬스터를사오다니.

“어이! 궂은일이나 시키는 루시안! 곰팡이나 먹어라!”
“타몬트 오빠는 항상 저래요?”
“루나야 너는 닮으면 안 된다.”
“내가 어때서 그래요. 누님!”

곰팡이를 조금 떼서, 유리 접시에 올렸다. 준비한 포션을 살짝, 떨어뜨려 보았다. ‘치이익’ 소리가 나며, 곰팡이가 타서 없어져 버린다.

“역시, 강하네,”

발터는 자연스럽게 고블린을 십자 틀에 묶고 재갈을 물렸다. 나간 김에 틀까지 구해왔다고 했다.

루시안은 고블린의 발에 포션을 살짝 발랐다. 고블린이 미친 듯이 발광한다.

“야, 살이 타들어 가잖아? 그거, 독약 아니냐?”
“피부가 막 벗겨지는데? 이제는 뼈까지 보인다. 이거, 약 맞아?”
“농도를 조절할 거예요. 걱정하지 마세요.”

다음 포션을 준비한 루시안이, 고블린의 재갈을 풀고 발악하며 소리치는 고블린의 입에 포션을부었다.

“어이! 이번 건 아예 뼈가 밖으로 튀어나오잖아!”

뼈들이 제멋대로 자라나, 피부를 뚫고 나왔다. 그로테스크한 광경에 다들 얼굴을 찌푸린다.

“저기, 고블린 몇 마리만 더 구해다 주실래요?”
“루시안 오빠, 무서워!”

그렇게, 첫 고블린은 제자리로 돌아가지못했다.

 3일간, 10마리의 고블린을 대상으로 약물을발라보고 먹여본 어느 날이었다.

“곰팡이는 천천히 죽이고, 고블린의 피부에도 자극성이 없네.”

고블린의 발에 무좀 걸린 사람의 발을 닦은 수건을 문질러 감염시켰다. 고블린이 간지러워 죽으려 한다. 포션을 발라보니 점차 반응이 줄어들고, 피부가 좋아지는  보였다.

“내가 진짜, 루시안이랑 다니면서 별의별 경험을 다 해본다.”
“루나가 이상한 걸 보고 배우면 안 될 텐데…….”
“오, 고블린의 키가 커졌어! 멀쩡한데? 뼈도 안 튀어나오고!”

루시안이 실험 종료를 선언했다. 그리고는, 포션을 넉넉하게 챙기기 시작했다.

“실험 종료라며! 어딜가에?”

다들, 의문을 표했다.

“가요! 그 대장 놈 잡으러. 약도 테스트해볼 겸.”
“대장? 무슨, 소리야 그게?”

눈치를 챈, 발터가 전에 있었던 일을 대강 설명해 주었다.

“크큭큭, 개구리 얹은 미친놈에 활을 든 해골 놈! 큭큭!”
“형아! 내가 맨날 올라가서 그런 거예요?”
“아냐! 구리는 잘못 없어. 그 아저씨가 나쁜 거야!”
“저도 복수를!”

루나도 완드를 들어 올렸다. 루시안이 새로 사준 성능 좋은 완드였다.

“그러고 보니,  인챈트 해준다며? 어느새, 그냥 넘어갔네?”
“바빠서 깜빡했어요. 말나온 김에 처리하고 갈까요?”
“그래주면 좋지!”

루시안이 수첩을 꺼내들었다.

“자, 그럼, 각자 원하는 인챈트 하나씩 말씀해보세요. 그리고, 분은 마나석 상급으로 다섯 개만 사다주시고요.”
“내가 사 올게! 오다가 간식거리도 사 오고.”
“나! 나! 누나랑 같이 갈래요!”

라펠라는 루시안에게 돈을 받아, 구리와 같이마나석을 사러 나갔다.

“난 무게증가! 대검은 파워야! 파워!”
“나는 화살 없이도 쓸 수 있는 거”
“타몬트 형껀 문제가 없는데, 발터 너는 그거 오러 많이 잡아먹는데 감당 가능해?”
“야! 오러는 수련하면 돼!”

발터가 발끈해 소리친다. 루나가 수줍게 손을 들고 물었다.

“저도 말해요?”
“당연하지.”
“저는요, 디스펠이요”
“가장 까다롭고, 어려운 걸 주문하는군. 역시 마법사야!”
“힘드시면 다른 거로 할까요?”
“아니야,다른, 주문에 비해 까다롭다는 거지. 문제 될  없어.”

루시안은 작업대를 정리하고는 인챈트 준비를 했다. 마나석펜과 마나 잉크에 빈 스크롤 등을 꺼냈다.

곧, 라펠라가 두 손 가득 먹을  들고 왔다. 구리는 가벼운 주머니 하나와 사탕을 입에 물고 있었다.

“구리! 또, 사탕이야? 너, 이빨 썩는다?”
“환수의 힘으로 이빨 관리해서 괜찮아!”

참, 쓸데없이 힘을 쓰는 구리였다.

상급 마나석을 갈아서, 마나 잉크에 섞어 마력을 증폭시켰다.

“참! 누나는 어떤 인챈트에요?”
“나는 쉴드!”
“누나답네요.”
“구리도?”
“난, 형만 있으면 되는데?”

무게증가 마법의 스크롤부터 새겨나가기 시작했다. 마법 잉크를 찍어 마법진과 룬 문자를 배열하고  치의 오차도 없이 꼼꼼히 그려나갔다.

그리고는, 완성된 스크롤을 대검에 대고 각인용 부식제를 부었다. 마법진을 따라 타들어 가며, 대검에 마법진의 모양이 파인다. 마나석 가루를 파인 홈을 따라 뿌리고, 손가락에 마나를 모아 문질렀다.

마무리로, 마감제를 바르고 마른 천으로 깨끗이 닦아내었다. 그렇게, 대검하나에 3시간이 걸렸다.

“이거 하나에 3시간이나 걸려?”
“제가 하는 인챈트 법은 특수 각인 인챈트라서.”

루나는 신기한 인챈트 방식에 눈을 반짝였다.

“마탑에서도 어느 서적에서도 본 적이 없는 방식이에요!”
“보통, 어떻게 하는데?”
“직접 무기에 마법진을 새겨 넣거나, 무기에 대고 마법을 걸어서 마나로 고정해놓죠.”

루나는 루시안의 작업을 눈에 새겨넣듯이 바라봤다. 작업이 끝나면, 물어보는 것도 많았다. 그날 저녁이 되어서야, 모든 이의 작업이 끝났다. 대검이 커서 오래 걸린 것도 있기에 생각보다 오래 걸리지는 않았다.

“자! 이제 무기 시험 겸 놀러 가시죠!”

타몬트는 대검을 붙잡고 연신 쓰다듬고 있었다. 표정이 변태같았다.

“저 형은 또,  저러고 있는거야! 도대체!”
“발터가 이해해라. 대검이 사랑스럽다잖니.”
“.........”

루나도 타몬트에 대해 파악이 끝났는지 무시해버렸다.

“가실 분은 따라 오세요.”
“내가 위치를 다 알아놨지!”
“야! 같이 가! 맨날, 날 버리고 가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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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어디 있는지를 몰라? 지금이 며칠째냐고!”

새로 들여온 집기가 또, 부서져나 간다. 부하는 공작의 지원금 중 절반이 집기 사는데 들어가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야! 내가 말하는데  생각했지? 어!”
“억!”
“일어나 새끼야! 저번에 보낸 놈들 어디로 사라졌는지 확인도  해!  족제비 새끼하고, 개구리 얹은 놈에, 빨간 놈에 갈색 년에 그전에 그 꼬마 년에 왜  못 찾냐? 어!”

집기가 또 부서진다.

“입이 있으면 말을 해보라고! 며칠후에 공작님한테 보고 올려야 하는데 ‘잘, 모르겠는데요?’라고 올릴까? 어!”
“그게 이것들이 당최 보이질 않습니다. 혹시, 도시를 떠난 게 아닐까요?”
“떠났으면 언제 떠났는지, 어디로 갔는지 확인해야  거 아니야! 이, 새끼야!”
“애들을 풀어 찾아보는데, 못 찾고 있습니다.”

두목이 정강이뼈를 걷어차며 말한다.

“네가 직접 움직여 새끼야! 밑에 부하나 시켜 먹으니 발전이 없는 거야! 혹시, 찾는 시늉만 하는 거냐!”

부하가 막, 대답하려는 찰나 아래층이 소란스럽다. 비명이 들리고, 부서지는 소리가 들린다.

“뭔! 소리야! 이건!”

그때, 문이 벌컥 열리며, 부하 하나가 들어온다.

“두목님! 나타났습니다! 두목님이 찾으라던, 그놈들이 다 모여서 나타났습니다!”
“뭐! 이런 젠장할! 네놈들이 일을 엉망으로 하니까! 나를 깔보고 온 거 아냐!”

화가 머리끝까지 솟은 두목이, 부하를 발로 걷어차 버린다.

“컥!”

두목은 벽에 걸린 사슬 달린 닻을 내려, 어깨에 걸쳤다.

“그래, 더러워서 내가 나선다! 오랜만에 힘을 좀 풀어보. 야! 애들, 집합 걸어라!”
“예! 두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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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랴아아아!”

대검이 떨어진 자리가 푹 패이고, 충격파가 퍼지며 주변을 부숴버린다. 작은 불덩이가 여러 개 생성되어 달려드는 적의 얼굴을 태워버린다, 불덩이는 연사에 초점을 맞춘 듯 빠르게 생성되어 빠르게 날아가 꽂혔다.

내려친 도끼가 방패에 막혀, 원래 가려던 방향을 잃고 다른데로 나아가버린다. 틈이 벌어지고, 칼날이 들어와 몸을 갈라버린다. 오러의 힘으로 생성된 마나의 화살이 소리 없이 날아가 목을 꿰뚫는다.  발에 하나씩 착실하게 지워나간다.

루시안은 화염특수탄을 장전하고는 일행에게 말했다.

“적당히 없애고, 생포해주세요!”
“적당히, 반만 살려두래요”
“적당히 잘라내고, 남기자고?”
“뭐? 목만 남기라고?”

일련의 만남이 지나갔다. 루나가 어이없어했다.

“언니, 오빠들 일부러 그러는 거죠?”
“루나야, 그냥 넘어가자. 라펠라 누나까지 저럴 줄 몰랐다.”
“라펠라 누나도 물든 거야, 타몬트 형아한테.”

구리는 막대 사탕을 빨면서 소감을 말했다.

“일단 10명은 생포해놨다.”
“이것들이, 여기가 어디라고! 감히  본부에서 행패를 부리는 거냐!”

거대한 닻을 사슬로 연결해 등에 멘 대머리의 외눈 사내가 눈을 부라리며, 나타났다. 달달 떨리는팔로 겨우 검을 잡은, 부하 두 명이  앞을 지키고 있었다.

“칼 내려놓고, 이리로 와!”

타몬트가 손을 까닥까닥 거렸다. 두 부하는 냉큼 칼을 내려놓고 포로로 잡혔다.

“루시안, 저 대머리는 내가 가지고 논다!”
“네. 그런데 설마, 지는 건 아니겠죠?”
“야! 날 뭐로 보고?”
“어디 보자, 포로가 총 12명이네.”

루시안이 12명의 포로에게 물었다.

“난, 그나마 착하다. 손!”

모두가 묶인 손을 필사적으로 들어 올렸다.

“난 최소한 옆에 있는 놈보단 착하고, 옆에 있는 놈이 얼마나 쓰레기인지 설명할 수 있다. 발!”

5명이 묶인 발을 들어 올렸다. 그렇게, 질의응답을 거쳐 6명의 임상시험 참가자를 뽑았다. 나머지, 6명은 그냥 풀어주었다.

“나쁜 짓 하다 걸리면, 아시죠?”

6명 모두 고개를 심하게 끄덕이며, 부리나케 도망갔다.

“그래도, 절반이나 살려줬네?”
“억지로, 참여했더라고요. 그래서 살려줬죠.”
“오오, 시작한다!”
“아무도, 타몬트 오빠를 걱정  하네요?”
“저 형을 누가 걱정하냐?”
“보면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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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이! 너도 루시안한테 약 사가라. 민둥산이 대수림이 되는 기적을 볼 거다!”
“난 일부러깎은 거야! 이, 빨간 머리 돼지야!”
“뭐? 돼지?”

욱하는 타몬트의 앞으로 커다란 닻이 날아든다. 쇠사슬에 연결된 닻이 자유자재로 공중을 날아다닌다.

“나의 닻에 찍혀 죽어라!”

타몬트는 닻을 대검의 옆면으로 쳐 위로 띄웠다. 그리고는, 오러를 일으킨 대검으로 닻을 위에서 아래로 내리 그었다.  무겁고 단단한 닻이 반으로 갈라져 버렸다.

“뭣이?”

타몬트는 다시 대검을 한바퀴 돌려 두목을 향해 내리찍었다. 급히, 쇠사슬을 들어서 막아 내보지만, 자연스럽게 쇠사슬을 가르고 두목을 반으로 갈라버렸다.

발터는 여유롭게 건물 안의 돈이 될만한 걸 다 챙겨 나왔다. 루나는 거대한 화염구를 만들어 건물을 태워버렸다.

“쓰레기는 쓰레기통이 제자리니까.”

말간테의 이빨들의 강냉이가 제대로 털려버렸다. 뿌리까지 뽑아 버렸다.

“공작이 화가 많이 나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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